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

[월간 月刊 새로 나온 책]

2016년 7월

 

 

7, 흐린 그 거리에서 스쳐지나갔던 그대의 얼굴

그리워서 잊고싶어요 정말 그래야만 해요

 

또 잘 지내요 힘겨워도 한 번 더 웃어줘요

사랑해요 아직은 그렇게 기억해요.

 

- 윈터가든, <7, 흐린 그 거리에서> 가사 中 -

 

 

 

 

 

비가 쏟아진다.

이상 기후 속에서도 하지(夏至)가 지나자 날이 무덥고 습해졌다.

이제 진짜 불러도 된다. ‘.’.

한 해의 반을 살아내고 보니

반년 중 기억하고 싶은 일들, 잊고 싶은 일들도 떠오른다.

그리고 또 반을 살아내야 한다.

여전히 그저 살지못하고 살아낸.

그렇게 또 잘 지내고, 힘겨워도 한 번 더 웃다보면 훌쩍 지나버릴,

이 여름에 좋은 책 읽고, 좋은 글 한 편 써 낼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1. 몸과 건강

 

1. 주원홈트 - 운동 병아리들을 위한 다이어트 꿀팁!

| 김주원 (지은이) | 싸이프레스 | 2016-05-16

 

 

 

2.따끈따끈 나의 자궁 -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한 여자로 만들어 주는

| 야마가타 테루에 | 이케가와 아키라 (지은이) | 육연주 (옮긴이)

| 황종하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16-05-26

 

 

 

 

2. 문학과 평론

 

1. 그게 아닌데 l 이미경 희곡집 1

| 이미경 (지은이) | 연극과인간 | 2014-11-21

 

2. 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
정재찬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5-06-15

 

 

3.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 장석주 (지은이) | 현암사 | 2015-01-30

 

 

4.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 셸리 킹 (지은이) | 이경아 (옮긴이) | 열린책들 | 2016-06-25

 

 

 

 

 

3. 인문과 심리

 

1. 판단의 버릇 - 선택과 판단, 예측과 분석을 할 때 저지르는 8가지 인지적 실수

| 마이클 J. 모부신 (지은이) | 정준희 (옮긴이) | 사이 | 2016-06-20

| 원제 Think Twice: Harnessing the Power of Counterintuition (2009)

 

2. 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

| 미나시타 기류 (지은이) | 이서연 (옮긴이) | 한빛비즈 | 2016-06-16

 

 

3. 인공지능 시대의 삶 - 책으로 세상을 건너는 법

| 한기호 (지은이) | 어른의시간 | 2016-06-20

 

 

4.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 , , 상자에 담긴 쾌락

| 로버트 N. 프록터 | 게리 S. 크로스 (지은이) | 김승진 (옮긴이)

| 동녘 | 2016-06-15

 

 

5.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 박웅현 (지은이) | 북하우스 | 2016-06-09

 

 

6. 검색, 사전을 삼키다

| 정철 (지은이) | 사계절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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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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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아니지
, 안 되지......’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 

저렇게 매력적인 남녀가 사랑을 해 보겠다는데, 

내가 사랑에 대해서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랑을 어찌됐건 지켜가야지, 그 사랑이 다소 무관심했거나 상처를 주는 것이었어도 

저렇게 바깥 길을 타는 것은 반칙아닌가라는 생각이 불쑥 솟았다

하지만......

런 생각을 계속해서 이어가기에 그 곳은 너무나도 예쁘고 하얗기만 했다

너무 성급해서 보호본능마저 자극하는 그 사랑에 동의하기 시작한 것인지

영화스럽게 잘 찍힌 그 영상에 매료되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결국 그들과 함께 여행했고 사랑했고 조금은 아파했다

'설득'된 것이다.

 

 

 

/는 두 대상을 이어주는 접속조사이다. 

남과 여로 적는 것이 표기법상 맞지만 어쩐지 남 과 여가 시각적으로 더 어울린다

이 영화의 신의 한 수는 그 어떤 수식조차 없이 라는 보통명사를 담백하게 뿌려놓은 것이 아닐까. 

말의 여지도 없는 완전한 불륜 영화’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자녀까지 두고 있어 그들의 죄책감을 얼마든지 더 부추길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제목은 부끄러운 치정을 떠올리게 하기보다 

아주 단순하게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생각, 마음, 또는 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다 이해하고 다 공감할 필요는 없지만 그저 그렇게 바라봐 보라는 무언의 압력마저 주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왜 핀란드여야 했을까 참 궁금했다. 

국내 영화에서는 낯선 배경이다. 사회복지나 교육복지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훨씬 많이 보게 되는 곳이었다

비단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 분)에게 자폐를 앓고 있는 자녀가 있었고 

아이들을 안전하고 탁월한 프로그램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아니면

놀라울 정도로 쏟아지는 눈과 키가 하늘에 닿을 듯 뻗어 있는 나무들

그리고 숲속 사우나 요정이야기를 위한 공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


이윤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배경을 핀란드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가장 낯선 느낌을 주는 나라 중 하나가 핀란드라고 생각했다"
"핀란드는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아주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 핀란드를 경험한 사람들도 많지 않고, 언어 또한 생소하다"

"여러 낯선 느낌들이 교차되면서 나타나는 감정의 역류를 그리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낯선 공간, 낯설게 만난 두 캐릭터의 교차를 보고 있는 것도 묘하게 두렵고 설레지만,

낯섦과 낯익음, 생소함과 친숙함의 잔잔한 변주도 흥미로웠다.


 치정을 그린 영화치고는 상당히 담백하고 여백이 많은 작품이다. 

그래서 카메라 렌즈가 가리키는 방향풍경사물그리고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와 제스처

침묵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영화다

뭔가 상징성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동행 없이 캠프에 간 아이들이 걱정돼 캠프장 가까이로 찾아가는 기홍과 상민. 

얼음판 위에 눈이 깊이 쌓인 호숫가를 가로질러 가보자고 농담하는 기홍,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발, 흔들리는 나무들까지 모두가 위태로운 선택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몸과 마음에 '죄책감'이라는 더께가 쌓일 때마다 

핀란드의 눈서울의 비는 그것을 한 번씩 씻어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만 쌓인 눈과 비가 다 녹지 않고 질퍽이는 것이 문제일 뿐.

"너무 멀어요..."

 기차 좌석의 한 칸과 통로를 더한 거리를 너무 멀다고 말하는 기홍. 

가까워지고 싶어요나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어요같은 

통속적인 대사보다 훨씬 감각적으로 느껴졌던 대사다

기홍의 애매모호함이 선명해지는 과정에서 내뱉은 이 말에, 

내가 상민이었다면 가장 흔들렸을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무대인사가 포함된 영화를 보게 되었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이윤기 감독은 

영화를 보며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시길 바란다는, 

오늘 하루 종일 무대인사에서 반복했을

그러나 영화를 만들고 편집하는 내내 가장 중점을 두었을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적어도 나는 그의 그 바람이 이 영화 속에 잘 실현되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 !   아래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높고 길게 늘어선 나무들 사이로 

직선 도로를 달려가는 기홍의 차를 풀샷으로 잡는다

들리는 마음들 사이로 앞으로 곧게 뻗은 길을 선택하는 

기홍을 상징하는 듯한 장면이라 잔상이 오래 남았다. 

반대로 상민은 혼자 탄 택시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으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실은 기홍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이 아니었을까 싶은 말. 

그녀의 택시는 더 달리지 못하고 도로가에 멈춰선다


공유 배우는 무대인사에서 

“기홍의 선택을 미워하시는 반응을 많이 봤다

하지만 저는 그 이후, 상민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어도 

기홍은 평생 후회하며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맞다...)

상민은 지쳤던 일상으로부터 놓여나왔고 핀란드에 다시 돌아갔으며, 

그곳에서 둘이 함께 시작했지만 기홍이 도망쳐 버린 그 결말을 직접 확인한다

울어버리고, 먼저 고백해버렸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언젠가 그녀는 다시 달리겠지만 기홍의 앞에는 멈춰설 곳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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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

[월간 月刊 새로 나온 책]

2016년 6월

 

바람은 불었어라 꽃씨는 날렸어라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도 좋았어라

내게 있어 6월은

한 송이 백합처럼 꿈을 꾼 것 같은 기분

그 꿈에 취했어라, 그랬어라.

- 더 원, '6월의 꿈'  -

 

  | 6월이 좋은 계절인가 아닌가 하는 물음보다도...

6월이 어떤 계절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다보면 어느새 더위가 성큼 온 것만 같았고,

"이제... 여름이야" 하며 6월에겐 좀 미안한 단정을 짓곤 했으니까.

진짜 여름이 오기 전에 표현, 이별, 예술가의 일상과 낭만들로

 이 표정을 알 수 없는 이 달을 채워보고 싶다.

함께 보고 싶은 책 여섯 권을 소개한다. | 

 

1. 작고 예쁜 그림 한 장|민미레터 (지은이) | 큐리어스(Qrious) | 2016-02-05

 

  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4시간씩 꼬박 3개월을 배우고 나니, 딱 이 한자성어에 맞는 처지가 됐다. “안고수비(眼高手卑”... 

캘리그라피는 글씨인 동시에 디자인이다. 정말 그랬다. 기본 필력은 물론이고 도구를 다루는 유연한 손, 공간을 구성하고 색과 미를 추구하는 감각을 요하는 작업이더라.

 제 글을 좀 쓰게 되었는데 여백이 심심하기도 하고, sns에 많이 보이는, 작은 종이 위에 수채화와 함께 있는 글씨를 쓰고 싶었지만 '마이너스의 손재주'인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2월 초판을 찍은 이후, 4개월만에 9쇄를 넘겼다. 일단은 기대보기로 

 한다. 이런 책에는 늘상 실력이 없어도’, '초보자도', 누구나라는 

              수식을 붙여 홍보하기 마련이지만... 또 한 번 '낚이어' 보지 뭐... ^^

 

2.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은이) |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06-08

 

 회의원, 장관, 작가, 방송인 다양한 명함을 달고 사는 그는 참 얄미운 사람이다. 여간해선 반박하기 어려운, 맞는 말만 골라 해서 듣는 상대를 난처하게 하기 때문이다. 답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신은 모르는 척, 상대로부터 에둘러 그 답을 유도해 내는 기술은 팟캐스트를 듣는 내내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다.

  한민국에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을 때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유시민뿐이라고 생각했다. 유시민처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유시민 뿐이다. 제목은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말 기술을 얻어갈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정의내려진 표현’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3. 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은이),

도희진 (옮긴이) | 양철북 | 2016-05-10 | 원제 目送 (2008)

 

 룹 쿨의 노래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1997년에 내놓은 "송인(送人)"이었다. 같은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해변의 여인"만 보더라도 제목은 한없이 무겁고 슬펐고, 여름댄스가요를 휘어잡던 그들이 부른 발라드가 묘한 정서를 불러 일으켰었다. 괜히 이 노래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제가 '目送'이고 제목은 원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을 마음이 아닌 눈으로 한다는 건 뭘까. 또는 중국문화권에서 가족, 부모와의 작별이란 우리와 어떻게 같고 다를까화권의 문학과 책에는 너무도 과문해서 이 이방인 작가의 이름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연하고 모호한 슬픔보다 사람과의 인연,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의 추억, 그리고 이별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좋겠다.

 


4. 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은이) | arte(아르테) | 2016-05-05

 

 10, 크로아티아의 헤어진 연인이 시작하여 전세계를 순회중인 전시가 제주에 가 닿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전시가 진행된 박물관 이름도 아라리오를 달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아마도 한국의 실연과 관련된 사연들이 담긴 책인 듯한데 그 목차만 보고 있어도 울컥함이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 호두, 모토로라 휴대전화, 유리병에 든 사탕, 첫사랑, 편지, 수학의 정석, 13년 전 앨범, 다이어리...

  답하라 시리즈에서 아주 작은 소품, 디테일한 연출에 더 큰 감동을 받듯이, 연분이 끊어진다는 것을 이다지도소소하고’, '궁상맞은것들로 보고있으니 더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82의 기증자의 82개의 사연이 담긴 들에서 나의 실연의 역사를 기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 오페라처럼 살다 - 사랑과 배신의 작곡가들 |나카노 교코 (지은이)

   | 모선우 (옮긴이) | 큰벗 | 2016-05-02

 

 제는 조금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높고 단단한 영역이다. 꼭 찾아 듣고 싶고 알고 싶다는 욕구도 덜 찬다.

 지만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어쩌면 오페라와 나 사이 '옹벽'을 쉽게 허물어 줄 지도 모른다.

 신간다운 맛은 적은데, 옛스러운 친절함을 갖춘 책이다. ‘친절하고 쉬운 손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고, 안내를 위한 장치들을 필요한 곳에 과하지 않게 잘 배치하고 있다.

 개된 이야기들은 술가의 일상과 개인적인 삶을 통해, 대단한 명성과 화려한 영광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다내 일상과 나의 관계 꿈과 이상 본능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꿈거릴 때쯤 생의 감각을 흔들어 깨워줄 지도 모른다. 

 

6. 이토록 환해서 그리운| 전수민 (지은이) | 마음의숲 | 2016-05-09

 

  이버의 /문화에서 출간기념 이벤트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달의 위로 - 이토록 환해서 아름다운"

(http://me2.do/IIApDCHz)" 이라는 제목에 이어지는 그림 몇 장이 순간적으로 눈을 홀리게 했다.

  가에게 그리는 것이 '그리워 하는 것'과 같았다는 말이.

  을 그리고, 달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시 잊고 있었던 '우리 그림'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대기업과 셀럽이 사랑하고 소장하고 있다는 문구는 없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자체로도 매력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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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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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장 낯선 모습이 가장 친숙하다

 

 작가인 오스터가 과거의 자신을 복원하는 고고학적 작업에 동원하고 있는 도구는 언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p. 364 ) 

  가장 낯선 모습이 때로 가장 친숙하다. 그 친숙함은 본능이나 타고난 기질같은 것으로부터 온다. 가면을 오래 쓰다 보니 잊고 있던 민낯을 만나게 되는 때가 그렇다.

 

 

내면보고서에 관한 내면 보고서

 

  당신은 저자가 유년기의 추억을 내면의 보고서로 완성시킨 글을 읽으며... 다른 독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굳이 2인칭의 누군가가 서술하도록 설정한 것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제목에 걸맞게 기억에 대한 신뢰성을 더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에게 표지디자인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작가의 문장에 대한 취향이라는 게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가 쓴 서술방식이나 문체는 당신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격려해주지 않았다. 저자는 끊임없이 기억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 하는데 어쩐지 당신은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지점에서는 - 기억이 아주 구체적으로 재현될수록 - 오글거리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당신은 오히려 책을 읽을 때보다도 그 오글거리는 문체를 빌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 서술방식의 매력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엉뚱한 생각이 많았다. 훌륭한, ‘미국의 가장 위대한산문가의 글을 알아보는 데 영 안목이 없었던 당신은 우습게도 이 책의 편철 방식에 대단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책은 실로 꿰메어 제본하는 정통적인 사철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철 방식으로 제본된 책은 오랫동안 보관해도 손상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최근 구매한 책들과 다른 하드 커버에, 민트색 갈피끈도 반가웠고, 책갈피를 늘 잃어버리고, 책갈피 없이는 읽던 곳 마저 잊어버리는 당신은 그 리본끈을 매만지며 참 감사하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폴 오스터에게서 끝까지 어떤 인상도 받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던 당신에게 다행스럽게도 하드커버와 갈피끈 못지 않게 반가운 몇 단어가 나타났다.

 

지루함. 단조로움. 외로움. 잊혀짐. 글쓰기. 편지.  

 

당신은 바로 거기서 스스로 혼자 있는 법을 배웠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중략) 당신의 자아가 당신에게서 질질 흘러 나간다고 느껴질 때면 당신은 망연자실한 상태로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느낌에 빠진 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p.53”

  

 "그때까지 당신은 줄곧 글쓰기 행위를 내면에서 외면으로 향하는 몸짓, 다른 이에게 가 닿으려는 노력으로 생각해 왔다. (중략)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될지 몰랐다." - p. 193  

 

  이 작가의 모든 유년시절 가운데 당신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어린 몽상가'에 대한 기억이었다. 당신도 그랬으니까.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이 여럿이 있는 것보다 편했고 에세이, 소설, 만화 등 읽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당신의 유년시절에도 돌이켜보면 꽤 훌륭한 몽상들이 가득했었다.

 

  지금 당신이 폴 오스터가 과거를 복기하던 때보다 훨씬 젊다는 걸 떠올린 당신은, 그제서야 이 산문가 앞에 붙은 영예로운 수식어들에 하나씩 공감한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뱉어내는 데도 허덕거리기 일쑤인 당신에게 한 달 전, 일 년 전, 오 년 전, 십 년 전, 이십 년 전 쯤의 일들을  배운만큼의 언어로 복기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이 생각이, 가능성에 대한 궁금함이기보다, 행여 가능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하이라이팅 효과로 과장된 기억, 또는 너무 어두운 나머지 곧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본 기억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기 직전의 상태로 겨우 남아 있는 장면들을 다시 살려낸다는 건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그에게 당신은 여전히 미안하다. 그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었다. 그가 2인칭의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유년시절을 타자화했듯이, 당신도 그의 기록을 통해 자아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면 당신 역시 못지않은 위대한 독자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직은, 이토록, 타인의 삶에 무심하다는 걸, 당신의 식은 가슴과 좁은 품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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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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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센 언니의 조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읽으려고 사무실에 책을 가져갔다. 조금씩 읽다가 덮어 세워두려던 나는 나도 모르게 책등을 뒤집어 놓는 나를 발견한다. 누군가 내 책상 위 이 책을 보고 , 얼마나 더 열심히 안 하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을 할까봐...^___^

  천성이 민폐 끼치는 것을 못하게 태어나서 주어진 자리에서 늘 열심을 다 했지만, 내게도 열심히 해야 한다거나, 적어도 열심히 하는 척은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도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사노 요코의 글을 읽으며 배우 윤여정을 떠올렸다는 리뷰를 더러 보았다. 나 역시 백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윤여정 배우의 캐릭터나 인터뷰를 볼 때면 수십 년의 나이차에, 살아온 세월이 절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꼰대스럽-’지 않은 무언가가 느껴진다. 시쳇말로 걸크러쉬의 원조라고 해야 하나.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거나 같은 세대를 누렸다는 것이 괜한 동질감을 주는 때도 있다. 하지만, 사노 요코의 글을 읽으며 문득, 어떤 시대를 살고 있건 존재로서 깨어있다는 것, 익숙한 것에 딴지를 걸고, 평범 속에서 비범을 찾고, 좀 자주 이기죽거리는 모습에서 닮고 싶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2. 냉소에 관하여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처음엔 3~5명 소수정예로 하기로 했는데 하나, 둘 빠져나가고 어느새 원어민 강사와 나 둘만 남아 의도치 않게 일대일 개인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때 대화는 거의 다 잊었지만 딱 한 장면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How about your personality? In a word?”

 

  나는 준비한 면접 질문이 나왔을 때처럼 신나게 대답했었다.

 

 “I think that my character is so cynical!”

 

  이 장면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건, 첫째는 나를 바라보던 그 외국인 강사의 놀란 눈 때문이고, 둘째는 네가 방금 내뱉은 그 단어의 뜻을 알고 쓴 것이냐는 강사의 물음에 당황했던 나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냉소적(冷笑的): 쌀쌀한 태도로 업신여기어 비웃는. 또는 그런 것.

 

  물론, 그때 나는 규범적인 정의보다는, 좀 지적이고 멋진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지만 막 만으로 열여덟을 넘긴 여고생에게서 나온 그 단어가 그다지도 의외였을까.

 

  어찌됐건 나는 지금도 내 성격을 설명하는 몇몇 단어 가운데 냉소를 빠뜨리지 않는다. 지식이든, 상식이든, 잡식이든 아는 말과 듣는 말이 많아질수록 타인의 말과 상황을 비꼬는 실력도 날로 늘고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냉소적인 사람이 이상적인 사람에 비해 돈을 덜 번다는 연구 결과를 보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돈을 많이 못 벌었나 싶기도 하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꼬는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창의력을 요하는 일에 더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결론도 있던데 지금이라도 그런 일을 찾아봐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3. 다시 쓴다면......

 

  단어가, 글이, 문체가 작가 그 자체로 보이는 에세이를 오랜만에 봤다. ‘에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작가의 자아가 좀체 보이지 않는 글은 개인적으로 좀 답답하다. 사노 요코, 그녀가 어찌나 자기와 자기 일상을, ‘신변을 잡스럽게 기록해 놓았던지...... 그녀가 본 영화, , 그녀의 친구, 동료 어느 것 하나 직접 겪어본 것이 없지만, 거꾸로 내가 본 영화, , 내 친구, 동료를 그녀가 본다면 어떤 말을 해 줄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영화를 해피엔딩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빈자와 부자, 추녀와 미인, 행복과 불행, 리얼한 것과 거짓된 것 어떤 생활이 계속되든 끝나든, 사람의 일생이란 그 안에 모든 것들을 뭉뚱그려 갖고 있으며, 거적이든 얼룩 하나 없는 비단옷에 싸여 있든, 사는 것은 아름답다고...”

                                      - 리얼리티는 궁상맞은 것 중에서 -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녀는 나와는 살아간 시대도, 나라도 같지 않다. 그런데 20165월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냉소적인 젊은이는 그녀의 글에서 낯섦과 친숙함을 동시에 느낀다.

 

  편리해진 밥통(가전)은 시민의 감각으로-

  집을 꾸미고 싶은 속물 근성은 에너지로-

  궁상맞은 일상은 리얼리티로-

  어둡고 삐뚤어진 근성은 지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바라볼 수 있는 그녀의 그 무딘 듯, 날카로운 생각들을 지켜보며 문득 어떤 아줌마, 어떤 할머니가 되어 갈 것인가 생각해 봤다. 내 평생에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그래도 언젠가 제대로 를 쓰고, 그녀가 보여준 그 격하게 솔직한’ 것들을, 최선을 다해 '냉소적'으로 채워보고 싶다. 예쁘게 쓰지 않을 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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