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A라는 남자가 B라는 여자에게 어떤 冊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 이 책은 말이야..... 이래저래해서, 이러저러하지. 그러니까 이러쿵저러쿵한다는 소리야. 언더스탠드 ? 흥야항야해서 항야흥야한 면이 보이더군. " 남자가 하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 책은 자신이 쓴 책이었다. 저자를 앞에 두고 독자가 거드름을 피우며 책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경우. 보다 못한 B가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이라고 밝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한다. "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말이야...... " 리베카 솔닛의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라는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그렇다,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게 남성'이라는 족속'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것은 남근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리베카 솔닛'이 지적한 것처럼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이러한 태도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관계로 보기보다는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로 보는 데에서 비롯된다. 가끔 술자리에서 고민 상담을 해준다면서 젊은 여성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남성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헤드샷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한다. 너나 잘, 하세요 ! 남자인 내가 봐도 그런 남자는 재수없다. 세탁기나 전기 밥솥을 거론하며 요즘 여자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때마다 이렇게 대꾸하고 싶다. " 도끼로 나무 찍어 땔감 구하는 시대에 비하면 가스 난방 하는 현대 사회는 남자에게 얼마나 편한 세상이오 ! "
언어 습관에서도 이러한 하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 아줌마 >> 다. 한국 남성들이 특정 여성을 아줌마라고 지시할 때는 경멸과 조롱이 내포되어 있다. 그 말 속에는 " 멍청한 여자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원래 << 아줌마 >> 는 << 아주머니 :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 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반면 << 아저씨 : 부모와 같은 항렬의 남자를 이르는 말 >> 라는 낱말에서 파생된, 낮추어 부르는 말'은 없다. 가끔 << 아침마당 >>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하는 여성'을 볼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 태도가 겸양에서 비롯되었다면 할 말은 없으나 굳이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다. 한자 << 女 >> 에 대한 뜻풀이를 보면 가관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女 를 " 계집 녀 " 라고 외운다. 계집이 사전적 의미로 여자나 아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저잣거리 입말로 통용되더라도 교육 기관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는데 여전히 " 계집 녀 " 가 통용된다. 그러니까 남녀평등을 가르쳐야 할 교육에서조차 여성은 일단 낮추고 보는 것이다. 잘난 놈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한 낯짝'이다. 30대 남성 딸딸이 판타지 영화인 << 건축학 개론 >> 에서 남성 주인공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 쌍년 " 으로 강등된다. 이 쩨쩨한 분노 앞에서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한국 남성들이 이따위 딸딸이 영화에 감동하다니, 퍽이나......
책 깨나 읽었다는 모 알라디너'도 여관 가서 술이나 더 하자는 여자의 제안에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 나야 좋지, 쌍년 ! " 이렇듯 여성이 성적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쌍년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내가 하면 성적 자기 결정권이고 네가 하면 쌍년이 되는 사회'다. 똑똑한 여자가 있는가 하면 멍청한 여자도 있다. 하지만 " 멍청한 여자'다 " 와 " 여자는 멍청하다 " 는 엄연히 다른 의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가 불행하면 남자도 불행에 빠지게 된다. 혼자만 행복하면 무슨 재민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