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 :

 

 

 

 

 

 

 

 


 


어리숙한 어린 쑥에게





 


                                                                                                       꿈을 꿨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서 한 가지 소원을 말씀하셨다. 쑥떡이 먹고 싶구나.                        평소 무뚝뚝했던 불효자의 눈에서는 가래떡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나는 그 길로 쑥 캐러 병실을 쑥 나갔다.  어머니는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

다 큰 쑥은 질겨서 맛이 없으니 어린 쑥을 캐 오거라.                              뒷동산에 오르니 쑥향이 진동했다, 동산 전체가 쑥밭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늦은 봄이라 어린 쑥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린 쑥을 찾아 동분서쑥하다가 드디어 어린 쑥을 찾았다. 기쁜 마음에 성급하게 호미질을 하려는데 어린 쑥-들이 쑥덕쑥덕 쑥덕거리는 앳된 소리가 들렸다. 요즘 어린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오래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본다, 어르신 말씀에 어린 쑥이 불쑥 끼어들기 일쑤다...... 쑥덕공론의 요지는 " 어린 쑥 개새끼-론 " 이었다.  나는 어린쑥의 어리쑥한 어르신 연기에 웃음이 났다.

이 녀석들, 어린 놈들이 살기 위해서 어르신 흉내를 내고 있구나.                    " 어리숙하다 " 라는 말의 어원을 발견하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병상에 누운 노모를 생각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쑥을 캐기 시작했다. 쑥아, 미안하돠 !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척하기) 중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이는 송강호나 최민식이 아니라 생태였다. " 죽은 척하는 생태 " 연기는 압권이었다. 생태는 죽은 자를 연기하기 위해서 물 밖에서도 24시간 숨을 참고 있었다. 완전 개감동 x 100.  영화잡지 << 키노 >> 는 생태 씨의 인상 깊은 연기를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뽑았다. 생태 씨, 숨 쉰 채 발견 !   동태 연기도 훌륭했다. " 얼어죽을 동태 " 는 동사(凍死)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와와. 그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이 새끼들, 정말...... 대다나다 !   반면에 박근혜는 최악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다. 세월호 때 흘린 눈물 연기는 눈 뜨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이었다. 되짚어보면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한 관료 또한 시종일관 최악의 연기력을 선보였고, 시청자는 대부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황교안의 로보트 연기는 장수원을 능가한다).  가짜 눈물이기에 어색한 눈물이었고, 가짜 슬픔이었기에 어색한 슬픔이었으며, 가짜 나라 걱정에 가짜 애국심이어서 내 입에서는 수천 번 c8_ 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박근혜가 죽은 척하는 생태와 얼어죽을 동태를 비선 실세로 모셨다면 비선 씹새'라는 욕은 벗어났을 것이다.  

나는 " - 척하기 " 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빙 고프먼의 탁월한 저서 << 상호작용 의례 >> 를 읽으면 인간은 척하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인생은 쇼'다. 인생이 < 쇼 > 라면 정치는 < 쑈 > 를 넘어 < 쑈쑈쑈 > 에 가깝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점심 식사 후 정원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는 사진은 정략적 목적이 깔린 연출에 가깝다. 이 연출은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기에 오바마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기술이기도 하다. 문제는 " 척하기의 자연스러움 " 이다.

박근혜나 황교안처럼 의전을 졸라 중시하는 인간 따위가 참모들과 허물 없이 티타임을 연출한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리 없다. 못생긴 배우가 드라마 << 꽃보다 미남 >> 의 주연배우가 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의 척하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치에는 眞, 善, 美도 필요하지만 厚(두터울 후)와 黑(검을 흑)도 필요하다 후흑,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을 뜻한다바로 그 지점에서 노무현은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의 조건 없는 환대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적은 그 환대를 받아들일 만큼 선량하지 않다는, 인간이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노무현은 알지 못했다.

조건 없는 적대를 조건 없는 환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건 없는 환대가 성공하기 위한 최소 충분 조건은 조건 있는 적대까지이다. 노무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진보의 강박적 도덕률 요구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인생이 쇼라는 진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치가 쇼가 되면 악담을 퍼붓는 얼치기 캐피어 좌파'였다. 하여,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을 작정이다. 진심을 담은 가식의 달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에게 필요한 비선은 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다.  때론 가식적으로, 그리고 때론 간사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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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쑥쑥 들어오는 곰발님의 쑥드립 완전 찬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쑥 가지고 말장난하기 아주 좋은 단어입니다. 많이 애용해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곰곰발님은 정말 다양한 주제의 꿈을 쉴새없이 꾸시는 군요.. 대체 잠은 푹 주무시는지 궁금합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글의 재미를 위해서 허구를 꿈의 형식으로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ㅎㅎ

2017-06-01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정 사상 가장 오글거리고, 부자연스러운 정치인들의 ‘쇼‘가 반다송 아닙니까?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