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것은 강신주의 지혜가 아니라 강신주의 성공이다.

 

 

영화 < 트루먼쇼 > 와 < 식스 센스 > 의 공통점'은 극중 주인공(들)이 자신이 누구인가, 를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끝에 가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 트루먼 쇼 > 는 주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짐 캐리를 속인 것이고, < 식스 센스 > 는 브루스 윌리스 스스로 자신을 속인 결과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들었다는 말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이 " 헛것(유령) " 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취사 선택의 결과였던 것이지 이웃이 그를 속였기 때문은 아니다. 관객 또한 브루스 윌리스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전략 " 에 말려들었다. 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왜곡된 정보를 얻기 쉽다.

 

어리석은 경감과 똑똑한 탐정은 범죄 현장'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본다. 어리석은 경감은 범죄 현장에 나열된 " 보이는 정보 " 만 선택한다. 반면 똑똑한 탐정은 " 은폐한 정보 " 를 찾는 데 힘을 쓴다. 왜냐하면 범죄 현장에 나열된 증거들은 역으로 범인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객인 우리가 쉽게 별다른 의심없이 브루스 윌리스를 믿었던 까닭은 그가 입은 의사 가운(gown) 때문이다. 그는 학계가 인정한, 성공한 아동 심리학 박사이다. 그가 입은 가운'은 일종의 명품 브랜드'다. " 아르마니 " 양복을 사는 사람은 절대 매장 직원에게 이 옷이 " 얼마니 ? " 라고 묻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바로 명품의 품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믿음이 바로 명품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가 브루스 윌리스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그 권력에서 오는 권위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대해 의심을 하며 딴지를 거는 놈은 배, 배배배배배배배신, 배반형, t, tttttttttttto 부정사'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는 토크쇼에서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세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때 시청자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그 처방전을 믿는 이유는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렇다. 복덕방 할아버지가 장기를 두며 늘 하던 잔소리'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티븨에 나와 똑같은 소리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자는 지긋지긋한 잔소리'가 되고 후자는 그럴듯한 처방전'이 된다. 같은 말인데도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 꼰대의 잔소리 " 가 아니라 " 별 볼 일 없는 꼰대의 잔소리 " 다. 반대로 " 별 볼 일 있는 꼰대 " 가 하는 말은 그것이 잔소리'라고 해도 경청해서 듣게 된다. 결국 젊은이들은 < 성공하기 위해서는 별짓을 다하는 속물 > 을 꼰대'라고 정의를 내리며 경멸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손가락질은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공한 놈이 하는 소리는 모두 영양가 있는 충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강신주 현상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강신주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과는 달리 듣기 싫은 소리를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의 화법을 < 돌직구 > 라며 좋아하지만 사실 당신이 열광하는 것은 그가 내린 정확한 진단 때문이 아니라 성공한 철학박사'가 내뱉는 권위 때문이다. 여기에는 < 성공 > 이라는 명함과 < 박사 > 라는 명패'가 그가 던진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이다. 그가 강의를 통해서 일관되게 하는 말은 " 솔직해져라 ! " 라는 진단이다. 아버지가 은퇴 후 자신을 간섭한다며 아버지의 은퇴 생활을 잘 꾸리도록 도울 방법을 묻는 여성 상담자에게 강신주는 아버지를 사랑하냐고 묻는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귀찮다는 것이다. " 아버지를 사랑하나요 ? " 라는 뼈아픈 말에 여성은 눈물을 흘린다. 강신주는 위로보다는 채찍을 드는 사람'이다. 그는 확실히 말 속의 뼈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 아버지의 은퇴 생활을 잘 꾸릴 방법... " 을 알려달라는 말에는 이타성'보다는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강신주는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 실수를 한다. 개인주의'를 이기적인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전혀 다르다. 강신주가 놓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강신주가 강의 내내 주장했던 것은 바로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자, 라는 소리는 개인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전국민이 보는 힐링캠프에 나와서 개인사를 말할 수 있는 용기에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딸의 애정을 전제로 한다. 딸이 가지고 있는 혼돈은 환경이 바뀌었기에 오는 소란( 아버지의 은퇴 전과 은퇴 후 )일 뿐이지 그것을 두고 너는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꾸짖는 것은 촛점이 어긋난 것이다. 비록 상담을 신청한 여성의 속내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효의 이타성'에는 못 미치지만, 나의 평안을 위해서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묻는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이것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그는 솔로몬 왕이 아니다. 그가 내린 처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여서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이다. 다만 당신은 별 볼 일 없는 자가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흘려 들었을 뿐이다. 당신이 사랑한 것은 강신주의 지혜가 아니라 강신주의 성공이다.

 

 

 

+

여성의 사연에 대해 강신주가 느닷없이 아버지를 사랑하냐며 < 孝의 문제 > 로 전환한 이유에는 그가 질문을 오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자면 : 그는 < 은퇴한 아버지가 자꾸 문자를 보내고 간섭을 하는 > 것에서 치매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고, < 은퇴 이후 생활을 잘 꾸밀 수 있는 계획 > 에서는 그런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낼 계획을 꾸미는 이미지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무의식이 느닷없이 튀어나와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귀찮아서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낼 계획을 꾸미는 딸 이미지를 연상한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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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일턴 2014-02-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멋진데요.

전 곰곰발님이 권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이말씀에는 1200퍼 동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8:42   좋아요 0 | URL
아니 유구일턴 님이 왠일이십니까. 저를 다 칭찬할 때고 있고 말이죠. 허허허허..

엄동 2014-02-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다상담"이란 팟캐스틀 들은적있는데
. 좀 생각없이 합리화하며 호승심 강하고
뭣보다 내담자를 깔아본다는 느낌을 받았었죠.

이번에 힐링에 나온건못봤지만.
차가운 달변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뭐 딱히 와닿는것 없다고도 하고
주변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더라구요.

갓쓰고 도포입은 꼰대의 말은 받아적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의구심을 품게 되는건
이미 만연해있는 모습이죠.
저도 안그런다곤 못하겠네요. 씁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1:37   좋아요 0 | URL
말의 권위와 까운의 권위는 다 100% 가짜죠.
그걸 믿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죠.
이번에 나온 < 또 하나의 약속 > 에 나오는 그 아버지야말로
정말 존경할 인물이죠.
전 안철수보다는 그 아버님이 100000배는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이건희보다는 1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지 말 그리고 언어 나부랭이가 아니에요.


엄동 2014-02-10 14:06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원래 또하나의 가족"이었죠 제목이.

저라면,
실제 10억을 제시받았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겁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그만큼 그분을 존경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4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막 내리기 전에 얼릉 가서 보아야겠어요.
첫 1주일이 고비거든요.

엄동 2014-02-10 17:07   좋아요 0 | URL
늦은저녁껄로 예매했어요
다행히 즈희 동네 근처에 상영관이 있네요
곰발님도 허리허리~

토드 2014-02-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속지 않게 정신 바짝!!! 말과 행동이 다를땐 행동이 진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9:35   좋아요 0 | URL
문학이 위대하다면 천문학이나 생물학 이런 것도 위대한 거죠.
거품이 만히 생긴 형태입니다. 글 쓰는 재주는 그냥 한 분야의 재주일 뿐
그것이 어떤 아우라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ㄱㄱ각합니ㅏ.

착한시경 2014-02-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상담과 감정 수업...뭐,,,강신주의 몇권의 책을 읽으며 철학자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대중강연 전문가라는느낌을 받았어여,,, 훗날까지 존경받기 위해서는 언행일치가 필요한데~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곰곰발님 글에 공감하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1:39   좋아요 0 | URL
후후.. 전 강신주를 비판할 생각은 없어요. 강신주 현상을 비판하고 싶은 것일 뿐.. 말입니다.
다만 말이 많다 보니 ( 강연이 많다는 것은 결국 말이 많다는 소리 )
모순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강신주는 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8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제지긋지긋!!!강신주좀그만까!!!
하루키도그만까고!! ㅋㅋㅋㅋㅋ

근데근데 곰발, 요기 오른쪽 위에 요 금메달가튼거 이거 모야?
파워블로거 = 그런거?
야 이거 떼달라그래라. 시발 페루애 자존심이 있지.. 알라딘금메달이머냐~
사탕은 그나마 책이라도 바꿔본다치고말이야..


(※ 알라디너 비하 발언 아님)

(저, 알라딘에 좋아하는 블로거들 많습니다 -진심)

ㅎㅎㅎㅎㅎㅎ(도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9:15   좋아요 0 | URL
이 녀석이.. 허허허 ! 요 금메달이 얼마나 좋은 건데 막말을 하냐 !
이거 나중에 알라딘에서 실제로 금 메달로 바꿔준다.


생각해 보니
음... 내가 강신주를 좀 많이 까긴 했어..
그만 까야겠다. 술만 마시면 강신주를 까게 되네... 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 안 깜....

만화애니비평 2014-02-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강신주의 "철학적으로 시 읽기의 즐거움" 을 읽어봤기에 나름 책을 잘 쓴다고 느꼈으나,
그래도 강신주보다는 진중권과 이택광 교수라고 생각듭니다.
철학이란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너무 쉬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철학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서는 아니 되나, 철학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말도 안 되게 돈도 안 되고, 현실적으로 필요없는 것을 들고 해메는 먹물이 있든 없든
자기고민을 하는 자들의 유일한 소유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듭니다.

그러니깐, 적어도 길거리와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의문제기형을 항상 날리는
진중권 교수와 이택광 교수의 글에는 달콤한보단 씁쓸함과 냉소가 좋더군요.
사탕발림 없이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이택광 교수가 적고,
냉소적이고 패러디한 내용을 진중권 교수가 적는데
최근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으면서 정말 좋더군요. 이런 명작이 있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51   좋아요 0 | URL
철학은 본질적으로 어려워야죠. 쉬우면 그건 철학이 아닐 뿐더러
철학적 해답이 단답형이라면 그것은 더욱 철학이 아니죠.
철학은 꽤 오랜 질문과 꽤 오랜 대답 아니겠습니까 ?
강신주의 이전 책들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최근 책들은 확실히 뭔가 좀 이상합니다. 깊이가 없다는 말이에요.

저도 이택광 교수를 좋아합니다.
책이 꽤 재미있어요. 진중권 교수도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말이죠.
하지만 강신주 식 대중 강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척 봐도 너무 엉터리이고, 앞뒤가 맞질 않아요. 철학은 기본적으로 논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엉망이면 진전이 안 되죠..

르미에르 2014-02-11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에 동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03:40   좋아요 0 | URL
내용에도 동의해주세요.. 후후
 

 

 

허튼소리 3.

 

 

 

 

7. 아침에는 황해에서 놀고 저녁에는 서해에서 논다 :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나는 평소 해양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 또래 친구들이 장래 희망으로 " 대통령 " 이나 " 선생님 " 이라고 할 때, 이미 박정희나 전두환이 저지른 똥냄새 나는 패악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존경하는 위인은 < 원효대사 > 라고 쓰고, 장래 희망 빈 칸에는 < 어부 > 라고 썼다. 호기심이 발동한 선생이 그 이유를 묻길래 대답을 했지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대답에 대한 선생의 코멘트는 아직도 기억한다. " 좀더 큰 꿈을 가져라잉 ? "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굉장히 비교육적'이었다. 고기 잡는 어부라는 직업을 희망하면 꾀죄죄죄죄한 것이 되고, 학생 가르치는 선생을 희망하면 원대한 포부인가 ? 사실 인간만큼 꾀죄죄한 집단도 없다. 한국인은 애국심, 애사심, 애향심 따위를 개인에게 강요하는데 이 " 愛 - " 로 시작해서 - 心 으로 끝나는 단어는  폭력적일 때가 많다. < 愛 > 와 < 心 > 이 지나치게 國, 社, 鄕, 君, 師, 父에 몰려 있다.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 에서 피터 빅셀은 " 애국주의에는 적이 필요하다. " 고 말한다. " 타인의 애국심은 언제나 국수주의 " 인 까닭이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아베 총리의 말은 망언이지만 일본 극우파가 보기에는 충언'이다. 이처럼 애국심은 타자에게는 국수주의'다. 반면 물고기는 국경이 없다. 그들은 여권 없이도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물고기에게 출신 성분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식탁에서 벌어지고는 한다. 생선이 맛있으면 국내산이고 맛이 없으면 중국산'이다. 다 고만고만한 근해에서 잡히는 놈들이니 다 고만고만한 놈들이어서 고놈이 그놈이지만 한국인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근해에서 잡히는 놈은 맛이 좋은 것이고, 중국 근행에서 잡히는 놈은 맛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어디서 잡혔느냐("국적이 어디냐 ?")가 아니라

 

얼마나 신선도를 유지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침에는 황해에서 놀다가 저녁에는 서해에서 노는 물고기는 토종인가 아니면 아닌가 ? 그 물고기가 아침에 잡히면 중국산이 되고 저녁에 잡히면 국내산이 되는 것 아닌가 ? 남과 북도 모자라서 강남과 강북으로 갈라야 속이 시원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국경도 없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게 출신 성분으로 품평회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자세일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식탁에 올라온 물고기마저 혈통을 거들먹거리며 족보를 따지는 시작했다. 대단한 애국심'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8. 낙지가 검은 먹물 대신 붉은 피를 흘렸다면 : 볼거리와 볼 권리

 

 

낙지는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잔인하게 죽는다. " 인간의 시각적 쾌락 " 을 위해 해물탕 속에 빠져 죽는 것이다. 주인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넣는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낙지는 비명 대신 조용한 발짓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발악을 한다. 이 침묵에 가까운 고요한 몸짓은 고요하기에 더욱 잔인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손님들은 연민 대신 침이 고인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죽음 앞에서는 " 아, 아아아아아... " 라는 한숨과 함께 심장에 피가 쏠려야 정상인데  오히려 " 아, 아아아아아밀라아제 " 가 침샘에서 분비된다. 이 전시효과'는 야만스럽다. 옛부터 식재료를 다듬는 일은 모두 부엌에서 이루어졌다. 엘리아스의 < 문명화 과정 > 은 서구의 식문화가 어떻게 발달되었는지를 밝혀낸다. 중세 때만 해도 식탁에서 동물의 사체를 해체하는 일이 이루어졌지만 문명화 과정을 통해서 동물 해부는 부엌에서 이루어지고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학적 기준에 의해 스타일化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 낙지 사회 )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해물탕집 낙지'는 식탁 앞에서  처절하게 죽는다. 식탁에서 죽음을 은폐하기는커녕 죽음이 볼거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박수치고 난리도 아니다. 식문화가 퇴화했다는 증거'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낙지를 손님들 앞에 내놓아서 식재료가 싱싱한 것이라는 < 볼거리 > 를 제공하고 싶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는 해물 재료가 싱싱한지 아닌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 볼 권리 > 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서 생긴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야만적이다. 볼거리도 필요 없고, 볼 권리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낙지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지점에서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9. 신속 배달'이 생명입니까 ? : 냉면과 가위

 

옛날에는 한식이 슬로우 푸드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패스트 푸드'가 되었다. 한국인이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10분이 한계'이다. 9분 56초, 9분 57초, 9분 58초, 9분 59초, 10 분 and 10분 01초'에 퐝, 터진다. 그래서 모든 한식은 10분 안에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한식은 패스트푸드'다. 냉면도 패스트 푸드'이다. 주문하자마자 나온다. 다른 한식 메뉴들이 10분을 목표로 설계되었다면 냉면은 3분을 지향한다. " 짜장면보다 빠르게 ! " 가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시간 단축을 위해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 가위 > 이다. 냉면을 파는 식당 테이블에 도착하는 냉면은 사실 완성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식당 부엌에서 해야 할 마지막 과정을 테이블 앞에서 완성하기 때문이다. 직원은 음식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냉면을 들고 와서 손님 앞에서 가위로 냉면을 자르면서 완성시킨다. 일종의 테이프 커팅식'이다.  

 

문제는 왜 부엌에서 끝내야 할 일을 손님이 보는 테이블 앞에서 마무리를 짓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미술 대전'에 응시한 작품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데 느닷없이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붓을 들고 나타나서는 눈깔을 마저 그리지 못했다며 붓으로 " 화룡점정 " 하는 꼴과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 단축이다. 3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래서 부엌에서나 쓰이는 도구 ( 재단가위가 부엌 도구라니 맙소사 ! ) 를 가지고 다니며 테이블 앞에서 면발을 자르는 것이다. < 해물탕집 낙지 > 와 마찬가지로< 냉면집 가위 > 는 부엌에서 이루어져야 할 해체 작업을 식탁으로까지 연장한다는 측면에서 퇴행적 증후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발달된 식문화를 야만스럽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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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2-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주제넘게(?) 교정합니다. 두 번째 문단 넷째 줄에 말도 안되는 과 식탁에서 사이에 "일이" 를 넣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사리가 분명하셨다니 놀랍습니다. 저 어릴 땐 뭣 모르고 두환이가 훌륭한 대통령인 줄 알았어요 ㅠ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낙지같은 민머리로 악수하는 사진이 실려있었죠. 사실 대통령처럼 높은 놈이면 좋은 놈(이 되어야 하는건데)인 줄 알았던 거죠. 어쨌든 그런 솔직하고 멋진 꿈을 가졌었다니, 꼬마의 문제인식(?) 수준이 드높았네요. 저도 기껏해야, 교사나 교수였다가 성악가였다가 의사였다가 하는 남들이 "와~" 하는 그럴싸해보이는 직업군이 훌륭한 줄 알았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괜찮은 초딩교사가 참 드문 것 같아요. 너무 쉽게 말해서 진짜 괜찮은 초딩선생님들 맘 상할 지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미쿡식 Patriot 란 이 늘 거북해요. 걔네들의 영웅주의, 보수주의.......특히 영웅물 영화 드라마 같은 게 제일 거슬리죠. 감추지 못하는 오만함. 감추지 않고 대놓고 드러내는 게 맞겠죠. 물론 무척 합리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 이름이 Cavalow였는데(스펠링이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늘 오만한데다 큰 엉덩이를 유난히 삐죽삐죽 흔들며 걸었어요. 우리들은 신발 상표인 "까발로" 라고 불렀죠.


중국산 쥐포를 국내에서 가공한 것을 술안주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신선도 문제는 쥐포만 먹어봐도 알겠더라구요.
China Free 에 대한 편견이 저도 심하긴 해요. 뭐든 "중국산" 얘기만 들어도 기겁을 하고 말죠.

낙지만이 아니고 생선회도 그렇죠. 생선 머리와 뼈대가 꿈틀거리는 위에 생선살을 저며놓은 행태를 볼 때마다 진저리 쳐지면서도 "회 먹으면 술도 안췌(취해)" 그러면서 없어서 못먹는 제 이중성에 무척 찔려하지요.

그래서 보통 가정집에도 주방가위(재봉용 가위가 무척 잘들어서 그게 주방용으로 용도가 바뀌었어요.)가 한 두개씩 있어요.
김치도 도마에 김치물이 들어서 공일오비의 "적녹색인생"을 흥얼거리며 1회용 위생장갑을 꺼내어 김치통 속에서 손쉽게 가위로 잘라먹으니까요. 언제부터 이렇게 "편리"만을 추구하게 된건지.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뭔 짓을 하고 사는 지 잊고 살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20:55   좋아요 0 | URL
오홋, 장문의 덧글이로군요. 이런 덧글 좋아합니다.
주제 넘으셔도 됩니다. 전 달밤에 줄넘기 넘은 걸요. 후후....
쥐포나 그런 것들은 해외에서 잡힌 해산물로 만든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국산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주문 발주를 넣은 사람은 한국인이거든요.
한국인이 외국 현지 공장 사람들에게 이런이런 걸 만들라고 주문을 하죠.
독극물을 넣어서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도 다 한국인 업자입니다.
쥐포나 이런 것도 다 어마어마한 화학 제품이 들어가는데
이런 이런 방식으로 제조하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이니 엄밀히 말하면 국(내인이 주문해서 생)산'하는 구조...
외국산 가문어포 이런 것도 인간이 먹으면 안 될 거 넣어서 말이 많았는데
그 방식을 주문한 사람이 한국 수입업자입니다. 대부분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더라고요...

하여튼....
가위는 뭐 모든 가정에서 이젠 부엌 도구로 쓰이고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먹는 입장에서 식당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보면 불쾌해집니다. 그것은 사실 부엌에서 해야 되는 게 정상인데, 미완성 냉면을 가지고 와서 식탁 앞에서 일을 끝마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samadhi(眞我) 2014-02-06 21:1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순박한 동남아사람들에게까지 물에 불린 새우같은 가공방식(?)을 친히(?) 전수해주신 놈도 한쿡인들이라 들어서 으찌나 썽질이 나고 창피하고 미안하던지요.
얼마 전에 곱창볶음 먹으면서 으찌나 세제맛이 많이 나던지. 먹고 난 뒤에도 입 안이 미끌거리는 세제맛 곱창.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억울해도 그냥 먹는데요. 모든 음식을 제 손으로 생산해 먹을 수가 없으니... 우리 언니들처럼 생협만을 맹신할 수도 없고. 무농약 저농약 유기농이라는 것도 수확 직전에만 농약을 안뿌리는 것 뿐이라고 농업을 전공한 선배가 알려주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0:08   좋아요 0 | URL
독극물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쪽 사람들이 되묻더군요. 이런 거 사용해도 되냐고 말이죠.
참.... 중국이 음식 가지고 장난 친다고 하는데 사실 보면 한국도 못지 않습니다.
과일에도 광택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너무예쁜 과일만 찾고 그러나 봅니다.
그래서 누가 그러더라고요.
백화점 가서 보기에 좋은 과일 사지 말고
그냥 못생긴 과일 찾아서 그거 먹으면 그게 유기농이라고 하더라고요.
반질반질하고 예쁘게 생긴 것 100% 광택제 사용이라고 말이죠.
귤만 해도 그래도 귤 나무에서 딴 귤 보세요. 빛이 안나거든요.

samadhi(眞我) 2014-02-07 01:0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겨울이면 서귀포산 못생긴 귤을 찾느라 용써요. 광택제 안쓰고 코팅도 안된(같은 말인가?) 크기도 제각각이고 귤이 지저분해보이지만 진짜 새콤달콤탱글한 그 맛이 자꾸 생각나서요. 입맛만 고급인 우리 식구들은 그 귤만 먹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1:14   좋아요 0 | URL
저희 집도 제주에 아시는 분이 계셔서 귤 철이 되면 매해마다 두 박스씩 배달을 해서 먹습니다. 가격도 무척 저렴해요. 열어보면 정말 일반 시장에서 파는 귤과는 색깔이 확실히 다릅니다. 무광택이어서 보기에는 맛이 없어 보여요. 그리고 크기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퍼런 색을 품은 귤들도 보이고요... 한마디로 못생겼다는 거죠...

rtour 2014-02-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난 보면서 어려서부터 남 다르게 삐딱했구만!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0:08   좋아요 0 | URL
저 옛날에 위인전 딱 한 권 읽었는데 그게 바로 원효대사 위인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원효대사'를...ㅎㅎㅎㅎ

Forgettable. 2014-02-0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낙지 전골은 한 번 먹고는 죽어도 못먹겠어요. 근데 산낙지는 잘먹는 거 있죠? (<-나쁜 솨람 ㅠㅠ)
이게 낙지가 고통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ㅋㅋ "아! 불쌍해!"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맛있게 먹는 내 자신을 어쩐지 용납할 수가 없더라구요. 마치 똥싼 직후 식탁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 내 자신이 (속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며) 왠지 용납할 수 없는 것 마냥..


참, 그러고보면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당치 않은 관념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게 어찌나 폭력적인지 싶네요. (반성 반성 ㅠㅠ) 애들한테 매번 여행 많이 다니면 좋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것도 자제해야 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1:24   좋아요 0 | URL
저도 딱한번 살아 있는 낙지 들어가는 곳 가봤는데 전... 이게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옆 테이블은 낙지가 꿈틀거릴수록 박수 치고 그러던데.. 전 엄청 불쌍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쇼를 위해 낙지 투하하는 식당은 안 갑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각박해졌다는 증거죠. 그래야 장사가 되고, 손님은 그래야 주인장이 죽은 낙지 넣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하고... 서로 못 믿어서 생긴 게 낙지 투하 쇼'죠...

푸르푸르 2014-02-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식재료 한국 재료들과 같은 값이면 훨씬 좋은 재료 넘치고 넘칩니다
싼 거를 구입하면서 욕하는 거 이거 참 이상해요

아 제가 곰발님보다 많이 어려보여서 존대를 쓰셨던 거군요
또래니 은근슬쩍 말 놔도 욕하지 않겠습니다

사는게 참 조카튼데
언제 수요일에 시간 되시면 술이나 한잔 합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2: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말 아닙니까. 같은 값이면 얼마든지 좋은 재료인데
인식이 중국은 나쁜 땅이어서 식재료도 나쁘다는 식으로 인식해요.
고거 얼마나 웃긴 혈연주의입니까. 이젠 할 게 없어서 곡물로도 차별을 하니... 참내...
아마 한국 사람들이 여름에 잡히는 전어는 비린내가 지독해서 안 먹으니
값이 저렴해서 저렴한 맛에 중국 상인 사서 중국내에 유통시키면 똑같은 소릴 할 겁니다.

근데 왜 수요일입니까 ? 저야 뭐 상관은 없지만...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우 ?

수다맨 2014-02-0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스통 할아버님들의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이게 아닐까 싶어요. 바로 애국이란 말이 가진 함의나 무게를 확 줄여줬다는 것이죠. 찰리 채플린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군중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애국하는 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이다' 그래서 나중에 전쟁 끝나고 매카시즘 광풍이 불 때 미국을 떠나서 영국으로 이민을 갔죠 ㅜㅜ 먹는 것도 국적 별로 급수를 따지니 참 세상이 한심해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4:20   좋아요 0 | URL
하긴 채플린이 빨갱이로 몰려서 얼마나 오랫동안 밖으로 떠돌아다녔습니까.
중국산이 맛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맛이 없는 곡물을 거의 똥값을 주고 받아오니깐 말이죠.
저질 식재료를 사서 파니 맛이 없는 것인데 이걸 중국산은 모두 맛이 없다,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죠.
식탁에서의 파시즘이라고나 할까요. 신토불이가 국수와 만나면 이 꼴입니다.

엄동 2014-02-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
전 좀 무뎌요
AI확산 위험이라 난리인 지금 치쏘를 더 즐기고
그 옛날 쥐머리깡이 유행이었을때도 엄우깡"의 명성대로 줄기차게 먹었고요
아. 쓰레기만두때는 좀 그랬던거 같긴 하네. 그러고 보니ㅋ
국경없는 물고기라 .
흠. 선"을 그을때와 지울때만 명확히 구분하는 안목만 가졌어도 참 좋겠어요

8.
낙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생태탕 집에서 폭 익은 생선의 가시를 발라주는걸 보거나
산채로 죽어가며 발악하는 낙지를 지켜보는거나
전 뭐 별 느낌은 없어요
그치만 박수는 안쳐요. 그게멉니까 없어뵈게

9
저도 성격이 급한편이긴 합니다만,
우리네 빨리빨리는 대충대충"과 한 뜻인거 같아요


저 오늘 귀빠진 날이여요 곰발님
아침 출근길 집앞에서 자축 슬라이딩 한번 했네요 (술안깬거 아님)
분리수거하던 이웃아줌마가
제점수는요~ 하며 팻말을 들어도 좋을만한 슬라이딩이었지 말입니다.

장문의 덧글"을 좋아하신다길래
장문으로 늘려봤습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4:26   좋아요 0 | URL
7. 저도 딱히 무디어서.... 조류 독감으로 닭 안 팔리면 닭 먹고, 소 안 팔리면 소 먹고 그렇습니다.
전 장사꾼들이 섹스 코드 다음으로 잘 파는 게 공포라고 생각하거든요.
공포야말로 상품을 사게 만들어요. 에이즈는 사실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었죠.
하지만 애국 보수들이 이걸 이용해서 보수 우익 상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8. 전 그닥 낙지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니다, 연포탕을 참 좋아했군요.
강원도 속초 동명항 가면 한겨울에 연포탕 에 소주 마시면서 한겨울 동해 방파제에서 마시는 맛이 일품이었죠.
술은 좀 떨면서 뜨거운 국물과 소주로 몸을 달구는 게 제맛이죠. 서울 술집은 너무 따스해서
소주 먹는 맛이 덜합니다. 추운 밖에서 소주로 몸을 녹일 때의 맛이 제법 좋은데 말이죠.

9. 오늘이 생신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술마시기 좋은 금요일에 태어나시다니.... ㅎㅎㅎㅎ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달리시겠군요. 마니 드시지는 마세요.
 

 

 

 

 

 

허튼소리 2.

 

 

1. 나이 어린 친구에게 하대하지 않는 이유

 

술을 마실 때, 내 또래에게는 은근슬쩍 말을 놓지만 반대로 나이가 어린 상대일수록 말을 놓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 오랜 주도'(酒道)이다. 내 또래들이야 내가 말을 편하게 하면 그들도 편히 맞짱구를 칠 수 있지만,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내가 말을 편히 한다고 해서 같이 말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평등 조건이 성립된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 상대방이 나이가 어릴 수록 말을 높인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나이 어린 친구를 하대하는 독특한 한국식 나이 서열이 꼴불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오해를 하는 분이 계시다. 내가 말을 편하게 하지 않는 이유는 < 예의 > 때문이지 < 존중 > 하기 때문이 아니다. 깊게 그리고 오래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나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혐오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늙은 것이나 젊은 것이나 모두 혐오의 대상이다. 같은 이유로 아이'를 예뻐하지만 동심을 믿지는 않는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2. 참신과 성실의 차이

 

벼룩 시장에 기재된 부동사 거래 매매를 보면 주거 지역은 대부분 ○○ 역에서 도보로 10분이다. 그런데 이 정보는 100% 가짜'다. 도보로 10분 거리'라는 정보는 우사인 볼트가 전속력으로 뛰어야 가능할 거리'이다. 그리고 실제로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은 도보로 5분 거리'이거나 3분 거리'라고 광고한다. 그러니 모두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투적 광고 문구 속에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 초 울트라 스펙타클 스피드를 숭배하는 빨리빨리 문화 " 가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은 < 10분 사회 > 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킬 때 10분이 한계이다. 10분 이후부터는 " 늦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10분이 지나면 그때부터 전화를 걸어 빨리 배달해 줄 것을 주문한다.

 

한국에서의 기다림은 10분이 한계인 것이다. < 10분 > 이 한국인이 넉넉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한계라면, < 5분 > 은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군대 나온 분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준비하는 데 5분을 넘어서는 순간 고문관이 된다. 체질적으로 몸짓이 느린 사람은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 반면 < 3분 > 은 인스턴트 식품이 익는 평균 시간이다. 3분 안에 익어야 인스턴트'라 할 수 있다. 결론은 이렇다. 10분은 기다림의 한계이고, 5분은 모든 준비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며, 3분은 인스턴트 식품이 익는 시간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늦거나, 게으르거나, 즉석이 아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 개념이다. 우스개처럼 들리고, 작위적인 우격다짐처럼 보이지만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상적 상투어나 문장은 뿌리 깊은 습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채용 공고는 대부분 " 참신한 (여)직원 구함 " 이거나 " 성실한 (남)직원 구함 " 이라는 문구를 쓴다. 여성에게는 참신'이고, 남성에게는 성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차이'를 가만히 뜯어보면 꽤나 천박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 참신 斬新 > 은 " 새롭고 산뜻하다 " 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 新 > 은 새것(new)을 뜻하기에 참신하다, 라는 뉘앙스'에는 " 젊고 화사한 " 이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반면 남성 직원을 채용할 때의 기준은 < 성실 誠實 > 이다. 여기에는 나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오로지 성실하면 되는 것이다. 왜 남성 직원을 뽑을 때는 성실'이 기준이면서 여성 직원을 채용할 때는 참신'이 기준이 될까 ? 바로 이 사소한 언어 습관 자체가 뿌리 깊은 남성 혈맹이 가지고 있는 여성 차별적 시선이 꽤 오랜 습속에서 굳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냥 성실한 여직원을 뽑아라 !

 

 

 

3. 중국은 토양이 나쁘다 ?!

 

한식 맛의 비결은 MSG다. 맹물에 밑재료( 파, 마늘, 양파 )없이 계란 하나에 다시다 한 스푼 넣고 끓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계란탕이 된다. 가끔 나는 두 손을 모아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 시바... 고맙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일용할 MSG를 내려주셔서, 음식 솜씨가 없어 맛을 낼 줄도 모르지만, 별다른 양념 없이도 내 혓바닥의 아밀라아제를 분비하시사 감사하옵고, 감사하옵고, 또 감사하옵나이다.... " 하지만 대한민국 주부는 모두 이 마법의 재료를 숨긴다.  맛있으면 내 솜씨이지만 마법의 분말 스프를 넣고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없게 되면 이 모든 탓을 중국산 재료로 돌린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산은 저질 식재료의 대명사가 된다. 중국 토양은 본디 황무지여서 여기서 자라는 곡물은 모두 품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에 상응하여 국내산은 최고의 식재료라고 광고한다.

 

여기에는 그 특유의 남조선 국수주의가 한몫한다. 신토불이'가 이데올로기와 만나면 이 꼴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식재료가 맛이 없는 이유는 중국에서 자라는 곡물 자체가 품질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수입업자들이 이윤을 맞추기 위해서 값싼 곡물만 수입하기 때문에 그렇다. 쉬운 예를 들자면 이렇다 : 10월에 잡히는 전어'는 맛이 좋아 수요가 많아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다. 반면에 이 맛 좋던 10월 전어는 여름이 되면 비린내가 심해서 수요가 거의 없다. 수요가 없다는 사실은 결국 가격을 떨어트린다. 국내 수입업자들은 바로 8월 전어를 싸게 사서 박리다매로 시장에 유통시킨다. 그러니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중국산은 모두 맛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산 식재료 탓하지 말고 중국 본토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비싼 채소 한 번 먹어봐라. 당신 혓바닷에 아밀라아제가 고일 것이다. 

 

가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자의 열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자판을 칠 때 한자 입력은 불편한 반면 한글 입력은 매우 간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데, 이 주장은 매우 웃긴 말이다. 아니, 세종대왕과 집현전 사람들은 이미 손톡톡상자(휴대폰) 자판 구조를 이미 예견하시어서 한글을 그리 만드셨다는 소리인가 ? 이 세상 모든 언어와 문자는 모두 동등하다. 언어가 과학적일 필요는 전혀 없다. 언어와 문자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놈은 사기꾼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도 열등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언어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언어 자체로 위대한 것이다. 제발 한글은 과학적이다, 라며 징징거리지 말자. 지랄하지 말자...

 

 

 

4. 패션의 정의 : 수많은 미쉐린 타이어와 스티브 잡스

 

언제부터인가 캐나다 구스 점퍼'가 인기'다. 이번 설에 온 조카들도 파란색 캐나다 구스 점퍼'를 입고 왔다. 새옷이었다. 입은 꼴을 보니 미쉐린 타이어'에 나오는 마스코트 같았다. 이 옷 입고 공굴리기 놀이'를 하면 영락없이 미쉐린 마스코트'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모두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가 되어서 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입고 다니는 꼴이 가관'이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라는 집단 주거지로 모이고, 패션은 미쉐린 타이어로 뭉친다. 63빌딩보다 낮은 대한민국 도봉산이 안나 푸르나'가 된 지는 이미 오래 !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때에나 입고 갈 등산 장비를 갖추고서는 도봉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오르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파란색 고무 슬리퍼를 신고 오이를 판다. 아무 등산 장비도 갖추지 않고 말이다. 한국인은 유행에 살고 유행에 죽는다. 대, 다, 나, 다 !

 

개성 있는 패션 감각과 유행에 민감한 감각에는 차이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캐나다 구스 점퍼를 입었다는 사실은 유행에 따르는 소비 형태라고는 할 수 있지만 개성 있는 패션 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두고 개성 있는 패션 감각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입은 옷차림새를 보고 알록달록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전체적인 색의 균형 감각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이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표식'이다.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은 오롯이 스티브 잡스的이다. 그는 같은 옷을 수백 벌 갖추고는 365일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이 불변성은 스티브 잡스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고유한 패션 감각이 된다. 이런 것이 개성이 아닐까 ?

 

 

 

5. 콩나물에 대하여 : 백화점과 재래시장

 

콩나물은 저렴한 식재료로써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이자 알뜰 주부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로 작용한다. 사실 콩나물이야말로 드라마 최다 출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다. 일일 가족 드라마'에서 콩나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신스틸러 scene stealer 다. 극본을 쓰는 작가는 알뜰 주부나 억척 아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콩나물을 등장시킨다. 그녀들은 시장에서 한 줌 더 달라고 실갱이를 벌인다. 안 주면 빈 틈을 노려 한 줌 훔쳐서 도망친다. 정확히 말하면 절도인데 이것을 덤 문화'라고 우긴다. 내가 시장에서 생선을 팔다 보니 시장 돌아가는 꼴을 아는데, 콩나물을 파는 사람은 100% 밑지고 판다. 두부처럼 정량이 없으니 사람들이 한 줌 한 줌 걷어가다 보니 항상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콩나물을 파시는 할머니에게 직접 들은 소리'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드라마 속 억척 주부 풍경이 미덕이 될 수 있을까 ?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파는 콩나물을 덤이라는 이유로 자꾸 더 달라고 요구해서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만든다면 이게 과연 미덕인가 ? 반면 백화점에서 팔리는 콩나물은 같은 콩나물이라고 해도 재래시장보다 비싸게 팔린다. 재래시장에서 덤을 요구하며 억척스럽게 생활하던 주부도 백화점에서 콩나물을 살 때는 기가 죽어서 흥정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에게 꼭 한마디하고 싶다. 에누리는 백화점 가서 합시다 !

 

 

 

6. 눈 맞추기

 

 

 

 

실제로 인간은 타인과 눈을 30초 이상 맞추지 못한다. 학술적 근거에 의한 주장이 아니라 내 경험이다. 취미 삼아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고는 했는데 스케치를 위해서 눈을 마주치면 서로 민망해서 30초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반드시 시선을 외면하게 된다. 짐승도 마찬가지다. 짐승에게 있어서 시선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싸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인간도 이와 비슷한데 화가 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들이밀게 된다. 시선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은 싸우겠다는 의지'이다. 자화상은 대부분 정면을 바라본 자세를 취해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과 마주보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피카소의 자화상을 볼 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긴장감이다. 실제로도 피카소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으로 악명이 높았던 사람이다. 반면 고흐의 자화상은 정면을 응시한다기보다는 살짝 다른 쪽을 바라본다. 관객은 당연히 이 그림 속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기에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고흐는 성직자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이타적 인간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관계인 남녀는 24시간 서로 눈을 맞추며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30초 이상 눈을 맞춰봐라. 어색하다. 사랑하는 사이는 서로 마주보며 맺는 관계가 아니라 가자미처럼 흘깃흘깃 옆을 훔치며 맺는 관계이다. 이 동영상 속 여자는 행위예술가'이다. 현대의 단절과 그에 따른 고독'을 주제로 낯선 이와 1분 간 눈빛을 주고 받자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퍼포먼스이다. " 고독한 현대인이여, 소통하라 ! " 가 이 퍼포먼스의 주제였다. 공격 본능을 제거한 상태에서 상대방과 눈을 맞추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 ? 여기에 머리 위로 올린 안경 하며 캔버스 신발로 포인트를 준 백발의 노신사가 등장한다. 행위예술가인 여자가 눈을 떠 이 노신사를 바라보는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30년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였던 것이다. 그녀가 먼저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가 낮게 속삭인다. " 내 돈 갚어 ! " 구경꾼들은 그것도 모르고 감동해서 박수를 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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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야기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없지만,) 저도 성악설에 기반한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4: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성악설에 기반을 두면 사람들에게 욕 먹기 일쑤인데 반갑습니다.

즐인 2014-02-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들을 좋아하는 축은 아니지만, 아마 나도 다소 혐오하는 편? 아기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착하게 굴 때가 있어요. 먹을 것을 걍 다른 아이에게 나눠준다든가.. 걍 이도저도 아니다..정도는 아닐지. 성선악교잡설. ㅋㅋ

근디, 중국산 기피는 저질 재료도 있지만 약물 처리, 유통 과정 상 문제도 큰 듯. 수입이란 것이 국내에 없거나 저렴한 것을 가져와 파는 것이 기본인데 고가 재료를 가져오기도 그렇잖수? 의미가 없달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4:59   좋아요 0 | URL
바로 그겁니다. 값싼 식재료를 받아서 여기서 약물 처리를 하고, 여기에 기간이 오래 걸리니 신선도가 떨어지고..... 똑같은 조건으로 한국산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하면 같은 식감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질 떨어지는 한국산 재료를 다량 구매해서 약물처리해서 중국으로 보내면 같은 소리가 나오지않을까 싶어요.
종종 중국산은 토양 자체가 나빠서 그렇다는 소릴 듣는데 좀 그렇더군요... 신토불이를 단순히 먹거리 문화에서 오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이면 좋은데 이걸 마치 이념적으로 받아들여서 이상하게 섞으면 보기가 그렇더라고요..

rtour 2014-02-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선이 좀 언제나 국수주의...역설적으로 열등감 쩌는 자기 긍정 결핍...이라 그런 듯. 항상 외국에서 우리를 어찌 생각한다..에 전전긍긍하는 걸 보면. 근데 온라인 접속하면 연속 댓글 달기는 없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5:11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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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남의 시선 의식하기의 천재죠.
비빔밥도 그냥 건강식이다, 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마이클잭슨이 인정한 비빔밥이라고 해야 소중함을 알고,
한글도
세계가 먼저 인정한 문자'라고 해야 우수한 것이 되고,

이 말투의 근본은 결국 타자가 발견한 것만이 우수하다는 꼴이 됩니다.
이건 노예 근성이죠...

rtour 2014-02-05 15:48   좋아요 0 | URL
아..이렇게 하는 거군요. ㅋㅋ 다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죠. 그게 노예 근성. 자기 긍정이 없어요..남들이 뭐라든..나는 잘났다..가 없음. 한국인들의 본성인 듯. 남들이 입으면 나도 입어야 하고, 강남 살면 나도 못 살아 안달이고..다 남이 하는 것이 기준...하도 시달려서 괴롭달까. 같이 안 살 수도 없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인 님 바보 !

엄동 2014-02-0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예의가 바르단 것은,
상대와 내가 충분히 가깝지 않다는.
무언의 방어자세죠

전 스스럼 없는 사이가 참 좋은데
이게 참.
나이먹을수록 만들고 유지하기 어려운 사이죠

2. 형용사의 뜻부터 적확하게 파악하고 구인좀 올렸으면.
젊고화사한 여직원 구함이라고 쓰면 지들도 민망할 꺼면서.

3. 동글동글 귀여운 굴림체의 한글"과 심오한게 있어보이는 궁서체의 한자"라고 하면
전 외모(관)지상주의일까여

4. 캐나다구스 점퍼는 있지도 구입할의사도 이쁘다고 생각한적도 없으므로
패스

5. 휴. 새로고침 안했으면
왜 5번은 번호만 매겨놓고 글은 없냐고 징징댈뻔했네 zz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7   좋아요 0 | URL
스스럼없는 사이가 가장 좋죠. 이 스스럼에도 예의가 갖추어야 함...
스스럼없다고 밥 먹는데 마구 방구끼면 스스럼있는.. 잠깐 스스럼이 무슨 뜻이죠 ?
함 찾아봐야겠다..ㅎㅎ

2. 다소 님이 참신과 성실에 대한 덧글을 다셔서 읽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3. 전 궁서체가 병맛 만화 때문에 이미지가 버린 서체 같아요.
마치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위대한 클래식이 똥차 때문에 이미지를 버렸듯이.

4. 저도 요게 예뻐 보이질 않아서리ㅣ....


그나저나 덧글은 많아자고 공감은 적어지는 추세군요....


엄동 2014-02-05 17: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호오
단언컨대,
여태껏 단한번도 곰발님 글에 공감" 혹은 좋아요"를 누른적이 없음 ㅋㅋ
할줄아는건 걍 댓글남기는거라.
. 앞으로 최선다해 공감"하리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26   좋아요 0 | URL
전 공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허허...

유구일턴 2014-02-05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생활단상이 이처럼 생동감이 넘칠수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생활 만화'로 요런 단상을 만화로 그려서 팔 수 있을 텐데
만화에 소질이 없으니... ㅎㅎ

토드 2014-02-0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이 재밌어요. 페루애님이 쓰는 소설이 읽고 싶네요.. 팬이 될거 같아요. ㅎㅎㅎ 개인적으로 박민규 작가를 좋아하는데 더 재미있을거 같네요! 데뷔(?) 안하시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2   좋아요 0 | URL
시장에서 생선 파는 놈이 뭔놈의 등단입니까...
그런 건 고귀한 양반들이나.....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박민규보다 재미있을 거란 소리에 혹하기는 하네요...

엄동 2014-02-0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장에서 생선파는 놈"이라니
이것도 일종의 허세임 ㅋㅋㅋㅋ

가려운데 긁어주는 곰발님의 글빨은
박민규도 울고갈 듯
아 아닌가.
박민규가 압수해갈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25   좋아요 0 | URL
아, 예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이거 나도 동감. 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한텐 꼭 존대어 씀.
글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한텐 반대로 반말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림.
이래야 뭔가 모두모두가 조금은 동등한 관계가 구축됨 ㅋㅋ

2. 어머 정말? 여직원은 참신해야한대? 어머어머..
"미의 음모"란 책에서, 사회적으로 여성의 미,에 대한 추구가 높으면 높을수록
남성적/마초적 사회라고 하던데 -- 한국이 딱, 그런 사회임. 꼰대마초새끼들..쯧.

3. 난 한자를 주로 접하다보니, 오히려 한글만으로 된 책 읽을 때
사전을 더 찾아보게 되더라. 한자로 쓰여지면 의미가 한눈에 파악되는데
한글로만 쓰여지면 읽기는 쉬워도 뜻은 잘 모르겠는 단어가 넘 많어.
그래서 생소한 단어는 괄호,해서 한자로 써줬으면 하는 바람.

4. 이건.. 나도 좀 이해가 안감.
머 대단한 거 산다고 콩나물 값을 깍나..
근데 나 부동산에서 집값은 꼭 깍는다. ㅋㅋㅋㅋㅋㅋ
집있는 놈들은 다들 부자라 깍아달라고 해도 됨.
지금 사는 집 월세인데 월세 7천엔 깍아달라고 해서 깍은거.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53   좋아요 0 | URL
1.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항상 말을 높여야 함 ! 그게 공평한 거야.

2. 미녀를 싫어하는 나라는 없지 하지만 미녀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봐.
한국 배우들 봐라. 아주 .. 다 똑같어. 특히 걸그룹 여자들 보면 내 눈이 나쁜가 다 똑같아서
하나도 안 예뻐보임..

3. 그래서 철학서 읽으면 아예 뜻이 안 통하잖아.
한글 옆에 일일이 한자를 달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잘 안 읽히는 거....

4. 콩나무 깍는 거 보면 정말 토나옴... 뭘 그리 아끼겠다고 추운 겨울에 손 트신 할머니 콩나물을 빼앗냐...
하여튼 질색이다. 이런 에누리는 말이다.


수다맨 2014-02-0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는 허튼 소리가 아니라 귀한 소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혹시 또 누가 아나요. 위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박민규(혹은 천명관이)가 날마다 이 블로그 와서 이 귀한 자료를 날마다 수집하지는 않을런지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20:19   좋아요 0 | URL
오프에서 만난 유일한 알라디너 수다맨 님.... ㅋㅋㅋㅋㅋ.
다독의제왕이신 수다맨 님의 독서 욕심에 가끔 혀를 내두를 때가 있씁니다. 좋은 소설 쓰시기 바랍니다.
예시로 드신 박민규나 청명관이 아니라 김연수나 하루키였다면 제가

" 이보슈 ! 그 작자들이 감히 내 블로그를 기웃거리다니... " 라며 으름장을 놓겠지만
제가 평소 좋아하던 두 작가라 .. 이 글 보시고 그냥 덧글로 따스하게 곰곰발 님 반민규입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허허.. 라고 하면 영광이겠습니다.

비로그인 2014-02-0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성악설을 믿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무의마하게 느껴졌어요.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사람이 벌레를 해충이라고 부르는 거랑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냥 이런 본질을 가진 생물일 뿐인데 착하다 나쁘다 의미를 갖다붙힌다는 느낌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흔 환경에서는 이타적 인간이 될 확률이 높지만 납흔 환겨에서는 이기적 인간이 될 확률이 높죠.
그런데 자본주의가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현대는 늘 항상 나쁜 환경이니
이타적 인간은 점점 줄어들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4-02-05 22:06   좋아요 0 | URL
페루애님 봉준호 설국열차 보셨나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두 번 상영해주네요. 멀티플렉스보단 나을테니 보고 싶으시면 보십셔 http://www.koreafilm.or.kr/cinema/screen_calendar.asp?change_date=2014-2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47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여기는 안 가게 됩니다. 뭐, 사실 멀지도 않아요. 바로 집앞에 가는 차가 있어서 30분이면 가는데 안 가게 됨....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거져.. 뭐.....

양손잡이 2014-02-0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 전 군대 있을 적에도 윗사람한테 혼날 때 눈을 마주봤어요. 심지어 대대장한테 혼날 때도...
싸우자는 건 아니었고 그래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눈을 보시면 반성의 기미가 확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런 의미로다가...
그래서 군생활이 좀 편했나봐요. 싸나워보였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매력있으시네요. 정면을 지시한다라... 이게 쉬운 게 아닌데 말이죠.
양손잡이 님의 야성의 싸나이'여던 것 같습니다.

달사르 2014-02-0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아. 시원하고 통쾌하네요. 저도 중국산..그러면 약간 저어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선입견이 작용했던 거였군요. 끄덕끄덕. (이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넘어가는 생각이나 행동들 중에 허튼 생각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제 허튼 생각을 곰발 님 덕분에 발견했습니다요. ^^)

맞지요. 한글은 과학적이고 비과학적인 그런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언어 그 자체로, 다른 모든 언어와 꼭같이, 위대하다는 말에 공감입니다. 제발 비교할 걸 비교하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58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음식 맛이 없으면 무조건 중국산이래서 그래.. 그러시더라고요.
한번은 생선을 먹는데 생선 맛이 없다며 갈치를 보며 중국산이네,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소리를 가만 듣다 보니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갈치에 국경이 어디있습니까?
국경을 초월한 놈들이 생선이데 어디서 잡히는냐에 따라 중국산 국산으로 나뉘는데
결국 똑같은 놈 아닙니까. 물론 알래스카 산과 한국산은 맛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국과 중국은 서로 비슷한 근해인데 얼마나 다르겠어요. 선입견이란 말이죠.
실제로도 국내 수입업자들은 아주 싼 저질 식재료만 무더기로 사가지고 옵니다.


하여튼 과학적 한글 따위의 국수주의는 개나 줬으면 좋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지 않는다는 건 채현국 선생 얘기랑 통하네요. 영어권 문화에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게 존칭이 없는 거라고 늘 주장해요. 소통이 존칭 때문에 가로막히기 쉽다고 생각하니까요.

발님^^ 글이 중독적이예요.
 
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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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작가는 자기 글이 출판되어 많이 팔리면 자기가 위대한 사람인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중간 정도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아주 조금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지 않고 자가 출판할 돈도 없으면, 자기가 진정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대함이라고는 거의 없다. 존재가 너무도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작가는 자신감은 철철 넘치되 자기 의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작가들은 피해야할 존재고 나는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최 가능하지가 않았다. 작가들은 일종의 형제애, 어떤 친교를 원했다. 그런 감정 중 어느 것도 글쓰기와 관련이 없고 타자 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열린책들, 199쪽

 

 

 

거지의 밥값과 왕의 몸값

 

그것은 일종의 허세'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 을 넓은 의미에서 범죄소설'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볼 사람도 있겠으나 내 눈에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 죄와 벌 >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범죄소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분류 방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눈짓을 보내고는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숭고한 것이었다. 나 또한,  같은 범죄 소설에 속하지만 에드 맥베인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부끄러워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브랜드는 허파에 바람을 넣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루이비통 가방과 비슷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겨드랑이에 루이비통 가방 대신 < 죄와 벌 > 이나 <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 이라는 책을 끼고 다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자리가 불편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도 좋아했지만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도 좋아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를 루이비통 가방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 루이비통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허세라고 조롱했지만 책을 항상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사람 또한 같은 허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은 가방 속에 넣고 다녀라 !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오즈 야스지로'를 선택해야 보다 더 근사한 시네필'이 되고는 했다. 어떤 이는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구로자와 아키라를 스펙타클 오락 영화'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 오즈는 사람의 옆면을 가장 잘 찍는 감독이었고, 구로자와는 정면을 정확하게 찍는 감독이었다.

 

나는 옆도 좋았고 앞도 좋았다. 그래서 < 옆 > 이 좋다고 < 앞 > 이 싫다고 말할 수 없었으며, 같은 이유로 < 앞 > 이 좋다고 해서 < 옆 > 이 싫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졌는데 어렵사리 오즈를 먼저 구하겠지만 단순히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식으로 묻는다면 대답하지는 않겠다. 둘 다 좋으니깐 말이다.

 

( 개인적 취향을 전제로 말한다면,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감독은 왕가위와 허우 샤오시엔'이다. 서양이 정면을 중시한다면 동양은 뒷면을 중시한다. 서구 영화계가 구로자와 아키라에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정면을 다루는 미학 때문이었다. 바로 이 시각의 차이가 오즈 야스지로를 위대한 감독으로 만들었다. 오즈의 카메라는 섣불리 배우와 사건에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개입하기보다는 겸손하게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무례하게 정면을 또렷이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오즈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

 

내가 보기에는 구로자와 아키라는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에드 맥베인의 < 킹의 몸값 (1959년) > 을 영화로 만들었다.  범죄 영화의 걸작, < 천국과 지옥(1963) > 이다. 그가 주로 대문호의 고전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 (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맥베스를 각색한 '거미집의성', 리어왕을 각색한 '란'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각색한 ' 산다 ' ) 을 감안하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대 범죄 소설을 선택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1. 영화, 천국과 지옥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63957 

 

< 천국과 지옥 > 은 영화 촬영장을 전쟁터처럼 만들었던,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비추면 이 작품은 아기자기한 소품처럼 보이지만 그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걸작'이다. 천국 편에 해당되는 곤도(소설에서는 더글라스 킹이다)의 거실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단조롭다. 영화는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1시간 남짓 머문다. 이 거실에 있는 소품이라고는 전화와 커튼이 전부'이다. 그런데 구로자와는 이 꾀죄죄한 소품 두 개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카메라의 동선과 배우의 동선은 짝을 이루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탱고를 추는 무희 같다. 카메라가 스텝에 맞춰 나아가면 배우는 물러나다가 어느 순간 엉키고 풀어진다. 이 조화가 매우 뛰어나다. ( 이 전반부 실내극에서 선보인 카메라와 배우의 환상적인 동선은 히치콕이 잘난 척하려고 만든 < 로프 > 를 떠올리게 만든다. )

 

그리고 < 커튼 > 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인데 커튼은 마음의 문으로 표현된다.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마다 곤도'는 커튼 앞에 서 있다. 커튼을 활짝 열 것인가 아니면 꽁꽁 닫을 것인가 ? 이 개폐(開閉)는 마음의 밝음과 어둠을 결정한다. 다음날 그는 자기 아들 대신 유괴된 집사의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그때 그는 그동안 닫혀 있던 거실 커튼을 연다. 빛이 쏟아지면 어두컴컴하던 거실은 밝아진다. 구로자와는 커튼을 통해서 주인공이 처한 심리를 적절하게 묘사한다. 소설에서는 " 창 너머로는 11월을 향해 가는 10월 (07쪽) " 이라고 계절을 똑부러지게 명시하지만 영화에서는 가을 대신 무더운 여름을 선택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커튼이 갖는 의미는더욱  분명해진다. 구로자와는 후반부인 < 지옥 편 > 에서 유독 " 땀 " 을 강조한다.

 

쉴 새 없이 선풍기는 돌아가지만 땀을 증발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옥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땀을 비오듯 쏟는다. 반면 < 천국 편 > 에 해당되는 곤도의 집은 창문과 커튼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쾌적하다. 오히려 쾌적하다기보다는 서늘한 느낌을 준다. 이 말은 곧 곤도의 집이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드 맥베인이 더글라스 킹을 끌어들여서 윤리적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구로자와 아키라는 빈부 격차를 끌어들여서 계급의 문제를 제기한다.

 

- 집사의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며 이 사건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집사이지만 그는 늘 화면 중심으로 나서질 못한다.

 

- 그는 모든 결정에서 항상 배제되어 있다. 그는 항상 프레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독은 계급에 따른 배치를 통해 신분과 서열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 후경(後景)에 배치된 두 남자는 집사(운전기사)와 곤도(더글라스 킹)이다. 집사는 울면서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때 곤도는 커튼 앞에서 갈등을 한다. 전경에 배치된 인물들은 이 애절한 갈등을 지켜볼 뿐이다.

 

 

- 이번에는 아내가 집사를 대신해서 도움을 간청한다. 이때에도 곤도는 커튼 앞에 있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이미 곤도는 아이를 돕기로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이다.

 

 

- 곤도는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집사가 엎드려 운다. 이때 커튼을 활짝 열려 있다. 

 

 

 

2. 소설, 킹의 몸값

 

소설 속에서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이 요구하는 몸값(ransom)은 50만 달러'이다. 50만 달러가 구두 회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소설이 쓰여진 때(1959년)를 짐작할 수 있다. 유괴범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몸값으로 지불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소설 제목이 모순적이란 사실을 금세 깨달았을 것이다. 유괴범이 제시한 몸값은 운전기사인 찰스 레이놀즈의 아들에 대한 몸값이지 더글라스 킹, 본인의 몸값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드 맥베인은 제목인 " King's ransom " 을 중의적으로 사용했는데 관용적 표현으로 " 막대한 금액 "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쉽게 저잣거리 입말로 말하자면 떼돈'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만을 놓고 보아도 에드 맥베인이 글재주가 뛰어난 양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소설은 당신이 평소 생각하는 대중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나다.

 

촘촘히 박힌 장치들은 에드 맥베인이 꼼꼼한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킹이 사는 성곽과 그 근처 사유지인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은 하나의 헛점과 몇몇장점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 이름은(사람들은 이곳을 스모크 라이즈라고 불렀다 ,23쪽)  희뿌연 안개에 휩싸인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이 불투명성'은 유괴범들이 운전기사의 아이를 킹의 아이'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제공한다. " 스모크 라이즈 " 는 마치 스티븐 킹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 캐슬록 " 을 닮았다. 에드 맥베인은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으로 여러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독자가 지루해질 때는 무조건 총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하드보일드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5분마다 총이 등장해서 총을 쏘고는 달아난다.

 

그래서 독자는 총소리에 놀라서 토끼 눈이 되기 일쑤'다. 여기서 말하는 < 총 > 이란 독자가 상상하는 패턴을 뒤집는 반전을 의미한다.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흥미를 유발시킨다.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까 ? 독자가 나름대로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며 고민에 빠질 때 느닷없이 유괴되었다던 아들이 천연덕스럽게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온다.  유괴 사건을 다룬 소설에 있어서 " 아들의 무사 귀환 " 은 극적 효과를 위해서 늘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법칙인데 유괴를 당했다던 아이는 소설 말미는커녕 71페이지에 등장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 나 불렀어요, 엄마 ?(71쪽) "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 주말에 출장을 갔던 남편을 도봉산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뜬금없다. 1108호 이웃집 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말이다.

 

이 지점에서 한글 모음 < ㅡ > 자세로 침대 깊숙히 박혀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가 " 나 불렀어요, 엄마 ? " 라는 얄미운 대사에 당신은 날새게 자음 < ㄴ > 자세로 앉아서 이 사태에 대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이 장면은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느닷없이 총잡이가 등장해서 총을 쏘고 달아나는 꼴이다. 맙소사, 멍청한 유괴범은 엉뚱한 아이를 유괴한 것이다. 그런데 총소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유괴범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오히려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유괴범은 뻔뻔하게도 자신이 유괴한 아이가 킹의 아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몸값을 요구한다. " 좋아, 킹, 잘 들어. 이 애가 누구 애인지는 상관없다. 알았나 ? 라디오는 들었지만 상관없다고. 아이는 아직 무사히 살아 있고 우리도 아직 돈을 원한다. 내일 아침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아이는 해가 지는 모스블 보지 못할 거다. ( 134쪽 ) "

 

두 번째 총소리'다 ! 더글라스 킹은 떼돈( a king's ransom ) 을 지키기 위해서 여덟 살 소년의 죽음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 떼돈을 줄 것인가 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깐 첫 번째 총소리보다 두 번째 총소리가 더 크다는 소리이다. 유괴범이 저지른 오류는 부성애라는 한정된 범위를 뛰어넘어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이타적 존재인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한다. 막말로 말해서 판이 커진 것이다. 이 설정은 자식을 위한 단순한 몸값 흥정보다 더 강렬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치자.  다음날 뉴스 속보에 12토막 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면 ?! 에드 맥베인은 이처럼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총잡이를 등장시키는 타이밍'이 탁월하다. 사실 총잡이가 자주 등장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총잡이의 등장 횟수와 소리의 강도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어져 있다.

 

기본적인 서스펜스가 잘 짜여져 있다 보니 틈틈이 삽입된 87분서 형사들의 애환도 넉넉하게 읽힌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유괴범들 간의 갈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자음 니은( ㄴ ) 으로 시작된 자세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찰스 부코스키가 지적했듯이 문학을 지나치게 전지전능한 아우라'로 숭배하는 것은 꼴사나운 짓이다. 작가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쓸 뿐이다. 설령, 밥값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몸값( a king's ransom )을 버는 대중 작가'라고 해서, 그 작품에 대해 미리 색안경을 끼고 가자미 눈으로 째려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생전에 겨우 밥값이나 벌면서 글을 썼다고 해서 그 작가가 매우 훌륭한 작가라고 말하는 것도 색안경'이다. 그것은 모두 선입견에서 비롯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대중문학, 특히 장르소설을 순문학의 아류'라고 폄하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구로자와 아키라를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에드 맥베인을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엄마가 좋아 아니면 아빠가 좋아 라는 말은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 부모가 자꾸 여덟 살인 당신에게 그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자. " 아빠의 정자가 엄마의 나팔관 안으로 무사히 안착해서 수정을 했으니, 제가 태어났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알건 다 아는 나이입니다. 살 만큼 살았어요.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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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 조르바의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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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 2014-02-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세에 대한 이야기, 심히 공감 돼요. 자신의 취향을 마음대로 고백도 못 하는 세상이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6:56   좋아요 0 | URL
이제는 마음대로 고백하십시요 ! 전 옛날에 셰익스피어 전공자와 맞짱을 뜬 후 자유롭게 킹 소설 좋다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 모임에서는 개쪽을 당했지만 말입니다. 허허....

heter 2014-02-04 17:26   좋아요 0 | URL
멋집니다. 개쪽 당한 것도 멋지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특별히 눈치 보면서 거짓말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28   좋아요 0 | URL
아, 그 새끼 생각하면 아직도 열받습니다. 셰익스피어로 박사 학위 받는다나 뭐라나 하여튼... 그런 인간이었는데 킹을 무지 까길래 대들었다가 쪽만 당하고 ㅋㅋㅋㅋㅋㅋ.
아, 말빨도 끝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스펙도 좋은데다 얼굴도 잘생기고 말빨도 좋고 키도 크고..
정말 엄친아였습죠. 모임에 모인 여자들이 모두 그 사람을 숭배했으니깐...
반면 전 오징어였어요...ㅋㅋㅋㅋㅋ

heter 2014-02-04 20:14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리 대부분은 다 오징어인 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토리님의 확인 사살이 저 저를 아프게 하는군요... 흠흠..

heter 2014-02-05 00:18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래도 뭐... 저도 더해서 오징어가 되었는데요 뭘.

거의 대다수가 오징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니네요, 슬퍼지네요.

유다 2014-02-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에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싶었는데. 원작 읽어보고 싶은데 읽을 책이 많아 미뤄지는 중. 영화 결말이 꽤 좋았어요. 여기 포스팅에서 말한 빈부격차. 영화는 형사/협박받은 자 50:50인데 책은 형사 위주라 해서 더 궁금. 영화에서 저는 염탐하다 꽃집 지나칠 때가 좋았어요. 보스가 "꽃 좀 사러가!" 하니 "꽃을 사기에 적당한 인물이 없습니다."라는 경찰 조직원들ㅋㅋㅋ다섯 명이나 되었음에도 꽃 살 만한 인상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15   좋아요 0 | URL
꽃집 장면에서도웃음이 빵 터지지만 왜 영화 초반에 전화가 걸려오는데 곤조가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끊어버리잖아요. 그 장면도 꽤나 웃겼죠. 협박범에게 전화가 올 거란 것은 이미 관객들이 알잖아요.
이 영화 보면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갖 밑바닥 생활을 보여주잖아요. 창녀촌,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모이는 곳, 범죄 소굴.... 아마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여기에 보면 한국 식당도 나오잖습니까. 아주 묘하더군요. 하여튼 이 영화는 범죄 영화의 걸작이에요. 이만한 퀄리티를 가지기 힘듦.

개인적으로 전 아키라 영화 중 이키루와 거미의 성을 좋아합니다. 아니다... 다 좋음..



영화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빈약한데 소설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매우 비중있게 나옵니다. 고것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도 87분서 시리즈에 나오는 형사를 보는 맛도 탁월합니다.

유다 2014-02-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한국식당ㅋㅋㅋ그 당시 일본의 한국식당 뿐 아니라 다른 영화나 소설에 그려진 우리나라 모습과 일치. 전후의 어수선함과 북적이고 너저분함이... 고고장도 좋았고. 그러고보니 뒷골목 묘사한 부분이 백미였어요. 범법자 자취방도 그러하고. 최근 동남아 쪽방촌과 비슷해요. 베트남이나 태국의 대도시이지만 슬럼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49   좋아요 0 | URL
지옥편 뒷골목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좋았죠. 마치 뉴올리언즈 태생인 흑인 가수가 담배 연기 가득한 술집에서 소울 가득한 재즈를 땀 흘리며 부르는 듯한,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높이 살만하죠. 특히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약간 좀 뭐라 그럴까요. 아방가르드적이기도 했잖아요..

다소 2014-02-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구미가 당기는 책 리뷰네요. 보관함으로!

어떤 소설가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일종의 급'을 매기려는 듯한 태도에 질린 적이 있어요.
모 소설가의 책은 평균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고 했더니, '너 취향 참 저렴하구나?(...)'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는 걸 보고, 그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차라리 그 소설가의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소설 하나 재미있다고 했다가 '취향의 급이 낮다느니'하는 말을 듣고 짜게 식었지요.참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마치 그냥 재미있어서 좋다고 하면 급이 낮은 취급을 하더라고요.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지 ? 그게 꼭 교양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유구일턴 2014-02-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어머니가 더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한국인 70% 정도는 어머니가 더 좋을 겁니다. 수컷의 비애입니다.

수다맨 2014-02-0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 보다가 느낀 건데, 아니 본인이 셰익스피어나 제임스 조이스도 아니면서 왜 타인의 독서 경향을 무시하나요 ㅎㅎㅎ
정작 스티븐 킹이 들인 공력만큼, 구로사와 아키라의 저력만큼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타인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같잖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0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저는 김연수를 까지만 김연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 깐다는 거....
요거 굉장히 큰 차이이잖아요. 제가 저런 소리 하면 너도 하루키 소설이나 읽는다고 조롱하면서 무슨 소리냐, 고 하는데 전 하루키를 까지 하루키 소설을 읽는 사람을 까지는 않습니다.. 허허..

엄동 2014-02-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허세여도
아리송해 티안내는 고도의 허세도 있더라구요 호호호
책제목이나 가방브랜드 따위 보이게 들고 다니는건 오히려 귀여움.

킹의 몸값"이 땡기네요
ㅡ"자에서 ㄴ"자로 자세 바꾸고 쭉 갈 수 있을 듯.
어릴적 책볼때 많이 했던
나라면 어땠을꼬" 생각도 들 듯한게 ㅎㅎ

그나저나 첨엔 스티븐킹옹"에 대한 글인줄 ;;
이렇게 무지함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2:20   좋아요 0 | URL
이 책 상당히 재미있어요. 영화도 좋지만 소설도 뭐 끝내줍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고 말이죠.
이 소설에서는 킹의 선택과 영화 속 곤도의 선택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소설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선택만 놓고 보면 말이죠...
끝내주는 소설이에요. 제 마음에 쏘옥 듭니다.
 

 

선인장 가시'는 원래 동그란 잎이었다고 한다. 사막에서의 불볕'을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말아서 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 몸짓이 굳어서 가시'가 되었다. 그러니깐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는 생존을 위한 위악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기둥선인장을 키운 적이 있다. 1미터가 넘는 선인장'이었다. 꽃집에 들렸다가 볕만 주면 무럭무럭 자란다는 말'에 계획에도 없는 선인장을 사가지고 왔다. 선인장은 느리게 성장했다. 꽃을 피운 적도 없고 잎이 돋아난 적도 없으니, 짐승으로 치자면 느리고 조용한 나무늘보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느린 것이 좋아졌다. 거대하면서 행동이 느린 것은, 날렵하지 않은 것은, 아름답다.  바닷거북이, 낙타, 개복치, 거리의 노숙자, 고래, 기둥선인장, 문창근, 대왕문어, 기린, 파이프오르간, 하마, 해바라기, 코끼리, 바오밥나무, 악어, 곰 그리고 괴물들 : 프릭스, 샴쌍둥이,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속도에 자신의 열정을 쏟지 않는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며, 그것이 부질없는 열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어느 경우든 머뭇거리는 시간은 인간의 얼굴에 새겨* " 지는 법이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어쩌면 선인장 가시'는 잎의 흉터인지도 모른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79020, 선인장 中

 


 

 

 

 

 

"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다* "

-  제목 출처 :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물방울은 가장 낮고 먼 곳인,  끝에서 고인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낙과(落果)는 없듯이, 물방울은 보다 낮은 곳으로 모여 있다가 물오른 때를 기다려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록 자신이 머물렀던 끝이 날카로운 원뿔 모양의 예각이었다 해도 그 각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항상 둥글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과 유리'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리는 유리에서 분리되는 순간 날카로운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물은 물에서 분리되는 순간 부드러운 원(圓)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라미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모서리가 없어서 각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니 물의 반대말은 유리'이다. 김기택 시인은 < 유리에게 > 라는 시에서  "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고 고백한다.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꺠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드랑 큰 울음 한 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년

깊은 땅 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진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 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시집 < 태아의 잠 >, '유리에게' 전문

 

 

시인은 " 유리 " 라는 물성을 통해 위악적 태도를 읽는다. 시인은 " 투명하고 반들반들 빛이 나 " 는 유리가 사실은 "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 " 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 조각은 " 투명하지만 반들반들한 빛 " 이며 "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 " 지는 연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또한 가능하다. 어쩌면 유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끝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로 장미는 꺾이지 않기 위해 " 가시 " 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것은 일종의 보호색이며 위장 그리고 저항이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시가 있기에 처절한 것이다. 장미 가시란 (꺾인다는 것에 대한)불안'이 낳은 일종의 뇌종양이다. 불안의 고름이 밖으로 새어나와 종유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생긴 경화(硬化)가 바로 가시'다.

 

이처럼 힘이 없는 것들은 종종 날카로운 끝으로 세계에 저항한다.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딱딱한 뿔로 저항하는 초식 동물처럼 말이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에 수록된 시 < 가시 > 에서 시인은 날카로운 끝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읽어낸다.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시 '가시' 전문

 

 

가시는 "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 " 가 낳은 결과'이다. 그것은 " 살의(殺意) " 가 아니라 " - 살이 " 에 대한 욕망이다. 돌이켜보면 이 뾰족한 끝'은 < 유리 > 와 < 가시 > 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끝이 존재한다. 반들반들한 유리가 박살나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듯이, 사람 또한 사람에게서 멀어지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서 "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 살아가게 된다. "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 그런 일념의 분노 " 만 남는다. 둘이 하나가 되었던 몸이 다시 둘로 나뉠 때, 그렇게 사랑이 끝날 때, 물방울이었던 몸은 어느새 깨지기 쉬운 유리가 되거나 가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을 관통하는 것은 분리에 따른 불안'이다.

 

< 가시 > 가 꽃을 꺾일 것 같은 불안을 다루었다면 시 < 새 > 는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불안을 다룬다. " 새장 " 은 기본적으로 새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도록 고안한 장치'이다. 먹이는 항상 몇 걸음만 옮기면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새장 속 새는 날개 대신 다리로 이동한다. 이 습속에 익숙해지면 새는 어느 순간 "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고 / 닭처럼 모이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 결국 새는 새장 속 공간이 전부가 된다.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기에 그것은 자발적 감금 상태이다. 새'가 새장 속에서 배운 것은 걷는 행위가 아니라 불안'이다. 새는 자유를 버리고 평화를 얻었으나 동시에 불안도 얻었다. 새장과 새는 하나가 되어 서로 달라붙는다. 새는 내내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끊기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그렇게 조심하고 조바심쳐왔던 / 끊어질까봐 소리 한번 내보지 못했던 / 언제나 떨림과 미열과 잔뇨감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 시, 실직자 부분 ) "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공포는 이 시집을 관통한다.  < 파리 >라는 시는 천장에 붙어서 죽은 파리에 대해 묘사한다. 시인은 " 겨우내 꼼짝없이 붙어 있었 - " 던 파리를 통해 자리에 연연하는 집착'을 본다. 그것은 새가 새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불안과 비슷하다. 반면 < 뱀 > 이라는 시'는 파리나 새장 속 새와는 달리 자유롭게 허물을 벗는 뱀을 통해 자유를 본다. "가벼워라 아아 편안하여라  "라고 말한다. 뱀은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나와서 자유를 얻는다. 파리가 자리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라면 뱀은 벗고 벗어서 " 기꺼이 화사한 꽃비늘이 " 된다. 뱀은 떨어져나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뱀은 관계로부터 독립적이다. 뱀은 물방울과 같은 성질을 가진 짐승이다. 물방울에서 벗어난 물방울이 모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여전히 물방울로 분리되듯이,

 

뱀에서 허물 벗은 뱀도 허물을 벗기 전의 그 모태를 그대로 간직한다. 또한 우로보로스 신화 속 뱀은 자기 꼬리를 입으로 물어 원형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각이 없는 물방울과 유사하다. 반면에 인간은 분리에 대한 불안을 간직한 존재다. 그래서 사랑하던 사람이 변심을 하여 자신의 곁을 떠나는 순간 가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정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가시'를 숨긴 존재이니깐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끝도 함께 자란다. 다만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 안에는 뾰족한 가시도 함께 자라는 법이다. 가시가 가장 뾰족할 때는 꽃이 만개했을 때가 아니었던가. 숨을 잃어도 좋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랑하는 감정과 비례해서 칼날 같은 가시도 함께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끝은 강하기보다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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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2014-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은하의 추억 어디갔어요? 새글목록에 있어 눌렀더니 글이 없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5:34   좋아요 0 | URL
쓸데없는 소리인 거 같아서요.... ㅎㅎㅎㅎㅎ 매의 눈을 가지신 유다 님 !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정말 유다 님은 술을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알코올중독과 알코올중독이 아닌 사람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

자신이 날마다 술을 마시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애주가이고
날마다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술병을 몰래 버리고 신경 쓰는 사람은
알콜중독자'이죠. 유다 님은 아주 건강한 애주가'입니다.

전... 음, 피똥 싸게 된 이후 좀 자제합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마시네요.. ㅎㅎㅎㅎㅎ

유다 2014-02-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의 눈이 아니라 ㅋㅋㅋ걍 네이버에서 블로그 누르면 네이버 블로그 외에 즐겨찾기한 블로그는 글을 삭제해도 세 줄인가 남아있어요ㅠㅠ

저는..음ㅋㅋㅋ피똥은 어케 마시면 나오는겁니까? 신기. 전에 알콜중독자 중에 사이다 먹자마자 기포 그대로 나왔단 분은 봤지만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6: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ㅎㅎㅎㅎㅎ. 경험하시고 싶으시면 치질에 걸리시면 됩니다.
치질에 걸리시면 친절한 의사선상님께서는 항문의 수우미양가'를 친절하게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항문 중 최고의 아름다운 항문은 국화무늬'라고 하네요.
이름이 남자여서 당연히 남자인 줄 알고 예약했다가 여성이어서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의사선상님께서 제 항문을 보시더니 배추잎 가타고 하시더군요.
배추잎이란 박색을 의미하는데 쪽팔려서 전 그동안 국화무늬 같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항문은 국화무늬가 최고죠...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만에들어왔는데 곰곰발씨, 이글 디게좋은데요? ^^*진짜.
글고 오오! 글을 잘써서 사탕 대박나셨네요?!?! ㅎㅎㅎㅎ

축하한다 ㅎㅎ 아근데 뭐.. 넘 당연한 거잖어.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뭐 나한텐 사탕'안나눠줘도 된다.(난 사탕'보다 사랑'이좋음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1   좋아요 0 | URL
누가 이리 당돌한 덧글을 달았나 했더니 말투 보니 누군지 알겠구나. 허허허허...
누가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했길래
문득 김기택의 시가 떠오르더라고....
그야말로 정말 이 가시에 대해 자주 시를 썼던 사람이었거든...
넌 너무 멀리 있어서 사탕 대신 사랑 다섯 개를 주기로 한다 !

엄동 2014-02-04 09:11   좋아요 0 | URL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이 말 왜케 귀여우심? 크크크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4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디너분들이 보시면 대노할 덧글임.... 날 곤경에 빠트릴려고 하는 고도의 덧글입죠..

달사르 2014-02-0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를 읽으니 그래도 유리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나봐요. 바위고 돌이라면 마음이 덜 쓰이겠지만 그에 비례해 정도 덜 가게 될 거 같아요. 연약한 유리이고 깨지면 날카로워지는 걸 알기 때문에 깨질까 노심초사, 깨지지 않게 신경이 자꾸 쓰이고 말이죠. 마치 사랑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뱀허물이나 물방울 같은 관계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개는 가시를 동반한 장미꽃이군요. 전 요즘엔 그 가시도 차라리 인정이 되는 단계도 겪었는데요. 일단은 나부터가 남에게 가시를 숨기거나 내보이는 존재인데다가, 남의 가시 또한 어찌할 수 없는 거라면 품어주자, 뭐 좀 찔리고 말지. 그런 생각요.
암튼 그 찔린 가시 끝에서 분노나 사악, 뭐 이런 것보다는 뭔가 표현 못할 불쌍함'을 느꼈거든요. 그 정체는 도대체 뭐지? 고민 중인 요즘이었는데 곰발님 글을 읽으니 좀 이해가 가네요. 분리에 대한 불안. 그간 도움을 줬던 나란 존재에 대한 분리 불안증. 혹은 더 나은 둥지를 기웃거리느라 생기는 불안증 정도.
해서, 내일도, 나는 그 사람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다. 뭐 이런 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5   좋아요 0 | URL
유리에게, 란 시 참 좋죠 ? 이 시가 수록된 태어의 잠'이란 시집을 찾는데 없네요. 아마, 누가 가져갔나 봅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시작은 좋으나 끝이 나쁘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물방울은 정말 시작과 끝이 항상 동일해요. 그 어떤 끝에 매달려 있어도 항상 둥그런 모양을 버리지 않으니깐 말이죠. 처마 밑에 있어도, 고드름에 달려도 떨어지는 순간 물방울 모양이 되죠..
장미 가시란 결국 꽃대가 꺾인다는 공포가 야기한 장미의 결심 아니겠습니까...

상처 받았다고해서 그러 원통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 분명하니깐 말이죠...

봄밤 2014-02-0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의 출처,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입니다.
이것으로 수정을 하신다면 완벽한 리뷰가!

우선 제목을 황급히 고합니다.

두 번 읽고 댓글 전할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20:05   좋아요 0 | URL
엇, 고마습니다. 이거..... 존 버거의 글이었군요.
이 책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저 문장이 정말 좋아서 이 리뷰까지 하게 되었네요.

달사르 2014-02-03 22:59   좋아요 0 | URL
그르게요. 한 문장이 좋아 책을 살 것 같아요. 저도 따라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김기택 시집도 아직 없으니 이분 것도 같이.
봄밤 님 덕분에 두 사람이 (플러스 여러 사람이) 존 버거를 알게 되네요. ㅎㅎ

봄밤 2014-02-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님의 글은 생각을 하게 해서 좋습니다. 댓글도 놓치지 않고 읽으셔 리뷰를 풍부하게 쓰시는 것도 참말로 좋습니다.
물에 대한 통찰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날카로운 예각을 집중하시다니! 이번에 바늘구멍 속의 폭풍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물방울을 살피며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두려움이나 결심마져 넉넉히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약한 것은, 자신을 이루기 전에 가시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요.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아름다움도 없이 가시만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방울과, 장미라는 면적을 기다리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자신을 충분히 기다려 크지 못하는 이들은 가시만을 세워 그 시간에 편입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이 없는 결심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존 버거의 『A가 X에게』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시대를 노려봅니다. 읽어보시길 바라요.
좋은 문장을 접다가 포기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28   좋아요 0 | URL
전 늘 반대말 찾기 놀이'를 하는데요. 사전에 나온 그 공식 말고
제 스스로 만든 놀이'입니다.
물방울의 반대말은 가시가 될 것 같습니다. 물은 타자를 품어요. 투과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말이죠.
우리는 손을 물속에 넣기도 하고 몸을 담그기도 하고...
하지만 가시는 만지는 순간 살을 파고든다는 측면에서 타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
뭐 그런 것...
그러고보니 정말 장미는 없고 가시만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군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스니다.

+

제가 덧글창은 비로그인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 덧글의 기능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그냥 무심히 던진 말에서 글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거든요.

달사르 2014-02-0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음악 듣고싶어 좀이 쑤셨는데 퇴근해서 이제사 듣네요. 직장에선 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서 말이죠.
어제 이 음악이 있었던가? 갸웃거리다가
뭐든간에 시거 로스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좋다! (헤벌쭉)

어제 곡도 좋더니(영상도 함께) 오늘 곡도 좋네요. 가스펠 송 느낌 살짝 나다가 영상에 빠져듭니다.
친구의 빨간 코는 친구의 숨은 장미가시였나봐요.
그저 장난이었는데, 친한 마음에 친구의 코를 건드렸는데, 혼자서 회환의 시간을 가지게 될 줄이야.
유리창의 깨진 유리 마냥
친구의 가시가 부러져 더이상 친구일 수 없나 봐요. 이젠 트럼펫을 불러도 친구가 나타나질 않네요.

아.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19   좋아요 0 | URL
시거로스 ㅡ 음악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던데....
제가 옛날에 캐리커쳐를 그려주곤 했는데
예쁜 아가씨 동료가 자기도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준 적이 있어요.
캐리커처, 다들 아시다시피 얼굴 중 특이한 곳을 과장되어서그리는게 캐리커쳐잖아요.
그래서 전 그 아가씨 코가 크고 매부리여서 수도꼭지처럼 그렸는데
그만.... 그 아가씨 화장실 가서 울고불고.. 그 다음부터는 절대 그림 그려주지 않습니다.
그 친구도 빨간 코'가 늘 상처였을 겁니다. 콤플렉스란 늘 그런 것이니 말이죠....
이건 딴지입니다만, 제가 한때 술을 많이 마실 때는 술병을 몰래 감추는 게 몰래 술을 마시는 것보다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술을 점점 집에서 안 마시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마 친구분도 술을몰래 마실 수는 있으나 그 빨간 코를 숨길 수는 없었을 겁니다. 친구에게
빨간 코는 빈병 같은 존재였을 겁니디ㅏ.

엄동 2014-02-0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시 좋네요
마지막 문단도.

애정하는 사람과 함께 할땐
뭉툭한 줄 알던 내 안의 칼은

분리"후엔
어느새 양날의 검이 되어
나를,그리고 타인을 찌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6   좋아요 0 | URL
사랑은 물방울처럼 시작되었다가
이별할 때는 가시가 되어 나오는 거 같습니다.

rendevous 2014-02-1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게 시 읽어주는 남자는 신형철 평론가가 아니라 곰곰발 님이야 ㅎㅎ 딱 하나 가시가 '사건'을 통해 욕망의 지향성이 반전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간이 가시를 '숨긴' 존재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감이 있습니다. 욕망은 내재하고 있어 의식하기 불가능에 가깝고, 불안이란 징후를 통해 예감할 수 있을 텐데 이 추상적인 에너지의 흐름만 가지고(존재) 구체적인 물성을 지닌 가시(존재자)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갖고 있다고 표현한 건 숨기고 있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타자의 시선에 의해 재단된 것이니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숨기고 있다는 건 숨길 대상에 대한 인식을 전제해야 할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은 커녕 불안에 대해서도 매우 둔해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데 가시를 숨길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가시의 재료, 가시를 만드는 화학식, 가시에 관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사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도래하지 않은 사건 속에서 가시를 '숨긴' 존재로 인간을 명명하는 건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페루애 님 글 보고 흥분해서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막 적었네요... 존 치버, 존 쿳시, 존 버거 '존'을 좋아하는 소설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23   좋아요 0 | URL
제 글 보시면 흥분하시는군요 ? ㅎㅎㅎㅎㅎ. 좋습니다. 글 보고 흥분하는 거, 이거 참 짜릿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시를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좋은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전 가시라는 존재가 누구나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가시의 핵심은 끝이죠. 가시는 끝 때문에 명징한 존재가 됩니다. 이 끝을 사람들은 누구나 느껴요. 우리는 이제 끝이야... 라고 슬프게 말할 때 그때의 끝은 바로 가시죠...
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요것으로 글을 좀 확장해야 겠습니다.

rendevous 2014-02-1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 대한 예감... 하루 세번 꼭꼭 슬픔치약 거울크림, 혼자서도 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