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그랬다. 가끔, '하나님께서 나를 너무 사랑하시니 난 정말 뭐든 다 잘될 거고, 정말 잘 살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이건 어떤 비아냥거림은 분명 아니다. 어느 정도 진심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진심은 아닌 거다. 돌아갈 의지는 0%이지만, 그래도, 진심이 아니지는 않은 거다.

이런 느낌에 빗대어 설명해도 될런지는 모르겠는데, 미쓰홍당무를 보면서 느낀 감정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미쓰 홍당무를 보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저 여자가 도대체 왜 저러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또,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 컴플렉스로 똘똘 뭉쳐진, 그래서 스스로 자기가 막 부끄러운, 타인의 상황은 완벽하게 객관화하지만, 자기자신은 전혀 객관화하지 못하는, 아니 그 객관화를 두려워하는, 가지지 못하는 건 갖고 싶지 않았던 척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표면적으로는 집요하게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들여다 볼 용기가 없는 저런 여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이라니. 얼마나 아름답고 샤방한가. ㅎㅎㅎ 그들과 함께 저여자는 도무지 뭥미를 외치고픈 맘 굴뚝같지만 이 여자가 너무 이해되는 내 삶이 심지어 좀 슬프기까지 하다. 이 때의 그 굴뚝같은 맘 역시, 진심이 섞여 있긴 하지만 꼭 진심이라 하기는 어려운 진심이긴 하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웃기다. 이건 100% 진심이다. ㅎㅎ 이경미 감독 유머를 아는 감독인가봐. 라고 또 혼자 감탄하며 맘놓고 정신줄놓고 대놓고 마구 웃어주었다. 마음은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하고 싶어도, 아,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웃긴데, 어쩌라고. ㅎㅎ 마이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이너한 방식으로 쓰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박찬욱의 영화 중에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가장 비슷한 느낌인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인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백석의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은 예상치 못했던 반가움. ㅎㅎ.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구엄마 2008-10-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이보그 류라면, 전 도전해볼테야요! 남들은 중간에 막 뛰쳐나갔던 그영화 -_-;;;

웽스북스 2008-10-22 02:1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꼭 그 류라고 말하긴 좀 어렵고, 암튼 군데군데에서 그 영화가 생각나게 될 거야. ㅎㅎㅎ

메르헨 2008-10-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함...마구마구 제 속을 찌를거 같습니다.^^
미쓰 홍당무 보고 싶어지네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볼 생각도 못했는데...^^

웽스북스 2008-10-22 02:18   좋아요 0 | URL
미쓰홍당무 꼭 한번 보세요. 추천이에요. ^_^

지현 2008-10-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효진이가 연기한다면, 설사 그 역할이 두루미,라도 다 이해할 수 있어. ㅋㅋ

웽스북스 2008-10-22 12:53   좋아요 0 | URL
어이쿠 두루미 우리 지현쌤께 제대로 찍히셨쎄요
 


10월 들어 몇 편의 영화를 봤다. 그에 대한 간단한 기록.

1. 신이 찾은 아이들

기독교 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데, 나는 개막식에서 본 건 아니구, 개천절날, 몇몇 사람들과 함께 봤다. 원작 책이 있다는데, 영화가 끝나고야 알았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수단의 청년들이 미국 지원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오게 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 미국이 꿈의 나라다, 라는 말을 들으면 팽! 하고 웃는 나이지만, 그들에게 미국이 꿈의 땅이었음을 부정할 정도로 매정하지는 않다. 적어도 그들은 정말로 그 땅을 토대로 꿈을 꾸었으니까. 그들은 미국에게, 또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동정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촌스러움의 상징이었고, 몰려다니면 무섭다,는 이유로 이웃들에게 신고를 당하는 대상이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차곡 차곡 하나씩 하나씩, 생각하던 것을 놓지 않고, 자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한걸음씩 나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것들이 멍에가 되어 그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참 속도 상하고... 답답도 하고... 남자주인공인 존불 멋지다. 이날, 본의 아니게(?) 희생과 봉사정신을 보여주게 된 나는 <여자 존불>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하하. ★★★★☆

2. 고고70

머리를 기른 조승우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조금은 괴로운 마음으로 봤던 영화. 아무리 봐도 안멋져보여서, 나중에는 내가 조승우를 왜 좋아했더라,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승우보다는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될 영화다. 영화관을 나올 때 엔딩 크래딧과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신민아가 했던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신나게 들썩들썩 하면서 봤던 영화. 역시 중독성엔 장사 없다구. 그게 고고의 매력. 억압된 시대일수록 자유를 갈망할 수 밖에 없지. 비상식이 상식이던 세상에서, 상식적인 즐거움을 누리게 위해 당시의 상식에 비추어 비상식이었던 그 무언가를 계속해서 지향할 수 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 ★★★☆

3. 비몽

오다기리죠 무대인사 때문에 개봉 전에 가서 봤다. 오다기리죠가 나가자 관객의 1/5 정도는 영화도 보지 않고 나가더라. (덜덜 돈많은 사람들...인..가봐...) 끝나고 나오자마자 몇몇 관객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또라이 아냐?' ㅎㅎ 뭐 암튼 이 영화 수익의 대부분은 이날 강남에서 강북까지 수회간 있었던, 오다기리가 아니었으면 김기덕 영화같은 건 돈내고 보지 않을 언니들까지 끌어들였던 오다기리죠와 이나영 무대인사에서 창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르고 얼굴작은 이세상사람같지 않은 둘이 함께 서 있으니 - ㅈ씨는 초소두라는 표현을 - 그 세상이 이세상이고, 내가 다른 세상 사람 같드라) 행복은 끊임없이 누군가의 희생과 포기를 담보로 하는 거구나. 불가항력적으로 양보될 수 없는 욕망이라는 게 부딪치면 깊은 생채기가 되고, 또 그게 참 아프구나. 남자가 사랑하는 이를 꿈에서 찾아가면, 여자는 현실에서 무의식 중에 그 꿈을 실행한다. 문제는 무의식에만 존재하던 것이 수면 바깥 현실의 세계로 나왔을 때, 현실을 무질서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다잡았던 것들은 흔들릴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혼돈에 빠지게 된다는 것. 영화관에 있던 사람은 모두 마음속으로 제발 부디 2교대를 해주세요, 라고 한두번쯤은 외쳤겠지만, 쉬운 길을 가실리 없잖아. 그런 바람같은 건 싹 무시해주시고, 결국은 오다기리를 조각도로 스스로의 머리에 피를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잔인한 김감독님. 다행히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몇몇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게 영화에 녹아든다. (웃음을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뒷부분만 아니면 미스테리스릴러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다시 만들어도 될듯. ㅎㅎ. 일본어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건 어색함의 극치였으나, 나중에는 인식조차 어려울 정도로 영화의 자연스런 일부가 된다. 잠들지 않으려 짓는 괴로운 표정들은 처음엔 우스꽝스러웠으나, 결국은 희화를 넘어선 절절한 괴로움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물론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나영 옷 겁나 예쁘고, 나비 목걸이도 예쁘고 (집에와서 이나영 목걸이, 이나영 스타일, 뭐 이런거 쳐봤다는 거) 오다기리를 둘러싼 모든 풍경은 간지가 좔좔 흐른다,라는 거. 침대위 이불 색깔까지도 근사하다. 예상치 못했던 미적 즐거움이라니. 김기덕은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트. ㅎㅎ ★★★★

4. 모던보이

조승우에 이어 박해일까지. 한 때 좋아하던 남자배우들이 왜 옛시대 역할을 맡아서는 다들 머리 모양을 이상하게 하고 나와 식어가는 마음에 확인사살을 해주시는 건지. 역시 머리빨은 여자만 중요한 게 아닌가보다. 장발이 어울리는 사람은 장동건 외에는 없다오, 그런데 장동건도 짧은 머리가 더 멋있다오. 부디 감우성만은 우리시대의 연기를 계속해 주시길. 으흑. (왕의 남자는 잘 넘어가서 참 다행이야) 1930년대 경성 최고의 미남이자 낭만의 화신이라 우겨대는 이해명의 말 뒤에 나는 계속 한마디밖에 덧붙일 수 없었다. 아, 이토록 찌질할 수가! 당신은 찌질함의 화신이구나. 싫다고 도망간 여자 끝까지 찾아다니고, 그것 때문에 고문까지 받고 나와서는 하는 말이, 테러박이 정말로 부럽다, 라니. 그러고 다시 들어왔다고 마냥 행복해하고, 촐랑촐랑 춤도 추고, 덜덜 떨면서 폭탄조끼까지 입다니. 지금 생각하니 귀여워서 막 웃음이 나려고 그러네. ㅎㅎㅎ (화면으로 보면 정말 찌질한데 쓰고나니 왜이리 귀엽누 ㅎㅎ) 그렇다. 난 찌질남에게 일말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지만, 외면하지도 못하나보다. 크크섬에서도... 심형탁 같은 스타일이 분명 좋지만 자꾸만 윤대리 쪽으로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드라마 보면서 왠 -_-) 그래, 허세보단 찌질이 낫지. 어쩜 모던보이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남자들의 이런 허세, 가오를 벗어버린 현대적 찌질한 남자를 가리키는 중의적 의미는 아니었을까. ㅎㅎ (김혜수는 당시로서는 매우 매력적이던 여성의 역할을 맡았으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쿵! 내 눈엔 말이다...) ★★★☆



댓글(4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urnleft 2008-10-1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평이라기보단 남자배우평..;;

웽스북스 2008-10-15 09:1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남자배우 언급 안한게 없구나.
버럭 그래도 여자배우들도 다 언급했는데 ㅋㅋ (그야말로 언급수준?)

친구와 어제 찌질함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ㅎㅎ
네, 제 평은 늘 이런 식이라고요 ㅎㅎㅎ

마늘빵 2008-10-1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영화 본게 없다요. 너무 바쁘다요. -_ㅠ

웽스북스 2008-10-15 09:16   좋아요 0 | URL
아 드디어 그 시기가 왔군요,
아프님이 영화를 못보다니, 토닥..

무스탕 2008-10-1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은 겨우겨우 봤는데 모던보이는 못보고 보내버릴 가능성이 커요 ㅠ.ㅠ
전 박해일보다 김혜수가 보고싶어서 모던보이가 보고싶은데 웬디양님에겐 그렇게 보이셨단 말씀?

웽스북스 2008-10-15 09:17   좋아요 0 | URL
네 박해일은 머리가 에러였다면,
김혜수는 머리도 머리지만 눈썹이 계속 거슬리더라고요...;;

다재다능하기가 아리영 수준인데, 별 매력이 안느껴져서
저도 좀 의외였어요, 뭐 저만 그런 걸수도 있고. ㅎㅎ

라주미힌 2008-10-1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혼이라서 그런가 ;;;;;

웽스북스 2008-10-15 09:18   좋아요 0 | URL
아아... 어제 너무 졸면서 써서...
오다기리 죠 연기가 매우매우매우매우 훌륭했다는 얘기 쓰는 걸 깜빡했네.

ㅎㅎㅎㅎㅎㅎㅎㅎ

Alicia 2008-10-15 10:04   좋아요 0 | URL
라주님은 웬디님한테 만혼아니냐고 물을 자격 없지 않아요? =333
으흣! ^^

웽스북스 2008-10-16 01: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제가 그렇게 따져줬어요 ㅎㅎㅎ
제가 라주님께 그소리 들을 군번은 아닌 것 같은데요 ㅎㅎ

Alicia 2008-10-1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비몽봤어요.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 있었어요. 말하려고 하는게 직설적이고 다소 유치한 부분이 있지만 괜찮았던 것 같아요. 너무 어두울까봐 보기전에 긴장했는데-_- 보고난 후의 마음이 더 편해요, 그러나 역시 잔영은 좀 오래 가는것같아요.ㅠ

웽스북스 2008-10-15 09:55   좋아요 0 | URL
직설적이라는 말 저도 썼다가 지웠는데... 극장에 개봉한게 입문자용이라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이런 세심한 것도 아닌 뭥미한 것도 아닌 분류)

지현 2008-10-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재다능하기가 아리영 수준이라고. 하하하하하.
당신의 유머도 이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웽스북스 2008-10-16 01:22   좋아요 0 | URL
어랏랏 정말요? ㅎㅎㅎ
이것도 이제 시대가 좀더 흐르면 젊은 사람들은 못알아들을거에요 그죠

순오기 2008-10-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본 건 하나도 없에요~ 오늘까지 봐야하는 영화표가 두 장 있는데 시간을 못내요. 오늘 밤 기차로 서울역 가야돼서 남매와 아빠만 '모던보이' 보러가기로 했어요.10월 일정이 엄청 빡빡한 순오기, 영화볼 짬이 없네요~ 그래도 좋아요, 내일은 정지용문학관 가거든요~~~ ^^

웽스북스 2008-10-16 01:23   좋아요 0 | URL
어이쿠나. 아깝다. 아까워.
그래도, 역시 순오기님이네요. 부지런 바지런

2008-10-1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08-10-1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리영'부분에서 급절했다고 하하하하하
박해일은 연애의 목적에서도 그리 찌질하더니 혼내줘야겠어~~
드라마의 찌질남에게도 마음이 쓰이는 당신은 본의아니게 <여자 존불>??? ㅋㅋㅋ

글고,괜히 하정우 봤다고 들이댔다가 우리 오다기리를 봤다는 너의 답문자에 나 완전 좌절했었잖애... ㅠㅠ 초조두 우리 오다기리님... 약간대두 우리 하정우님... 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6 01:4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안그래도 나오면서 연애의 목적 얘기했다. 나 정말 여자존불? ㅎㅎㅎ 하정우 그래도 보고싶어. 우리 오다기리는 얼굴 넘 작아서 잘 안보여. ㅎㅎㅎ 초소두 초조두

다락방 2008-10-1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10월에 뭐 봤냐면요
[카모메 식당], [자유로운 세계], [이글 아이]
이렇게 세 편 밖에 못봤네요. 후훗.

웽스북스 2008-10-16 01:48   좋아요 0 | URL
카모메식당 리뷰 안그래도 봤었어요. ㅎㅎ
전 시나몬롤 먹고싶어요. ㅎㅎ

지현 2008-10-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던 과객입니다만, 하정우님은 정말 비교적 대두이시더군요.
지난번 윤계상군과 함께 나란히 있는 사진보고 완전 깜놀이었음.

웽스북스 2008-10-16 01:4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의외로 대두군요 ㅋㅋㅋ

사과나무 2008-10-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은 예고편을 하도 많이 봐서... 보기도 전에 물린 듯한 느낌?

게다가 밴드리더가 청춘들을 향해 우리가 누구?! 하고 외치는 장면에서
자꾸 닥. 터. 피이~ 쒸 하고 외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_-

웽스북스 2008-10-16 01:49   좋아요 0 | URL
정말요? 예고를 그렇게 많이했어요?
우리가 누구? 닥터피쉬
내가 누구게? 이정수요~~

ㅋㅋㅋ

Alicia 2008-10-16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이 밤에 장염에 열나고 배앓이 하다가 왜 삼겹살과 소주가 먹고싶어지는 것일까요?
웬디님 니나님 다락님과 삼겹살에 소주먹고 싶어요. 흐흐^^

다락방 2008-10-16 08:33   좋아요 0 | URL
하하
우리 미녀군단 함 결성해서 삼겹살에 소주 잔뜩 먹고 그래야겠네요. 막 술꼬장도 부리고. 한번 뭉쳐보까요? ㅎㅎ

Alicia 2008-10-16 09:25   좋아요 0 | URL

뭉쳐볼까요? 안그래도 니나님이랑 그얘기했었는데
저도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으흣^-`)r


니나 2008-10-16 10:42   좋아요 0 | URL
제 술꼬장이 험하기로 유명한데... 괜찮으시겠어요? 으흐흐흐
그래서 안취하고 챙겨주는 웬디양같은분이 꼭 계셔야 한답니다~
그러나 담날되면 암것도 기억못하는 니나때문에 웬디양님은 완전 orz라죠 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7 00:18   좋아요 0 | URL
ㅅㄱㅅ에 ㅅㅈ
ㅁㅈ에 ㅊㅋ
ㅇㅇ에 ㅊㅈ
ㄷㄷㅈ에 ㄷㅌㄹㅁ
ㅎㅇ는 ㅂㅆㅈㅇ

아 이거 너무 ㅅㄷㅅㅇ

다락방 2008-10-17 08:43   좋아요 0 | URL
세번째 줄에서 완전 막혔었는데 드뎌드뎌 풀었어요. ㅎㅎ
와인에 치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8 11:44   좋아요 0 | URL
흐흐흣 역시 다락방님.
니나는 ㄷㅌㄹㅁ을 못알아보더라고요. ㅋㅋ

프레이야 2008-10-16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 제게도 신민아의 발견이었어요.
비몽은 어제 봤는데 김감독다운 그 가학적 장면 때문에 ㅜㅜ
색감이 뛰어난 장면이 기억나요.
박해일은 찌질남으로 나온 게 많은데 모던보이에서도 그게 귀여워요.
웬디양님 오랜만에요^^

웽스북스 2008-10-17 0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전 그런 박해일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쩐지 좀 가슴이 아파요. ㅎㅎ

혜경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고우시죠? ^-^

Jade 2008-10-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몽이랑 모던보이 봤어요 비몽은...자해장면에선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답니다. 으으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웬디양님 잘 지내고 계시죠? 감기 조심 하시고 ^^

웽스북스 2008-10-17 00:20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이야말로, 추위 많이 탔었죠. 감기조심. ^-^
하지만, 나 또 제이드님 겨울 패션 사랑하잖아요. ㅎㅎㅎ (그 털베레모~)

자해장면 정말...으으으....
제이드님은 비몽 어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 조 좋아하는 사람이 많군요.박치기에서 봤는데, 음...얼굴이 정말 작죠.하정우 머리 크다는 사람이 정말 많군요.그런데 체격도 크니까 봐주기로 해요.

웽스북스 2008-10-17 00:25   좋아요 0 | URL
정말 많더라고요. 시사회장 가서 다시 느꼈어요.
중앙극장 앞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지요. ㅎㅎㅎ

그리고 하정우 얼굴이 아무리 크다한들,
일반인 아래 뫼이로다 아니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08-10-19 19:17   좋아요 0 | URL
하정우 얼굴이 아무리 크다한들,
'크기만 한' 사람에 비하면 완전 땡큐 아니겠어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10-20 12:09   좋아요 0 | URL
헤헤헷 그런 것이죠. 작기만 한 사람보다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탱이 2008-10-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은 아무래도 ! 스따일리스뜨죠. 그닥 대중적이진 않지만 ^^

웽스북스 2008-10-23 00:24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ㅎㅎ
 



한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다. 뭐, 바쁘기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조금 여유를 내어 몇편의 영화를 봤고, 본 영화들이 또 다들 괜찮았다 ^_^

'리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후기를 쓰지는 못한 관계로 몰아서, 약간의 기록을 남긴다. ㅎㅎ (앞으로도 이럴 셈이다. 하하.)


WALL-E

가끔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하잖아. 아 내가 귀찮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좀 편하게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 먹지 않아도 힘이 나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삶이 편리하면 편리해질 수록, 불편함에서 오는 소소한 매력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이 극대화된, 멀지만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현실을 단순히 로봇 공상만화라고 무시해버릴 것인가. 그러기엔, 이것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개연성이 넘쳐나지 않는가.

그럼에도 손과 손을 마주 잡는 것, 소통하는 것, 작고 푸른 것이 주는 묘한 마음의 움직임은 여전한 곳이어서 다행이다. 그 작은 것들의 힘을 믿으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만화가 공상과학만화였다고, 먼훗날 여유롭게 웃으며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엔, 위기는 너무나 깊지만)

- 이브, 웃는 모습 너무 사랑스럽다 ^_^

다찌마와리

요즘들어 말장난에 부쩍 재미를 붙여서인가, 이 영화의 말장난들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내 마음의 재건축이 이루어져, 겨우 당신을 위한 셋방을 마련했는데, 라니. 하하. 놀라운 표현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매니아 층에서 꽤 사랑 받고 있는 거, 이거 한국 영화계의 재건축 아닌가

내용,이야 뭐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나았던 것 같고. ㅎㅎㅎ (우와, 실은 기대를 별로 안했었다고는 하지만) 같이 본 사람들끼리 모여서 크득크득 거리며, "어머, 미운말!", "깍쟁이" 하면서 노는, 영화 후 재미가 더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못본 사람들이 뭥미! 하더라도 그냥, 같이 본 사람들끼리 느끼는 어떤 유대감을 만끽하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같은 거. 기억력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말이지.

- 두번째 쓰는 글이라 잘 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쓰는 리뷰라서 허접해요. 불펌 하시면 미워하실 거에염. 이 리뷰를 사랑하는 엄니에게 바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오타 신고는 wendy99@.....

롤라런

이런 류의 구성이야 뭐 그렇게 새롭거나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어떤 중대한 선택이 삶에 가져오는 변화라기보다는 사소한 시간차에 의해서도 휙휙 달라질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달까. 똑같은 상황이 세번이나 반복됨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장면마다 또한 디테일한 재미요소들을 숨겨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 지나치는 사람의 미래 모습들을 스틸컷으로 처리한 장면들도 나름 신선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나면 반사적으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밖에 없다. 그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누군갈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또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용이의 입을 빌어 말한 박경리쌤 말처럼,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내 앞의 한 순간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장땡,이라는 안일한 결론에 도달해보기엔, 또 그건 너무 맘대로 안되는 일 아니더냐.

카라멜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한 남녀의 끈적끈적하면서도 달달한 카라멜같은 연애사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이 빈약한 상상력이라니) 사실 이 영화, 언니들 중심의 영화다.

유부남을 사랑하느라 정작 자신을 찾아온 사랑은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여자,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땅이 꺼질 듯 고민을 하는 여자, 그런 젊은 여인들 틈바구니에서, 도저히 자신에게 흐른 세월의 흔적을 인정할 수 없는 중년의 여자. 이제 남아 있는 것이라곤 지난 청춘 사랑받고 사랑하던 기억 뿐인, 반쯤 정신이 나간 치매 할머니와, 그 할머니를 돌보는, 그러한 이유로 찾아온 사랑 앞에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할머니, 아니, 여자. 

함께 모여 울고 웃고 이야기하며 찐덕찐덕한 고민들을 나누지만, 그들의 걱정과 고민은 늘 남성이라는 존재의 시선 안에 갇혀 있고, 그것으로부터 평생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참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고, 보이는 현상만 다를 뿐, 레바논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일면 그런 부분들을 모두 가지고 있을테니.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제약을 결국 넘어서지 못한 할머니, 얘기가 가장 와닿는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화장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머리도 손질하는 그 설렘을 붙드는 건 지독한 현실. 나는 자꾸만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의 한 장면,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면 지극히 현실적인 그림과 마주쳐야 했던, 마당에서 맴을 돌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엄마의 모습과 딸의 마음이, 그녀의 모습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만 같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8-09-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봤네요. 저도 연휴에 개봉작 하루에 한 편씩 보고 있다요. :)

웽스북스 2008-09-15 11:12   좋아요 0 | URL
오오, 저는 연휴에 다 본게 아니구요, 최근 2주 정도에 본거 몰아서 쓴거에요 ㅋㅋㅋㅋ 연휴에는 완전 집에서 뒹굴게 뒹굴게를 찍고 있었다는 ㅋㅋㅋ

다락방 2008-09-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찌마와 리와 카라멜이 저와 겹치는군요 ㅎㅎ

다찌마와 리는 좋긴 했지만 큰 웃음을 주진 않았어요. 대신 작은 웃음을 여러번 줬달까요.
카라멜은 그것이 단순한 연애이야기라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됐을것을 사랑을 앓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 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주연을 맡은 감독이 이제 막 시작하는 감독이니 앞으로 더 나은 영화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웽스북스 2008-09-16 01:38   좋아요 0 | URL
헤헷 맞아요 작은 웃음 여러번 ㅋㅋㅋ

그리고 카라멜, 저도 여자들의 이야기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흐흣 ^_^

니나 2008-09-1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에 삼각형은 삼각김밥뿐. (그렇담 기꺼이 당신 삼각김밥 속 볶음 고추장이 되어 드리겠어요.) 아흑 난 몰라 ㅋㅋㅋ

웽스북스 2008-09-16 01: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참치마요네즈 먹는데 ㅋㅋㅋ
 




현 시국과 맞아, 이 영화가 묵묵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이 영화를 보는 행위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육가공업체의 비도덕적 경영과, 비위생적인 쇠고기를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에, 그것봐 먹으면 안되잖아, 를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 속에는, 실은 광우병에서 시작했지만, 광우병이라는 좁은 의미에 천착되어서는 안되는, 그것을 통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보고, 이것들을 고민하며, 바꿔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우리가 고민해나가는 과정이 함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다. 경고!)

영화는 미국 내 패스트푸드 업체의 대표상품인 더 빅원에서 분변성 대장균, 그러니까 똥의 성분이 발견된 데서 시작한다. 회사의 마케팅담당자는 이 문제가 보고되자, 어떻게 패티에 똥이 묻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장을 직접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결국에는 그 공장의 기계화, 속도지향, 등으로 인해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내장이 터지고, 배설물이 튀겨져 나가도 그것을 위생적으로 제거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대로 상품화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이나,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보상조차도 거부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그 이후이다. 사고로 다리를 다친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내는 다시 그 곳으로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그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마케팅 담당자는, 다시 묵묵히 돌아가 더빅원의 판매촉진에 힘쓴다. 참 쓸쓸한 현실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소의 모습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마음에 남는 장면은 다른 데 있었다.

도축업체의 비리를 알게 된 대학생들이 이에 저항하는 방법을 논하는 과정, 거기에서 한 학생의 소들이 있는 울타리를 부수자,는 발언이 받아들여진다. 울타리를 부수면 소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것이고, 그 때 우리가 그들의 비리를 폭로하자,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라는 것. 그들은 그대로 실행에 옮기지만, 결국은 실패한다. 울타리를 부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떤 소도 그 울타리를 빠져나오지 않는다.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른 채, 꼬박꼬박 먹을 것을 제공해주고,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그 곳을 택하고, 결국 그들의 행동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짧은 장면 하나는, 비교적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다 함께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 길에 몸을 싣는 사람들.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당장의 편안함과 안전함 때문에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소를 탓할 수 없는 것처럼, 결국은 그런 소를 양산해낸 사회의 구조에 대항해야 함이 당연하나, 그것은 너무나 견고하기만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과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본다.  점점 먹을 것이 없어지고 있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가장 나쁜 놈들이고, 그런 놈들은 사회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는 게 과장님의 의견이었다. 맞는 말이다. 나쁜 놈들이지. 하지만 생각이 거기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의 도덕은 분명 사회에 중요한 구성요소이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저런 업자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개인을 양산해내는, 그 위의 더 큰 무언가로부터 기인한 사회적 합의(라고 누군가가 믿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것들)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더욱 악화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감독은 이러한 우려를 '패스트'라는 말이 가진 함의 속에 담아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전 세계가 패스트푸드'네이션'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7-0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우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소떼들을 자연스럽게 사람 특히 우리나라 국민에 접목시켜보면 아주 재미있는 비유가 나와요. 그냥저냥 경제만 살려주고 일자리만 늘려주면 좋다면서 웬만한건 그냥 대충 넘어가는 모습...

웽스북스 2008-07-10 02:10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정말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8-07-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과장님은 그걸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을까요?

2008-07-10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8-07-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회사, 좋아보여요.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나란히 이런 영화를 보러 가는 과장님이라면, 그래도 똘레랑스가 있는거잖아요!

웽스북스 2008-07-10 02:11   좋아요 0 | URL
ㅎㅎ 회사, 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제가 회사동료복은 그래도 좀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네꼬님한테 깨갱했지요
 


어제와 오늘, 극장에 이틀 연속 갔다. 이 두번의 극장방문의 공통점은

1. 우연히도 둘다 다큐멘터리였다는 것
2. 기쁘게도 둘다 알라디너와 함께였다는 것

어제 본 다큐멘터리는 마이클무어의 <식코> 그리고 오늘 본 다큐멘터리는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 였다.

식코를 보러 가면서 깐따삐야님과 이야기하기를, 내가 화씨911을 끝까지 안봤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가 당시에 끝까지 보고, 아래와 같은 평을 남겼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쩔거야 기억력 ㅜㅜ)

똑똑한 사람인 건 알겠고
영화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이 영화 보고는 마이클 무어한테 정이 안가네

이번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똑부러지게 알고, 자신이 알고 있는 강약 중간약 조절의 기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본인이 뻔히 알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어머 그런가요? 나는 마치 바보가 된 기분이에요' 라고 말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극대화를 시도해보이는 게 좀 얄미워보였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쉽고 간결하게 민간의료보험 제도의 폐해에 대해 이해하고, 심각성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 그래서 누구든 한번쯤은 봤으면 좋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리고 꼭 필요한 얘기를 적절한 시기에 꽤 선정적으로 내뱉을 줄 아는 저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인정하게 되니, 아...! 정말 얼마나 얄미운 사람인가...!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는 '어느날 그길에서'라는 작품이었다. 30개월을 지리산 주변 고속도로를 조사해 얼마나 많은 야생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어가는가에 대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조사하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는데, 투박하면서도 참 섬세한 느낌이다. 마이클무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는 반대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나 나는 순진해서(?) 이런 쪽에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더 마음이 간다.

한국고속도로공사에서는 1년에 길에서 죽는 야생동물의 수를 3천마리 정도로 추정했는데, 실제로 조사한 결과 수십만마리의 야생동물들이 길에서 죽는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사람의 삶에만 기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길에서 죽은 엄마동물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거리다가, 차가 오면 피하고, 또 다시 서성거리다가 그만 그 옆에서 차에 치여 죽어버린 동물의 삶, 차에 치여 죽을뻔한 것을 겨우 살려 한달을 키우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낸 후, 12번의 도로를 건너 힘들게 며칠간 겨우겨우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 다시 그 자리에서 똑같이 사고를 당해, 정말 처참하게 죽어버린 팔팔이(멸종위기의 삵)의 기구한 삶, 그 앞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팔팔이가 보고 싶어 길을 건너 찾아오다가 결국 차에 치어 죽은 수컷 삵의 사랑도 슬픈 드라마다. 두꺼비가 많아 두꺼비 '섬'자가 붙었다는 섬진강변 도로에서는 1년에 7천여마리의 두꺼비의 주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있다. (아, 나는 또 그 길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ㅜㅜ) 죽은 엄마 고라니의 뱃속에 들어있던 아기고라니들이 튀어나와 함께 죽음을 당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밀렵보다 무섭다는 로드킬(길에서 야생동물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야생동물 멸종의 더 공포스러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를 발견하기 위해 해당 동물 주검 발생지를 도로지도에 점으로 표시했는데, 충격적이게도 조사를 마친 후, 그 점들은 이어져 길이 되었다. 어느 곳에서 특별히 더 발생하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지점에서 끊임없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길을 나선 연구원들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동물들을 길위에서 모두 만나게 됐다'라는 다소 슬픈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레 차도 위에서 야생동물을 맞닥뜨려 사고를 내게 되는 경우에는, '쟤들이 왜 인간의 공간으로 내려와 사고를 당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실은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아마 나도 무심결에 그랬을 것 같다) 이건 굉장히 폭력적인 생각이다. 그들의 행동 반경 내에 있는 길이고, 오래도록 다니던 길이다. 그곳을 뚫고 들어온 건 인간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20분, 30분 단축을 위해 2차선을 4차선으로 늘리고, 똑같은 길을 가는 도로를 하나 더 만들겠다고, 끊임없이 그들의 터전을 훼손하고 생을 위협하고 있는 우리들, 어쩌면 빠름과 편리함에 젖어있던 우리 모두가 그들의 생에 대한 공동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30분이 그들의 생명보다 귀하다고는, 그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으니. 다큐멘터리에 함께한 이들은, 지금 그들의 보존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은 이제 그만 과도한 개발을 '멈춰달라는' 이야기에 더욱 힘을 싣는 듯 하다. 이제는 제발 멈추고, 공존하는 삶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누군가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말을 하고 있지만, 실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비슷한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점. 지금 열심히 가고 있는 그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점, 사람이든, 동물이든, 약자들과 공존하는 것보다는, 경제적 이기와 빠르고 편리한 것들이 주는 마약같은 달콤함에 젖어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작품 모두, 지금 나에게, 또 당신에게, 즉 우리에게 꽤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4-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코는 내일 오전에 보러가는데,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아직 우리지역에선 개봉을 안했네요. 꼭 봐야겠어요~~ 좋은 영화 소개 감사^^

웽스북스 2008-04-07 12:15   좋아요 0 | URL
하이퍼텍 나다 한곳에서만 개봉한 걸로 알려져있어요
이런건 좀더 많이많이 개봉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ㅜㅜ

식코는 재밌게 보셨어요?

순오기 2008-04-07 23:24   좋아요 0 | URL
방금 식코 보고 왔어요. 아줌마들 9명이서...오직 우리 뿐이었어요.ㅠㅠ
재미가 아니라 가슴이 아팠어요. 끝나고도 한사람은 우느라고 일어나질 못했어요. 이런 영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봐야하는데...
저녁엔 테이큰 시사회 초대해서 또 보러 갑니다. 후기는 나중에 올려야겠어요. 잘 될지 모르지만...

웽스북스 2008-04-09 21: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어제 식코를 다시 보면서
순오기님과 친구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Jade 2008-04-07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안할 수 없는 페이퍼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7 12:15   좋아요 0 | URL
흐흐흐 제이드님도 후기 남겨요!! 총명모드로 ^^

L.SHIN 2008-04-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어느 날 그 길에서> 영화를 보면 울거 같아요. 정말로.
동물이 많이 출현하는 지역은 외국처럼 속도제한과 '동물이 길을 건너요' 라는 표지판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동물에 대한 배려나 제도가 너무 미약합니다.

웽스북스 2008-04-07 12:16   좋아요 0 | URL
네.... 의식도 그렇고 제도도 그렇고, 정말 미약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보면서 에스님 생각 났었어요
에스님은 보면 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 통곡을 하실지도 몰라요 ㅜㅜ

L.SHIN 2008-04-07 17:08   좋아요 0 | URL
헉..그렇다면, 나중에 집에서 혼자 봐야겠다..( -_-)

웽스북스 2008-04-07 19:15   좋아요 0 | URL
음, 그래도 극장에서 보면 좋을텐데....

L.SHIN 2008-04-07 21:30   좋아요 0 | URL
그럼..가면을 쓰고...=_=

Mephistopheles 2008-04-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에 대한 제도나 배려도 개판 오분전인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마이클 무어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웬디양님이 "당하신 것"이 될지도 모른다죠. 그런 의미와 작정을 하고 다큐를 만들어버리니까요.^^

웽스북스 2008-04-07 12:16   좋아요 0 | URL
그죠, 제가 당한거죠 ㅋㅋㅋ
암튼 보통내기는 아니셔요 그양반 ㅋㅋㅋ

다락방 2008-04-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페이퍼는 추천이예요.

웽스북스 2008-04-07 19:15   좋아요 0 | URL
아이쿠 다락방님 ^_^;;

마늘빵 2008-04-0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는 식코 매우 좋았는데. 또 보고 싶어요. 모터보트는 정말이지... 으흐. 풍자와 그들의 현실 속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다가 웃다가 했어요.

웽스북스 2008-04-07 19:16   좋아요 0 | URL
아 나빴다는 얘기 아니에요 잘 읽어보면 ㅋㅋ
흐흐 전 우여곡절 끝에 내일 식코를 한번 더 보게 됐답니다
앞부분 얘기해드릴게요 ㅋㅋㅋㅋㅋ

별족 2008-04-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못 봤는데, 신랑이 작년 EDIF에서 마이클 무어에 대한 다큐를 보고, 마이클 무어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어요.

Mephistopheles 2008-04-07 16:36   좋아요 0 | URL
아마도 마이클 무어 뒤집어보기..라는 다큐 때문이신 듯 합니다. 전 마이클 무어를 보고 다큐를 봐야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먼저 그가 정한 다큐의 주제와 내용을 보고 마이클 무어는 나중에 살펴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웽스북스 2008-04-07 19:35   좋아요 0 | URL
그런 다큐멘터리도 있군요
별족님과 메피님 덕분에 알았어요

무어에 대한 평가가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한 평가와 같을 수는 없겠죠
맞는 말을 하고 그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겠지만
자꾸 심정적으로는 별족님 남편분께 막 마음이 가요 ㅋㅋㅋ

실은 내가 좀더 똑똑하다면, 막 분석해보고 싶은 사람이에요 마이클무어는 ㅋㅋㅋ

프레이야 2008-04-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식코 보고 왔어요.
로드킬을 다룬 그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보면 상당히 마음 아플 것 같아요.
황윤 감독의 변이 미덥더군요. 다큐는 객관적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그녀에게 다큐는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성찰하게 하는 작업이라고..
시사인 기사 중에서요. 웬디양님의 좋은 글에 추천^^

다락방 2008-04-07 23:0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시사인에서 그녀의 글을 읽었어요. 그래서 보고싶다고 생각했었죠. 혜경님과 제가 같은 기사를 읽었군요. :)

웽스북스 2008-04-08 11:5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기사 읽어보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요즘 시사인을 안읽어요
의식적으로 좀 쉬고있어요

그런데 또 보고싶은 마음이 스믈스믈 몰려오네요 흐흣

드팀전 2008-04-0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그 길에서>홈페이지에도 가보시지요...방명록에 글을 하나 남겼는데...찾아보세욤 ^^
전 마이클 무어의 쿠바씬과 관타나모씬에 대해서는 좀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는 단순히 '쿠바도 하는데 우린 못하냐'를 말하고 싶었다지만...다분히 쿠바정부의 프로파간다의 자장 속에 있어보여요.또한 관타나모와 소방관을 비교하는 대목은..자칫 하면 관타나모 내의 인권에 대한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도 있어보여요..^^ 즉 관타나모 수준이 미국의 준거가되야하는데 관타나모가 특별대우 받는 쪽으로 읽혀버릴 수 있다는...기우인가요?

웽스북스 2008-04-09 21:51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덕분에 홈페이지 가봤어요, 네이버 블로그로 돼있는 곳 맞죠?
그런데 저 머리가 나쁜가봐요 드팀전님 글을 찾지 못했어요
드팀전님 같은 분이 한분 계셨는데, 음, 그분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여성분이시더라고요 ㅜ_ㅜ 분명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다른 글들에서는 드팀전님의 느낌을 받지 못했었어요 ;;

어제 식코를 한번 더 보게 되서 결과적으로 2번을 봤는데 쿠바씬과 관타나모씬은 두번 다 서걱거리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극단으로 가져가서라도 미국인들의 감정에 정확하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게죠 ;;; 게다가 쿠바 소방서를 찾아가는 신도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두번째 보니 마이클무어에 대한 얄미움은 좀 누그러들더라고요 ㅎㅎ

드팀전 2008-04-0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여기 숨었는데 ㅋㅋㅋ

웽스북스 2008-04-09 23:47   좋아요 0 | URL
어라어라 드팀전님, 흠좀귀에요 흠좀귀 ㅋㅋ
흠좀귀가 궁금하시면 http://blog.aladdin.co.kr/wendy99/2026471 요 페이퍼 보시면 돼요 ㅋㅋㅋ

(헤헤 의외로 귀여우시네요 못찾겠다 꾀꼬리 막이러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