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자의 없는 척




 


                                                                                                                                                                                               내가 구멍가게라는 낱말을 좋아한다고 해서 3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수퍼-마켓1)이라고 명명한 가난뱅이 장사꾼의 스웨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 없는 자의 있는 척 - " 은 가소롭기는 하나 비난할 정도는 아니다. 

​

오히려 " 있는 자의 없는 척 - " 이 " 없는 자의 있는 척 - " 보다 가증스러운 경우2)가 훨씬 많다. 있는 자는 있는 척-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다.   그렇기에 나경원이 1억짜리 피부 관리를 받았다는 사실과 조윤선이 1년 생활비로 5억을 쓴다는 사실에 대하여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강남 3구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오히려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평소 씀씀이로 보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데에도 모른 척하며 그들을 찍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선 때 5000원짜리 국밥을 서민적으로 말아드셨던 각하는 국밥을 말아드신 것이 아니라 국가를 말아드셨고,

​

박근혜는 바리데기가 아니라 마리 앙뚜와네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있는 자의 없는 척은 먹히는 코스프레이다. 내가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없는 자의 없는 척도 아니고 없는 자의 있는 척도 아닌, 평소에는 프롤레탈리아 계급을 찬양하며 부르주아 계급을 경멸하는 척하지만 내심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경멸을 숨긴 사람들이다. 좋은 예가 " 내가 아는 사람 ~ " 이라는 설정을 자주 남발하는 사람이다. 모 블로그 이웃(지금은 해제된 상태이지만...)이 쓴 글은 구멍가게 규모의 가계 살림'에 대해 솔직하게 서술하는 편이다.

​

유니클로와 다이소의 단골인 그는 소소한 서민적 삶을 예찬한다. 또한 정치적 성향은 이명박근혜 정부에 대한 경멸로 부글부글 끓는 사람이지만 3개월 동안 진행된 촛불 집회에는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꽤나 좌파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말끝마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누구누구...... "  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서 그가 호명하는 " 누구 " 는 자신과는 달리 대부분 성공해서 삶이 부유한 사람-들이다. 소설가에, 사진가에, 변호사에........ 그는 유니클로와 다이소를 예찬하지만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넉넉한 사람이다. 그가 어느 모임의 사진을 올리며 사진 속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났다. 그

​

것은 자신보다 한 단계 상위 계급을 자신과 동등한 친분 관계로 소개함으로써 자신의 신분 계급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없는 자가 있는 척하기에는 쪽팔리니까 있는 자와의 친분을 빌려서 자신을 과시하려는 태도에 다름아니다. 사기꾼은 대부분 지체 높은 " ~ 내가 아는 사람 " 이 많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친구 목록에 구멍가게 살림을 근근이 이어오는 당신이 포함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는 당신을 소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그 계급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을 계급 투표라고 한다면,

​

그는 겉으로는 서민적 삶을 예찬하면서도 속으로는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 나는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이보다는 계급 투표 성향인 척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경멸과 그 반대에 속한 계급에 대한 선망을 가진 부류가 더 한심하다. 없는 자가 없는 척하는 것도 때론 가식이 된다 ■









​

​                 

1) 슈퍼보다는 수퍼라는 표현이 더 좋다 ​

2) 예를 들면 정치인의 서민 코스프레가 대표적이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7-06-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 간판이 ‘oo슈퍼마켙‘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4 21:28   좋아요 0 | URL
그쪽 동네는 점방이라고 안 하나요 ?

cyrus 2017-06-04 22:08   좋아요 0 | URL
점방이라는 말은 안 써요. 여기도 가게를 ‘슈퍼‘라고 써요.

가넷 2017-06-05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판에는 없지만 부르기는 그렇게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직 계세요. 그런데 점방이었나요? 전 전방으로 알고 있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5 14:08   좋아요 0 | URL
아, 전방이라고 하나요 ? 하여튼 제가 전방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경주 출신분이 아니 점방을 모르는 사람도 있네 ? 라며 가르쳐주더군요..

가넷 2017-06-06 00:20   좋아요 0 | URL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가게로 쓰는 방이라도 해서 점방이 맞네요. 그런데 보통 방언이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무엇의 방언으로 표시하는데(쇳대의 경우 열쇠의 방언이라는 식으로) 이건 그렇지 않을 걸로 봐서 방언은 아니렸던 모양이네요 ㅋ 전 여태 사투리인불 알았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6:14   좋아요 0 | URL
보니깐 전방도 있고 점방도 있군요.. 전 전방이 지금까지 방언인 줄 알았는데 방언이 아니군요.. 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울 사람인데 한번도 전방,,점방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군요..

2017-06-05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5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6-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가들 중에서도 계급 배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백낙청(하향 배반)과 복거일(상향 배반)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백낙청 평론가의 경우는 사실은 부르주아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람인데 문학가로서는 민중문학/참여문학론을 제창한 사람으로 유명하죠. 물론 이후에 김명인/조정환 등으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복거일 소설가는 실제로는 부가 넉넉하지 않은, 그다지 높지 않은 고료로만 생활하는 집필 노동자에 가까운 사람인데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자본가/시장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세상에는 참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5 14:59   좋아요 0 | URL
결론은 희한한 사람-들이군요.. 반대의 성향으로 백과 복을 거론하셨는데,
글구 보니 남성이 여성을 지지하는 경우도 일종의 계반 배반 투표 성향이겠군요.
문득 원더우먼 원작자가 생각나는군요. 이분은 남성인데 과격 여성 인권 운동을 열렬히 지지하셨던 분입니다.
부르주아가 프롤을 지지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저는 부르가 부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저 새끼 자기 배 채우려고 애쓰는구나.. 이런 생각만.. 그런데 노동자가 노동자를 비난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더군요..

저도 결론은 세상에는 참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항상 수다맨 님 댓글 아래에는... 시간 나실 때 술 한 잔..

수다맨 2017-06-06 03:59   좋아요 0 | URL
넵. 그렇다면 이번주 토요일 날 저녁에 혹시 시간 있으신지요? 간만에 곰곰발님과 한잔 하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6:13   좋아요 0 | URL
이번 주 토요일 좋군요..

수다맨 님 편하게 사당 근처에서 볼까요 ?

수다맨 2017-06-07 18:23   좋아요 1 | URL
답글이 조금 늦었습니다.
사당역에는 제가 아는 집이 별로 없어서요. 저번처럼 종로 3가역에서 보는 건 어떠실지요? 좀 멀기는 해도 저는 그쪽 분위기가 좋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9:34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그럼 종로 유진 식당에서 오후 6시에 봅시다아.. 토요일.. 유진식당 ! 콜 ?

수다맨 2017-06-08 04:36   좋아요 1 | URL
넵. 유진 식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8 16:13   좋아요 0 | URL
그럼 그때 봅시다아.

나와같다면 2017-06-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배반 투표 현상에 대해서 항상 의문이예요.. 아직도 의문은 계속 되구요

사회적 약자는 왜 정치에 온전히 기대지 않는걸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8:26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저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 :

 

 

 

 

 

 

 

 


 


어리숙한 어린 쑥에게





 


                                                                                                       꿈을 꿨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서 한 가지 소원을 말씀하셨다. 쑥떡이 먹고 싶구나.                        평소 무뚝뚝했던 불효자의 눈에서는 가래떡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나는 그 길로 쑥 캐러 병실을 쑥 나갔다.  어머니는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

​

다 큰 쑥은 질겨서 맛이 없으니 어린 쑥을 캐 오거라.                              뒷동산에 오르니 쑥향이 진동했다, 동산 전체가 쑥밭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늦은 봄이라 어린 쑥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린 쑥을 찾아 동분서쑥하다가 드디어 어린 쑥을 찾았다. 기쁜 마음에 성급하게 호미질을 하려는데 어린 쑥-들이 쑥덕쑥덕 쑥덕거리는 앳된 소리가 들렸다. 요즘 어린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오래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본다, 어르신 말씀에 어린 쑥이 불쑥 끼어들기 일쑤다...... 쑥덕공론의 요지는 " 어린 쑥 개새끼-론 " 이었다.  나는 어린쑥의 어리쑥한 어르신 연기에 웃음이 났다.

​

이 녀석들, 어린 놈들이 살기 위해서 어르신 흉내를 내고 있구나.                    " 어리숙하다 " 라는 말의 어원을 발견하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병상에 누운 노모를 생각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쑥을 캐기 시작했다. 쑥아, 미안하돠 !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척하기) 중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이는 송강호나 최민식이 아니라 생태였다. " 죽은 척하는 생태 " 연기는 압권이었다. 생태는 죽은 자를 연기하기 위해서 물 밖에서도 24시간 숨을 참고 있었다. 완전 개감동 x 100.  영화잡지 << 키노 >> 는 생태 씨의 인상 깊은 연기를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뽑았다. 생태 씨, 숨 쉰 채 발견 !   동태 연기도 훌륭했다. " 얼어죽을 동태 " 는 동사(凍死)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

와와. 그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이 새끼들, 정말...... 대다나다 !   반면에 박근혜는 최악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다. 세월호 때 흘린 눈물 연기는 눈 뜨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이었다. 되짚어보면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한 관료 또한 시종일관 최악의 연기력을 선보였고, 시청자는 대부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황교안의 로보트 연기는 장수원을 능가한다).  가짜 눈물이기에 어색한 눈물이었고, 가짜 슬픔이었기에 어색한 슬픔이었으며, 가짜 나라 걱정에 가짜 애국심이어서 내 입에서는 수천 번 c8_ 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박근혜가 죽은 척하는 생태와 얼어죽을 동태를 비선 실세로 모셨다면 비선 씹새'라는 욕은 벗어났을 것이다.  

​

나는 " - 척하기 " 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빙 고프먼의 탁월한 저서 << 상호작용 의례 >> 를 읽으면 인간은 척하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인생은 쇼'다. 인생이 < 쇼 > 라면 정치는 < 쑈 > 를 넘어 < 쑈쑈쑈 > 에 가깝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점심 식사 후 정원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는 사진은 정략적 목적이 깔린 연출에 가깝다. 이 연출은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기에 오바마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기술이기도 하다. 문제는 " 척하기의 자연스러움 " 이다.

​

박근혜나 황교안처럼 의전을 졸라 중시하는 인간 따위가 참모들과 허물 없이 티타임을 연출한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리 없다. 못생긴 배우가 드라마 << 꽃보다 미남 >> 의 주연배우가 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의 척하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치에는 眞, 善, 美도 필요하지만 厚(두터울 후)와 黑(검을 흑)도 필요하다 후흑,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을 뜻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노무현은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의 조건 없는 환대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적은 그 환대를 받아들일 만큼 선량하지 않다는, 인간이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노무현은 알지 못했다.

​

조건 없는 적대를 조건 없는 환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건 없는 환대가 성공하기 위한 최소 충분 조건은 조건 있는 적대까지이다. 노무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진보의 강박적 도덕률 요구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인생이 쇼라는 진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치가 쇼가 되면 악담을 퍼붓는 얼치기 캐피어 좌파'였다. 하여,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을 작정이다. 진심을 담은 가식의 달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에게 필요한 비선은 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다.  때론 가식적으로, 그리고 때론 간사하게 !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yo 2017-06-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쑥쑥 들어오는 곰발님의 쑥드립 완전 찬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쑥 가지고 말장난하기 아주 좋은 단어입니다. 많이 애용해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곰곰발님은 정말 다양한 주제의 꿈을 쉴새없이 꾸시는 군요.. 대체 잠은 푹 주무시는지 궁금합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글의 재미를 위해서 허구를 꿈의 형식으로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ㅎㅎ

2017-06-01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정 사상 가장 오글거리고, 부자연스러운 정치인들의 ‘쇼‘가 반다송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앞으로 열심히 댓글에 동참하겠습니다



​

​

​


                                                                                                        권력은 " 정보의 독점 " 에서 나온다. 부처님이나 하느님이 권력 서열 0순위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요, 하늘에서 다 내려다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어 !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대한민국 정보 접근성 순위 1위'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에는 모르는 기밀은 없는 것이다. 언론 권력도 정보의 독점에서 파생되는 힘이다. 기자라는 양반이 기세가 등등한 이유는 정보의 접근성에 있다.

​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 기자-들마저 문빠를 적대시하는 이유는 미디오 환경이 급변해서 그들이 누렸던 정보 독점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는 취재용 자료 화면 중 상당수는 대중에게서 나온다(대중의 핸드폰 카메라 기능과 자동차 블랙박스). 또한 의제 설정 및 네이밍도 대중의 아이디어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대중이 김무성의 갑질을 " 노 룩 패스 " 라는 스포츠 용어를 사용한 예가 대표적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프레임과 네이밍 설정은 기자들이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자들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황우석 사태 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기자들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젊은 과학자 모임인 브릭'이었다.

​

그러니까 인터넷 게시판의 글이 기자의 탐사 보도 기사보다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정보를 독점해서 권력을 얻었던 기자들이 입장에서 보면 대중의 기자화'는 우려스럽다. 한경오가 문빠를 보는 시선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에는 수동적 정보 수용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능동적 정보 제공자 내지 감시자'가 되자 기자들은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경오가 그동안 버릇처럼 대중을 향해 진보의 맏형을 자처하며 대중이여, 내가 앞장설 테니 당신들은 나를 따르라 _ 라고 외쳤는데 대중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였던 것이다. 조까 !  


국민의당과 조선일보는 사드 4기 국내 반입 고의 누락 사건을 두고 " 대통령 호들갑 프레임 " 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혼자서만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기밀 내부 문제를 이런 식으로 언론에 공개해서 해결하려는 태도가 나쁘다는 지적도 있다. 얼토당토않는 주장이어서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은 쉽다. 대통령은 정보의 독점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사드 4기 국내 반입 고의 누락 사건은 정반대'다. 국방부와 조선일보 그리고 박주선은 알고 있는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런 것을 두고 하극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

또한 사드 4기 국내 반입이 국가 기밀이라면 언론사는 국가 기밀 누설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정보를 독점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종이 호랑이일 뿐이다. 나쁜 언론 권력이 대통령을 종이 호랑이로 만들려고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인 간섭이다. 나는 지금까지 기사에 딸린 댓글창에 댓글을 단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심히 달기로 했다. 오지랖이라 해도 좋다. 나쁜 기사에 침묵하는 것은 키티 제노비스의 죽음에 침묵했던 38인과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말했다.

​

나쁜 정치에 대해서 침묵하지 말고 나쁜 기사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 정치 참여가 아닐까 싶다. 당신의 지적질이 나쁜 권력자를 주눅들게 만든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17-05-31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05-31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자유당 쟤들은 뭘까요? 출석 인원 과반이 인준인데 들어가서 반대표 안날리고 밖에서 저러고 있으니 민주당만 다 찬성해도 인준되는 상황이 된거잖아요.

알고보니 쟤네 츤데레 쩌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2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츤데레라는데 공감 한 표. 사실은 엄청 착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雨香 2017-05-3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재인지지자가 아닌데도, 어느샌가 조선이나 한경의 악의적인 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3   좋아요 1 | URL
이제는 시민 기자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도 탄생하고... 빨간피터인가요 ? 그분은 후원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취재를 하더군요. 앞으로는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돌궐 2017-05-31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암 기사 아래 악성 종양을 정교하게 도려내는 듯한 곰곰님의 댓글을 기대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4   좋아요 0 | URL
욕쟁이에서 좀 벗어나려고 노력했는데... 이명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글샘 2017-05-31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댓글로 욕을 마구 달고 있는 저를 봅니다. ㅠ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5   좋아요 0 | URL
김대중 대통령이 담벼락에 대고... 이 말 진짜 핵심을 찌르는 말 같습니다..

붕붕툐툐 2017-05-31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속이 다 보이는 뻔한 프레임으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꼴이 우습지도 않아요. 아직도 언론에 놀아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댓글 열심히 달아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6   좋아요 0 | URL
댓글 여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명박근혜가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댓글이 확실히 여론을 조성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새아의서재 2017-06-01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민구에게 살의를 느낍니다. ㅜ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7   좋아요 0 | URL
밍구, 관진이, 황불알이 셋 좀 박살났으면..

cyrus 2017-06-01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종 기자들이 인터넷 게시물을 허락 없이 인용해서 자신이 처음 발견한 것처럼 보도합니다. 아직도 지들이 정보 독점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헤드라인을 지들 맘대로 바꿔서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기도 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17   좋아요 0 | URL
사진을 따간 경우도 있더군요. 남의 사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흔하고..

syo 2017-06-01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 분위기를 좀 보시라구요. 알라디너들은 신뢰할 수 있는 알라디너 언론을 원하고 있습니다. 곰발님, 참지 마세요. 지금은 곰발님이 떨치고 일어나셔야 할 때인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09:25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이 악당들아 나와바리, 쌍끌이 그물망으로 너희들을 가두마 !!!!! 크아아아앙..

+

쇼님 신문 하나 만드십십요.
 

 

 

 

 

 

 

 

 

 

 

 

 

 


 

 

 

​                                       

자   기   가      뭐   라   고  :


 



 



말해 뭐해, 손아섭처럼

 

 

 

​

​

​

​

​

                                                                                                         중국에서 문익점이 목화 솜을 밀반입했다면 파리에서 택시를 운전하던 홍세화는 똘레랑스를 수입했다. 저자와의 협의도 없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도 않았지만 똘레랑스는 홍세화의 라이선스가 되었다.

​

밑져야 본전은커녕 남는 장사인 셈이다. 지식인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물 건너에서 넘어온 '신문물'이라면 일단 열광부터 하는지라 똘레랑스는 메르스보다 빠른 속도로 지식인 사회를 점령했다. 홍세화는 똘레랑스란 무엇입니까 _ 라는 질문에 항상 소수자(약자)에 대한 배려와 차이에 대한 용인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나는 " 홍세화의 똘레랑스 " 가 참...... 같잖다고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소수자나 약자에게 배려를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다수자나 강자가 되어야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뭐라고 ?!

​

​홍세화의 똘레랑스는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위계적 관계가 성립되어야지만 똘레랑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것은 권력을 쥔 자의 시혜적 느낌이어서 불편한 것이다. 좋은 예가 진보랍시고 한다는 말이 다수가 이성애자인 우리는 소수인 동성애자에게 똘레랑스를 베풀어야 한다거나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동성애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흔한 주장이다. 이 흔한 애티튜드에 대한 내 답변은 항상 동일하다. 자기가 뭐라고 ?!  우리는 동성애에 대하여 똘레랑스를 베풀거나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며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시혜적 느낌, 바로 그 점이 같잖다는 것이다.

​

문빠가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마저 물어뜯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들은 항상 시민을 가르쳐야 할 교화 대상으로 설정하고는 모든 일에 대하여 시시콜콜 한수 가르치려고 한다. 간장 종지 없다고 불매 운동을 선언하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가녀린 여자의 짐 가방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그들을  싸잡아서 한국 사회를 후지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하다가 화가 화를 불러서 더욱 화가 난 기자는 아예 대한민국 국민성으로 매도하는 기자도 있다. 그것은 조중동 기자이든 한경오 기자이든 매한가지'다. 자신은 똑똑이요, 민중은 띨띨이 ! 홍세화가 문빠를 광신자'라고 규정했을 때 나는 비로소 홍세화의 똘레랑스가 불쾌했던 원인을 찾아서 반가웠다.

​

그에게 민중은 띨띨해서 교화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똘레랑스를 그토록 강조하던 이가 어느 순간 표독스럽게 변해서 광신도 운운하다니 어불성설이다. 나는 너보다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근자감이 홍세화식 똘레랑스'이다. 문제는 띨띨이의 지적 수준이 똑똑이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단군 이래 가방끈이 가장 긴 시대'가 그것을 증명한다. 문빠로서는 같잖은 것이다. 그들이 고급 정보랍시고 내놓는 것 중 상당수는 인터넷 바다에 뛰어들어서 필요한 자료를 찾으면 웬만한 것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다. 홍세화의 충고에 대하여 내 대답은 항상 같다. 자기가 뭐라고 ?







덧대기 ㅣ 개인적으로 손아섭이라는 롯데 프로야구 야구 선수를 좋아한다. 그에게는 다른 선수와는 다른 간절함이 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항상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무조건 전력질주이다. 김연자는 트로트 << 아모르 파티 >> 에서 말해 뭐해 손아섭처럼 만 하라고 충고한다. 내가 홍세화에게 보내는 충고이기도 하다. 도덕적 우월감에 쩔지 마시고 손아섭처럼 겸손하시라.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yo 2017-05-2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야긴지 모르겠지만,

손아섭 타석에서 표정 보면, 정말 쟤는 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하고 자기 자신밖에 안보는 그런 눈빛. 여기서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야 말리라는 눈빛 같은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29 15:45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말입니다. 눈빛 보면.. 확실히 남들과 다릅니다. 지독하다는 느낌도 들지요. 성적이 좋으면 으스대기도 하는데 이 양반은 그게 없어요.. 이병규와는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그 간절함에 경배를..

syo 2017-05-29 15:57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우리 엘지는 또다시 오래된 프레임을 몸소 체현하며....

곰곰생각하는발 2017-05-29 16:05   좋아요 0 | URL
에효... 한숨만.................. 올라갈 놈은 올라가고 때 되면 내려갈 놈은 내려간다는 말은 정설인 것 같습니다..

2017-05-29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9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7-05-29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진 똘레랑스도 딱 그 수준인 거 같아요. 정신 번쩍 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손, 겸손~

곰곰생각하는발 2017-05-30 16:0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붕붕토토 님이야말로 겸손의 아이콘이십니다..

2017-06-01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용이 위계질서에 녹아들면, ‘갑(甲)용‘이 되겠군요. 갑용. 진갑용...


곰곰생각하는발 2017-05-30 16:02   좋아요 0 | URL
ㅎㅎ. 고급 유머로군요..ㅎㅎ

yamoo 2017-05-2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예리한 곰발님. 사이다!

저 역시 똘레당스에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그 실체가 바로 저거였군요! 기자들이야 말해 뭘할까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5-30 16:01   좋아요 0 | URL
전 홍세화 식 똘레랑스 해석에 거부감이 많습니다. 관용 뭐 이따위 말하던데 제가 아는 똘레랑스는 역지사지입니다..

2017-05-30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30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

아쓰뜨랄한 범위에 근접하게 되는 쓰빽따끌의 향연 :  




 




한국이 지겹다1)




 

                                                                                                                                                                                                      중앙일보기자  전수진의 칼럼 < 한국은 지겹다 > 는 제목과는 달리 재밌다(칼럼 전문은 아래 미주를 확인). 인사 발령이 난 모양이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상주하며 파견 근무를 했던 기자는 임무를 마치고 짐을 싸서 본사 가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일 욕심이 많아서 짐 가방이 모두 다섯 개'라는 은근한 자기 PR도 곁들인 그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가녀린 여자가 혼자서 낑낑대며 짐 가방 다섯 개를 옮기는데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시바.

​

이 상황에서 기자는 한국 시민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 한국 밖에선 안 그랬다. " 고 회상한다. 이 문장은 일종의 " 플래시백 " 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

                    한국 밖에선 안 그랬다. 지난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에선 “제가 도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현지 신사가, 지난 2015년 뉴욕 JFK 공항에선 “지금 도움이 필요하죠?” 라는 현지 여성이, 지난달 교토에선 “혹시 지금 곤란하신 상황이라면 도움을 드려도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현지 (심지어) 할머니가 있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선의가 살아 있었다. 대영박물관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보다, 교토의 흐드러진 벚꽃보다 이런 보통 사람들의 선의가 격하게 부러웠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기자는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에 빠지게 된다. " 국민의 수준 " 을 운운하며 " 대한민국 5000만 국민 모두가 다 이 사회를 이렇게 후지게 만들었다 " 고 저주를 내린다. 그깟, 가방 하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이다. 이 정도면 아쓰뜨랄한 범위에 근접하게 되는 쓰빽따끌한 hasty generalization 이다. 그는 가방 하나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일까 ? 그는 칼럼을 다음과 같이 매조지한다.  " 지난해 10월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한국인으로 사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이젠 달라야 한다. 잃어버린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떠날 수 없는, 우리나라니까. 매력 없는 한국은 너무 지겹다. " 

​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다. " 2016년 10월부터 이 기사를 입력한 2017년 4월 7일 " 까지의 기간은 한국 현대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격동에 해당되는데,  기자는 이 기간을 매력 없는 한국이라고 단정한 후 너무 지겹다고 토로한다. 의아하다. 이 기간 동안의 정보 생산량과 뉴스를 소비하는 흡입력이 블랙홀에 가까웠던 적이 있었던가 ?  더군다나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였다면 지겹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자 비로소 기자가 야마 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짐 가방 다섯 개를 든 여자를 외면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이지만 사실 이 기사의 진짜 야마'는 촛불에 대한 경멸과 비하에 있다.

​

대놓고 촛불을 비하할 수 없으니 짐 가방 타령이나 하는 것이다. 골때리는 화풀이 기사'다. 이 칼럼을 작성한 전수진 기자가 도마 위로 오른 것은 중앙일보 칼럼 < 문빠들의 거침없는 질주2) > 에 전수진 기자가 댓글을 달면서 시작되었다.  

 

영어신문 시절 노사모 기사 썼다가 " 왜 우리를 (이화)창사랑 따위와 같이 썼느냐, 고소하겠다 " 고, 굉장히 못생기신 남자분이 전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



 

< 한국이 지겹다 >  라는 칼럼에서 " 피부색을 갖고 다른 이를 재단하다니, 후지고 천박하다 " 는 삼박한 문장을 뽑아냈던 기자는 어느 독자를 향해 " 굉장히 못생기신 남자분 " 이라는, 후지고 처처처처 천박한 인권 감수성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개그콘서트풍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이 분, 왜 이러는 걸까요 ? " 자기 가방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 국민의 수준...... "  운운하는 모습에서 기자라는 신분이 가지고 있는 " 독고다이 엘리트의 스웨그 " 를 엿볼 수 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마저 문빠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이유는 지식 / 언론 사회의 절대적 권위를 누렸던 자의 위기감 때문이다.

 

기자들은 문빠들이 좀비처럼 막무가내로 언론을 비난한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그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은 막무가내로 따지는 행위가 아니라 팩트를 가지고 조지는 행위에 대한 불편함이다. 내 글만 해도 그렇다. 나는 지금 전수진 기자를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 피부색을 갖고 다른 이를 재단 - " 하는 " 후지고 천박한 " 인권 감수성을 비판하던 이가 어떻게 " 굉장히 못생기신 남자분이 전화했던 기억 " 을 떠올리며 낄낄거리냐고 팩트로 조지는 것이다. 피부색 갖고 다른 이를 재단하는 것과 외모 가지고 다른 이를 재단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요 ?              

​

솔직히 말해서 기자들은 앞뒤 안 가리고 막무가내로 욕하는 독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쓴 기사를 독자들이 팩트 체크하는 상황이다.



 

 

 

 

■  덧대기 

 


1. 가방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기에 앞서 자존심 때문에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기자의 태도도 그닥 좋은 태도는 아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외면했다면 기자의 서운함을 이해할 구석이라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무작정 남 탓부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 글의 야마를 다섯 글자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너나잘하셈.

 

​

2. 중앙일보 칼럼 < 문빠의 거침없는 질주 > 에서 최민우 기자는 문빠를 " 문빠’에겐 더는 ‘조중동’이냐 ‘한경오’냐가 중요하지 않다. 보수든 진보든 여전히 한 수 가르치려 드는 듯한 ‘꼰대’가 꼴보기 싫을 뿐이다. 막무가내로 칼춤만 췄다면 ‘문빠’가 현재의 영향력을 가졌을까. 엘리트주의에 찌든 ‘기레기’와 금배지’ 등을 상대로 정밀 타격을 가하는 모습에서 대중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 라고 지적한다. 나는 이 칼럼의 논조에 동의한다. 기자가 문빠를 향해 눈치를 살펴야 할 권력이 되었다고 지적한 것은 " 막무가내 " 가 아니라 " 정밀타격 " 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나노 기술에 가까운 문빠의 핀포인트(PIN - POINT) 제구력은 문빠라는 시민 권력이 그동안 언론 권력만이 누렸던 정보접근성, 정보장악력, 팩트파인딩 및 체크 능력에 근접했기에 가능했다. 문빠가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까지 비판하는 태도와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가 문빠를 공격하는 태도는 언론 권력과 시민 권력이 헤게모니를 놓고 다툼을 하기 때문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회일수록 언론자유지수(낮을수록 좋다)가 좋은 사회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조중동은 국가가 언론을 장악하려고 시도한다면서 발악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가잫 좋았던 때는 노무현 정부로 언론자유지수 31위였다. 지금은 61위이다.

 

 

3. 이언주 의원이 제기한 문자폭탄이라는 프레임도 웃기긴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 1회 비용으로 억 단위 이상의 비용을 쓴다. 문자폭탄 사용자는 여론 조사 기관이 해야 될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언주는 그들에게 비용을 내야 한다.

 

 

 

 

 

 

 

 

 

 


 

​                                                



1)  칼럼 < 한국이 지겹다 > 전문 :   욕심이 과하긴 했다. 인사 발령이 난 뒤 지난 3일 아침, 정든 기자실을 떠나는 내 손에 들린 가방은 캐리어를 포함해 모두 다섯 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6층 기자실에서 검색대를 두 번 통과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모두 미련한 내 탓이지만 낑낑대면서 조금, 아니 많이 야속했다. 지나가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점이. 내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 가깝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헉헉대는 동료 시민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이가 ‘0’이라는 건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한국 밖에선 안 그랬다. 지난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에선 “제가 도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현지 신사가, 지난 2015년 뉴욕 JFK 공항에선 “지금 도움이 필요하죠?”라는 현지 여성이, 지난달 교토에선 “혹시 지금 곤란하신 상황이라면 도움을 드려도 괜찮으시겠어요?”라는 현지 (심지어) 할머니가 있었다.

​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선의가 살아 있었다. 대영박물관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보다, 교토의 흐드러진 벚꽃보다 이런 보통 사람들의 선의가 격하게 부러웠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치자. 한국은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팍팍하다. 지난 3일, 낑낑대며 새로 옮긴 곳에 짐을 푼 뒤 모바일 뉴스앱을 켜자 “한국에선 남 돕지 말라”는 외국인 부부의 사연이 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뛰어노는 아이에게 차량이 돌진하는 것을 발견하자 소리를 지르며 피하게 했다. 문제는 그 다음. 아이의 조부모가 “왜 내 손자에게 고함을 지르느냐”며 인종차별적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중재는커녕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발언”이라고 했단다.

​

이 뉴스를 접한 외국인 친구들은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었다. 영국인 친구는 “난 백인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피부색 갖고 다른 이를 재단하다니, 후지고 천박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향해 간다면서 국민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타인은 무조건 경계하고 의심해야 하는 사회, 팍팍하고 남에게 사납게 굴어야 손해 안 본다고 생각하는 사회,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 정치 탓도 있지만 대한민국 5000만 국민 모두가 다 이 사회를 이렇게 후지게 만들었다. 남 탓 말고 내 탓을 하자. 지난해 10월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한국인으로 사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이젠 달라야 한다. 잃어버린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떠날 수 없는, 우리나라니까. 매력 없는 한국은 너무 지겹다. 


분수대 칼럼 < 한국이 지겹다 > 전수진 기자  


2) http://news.joins.com/article/216097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