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는 정당하다

                           이런 글을 쓴 적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하물며 여성이면서 동시에 乙이며 못생긴 여자'는 더 고달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예쁜 여자'가 살기에 편한 사회는 아니다. 예쁜 여자는 뭇 사내들에게 표적이 되기 일쑤다. 좆대가리'는 염치를 모르고 눈치도 없다. 이래저래 여성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은 " 개미지옥 " 같은 곳'이다. 세탁기와 전기 밥솥이 여성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켰다며 여자가 살기 좋은 시대로 정의'를 내린다면, 도시 가스 난방이 남성을 바깥일에서 해방시켰다며 남자가 살기 좋은 시대로 정의를 내려도 할 말은 없지 않을까 ?  그 옛날, 장작을 구하는 일은 고된 일과'였으니 말이다. 장작을 구하려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지게꾼에게 심심한 애도를.

< 계집 > 이란 말이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소리'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 女의 으뜸 의미가 여전히 " 계집 " 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교육 현장에서조차 양성평등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 오래이다. 교육은 기회 평등의 장'이 아니라 차별을 낳는 도구'다. 서울대는 이제 계급 사회를 양성하는 기관이 되었다. 당신 딸을 두고 " 둘째가 올해 스무 살이었던가 ? 그 계집 보니 잘 컸어, 잘 컸어 ! " 라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언어 구조는 사회 구조의 축소판'이다. 나아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자크 라캉이 한 말'이다. 요즘 곽정은 씨가 남긴 트윗이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사소한 트윗-질'을 주요 기사로 작성하는 것을 보면 의아한 대목이다. 으, 아 ~

그녀가 대중으로부터 대표 밉상이 된 원인은 " 섹스 칼럼리스트 " 란 직업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솔직하게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금기'다. 주류 남성 입장에서 보면 여자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지, 사랑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주류 남성 사회는 한국 여자가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순간, 그녀를 값싼 년으로 취급한다. 곽정은 씨에 대한 공격은 양가적'이다. 그녀는 성적으로는 < 값싼 년 > 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지위로는 < 잘난 년 > 이다. 그 이유 때문에 그녀는 표적'이 된다. 곽정은 씨'가 지적하는 것은 택시 기사라는 직업에 대한 경멸이 아니라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려는 잘못된 언어 습속'에 대한 불쾌'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 예쁜 공주 " 라는 표현이 귀에 거슬릴 수 있다.

신분 사회'가 아닌 데도 불구하고 굳이 공주를 들먹이는 태도에서 춘부장의 쓸데없는 오지랖이 엿보인다. 물론 그가 그런 생각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란 것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 예쁜 공주 " 라는 표현이 주로 나이 어린 여자아이'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마흔을 눈앞에 둔 여성이 듣기에는 매우 거북스러운 표현일 수 있다. 더군다나 < 공주 > 가 주로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한국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욕망을 긍정해야 되지 않을까 ?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악다구니를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생각'이다.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 여성성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 ”

대한민국은 편견을 옹호하고 편애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방향 설정은 잘못되었다. 반대로 편견은 금지하고 편애는 옹호되어야 한다. 하워드 진은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고, 프란체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자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편애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 둘 중 하나 " 를 선택해야 하는 사회적 압력의 연속체'이다. 자유 의지'로 무엇인가를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구조인 이유는 무한한 선택의 자유'에 있다. 편애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잘못된 선택을 최소화한다.

그렇기에 취향이 탄생하는 것이다. 내가 여성을 지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일단 싸움을 말리는 게 최선이다. 그녀에게 돌 던지지 마라. 이 오오츠크해 시밤바 새끼들아. 시작은 부뚜막에 오른 교양인처럼 얌전했으나 끝은 하이에나처럼 천박하구나. 어쩔 수 없다. 이게 내 취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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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5-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취향 한 번 마음에 드는구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7 10:13   좋아요 0 | URL
고맙구려. ㅎㅎㅎ.

마립간 2015-05-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페미니스트`들은 `새정치민주연합`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 둘에 대해 편애해야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7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새민련이 약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거대 이익 집단`이죠.....

마립간 2015-05-27 14:31   좋아요 0 | URL
여자는 남자에 비해 약자이지만, 제 3의 성에 비하면 (거대?) 강자죠.

stella.K 2015-05-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곰발님 욕은 단연 최고입니다!!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좀.. 구수하죠 ?

수다맨 2015-05-2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강원도에 다녀왔습니다. 가기 싫었는데 예비군 훈련 받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다녀왔네요. 날씨도 더운데, 민간인들 앞에서 갑질하려는 몇몇 간부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 졸렬함에 짜증이 나기도,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곰곰발님 글을 오랜만에 읽으니 철학자 김진석이 말했던 `기우뚱한 균형`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균형 잡힌 시각이란, 편하디 편한 중립의 자리에 서는 게 아니라 약자를 위하는 편향적(?) 입장에 서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8   좋아요 0 | URL
요즘 예비군 사고 다발이던데 이렇게 안부글 남기시는 것 보니 무탈하셨나 봅니다.
어디 한국군에 제대로 된 군인 있던가요.

그럼요. 인간은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서 정치성을 드러냅니다. 선택 없는 중립은 좀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가 계속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괴이한 논변이죠. 민주주의는 선택의 연속체입니다.

마립간 2015-06-0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글을 남겼습니다. 제 글을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빠 2015-06-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해서 마음에 듭니다...offline에서도 그렇게 화끈하게 말하시는 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8 05:57   좋아요 0 | URL
화, 끈하게 말하지는 못하나... ㅋㅋㅋ 할 말은 하고 산다 - 주의`입니다....
 

 

 

 

 

 

 






물고기는 머리로 방향을 설정

하고  꼬리로  추동(推動)한다

                                      물고기는 머리로 방향을 설정하고 꼬리로 추동한다. 머리가 방향을 설정했으니 끄으으으읏~ 난 일일까. 뱃머리에서 이순신 장군이 " 팔로우 미 !!! " 라고 외쳤다고 해서, 후세 사람들이 배 밑바닥에서 열심히 노를 젓던 팔로워(들)의 노고를 무시하면 호로자식'이제. 꼬리의 추동력이 없으면 절대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목표 설정은 우두머리가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힘은 끄트머리'에서 나온다. 누군가가 머리와 꼬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쉽지 않은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끄트머리'라는 낱말이 < 끝 부분 > 이라는 의미와 함께 < 실마리 > 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 끄트머리 >> 는 머리와 꼬리가 함께 하는 어지자지    :  남녀의 생식기를 겸하여 가진 사람    형태'다. , 매모호하다는 말. 실마리'라는 단어가 " 감겨 있거나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 " 라는 뜻이니 << 끄트머리 >> 는 " 끝의 머리 " 인 셈'이다. 그렇기에 끄트머리는 " END " 가 아니라 " AND " 이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고 다시 이어진 문장이다. 내가 이건희의 << 천재경영론 :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살린다 >> 을 좆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천재 한 명이 먹여살린다는 " 수만 명 " 의 정체'가 우습다는 데 있다. 설령,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쳐도, 그 수만 명은 어디까지나 핏줄과 혈맹으로 맺어진 유사 - 가족 관계'에 의해서만 성립된다. 이건희가 먹여살릴 가족은 이재용이지

만재도 아이큐 95를 자랑하는 황만근은 아니다. 이 가계도를 국민, 백성,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건희는 단순하게 자기 자식새끼를 먹여살릴 만한 재주가 있는 아범일 뿐이다. 머리(head)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꼬리가 추동을 멈추면 몸통이 물 위에 떠올라 갈매기의 먹이가 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머리를 지나치게 숭배할 필요 없고, 같은 이유로 꼬리를 지나치게 폄하할 필요도 없다. 머리와 꼬리는 상생 관계'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대가리를 숭배하고 꼬리를 경멸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박정희가 이 나라를 먹여살렸다고 말하거나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랄도 유분수라고 그런 놈들에게는 약도 없다. 기업 하나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다면

그런 나라는 차라리 망해야 한다. 삼성이 망해도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다. 자, 이제부터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할까 ? < 박정희 정치 > 를 말하며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도 혐오스럽지만 < 김대중 정치 > 와 < 노무현 정치 > 를 말하며 영역을 확장하려는 정치인 또한 혐오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김대중 정신을 받들어, 라거나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라고 말할 때마다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산 자는 죽은 자 때문에 고통 받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나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둘 다 바라지 않은 바람일 것이다. 지금 새천련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꼴을 보면 전형적인 가훈 정치요, 유훈 정치'다. 죽은 자를 무대 중앙에 앉혀 놓고 우상을 섬기는 꼴과 다를 게 무엇일까 ?

그들은 죽은 자의 이름을 빌려 발 :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든 물건. 수렴청정 垂簾聽政에서 렴(염)이 바로 발'을 뜻한다. 수 垂 는 늘어뜨리다는 뜻 을 늘어뜨린 후 무대 뒤에서 그림자 정치를 하려는 속셈. 정치가 미래(THE NEW)를 향하지 않고 과거(THE OLD)를 향할 때, 그 힘은 항상 역사를 퇴행시킨다. 뛰어난 우두머리에게 기생하는 정치야말로 볼썽사납다. 우두머리가 빛나기 위해서는 끄트머리의 교양이 뛰어나야 한다. 우두머리에 기생하는 정치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게 끄트머리(민중) 예찬'이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최근 10년 동안 대한민국 사정과 너무 비슷해서 이제는 유행어처럼 번지는 말.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다.

박빠와 노빠는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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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2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박빠와 노빠는 크게 다르지 않다 - 라고 해서 박정희(박근혜)와 노무현을 같은 레벨로 엮으려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에게는 연민이 들지만 박정희와 박근혜에게는 그저 살의를 느낄 뿐이다.

samadhi(眞我) 2015-05-2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또한 그다지 똑똑하지 않지만 평생을 고민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대화하다 속이 터집디다. 끄트머리의 교양이 필요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6 05:18   좋아요 0 | URL
여당은 뭘 해도 지지않는 정당이 되었습니다. 골리앗이 된 셈. 사실 최근 10년 동안 벌어진 정치사는 이디오피아보다 낙후한 정치사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끄떡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

수이 2015-05-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최근 글 중에서 제일 파장 크네요. 개인적으로.
아 뭘 좀 느끼고 깨닫고 그러면 좋겠는데 어째 맨날 그 자리에서 그 자리인지 바라보는 것만도 힘 빠져요, 요즘은. 이 사람들은 정말 여기에서 이렇게 주저하다가 또 실컷 얻어터지고 울면서 나 아야야 해쪄_ 약 발라줘_ 할까 싶어서 이젠 약도 발라주기 싫을 정도라......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6 10:55   좋아요 0 | URL
제가 야나 님에게 파장을 주다니... ㅠㅠ 반성하겠습니다.
이권 싸움에서 무너지는 야당 보며 한숨만 나옵니다.
친노, 친노 그러는데 과연 당내 친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고...

stella.K 2015-05-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 노무현 서거하고나서 <운명이다>란 책을 읽었는데
그때 내가 노형을 너무 몰랐구나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책은 독자의 감성만을 건드려줬을 뿐
노형의 서거를 친노쪽에서 이용해 먹은 것에 지나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감성으로든 이성으로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그 이후 민주당이
좀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야당도 못 믿겠다는 거 아닙니까?
민주당은 빨갱이란 말도 있고.
몇년 전 개그맨 박영진이 소는 누가 돌보냐고 했는데
소 조차 돌 볼 줄 모르는 게 정치한다고 하니...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6 14:09   좋아요 0 | URL
< 민주화 > 와 < 민주주의 > 는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민주화는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 완성은 아닌데
민주화를 너무 민주주의`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뭐... 1980년대로 다시 회귀했으니까요.
유권자는 현명하다 하는데 솔까말 유권자는 멍청하죠.
그게 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2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빠 성향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노빠모임에 가지 않는 것은
패거리 문화가 싫어서죠. 지금은 안 하지만,
차라리 봉하마을에 가서 풀베고, 묘역가꾸고, 나무 가꾸고, 환경정화하는 게 좋지
모여서 술마시고 으샤으샤만 하는건 별로더군요.
전에 모임에 가보니 학문을 아는 분이 몇 없더군요.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아는 분이신데, 노무현을 지지하는 분이라면
한 번이라도 노무현이란 인물이 무슨 생각으로 정치하는지 알려면
한 번 그가 추구하는 사상적 토대를 보는 게 좋을 듯하더군요.

그런데 세상을 보면서 참 아쉬운건 뭐든지 정치인이나 정권이 교체되어서 바뀌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원점을 가지는 것인데, 진짜 토크빌 말입니다.
하루 아침에 망조의 길을 가는 것은 쉬워도 하루 아침부터 발전의 계단에 오르길 어려운 법인데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10:59   좋아요 0 | URL
만애비 님은 노빠가 아닙니다. 노빠는 뭔가 패거리적인 면이 있어요. 하여튼...
< 파 > 가 아니라 < 빠 > 가 되면 골치 아픕니다. 이거이거...

수다맨 2015-05-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라는 책에서 `죽은 세대의 전통이 악몽과도 같이 산 자의 사고를 누른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차라리 그 전통(?)을 악몽이라고 생각하면 다행일 터인데, 박빠건 노빠건 달콤한 환몽이라고 생각하니 이게 진짜 문제인 듯합니다. 군부 독재를 하면서 사람 알기를 짐승처럼 보았던 인간 백정 파쇼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선봉장이 되어 친재벌/노동 탄압 정책을 폈던 과거의 두 민주주의자(!)나 제가 보기에는 모두 준절하게, 비판적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22:21   좋아요 0 | URL
같은 맥락이군요. 죽은 자 때문에 산 자는 고통받는다와 같은 맥락...두 민주주의 과정 속에서 태어난 두 대통령이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지지했다는 것은 크나큰 실`입니다. 작은 과오가 아니러 거대한 과오죠. 이미 삼성이 모든 권력을 쥐었으니 말입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없어요. 무조건적 지지`가 좋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참외는 참 외롭다


 

                             ■  프롤로그    :    冊 을 읽다가 따분해지면 책을 덮고 국어 사전이나 한자 사전 따위를 펼친다. 손 닿는 대로 펼쳐서 나온 페이지'를 몇 장 읽는다. 사전 읽는 맛이 의외로 쏠쏠하다. 내가 펼친 부분은 << 찰카당 >> 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페이지'였다. 찰카당, 찰칵, 찰통, 찰흙.......... 내 관심을 끈 단어는 < 참 - > 이라는 접두사'였다. 명사 앞에 붙어서 " ① 진짜, 진실하고 올바른 ② 품질이 우수한 ③ 먹을 수 있는 " 이라는 뜻을 더한다. 그러니까 < 똘배 > 보다는 < 참배 > 가 맛이 좋고, 빛 좋은 < 개살구 > 보다는 < 참살구 > 가 맛이 좋다는 소리'다. 이처럼 동식물과 관련이 있는 명사 앞에 < 참- > 이 붙으면 식용이 가능할 뿐더라 맛도 더 좋다는 뜻이니

동식물 이름만 제대로 알면 산 속에서 길을 잃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킬리만자로의 아범은 알아두라고. 그리고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따위를 통틀어서 참나무'라고 하는데 나무 앞에 < 참- > 이 붙은 데에는 이 나무들이 도토리 열매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 참외 >> 에서 < 외 > 가 오이의 준말이니 맛이 좋은 으뜸 오이'라는 뜻일까 ?  오이를 뜻하는 한자 瓜  : 오이 과   가 참외'를 뜻하기도 하니 오이와 참외'는 한배'에서 태어났으나 아비가 다른 형제들이다( 수박, 오이, 참외는 모두 박목-박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달달한 오이가 참외요, 밍밍한 참외가 오이'인 셈이다. 사전을 찾아 보니 참외와 첨과    甛瓜 : 달 첨, 오이 과 '   는 같은 말이다.

< 첨과 > 가 세월이 흘러 < 참외 > 가 된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오이, 참외, 수박 따위는 모두 박색한 박 씨의 뱃속에서 나온 한통속'이다. 모양새도 그렇고, 색깔도 그렇고, 맛도 서로 사뭇 달라서 오이와 참외가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나는 허탈한 감상에 빠져들었다. 피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버려진 참외 씨'가 우연히 부잣집 오이 여자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알고 보니 오누이 사이. 하지만 연을 끊기에는 사랑은 깊어가고 !  참외 남자는 이 사실을 숨긴 채 오이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그녀 곁을 떠난다. 하지만 교통 사고로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 그가 병실에서 눈을 뜨자 그의 곁에는 오이 아가씨가 병간호를 하고 있다. 

오이 아가씨가 병상에 누운 참외 씨'에게 다정하게 묻는다. " 참외 씨....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 " 참외 씨는 오이 아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한다. " 누구떼여 ? " 절규하는 여자. 누,누누누누누누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남자는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여자 떠나면 그렁그렁 맺힌 남자의 눈물 C.U 참외 의 참회의 눈물. THE END라는 타이틀이 떠오르면 F.O          참외와 오이의 러브스토리에 관심이 생겨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김서령 산문 << 참외는 참 외롭다 >> 라는 책을 발견했다. " 참외는 참... 외롭다라.... " 읽지 않은 책이라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다행히 그녀가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이 있어서 옮겨본다. 분량이 길지만 꽤 흥미롭다.


 


참외는 참 외롭다


 참외의 ‘외’는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외아들·외딴집 할 때의 그 ‘외’다. 영어로도 참외는 ‘me-lone’이다. “Are you lonesome tonight?” 할 때의 그 ‘lone’이니 역시 ‘혼자’라는 뜻이다. 한자의 외로울 고(孤)자에도 참외 하나(瓜)가 들어앉아 이쪽을 말갛게 건너다본다. 우리말과 영어, 한자를 만든 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한 것도 아니련만 ‘혼자’라는 의미에 똑같이 ‘외’라는 과일을 사용한 건 희한한 일이다. ‘슬기’가 ‘슬기-롭다’가 되고 ‘지혜’가 ‘지혜-롭다’가 되는 우리말 구조를 따져보면 ‘외-롭다’는 ‘외’로부터 나온 게 확실하다. 그들은 왜 ‘외로움’이란 의미를 밭에 돋아 홀로 열매가 굵어가는 저 보잘것없는 초본식물로부터 만들어 냈을까.

경상도 안동 말을 쓰던 엄마는 오이를 ‘물외’라고 부르고 참외는 그냥 ‘외’라고 불렀다. 오이는 영어로 ‘cucumber’이고 한자로 황과(黃瓜)며, 수박은 ‘water-melon’이고 수과(水瓜)다. 오이와 수박도 외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박목-박과에 속한 식물들이지만 다른 성질들이 우세해서 세 언어 공히 같은 이름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참외만은 ‘참’이라고 진짜임을 강조하는 모자까지 척 쓰고 ‘외로움’의 절대강자가 되어 수천 년을(아마도!) 버텨오고 있다. 참외가 단순히 단물 가득한 과일이 아니고 ‘외로움’을 표상하게 된 비밀을 나는 다석 유영모 선생의 제자인 박영호 선생에게 처음 들었다.

외는 마디 하나에 꽃이 하나씩만 핀다. 다른 식물은 대개 쌍으로 꽃이 피어 열매도 쌍으로 달리는데 박과 식물만은 홀로 꽃피니 열매도 하나뿐이다. 사과도 배도 대추도 감도 곁의 놈에게 의지하건만 외만은 아니다. 홀로 피어야 열매가 둥글게 자랄 수 있다.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몸이 굵어질 수 있다. 몸 안에 단맛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다. 외가 홀로 비와 어둠과 바람과 땡볕을 견디고 또 누리는 것은 그 길만이 안에서 익어가는 성숙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외’의 진정한 의미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턴가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 오래되고 의연한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뱉어놓고 보면 외롭다는 말에는 뭔지 얄팍하고 덜덜하고 끈적대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 결핍감과 의존성이 번번이 민망했다.

 

 말이란 동시대인의 철학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기는 그릇이다. 원래 홀로 꽃피어 열매 맺는 ‘외’를 보고 ‘외-롭다’란 말을 만들었을 시대의 ‘외로움’이란 당당하게 홀로섬을 선택한다는 의미가 강했을 것이다. ‘~롭다’란 말 앞에 대개 긍정적인 추상명사가 붙는 걸로 유추해도 그렇고 참외가 익어가는 양을 오랜 세월 관찰해서 언어를 만들어 냈을 고대인의 심리를 짐작해 봐도 그렇다. 현대의 외로움엔 원래의 의미 대신 상당량의 ‘당분’과 ‘센티멘털’이 가미돼 버렸다. 시장과 매스미디어는 외로움을 와인이나 초콜릿, 커피 같은 기호식품에 끼워 팔고 드라마와 가요는 외로움을 달달하게 과잉포장해서 흔하고 값싸게 유통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우린 진정한 외로움을 잃어버렸다.

외꽃이 하나인 건 원래 둘이었던 것의 결핍이 아니라 홀로됨을 기꺼이 선택해 성숙에 이르기 위함이다. 주변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석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자신이 죽는 날을 미리 잡아놓고 하루를 일생처럼 사는 일일일생주의(一日一生主義)를 견결하게 실천했던 다석 같은 선각을 잃어버렸으니 참 외로움도 사라질 수밖에! 다석은 사모하던 남강 이승훈 선생만큼만 살기로 작정해 자신의 수명을 66세로 정했었다. 존경과 사모와 사숙이 희귀해진 세상에도 여전히 참외는 익는다. 자라는 아이의 함량을 키우려면, 남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고요하게 종심소욕(從心所欲)하려면 홀로 견디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철역 입구에 세운 트럭 안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참외의 참 외로움을 본받아야 한다. 온 세상에 땡볕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이건 내게 단물을 들이기 위한 시간일 뿐!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중앙일보 2012-08-02 전문

 

 



 

김서령은 참외'에서 < 외 > 를 lonely 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 외롭다 " 는 " 외(참외)답다 " 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참외는 참 외로운 존재로구나. 누군가는 안도현의 << 스며 드는 것 >> 이란 시'를 읽고 나서 더 이상 간장 게장 요리'를 먹을 수 없다 했는데, 또 누군가는 달달한 참외 한 조각을 입에 물며 쓸쓸해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일이다. 사람은 외롭다며 더 많은 관계망 속으로 빠져들지만 그럴 수록 사람은 더욱 소외된다. 어쩌면 인간이란 외꽃으로 태어나 비와 어둠과 바람과 땡볕을 견뎌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외롭다는 것,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  에필로그  :   병상에서 눈물을 흘렸던 참외 씨'는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어디론가 떠났다고 한다. 그는 평생 오이 아가씨'를 그리워했으나 단 한번도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는 동안, 참외는 참 외로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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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5-2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서령의 글이 참 좋습니다. ˝외롭다는 것,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결구는 더욱 좋습니다!

제가 아직도 유일하게 찾아뵙는 고령의 고등학교 은사님은 (시를 좋아하는 문학도이자 국어선생님이신데) 이제는 꽃 박사와 곤충 박사가 다 되었더군요. 집에 있는 철학책이랑 문학책 다 헌책방에 팔아 넘기고, 이제는 노자나 자본론과 같은 늙어도 다시 읽을 법한 고전 몇 권이랑 식물과 관련된 도감만 집에 구비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둘이서 산길을 같이 걷는데, 꽃이랑 풀 하나하나까지 다 이름을 알려주니 뭔가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그 분이 하는 말씀이 이제는 부인도, 자식도 다 치웠으니(!) 홀로 살고 견디는 마음으로 남은 생을 기쁘게 보내야한다고 하더군요. 윗 글에 나오는 종심소욕(從心所欲)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5 18:15   좋아요 0 | URL
싸구려 힐링`을 보면 대부분 외롭다는 감정을 치유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라, 가족 사랑, 진정한 친구 몇몇.... 그런데 정말 외로움`이란 게 나쁜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나저나 그 은사님 김훈을 닮았군요. 김훈도 다 버리고 사전과 도감`은 늘 자주 들여다본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소설 이런 거 다시 읽거나 하는 상황이 별로 없거든요. 오히려 사전, 도감,이런 게 오히려 자주 보게 되고 또 보면 잼있씁니다.

samadhi(眞我) 2015-05-2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리만자로의 아범들 ㅋㅋㅋㅋ. 여기에 외의 뜻을 기려(?) ˝홀˝을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킬리만자로의 홀아범들은 외(로움)를 먹는다. ㅎㅎ. 음미할 만큼 좋은 ˝오래된 이야기˝ 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6 05:17   좋아요 0 | URL
홀... 아주 좋군요. 홀아범 ㅋㅋㅋㅋㅋ. 전 언어의 원형에 무척 재미있습니다. 원형 공부만 해도 그 속에 담겨진 엄청난 진리를 깨알처럼 얻을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A라는 남자가 B라는 여자에게 어떤 冊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 이 책은 말이야..... 이래저래해서, 이러저러하지. 그러니까 이러쿵저러쿵한다는 소리야. 언더스탠드 ? 흥야항야해서 항야흥야한 면이 보이더군. " 남자가 하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 책은 자신이 쓴 책이었다. 저자를 앞에 두고 독자가 거드름을 피우며 책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경우. 보다 못한 B가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이라고 밝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한다. "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말이야...... " 리베카 솔닛의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라는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그렇다,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게 남성'이라는 족속'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것은 남근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리베카 솔닛'이 지적한 것처럼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이러한 태도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관계로 보기보다는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로 보는 데에서 비롯된다. 가끔 술자리에서 고민 상담을 해준다면서 젊은 여성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남성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헤드샷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한다. 너나 잘, 하세요 !  남자인 내가 봐도 그런 남자는 재수없다. 세탁기나 전기 밥솥을 거론하며 요즘 여자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때마다 이렇게 대꾸하고 싶다. " 도끼로 나무 찍어 땔감 구하는 시대에 비하면 가스 난방 하는 현대 사회는 남자에게 얼마나 편한 세상이오 ! "

언어 습관에서도 이러한 하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 아줌마 >> 다. 한국 남성들이 특정 여성을 아줌마라고 지시할 때는 경멸과 조롱이 내포되어 있다. 그 말 속에는 " 멍청한 여자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원래 << 아줌마 >> 는 << 아주머니 :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 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반면 << 아저씨 : 부모와 같은 항렬의 남자를 이르는 말 >> 라는 낱말에서 파생된,  낮추어 부르는 말'은 없다.  가끔 << 아침마당 >>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하는 여성'을 볼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 태도가 겸양에서 비롯되었다면 할 말은 없으나 굳이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다. 한자 << 女 >> 에 대한 뜻풀이를 보면 가관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女 를 " 계집 녀 " 라고 외운다. 계집이 사전적 의미로 여자나 아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저잣거리 입말로 통용되더라도 교육 기관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는데 여전히 " 계집 녀 " 가 통용된다. 그러니까 남녀평등을 가르쳐야 할 교육에서조차 여성은 일단 낮추고 보는 것이다. 잘난 놈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한 낯짝'이다. 30대 남성 딸딸이 판타지 영화인 << 건축학 개론 >> 에서 남성 주인공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 쌍년 " 으로 강등된다. 이 쩨쩨한 분노 앞에서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한국 남성들이 이따위 딸딸이 영화에 감동하다니, 퍽이나...... 

책 깨나 읽었다는 모 알라디너'도 여관 가서 술이나 더 하자는 여자의 제안에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 나야 좋지, 쌍년 ! " 이렇듯 여성이 성적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쌍년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내가 하면 성적 자기 결정권이고 네가 하면 쌍년이 되는 사회'다. 똑똑한 여자가 있는가 하면 멍청한 여자도 있다. 하지만 " 멍청한 여자'다 " 와 " 여자는 멍청하다 " 는 엄연히 다른 의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가 불행하면 남자도 불행에 빠지게 된다. 혼자만 행복하면 무슨 재민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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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자기 말만 신나게 하는 남자 보면 귀방망이 날려주고 싶더라구요.
그게 뭐 꼭 나쁜 얘기는 아니라고 해도...
요즘엔 그런 남자 있으면 거들떠도 안 보지만 어쩌다 그런 남자 재수없게 걸리면
이 사람은 뭔가 뇌 어느 부분이 작동이 안 되는가 보다 합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4   좋아요 0 | URL
여럿이 모이면 공통된 관심사를 말해야 하는데
종종 자기 관심에만 집중해서 말하는 사람도 좀 그래요. ㅎㅎ.

2015-05-23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3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3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15-05-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도끼로 나무 찍어 땔감 구하는 시대에 비하면 가스 난방 하는 현대 사회는 남자에게 얼마나 편한 세상이요 ! ˝

멋진 말입니다. ㅋㅋ 지금도 나같은 사람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유형의 사람이지만, 병약한 사람이다 보니 예전 같았으면 더 찬밥신세 였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6   좋아요 0 | URL
하여튼 세탁기, 전기밥솥 운운하면서 여자가 살기 좋아졌다고 할 때
종종 써먹으면 좋습니다. 도끼질에 지게질(?) .. 뭐, 하여튼....
글구 차가 어디있습니까. 다 봇짐 지고 걸어다녔지...

가넷 2015-05-2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요즘에 개그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핵존심이라는 코너였나?... 남자들의 쓸데없는 핵존심을 웃기게 풀어내는 코너인데... 거기서 꼭 여자를 가르치려는 남자의 모습이 나오더라구요. 저런 모습이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 중 하나인가 보다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개그소재로 쓰인다고 가정을 한다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7   좋아요 0 | URL
저도 핵존심 생각났습니다. ㅎㅎ.
쓸데없는 자존심이 너무 많아요. ˝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 하면서 가르치잖아요.
꼴불견임..

samadhi(眞我) 2015-05-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냉장고 광고 정말 싫습니다. 그런 광고가 한 둘이 아니지만요. 곰발님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사는 남성들이 많으면 정.상.사회가 될 터인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7   좋아요 0 | URL
닝기미,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나오다니... 대단한 광고죠.

마립간 2015-05-26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563224

제 의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6   좋아요 0 | URL
경청했습니다. ^^

오쌩 2015-05-2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가 낮춰부르는 말인지는 몰랐네요.ㅎ
언제 시간되시면
차별용어사전 편찬해보시면 좋을듯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5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낮추어 부르는 말이더군요. 그러니까
식당 가서 아줌마, 아줌마 하면 안 될 것 같스빈다 아주머니 ! 듣기 좋잖아요.

아주머니는 어머니 뻘 되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랍니다.

Sanchi 2015-06-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누굴 가르치려든다는 것이라 볼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는 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문제를 들었을 때 해결책을 찾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상대가 공감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어떤 책에선가 본적이 있는데요. 이것이 신빙성 있는 얘기라면, 정말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사람과 그저 생물학적 사고회로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남자는 구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정과 상황이 다소 혼재돼있는 것 같아 글 남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8 05:56   좋아요 0 | URL
그 얘긴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경향과 공감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봅니다.
결국은 타인에 대한 동의 아니겠습니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해결을 해서 상대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니 여자들은 상대가 공감해 주길 바란다는 것도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인류는 삼류다


                           긍정적 마인드'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매사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사회는 < 캔디형 인간 > 은 성공하고 < 홀든 콜필드형 인간 :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주인공 > 은 실패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라고 가르치고,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삐딱한 내 서정은 불을 품는다. 시바 ! 참고, 참고, 참고, 참으면 결국에는 참치가 될걸 ? 그 옛날, 대한민국 리즈 시절 이야기'다. 88올림픽 때 고가 도로 양옆에 높은 가로막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가로막은 선수촌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에 띄엄띄엄 설치되었는데, 주로 달동네 근처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달동네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보여주기 싫었던, 강철 군화 출신'인 각하와 관료'가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하물며 거리 노점상은 말해서 무엇하랴. 착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착하게 산다고 선전하는 철거 용역꾼들이 와서 수레를 차에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싱싱한 참치 한 마리'가 길바닥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참고 참고 참다가 참치가 된 가난한 사람의 변신이었다. 가수 남진은 "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 " 라면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 얘기'고요. 정부는 외국인'에게 " 멋쟁이 높은 빌딩 " 이 으스대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 레이디 앤드 잰틀맨 !  한국의 랜드마크, 멋쟁이 높은 빌딩,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는 63빌딩'을 소개합니다 ! "

 

 

와, 와와와와와와와 ?!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 거대한 축제'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환경 미화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동안 메달다운 메달'을 딴 적 없는 대한민국은 그해 금메달 12개를 획득하여 올림픽 종합 성적 4위를 기록한다.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은 2할이요, 심판의 편파 판정이 만든 성과가 8할'이었다(이 고약한 버릇은 고스란히 2002년 월드컵에도 이어져 4강의 기적을 이룬다). 내 예상이 맞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무난하게 4위'라는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짝, 짝, 짝, 짝, 짝. 대~  한민국 ! 남들이 와와, 할 때 나는 이 애국적 작태가 쪽팔려서 우우, 했다. 국가주의에 대한 경멸과 인간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다 보니 항상 삐딱한 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사태를 접했을 때 : 88올림픽 때 고가 양옆에 설치했다는 높은 가로막'이 생각났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가로막을 설치하는 것과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춤 추는 대학 축제를 위해 청소 노동자의 절규가 담긴 현수막을 제거하려는 행정 절차'는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가 사학 재단 편을 들지도 않고 청소 노조 편도 들지 않겠다며 << 중립 >> 을 선언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프란시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라고 했을 때,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 가난한 자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 "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위해 달동네를 제거해야 했던 기만과 축제를 위해 현수막을 제거해야 했던 기만은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처럼 들리겠지만

20대는 개새끼'가 맞다. 30대도, 40대도, 50대도, 60대도 개새끼다. 하지만 60대 늙은이가 개새끼라는 점보다 20대  젊은이'가 개새끼'라는 점은 보다 충격적이다. 일반화의 오류 ?!  그럴 수 있다. 하여튼, 인류는 삼류'다.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정보는 오류다. 아,   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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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5-05-2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가 될걸? 에서 빵 터졌.. 그럼 안되는데 주책맞게도요.
일반화의 오류건 아니건 인류가 일류가 아닌 건 명징해 보입니다. -_ㅜ
간만에 시원스런 글 읽고 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03:56   좋아요 0 | URL
인간은 인간을 너무 인간답게 믿으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과 괴물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라로 2015-05-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끝내주고!!!

samadhi(眞我) 2015-05-2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대학생이 젊은이답지 않을 때 더 열받게 됩니다. 약자가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 곁을 똥개처럼 맴돌 때 정말 갑갑합니다. 이런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