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그랬지만 어쩌다보니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동시다발이다.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감정들과 비슷한 상황인데,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겠다.

 

 

두꺼운 분량, 1/5 정도 읽어나가다 보니, '케빈'은 '미국'과 동일 선상에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압축해 보여주자니 영화에서는 적당히 생략한 부분과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에바와 프랭클린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걸 고심하는 장면에서 가장 미국적인 이름 '케빈'을 프랭클린이 주장한다. 사랑하지만 이질적인 두 사람이 케빈을 두고 양극성의 태도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둘은 미국을 두고도 그렇다. 프랭클린은 에바에게 반미주의자라고 쏘아붙인다. 

 

소설 <케빈에 대하여>는 강요된 모성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작가가 본 '미국에 대하여'로 읽힌다. 미국에 대한 냉소와 성찰일 확률이 높다. 케빈이 소시오패스로 태어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구체적인 날짜와 상황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열거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인이고, 욕망과 자의식이 무척이나 강한,  살이 찌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중성적 얼굴이 개성있는 자유모험가 에바의 편지로. 케빈 캇차두리안은 왜? 미국은 왜? 캇차두리안은 에바의 姓이다.

 

 

 

 

 

'여행할 권리'와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이후 김연수의 산문에 좀 낙담하여 심드렁했었는데

서평단 도서로 읽고 있다. 절반 쯤 읽었다. 한 마디로, 좋다!!  다시 애정이 가는 작가.

 책을 읽을 당시의 상황과 마음상태에 좌우되는 일이 흔하니 아마도 그런 탓이겠거니.

 

요령은 간단하다. 그냥 믿어버리는 거다.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이며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의심하지 말자. 남는 건 그걸 얼마나 더 세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뿐이다. ...... 어쩌면 우리는 이 삶에 '칭커'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말해야만 할 때가 올 것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이며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의심하지 말자. (93p)

 

 

 

 

 

 

 

통나무집 복층에서 다리 뻗어 올리고 읽은 책.  

휴가지에서 읽으면 딱 좋을 정도의 가벼움과 여유와 농담이 적절한 하루키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새하얀 바탕색 표지가 마음에 든다.

 

사람을 신뢰하면서 신용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것 역시 때로는 고독한 것이다.

그런 미묘한 틈, 괴리 같은 것이 통증을 초래하여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이런 건 그냥 미트 굿바이잖아'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55p)

 

미트 굿바이... 무리 모두에게 필요한 뭔가 살아갈 의지가 될 만한 밝고 긍정적인 신화!

 

 

 

 

 

 

조금 남겨둔 상태에서 서평단 도서와 다른 일들로 잠시 쉬고 있는 중.

사뒀던 책인데 영화 '미드나잇 파리'를 보고 당장 읽고 싶었다.

헤밍웨이가 젊은 시절 1920년대 초중반에 파리에 머물며 습작했던 시기의 기록이다.

흥미로운 건 거투르드 스타인과 핏츠 제럴드를 비롯해 문인들과의 소소하거나 솔직한

이야기, 뒷담화, 글쓰기에 대한 헤밍웨이 자신의 신조와 태도, 방식 같은 것.

책 뒷쪽에는 '사진으로 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흑백사진을 많이 실어뒀다.

상당한 식욕과 삶의 에너지를 지닌 작가 헤밍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내겐 너무 좋은 책.

 

그때 내가 쓴 작품은 <계절에 뒤늦은>이라는 아주 간단한 단편이었는데, 나는 그 작품을 쓰면서

노인이 스스로 목을 매는 결말 부분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그것은 나의 새로운 이론에 따른

결정이었다. 생략한 부분이 글의 내용을 더욱 강화하고, 그것을 계기로 독자가 단순한 이해 이상

의 뭔가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이든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86p)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쑤퉁의 소설집.

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 중이다. 절반 155쪽까지 완료.

쑤퉁 문학의 백미로 불리는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가 실려있다.

'처첩성군'은 장이모우 감독 공리 주연의 '홍등'으로 유명하다.

거침없는 표현, 생생한 묘사 등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쑹렌은 단박에 흥미가 식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이란 얼마나 무료한 것인가. 그건 역시 너가 나를, 내가 너를 속이는 게 아닌가.

사람이 입을 열면 바로 가식적으로 변한다.

(처첩성군, 44p)

 

 

 

 

 

 

 

1차 편집 중. 175쪽까지 완료. 편집하며 한 번 더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원작이 더 좋더라는 결론.

 

소비자신용은 일본경제를 지탱하는 큰 기둥, 그 기둥을 지탱하기 위해 해마다 몇 만명씩 되는

사람기둥을 세우는 어리석은 짓, 자살, 가족동반자살, 야반도주, 범죄로 까지 다른 사람을 끌어

들여 비극을 초래하는 사태로 내몰리는 다중채무자라는 인간 기둥을 세우는 짓은 그만둬야한다는 미조구치 변호사의 변. 그러기 위해선 비정상적인 고금리를 단속하자는 것.

"이것은 이 자제한법과 개정출자법 틈에 끼어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일이 탓할 수는 없다'는, 이른바 그레이 존에 속하는 금리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채무자 개개인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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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8-1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1.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 왜 실망 하셨어요? 어우 저는 그 책도 완전 좋았거든요. ㅠ.ㅠ
2. <케빈에 대하여>는 세 권을 두 권 값에 살 수 있는 할인기간에 사서 두고는,,, 쟤도 먼지만 먹고 있어요. 읽어야 하나,,, 고민,,, 언젠가는 읽겠지하면서 반 체념,,,요.
3. 저는 헤밍웨이를 자꾸 다르게 보게 되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성석제 작가의 리뷰 한 꼭지나 제프리 메이어스가 쓴 전기에서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구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도 젤다가 엄청 싫어하쟎아요. <앨라배마 송>에서도 헤밍웨이 나오는데요, 물론 소설인데, 혐오감 장난 아니에요. ㅎㅎㅎ 읽어보셔야 해요.
4. <화차>는 영화를 보고 싶어요. 둘 다 막 가슴 설레게하는 선남선녀. ^^

통나무집은,,, 그냥 부럽,,,워요,,, ㅠ.ㅠ

프레이야 2012-08-17 20:20   좋아요 0 | URL
세계의끝은 당시 제 심경이 그랬지싶어요. 이번 에세이로 다시 펼쳐보려구요. ^^
케빈은 꼭 읽어보심 좋겠어요. 영화도 좋았어요.
헤밍웨이는 참 다채로운 인물이 아닌가, 그런 느낌이랍니다. 그의 작품과 영화까지 어서 다 만나고싶은데ᆢ 구매해둔 것부터 부지런을 떨어야겠어요.ㅎㅎ
젤다와 헤밍웨이는 서로 호악의 기가 통했겠지요.
그런 건 느낌으로 충분하잖아요.ㅋ
젤다의 소설 소개해주셔서 고마워요. 담아뒀어요.

라로 2012-08-1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동시 다발성 책 읽기를 하고 있어요, 아니 그렇게 한 지 꽤 됐나?? ㅎㅎㅎ
암튼 케빈이라는 이름은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인기 있는 남자아이 이름 1위였어요.
영화에서는 알 수 없었던 좀 더 섬세한,, 이해가 되는 내용이 많군요!!
사실 영화에서 남편인 프랭클린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거든요.
암튼 언급하신 책 중 저도 마음에 둬놓은 책이 대부분이지만 전 과연 읽게 될지 의문이에요.
도서관에서 책을 잘 빌려 읽지 못하는 처지라 사서 봐야 하는데 또 살 생각을 하니 벌써 부담 백배!!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2-08-18 08:07   좋아요 0 | URL
나비님, 프랭클린에게 쓰는 편지로 소설이 이어지는데요, 그래서 에바가 갖고있었던 생각과 느낌이 아주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나요. 진실은 참 소중하면서도 두려운 것 같아요. 더 읽고 또 얘기할게요.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작품같아요. ^^ 세상에 읽어야할 책이 어찌나 많은지ᆢ 다 읽진 못해도 나비님은 이미 너무 많이 읽으시잖아요.

순오기 2012-08-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읽기를 제대로 못해서, 이러다 독서마라톤 완주도 힘들겠다 싶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마워요, 내가 읽은 건 이혼지침서 하나 뿐.
영화도 홍등과 화차만 봤고요.^^

프레이야 2012-08-19 10:46   좋아요 0 | URL
요즘 언니 여러모로 바쁘시죠.^^
정말 더위가 좀 가셔야 읽기도 좀 수월할 거 같아요~~~

자목련 2012-08-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세계 끝 여자친구>는 좋아하는 소설집인데^^

<케빈을 위하여>는 영화도 책도 모두 좋은가 봐요. 한데 저는 엄마라서, 읽기 두려워요..
쑤퉁의 소설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8-20 12:39   좋아요 0 | URL
세계의끝ᆢ당시 제 심경이 소설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거 같아요. 언젠가 다시 보려고 잘 갖고있답니다.^^ 자목련님, 케빈에대하여,는 두렵다고 하시는분들 적지않은데 그래도 하나를 고른다면 영화보다책을 더 권하고싶어요.♥

세실 2012-08-2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는 제목부터 유머러스 합니다.
마음이 산만해서 깊게 생각할 수 없을때 읽으면 좋겠죠? ㅎㅎ

프레이야 2012-08-20 17:54   좋아요 0 | URL
네, 세실님, 표지그림도 우스꽝스럽고요.ㅎㅎ 한 쪽 눈썹이 ㅋㅋ
가볍게 터치하는 글, 정말 딱 그런 기분일 때 부담없이 실실거리며 웃을 수 있는 책이에요.

2012-08-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파리는 날마다 축제, 라니 읽기도 전에 읽고 나서 파리를 가고 싶네요.ㅎㅎㅎ
이런 책이 집에 떡 하니 대기 중이라니 부럽네요~~~. 미드나잇 인 파리 보고 나서, 읽기 매우 적절해요! ^^

프레이야 2012-08-20 23:35   좋아요 0 | URL
원제는 '움직이는 축제'라니. 헤밍웨이는 어딜 가든 축제를 즐겼고 실제로도 스페인 축제를 가기위해
돈을 모으고 그랬더군요. ^^ 어서 지금 할 일 해놓고 이 책 마자 읽고 싶어요. 조금 남았거든요.
헤밍웨이는 참 아니 누구든 그렇겠지만 알다가도 모를, 다채로운 사람 같아요. 에너지도 굉장히
풍부하고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총 614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목차부터 살펴보니 모두 28장의 편지글.

2000년 11월 8일자 편지를 시작으로 2001년 4월 8일자 편지가 끝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원작이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

방금 도착해 따끈따끈!!!  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내용은 주인공 에바가 남편 프랭클린에게 쓴 편지인데, 그 첫 문장은 이렇다.

 

오늘 오후에 일어났던 그 사소한 사건으로 어쩌다 당신한테 편지까지 쓰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저자 라이오넬 슈라이버(Lionel Shriver)는 남자이름이라 혼동되었는데 원래 이름은 마거릿 앤 슈라이버다.

스스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15세 때 보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라이오넬로 바꾸었다고 한다.

책날개에 실린 흑백 사진 얼굴이 무척 개성있고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 작품은 2005년 오렌지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세상에 나온 지 7년이나 되었다.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라고 적혀있다.

영화 속 케빈의 그 병증이 '소시오패스'였구나.  사이코패스하고는 다른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본 용어다.

대충 쓰윽 읽어봐도 영화가 원작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는 인상인데, 좀 다른 건 영화에선 부부가 그런대로

잘 지내고 남편이 자상한 성품으로 나오지만, 책에서 에바는 서로 자주 싸웠던 기억만 있다고 쓰고 있다.

에바의 심리적 기억일 거라고 생각된다.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마지막 편지의 끝부분을 읽는다.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1983년 4월 11일, 내게 아들이 태어났고 난 아무 느끼이 없었다는 거.

다시 말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큰 법이야.

그 아이가 내 가슴 위에서 몸부림쳤을 때, 내 젖이 싫다고 몸을 웅크렸을 때, 난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 애를

퇴짜 놓아버렸어.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612p)

 

지금 읽고 있는 '지지 않는다는 말'을 밀쳐두고? 아니 동시다발로 읽어야겠다. 할 일도 있는데 그거부터 끝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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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랜만에 알라딘에 글 하나 쓰고 있고, 방청소도 해야하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하고, 방학숙제로 독후감도 세 편 써야하고, 그러기 위해 책을 서너권 읽어야 하고, 소설도 한 편 뚝딱 완성해야하는데... 시....시간이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예요 ㅠㅠㅠㅠ 꺄 ㅠㅠ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지인짜 오랜만이에요ㅎㅎ소설도 한편 뚝딱이요? 말만 들어도 왠지 근사해요. 편한마음으로 뚝딱 써봐요! 얍! 요샌 시간이 빈둥대다 다가는 거 같아요 전. 더워서 그런지ㅋㅋ 더위탓만해ㅋ 오늘 여긴 지금 비와요 그곳은 어떤가요? 비 많이오나요?

마녀고양이 2012-08-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시오패스>라는 단어에 굉장히 흥미가 가버렸어요.
그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요. 자폐증 역시 부모와 교감이 안 되지만, 악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의 화이트칼라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거든요.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그러면서 자신의 특징이나 상대의 특징을 인지적으로 잘 파악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게 특징이지요. 뇌의 공감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못해서 그렇거나 초기 유아적 어머니와 문제 때문이라는데, 아직 결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구요.... ㅠㅠ

너무너무 흥미가 가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읽고나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프레이야 2012-08-15 16: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고 하던데 영화에서도 여동생을 신체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해놓고도 전혀 죄책감 같은 걸 느끼질 않는 장면이 나와요. 부모가 그 대목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야되는데 아빠는 그냥 좋게만 보고 진실을 덮으려는 경향이 있고 엄마는 직접 당하는 입장에서 뭔가 대단히 무서운
일이라는 걸 느끼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이 책 달여우님이 읽어보면 더 좋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12-08-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저는 오늘 아침으로 <닥치고 정치>를 다 읽었답니다. 이렇게 한 박자 늦게, 아니 몇 박자 늦게 읽는 게
제 습관이에요. 많이 팔린 책은 이미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책을 읽는 거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 표현 좋고요. ㅋㅋ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 누구나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 생각되어요. 치명적인 실수이다, 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인간이니까, 로 보게 돼요.
오늘 서울은 비가 와서 시원한 날이에요. ^^

프레이야 2012-08-15 16:41   좋아요 0 | URL
저도 대개는 몇박자씩 늦은 읽기를 하는 편이에요.
페크님 정말 우리는 우리가 정작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때는 시간이 제법 지나서일 때가 많아요. 사람이니까, 네, 그렇게 자신에게부터 너그러워져야겠어요. 여긴 오늘 비가 오락가락 완전 변덕을 죽끓이듯 하고있어요. 좀 눅눅해도 바람이 시원하네요. 요즘 진짜 눈이 무쟈게 아파요ㅠ 흑흑

블루데이지 2012-08-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라는 프레이야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더 짜릿짜릿해요!
이런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2-08-16 08:29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더운 날씨에 몸조리는 잘 하고 계신가요?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지내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저 같으면 맨날 짜증내고 축 쳐져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 무지하게 두꺼운데, 영화에서 다 못 나온 이야기도 있고 좋으네요.
물론 그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서도 잘 녹여낸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도 인용이 되어 있지만, 그녀가 아이가 생기는걸 원하지 않는 이유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너무 공감을 해버렸어요. '내 스케쥴이 내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내가 먹고 싶은걸 먹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등에서 나 역시도 심하게 불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어떤 부조리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런것들을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모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인걸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나에게도 그것은 생기지 않을 확률은 높지 않을까 까지. 아주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프레이야님, 인용하신 마지막 편지 전에, 그러니까 케빈이 한 짓들이 그것 말고도 다른것도 더 있다는 걸 알면서, 저는, 너무 힘들어져 버렸어요. 케빈의 엄마가 저렇게 편지를 쓰면서라도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졌어요. 프레이야님은 다 읽고 어떤 감상을 토해내실지 궁금해요.



덧) 보내주신 것,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마워요^^
이 책, 백여 쪽 넘어 읽었어요. 저도 너무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아르메니아인이었어요, 에바가요. 책에 묘사된 에바의 외모도 틸다 스윈튼이 적격이었구나,
했어요. 영화에선 다 말 되어지지 않거나 축약이나 은유된 부분들 책으로 읽으니 좋으네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부모를 끊임없이 용서하며 산다고 해요. 그런 말을 우연히 들었는데
공감되지 않나요? 케빈도 에바도 프랭클린도, 에바를 비난한 메리도 자신의 입장에선 어떤 이야기도
자신에게 할 수 있겠거니 싶어요. 에바의 길고 긴 사연이 궁금ㅎㅎ 다른 것도 해야되는데..ㅠ
 

 

[내꺼]

 

 

김선우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노동,

그게 싫어,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라고 편안히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인을 업어

강 건네준 후 여인을 잊는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 늘 도 다 만 사 랑 한 다......

 

 

 

 

 

 

 

 

 

 

 

 

 

 

 

 

 

 

-------------------------

 

햇살은 바람은 공기는

바다는 하늘은 대지는 공평하다.

내 것이 아니면서 내 것인 그것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어디에나 속한다.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노동'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래서 힘이 드는구나.

소유하려함으로써 나는 노동을 하는구나 중노동을 하는구나.

그것도 햇살의 반대편 그늘의 노동을.

다만 사 랑 하 면 될 일을.

다만 고 마 워 하면 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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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8-11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격'이라는 문법 용어에도 우리는 민감해지지요.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거의 본능인가요.
어차피 갈때는 다 두고 갈것을 말이지요.
김선우 시인의 낭낭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2-08-11 10:12   좋아요 0 | URL
소유격은 목적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니, 목적격 없이 주격만으로 사랑하는 삶은
어떤 걸까 생각해보게 되어요, 나인님.^^
김선우 시인은 산문도 참 낭낭한 것 같던데 나인님은 목소리를 직접 들으신 것 같으네요.
입추가 지났지만 더위는 아직 기승이에요. 오늘 비가 온다더니 일기예보가 전혀 맞질 않네요.
모쪼록 즐기는 여름 되시길^^

L.SHIN 2012-08-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을, 대지를, 공기를, 바다를, 이 지구를
내 것이 아닌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나도 이 세상 그 무엇도 소유하려고 하지 얂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세상은 이런 나를 잘 이해 못 하는군요(웃음)

약 15년 만이네요, 내 마음에 닿은 시가.

프레이야 2012-08-11 19:26   좋아요 0 | URL
이해는 원래 불가한 영역인긴봐요. 지구인은요ㅎㅎ
외계엘신님은 지구도 사랑하네요. 역쉬!
시가 15년만에 마음에 와닿으셨다니 너무 그리
오래진않은것 같아요^^ 무언가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뭐. 히히~~

실비 2012-08-1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하려함으로써 나는 노동을 하는구나 중노동을 하는구나.'
이부분이 왠지 공감이 가는 이유는 몰까요. ㅎㅎㅎ
여러생각과 공감이 교차되는시네요 ^^

프레이야 2012-08-12 00:08   좋아요 0 | URL
실비님, 그 구절은 제 소감이에요.^^
사랑을 소유하지않고도 사랑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싶어요.

네꼬 2012-08-1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가 시고 어디가 감상인지 알 수 없는, 통째로 아름다운 페이퍼군요!

프레이야 2012-08-13 19:15   좋아요 0 | URL
네꼬님, 박성우 시인은 '시는 아침밥'이라고 말하던데요
제게 시는 뭘까, 하다가도 이런 시 한 구절에 그냥 와락 안길 때가 있어요.
품넓은 가슴 또는 기댈 수 있는 어깨 같은 것이랄까요. 히히~ 좋아요, 네꼬님.^^
 

 

 

 

탁족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 입을 때

흔들어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앚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들!

인간의 손을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그대로 새겨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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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0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 시를 보니 발 한 번 시원한 개울물에 담가본 것처럼 좀 시원해졌어요. 요즘 서울 거리를 지나는 건 '걷는다'가 아니라 '삶긴다'에요. ㅎㅎ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뜨끈한 거 먹고는 후회했어요. 조금의 뜨거움에도 참을성이 없어지나봐요. 그래도 이러다가 어느 날 문득 더위가 한 걸음 물러서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려나요?

프레이야 2012-08-06 07:52   좋아요 0 | URL
만치님, 무더위에 뜨끈한 거 잘 드셨네요.
그렇게 땀 흘리고 나면 오히려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더운 건 더운 거에요. 그죠? 한낮에 걷는 건 어딜가나 삶기는 거일걸요.ㅎㅎ
이러다 금세 더위가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싶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2-08-0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도 많이 덥죠?
신랑회사 동료중 몇몇이 서울 있다가 부산에 오니 너무 시원해서 좋다라는 소릴 한다네요?@.@
부산은 정말로 시원한가요?ㅋ
여긴 한낮만 좀 덥고,그나마 좀 시원한 편인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구요.
건강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08-06 07:55   좋아요 0 | URL
나무님, 어딜 가나 더워요.ㅎㅎ
부산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바다 가까이 가면 아무래도 바람이 좀 다르긴 해요.^^
해가 질 무렵이면 좀 살 것 같아요.
이쁜 아이들이랑 시원하게 건강히 지내세요.~~

2012-08-0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읽고 시원해졌어요..
아, 부산. 부산의 산과 바다와 집들이 함께 있는 풍경 사랑해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2-08-06 22:33   좋아요 0 | URL
섬님, 좀 시원해지셨어요? ㅎㅎ
마지막 행, 기막히지요.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라니요. ^^

꿈꾸는섬 2012-08-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탁족하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2-08-06 23:02   좋아요 0 | URL
히히~~ 꿈섬님 탁족이란 말이 새삼스러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한 곳에 자리를 잡거나 한가지 일에 의지한다는 뜻과 잠시 머무른다는 뜻이 더 있더라구요.
화끈한 문신을 새긴 모기들은 그런 식으로 탁족하는 걸까요? 엉뚱한 생각이..ㅎㅎ
발을 담그고 씻는 행위가 그런 의미까지 갖는 걸까요.
그럼 서로 탁족을 해주는 행위는 어떤 마음일까싶어요.
계곡물에 발 담그면 시원할 것 같아요.^^

세실 2012-08-0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프레이야님^*^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시는거죠?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가고 싶네요. 왜 몰랐을까? ㅎ
도서관은 에어컨 들어와서 시원하네요.

프레이야 2012-08-09 21:3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무더위도 한풀 꺾였네요. ㅎㅎ
잘지내고 계시죠? ♥ 도서관이 젤 시원한것같아요.
부석사는 가봤지만 저도 오전약수 골짜기는 몰랐어요. ^^

2012-08-1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0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8-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감하게, 핸드폰을 못 받을 상황에서는 꺼버려요.
그래도 연락할 사람은 문자를 넣겠지, 그런 정성도 없는 사람과 굳이 통화해야 할까? 머 이런 생각이요...

가만보면 저는 정말 요즘 배짱 편하게 변하고 있는거 같아요.

언니, 오늘 드디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오늘 하루 여유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내일부터........... 다시 막막한 일정 시작이거든요. ㅋㅋ

프레이야 2012-08-10 21:28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저도 받지 못할 상황이면 넘겨 버리곤 해요.
나중 다시 오거나 제가 다시 하면 되지요.ㅎㅎ
마음 편한 게 최고에요!!!
내일부터 다시 바쁜 거에요? 너무 바쁘진 말고 적당히요~~~ 달여우 귀여워요.^^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8월의 둘째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조금만 견디면 지나간다.

어제부터 이곳엔 태풍의 기운이 약간은 있어 그 덕을 보는 셈이다. 바람이 불어드니 조금은 낫다.

그래도 체질이 바뀌는 건지 온몸의 피부로 열이 뻗치고 올라와 그 열에 내가 녹을 지경이다. 기운없어 ^^

이런 날 함께 무더위를 이겨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건 어떨까.

이런 에세이라면 무더위 날리는 데도 좋을 것 같다!!!

 

 

1. 안철수의 생각

 

우리 시대, 희망과 변혁과 상식의 키워드가 되고있는 안철수의 생각을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기대하는 수준 이상일 거라 생각된다.

특히, 3부 컴퓨터 의사가 보는 아픈 세상,에 담긴 생각이 궁금하다.

 

3부 목차

기업에도 독이 되는 고용 없는 성장
- 정리해고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중산층이 쓰러진 승자 독식 사회의 풍경
- 9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
교육 개혁을 넘어 사회 개혁을
- 입시 경쟁 사교육과 학교폭력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시대로
- 일본 원전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무조건 FTA 하라고?
- 식량 안보 시대에 우리 농업이 살 길
소통 부재와 개발만능주의 정부가 빚은 참극
- 강정마을과 용산 참사
국가가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코미디
- 언론사 파업 사태와 표현의 자유
<완득이>,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
- 여성, 장애인, 그리고 다문화사회


 

 

 

2. 의자놀이 / 공지영 / 휴머니스트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문제제기와 고발을 해온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그림도 의미심장하다.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 잔혹한 의자놀이와 연이은 죽음에 대해 작가 공지영은 “쌍용자동차는 또 다른 도가니”라고 말한다. 고통과 죽음이 전염병처럼 번질 것 같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토록 깊게 드리운 것일까.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공지영의 쌍용자동차 이야기 《의자놀이》.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작가에게 무언가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듯이, 오늘 우리가 쌍용자동차 사태를 묵과한다면 또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의자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 휴머니스트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3. 엄마와 연애할 때 / 임경선 / 마음산책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굴레로 덧씌워진 '모성'이라는 이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네가 태어나기 전이 난 훨씬 행복했어"라고 똑똑히 말하고 아들은 본능적으로

획득한 분노와 상실감에 엄마를 괴롭힌다. 평생을 안고 가야할 이들 죄책감과 애증의 굴레가

너무나 가슴 아프면서도 섬뜩했던 영화다.

 

<엄마와 연애할 때>는 아들이 아니라,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딸로 태어난다는 것 딸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늙어가고 딸도 늙어간다. 함께 나이들어가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목차만 봐도 끌린다. 나도 엄마의 딸이고 딸의 엄마이니 더욱.

 

"엄마들은 때때로 애를 내동댕이치고 싶지만 상상으로만 그럴 뿐이고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데 나는 실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눈가에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로 잠든 구슬픈 모습에 나는 감정이 북받쳐 ‘딸아 미안해’ 이러면서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는데, 울음은커녕 열 받은 가슴은 아직 진정될 기미조차 안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나도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우리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던 것 같다. 윤서는 조금 부은 눈으로 첫날밤을 같이 보낸 애인을 쳐다보듯,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96쪽, 「괴물」에서 - 알라딘 제공)

 

이 인용문에서처럼 나도 첫아이를 침대에 내동댕이 치고 머리를 후려갈기고 발로 걷어찬 적이 있다.

고백이다. 하루종일 울어대는 아이를 밤잠을 못자고 업고 안고 재우고 먹이고 씻기고 배변 뒷처리에 아프면 밤을 새고

병원에 업고 뛰어다니고, 아무튼 달처럼 방긋거리기만 하지 않는 아이는 매사 서툴고 엄마가 될 준비도 되지 않은,

이기적인 애송이 엄마에게 괴물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세상에 덩그러니

나와 외로움과 두려움에 몸을 떨며 기댈 곳을 찾는 아이에게 그런 엄마 또한 괴물로 보이지 않을까.

둘째를 기를 땐 좀더 수월하고 아이에게도 상대적으로 관대해지는 이유는 '모성'에 익숙해졌거나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케빈의 엄마가 케빈을 내동댕이 쳐서 팔을 부러뜨렸을 때를 회상하며 케빈은 "엄마의 본성이 잘 드러난 사건"이었다고

잔인한 눈빛으로 일침을 놓는다. 아이와 엄마는 끊임없이 기싸움을 하고 서로 익숙해져가는데

어린 케빈의 말처럼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엄마는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단다.'

엄마와 자식이 서로 화해하고 죄책감과의 이별을 하며 행복과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 책이 선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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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0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연애할 때, 나도 이거 보고 싶어요.
엄마와 딸의 관계에 많은 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서...
의자놀이는 꼭 봐야 할 책일 거 같고요.

프레이야 2012-08-02 23:00   좋아요 0 | URL
호호~ 그죠? 언니. 저도 이 책이 선정되면 좋겠어요.
셋 다는 욕심일거구요. 날이 너무 더워서 축 처져 있어요.
언니, 무더위에 건강히 지내고 계세요.^^

비로그인 2012-08-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저를 이불위에 던져버리신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랬더니 아기가 지 죽을 것처럼 마구 울어대더라고..
그래서 다시 토닥 토닥 안아서 달래주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음... 두 딸과의 연애..를 하시는 프레이야님.. 그래도 그녀들을 사랑하실 수 밖에 없으실.. 엄마이신게 ..
부러워요.. ~~아직 딸이 없는 저로서는 .. ㅠㅠ

프레이야 2012-08-04 09:23   좋아요 0 | URL
현대인들님도 엄마를 못살게 군 아기였군요.^^
저도 엄마에게 까탈스레 군 아기였고 제 딸도 저에게 그랬어요.ㅎㅎ
저의 엄마도 저를 내동이친 적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도 딸은 영원한 친구라는데요^^


다락방 2012-08-0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는요 프레이야님, 엄마가 케빈에게 '나는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단다' 라고 결코 말해주질 않아요. 왜냐하면 정말 그녀는 그렇다고 생각하질 않았으니까요. 프레이야님의 글, 마지막 부분을 읽는데 다시 그 책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워져요.

[안철수의 생각]은 다 읽고 난 후의 프레이야님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저는 입시경쟁과 학교폭력 부분이 확 와닿질 않았거든요.

프레이야 2012-08-04 09: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영화에서 그 대사는 나오지 않고 삽입음악의 가사로 자막이 흘러요.
반복해서요. 케빈의 엄마도 자신이 혼동스러운 그런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거꾸로 원작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안철수의생각,은 너무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암튼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지적하신 그 부분이 어떤지 더 궁금하네요.

2012-08-03 0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3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8-0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의 책의 제목이 제가 다 알고 있는 책이네요. 그 만큼 홍보가 잘 된 책인 듯... 그 내용은 짐작만 합니다.
아이를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 당연히 있죠. 첫애는 순해서 수월하게 키웠는데,
둘째는 엄청 울어 애먹었어요. 밤잠을 자다가 꼭 한 번은 깨서 울어서 아예 새벽 두세 시에
아이를 엎고 거실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재우는 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죠. 1년 넘게 그런 것 같아요.
다시 하라면 못해요.ㅋㅋ
만약 둘째도 순했다면 저는 한 명 더 낳았을지 몰라요.ㅋㅋ 그때 육아에 질려서 그만 낳았다는...ㅋㅋ
자식들은 엄마를 훈련시키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 참고 견딜 수 있나, 하고...^^

프레이야 2012-08-04 09:3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아기들은 저랑 반대네요. 진짜 고생 많으셨군요.
전 첫애가 더 힘들었어요. 둘째도 만 삼년까지는 밤잠을 안 자서 밤마다 제가 업고 꼴딱 밤을
새웠어요. 둘째는 그것 빼고 낮에는 수월했군요. 첫애는 하루종일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첫애는 엄마로서도 초보니까 더 그랬지싶어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아이들 ㅎㅎ

moonnight 2012-08-0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씨책은 읽지 않을거같고, 공지영 작가의 책은 예전에안녕을 고했어요-_-; 그치만 '엄마와 연애할 때'는 꼭 읽고싶네요. 케빈에 대하여는 아마도 어둠의 경로로 봐야할 듯 한데;; 관심 많이 가는 영화입니다.

프레이야 2012-08-04 09:34   좋아요 0 | URL
달밤님, 공지영의 책, 저는 예전에는 별로였는데 도가니 이후 지리산행복학교도 좋던걸요.
의자놀이는 관심가는 책이에요.^^
케빈에 대하여,는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어떠신가요?? 착한 딸이에요 달밤님은.

꿈꾸는섬 2012-08-0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목할만한 신간에세이들이네요. 세 권 모두 궁금해요.^^

프레이야 2012-08-04 09:35   좋아요 0 | URL
꿈섬님, 그죠그죠? ^^
읽고싶은 책들이 많은데 여름이라 그런지 부산스러워요.
시원한 데서 조용히 책이나 읽고 있으면 좋겠어요.

2012-08-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진짜 세 권 겹치네요. 프야님. 뭐가 선정될까~~요~. (두구두구두구)

프레이야 2012-08-06 22:39   좋아요 0 | URL
두구두구두구~~~~~~
뭐가 되도 좋지요.^^ 행복의 충격,도 좋은데요.^^

라로 2012-08-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의 생각도 읽어보고 싶지만 저는 그의 부인인 김미경 씨의 생각이 더 궁금해요,^^;;
전 정말 청개구리에요, 닉네임을 청개구리로 해야 했는데 말이에요, ㅋㅋ

프레이야 2012-08-07 07:53   좋아요 0 | URL
히히 청개구리님ㅋ
여자가 궁금하다는 폐이퍼 기억나요.
나비님은 남자옆의 여자가 더 궁금하시다는ᆢㅎㅎ
안,김,그리고 딸 세식구가 미국어서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공부시했다는, 대목 기억나요.
덥긴한데 오늘이 벌써 말복에 입추인가봐요.
매미소리 울울창창한데ᆢ무더위랑 잘지내고있다가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