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need to talk about Kevin.

 

총 614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목차부터 살펴보니 모두 28장의 편지글.

2000년 11월 8일자 편지를 시작으로 2001년 4월 8일자 편지가 끝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원작이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

방금 도착해 따끈따끈!!!  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내용은 주인공 에바가 남편 프랭클린에게 쓴 편지인데, 그 첫 문장은 이렇다.

 

오늘 오후에 일어났던 그 사소한 사건으로 어쩌다 당신한테 편지까지 쓰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저자 라이오넬 슈라이버(Lionel Shriver)는 남자이름이라 혼동되었는데 원래 이름은 마거릿 앤 슈라이버다.

스스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15세 때 보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라이오넬로 바꾸었다고 한다.

책날개에 실린 흑백 사진 얼굴이 무척 개성있고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 작품은 2005년 오렌지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세상에 나온 지 7년이나 되었다.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라고 적혀있다.

영화 속 케빈의 그 병증이 '소시오패스'였구나.  사이코패스하고는 다른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본 용어다.

대충 쓰윽 읽어봐도 영화가 원작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는 인상인데, 좀 다른 건 영화에선 부부가 그런대로

잘 지내고 남편이 자상한 성품으로 나오지만, 책에서 에바는 서로 자주 싸웠던 기억만 있다고 쓰고 있다.

에바의 심리적 기억일 거라고 생각된다.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마지막 편지의 끝부분을 읽는다.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1983년 4월 11일, 내게 아들이 태어났고 난 아무 느끼이 없었다는 거.

다시 말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큰 법이야.

그 아이가 내 가슴 위에서 몸부림쳤을 때, 내 젖이 싫다고 몸을 웅크렸을 때, 난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 애를

퇴짜 놓아버렸어.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612p)

 

지금 읽고 있는 '지지 않는다는 말'을 밀쳐두고? 아니 동시다발로 읽어야겠다. 할 일도 있는데 그거부터 끝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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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랜만에 알라딘에 글 하나 쓰고 있고, 방청소도 해야하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하고, 방학숙제로 독후감도 세 편 써야하고, 그러기 위해 책을 서너권 읽어야 하고, 소설도 한 편 뚝딱 완성해야하는데... 시....시간이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예요 ㅠㅠㅠㅠ 꺄 ㅠㅠ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지인짜 오랜만이에요ㅎㅎ소설도 한편 뚝딱이요? 말만 들어도 왠지 근사해요. 편한마음으로 뚝딱 써봐요! 얍! 요샌 시간이 빈둥대다 다가는 거 같아요 전. 더워서 그런지ㅋㅋ 더위탓만해ㅋ 오늘 여긴 지금 비와요 그곳은 어떤가요? 비 많이오나요?

마녀고양이 2012-08-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시오패스>라는 단어에 굉장히 흥미가 가버렸어요.
그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요. 자폐증 역시 부모와 교감이 안 되지만, 악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의 화이트칼라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거든요.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그러면서 자신의 특징이나 상대의 특징을 인지적으로 잘 파악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게 특징이지요. 뇌의 공감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못해서 그렇거나 초기 유아적 어머니와 문제 때문이라는데, 아직 결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구요.... ㅠㅠ

너무너무 흥미가 가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읽고나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프레이야 2012-08-15 16: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고 하던데 영화에서도 여동생을 신체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해놓고도 전혀 죄책감 같은 걸 느끼질 않는 장면이 나와요. 부모가 그 대목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야되는데 아빠는 그냥 좋게만 보고 진실을 덮으려는 경향이 있고 엄마는 직접 당하는 입장에서 뭔가 대단히 무서운
일이라는 걸 느끼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이 책 달여우님이 읽어보면 더 좋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12-08-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저는 오늘 아침으로 <닥치고 정치>를 다 읽었답니다. 이렇게 한 박자 늦게, 아니 몇 박자 늦게 읽는 게
제 습관이에요. 많이 팔린 책은 이미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책을 읽는 거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 표현 좋고요. ㅋㅋ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 누구나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 생각되어요. 치명적인 실수이다, 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인간이니까, 로 보게 돼요.
오늘 서울은 비가 와서 시원한 날이에요. ^^

프레이야 2012-08-15 16:41   좋아요 0 | URL
저도 대개는 몇박자씩 늦은 읽기를 하는 편이에요.
페크님 정말 우리는 우리가 정작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때는 시간이 제법 지나서일 때가 많아요. 사람이니까, 네, 그렇게 자신에게부터 너그러워져야겠어요. 여긴 오늘 비가 오락가락 완전 변덕을 죽끓이듯 하고있어요. 좀 눅눅해도 바람이 시원하네요. 요즘 진짜 눈이 무쟈게 아파요ㅠ 흑흑

블루데이지 2012-08-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라는 프레이야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더 짜릿짜릿해요!
이런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2-08-16 08:29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더운 날씨에 몸조리는 잘 하고 계신가요?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지내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저 같으면 맨날 짜증내고 축 쳐져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 무지하게 두꺼운데, 영화에서 다 못 나온 이야기도 있고 좋으네요.
물론 그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서도 잘 녹여낸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도 인용이 되어 있지만, 그녀가 아이가 생기는걸 원하지 않는 이유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너무 공감을 해버렸어요. '내 스케쥴이 내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내가 먹고 싶은걸 먹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등에서 나 역시도 심하게 불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어떤 부조리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런것들을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모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인걸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나에게도 그것은 생기지 않을 확률은 높지 않을까 까지. 아주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프레이야님, 인용하신 마지막 편지 전에, 그러니까 케빈이 한 짓들이 그것 말고도 다른것도 더 있다는 걸 알면서, 저는, 너무 힘들어져 버렸어요. 케빈의 엄마가 저렇게 편지를 쓰면서라도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졌어요. 프레이야님은 다 읽고 어떤 감상을 토해내실지 궁금해요.



덧) 보내주신 것,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마워요^^
이 책, 백여 쪽 넘어 읽었어요. 저도 너무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아르메니아인이었어요, 에바가요. 책에 묘사된 에바의 외모도 틸다 스윈튼이 적격이었구나,
했어요. 영화에선 다 말 되어지지 않거나 축약이나 은유된 부분들 책으로 읽으니 좋으네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부모를 끊임없이 용서하며 산다고 해요. 그런 말을 우연히 들었는데
공감되지 않나요? 케빈도 에바도 프랭클린도, 에바를 비난한 메리도 자신의 입장에선 어떤 이야기도
자신에게 할 수 있겠거니 싶어요. 에바의 길고 긴 사연이 궁금ㅎㅎ 다른 것도 해야되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