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가시'는 원래 동그란 잎이었다고 한다. 사막에서의 불볕'을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말아서 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 몸짓이 굳어서 가시'가 되었다. 그러니깐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는 생존을 위한 위악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기둥선인장을 키운 적이 있다. 1미터가 넘는 선인장'이었다. 꽃집에 들렸다가 볕만 주면 무럭무럭 자란다는 말'에 계획에도 없는 선인장을 사가지고 왔다. 선인장은 느리게 성장했다. 꽃을 피운 적도 없고 잎이 돋아난 적도 없으니, 짐승으로 치자면 느리고 조용한 나무늘보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느린 것이 좋아졌다. 거대하면서 행동이 느린 것은, 날렵하지 않은 것은, 아름답다.  바닷거북이, 낙타, 개복치, 거리의 노숙자, 고래, 기둥선인장, 문창근, 대왕문어, 기린, 파이프오르간, 하마, 해바라기, 코끼리, 바오밥나무, 악어, 곰 그리고 괴물들 : 프릭스, 샴쌍둥이,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속도에 자신의 열정을 쏟지 않는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며, 그것이 부질없는 열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어느 경우든 머뭇거리는 시간은 인간의 얼굴에 새겨* " 지는 법이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어쩌면 선인장 가시'는 잎의 흉터인지도 모른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79020, 선인장 中

 


 

 

 

 

 

"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다* "

-  제목 출처 :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물방울은 가장 낮고 먼 곳인,  끝에서 고인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낙과(落果)는 없듯이, 물방울은 보다 낮은 곳으로 모여 있다가 물오른 때를 기다려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록 자신이 머물렀던 끝이 날카로운 원뿔 모양의 예각이었다 해도 그 각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항상 둥글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과 유리'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리는 유리에서 분리되는 순간 날카로운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물은 물에서 분리되는 순간 부드러운 원(圓)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라미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모서리가 없어서 각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니 물의 반대말은 유리'이다. 김기택 시인은 < 유리에게 > 라는 시에서  "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고 고백한다.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꺠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드랑 큰 울음 한 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년

깊은 땅 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진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 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시집 < 태아의 잠 >, '유리에게' 전문

 

 

시인은 " 유리 " 라는 물성을 통해 위악적 태도를 읽는다. 시인은 " 투명하고 반들반들 빛이 나 " 는 유리가 사실은 "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 " 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 조각은 " 투명하지만 반들반들한 빛 " 이며 "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 " 지는 연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또한 가능하다. 어쩌면 유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끝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로 장미는 꺾이지 않기 위해 " 가시 " 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것은 일종의 보호색이며 위장 그리고 저항이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시가 있기에 처절한 것이다. 장미 가시란 (꺾인다는 것에 대한)불안'이 낳은 일종의 뇌종양이다. 불안의 고름이 밖으로 새어나와 종유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생긴 경화(硬化)가 바로 가시'다.

 

이처럼 힘이 없는 것들은 종종 날카로운 끝으로 세계에 저항한다.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딱딱한 뿔로 저항하는 초식 동물처럼 말이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에 수록된 시 < 가시 > 에서 시인은 날카로운 끝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읽어낸다.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시 '가시' 전문

 

 

가시는 "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 " 가 낳은 결과'이다. 그것은 " 살의(殺意) " 가 아니라 " - 살이 " 에 대한 욕망이다. 돌이켜보면 이 뾰족한 끝'은 < 유리 > 와 < 가시 > 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끝이 존재한다. 반들반들한 유리가 박살나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듯이, 사람 또한 사람에게서 멀어지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서 "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 살아가게 된다. "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 그런 일념의 분노 " 만 남는다. 둘이 하나가 되었던 몸이 다시 둘로 나뉠 때, 그렇게 사랑이 끝날 때, 물방울이었던 몸은 어느새 깨지기 쉬운 유리가 되거나 가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을 관통하는 것은 분리에 따른 불안'이다.

 

< 가시 > 가 꽃을 꺾일 것 같은 불안을 다루었다면 시 < 새 > 는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불안을 다룬다. " 새장 " 은 기본적으로 새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도록 고안한 장치'이다. 먹이는 항상 몇 걸음만 옮기면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새장 속 새는 날개 대신 다리로 이동한다. 이 습속에 익숙해지면 새는 어느 순간 "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고 / 닭처럼 모이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 결국 새는 새장 속 공간이 전부가 된다.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기에 그것은 자발적 감금 상태이다. 새'가 새장 속에서 배운 것은 걷는 행위가 아니라 불안'이다. 새는 자유를 버리고 평화를 얻었으나 동시에 불안도 얻었다. 새장과 새는 하나가 되어 서로 달라붙는다. 새는 내내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끊기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그렇게 조심하고 조바심쳐왔던 / 끊어질까봐 소리 한번 내보지 못했던 / 언제나 떨림과 미열과 잔뇨감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 시, 실직자 부분 ) "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공포는 이 시집을 관통한다.  < 파리 >라는 시는 천장에 붙어서 죽은 파리에 대해 묘사한다. 시인은 " 겨우내 꼼짝없이 붙어 있었 - " 던 파리를 통해 자리에 연연하는 집착'을 본다. 그것은 새가 새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불안과 비슷하다. 반면 < 뱀 > 이라는 시'는 파리나 새장 속 새와는 달리 자유롭게 허물을 벗는 뱀을 통해 자유를 본다. "가벼워라 아아 편안하여라  "라고 말한다. 뱀은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나와서 자유를 얻는다. 파리가 자리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라면 뱀은 벗고 벗어서 " 기꺼이 화사한 꽃비늘이 " 된다. 뱀은 떨어져나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뱀은 관계로부터 독립적이다. 뱀은 물방울과 같은 성질을 가진 짐승이다. 물방울에서 벗어난 물방울이 모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여전히 물방울로 분리되듯이,

 

뱀에서 허물 벗은 뱀도 허물을 벗기 전의 그 모태를 그대로 간직한다. 또한 우로보로스 신화 속 뱀은 자기 꼬리를 입으로 물어 원형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각이 없는 물방울과 유사하다. 반면에 인간은 분리에 대한 불안을 간직한 존재다. 그래서 사랑하던 사람이 변심을 하여 자신의 곁을 떠나는 순간 가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정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가시'를 숨긴 존재이니깐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끝도 함께 자란다. 다만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 안에는 뾰족한 가시도 함께 자라는 법이다. 가시가 가장 뾰족할 때는 꽃이 만개했을 때가 아니었던가. 숨을 잃어도 좋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랑하는 감정과 비례해서 칼날 같은 가시도 함께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끝은 강하기보다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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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2014-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은하의 추억 어디갔어요? 새글목록에 있어 눌렀더니 글이 없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5:34   좋아요 0 | URL
쓸데없는 소리인 거 같아서요.... ㅎㅎㅎㅎㅎ 매의 눈을 가지신 유다 님 !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정말 유다 님은 술을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알코올중독과 알코올중독이 아닌 사람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

자신이 날마다 술을 마시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애주가이고
날마다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술병을 몰래 버리고 신경 쓰는 사람은
알콜중독자'이죠. 유다 님은 아주 건강한 애주가'입니다.

전... 음, 피똥 싸게 된 이후 좀 자제합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마시네요.. ㅎㅎㅎㅎㅎ

유다 2014-02-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의 눈이 아니라 ㅋㅋㅋ걍 네이버에서 블로그 누르면 네이버 블로그 외에 즐겨찾기한 블로그는 글을 삭제해도 세 줄인가 남아있어요ㅠㅠ

저는..음ㅋㅋㅋ피똥은 어케 마시면 나오는겁니까? 신기. 전에 알콜중독자 중에 사이다 먹자마자 기포 그대로 나왔단 분은 봤지만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6: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ㅎㅎㅎㅎㅎ. 경험하시고 싶으시면 치질에 걸리시면 됩니다.
치질에 걸리시면 친절한 의사선상님께서는 항문의 수우미양가'를 친절하게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항문 중 최고의 아름다운 항문은 국화무늬'라고 하네요.
이름이 남자여서 당연히 남자인 줄 알고 예약했다가 여성이어서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의사선상님께서 제 항문을 보시더니 배추잎 가타고 하시더군요.
배추잎이란 박색을 의미하는데 쪽팔려서 전 그동안 국화무늬 같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항문은 국화무늬가 최고죠...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만에들어왔는데 곰곰발씨, 이글 디게좋은데요? ^^*진짜.
글고 오오! 글을 잘써서 사탕 대박나셨네요?!?! ㅎㅎㅎㅎ

축하한다 ㅎㅎ 아근데 뭐.. 넘 당연한 거잖어.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뭐 나한텐 사탕'안나눠줘도 된다.(난 사탕'보다 사랑'이좋음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1   좋아요 0 | URL
누가 이리 당돌한 덧글을 달았나 했더니 말투 보니 누군지 알겠구나. 허허허허...
누가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했길래
문득 김기택의 시가 떠오르더라고....
그야말로 정말 이 가시에 대해 자주 시를 썼던 사람이었거든...
넌 너무 멀리 있어서 사탕 대신 사랑 다섯 개를 주기로 한다 !

엄동 2014-02-04 09:11   좋아요 0 | URL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이 말 왜케 귀여우심? 크크크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4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디너분들이 보시면 대노할 덧글임.... 날 곤경에 빠트릴려고 하는 고도의 덧글입죠..

달사르 2014-02-0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를 읽으니 그래도 유리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나봐요. 바위고 돌이라면 마음이 덜 쓰이겠지만 그에 비례해 정도 덜 가게 될 거 같아요. 연약한 유리이고 깨지면 날카로워지는 걸 알기 때문에 깨질까 노심초사, 깨지지 않게 신경이 자꾸 쓰이고 말이죠. 마치 사랑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뱀허물이나 물방울 같은 관계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개는 가시를 동반한 장미꽃이군요. 전 요즘엔 그 가시도 차라리 인정이 되는 단계도 겪었는데요. 일단은 나부터가 남에게 가시를 숨기거나 내보이는 존재인데다가, 남의 가시 또한 어찌할 수 없는 거라면 품어주자, 뭐 좀 찔리고 말지. 그런 생각요.
암튼 그 찔린 가시 끝에서 분노나 사악, 뭐 이런 것보다는 뭔가 표현 못할 불쌍함'을 느꼈거든요. 그 정체는 도대체 뭐지? 고민 중인 요즘이었는데 곰발님 글을 읽으니 좀 이해가 가네요. 분리에 대한 불안. 그간 도움을 줬던 나란 존재에 대한 분리 불안증. 혹은 더 나은 둥지를 기웃거리느라 생기는 불안증 정도.
해서, 내일도, 나는 그 사람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다. 뭐 이런 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5   좋아요 0 | URL
유리에게, 란 시 참 좋죠 ? 이 시가 수록된 태어의 잠'이란 시집을 찾는데 없네요. 아마, 누가 가져갔나 봅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시작은 좋으나 끝이 나쁘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물방울은 정말 시작과 끝이 항상 동일해요. 그 어떤 끝에 매달려 있어도 항상 둥그런 모양을 버리지 않으니깐 말이죠. 처마 밑에 있어도, 고드름에 달려도 떨어지는 순간 물방울 모양이 되죠..
장미 가시란 결국 꽃대가 꺾인다는 공포가 야기한 장미의 결심 아니겠습니까...

상처 받았다고해서 그러 원통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 분명하니깐 말이죠...

봄밤 2014-02-0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의 출처,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입니다.
이것으로 수정을 하신다면 완벽한 리뷰가!

우선 제목을 황급히 고합니다.

두 번 읽고 댓글 전할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20:05   좋아요 0 | URL
엇, 고마습니다. 이거..... 존 버거의 글이었군요.
이 책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저 문장이 정말 좋아서 이 리뷰까지 하게 되었네요.

달사르 2014-02-03 22:59   좋아요 0 | URL
그르게요. 한 문장이 좋아 책을 살 것 같아요. 저도 따라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김기택 시집도 아직 없으니 이분 것도 같이.
봄밤 님 덕분에 두 사람이 (플러스 여러 사람이) 존 버거를 알게 되네요. ㅎㅎ

봄밤 2014-02-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님의 글은 생각을 하게 해서 좋습니다. 댓글도 놓치지 않고 읽으셔 리뷰를 풍부하게 쓰시는 것도 참말로 좋습니다.
물에 대한 통찰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날카로운 예각을 집중하시다니! 이번에 바늘구멍 속의 폭풍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물방울을 살피며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두려움이나 결심마져 넉넉히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약한 것은, 자신을 이루기 전에 가시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요.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아름다움도 없이 가시만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방울과, 장미라는 면적을 기다리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자신을 충분히 기다려 크지 못하는 이들은 가시만을 세워 그 시간에 편입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이 없는 결심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존 버거의 『A가 X에게』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시대를 노려봅니다. 읽어보시길 바라요.
좋은 문장을 접다가 포기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28   좋아요 0 | URL
전 늘 반대말 찾기 놀이'를 하는데요. 사전에 나온 그 공식 말고
제 스스로 만든 놀이'입니다.
물방울의 반대말은 가시가 될 것 같습니다. 물은 타자를 품어요. 투과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말이죠.
우리는 손을 물속에 넣기도 하고 몸을 담그기도 하고...
하지만 가시는 만지는 순간 살을 파고든다는 측면에서 타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
뭐 그런 것...
그러고보니 정말 장미는 없고 가시만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군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스니다.

+

제가 덧글창은 비로그인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 덧글의 기능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그냥 무심히 던진 말에서 글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거든요.

달사르 2014-02-0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음악 듣고싶어 좀이 쑤셨는데 퇴근해서 이제사 듣네요. 직장에선 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서 말이죠.
어제 이 음악이 있었던가? 갸웃거리다가
뭐든간에 시거 로스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좋다! (헤벌쭉)

어제 곡도 좋더니(영상도 함께) 오늘 곡도 좋네요. 가스펠 송 느낌 살짝 나다가 영상에 빠져듭니다.
친구의 빨간 코는 친구의 숨은 장미가시였나봐요.
그저 장난이었는데, 친한 마음에 친구의 코를 건드렸는데, 혼자서 회환의 시간을 가지게 될 줄이야.
유리창의 깨진 유리 마냥
친구의 가시가 부러져 더이상 친구일 수 없나 봐요. 이젠 트럼펫을 불러도 친구가 나타나질 않네요.

아.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19   좋아요 0 | URL
시거로스 ㅡ 음악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던데....
제가 옛날에 캐리커쳐를 그려주곤 했는데
예쁜 아가씨 동료가 자기도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준 적이 있어요.
캐리커처, 다들 아시다시피 얼굴 중 특이한 곳을 과장되어서그리는게 캐리커쳐잖아요.
그래서 전 그 아가씨 코가 크고 매부리여서 수도꼭지처럼 그렸는데
그만.... 그 아가씨 화장실 가서 울고불고.. 그 다음부터는 절대 그림 그려주지 않습니다.
그 친구도 빨간 코'가 늘 상처였을 겁니다. 콤플렉스란 늘 그런 것이니 말이죠....
이건 딴지입니다만, 제가 한때 술을 많이 마실 때는 술병을 몰래 감추는 게 몰래 술을 마시는 것보다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술을 점점 집에서 안 마시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마 친구분도 술을몰래 마실 수는 있으나 그 빨간 코를 숨길 수는 없었을 겁니다. 친구에게
빨간 코는 빈병 같은 존재였을 겁니디ㅏ.

엄동 2014-02-0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시 좋네요
마지막 문단도.

애정하는 사람과 함께 할땐
뭉툭한 줄 알던 내 안의 칼은

분리"후엔
어느새 양날의 검이 되어
나를,그리고 타인을 찌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6   좋아요 0 | URL
사랑은 물방울처럼 시작되었다가
이별할 때는 가시가 되어 나오는 거 같습니다.

rendevous 2014-02-1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게 시 읽어주는 남자는 신형철 평론가가 아니라 곰곰발 님이야 ㅎㅎ 딱 하나 가시가 '사건'을 통해 욕망의 지향성이 반전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간이 가시를 '숨긴' 존재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감이 있습니다. 욕망은 내재하고 있어 의식하기 불가능에 가깝고, 불안이란 징후를 통해 예감할 수 있을 텐데 이 추상적인 에너지의 흐름만 가지고(존재) 구체적인 물성을 지닌 가시(존재자)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갖고 있다고 표현한 건 숨기고 있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타자의 시선에 의해 재단된 것이니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숨기고 있다는 건 숨길 대상에 대한 인식을 전제해야 할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은 커녕 불안에 대해서도 매우 둔해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데 가시를 숨길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가시의 재료, 가시를 만드는 화학식, 가시에 관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사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도래하지 않은 사건 속에서 가시를 '숨긴' 존재로 인간을 명명하는 건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페루애 님 글 보고 흥분해서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막 적었네요... 존 치버, 존 쿳시, 존 버거 '존'을 좋아하는 소설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23   좋아요 0 | URL
제 글 보시면 흥분하시는군요 ? ㅎㅎㅎㅎㅎ. 좋습니다. 글 보고 흥분하는 거, 이거 참 짜릿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시를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좋은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전 가시라는 존재가 누구나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가시의 핵심은 끝이죠. 가시는 끝 때문에 명징한 존재가 됩니다. 이 끝을 사람들은 누구나 느껴요. 우리는 이제 끝이야... 라고 슬프게 말할 때 그때의 끝은 바로 가시죠...
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요것으로 글을 좀 확장해야 겠습니다.

rendevous 2014-02-1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 대한 예감... 하루 세번 꼭꼭 슬픔치약 거울크림, 혼자서도 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