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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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면 읽을 줄 알았다. 이런, 어떻게 이런 책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을까. P.G 해머튼이 누구냐? 19세기의 듣보잡 작가의 책이 해머가 되어 나를 내려칠 줄이야! 저자에 따르면 두 종류의 생활이 있다. 동물적 생활과 지적 생활. 달리 말하면 육체적 삶과 정신적 삶.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선 육체적 생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해머튼은 산책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적생활은 훈련이고 투쟁이다. 지적생활은 단순히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일 뿐입니다. 지적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1부의 글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밥을 어떻게 먹을까? 한 끼 먹을까? 두 끼 먹을까? 칸트는 정각 1시에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엔 차 한잔, 저녁은 먹지 않았다. 한편 저자의 친구는 아침 여덟시에 영국식 만찬을 먹어야 일이 잘 되었다고 한다. 즉 저자에 따르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꼭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알리디너 곰곰생각하는 발님도 하루 한 끼 드신다. 한국식 만찬을 드시는지는 모르겠다.)

 

술은 마시는 게 좋을까? 괴테는 일생동안 5만 병의 와인을 마셨다는데 장수했다. 담배는? 저자에 따르면 지나친 두뇌노동으로 지쳤을 때 흡연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신문을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제가 신문을 비난 하는 것은 매일같이 별 의미 없는 일에 우리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는 점입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피스칼의 <팡세>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야.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쪽으로, p55. 민음사.

 

해머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상관없다. 신문의 논조에 의문을 품지 않으므로. 그러나, 조선일보 같은 편향적인 신문은 지성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내가 지성인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아주 심각한 해를 끼친다. 쓸데없는 아드레날린의 상승을 불러온다. 아침부터 조선일보를 읽었다고 상상해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단순한 방법.

 

해머튼은 여러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섯 개 분야를 대충 공부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게 낫다고. 그에 따르면 외국어도 3개 국어 이상을 공부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다. 삶의 불규칙에 적응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불규칙 동사 외우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짓이다.

 

해머튼은 자신이 관심 있는 한 가지 분야를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거기서 보조적으로 한 두 가지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그 외의 분야는 단념하라고. 단념하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나의 삶을 결정합니다. 생존은 조건일 뿐입니다. 생존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성실과 품격이며,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지적인 힘입니다.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내 손으로 이룩한 지적인 발달이 조화된 우주에 근접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것이 이성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온 생애를 바쳐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P210.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가 쓰러뜨려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지적 생활은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저울에 올려놓고 나 자신의 눈금을 재는 것이다. 나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들어 있다. 내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을 추앙하고, 거짓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보다 넓은, 우주를 닮은 마음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완성, 그것은 나의 완성이다.

 

지적 생활을 말하는 책인데 마치 영성 책을 읽는 듯한 착각.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책 전체가 거의 잠언집이다.

질문을 유발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밑줄 칠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또 다시 드는 의문. 어떻게 이런 책을 몰랐을까.

 

매일 매일 지적 생활을 실천 중이신 이웃님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한 가지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면 이웃님들은 뭘 택하실런지요?

저는 뭐가 좋을까요??^^)

 

민중이든, 노예든, 정복자든,

그들은 늘 이렇게 고백했다.

지상에 태어난 아들들의 궁극적인 행복은

오직 인격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서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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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니 2016-04-1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밌어요^^ 잘 읽고갑니당

시이소오 2016-04-16 10:41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감사할 일이네요 ^^

모래별 2016-04-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게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6 19:24   좋아요 0 | URL
그쳐? 의외의 발견이네요 ^^

cyrus 2016-04-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을 구분해서 입력하니까 글 읽기가 편하네요. ^^

시이소오 2016-04-16 19:25   좋아요 0 | URL
읽기 불편하다는 분이 계셨어요. 글 상자 하는 방법을 최근에 알았답니다. ㅋㅋ

인다라의구슬 2016-05-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부리면 사유가 반짝인다` 는 말이 떠오르네요^^ `19세기 듣보잡 작가`의 책 읽어보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5-13 18:43   좋아요 0 | URL
근사한 문구네요. 홍서님, 즐독되시길^___^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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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모국의 역사도 모르면서 인문학 코스프레하는 김대식씨의 신작이 나왔군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기고하기 바쁘실텐데 언제 또 책까지. 부지런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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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4-1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김대식 교수가 뭐 잘못한게 있나봐요.^^

시이소오 2016-04-16 09:27   좋아요 1 | URL
서경식선생님하고 비교해볼까요? 서경식 선생님 한국말 잘 못하지만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선 저희보다 많이 공부하셨죠. 우리 대식씨는 한국어도 못하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선 일자무식입니다. 자국의 역사와 문화도 모르는 사람이 맨날 인문학 운운하니 조금 피곤해서요 ㅋㅋ

ㅋㅋㅋ 2016-04-1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님을 보며 더 ㅋㅋㅋ 합니다. 김대식에게서는 약장수 냄새가 나는 거 같아 좀 거시기 합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모른다고 인문학 얘기를 하면 안되는건가요? 인문학이 언제부터 이렇게 편견에 관대한 학문이 됐나요??

시이소오 2016-04-16 19:27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겠네요. 인문학에 역사를 배제할수도 있군요.

cyrus 2016-04-1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반응이 시들어졌지만 한때 인문학 트렌드가 타 학문과의 융합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전달되는 인문학이라는 범주 안에 과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문의 기본을 숙지해야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다는 관점에 대해선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인문학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여러 분야에 똑똑한 사람만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니까요.

2016-04-16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6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04-23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서를 쓰니까 역사를 모르는 건 뭐 그렇다고 쳐도 내용이 없죠. 과학 분야에서 그것도 최고 학벌을 가진 사람이 쓰는 글인데 그냥 일기장에 둬야 적당한 내용들 별 근거도 없이 주절주절 써내려간 자기 생각이라 .. 그런데 표지와 제목들은 왜 그렇게 오버하는지.. 한번 속지 두번 속지는 않는다는..

시이소오 2016-04-24 21:10   좋아요 0 | URL
제목은 과학서인데 인용은 거의 세계사가 많더라구요. 가만히보면 한국역사에 대해선 단 한번의 언급도 없어요. 한국말 못하는 거야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인이면 기본적인 한국 역사는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책 팔때만 한국인거 같아서요. ㅋ

CREBBP 2016-04-24 21:40   좋아요 0 | URL
게다가 새 이슈가 나올 때마다 무슨 장사꾼처럼 재빠르게 책을 미리 써둔 것처럼 초스피드로 내는지 것도 수상쩍어요. 제목만 낛는건지 아니면 미리 이슈될 걸 예상하고 기획한 건지.. 인터스텔라 때도 영화 개봉하자마자 책내더니만 알파고 게임 끝나자마자 동시에 기계 vs 인간 이라니

시이소오 2016-04-25 08:28   좋아요 0 | URL
ㅋㅋㅋ 대식씨가 빠르네요 ^^

니페딘1T 2016-07-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들과 100자평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100자평은 책을 읽지 않고 비난만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좀 그렇네요. 책의 내용에 대해 언급해 주시면서 비판해 주시면 더 재미있고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2 17:29   좋아요 1 | URL
아, 죄송합니다 ^^;

조르그 2016-10-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제가 지금 김대식의 빅퀘스천을 읽는 중입니다 3분의1 쯤 읽었습니다 우선 문장의 비약 비논리 천지이고 궤변도 수두룩합니다 이정도 엉망인 책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독자 반응을 살피다가 시이소오님의 글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모국의역사도모르면서 등 그의 행적을 담은 정보가 있을까요?

시이소오 2016-10-13 13:02   좋아요 1 | URL
아, 댓글이 밑에 달려버렸네요. 허걱, 대식씨는 무늬만 한국인.
한국말을 몰라요 ^^

시이소오 2016-10-13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고요. 대식씨는 무늬만 한국인이죠. 미쿡,독일. 일본 등지에서 살아서 한국어도 제대로 못한다고 알고 있어요.

강상중, 서경식 쌤도 한국말 못하죠. 그렇다고 한국 역사를 모르진 않거든요. 대식씨는 한국역사에 대해선 일자무식입니다. 그러면서 인문학 운운하니 짜증이나는거죠.
한국에서 인문학이라하면 기본적으로 문,사,철이잖아요. 문사철이 다 없는데 무슨 인문학인가, 의문인거죠 ^^
 
환율의 미래 -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위기"와 "기회"의 시대가 온다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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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라 했다면서요. 너나 사세요.
악마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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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6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6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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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 <위대한 유산>을 먼저 읽은 건 축복이자 저주였다. (어릴 적 읽은 <올리버 트위스트><크리스마스 캐럴>은 제외하자.) <데이비드 코피필드>,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 읽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역시 명작이긴 하지만 <위대한 유산>에 못 미친다.

 

어쩌면 디킨스의 다른 작품을 다 합쳐도 <위대한 유산>의 위대한 경지엔 이르지 못하는 걸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물었을 때, 존 어빙은 마치 망치로 무릎을 때리면 올라오는 다리마냥, 거추장스런 수사 없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위대한 유산이요.”

 

내가 전체 작품을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필사한 책은 <위대한 유산>이 유일하다. (정말 즐거웠다.) 아직 <위대한 유산>을 읽지 않은 분들이 부럽다. 축복받은 거다. <위대한 유산>을 가장 마지막에 읽어야 디킨스의 다른 소설들에 좀 더 관대할 수 있지 않을까.

 

넬이 살아 있나요?”

 

1841, 폭풍가 몰아치던 날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골동품 상점> 마지막 호를 싣고 오는 영국 배를 기다리던 숱한 인파 중에 어느 누군가가 물었다지. 얼마나 궁금했으면. 위기피디아에 따르면 이외 비견될 소동은 2007<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 때 뿐이라고 한다.

 

골동품 상점엔 천사와도 같은 넬과 넬의 할아버지가 살았다. 노인은 도박 중독이었다. 노인은 펭귄 맨 대니 드 비토를 연상시키는 퀼프에게 돈을 빌려 도박을 했다. 매번 허탕이었고 빚은 쌓여만 갔다. 퀼프는 노인으로부터 빚을 받아내기 위해 골동품 상점을 점거한다. 노인은 넬을 노리는 퀼프가 두려워 넬과 함께 야반도주한다. 넬은 도주하기 전 상점에서 일하던 키트에게 새장속의 새를 맡기고 이별을 고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넬의 모험이 시작된다. 넬과 할아버지는 인형극을 하는 코들린과 쇼트 일행과 동행한다. 넬의 할아버지를 신고하려는 두 사람의 음모를 눈치 챈 넬은 할아버지를 설득해 그들로부터 도망쳐 유랑한다. 유랑하면서 넬은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55년간 매일 남편의 무덤을 찾는 할머니, 병으로 죽어가는 소년, 소년을 사랑하는 교장, 밀랍 인형 쇼를 하는 잘리 부인 등등. 넬은 잘리 부인으로부터 일을 배워 전시장 안내를 맡는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넬을 보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넬은 인기를 끌고 할아버지도 자기 몫의 일을 해내가면서 두 사람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언제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법.

 

넬과 함께 산책중이던 할아버지는 도박꾼들을 만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번 돈을 도박으로 다 털린다. 돈을 털린 할아버지는 넬이 자고 있을 때 넬의 방으로 들어와 돈을 훔쳐간다. 그 돈도 결국엔 사기 도박꾼들에게 다 털린다. 도박꾼들은 잘리 부인의 금고를 털라고 할아버지를 종용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넬은 할아버지가 도둑질을 할까 무서워 할 수없이 또 다시 유랑에 나선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에드워드 양을 남겨둔 채.

 

소설의 주요 공간 중에 한 곳은 퀼프의 변호사인 브래스의 변호사 사무실이다. 브래스는 동생 샐리(‘눈가리개를 벗고 칼과 저울은 들지 않은 정의의 여신‘)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2층은 세를 내 놓는다. 퀼프는 브래스에게 스위블러(넬의 오빠인 프레드의 친구)를 서기로 추천한다. 어느날 2층 방으로 독신 남성이 세 들어온다. 변호사 사무실 지하에는 그들 하녀가 살고 있었다. 샐리는 하녀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않고 마치 원한이 있는 사람처럼 하녀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폭행을 가한다. 스위블러는 그 장면을 몰래 훔쳐본다. 독신남성은 근처에서 인형극을 하던 코들린과 쇼트를 집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독신 남성은 그들에게 넬의 행방을 캐묻는다.

 

선량한 갈랜드 집에서 일하게 된 키트는 꽤 높은 봉급을 받게 돼 어머니 누들스 부인에게 생활비를 보태게 돼 기뻐한다. 갈랜드 댁의 까칠한 조랑말 위스커는 오로지 키트의 말에만 순종한다. 넬의 행방을 파악한 독신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형편이라 키트의 어머니인 누들스 부인과 동행하여 넬을 찾아 나선다.

 

또 다시 길을 나선 넬과 할아버지는 어느 선원들의 배를 타고 가 어느 마을에 다다른다. 춥고 배고프고 비는 오는데 넬과 할아버지는 돈 한 푼도 없어 막막한 처지였다. 어느 대장장이의 도움으로 넬과 할아버지는 하룻밤을 쉬어간다. 다음날 어느 마을에서 넬은 마을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그러나, 석달 전에 일자리를 잃은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었다. 굶주려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녹초가 될 정도로 걷던 넬은 어느 여행자를 만나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여행자는 전에 만났던 가난한 교장이었다. 넬과 할아버지는 교장이 새로 부임받은 학교를 향해 동행한다. 퀼프는 넬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독신남성의 뒤를 미행한다. 누들스 부인과 독신남성은 넬을 찾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키트는 엄마를 감시하는 퀼프에게 경고한다. 퀼프는 키트에게 앙심을 품고 변호사인 브래스와 함께 음모를 꾸민다.

 

교장의 도움으로 넬은 교회 사택에서 살게 된다. 새 마을에서 넬은 마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다. 목사관에는 학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마튼 선생이 살았고 넬과 할아버지에게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학사는 넬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장단점을 꿰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다. 넬은 그곳을 사랑하고 소박한 행복을 누리지만 이내 병으로 앓아눕는다.

 

스위블러는 브래스와 샐리의 하녀와 카드놀이를 하고, 그녀에게 먹을 것을 내어준다. 또한 이름이 없던 하녀에게 마르셔네스란 이름을 지어준다. 브래스와 샐리는 음모를 꾸며 키트를 절도범으로 모함한다. 키트는 아벨씨와 아벨의 공증인 위서든 씨 앞에 결백을 주장하지만 결국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키트를 절도범으로 만들 증인으로 스위블러를 이용해 먹은 퀼프와 브래스는 스위블러를 해고한다. 스위블러는 쓰러져 3주 동안을 앓아눕는다. 깨어난 스위블러는 도망친 마르셔네스가 자신을 간호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마르셰네스는 키트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 브래스와 샐리의 대화 내용을 스위블러에게 들려준다.

 

스위블러는 키트의 주인인 아벨씨와 공증인 위서든, 그리고 독신 남성에게 키트가 모함당했음을 알린다. 세 신사는 샐리와 협상을 벌인다. 퀼프의 사주를 증언하면 샐리의 죄를 탕감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샐리는 이내 도주한다. 브래스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샐리의 전갈을 받은 퀼프는 도망치다 결국 강에 빠져 죽음을 맞는다.

 

키트는 사면된다. 갈랜드 씨는 넬의 행방을 알게 되어, 키트, 누들스 부인, 독신남성과 함께 넬을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갈랜드씨와 오래전 헤어진 동생이 넬 마을의 학사였던 것. 또한 독신남성 역시 어릴 때 헤어진 넬 할아버지의 동생이었다.

 

여행객들이 도착했을 때 넬은 죽어있었다.

내일은 넬이 올거야라고 중얼거리던 넬의 할아버지는 어느날, 넬의 무덤 위에서 영원히 잠든다.

 

 

유년시절 구두공을 했을만큼 비천한 삶을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디킨스의 주인공들은 주로 사회 하층민인 레미제라블이다. 그들을 괴롭히는 이는 사람이지만 그들을 구원하는 이도 사람이다. 평면화된 캐릭터,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뻔한 도식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디킨스는 디킨스다.

 

시적이면서도 사실적인 풍부한 묘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채롭고 개성 강한 캐릭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유머, 하층민에 대한 따듯하고 정감어린 시선. 인간의 선에 대한 굳건한 믿음 등은 오로지 디킨스만의 특성이다.

 

작은 새처럼 여리고 온화한 넬이 살아가기에 세상이라는 새장은 너무 견고했다. 넬은 죽었지만, 사랑스러운 넬의 미소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통과 근심이 사라진 한 조각의 꿈처럼남았다.

 

세상은 폐허와도 같은 황폐한 집이다. 도처에 악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선한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도 넬처럼, <위대한 유산>의 조 가저리처럼,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사람들이 있다.

 

그토록 맑은 영이라니! 담혜! 연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친다. 돌아가신 어머니, 신영복 선생님의 얼굴도 떠오른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이 삶이 이제 그만 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 덕분에 구원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살만하다.

세상을 살아가게 해 주는 건 신이 라기보다는,

사람이다.

 

만일 지금 괴롭다면,

그건 디킨스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줄친 문장 

 

p33. 그는 또 ‘어젯밤 태양이 내 눈을 너무 강렬하게 비춘 탓’에 오늘 자신의 모습이 조금 초라하다며 양해를 구했는데, 술에 무척 취했었다는 사실을 이런 수식 어구를 써가며 최대한 멋스럽게 표현했다.

"하지만 가녀린 촛불 아래에서 영혼의 불꽃이 일고 우정의 날개가 털갈이를 하지 않는 한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로즈 와인으로 영혼이 성숙하고 지금이 우리 삶에서 최고의 행복이 최소인 순간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스위블러가 탄식하듯 낮게 읊조렸다.

p339. 자로 코를 문지르다 그것을 손에 쥐고 손도끼처럼 휘둘러보았다. 아주 쉽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를 휘두르며 조금씩 샐리의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스위블러는 이렇게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며 자를 휘두르는 횟수를 줄여나갔다. 심지어 쉬지 않고 글을 대여섯 줄까지 쓴 것은 진정 위대한 인간승리였다.

p447, "내 기분을 잘 알거든. 비웃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저기를 봐라. 나의 친구란다. "
"불 말인가요?" 넬이 물었다.

"불은 내게 책과 같단다." 그가 말했다. "읽은 법을 배운 유일한 책. 불은 내게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지. 또 그것은 음악이기도 하단다. 나는 어떤 소음 속에서도 불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어. 타오르는 불은 자신의 함성 속에 또 다른 목소리를 지녔지. 불은 자신의 초상화도 지녔단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석탄에 얼마나 많은 낯선 얼굴과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불은 나의 추억이기고 하단다. 불은 내 인생 전체를 보여주거든

p465. 넬의 이야기를 듣고 교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깊은 애정과 정직함으로 가난과 고난에 맞서 싸우고, 온갖 불확실함과 위험을 혼자서 의연히 견뎌 내다니! 아직 세상은 영웅적인 행동으로 가득 차 있구나. 가장 강인한 사람은 세상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

교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선의의 목적은 실패하지 않는단다."

p481. "이곳은 나리를 환영합니다. 5월의 꽃이나 성탄절의 석탄만큼 나리를 환영하죠."

p495. "지면광고를 작성할까요" 브래스가 펜을 들며 말했다. "그의 인상착의를 떠올린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지만. 그의 다리가.....?"
"휘었지." 지니윈 부인이 말했다.
"휘었다고요?" 브래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허리띠도 차지 않은 쭈글쭈글한 무명 바지에 다리를 쩍 벌리고 거리를 활보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아! 눈물의 골짜기 같은 세상이여! 다리가 휘었다고 했죠?"
"그렇게 심하게는 아니고요." 퀼프의 아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다리가 휘었음" 브래스가 글자를 소리 내어 읽으며 써내려갔다.
"큰 머리, 짧은 몸통, 휜 다리."
"완전히 휘었음이라고 하게." 지니윈 부인이 제안했다.

p534.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모든 일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대부분 상대적이다. 만약 지금 넬이 이 소박한 장소의 평화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지친 발로 여행하며 겪었던 어둡고 힘들었던 과정 때문일 것이고, 그것은 엄숙한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깊은 울림과도 같은 것이리라. 낮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그곳의 빛은 낡고 울적해 보였다. 엄청난 시간의 입자로 정화되어 부패를 담고 있는 듯한, 흙과 곰팡이를 떠올리게 하는 실내 공기가 아치형 복도를 통해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기둥은 마치 지나간 시간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오랜 세월 경건한 발걸음에 닳고 깨진 바닥은 순례자의 발자취에 지워져 이제는 부서질 것 같은 돌만 남았다. 이곳에는 희미한 빛줄기, 돔형 지붕의 침하, 조금씩 허물어지는 벽, 낮게 내려앉은 바닥, 비문의 글이 닳아 없어진 장엄한 무덤, 대리석, 돌, 철, 나무, 먼지와 같은 폐허의 공통된 상징물들이 모두 존재했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소박하게 살았던 사람과 부자로 살았던 사람, 위풍당당한 사람과 볼품없는 사람 이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는 평등했다.

p535. 마침내 종탑 꼭대기에 올라섰다. 아! 쏟아지는 빛의 찬란함이여. 사방으로 뻗어 나가 맑디맑은 푸른 하늘과 만나는 들과 숲,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들, 푸른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나무들 사이에서 나는 연기,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무덤가에서 노는 아이들. 이것은 마치 죽음에서 삶으로 옮겨온 것 같았고, 천국에 한층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었다.

p544. "일흔아홉이라니까." 데이비드가 애석하다는 듯 고래를 흔들며 대답했다. "난 본대로 얘기했네."
"보았다고?" 교회지기가 말했다. "아, 참 데이비. 여자들은 항상 나이를 속이잖아."
"그건 그래." 데이비드가 순간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을 거야."
"분명 그럴 걸세. 아니, 외모만 봐도 그렇잖아. 그녀에 비하면 자네나 난 소년이지."
"나이가 좀 들어 보였지."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자네 말이 맞네. 분명 나이가 들어 보였어."
"몇 살처럼 보이던가. 일흔아홉, 고작 우리 나이로 보이던가?" 교회지기가 말했다.
"적어도 다섯 살은 많아 보였지!" 데이비드가 외쳤다.
"다섯 살은 무슨!" 교회지기가 대답했다. "열 살은 많아 보였네. 여든 아홉은 충분히 됐을 거야. 그녀의 딸이 죽었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때 베키 모르간이 여든 아홉이 다 됐었고, 그게 10년 전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오! 이런."

이 유익한 주제에 대해 도덕적 소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던 데이비드는 죽은 여인이 거의 백살에 가깝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 상호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리고 교회지기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넬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로 상대방이 자신보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 단정하며 헤어진 두 사람은 베키 모르간에 대해 함께 내린 그 사소한 결론에 큰 위안을 얻었다.

p553.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러는데," 아이가 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넬이 천사가 될 거래. 새들이 다시 노래하기 전에. 하지만 넬은 천사가 되지 않을 거지? 그럴 거지? 하늘나라가 좋긴 하지만 날 두고 가지는 마, 넬. 제발 떠나지 마!"

p560. "다시는 미로처럼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여인의 배신을 상징하는 이 모자를 쓰겠어. 다시는 여인과 장밋빛 미래를 맹세하지 않으리. 내 존재의 잔상으로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는 향유를 죽여 버리겠군." - 맥베스 문장들을 결합.

p569. 난 걸친 옷 따윈 보지 않아. 마음을 보지. 옷을 본다는 건 새장을 보는 것과 같단다. 하지만 마음은 그 새장 속의 새지. 아! 얼마나 많은 새가 새장 속에 갇혀 수없이 털갈이를 하고 새장 사이로 부리를 내밀어 인간을 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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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4-1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앱이서 친구 서재 안에서 검색 이런거 있음 좋겠네요ㅜㅜ
위대한 유산 찾다가 댓글 드려요. 아 필사~ 저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시이소오 2016-04-15 10:01   좋아요 0 | URL
초딩님도 굿모닝 입니다^^

초딩 2016-04-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어디 출판사 필사 하셨어요? :-)

시이소오 2016-04-15 09:56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북스캔 출판사네요^^

2016-04-1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위대한 유산을 필사하시다니!! 존경할 꺼리를 하나 더 늘리셨습니다. 와우! 디킨스에 대한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위대한 유산은 진정 걸작이에요 ^^

시이소오 2016-04-15 15:26   좋아요 0 | URL
컴퓨터 자판으로 했어요 ㅋ
그쵸? ^^

북깨비 2016-04-1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책은 커녕 영화도 안 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은 초등학교때 축약본으로 읽었고 두도시 이야기는 고등학교때 영화로만 봤어요. 저 지금 완전 축복받은 상태인데 시이소오님 리뷰 읽고 위대한 유산이 막 무지무지 읽고 싶어졌어요. 아 몰라요 저 어떡해요 ㅋㅋㅋ

시이소오 2016-04-15 22:15   좋아요 0 | URL
ㅋㅋ 축복받은 북깨비님,
꾸~~~욱 참으세요 ^^
 

얼마 전 어떤 블로거의 글을 보고 너무너무 화가 났다. 그 블로거는 복지가 늘어난다고 해서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데이터들을 늘어놨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여자들은 복지 수준에 상관없이 출산율이 줄어들었으므로 복지와 출산율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부력의 비밀을 밝혀낸 아르키메데스처럼 엄청난 진리를 알아냈다는 듯 호들갑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복지가 늘어나서 출산율이 줄어든 건가? 그렇다고 복지가 줄어들면 출산율이 올라가나?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복지정책으로 출산율이 떨어졌나? 그 블로거는 파워블로거에 최근에 환율에 관한 책을 쓸 만큼 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똑똑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터무니없이 멍청하고 사악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작정하고 덤빈다면 난 저 블로거의 글에 반박할 만한 데이터를 수천 개는 수집할 자신이 있다.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하나는 선의의 거짓말이고 또 하나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통계다. 


- 마크 트웨인 

 

서로 모순되고 상반되는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건 이제는 일도 아니다. 최근에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의 결과와 반대되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같은 데이터로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 1990년대 미국의 모든 전문가들은 범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범죄율은 1990년대 접어들어 갑자기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끊임없이 감소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말콤 글래드웰은 뉴욕시 낙서와의 전쟁을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았다. 반면 <괴짜 경제학>의 스티븐 레빗은 낙태의 합법화때문이라 주장했다. 두 사람에겐 같은 데이터가 주어졌지만 결론은 달랐다.

 

이 사례에 대한 가설은 실은 무수히 많다. 언론에 자주 노출된 가설들만 7개 정도 된다. 혁신적 치안 정책, 징역형 증가, 마약시장 변화, 인구 고령화,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 건실한 경제, 경찰 인원 증가 등등.

 

위 블로거의 주장은 명백한 기본적 귀인오류다. 기본적 귀인 오류란 타인의 행동 또는 문제 상황에 대한 이유를 환경적 요인이나 특수한 외부 요인에서 찾지 않고, 성향이나 성격 등 내적 요인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을 말한다. , 아시아계 여성들이 애를 낳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계 여성들이 애를 낳기 힘든 환경에 노출되었을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면 경제학자, 이코노미스트들은 왜 저렇게 사악하고 멍청한 짓거리를 일삼는가?

 

카너먼에 따르면 이론에 따른 맹목이라는 고질병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생겨났다.

 

이 같은 이론에 따른 맹목의 병폐는 오늘날 경제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모든 학자들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들이 받았던 경제학적 훈련은 이콘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청난 통찰력을 선사했지만, 그 대가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상식적인 직관을 모두 잃어버리도록 만들었다. 이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들이 인간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리처드 탈러,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이론에 대한 맹목은 이제 비단 경제학자들의 문제라 할 수 없다. 거의 모든 학문에 스며들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인간과 인간으로 가득한 세상을 다루고 있음을 망각한다. 피와 살과 생명을 지닌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시키려는 것. 심지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 이것은 악이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유사 이래로 폭력이 감소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인간의 죽음을 데이터로 환원시켰다. 물론 그는 자신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망각했다. 하여 국가에 의한 살인으로 고작 1억 명이 죽었을 뿐이라고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는다.

 

...... 이런 자에게는 통계가 실제 인간의 삶보다 더 중요하며, 설령 그가 인류를 위해 발언한다 해도 그에게는 한 국가의 크기와 정치, 경제적 권력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것은 없으며 그저 사업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유동적 근대의 새로운 사탄이다.

 

악이 분명한 형태를 띠고 있던 시대는 운이 좋았다. 오늘날 우리는 악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보고 느끼는 능력을 상실할 때 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타자를 일부러 잊는 것, 우리 곁에서 살아 있고 실재하며 무언가 옳은 것을 하거나 말하는 사람을 물리침으로써 우리와 다른 종류의 인간을 인지하고 인정하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우리의 새로운 정신적 장벽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도덕적 불감증>

 

신은 죽었다. 하지만 악마는 아니다. ‘힘 있는 자들에 들러붙어 인간의 얼굴을 외면하고 오히려 인간을 착취하기 앞장서는 너희 학자들.


너희들이 악마다. 너희들이 사탄이다.

 

학자여, 이 무정한 자여!

너희 뱀 같은 혓바닥과 손가락으로 말미암아

고통의 나락에 빠진 인간들의 신음 소리와 피눈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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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6-04-1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데이터를 내세우며 뼈와 살과 삶이 있는 인간들을 잊어버린 이들을 만날 때의 두려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5 13:20   좋아요 0 | URL
신자유주의가 낳은 새로운 악마들이죠 ^^;

cyrus 2016-04-1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블로거의 글을 보고 너무너무 화가 났다’라는 문장만 봤을 뿐인데, 마음이 뜨끔거렸습니다. 어제 저를 말한 줄 알았어요.. ㅎㅎㅎ 이제 알라딘의 악마가 되지 말고, 천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5 13:18   좋아요 0 | URL
어제 무슨일이 있었나요? ㅎㅎ

cyrus 2016-04-15 13:20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좀 실수를 했습니다. ^^;;

시이소오 2016-04-15 13:24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 서재에 가봐야겠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