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저씨와 폴 아저씨 알맹이 그림책 12
만다나 사다트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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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기억은 적어도 13년 정도의 세월을 거슬러간다. 내 어릴 적에는 그림책을 좋아했는지 당연히 기억에 없고 그저 그림이 있는 동물도감에 나오는 개미핥기와 나무늘보에 열광하더라는 친정엄마의 회고담이 기억에 있을 뿐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지만 유독 문자를 빨리 깨우치고 책읽기를 좋아하던 큰딸아이를 위해 좀더 좋은 그림책을 찾게 되었다. 그림책의 고전이라 불릴 만한 명작을 비롯해 참신한 그림책들까지 당시 내가 소장하고 싶었던 그림책을 사모으기 시작했었다. 모 대학의 독서지도사 과정 중에서 특히 그림책지도 수업이 가장 흥미로웠고 당시 젊은 여자선생님이 들려주던 그림책에 관한 놀라운 진실들이 나를 매혹의 그림책 세계로 점점 더 끌어당겼다. 행복한 늪이었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었으니. 

당시 큰딸이 네다섯살 쯤에 가장 좋아했던 그림책은 모리스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였다. 싫어하는 그림책은 다시 보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딸아이가 네살쯤인가에는 하야시 아키코의 '목욕은 즐거워'를 가장 좋아했다. 역시 아이들은 다 다르고, 또 같기도 하다. 놀이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그림을 좋아한다는 점이 그렇다. 지금도 어린 조카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갖고 있는 그림책들이 작은아이 방 책꽂이 한 면 가득하다.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그림과 간결한 글이 주는 위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게다가 동심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의 힘도 가벼이 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말이 또다른 오해를 불러오고 마음의 평화를 더 흐트리기 쉬울 때, 그냥 그림책 한 권을 펼쳐드는 것이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가벼우면서도 깊은 그 세계로 들어가면 근심이 다소 누그러지게 마련이다. 특히 가브리엘 뱅상의 셀레스틴느 시리즈는 내가 툭하면 펼쳐보는 그림책이다.

<폴 아저씨와 폴 아저씨>는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알맹이그림책 시리즈 열두 번째 편이다. 해외의 잘 소개되지 않은 그림책을 발굴하여 간결하면서도 우리말맛을 잘 살려 번역하는 최윤정님의 '옮김'에 우선 믿음이 간다. 제목에서처럼 이 그림책은 이름은 같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 사는 우리들 자신, 우리들 이웃의 이야기로 친구맺기의 미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림의 힘을 시각적으로 잘 이용한 그림책이다. 그림에 깊이가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니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 다르니까. 제목에서 힌트가 있듯이, 붉은 글씨로 씌어진 '폴 아저씨'와 녹색 글씨로 씌어진 '폴 아저씨'가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 생김새 모두 성격과 비슷하게 그림으로 그려져있다. 칼로 자른 듯 반듯하고 단순한 선과 흑백으로만 그려진 쪽과 자유롭게 손으로 쓱쓱 그린 듯한 가는 선과 알록달록한 색으로 어지럽게 그려져 있는 쪽.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는데, 과연 서로 좋은 친구사이가 될까. 두 사람은 이런 인연을 생각이나 하였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빛깔을 지니고 있다. 그 사람의 외양이 어떻든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도 사람이다.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나와 같은 부분도 있겠지만 대개는 나와 같을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다. 그걸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불만과 불협화음이 생겨난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에게서 자신은 '상상도 못해 본 일'을 경험하게 될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놀라움이 앞서고, 그것으로 인해 좀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어가는 과정도 이런 호기심과 뜻밖의 내면적 경험에서 시작될 것이다. 친구와 잘 다투거나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취학 전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른도 관계맺기에 서툴기는 마찬가지다. - 그림책 연령은 제한이 없다. - 마음으로 말하는 것에 귀기울이지 못하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 '마음으로 말하는 것'을 이 그림책에서 어떻게 그려놓았는지 상상해보세요.^^ - 그리고 조용히 느긋하게 그 말이 내 가슴 가운데 제대로 자리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조바심의 탓도 클 것이다.  이 그림책은 아이든 어른이든 그렇게,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보여주고 나눠주는 마음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준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각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가진 게 없다고 절망하는 순간에도 역시 우리는 가진 게 너무 많다는 걸 잊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들 중 몇 개만 나눠주어도 근사한 관계맺기가 이뤄질 수 있다. 정작 나눠주는 것에 인색해지고 또는 오히려 놀림감이 될까봐 소심해지기도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걸 어른보다 잘 한다.

또한 이 그림책은 시와 음악으로 표현된 예술, 그러니까 우리 정신과 마음의 작용, 그 아름다운 파장이 가슴으로 밀려들어올 때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닫혀있던 마음의 자물쇠를 열어주고 잠자고 있던 감성을 깨워주는, 내면의 운율에 따르게 하는 순한 파장이다. 교과학습과 꽉 짜인 스케줄에 따라 배우는 예능학원수업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로운 유희정신으로 생활 속에서 예술활동을 즐길 수 있다면 아이들이 훨씬 따스한 감성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바로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으로 타인의 가슴에 화사한 꽃 한송이 피워줄 수 있다면! 경쾌한 새의 노래소리 한 소절 불러줄 수 있다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음의 향기인데, 마음밭에 꽃씨 하나 먼저 심어둘 일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동시에 같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인정하고도 싶다. 오해를 낳기 쉬운 말이나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전달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서로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각자 하나의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 행복한 관계란 어떤 것일까. 아이와는 이렇게 심각한 듯한 언어로 대화할 필요는 없지만, 취학 이전의 어린 아이와 함께 읽고, 보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어른이 보아도 물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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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09-08-1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리뷰를 정말 그림 같이 멋지게 쓰셨네요^^
프레이야님이 그림책을 좋아하시는군요,,
나중에 제가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이런 책 꼭 보여주고 싶네요,,

프레이야 2009-08-16 10:27   좋아요 0 | URL
아이를 키우게 되면 누구나 그림책 좋아하게 될 걸요.^^
아이랑 즐기는 거죠.ㅎㅎ

후애(厚愛) 2009-08-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면 선물로 주고 싶은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들을 보면 저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아이들이 넘 부러워요~ ㅋㅋㅋ

프레이야 2009-08-16 11:0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아이들이 어릴 적 같이 나란히 두다리 뻗고 앉아 무릎에 그림책을 얹고
함께 그림을 보며 글을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대사가 나오면 음성변조도 해가며 ㅎㅎ
우리 어릴 때 비하면 좋은 그림책들이 너무 많이 나오지요.^^

2009-08-16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7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8-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좋은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커버렸다는게 아쉬울 때가 있어요.
아, 이 리뷰는 정말 그 책을 너무너무 보고 싶게 만드는..

프레이야 2009-08-17 08:4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들이 있고
새로이 다가오는 것들도 있고 그래요.
딸과 아들이 좀 다르기도 할 거구요.
딸은 정녕 눈물이더라,는 글귀의 편지를 어제 뜬금없이,
친정엄마에게서 받았어요.

2009-08-17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8-17 10:49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에 좀 오래 살고있다보니 그런가 봅니다.ㅎ
단순함의 미덕을 그림책에서 늘 찾게 되어요.

같은하늘 2009-08-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연령은 제한이 없다-- 이 말에 찌찌뽕~~~
저도 아이들 때문에 그림책을 보지만 정말 좋은거 많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8-21 22:1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우리 어릴 때 비하면 정말 풍요롭지요.
 

초등 3.4학년 정도의 한국어실력을 갖춘 외국인 남자아이를 위한 선물로 고른 책이에요.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교활한 교씨를 물리친 어진 사씨-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사씨남정기
이륜 지음, 가아민 그림, 김만중 원작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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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옛이야기 고전
소똥 경단이 최고야!
김바다 글, 양정아 그림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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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이에요.
범아이- 겨울
서정오 지음, 서선미 그림 / 보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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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 선생님이 쓴 우리 옛이야기책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
로이스 버뎃 지음, 강현주 옮김 / 찰리북 / 2009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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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8월 15일에 저장

원본이 부록으로 들어있어 더 좋으네요.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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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8-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정말 고맙습니다. 책 한권한권이 모두 특색있어 한권도 빼놓을 것이 없네요.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Thanks to 조차도 누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09-08-16 01:58   좋아요 0 | URL
맘에 드시다니 기뻐요.^^
반딧불이님의 정성어린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될 것 같아요.
 
<노서아 가비>를 리뷰해주세요.
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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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고종독살음모사건과 관련해 실제 김홍륙의 에피소드를 모티프로 했다. 김탁환의 '리심'에 러시아 역관 김홍륙과 고종의 대화가 나온다. 조선 제1호 커피애호가였다는 고종에게 러시아 초대 공사 베베르의 처형, 독일여성 손택Sontag(안토니예프 존타크)이 러시아 커피를 가져오는 대목이다. 거기 묘사된 러시아 커피는 '텁텁하고 씁쓸한 맛이 강하고, 깔끔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잡스러운 냄새들이 섞여있'다.  

나는 러시아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없어 모르겠으나 작가는 실제로 마셔보고 묘사한 것인지.. 아마 그렇겠지. '노서아 가비'에서 러시아 커피는 '리심'에서의 묘사와는 달리, 쓰고 강하지만 부드럽기도 한, 매혹적인 검은 액체다. 뻬제르부르그 사람들은 특별히 '사상보다도 예술보다도 돈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지독한 액체'라고 주장한다고(14쪽). 책표지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색 바탕이다. 표지의 카피는 노서아 가비가 '사랑보다 지독하다'고 씌어있다. 정말?^^

목차가 우선 재미있다.  커피는... 으로 시작해서 커피에 대한 13개의 정의를 내려 두었다. 통속적으로 들리지만 그리 동의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적당히 눈길을 끈다. 그 정의들은 이야기의 내용과 대체로 관련이 있다. 내 리뷰 제목은 그 중 하나를 따왔다. 각 꼭지 앞에 다양한 커피도구와 커피종류를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이런 도구들, 그림으로 봐도 은근히 멋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세밀한 풍경묘사나 외모, 심리묘사, 상황설명은 접어두고 말을 타고 달리듯 넓은 공간적 배경을 거침없이 단문으로 내달린다. 따옴표도 과감히 생략하고 인물간의 대화도 빠르고 단호하게 이어간다. 

비극적인 시대 구한말 조선 역관의 외동딸, 그녀는 살가웠던 아버지를 여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조롱鳥籠속에 갇혀 살진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몇가지 재능과 삶의 기술을 밑천으로 러시아 이름 따냐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 영화로 이미 제작되고 있다는 후문을 듣고 보니 이 여인으로 어울릴만한 배우가 누굴까, 생각해보게 된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성격이다. 게다가 광활한 러시아 숲을 유럽 귀족들에게 판 돈과 조선의 은행돈까지도 수중에 쥐는 사기꾼 중의 사기꾼이 아닌가.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고 예리한 판단력의 소유자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매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어야할 것 같은데. 뱃심 두둑하면서도 내면엔 외로움을 간직한, 그러나 결코 차갑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 바리스타는 물론 몇개 외국어, 말타기, 무술 외에도 사람을 부드럽게 압도하는 대화술을 가진 희대의 사기꾼으로 탄생되어야 할 것 같은데. ^^    

커피와 담배의 나날로 '감히 인생을 요약해버리는 여자의 속삭임'. 이렇게 커피의 정의가 시작되고 이야기는 과거로 직진한다. 따냐가 미국에서 1898년 대한제국의 황제가 된 고종의 편지를 읽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수미상관을 이룬다. 자칭 스토리 디자이너답다. 뉴욕에서 문학카페를 하는 그녀는 팩션으로 탄생한 통쾌경쾌한 사기극의 주인공이다. 나라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그들, 따냐와 이반(두사람 모두 조선이름이 중요하진 않다)에게 인생은 배반과 음모, 협잡의 세계다. 이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기꾼의 철칙을 지키는 게 우선! 무엇보다 이익을 좇을 것, 쓸모가 없는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가차없이 버릴 것,  진실해서도 정직해서도 안 되고 일이 끝나면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 사랑의 감정에 잠시 흔들리던 따냐가 사태를 파악하면서부터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영화화 된다면 따냐의 사기꾼 애인 이반 역할로 누가 좋을까. 사기꾼다운 그럴싸한 말솜씨와 사람으로부터 동정심과 신뢰감을 얻기 쉬운 인상과 진지한 태도를 겸비한, 준수하나 마른 체형의 남자로. 

상상의 여지를 두루 남겨둔 인물들을 상상해보는 것 이상으로 이 책을 읽고 떠올릴 수 있는 건, 누구나 갖고 있음직한 커피에 대한 소소한 추억이다. 뜨겁거나 미적지근하거나..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커피가 '끝나지 않는 당신의 이야기'라면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도 커피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일 테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은 다르다. 내 몸과 마음의 반응도 다르다. 커피는 대화의 중개자로, 어색함의 해결사로 역할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에게 최고의 커피는 혼자 멍하니 마시는 커피다. 아침마다 부드러운 밀크거품을 내어 카페라떼를 만들어 마시고, 작가처럼 나도 길을 가다 커피향기가 나는 곳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가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달리기 한 시간으로 소모되는 칼로리를 마시는 것이라지만 하루 두세 번은 마시니 그 칼로리가 어디로 다 가지...  

그래도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살짝 묻는 그 커피가 제일 부담없다. 진한 풍미를 원할 땐 가끔 원두를 갈아 드립해서 마시는데 코와 입으로 들이키는 맛이 집안에 번지는 향과 함께 일품이다. 자신이 만든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나다고 뻐길 수 있으면 행복한 게 아닌가. 하지만 나도 자판기 커피나 커피믹스의 유혹에 약하긴 마찬가지다. 그건 마시고 나면 후회되는 때가 많다. 값싼 언어를 소모하고 났을 때 기진맥진 허무로 다가오는 자기혐오 비슷한 것. 그래도 진한 욕설을 싸구려처럼 퍼부었을 때 같은 쾌감은 있다. 그건 종이컵으로 마셔줘야 제맛이다. 가벼운 일회성, 값 이상의 따뜻함, 진하고 솔직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위장에서 부글거리는 느낌!

영화 '블룸형제 사기단'에서 고아 상속녀인 그녀 레이첼 와이즈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속임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속여라... 지랄같은 세상, 자기혐오에 속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외롭고 어려운 처지를 객관화하고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속여서라도 행복을 가꾸고 지키란 뜻이다. 물론 긍정적인 쪽, 생을 긍정적으로 밝게 사는 비법이었다. 그리고 완벽한 사기란 모두가 좋은 쪽으로 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어떤 식의 대가는 반드시 지불되고, 누군가의 희생도 따르는 법.

<노서아 가비>는 암울한 시대의 물결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인물들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며, 가볍고 신나게 읽힌다. 행간에 상상력을 부여하면서 읽으면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 자료를 두루 찾고 상상력을 발휘한 흔적이 많지만 치밀한 심리묘사는 고의로 생략한 듯하고 쿨하게 내닫는다. 고종의 아관파천 시절 임금에 대한 공격이 이반의 입을 빌어 신랄하다. 그나저나 러시아어를 모르긴 하지만 뿌쉬킨의 시를 러시아어로 낭독하면 어떻게 들릴까. 아름다울 것 같다.

13가지 정의 외에 내가 하나를 덧붙인다면, 커피는 집착이고 중독이다. 그러니 사랑보다 지독하다는 말은 맞는 게 되나? 작가는 따냐의 맘을 빌어, 집착은 곧 파멸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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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집착이고 중독이죠. 요즘 커피가 대세인건가요? 부쩍 커피에 관한 책들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다 예전에 그 커피프린스 1호점 때문일까요? ^^

프레이야 2009-08-12 01:34   좋아요 0 | URL
커피, 일상적인 기호품이 되었지만 좀더 멋지게 마시는 방법은
정말 좋은 사람과 마시든지, 그렇지않은 다음엔
혼자, 지극히 혼자가 되어 마시는 커피가 최고일 것 같아요.
커피프린스1호점, 그런 가게 해보고 싶던걸요.^^

바람돌이 2009-08-12 01: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카페나 해볼까 하고 뛰어들었다가 다들 망한답니다. ㅎㅎ

프레이야 2009-08-12 01:38   좋아요 0 | URL
우헷~ 그러니까 말에요.
커피는 결국 파멸이라니까요 ㅎㅎ

후애(厚愛) 2009-08-12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언니는 아침에 형부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가고 없을 때 베란다에 서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게 최고로 행복하다고 하네요. ㅎㅎㅎ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 방학이고 형부가 집에 있어서 커피 마시는 행복을 못 느끼고 있다고 투정부리는 언니에요. ㅋㅋㅋ 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요. 편두통 때문에 못 마시고 있어요. ㅠㅠ

프레이야 2009-08-12 09:55   좋아요 0 | URL
아아~ 저랑 아주 비슷해요.
아침 나절 조용한 때 혼자 음미하는 커피^^
커피가 편두통에 안 좋은가 보네요.ㅠㅠ

穀雨(곡우) 2009-08-1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묻은 커피맛이 에스프레소처럼 깊고 진하네요.
커피 좋아라하는 사람은 대개 다 비슷한 모양입니다.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니...
멋진 리뷰,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자주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프레이야 2009-08-12 09:56   좋아요 0 | URL
곡우님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에스프레소 좋아하시나 봐요.^^

카스피 2009-08-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서아 가비라 책 제목이 재미있네요.근데 노서아는 알겠는데 가비는 무슨 뜻일까요?

프레이야 2009-08-12 09:57   좋아요 0 | URL
가비는 '커피'요^^
어젯밤 비가 많이 내리더니 아침엔 그치고 하늘이 좀 흐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참, 모닝커피는 하셨어요?

stella.K 2009-08-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셨군요.
그렇다면 일전에 저랑 나눴던 의문을 푸셨겠군요.ㅎㅎ
근데 별점을 보니 그다지 프레이야님 마음엔 쏙 들지는 못했나 봅니다.
저는 나름 좋았는데. 하긴 이 책도 호불호가 좀 나눠지는 것 같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8-12 10:46   좋아요 0 | URL
네네 알게되었지요. 근데 카페라떼가 칼로리가 높다는 건 그전에도 알고 있었어요.
전 다른 이유가 있는 줄 알았지요.ㅎㅎ
전 하루에 2-3잔 카페라떼 마시고 커피믹스도 종종 마셔요.
별셋은.. 술술 잘 읽혔고 재미도 있었는데 좀 미진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의 개성으로 보면 무리없이 좋구요.^^

반딧불이 2009-08-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커피 생각이 간절한 날인데...프레이야님의 리뷰까지 그야말로 뽐뿌질을 하는군요. 두드러기야 나든 말든 일단 한잔 마셔야겠습니다.(마시고 두드러기 창궐하면 프레이야님 덕분임다~)

프레이야 2009-08-12 22:43   좋아요 0 | URL
앗, 두드러기요? 커피 알러지 같은 게 있나요?
우야튼 창궐하지 않아야할텐데요 ㅎㅎ

비로그인 2009-08-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커피는 지나간 옛사랑에의 그리움이려나요?
한때는 아침에 커피 한잔 못마시면 어떻게 사나..하던 때가 있었는데 위가 나쁜고로 이제는 점심 먹고 나서 까페 라떼 믹스 반개에 허쉬쵸콜렛 한 알이 다네요. (지금 마시는 중이랍니다)



프레이야 2009-08-12 22:45   좋아요 0 | URL
저도 위가 징후를 보이면 하루정도 끊었다가 다음날 또에요.
점심시간 마시는 커피군요. 초콜릿으로 카페인 보충? ㅎㅎ

무스탕 2009-08-1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탁환의 글은 처음 읽었는데 과연 술술 읽히는구나.. 생각은 들더군요. 그리고 전작들도 이런 스타일인가 궁금도 하고요.
전 이반이 젤 궁금했어요. 도대체 이 남정네의 몇%가 진실일까.. 싶은게요.

프레이야 2009-08-12 22:48   좋아요 0 | URL
이반, 영화로 태어나면 꽤 매력남일 것 같지 않던가요?
살아남은 따냐보다 비극적이기도 한 인물이니까 더 연민이 가는 남자 같다고 할까요^^
진실은 글쎄요.. 전 1%정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ㅎㅎ

맥거핀 2009-08-1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 작가는 다른 건 잘 모르겠고..참 재미있게 써요.
(몇 개 읽다보면 패턴이 매번 비슷해서 살짝 질리기도 하지만요.)
러시아 커피..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커피를 안 마시는 1人..;)

프레이야 2009-08-13 09:59   좋아요 0 | URL
네, 이이기꾼답더군요.^^
근데 그 좋은 커피를 안 마시는군요.ㅠㅠ

같은하늘 2009-08-1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 작가님이 책을 재미나게 쓰신다니 급 관심이 가긴하는데...
저도 커피를 안 마시는지라 커피에 열광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잘 몰라요...^^

프레이야 2009-08-14 07:42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혀요.^^
같은하늘님도 커피를 안 마시는군요. 이게 중독성이라..ㅠ

순오기 2009-08-15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실을 안 다녀서 댓글이 늦었어요~~ 이 책 궁금해요. 언젠가는 보겠지만...^^
커피 끊은지 1년 반쯤~ 집에서는 안 마시고 나가서 마실 기회되면 마시는 정도니까 완전 끊었다곤 말 못해요.ㅋㅋ

프레이야 2009-08-15 13:14   좋아요 0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혀요. 좀 아쉬운 점도 있지만요.^^
 
<2인조 가족>을 리뷰해주세요.
2인조 가족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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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나이에 도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난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또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늘 미성년자로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늘 우리 위에 군림할 것이다.(133쪽)

 
   

원제, '대지의 소금과 멍청한 양'에 비해 번역제목은 참 단순하다. 원제의 은유적 느낌을 싹둑 자른 이 제목은 책장을 넘길수록 더욱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인물과 사건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보아 또 부분적으로 보아 그 이상으로 시적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읽어야할 맛깔난 대사와 문장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할아버지는 손녀의 첫사랑 절름발이 이르카의 어떤 질문에 "얘는 머리도 절름발이니?" 라고 농담조로 쏜다. 그렇다. 2인조 가족으로, 生을 유들유들하게 농담처럼 사는 두 사람이 나온다. '농담에 익숙해지면 생이 참 즐거워진다'는 대사를 소설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도 읽었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녀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로 읽기에는 가볍지만은 않은 매력이 있다.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세대간 관계에 대한 유머러스한 성찰, 근대의 유전자가 이어져온 현대의 인간과 세상사, 등에 대해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꽤 기억하고픈 구절들이 빛난다.  

인생이 뭐냐고?, 물으면 "내가 바로 인생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고도 남을 할아버지는 16세 사춘기 소녀 야나에게 있어서 '운명'이다. 인생의 비밀이라는 실타래를 풀어줄 실마리를 쥐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야나의 이런 생각은 '나는 어디서 왔나?'라는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질문에 가깝다. 이 질문은 대부분의 성장소설에 주제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무게잡고 읽을 필요가 없다. 아주 가볍게 모든 걸 날려줄 두 사람을 만나 히히덕거리며 읽어도 무방하다. 그러다 곳곳에서 아름다운 문장에 잠시 눈길을 멈추기도 하면서 로맨틱한 감정과 뭉근한 인간애를 느끼게도 된다.

야나가 알고 싶어하는 출생의 비밀, 반전에 대한 복선이기도 한 구절이 할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우리 모두에겐 오직 어머니 한 분, 대지 어머니 한 분만 있다는 것. 야나는 혈육을 거슬러올라가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안달하지만 결국 그것이 크게 의미있다고는 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모두 대지 어머니의 후손이라면 우리는 근친상간을 하고 거대 가족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확대과장해석이 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다분히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위트있는 대사와 밀란쿤데라에게서 수업을 받았다고 하는 작가 샤일라 오흐의 통찰을 통해 삶을 좀더 당당하고 여유로운 시각으로 살게 하는 힘이 있다.  

유머, 그것은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없이는 어렵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와 상황들에 옥죄어있을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또한 유머는 이전과는 다른 어떤 것을 시도함으로써 발생되는 것이다. 자기안의 혁명이 없이는 유머를 창조할 수 없다. 할아버지와 야나는 어떤 일을 추진함에 거리낌이 없다. 가난해도 궁상스럽지않고 자신의 판단과 지각을 믿는다. '내일 일어날 일이라면 오늘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가 할아버지의 신조인 것처럼.  

가벼운 읽을거리만 오려진 폐신문과 버려진 철학서적들로 지식을 두루 섭렵한 고물상 할아버지의 고집불통이 밉지 않은 건, 가슴 밑바닥에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삶의 의미와 특수한 세계 질서에 대한 생각'을 주위에 외치는 할아버지는 고독한 지식인 같은 면도 있다. 게다가 '사랑은 너무나 많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사실은 가장무도회에 지나지 않는 것(155쪽)'이라고 믿으면서도 '사람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바로 그건데(38쪽)'라고 말하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리고 야나, 문학에 심취해 세상 사랑의 모든 모습을 관음증 환자처럼 봐버려 세상을 훨씬 더 많이 산 기숙사 사감보다 사랑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아는 그녀는 얼마나 조숙하고 사랑스러운가. 럼주가 든 초콜릿을 입천장에서 혀로 눌러 퍼지는 그 맛을 느끼며 이렇게 말한다. - 음탕한 줄 알면서도 도저히 그만 두지 못할 가치가 있는 맛. 아무래도 이 아이, 고고한(^^) 문학작품을 너무 많이 읽은 거다. 복권이 당첨되었다고 자랄 걸 예상해서 샴쌍둥이의 머리통같은 95C컵의 브래지어를 사오고 아무리 네가 좋아도 근친상간을 할 생각은 없다고 농담하는 할아버지와 죽이 잘 맞는 손녀다.

이들은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지만 아는 걸 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특별한 2인조 가족에 손녀의 남자친구, 이들 삼각관계의 감정싸움이 재미를 살짝 부추긴다. 영화관 데이트 때의 소동이 가장 우스웠다. 특이한 문체로 웃음을 불러준다. 물론 할아버지의 염려가 담긴 이상행동이었고 그걸 야나는 '운명의 평범한 장난' 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유머러스한 구절이 이 책의 매력이다. 야나가 이르카와의 감정을 통해 날로 성장하는 대목이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함께 따뜻하게 느껴진다. 청소년 성장소설에 노인이 대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더 이상 사람들이 훗날을 기다리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할 수 없을 때, 도대체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루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런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느끼게 될까? 아니면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소소한 지루함을 많이 느끼게 될까? 도대체 누가 나에게 무엇을 내밀 수 있고, 또 나는 그에게 무엇을 내밀 수 있을까?  뭐랄까, 내 안에서 이르카에 대한 고마움이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그 아이가 내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118쪽)  

 
   

이 책은 도덕적인 게 가장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 그 역의 문장도 참이 된다 걸 공공연히 보여준다. 스스로 자신을 '불량한 양심'이라고 부르는 할아버지는 법을 수시로 어기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공무를 방해하고 젊은여자에 대한 흑심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 할아버지의 평소 가르침대로 야나는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에게 아주 독창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수많은 삶의 방법들 중 한 가지, 마음이 아플 때는 화를 내라는 말을 떠올린 것이다. 재미있다. - 할아버지는 용접해서 붙여놓은 인간이야! 정신에 박힌 인생의 도끼야! 바람에 흩날리는 장난질 대장이야! (128쪽)    

야나의 말처럼 세상은 내게 속한 세상과 내게 속하지 않은 세상으로 구분된다. 그 경계선 주위의 어느 곳에서 어슬렁거리며 어느 세상에도 속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때로 조바심도 난다. 그 어디에 속하든 본질은 어차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아무도 '나'를 제대로 알 리 없다. 이 책은 도시의 가난한 약자인 2인 가족 - 그것이 혈연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 과 사회보장정책의 약점, 국민적 영웅에 대한 허상을 살짝 꼬집는다.  어디에든 진실은 있고 또 어디에든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야나가 말한 가슴과 위장 사이, 할아버지가 말한 영혼이 머물러있는 곳, - 영혼이란 게 보이진 않지만 영혼이 머물러있는 곳은 실제로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마음이 아프면 가슴과 위장 사이 명치가 쑤시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니 - 에 조용히 집중해볼 일이다. 그곳이 바로 꿈과 현실의 경계, 우리가 선 곳과 갈 곳의 경계인지도 모를 일이다.

야나 :우리가 누구야?   

할아버지 : 우린 이 대지의 소금이야. (192쪽)

  

* 오자 : 그곳은 실내를 통틀어 유일하게 맨살이 들어난 나의 무릎 위로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다. ( ---> 드러난,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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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8-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나와 할아버지가 이 대지의 소금이라면...제가 멍청한 양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거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확인차원에서라도 말이죠.

프레이야 2009-08-11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셈이죠.^^
전반적으로 냉소를 깔고 있고 특유의 유머가 있어요.
은유적인 저런 대사들을 곱씹어보는 맛도 있구요.
 

서평단 도서가 또 세권씩이나 와 있다. 영화를 좀 많이 보느라 그런지 책이 자꾸 밀린다. 아니, 그건 핑계고 좀 게으르다고 봐야겠지. 일단 밀린 서평단 도서 두고 이것부터 읽을까싶기도 하고. 선물 받은 책 두권도^^ 

1.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 

 영화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여주인공으로 누가 캐스팅 될까. 

 우선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선 얼른 읽고 싶은 책. 

 보관함에 담아둔 것인데 서평단도서로 받게 되어 기쁘다. 

 

 

 

2.                                        

 서평단도서가 다양해졌다.

 "낯선 세상에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래하다." 

그룹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육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퀸이 얼마나 자주 해체될 뻔 

했는지, 그러면서도 이들이 음악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열정으로 꾸준히 밴드를 지켜온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프레디의 어머니 제르 불사라 여사의 머리말도 담겨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 Farrokh Bulsara 

 

 

3.                                       

 반딧불이님 서재에서 리뷰를 읽고 담아둔 책인데 서평단도서로 받게 되어 기쁘다.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 문태준의 첫번째 산문집이란다. 

 "너무 빠른 세상에 던지는 문태준 시인의 느린 생각" 

 달팽이 한 마리가 표지에 그려져있다. 

 행간이 넓어 금방 읽겠고, 시인의 시도 군데군데 보인다. 

 

 

4.                                       

 마음 넉넉한 후애님의 이벤트에 뽑혀 선물 받은 책. 

 예쁘고 향기로운 천연비누 두 개랑 같이 보내셨다. 

 비누는 행복희망꿈님의 작품!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5.                                         

 소설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 선생님이 주신 책. 

그곳의 어느 분(정인)이 낸 두번째 소설집이란다. 부산일보에 문화칼럼을 쓰고있다.

10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날개에 있는 작가의 얼굴이 참 맑게 보인다. 

'현실의 음험함 가운데 개인의 남루한 삶을 위치시키되, 값싼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데 

 정인 소설의 특별함이 있다.' - 작품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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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09-08-0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서아가비 읽고 싶네요^^ 이 중에 제일 탐난다는 ㅋㅋ
근데 서평단 도서 정말 많이 보내주는 군요,, 부러워용~~

프레이야 2009-08-03 21: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받게 되어 기뻐요^^
너무 많이 와요~

하늘바람 2009-08-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을 하면 좋으면서도 부담감이 팍팍 들지요? 그래도 이번 여름 책으로 풍성하셔서 부러워요

프레이야 2009-08-03 21:21   좋아요 0 | URL
여름엔 시원한 곳에서 책 읽으며 피서요~ 좋지요.

후애(厚愛) 2009-08-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음 하나도 안 넉넉한데요. ㅎㅎㅎ
저를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는 '그여자가 사는곳'에 제일 탐이 나네요... 리뷰 부탁드릴께요 ^_^
읽을 책들이 많으셔서 너무 부러워요~~

프레이야 2009-08-03 21:21   좋아요 0 | URL
넉넉하다구용 ^^
그 여자가 사는 곳, 괜찮아보였어요. 리뷰는 언제?ㅎㅎ

stella.K 2009-08-0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에서 3권씩 보내준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아무래도 서평단이 프레이야님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님 이런 페이퍼 보면 책 욕심 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불끈 4기를 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ㅎ
저 프레디 머큐리 책 읽어보고 싶네요. 예전에 퀸 좋아했었는데...^^

프레이야 2009-08-03 21:22   좋아요 0 | URL
요샌 3권씩 잘 와요.^^
스텔라님 4기 불끈 노려보시길요.
프레디 머큐리, 끌리죠.

라로 2009-08-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이 프레이야님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me too

다 서평 쓰려고 하지 마시고 저중에 몇권만 써요,,,,워낙 모범생이라 내가 다 걱정~.

프레이야 2009-08-03 21:22   좋아요 0 | URL
우힛~ 설마요 ㅎㅎ
걱정해주시는 나비님 땜에 이러고 게으름 부리고 있다우~

세실 2009-08-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서아가비 궁금합니다. 사랑보다 지독한게 커피? ㅎ
리뷰 기다릴께요^*^

프레이야 2009-08-03 21:23   좋아요 0 | URL
목차 중에 커피는 아내같은 애인,이라는 장이 있더군요.
장마다 커피의 정의를 내려놓았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머큐리 2009-08-0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레디 머큐리가 그 중 제일 읽어보고 싶네요...나중에 리뷰 꼭 부탁...ㅎㅎ

프레이야 2009-08-03 21:23   좋아요 0 | URL
네^^ 프레디 머큐리, 저도 끌리는 책이더군요.

전호인 2009-08-0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밀려도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인 것 같아요
밀린 책이라도 쌓여있으면 어찌 그리 맘이 뿌듯한지....대신 부담도 백배지요. ㅋㅋ

프레이야 2009-08-04 22:3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점도 있지만요.
서평단도서는 구미가 썩 당기지 않는 책도 간혹 온다는 게 문제에요.

순오기 2009-08-0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멋진 책들을 보내주니 다음 기수에 욕심을 내볼까요~~ ^^
에궁~ 못 읽은 책이 산더미인데...ㅜㅜ

프레이야 2009-08-04 22:31   좋아요 0 | URL
다음 기수 욕심내보심이 어떨런지요.
아주 잘해내실텐데요.^^

가시장미 2009-08-0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프레이야언니가 게으르신거라면 전 어쩌라구요. ㅋㅋㅋ
일주일에 소설 한 편 쓰는 것도 아주 힘들어 죽겠답니다. -_ㅠ
휴가 대 차 안에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건만 책 한 권도 못 읽고 휴가가 끝나고 말았네요.
아... 제 휴가.. 돌려 받을 방법 없을까요? 크크

프레이야 2009-08-04 22:33   좋아요 0 | URL
현호가 있으니 차 안에서 책읽기는 무리일 걸요.^^
장미님은 아이 잘 때 잠도 좀 자둬야 힘을 비축해서 또 아이랑 놀아주죠.
얼마나 힘든데요. 아기 다시 키우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전.^^
휴가 보내는 방법도 주로 아이위주로 하게 될 걸요.(너무 겁 준 건가요ㅋㅋ)
앞으로는 더 말에요.

같은하늘 2009-08-0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도서 좋은 책 보내주는데 부담음 팍팍 되겠는걸요~~^^
프레디 머큐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 야밤에 퀸 노래가 듣고 싶어지는건 뭔지...

프레이야 2009-08-07 08:58   좋아요 0 | URL
그죠? 퀸 노래 듣던 시절, 참 오래전인것만 같아요.
요즘 퀸 공연실황 곡을 모은 영화가 있던데 볼까해요.
오늘 여긴 흐리고 빗방울 조금 내리지만 우린 같은하늘 아래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