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게 참 재밌다. 외면이 가장 아름답던 젊은 시기에는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치기어림, 미숙함 등으로 인해 연발되는 실수, 혼란들이 가득하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면의 모습을 점차 아름답게 갖춰갈 즈음엔 외면적인 모습이 점차 시들어가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 생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우리의 내면이 정점에 이를 때 즈음에, 우리의 외면도 그에 맞춰 아름답다면, 그리하여 인생의 한 시기를 내/외면의 정점에 이른 채 완벽체(?)로 살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하지만, 역시 별로다. 내면의 치기는 젊음의 생기가 감싸주고, 외면의 늙음은 아름다운 내면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은 이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보다. 그런가보다. 
 
영화를 보며 여주인공의 이름이 개츠비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데이지이기에 스콧피츠제럴드가 데이지라는 이름에 어떠한 집착 같은 게 있는게 아닌가 싶어 좀 알아보니 원작의 여주인공의 이름은 데이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개츠비의 여주인공이었던 데이지의 이름을 따왔다는. 

영화 자체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이 영화를 완성해나가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며, 잠깐이지만 빠져들어보는, 자기자신에로의 적용, 계속되는 생각들. 스토리 자체에 그치지 않게 하고, 자꾸만 상상하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듯. 이 영화 역시, 그렇게 시작된 듯 하고 말이다. (영화 속 설정이 원작과 많이 다르다니, 이건 감독의 또다른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사실 이건, 생각은 관객의 몫으로만 남겨둔 채 동화같은 이야기 한 편을 전해준 이 영화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이기도 하다. 물론, 그게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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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2009-02-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빗 핀처의 실력은 거꾸로 는다?

웽스북스 2009-02-15 01:49   좋아요 0 | URL
아 글쎄요. 제가 챙겨본 작품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연출이 나빴거나, 영화가 안좋았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어쩐지 벤자민이라는 인간의 내면의 변화를 밀도있게 그리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요. 할 얘기가 더 많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볼까 생각중이에요 ㅎㅎ (그런데 이것도 단편이더라고요 ㅋ)

프레이야 2009-02-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의 데이지를 따왔군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사람의 외면과 내면의 조화도 생각하게 하네요.

웽스북스 2009-02-17 01:34   좋아요 0 | URL
네 그렇더라고요. 혜경님의 생각들도 조곤조곤 풀어주세요 ^-^

도넛공주 2009-02-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한 영화였답니다..

웽스북스 2009-02-17 01:34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또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