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삼류다
긍정적 마인드'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매사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사회는 < 캔디형 인간 > 은 성공하고 < 홀든 콜필드형 인간 :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주인공 > 은 실패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라고 가르치고,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삐딱한 내 서정은 불을 품는다. 시바 ! 참고, 참고, 참고, 참으면 결국에는 참치가 될걸 ? 그 옛날, 대한민국 리즈 시절 이야기'다. 88올림픽 때 고가 도로 양옆에 높은 가로막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가로막은 선수촌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에 띄엄띄엄 설치되었는데, 주로 달동네 근처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달동네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보여주기 싫었던, 강철 군화 출신'인 각하와 관료'가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하물며 거리 노점상은 말해서 무엇하랴. 착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착하게 산다고 선전하는 철거 용역꾼들이 와서 수레를 차에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싱싱한 참치 한 마리'가 길바닥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참고 참고 참다가 참치가 된 가난한 사람의 변신이었다. 가수 남진은 "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 " 라면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 얘기'고요. 정부는 외국인'에게 " 멋쟁이 높은 빌딩 " 이 으스대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 레이디 앤드 잰틀맨 ! 한국의 랜드마크, 멋쟁이 높은 빌딩,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는 63빌딩'을 소개합니다 ! "
와, 와와와와와와와 ?!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 거대한 축제'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환경 미화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동안 메달다운 메달'을 딴 적 없는 대한민국은 그해 금메달 12개를 획득하여 올림픽 종합 성적 4위를 기록한다.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은 2할이요, 심판의 편파 판정이 만든 성과가 8할'이었다(이 고약한 버릇은 고스란히 2002년 월드컵에도 이어져 4강의 기적을 이룬다). 내 예상이 맞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무난하게 4위'라는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짝, 짝, 짝, 짝, 짝. 대~ 한민국 ! 남들이 와와, 할 때 나는 이 애국적 작태가 쪽팔려서 우우, 했다. 국가주의에 대한 경멸과 인간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다 보니 항상 삐딱한 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사태를 접했을 때 : 88올림픽 때 고가 양옆에 설치했다는 높은 가로막'이 생각났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가로막을 설치하는 것과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춤 추는 대학 축제를 위해 청소 노동자의 절규가 담긴 현수막을 제거하려는 행정 절차'는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가 사학 재단 편을 들지도 않고 청소 노조 편도 들지 않겠다며 << 중립 >> 을 선언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프란시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라고 했을 때,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 가난한 자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 "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위해 달동네를 제거해야 했던 기만과 축제를 위해 현수막을 제거해야 했던 기만은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처럼 들리겠지만
20대는 개새끼'가 맞다. 30대도, 40대도, 50대도, 60대도 개새끼다. 하지만 60대 늙은이가 개새끼라는 점보다 20대 젊은이'가 개새끼'라는 점은 보다 충격적이다. 일반화의 오류 ?! 그럴 수 있다. 하여튼, 인류는 삼류'다.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정보는 오류다. 아, 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