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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심심하니까 사람이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 로망 " 이 없다. 아이를 보면 무척 귀여워하는 편이지만 아이를 양육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결혼과 육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말해서 남의 아이는 귀여워할 자신은 있으나 내 아이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자신은 없다. 아이와 2시간을 함께 노는 것과 20년을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고백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 성악설 > 을 믿는 쪽이다. 유년기를 무조건 순수, 미래, 희망 따위로 엮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술동무가 한숨을 푹푹 쉬며 " 나도 어릴 적엔 참 순수했는데.... " 라고 말하면 위로는커녕 콧방귀로 대꾸했다. < 타락론 > 은 반드시 " 순수했던 시절 " 을 전제로 한다. ( 악마 루시퍼는 한때 천사'였다는 논리'다. 루시퍼는 날개를 잃고 꼬리를 얻은 배교자'였다. )

 

타락한 자가 유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순수했던 자아'를 내세우는 것은 " 비겁한 변명,  입니다 ! " 그것은 타락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꼼수'다. 개꼬리 삼 년 땅에 묻어도 황모( 여우털)되지 않는다. 바탕과 본질은 하나'다. 비뚤어진 집 설계도로 만들어진 집은 비뚤어진 집을 만들 뿐이다. 만약에 엉터리 설계도로 번듯한 집을 지었다면 그 건축가는 건축법 위반으로 고소해야 한다.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믿는다. 그렇기에 나쁜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될 수는 있어도, 착한 아이가 나쁜 어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워, 흥분하지 마시라 ! 지금 나는 당신과 논쟁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냥 " 어느 죄인의 고백록 " 으로 이해해 달라.

 

" 순수에서 타락 " 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역추적한 영화 << 박하사탕 / 이창동 감독 작품 >> 에 대해,  한국 영화 평단은 리얼리즘 영화의 정수'라는 찬사를 쏟아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선사한 것은 타락한 당신을 옹호하기 위한 위로'다. << 박하사탕 >> 은 그냥 그렇고 그런 힐링용 속물 드라마'다.  순수했던 남자가 나쁜 남자가 되었다는 신파에 속지 마라. 그는 처음부터 나쁜 남자였다.  내가 김기덕의 << 나쁜 남자 >> 라는 영화를 옹호하는 이유는 감독이 영화 속 사내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쁜 남자는 그냥 나쁜 남자'다. 처음부터 그는 나쁜 남자'였다. 어릴 적 트라우마 따위로 주인공을 포장하지 않는다. 권선징악은 없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이런 고백은 여기까지만 하자. ( 당신이 내 서재 즐겨찾기를 해제할까 봐 더 이상은 못 쓰것다. 다리가 덜덜 떨린다. )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성악설과 원죄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남자와 혼자 남겨진 남자에 대한 " 에세이 " 다. 굳이 " 에세이 " 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인문학이나 사회학으로 분류하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데 있다. 날카로운 분석도 없다. 이 책은 내 주변 사람은 이렇더라, 라는 내용이 전부이다. 전국민 아침 주부 프로그램 << 아침마당 >> 에 엉앵란이 나와 수다를 떨 내용이 전부여서 참고할 사항도 없다. 이 책은 엄앵란의 추임새 같다. 아이고, 이런, 세상에, 그렇지......

 

평소 별점을 줄 때 후하게 주는 편( 내 기준에 의하면 ★★★ (下),  ★★★★(中), ★★★★★(上) 이다. )이지만 알라딘 신간 평가단에 의해 선정된 책에 대해서는 내 기준이 아닌 통상적 기준'을 적용했다. 이 책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를 다루었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삼십대 남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통계가 있다. 내 주변을 봐도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미혼남과 이혼남은 넘치고, 넘치고, 넘쳤다. 그렇기에 < 독신의 노후 > 에 대한 문제는 나한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신인 나는 이제 " 어떻게 살 것인가 " 보다는 " 어떻게 견딜 것인가 " 를 슬슬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신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깊은 고민도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산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 세 명 가운데 한 명 " 이 될 것 같다. 정호승 시인은 << 수선화 >> 라는 시에서 " 외로우니깐 사람이다 " 라고 말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기는 하나 시를 엮는 문장으로는 촌스러운 표현이다. 달달한 시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외롭다고 말한다. 허세 가득한 마초'조차 자신은 외로운 남자라고 광고한다. 바람 피는 남자가 늘 하는 변명은 " 나 외로운 남자 " 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선생님도 외로워서 워싱턴에서 인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외롭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인간을 믿지 말지어다, 아멘 !  사람들은 대부분 < 외롭다 > 와 < 심심하다 > 을 혼동하고 있다. 현대인은 외로운 존재라기보다는 따분한 일상을 못 견디는 존재다.

 

외롭다는 감정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롭다는 감정을 잘 다스리면 고독이 된다. 고독은 좋은 것이다. 노무현은 고독했던 인간이고 내가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윤창중 선생님은 심심했던 사내새끼였다. 심심하다는 감정은 아무리 잘 다스려 봐야 별다른 진전이 없다. 심심하니깐 사람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심심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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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2014-07-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상으로는 '결혼과 육아' 중에서 '결혼'보다는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 크신듯 합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좀 수정해서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싫다는 여성분을 찾아보세요. '견디'는것 보다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부담되는' 여성분을 찾아 같이 생을 살아가는게 더 좋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1   좋아요 0 | URL
딱 문체 보니 레베랑스 님 문체 같군요... ㅎㅎㅎㅎㅎㅎㅎ ( 아님 말고 말입니다. )
갑자기홀로서기란 시가 생각나네요. 만남은 기다림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딱히혼자 살고 싶단 생각은 없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스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아이를 낳는 게 자신이 없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내 덕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들 중 일부는 남자가 원해서 아이를 낳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없으면 불편한 점은 "너 그러다 말년에 외롭지 않겠냐"는, 별로 근거없는 힐난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 아이를 기르는 노동에 비하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이를 낳은 게 가장 큰 기쁨이다 넌 안길러봐서 모른다"라고 하지만, 제 주위 분들을 보면 어째 아이들 땜시 힘든 것도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 절친 한명은 아이들이 한국 교육에 적응을 못해서 할수없이 기러기아빠를 하고 있지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를 좋아하면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고, 낳기 싫으면 안낳으면 된다고요. 그리고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노년은 늘 외롭고, 원래 인간의 삶 자체가 외로운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엄니는 아이가 넷인데도 혼자 사시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4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것같습니다. 정답이십니다. 마자요. 언제부터인가 결혼에서 아이가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육아에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사실 육아 때문에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결혼은 해도 굳이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말리 2014-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가 없다고하면 대개는 물어본 사람들이 당황하지요. 마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처럼. 그리고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 죽겠는데, 스스로 교양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마 입밖에 드러내지는 않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기어이 물어본답니다. 물어보나마나 안낳거나 못낳는 것이겠지요. 전 확인 안해봐서 안낳은건지 못낳은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결혼후 아이가 없을때 시험관 아기 등등 뭔가 인위적인 모든 노력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은 엄청 비정상적으로 보지요 ㅎㅎ. 결혼과 아이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라 옆에서 하는 조언들은 별반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만 여자 입장에서 늙어서 혼자 사는 남자는 좀 꼬질꼬질하지 않을까하는 편견은 있지만, 편견이지요. 여자보다 깔끔한 남자도 엄청 많을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3   좋아요 0 | URL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ㅎㅎㅎㅎㅎㅎ. 옛날에는 아이를 양육하는 게 노후를 위한 대책이 되겠지만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라리 노후 자금으로 노후를 맞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비혼과 무자녀 가정을 정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시선의 폭력이죠. 그런 짓 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자 혼자 살면 좀 꼬질꼬질하기는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7-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다는 책이 우수도서라니, 전혀 안땡기긴 하네요. 애초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안읽지만요. 수행에 대한 에세이는 읽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들에 한해서요. 요즘 너무 힘드니까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과 "힘들다" 뿐 잠이라도 잘 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미쿡식 토네이도 무시무시하더군요. 이렇듯 지구종말(인류멸망)이 코앞인데(?) 2세를 뭐하러 만들어 평생을 발목잡혀 살겠습니까. 그 아이의 미래가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세상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0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것은 결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시키는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좋은 책이 다른 이에게는 별로인 이유는 개개인이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 탓이겠죠. 전 이 책 읽는 내내 지루했습니다. 이젠 무자녀 가정에 대해서 안타까운 시선은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뭐 대단한 가정의 정수처럼 치부하는 게 좀 웃깁니다. 내 새끼에게 쏟을 사랑, 충분히 남의 새끼에게 애정 쏟는것도 값진 일 아니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7-27 22: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자식만 귀한 줄 아는 부모들 정말 짜증을 일으키죠. 저처럼 아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지새끼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들 보면 눈쌀을 찌푸리게 돼요. 세상의 어느 생명이 소중하지 않겠어요. 죽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것도 겁나서 육아포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57   좋아요 0 | URL
이제 인간의 위대한 최종목표가 아이를 키워 자자손손 전하는 것에 대한 숭고한 가치가 정말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한 것( 새누리는 여자가 애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지만... ) 으로 받아들였지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풀무 2014-07-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독신으로 끝까지 우아하게 살 자신이 있는데 말입니다..! 좋은 영화 찾아 다니면서. 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16   좋아요 0 | URL
동의 ! 새벽 님은 독신으로 사시면 우아하게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을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님은 고독형 인간임니다...

2014-07-27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4-07-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할때가 되었다는 말이 와닿네요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9 17:56   좋아요 0 | URL
엄동 님도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인가요 ?
왠지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라는 말에 뭉클해집니다.

봄밤 2014-07-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례를 제시한 내용이고 게다가 그 사례가 일본의 것이고. 그래서 저자는 카운셀러? 조차 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독신'으로 살기 위한 마음이 있고 그것이 불러올 앞으로의 고민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독신이나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다름으로 보기보다 어떤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빨랐다 느낌이 듭니다. 필요한 독자가 아직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1 04:49   좋아요 0 | URL
사회학을 다룰 때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특정 사례를 전체인 양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는 누구누구'더군요. 그리고 그 사례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 또한 지나치게 형식적이에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입니다. 저축하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조카가 집에 왔다.

 

 

이번 주부터 조카가 집에 머문다. 2주 정도( 15일 ) 머물면서 강남에 있는 학원에서 쪽집게 집중 학습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집이 멀다 보니 외할머니집에서 학원 등하교를 하기로 했다고. 평소 큰누님의 교육열은 극성맞은 데가 있었다. 아이는 원어민 유치원과 해마다 어학연수를 다녔다. 명절에도 아이들은 참고서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 이번 선거에서 큰누님은 교육감은 진보 후보를 찍고 지방 선거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다.) 그런 부모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으니 놀기 좋은 찬스가 아닌가 !  나는 조카와 놀러 갈 계획을 꾸몄다. 학원 안 가고 " 농땡이 " 치는 것은 낭만에 속하니깐 말이다. 조카는 대한민국에서 상위 1%만 갈 수 있는 특목고에 진학했는데 그곳에서도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니, 꾀죄죄한 곰곰발 가문으로써는 이 녀석에게 기대는 게 많다.

 

말이 좋아 사립 학교이지 아이들을 강제로 몰아넣은 후 교육을 시키는 살벌한 규율 학교'다. 전체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아침 6시에 기상해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시간은 새벽 2시가 일상이라고 했다. 놀라지 마시라, 식대, 기숙사비, 교육비 포함 1년 고지서를 통해 지급되는 비용만 2천만 원이었다.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학교'다. 공부만 해서 그런지 애가 비실비실하고 잔정이 없는 편이라서 속된 말로 " 우아미 " 가 좀 떨어지는 녀석이다. 전철을 타 본 적이 없어서 혼자서 외할머니 집을 찾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부모가 차로 학교다, 학원이다 바래다주니 버스나 전철을 탈 일이 없다. 나는 평소 이 녀석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지라 2주 정도 함께 있으면서 거칠게 키울 생각이었다.

 

" 땡땡이 " 의 오묘한 멋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할까 ? 후후. 그런데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조카 입에서 튀어나온 학원비 때문이었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루 3시간 총 2주 과외 비용이 170만 원'이란다. 17만 원도 아니고 170만 원이란다. 사교육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나친 학원비는 심각한 문제다. 학원 강사'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라 해도 2주 교육에 수학 실력이 일취월장할 턱이 없다. 2주 교육에 수학 실력이 쑥처럼 쑥쑥 큰다는 건 착각이다. 그 사실은 조카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 삼촌, 그거 비싸기만 하지, 수업은 학교 수업이나 다 똑같아. 내 수학 실력이 그 사람 때문이 늘 것 같지는 않아. " 결론은 " 불안 " 때문이다. 학부모 커넥션에서 쏟아내는 것은 학원 정보'다. 어디 어디가 잘한다고 하더라 ! 라는 소리에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강남 학원에 보내야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조카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 " 친구들이 들으니깐 나도 그냥 듣는 거지, 뭐....... "  170만 원짜리 초단타 과외'가 그냥 듣는 수준이란다. 할 말이 없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된 것이다. 요즘은 개천에서 큰이끼벌레만 득실거린다. 상당수 교육마피아들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사교육법 개정에 목숨 걸고 투쟁을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이제 교육 상품은 돈을 버는 상품이 된 지 오래이다. 이번 주말에 조카를 데리고 잠실 야구장에 가려는 계획은 취소한다. 지금까지 내 말을 들으면 조카가 부잣집 도련님 같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형은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큰누님은 아이 학원비를 위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이 되었다.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를 하는 거다. 나는 아이에게 시계 이야기를 했다. " 삼츈이 말이야. 시계 하나 장만하려 했지. 스와치 시계 말이다. 근사한 시계 하나 있더라. 삼사십 정도 아니 큰 부담도 아니더라고. 사려고 하다가 가격 비교를 하고 사려고 인터넷을 뒤지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시계가 있더라고. 근데 그 시계 가격이 백만 원이네. 이내 단념하고 처음 보았던 시계를 찾는데....... " 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은 이는 클릭을 ! 내가 그 이야기를 왜 조카에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갑자기 꼰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누굴 지적질하고 그럴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처음 고른 시계 ▼

 

스무살 때 근사한 스와치 시계'를 가져본 기억이 나서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을 했다. 예상은 10만 원 정도'였으나 비쌀수록 시계'가 근사한 거라. 그래, 나도 이제 돈을 버니 30만 원짜리 시계 정도는 찰 자격이 있지. 내가 고른 시계는 정말 멋있었다. 저 시계를 차고 다니면 이 세상 모든 소녀들이 날 쳐다보겠구나. 남성 패션의 완성은 시계'라고 하지 않던가 ! 마지막 정보 입력을 하고 결재'를 하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시계'를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가격 대비 비교 평가를 한 결과 모 제품이 더 근사했다. 그래서 그 시계 카달로그를 죽 훑다가 그만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설상가상 가격은 더 저렴한 것이 아닌가 ! 120.000원'이었다. 야호, 이런 게 알뜰 구매'구나 !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0'이 하나 더 붙어서 백이십만 원'이나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스와치 시계'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못 볼 정도로 후진 시계가 되어 있었다. 백만 원이 넘는 시계를 보다가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보니 마치 인형뽑기 기계 속 상품처럼 보였다.  

 

다시 백만 원대 시계'를 구경하다가 점점 명품 시계 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모 제품의 ** 시리즈 시리얼 넘버 A326 제품'은 예술이었다. 가격대가 700만 원'을 호가했다. 악어 가죽으로 된 시계줄'은 감동이었다. 박음질 또한 예술이었다. 숫자 12 아래 다이아몬드 하나가 박힌 제품이었다. 아, 정말 아름답구나 ! 그것은 내 인생의 티.오.피'였다. 며칠 전에 보고는 내 영혼을 빼앗겨버린 백만 원'짜리 시계를 다시 보니 자판기 커피'도 안 되었다. 쪽팔려서 차고 다닐 수나 있겠나. 허허허.  

 

그런데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000만 원대 명품 시계를 보았다. 100% 테엽 시계였다. 숫자 대신 다이아몬드가 12개 박혀서 반짝거렸다. 시곗줄'은 금속 재질이었는데 그 품위가 남달랐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명품에 빠지는 거구나. 한 달 전에 본 시계가 생각났다. 700만 원짜리 시계'를 보고 더 이상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계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내 판단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 시계를 다시 보니, 아.... 이건 어디서 꼴뚜기처럼 생긴 시계'로 둔갑을 한 것이 아닌가 ? 닝기미,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무슨 악어 가죽 시곗줄이냐. 내가 방금 본 이 시계야말로 명품 시계의 종결자다 ! 이보다 더 좋은 시계'는 없다. 끗.   

 

그런데 이러한 선언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30억 짜리 파텍 시계를 본 것이다. 시곗줄이 모두 다이아몬드로 박혀 있는 명품 시계였다. 시계 장인'이 일 년에 걸쳐 만든다고 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눈부셔서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 본 7000만 원짜리 시계가 정준하'라면, 이 시계는 원빈'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던 최초의 스와치 시계'를 클릭해 보았다. 30억짜리 시계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시계'를 보니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시계 구매'를 포기하게 되었다.  

 

내가 이 경험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욕심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비교 평가'는 곧 다음과 같은 망상을 심어준다. ①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고  ② 싼 게 비지떡이며  ③ 비싼 게 좋은 거라는 착각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을 자꾸 업데이트 시키도록 만든다. 30만 원짜리 고급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할 때 자본-국가'는 나에게 메일'을 하나 보낸다. " 고객님, 이왕 같은 가격 대비 만족할 수 있는 명품 시계 카탈로그'를 보내드립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그런데 막상 같은 가격 대비 시계는 달랑 하나이고 나머지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고가의 시계들로 진열을 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 욕망 시스템'이다. 여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사실 가장 좋은 제품'은 처음 구매하려고 했던 그 소박한 제품'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첫사랑'도 알고 보면 처음 본 그 스와치 시계'다. 낡은 아버지의 어깨도 저렴한 시계이고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도 30만 원대 적당히 소박한 시계였다. 우리는 이 저렴한 시계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때는 그 어느 것과도 내 시계를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그리고 비교할 수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아버지의 싸구려 어깨'가 부끄럽다고 다른 아버지의 견장'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사랑이라는 것은 더 이상 다른 제품의 카달로그를 훔쳐보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옳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그 말은 곧 다른 제품의 시계 카달로그'를 훔쳐보지 말라는 말이다 

 

 

- 네이버 블로그, 2012/10/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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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7-2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블루오션적인 세계, 기존의 체계로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개척할 수 없기에 진보교육감이 제시하는 교육방법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나 한편으로 보수를 찍는 것은 보험을 드는 것을 넘어 이익을 노리자 하는 심리인듯 합니다.

진보교육감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사회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직장과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변증법적으로 우회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들이 새롭게 정착되면 또 다른 마찰이 생기겠죠. 계속 충돌인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05:13   좋아요 0 | URL
당장의 유불리만 따진다고나 할까요 .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진보 교육감을 찍고, 나머지는 나와는 별다른 이해타산이 없으니 부패정당 찍고...... 좀 얄밉죠. 사실 전 같은 가족이지만 큰누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서로 말이 없었습니다. 싸우기도 무진장 싸우고 말입니다. 코드가 서로 정반대임니다.

samadhi(眞我) 2014-07-2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파상의 목걸이가 생각나네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허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허무로 끝을 맺는 것이 씁쓸하지요. 전 물건에 집착하지 않아서. 오직 먹을 것에만 관심 있답니다. 어찌나 1차적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8   좋아요 0 | URL
모파상 하니 모파상 단편집 읽고 싶근요. 오헨리와 함께 중학교 필독서 아닙니까....ㅎㅎㅎㅎㅎㅎ.
저도 물건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이사갈 때 60%는 버리는 거 같습니다. 막 모으는 타입은 아님..... 가끔 후회는 하지만..... 그 많던 음악 시디를 왜 다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디오테입도 300정도 되었는데, 희귀 영화 비디오 말이죠. 그거 다 남 줬음....

samadhi(眞我) 2014-07-27 22:18   좋아요 0 | URL
책 만큼은 집착하는 편이예요. 정리도 못하면서 책만 잔뜩 쌓아놓고 이젠 무슨 책이 어디에 박혔는지 찾는 게 일이 될 정도네요. 다시 정리벽 키우기 연습해야하는데. 저도 한동안 비디오테입 무지 모았다가 티비도 없어서 어느샌가 하나둘 없어져 버렸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54   좋아요 0 | URL
동감, 저도 다 버리는 족'인데 책은 이상하게 잡지 하나 못 버리겠습니다. 버리면 왠지 죄를 지은 기분이랄까요 ? 언제가 이 집착도 버리도록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책을 버리는 날 진아 님에게 잔뜩 드리겠습니다.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samadhi(眞我) 2014-07-2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사교육으로 빌어먹고 사는 처지라...... 무척 공감하면서 현장에서 짜증나도록 바꾸고 싶은 일들 투성이지만 워낙 이쪽 문화가 뿌리깊게 관습화, 관례화된 문제점들이 많더라구요. 싫으면 나가라. 뭐 요런 상황이라, 목구녕에 밥을 밀어넣으려면 성질에 안맞게 따르는 척을 해야합니다. 정말, 학교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참 많이 듭니다. 어릴 때도 학교가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002(땡땡이 -교복치마 입고 월담을 밥먹듯 했죠.)전문에 학교 다니는 동안 책을 제일 많이 읽고 편지를 제일 많이 썼지요. 학창시절이 그립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자주 얘기해요. 실컷 놀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만 하는 이런 별로인 세상, 니들이 바꾸려면 힘들고 짜증나지만 공부해라. 혼자 배터지게 잘 먹고 잘 살지 말고 꼭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봐라.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그저 제 한탄, 자조 섞인 말들이지만요. 비겁하지만 밥벌이의 합리화를 담아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32   좋아요 0 | URL
학창시절은 리즈 시절은 땡땡이 아니겠습니까. 학원비 땡까서 놀다가 어머니에게 들켜서 거리에서 혼났던 적도 있고, ㅎㅎㅎㅎㅎ. 그런데 요즘은 학원비 자체가 어마무시해서 그러지도 못하는 거 같더군요. 가끔 제 조카가 불쌍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초등학교 때 책을 제일 많이 읽고, 그 다음이 중학교, 그 다음이 고등학교. 그 이후로는 아예 안 읽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독서 패턴이 거꾸로 되고있는 겁니다.

수다맨 2014-07-2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가기 전에, 매형 될 사람이 저에게 시계를 선물해 준 적이 있습니다. 이십만 원 정도 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군대 가서 여러 번 바닥에서 뒹굴었던 탓에 시계가 얼마 안 가서 망가졌습니다. 짬이 안 될 때라 시계는 늘 갖고 있어야하기에, 피엑스 가서 이만 원에 팔던 시계를 하나 샀지요. 그런데 이십만 원 짜리 갖고 있을 때보다 마음이 더 편하더군요 ㅎㅎ 그 시계는 ㅡ값도 싼게 관리를 개판으로 했는데도 내구성도 은근히 있어서ㅡ전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이 시계까지 어느 술자리에 놓고 온 뒤로는 시계를 사본 적이 없습니다 ㅎㅎ
그냥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하고, 소비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그만일 터인데, 우리는 계속 남들보다 낫거나 적어도 뒤지지는 않는 소비를 하려고 몸달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소비 행위의 저변에 깔려 있는 감정이 다름아닌 (탐심이나 질투보다도) 불안이라는 게 참 씁쓸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46   좋아요 0 | URL
군대에서 파는 쥐샤크'인가요 ? 고거.... 군인들의 필수품이었죠. 하여튼, 군대는 확실히 시계가 필요하더군요. 형님도 군대 가기 전에 쥐샤크 시계 사 가고, 저도 쥐샤크 시계 사서 갔습니다. 저도 시계는 안 차는데, 핸드폰을 해지한 후, 하나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핸드폰도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우려하더군요. 핸드폰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냐 ? 소식은 어떻게 전하냐 ? 저도 처음 3달 동안은 사야겠다,사야겠다, 사야겠다.... 하다가 어느 순간 적응했습니다. 일단 불필요한 약속이 확 줄었습니다. 그 전에는 불쑥 전화와서 술 한 잔 하자면 바로 나가고는 했는데 이제는 최소 며칠 전부터 약속을 서로 정해야 하니 말이죠. 연락이 안 되지도 않습니다. 저는 주로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기에 소식도 전합니다. 단 아쉬운 게 시간 보기더군요. 그래도 핸드폰 없다는 게 불편하기도 하지만 장점도 무척 많습니다. 이제는 책 말고는 모으는 취미는 없습니다. 한때 신발만 해도 4,50컬레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냥 하나 가지고 잘 버팁니다. 소비를 줄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엄동 2014-07-2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물건에 욕심이 없는 편이예요
아니, 있는 물건도 잃어버리기 일쑤예요

이주전에도 휴대폰을 분실해서
새로 장만했더랬죠 (목에 걸거나 허리에 차고 다닐 생각입니다)

시계나 향수, 각종 운동화들에 집착하는 수집가들을 보면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9 17:58   좋아요 0 | URL
2G폰으로 하나 장만하십셔.... 아, 장만했다고 했지..ㅎㅎㅎㅎ
향수는 그래도 그럴 만하지 않나요.

저도 물건 욕심이 없어서 너무 버려서 탈입니다.

푸르푸르 2014-07-3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애님은 왜 장만 안하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0 14:41   좋아요 0 | URL
물병이 뭐가 필요합니까. 집에 물병 엄청 많음...
 

 

 

 

 

 

 

 

 

 

 


 

 

 

 

보틀에 대한 감상 : 훅 들어왔다 훅 나간다.

 

 

 

 

 

재작년에는 온가족이 모여서 강원도 일주를 했다. 봉평을 시작으로 평창, 속초, 대관령 산양 목장'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계획 마니아'인 큰누님은 빡빡한 일정을 채우기 위해서 새벽 6시부터 자동차 엔진을 달궜다. 각종 축제는 물론이고 명승지, 맛집'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여행 중 팔 할은 달리는 자동자 안'에서 보내야 했다. 어른에게는 익숙한 여행법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짜증나는 법. 조카들은 동생 차 안에서 투덜대기 시작했고, 이 소리를 전해 들은 큰누님은 대관령 휴게실에서 군소리를 늘어놓았다. " 자꾸 징징대면 놓고 간다 ! " 안개 낀 대관령 꼭대기에서 길 잃은 두 마리 양'이라니 !  동생이 운전을 했기에 나는 낮부터 취했었다. 차 바닥에는 항상 찌그러진 캔맥주가 널부러져 뒹굴었다.

 

이 여행길에서 휴양림을 세 군데 들렸는데 휴양림에서 마련한 캠핑촌에는 캠핑족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로 가족 단위였다. 3년 전만 해도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그들은 각종 취사 장비를 구비했다. 바비큐 장비를 갖춘 캠핑족도 많았다. 그들은 정글의 법칙을 흉내 내고 있었다. 쫌, 우스웠다. 텐트촌은 계단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고밀도 고효율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특성상 텐트와 텐트 간격은 무척 좁았다. 밤에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조카들은 캠핑촌을 둘러보며 부러워했다. 특히 바베큐 장비를 갖춘 캠핑족 앞에서는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말했다.  " 부럽다, 부러워 ! " 낮부터 취한 나는 조카들에게 군소리를 늘어놓았다.

 

"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캠핑이라고 하니깐 근사해 보이지 다른 말로 하면 노숙 체험 아니냐. 텐트에서 하루만 지내봐라 ! 모기가 네 놈 귀두 물어뜯어서 오줌 눌 때 따끔거릴 거다. " 조카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질문을 던졌다. " 모기가 귀도 물면 오줌 눌 때 아파 ? "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 응, 아프지. 그리고 저런 산속에는 지네도 많아. 똥은 어디서 쌀 거냐 ? 넌 욕실 들어가면 한두 시간 동안 씻잖아. 오늘 아침에도 욕실에서 오래 씻는다고 네 엄마에게 혼나더구만. " 조카는 내 말을 다 듣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르네.... 그럼 뭐가 좋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바글바글 모여서 캠핑을 해 ? " 내가 말했다. " 유행 때문이지, 앞집이 캠핑 떠나고, 옆집도 캥핑 떠나니, 우리집도 캠핑 가자,

 

뭐... 이런 거 아니겠냐. 아마, 앞집이 캠핑 안 떠나고, 옆집도 캠핑 안 떠나면, 이 문화도 순식간에 사라질 거다. 캠핑촌 만들어놓고 한 공간에 떼거지로 우겨넣는 게 무슨 캠핑이냐. 니네들이 노스페이스 입고 다니는 꼬라지와 비슷해. 개나 소나 다 입고 다니니 꿀리지 않으려고 너도 입고 다니잖아. " 내 말에 조카가 발끈했다. " 쳇 ! 삼촌, 말을 곱게 쓰시지. 우리가 개나 소야 ? "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 조까 ! " 조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삼촌이 조카라고 말했는지 조까라고 말했는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호칭이냐 욕이냐, 그것이 문제였지만 조카는 내 인덕을 믿었다. 하여튼 결론은 대한민국은 유행에 민감한 문화 취향을 가졌다. 훅 들어왔다 훅 나간다. 쉽게 타고 금세 꺼진다.

 

문화라는 영역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뚝배기'보다는 냄비'에 가깝다. 캠핑 문화도 몇 년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질 것이다. 연탄 조개구이집이 순식간에 사라졌듯이 말이다. 이제는 노스페이스 교복 유행도 지난 듯하다. 영원할 것 같던 노스페이스 사랑도 넓게 보면 훅 들어왔다 훅 나간 꼴이 되었다.  요즘은 " 보틀 " 이 대세'다. 작년까지만 해도 " 텀블러 " 가 대세였는데, 이제는 " 보틀 " 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텀블러와 보틀'이라는 알파벳을 사용하니까 근사한 거 같지만 그냥 < 잔 > 이고 < 병 > 이며 < 통 > 이다. 한글이 위대한 것은 오감'을 재현하는 데 탁월한 언어'라는 점이고, 알파벳이 위대한 지점은 꾀죄죄죄죄한 것을 영어로 말하면 꽤 근사한 것으로 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만 !

 

그냥 < 병 > 이라거나 < 물병 > 이라고 하면 될 것을 사람들은 굳이 < 보틀 > 이라고 말한다. 이참에 나도 " 곰곰발 " 이란 닉네임을 버리고 " 베어베어풋 " 이라고 개명할 생각이다. 근사해 보이겠지 ? 아침에 로스팅한 커피를 보틀에 담아 오후의 스카이를 바라보며 스멜을 음미하면서 드링킹하고 싶다. 그냥 병이라고 하자. 병이라고 하기 심심하면 물통'이라고 하자. " 보틀 " 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당신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 한국 주방장이 셰프가 되고, 김탁구는 파티쉐'가 되었나. 오렌지를 어뤤지'라고 해야 된다며 설레발을 쳤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영어사대주의라며 비판했던 당신은 어느새 텀블러, 보틀이라는 단어를 생각 없이 쓴다.

 

당신이 보틀'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김희애의 물광처럼 빛나지는 않는다. 김희애니깐 물광이 되지 당신은 그냥 물바가지를 뒤집어쓴 꼴이 된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는 당신에게는 없,  어요.  당신은 그저 나와 똑같은, 삽십 촉 알전구 한 개'에 지나지 않는다. 유행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언어만큼은 우리말을 사용하자. 한국어로 대체가 불가능한 외국어'라면 모를까, 병을 굳이 " bottle " 이라고 말하는 꼴이 솔직하게 말해서 꼴사납다.  장사꾼들이 물병'을 " 보틀 " 이라는 이름으로 유통시키는 이유는 뻔하다. 상술 때문이다. 어쩌면 당신은 다용도 병이 필요해서 " 보틀 " 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 보틀 "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다용도 병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 보틀 " 이라는 용어도 내년이 되면 훅 들어왔다 훅 나갈 것이다. 내 글이 탄산음료처럼 너무 톡 쏜다고 눈 흘기지 마라. 이건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특. 급. 지. 적이야 !

 

 

 

 

 

 

+

내가 판매업자'라면 " 보틀 " 이라는 이름 대신 " 요리조리 " 라고 짓겠다. 사전적 의미로는 " 일정한 방향이 없이 요쪽 조쪽으로 " 라는 뜻이니, 이것저것 담을 수 있는 다용도 물병과 잘 어울린다. 또한 요리 재료나 조리한 음식을 담을 수도 있으니 " 요리조리 " 라는 이름이 딱 좋다. 앞으로 나는 요리조리에 물을 담아 도서실에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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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e 2014-07-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평소에 글을 재밌게 봤습니다만..

이번 글은.. 너무 책상 앞에서 쓰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4:50   좋아요 0 | URL
불철주야 더욱 정진해서 물 위에서 쓰는 신공을 기르겠습니다.

풀무 2014-07-2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까와 조카.. 진짜 이런 라임은 곰곰발님 글 아니면 맛보기 힘듦 ^^
그래서 오늘 프로필 대문은 부기 나이트,로군요. 매일 글에 따라 바뀌는 대문사진 보는 것 또한 큰 재미!
.
요즘 학생들이나 가끔 걷게 되는 대로변에서나 생수통들이 뭐 저리 울긋불긋하노 했더니 이게 또 유행이구먼요. 처음 알게 된 현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7:35   좋아요 0 | URL
제 사진첩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사진과 미니멀 포스터가 수두룩합니다. 버리기도 뭐하고 그래서 이런 데나 써먹어야겠다고 결심을....ㅎㅎㅎㅎ 제가 라임에 살고 라임에 죽지 않습니까. 잔재미를 위해서 글에 조미료를 좀 뿌립니다. 내가 무슨 청문회 보고서 쓰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ㅎㅎㅎㅎㅎㅎ. 뼈대가 사실에 기초하면 잔가지는 좀 재미를 위해 .........

그래요. 그냥 생수통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보틀이라는 말을 쓰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2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일제인데 한국인들이 하도 좋아해서 사들이니까 한국인들에겐 한 사람에게 두 개 이상 팔지 말라는 지시가 내렸다는 소문도 있더군요.사재기할까봐서...아...그리고 이거 한국 유명기업에서도 짝퉁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7: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소릴 들었습니다. 소비자 구매 욕망을 부추기니 불만은 없습니다만, 아니 왜 물통을 보틀;이라고 하느냐는 거죠. 이건 마치 깜보디아 사람이 봉천동 조기 축구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웃긴 일입니다. 전형적인 영어 사대주의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이언트가 컴플레인을 걸어 캔슬할지 안 할지 미팅을 해야겠어요...그런 말도 영어 사대주의지요.요즘엔 불어나 이탈리아어도 써줘야 등급이 올라간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뮤지션이라 안 하고 가수라고 하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05:49   좋아요 0 | URL
패션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김홍기(맞나 ?! ) 글 읽으니 재미있더군요. 보그병신체뿐만 아니라 인문병신체도 있고..... ㅎㅎㅎㅎㅎ. 전 이오덕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무분별하게 영어를 일상처럼 쓰는 게 거슬립니다. 그리고 왜 말을 줄여서 말하는 거 있잖습니까. 라쫄( 라면과 떡볶이 줄여서 ) 이러는 것도.... 말이죠.

말리 2014-07-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보틀' 하나 가질까 아무리 뒤져봐도 사고 싶은 책에는 고놈이 없어서 ㅎㅎ. '보틀'이 필요한건지 물병이 필요한건지 생각해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33   좋아요 0 | URL
저도 저거 하나 사고 싶습니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필요한 건 물통이지 보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밥 먹자 대신 라이스 먹자, 라고 할까봐겁이 남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2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에이티브 디랙터,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등 직업명칭도 그렇고...특히 홈쇼핑 옷선전하러 나온 사람들은 온통 꼬부랑 단어를 쏟아놓는데...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이 영어를 잘 읽고 말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라는 게 그쪽 업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전하는 진실이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35   좋아요 0 | URL
주로 직업을 지시하는 명칭에 영어가 날것으로 그대로 들어가죠. 속이 뻔히 보이는......
보면 오히려 외국 거주 블로거 글을 보면 영어 섞지 않고 한글 바로 쓰더군요.

꼬마요정 2014-07-2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노스페이스가 아니라 코오롱을 입는다더군요. 그게 더 비싸다던데..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문화죠.. 캠핑.. 저는 정말 캠핑 싫어요. 놀러가면 별장 같은 데 많잖아요. 집 놔두고 왜 텐트에서 자려는지 그것도 좀 이해하기 힘들어요. 어릴 때 자갈 많은 바닷가에서 텐트 쳐 놓고 모기한테 왕창 뜯긴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게다가 그릴인지 숯불판인지 고기 구우면 기름 떨어져서 연기 장난 아니고..ㅠㅠ

알라딘에서 주는 '까뮈보틀' 받았는데... 손이 안 들어가서 씻는 게 난감하더군요. 물만 넣어 먹어요ㅠㅠ 보틀이든 텀블러든 그래도 사람들이 종이컵 안 쓰고 개인컵 들고 다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51   좋아요 0 | URL
네에, 이젠 노스페이스가 갑자기 죽었습니다. 아마 본사에서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할 겁니다. 역시 클래식이 좋다고 이젠 아이들이 다시 나이키로 돌아오더군요. 캠핑이 원래는 독립적 생활 체험이잖아요. 홀로 산속에 들어가 야생 체험을 하는.... 노마드적 삶에 대한 체험을 하고 싶은.....

그런데 한국형 캠핑 문화는 그냥 국가에서 지정한 캠핑촌에 텐트 수백 개 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옆 텐트에서 밤귀 뀌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깝게 말이죠. 이게 무슨 캠핑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텀블러와 보틀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라는 말을 두고 굳이 보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군요. 이것도 유행이니 훅 들어왔다 훅 나갈 게 뻔합니다.

유유 2014-07-2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어베어풋에서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캠핑은 남자들은 특히나 노숙에 대한 로망이 있는 듯..? 저도 남자친구 따라 몇 번 가봤는데 장단점이 있어요. 근데 장비값이 만만찮죠^^.. 가 보면 주눅들어요ㅋㅋㅋ 화보에서나 보는 거 같은 장비들이나 캠핑 용품들이 많더라구요.
정말 작년까지는 텀블러 텀블러 하더니 갑자기 보틀. 보틀은 진짜 너무한 듯해요ㅡㅡ 텀블러 머그컵 글라스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보틀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 페이스북에서 처음 보고 충격 받았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11:41   좋아요 0 | URL
캠핑 장비가 고가입니다. 제가 가서 빵 터졌는데, 고가의 장비 세트가 전부 새것이더라고요...
유행하니깐 막 구비한 듯한... 제가 알기로는 캠핑 장비가 꽤 비싼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저도 머그컵,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찻잔이라고 하기도 뭐하잖아요. 그런데 무슨 얼어죽을 보틀입니까...

엄동 2014-07-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물)병이, 아니 보틀이 개그소재가 된다는건
얼마전 개그콘서틀 보고 알았어요 ㅋㅋ
참 재밌는 세상이죠

캠핑은 작년에 한번 가봤었어요 예전의 회사동료분들과.
몸만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디테일한 장비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불편하더라구요
그냥 옥탑방 친구네 모여 고기궈먹고 노는게 훨 나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9 18: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람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SNS에 보틀이라고 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야, 시발.. 진짜 너희들은 줏대도 없구나...
머그컵까지는 봐주겠는데 무슨 병신도 아니고 병'이라는 말 놔두고 보틀이 뭡니까 ?

캠핑 도구 가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꽤 비싸더군요. 한국에 캠핑 칠만한 곳이 얼마나 됩니까...
하여튼 배보다 배꼽이 큰 게 캠핑 도구들입니다.

라로 2014-07-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저렇게 병이라는 단어를 굳이 영어로 써 넣어야 했는지,,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뭐 이랬답니다. 좀 한심하잖아요~~~. 하긴 어떤 사람 티셔츠에 '옷'이라고 쓴 것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봤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0 13:03   좋아요 0 | URL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봉천동 조기 축구회'라는 옷 입고 돌아다니면 웃기듯이, 영어권 사람들이 보기에
병에다 병'이라고 큼직막히 쓰면 그것 또한 웃기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ㅎㅎ
 

 

 

 

 

 

 

 

 

 

 

 

 

 

 

 

 

 


 

 

 

세월호 100일, 그리고 죽음.

 

 

 http://youtu.be/U_cCVMKWjEc 

 

 

영화가 상영되기 전 영화제를 돕는 진행 요원이 단상에 올라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영화를 보시는 중 기절, 호흡곤란, 쇼크 등이 올 수 있습니다. 심장이나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일어나셔서 밖으로 나가셔도 좋습니다. 현재 밖엔 응급요원이 상주하고 있으니 이상이 있으시면 저희 진행 요원을 찾아주십시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극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불길하다. 몇몇은 밖으로 나간다. 순간 이곳저곳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진다. 장내 딤머'가 서서히 조도를 낮추면서 어두워지자 이내 영화가 상영된다.  상영되는 영화는 스탠 브랙헤이지의 ' The act of seeing with one's own eyes 이다.

 

전위 영화'를 찾아다니는 영화광들에게는 이미 전설이 된 영화'다. 십 년 전, 나는 전주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시체 공시소와 시체 부검실' 모습을 다룬 다큐 영화'였다. 시체 공시소 직원이 전기 드릴'로 사체의 두개골'을 절개하는 장면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뇌수가 흘러나오더니 해부학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뇌 내부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한참 눈을 감고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체를 절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화도 거의 없다. 배경음악도 없다. 나레이션도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는 거의 무성영화나 다름없다. 온전히 내가 목격해야 하는 것은 절단되는 육체들이다. 상영 시간 내내 영화는 시체 해부 장면을 보여준다. 세로로 잘려진 육체들, 제거된 기관들, 두개골, 고인 피 그리고 페니스, 발바닥, 펴지지 않는 손, 구멍과 틈......

 

직원들은 적출된 기관인 간, 위, 심장 등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고 기록한다. 그뿐이 아니다. 두개골 크기도 잰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죽은 자와 죽은 자'를 해부하는 직원만이 있을 뿐이다. 가끔 도구를 내려놓거나  전기드릴'을 사용할 때 들리는 소음으로 인하여 이 영화가 무성영화는 아님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나는 이 침묵이 감독이 의도했다는 점을 알아챘다. 감독이 전해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 ( 내 기억은 틀렸다. 확인하니 이 영화는 무성 영화'가 맞다. 전기드릴 소리를 들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  서서히 적응이 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화면을 주시했다.  파리'가 부검 중인 사체의 발 위'에 앉았다. 카메라는 이 부분을 확대한다.

 

이제 더 이상 육체는 파리의 간섭에 저항할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났다. 깊은 숨을 내쉬었다. 두렵고, 끔찍하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혐오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 속 작업자'는 훼손한 신체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예의'가 느껴졌기에 혐오스럽지는 않았다.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육체라는 것, 한때는 팔딱거리던 육체가 초라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쓸쓸했다. 덧없고 공허했다. 가장 강렬했던 이미지는 머리 가죽을 당겨서 해골이 나오는 그런 충격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가슴 아프게 목격한 신체는 죽은 남자의 시든 페니스였다. 이 이미지는 매우 강렬해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스탠 브랙헤이지 감독은 죽음 이후'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맺는 계약, 그러니까 마지막 절차를 보여주려고 했다. < 흉터 > 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실이라는 점을 일깨우듯이, < 죽음 > 은 한때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명백한 기록이 아니었던가 ?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목격하게 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가 맺는 계약이다. 사회는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의  임대 아파트'와 부동산 계약을 맺었기에 기간이 만료되면 아파트를 비워야 한다. 하지만 이삿짐만 옮긴다고 해서 이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밀린 공과금과 기타 세부 사항 그리고 부동산 계약 시 명시해 놓은 조건이 이행되었는가를 확인한 후 아파트 키를 넘기게 되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무인도나 숲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우린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간은 계약 기간이 끝나는 " 죽음 이후 " 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사실 인간의 죽음은 사적인 것 같지만 지극히 공적이다. 세상 모든 죽음'은 국가의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죽은 자'는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용기가 있다면 클릭해서 동영상을 보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벌어지는 절차와 과정이다. 짐 크레이스의 위대한 소설 << 그리고 죽음 >> 도 " 죽음 이후 " 를 다룬다. 정확히 말하자면 " 사후 세계 " 가 아니라 시체가 부패되는 과정과 사회가 사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건조한 필체로 다룬 소설이다.

 

감정 동요 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서술 덕분에 끔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죽은 자의 장례를 치루는 것은 산 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란 생각이 든다. 설령, 죽은 자가 거처 없이 떠돌다 죽은 행불 처리자'라고 해도 말이다. 세월호 사고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찾지 못한 영혼이 있고, 잊지 못해 우는 유가족이 있고, 동요하는 시민이 있다. 반면 그동안 숨죽이며 슬픈 척 눈물을 흘렸던 사람은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는 없다. 슬픈 현실이다. 국가는 장례 수습조차 할 수 없는 무능한 상태'에 빠졌다. 국가는 재난에 빠졌는데 무대에 올라 비상 시 요령을 설명하는 사람도 없고, 죽은 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공시소 직원도 없다.

 

유가족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엄마부대가 있는가 하면 단순 교통 사고와 다를 바 없다는 막말을 하는 정치인도 있다. 질이 좋지 않으면 사지 말아야 하는데 소비자는 장사꾼의 호화로운 입말에 다시 한번 속아서 넙죽 사다 보니,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는 호구'다. 생각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임상 실험을 통해 밝혀진 특효약은 " 조까라마이싱 " 이다.  박근혜 정부, 참....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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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벌써 100일이 지났어요. 한숨이 푹. 꺾이는..

그나저나 이 책은 곰곰발님이 두 번째 소개하는 책인 듯.. 예전에 롤리타 관련한 글 다음으로요. 읽으면 사고 싶어지지만 제 성향상 이렇게 대책없이 계속 책을 사다가 결국 나중에 못 읽는 책이 우수수 나올 걸 알기에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16   좋아요 0 | URL
대책 없이 책을 사시다가는 제 꼴 납니다. 안 읽은 책 지금 제 방에 한 200권 있는 거 같습니다. 10권 사면 7권 읽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다 읽어야 하는데 또 똑같이 10권 사서 7권 읽습니다. 신간은 사는데 결국 읽는 지점은 3,4년 묵혔다가 읽으니 구간이죠.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구간 할인 할 때 사는 게 더 경제적인데 말입니다.

엄동 2014-07-2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죽은자에 대한 예의도
버티는 유가족에 대한 예의도 없죠. 이놈의 정부는.

유가족이 벼슬이냐. 생난리냐는
소위 교수란 자의 막말에
탄식이 저절로 나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7:16   좋아요 0 | URL
개 꼬리 삼 년 묻어도 황모 안 된다는 속담 있잖습니까.
이제 슬슬 기어나올 때가 되었지요. 막말해도 지지율은 든든하고,
뭐.. 그러니 보이는 게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화애니비평 2014-07-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베스피에르가 한국에 없는 게 후회되는 시대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4:51   좋아요 0 | URL
만날 러베스 피에르 로베스 피에르 하는데 대체 피에르가 누굽니까.
속시원히 페이퍼 하나 남기십시요..

딴지 2014-07-27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지 걸려는 건 아닌데, 그 속성과외가 효과가 없을 거라 하시면서, 개천에서 용 안난다는 건 무슨 말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05:10   좋아요 0 | URL
곰곰발 집안에 개천입니다. 개천에서 용 하나 만들려고 비싼 속성 과외 시키지만 효과가 없으니 용 나오겠습니까. 기껏해야 이무기입니다. 이거 너무 자기비하인가요 ? ㅎㅎㅎ.
 
[블루레이] 바톤 핑크
조엘 코엔 감독, 존 터투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의 빠떼루.

 

 

 

 

 

 

 

 

슬링 : 아이에게 " 원초적 장면 " 이 발각되면, 당황한 부모가 내놓는 궁색한 변명. " 울지 마, 엄마 아빠 레슬링 하는 거야 ! " 빅 매치, 승리는 언제나 엄마를 깔아뭉개던 아빠가 차지. 세상 모든 엄마들은 숨죽인 비명, 소리 없는 아우성. 30초만 숨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대한민국은 < 아 > , 일본은 < 응 > , 미국은 < 오 >, 소련은 < 이 > 노무새끼. 하지만 중국은 의뭉스러워서 도통 알 수가 없었던 신음. " 아 " 인지, " 응 " 인지, " 오 " 인지... 어느 때는 " 아 " 이고, " 어느 때는 " 응 " 이고, 어느 때는 " 오 " 여서 < 애 > 매모호했던 신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청음. 종종 엄마가 아빠를 깔아뭉개는 기적을 연출해서  열쇠 구멍'으로 관람하던 프로이트의 아이들은 여성 상위'를 응원하기도 했다.  "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렇듯, 레슬링은 뱃놀이와 더불어 어른들이 가장 즐기는 < 2대 야간 실내 스포츠 경기 > 가 되었다. 원초적 장면이 강렬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올림픽 경기를 중계할 때 레슬링 시합'이 나오면 자꾸 후배위 장면'이 떠오른다. 더군다나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부른 " 사랑의 빠떼루 " 는 내 생각을 고착시켰다. "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요 / 사랑의 빠떼루가 다 됐나 봐요 / 당신 없인 못살아 정말 나는 못살아 / 당신은 나의 빠떼루 / 한번 더 나를 안아주세요 / 가슴이 터지도록 안아주세요 / 사랑의 약발이 떨어졌나 봐 / 당신이 필요해요....... " 빠떼루 자세가 나오면 고개를 외면하게 된다. 한 남자는 엎드려서 엉덩이를 상대편 남자에게 들이밀고, 상대편 남자는 그 엉덩이를 덮치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 

 

내가 아무리 이건 스포츠야,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오해하지 말자 !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라고 해도 내 뇌하수체'는 사랑의 빠떼루를 떠올렸다. 아아, 저 자세는 내가 만리동 이화장 여관에서 시범을 보였던 자세가 아니었던가. 그때 여자는 오르막에 오르면서 말했다. 아아,  30초만 숨쉴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아크로바틱한 체위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자. 할 말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온가족이 모여 티븨를 시청할 때는 발레와 함께 상영 금지 목록에 오른 스포츠 관람이 레슬링이었다. " 레슬링을 동성애 섹스와 연결하는, 이런 음란한 상상을 하는 놈은 이 지구상에 홍진영과 나뿐이겠지 ? " 라고 생각할 무렵,  우연히 코헨 형제가 만든 << 바톤핑크 >> 라는 영화를 보았다. 레슬링 영화'였다, 빠떼루 영화'였다, 놀랍게도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다. 얼뜨기 범성론자인 나는 이 영화를 살인마 찰리( 존 굿맨 분 )와 극작가 바톤 핑크( 존 터투로 분 ) 사이에서 벌어지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 " 핑크 러브 스토리 "로 이해했다. 그들은 " 썸 " 을 타고 있었다. 영화 속 인물 이름은 감독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봉천동 정기高 나온 소유 양이 부릅니다. 썸 !

 

 

 

일단 < 네이버 영화 > 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41년 뉴욕시. 바톤 핑크(Barton Fink: 존 터투로 분)는 보통 사람을 찬양하는 드라마를 써서 유명해진 극작가이다. 핑크의 대성공을 들은 헐리웃 영화계는 그를 스카웃하려한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진출을 망설이지만,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매니저의 권유로 LA로 간다.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캐피탈 영화사 사장인 잭 립닉(Jack Lipnick: 마이클 러너 분)과 첫 대면을 가진다. 수다스럽고 돈밖에 모르는 잭은 핑크에게 레슬링 시나리오를 써달라 부탁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핑크는 호텔로 돌아와 크게 후회한다. 레슬링을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난감해진 핑크는 단 몇줄만을 써놓은 채 있다가 옆방에서 나는 남자의 울음소리,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했다가 찰리(Charlie Meadows: 존 굿맨 분)에게 얻어맞을 뻔한 일을 계기로 그와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핑크는 시나리오가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작가 W.P. 메이휴(W.P. Mayhew: 존 마호니 분)를 만나게 된다. 메이휴는 알콜 중독자로 타락하여 그의 비서 오드리(Audrey Taylor: 주디 데이비스 분)가 대필을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잭 립닉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작품은 안 되었고 할 수 없이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서로 외로운 처지의 두 사람은 핑크의 집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잠에서 깬 핑크는 피투성이가 된채 살해된 오드리를 보고 경악한다.

 

- 네이버 영화 제공

 

 

코헨 형제는 민중 봉기를 다룬 연극 대본으로 유명해진 바톤 핑크를 동성애자(PINK : 빨갱이, 동성애자 )로 설정한 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핑크(FINK : 파업 파괴자, 경찰관 ) 로 만든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듯, < P > 를 < F > 로 바꾸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 PINK- FINK 짝패 " 는 "  DR. JEKYLL- HYDE " 짝패와 유사하다. 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관계다. 민중을 찬양했던 동성애자 바톤핑크는 자본가 밑에서 일을 한다. 그는 동성애 사랑 대신 동성 간 싸움을 다루는 시나리오를 쓴다.  그것은 < 위장 > 에 해당되지만 동시에 < 생존 > 을 위한 선택이었다. 메카시 열풍이 말해주듯이 미국 사회는 빨갱이와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규정했고 색출했다.

 

 

 

 

- 사랑의 빠떼루'가 다 됐나 봐요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PINK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FINK는 공화당 지지자'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PINK는 " 종북좌파 게이 " 이고, FINK는 " 종미우파 쌍놈 " 이다. 영화는 바톤 핑크의 정체성을 숨긴 채 끝까지 간다. 결국 이 영화는 코헨 형제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난해한 영화'로 남았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코헨 형제는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 박근혜 성대 모사로 ) 영화평론가도 속고, 관객도 속고, 나도 속고, 네. 네네네. 그렇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지금 대전은요 ?

 

 

 

 

 

이 영화에 대한 100자평을 날리자면 : 찰리와 핑크'는 한 번 하고 싶으나 뿌리 깊게 내린 호모포비아 때문에 하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다. << 브로큰백마운틴 >> 의 1941년 검열 버전'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  이 영화는 동성애 영화'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면 답은 쉽게 풀린다. 핑크와 잠을 잔 여비서를 죽인 사람은 당연히 찰리다. 왜 ? 사랑에 눈이 멀어서 ! 찰리는 " FINK " 가 " PINK " 란 사실을 안다. 그는 PINK와 한판 하고 싶다. 침대에 묶인 바톤을 풀어주기 전에 갖은 빠떼루' 장면은 진정 아름다운 정사'라 할 만하다. 그들은 " 빠떼루 " 를 가장한 " 후배위 " 자세로 붙는다. 헐떡인다. " 피곤하게 힘 빼지 말고.... 사랑한다 말해줘 ! " 훅 들어왔다 훅 나간, 짧은 사랑은 강렬했다.

 

끝으로 레슬링은 남녀 혼합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하지만, 남남 경기나 여여 경기'는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히 취향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후배위를 지지한다. 좋은 사회는 동성애자가 숨죽여 사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사회다.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얼토당토않는 내 해석에 분노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30초만 숨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

 

 

 

 

 


 

 

 

덧대기

 

1. 핑크'가 머무는 낡은 호텔의 이름이 EARL(E )이다. 이 단어는 백작  혹은 남자 이름'을 뜻한다. 그러니깐 얼' 호텔은 남성형'이다. EARL 호텔은 < 금남/禁男의 집 > 이 아니라 < 禁女의 집 > 이다. 영화 << 샤이닝 >> 에서 오버룩 호텔과 잭 토런스( 잭 니콜슨 분 )을 동일시하듯이, EARL 호텔과 남성 육체는 동일시된다. 여성은 접근 금지된다. 내부로 침입한 여성은 살해된다.

 

2. 비가 촉촉히 내려 당신 가슴을 적십니다. 지금 로스팅한 커피 한 잔 어떻습니까. 분위기 있는 곡 하나 띄웁니다. 홍진영의 사랑의 빠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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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me places are like people.. 어쩐지..
호텔 분위기가 후줄근 야리꾸리하고 찰리의 눈빛이 너무 끈적끈적하다 했음..
늘 땀에 젖어 있으면서 숨을 헐떡거리고..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9:08   좋아요 0 | URL
그림 좀 추가했습니다. 전 미스테리 중 하나가 왜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호모포비아를 말하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엔 영락없이 바톤과 찰리는 동성애 관계거든요. 확식히 빠떼루와 러브'는 연관이 있습니다. 홍진영이 그러잖습니까. 사랑의 빠떼루를 채워달라고 말입니다.

풀무 2014-07-25 14:5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요즘 같았으면 누군가 언급했을지도.. 이 영화 개봉이 1992년 늦가을, 초겨울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울나라 평론 토양이 참 거시기했죠..

그나저나 요즘 가끔 포털 대문에서 홍진영, 홍진영 하면 전 홍진경이 음반냈나 했었는데 따로 가수가 있었군요. 완전 첨 들어요. 사랑의 빳떼루!!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21   좋아요 0 | URL
바톤핑크가 극장에서 개봉을 했군요 ? 하긴.... 칸느 영화제 대상 정도면 극장에 걸릴 만한죠.
홍진영 가수 모르시는군요.. ㅎㅎㅎㅎㅎ. 저 노래방 가면 가끔 사랑의 빠떼루 부르곤 합니다.
빠떼루 빠데루 하니깐 갑자기 만화가생각나네요. 멋지다 마사루'인가? 뭐, 그런 만화........

요즘은 어째 만화가게도 거의 없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처음엔 레슬링이 저게 뭔가 싶었는데 내공이 깊어지니까 스포츠로만 보였답니다. 글구 홍진영도 섹시함으로 승부하는 가수는 아닌지라 배터리로만 들렸지, 빠떼루라고는....^^ 맨 마지막 동영상 보고 있는데요, 홍진영이 저리 예뻤나 싶네요. 방송에서 봤을 땐 귀여운 여동생으로만 보였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혹시, 호옥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잘 하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19   좋아요 0 | URL
오홋, 레슬링에 대한 내공이 깊은 분은 마태우스 님이 처음이십니다. ㅎㅎ
글구, 홍진영 보시거든 제가 팬이라고 꼭 전해주십시요. 노래방에서 싸랑의 빠떼루 부르곤 한다고.....
홍진영 씨는 섹스보다는 확실히 애교로 승부를 보시는 분 같습니다.

영혼을가진배우 2014-09-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톤핑크을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수 없을까요??
메일 부탁드립니다
ttl1b@lnamver.com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5 12:53   좋아요 0 | URL
10년 전에 본 영화라 제게 파일은 없습니다. 있었다면 보내드렸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 블루레이는 말고 디븨이디'는 싸더군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