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


                               남들이 안 볼 때 몰래 버리고 싶은 것 ?   지저분한 쓰레기나 병든 애완동물이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정의'에 의하면 그것은 " 가족 " 이다. 말에 뼈가 있는 소리이다(말에 살이 있다고 하면 이상하잖아).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가족'이라는 가치를 과대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든 문제는 < 가족 간 사랑 > 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가족 로맨스는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하지만 약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과용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병원 처방전에 따라야지 효과 좋다고 한입에 열 알씩 털어 넣다가는 약물 과용으로 죽을 수도 있다. < 가족 - 치유력 > 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약효를 발휘하는 알약이 아니다.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은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중심이라는 점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행하는 희생 강요과 내정 간섭은 폭력'이다.

이제는 한국 사회도 가족이라는 가치를 과소평가해야 할 때가 왔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한쪽으로 너무 높이 치솟은 불균형을 균형이 잡히도록 바로잡자는 의미에서 과소평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이니까. 이제는 가족끼리 너무 붙어 있지 말고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찰떡 같이 붙다 보면 나중에는 개떡이 된다. 심각한 가정 불화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부부 간 관계보다는 시댁과의 불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가족 바깥 세력(부부 관계 이외에는 모두 바깥 세력이다)이 가족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불화의 주범인 외세(外勢)와 잠시 결별할 필요가 있다. 화난 어조로 " 가족끼리 왜 이래 ? " 라는 말은 폭력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정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다. 

 

그렇기에 가족 구성원의 사적 영역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sbs 오락 프로그램 동상이몽이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딸에게 과도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아버지가 방송을 탄 모양이다. 내용인 즉 :  고등학생인 딸이 아버지의 과도한 스킨십(포옹, 키스 요구, 허벅지 만지기, 침대에 함께 눕기 따위) 에 대해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얼굴에 " 가족끼리 왜 이래 ? " 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본인 입장에서는 < 애끓는 가족 로맨스 > 일 뿐인데 딸이 < 에로스, 가족 로맨스 > 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서운한 모양. 그런데 이 아버지가 내뱉는 항변을 듣다 보면 착각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스킨십이 딸을 향한 극진한 부성애 표현이라는 말은 " 미이즘(me-ism) " 에 불과하다. 자기중심주의 사고'다. 설령,  그러한 스킨십이 백 퍼센트, 레일, 진짜, 오리지날 부성애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그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타자의 입장에서 불쾌를 공감할 필요가 있다. 

딸이라서 만진다는 말과 딸 같아서 만졌다 라는 말은 다른 듯하지만 본질은 같은 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캐디와 피가 섞인 딸은 모두 타자의 몸이다. 내 몸이 아닌 이상은, 내 핏줄이라 하더라도 타자의 몸이다. 그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가 이 방송을 보고 나서 짧은 감상평을 날렸다. 자기는 조카가 귀여워서 자주 만지는데 커서 거부하면 슬플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다 커서 삼촌의 스킨십이 싫다고 할 때까지 자신은 꿋꿋이 만지겠다는, 핏발 선 넋두리였는데 그 결연한 의지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시바. 왜 사니 ?  라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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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5-07-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성인을 앞두고 있으면 자녀라도 기본매너는 지켜야죠. 저런 스킨십은 너무 과도하네요 으;;;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1 14:47   좋아요 0 | URL
딸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딱 그것으로 그만두어야지요. 저건 무슨 놈의 고집인지... 나중에 문제가 되니 연출이었다고 하는 모양이던데 그렇다고 바탕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5-07-2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자기 딸이 초등 5학년인데 그때까지 같이 목욕한다며 자랑하던 선생이 어찌나 역하던지... 그런 사람은 유독 솔직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1 15:03   좋아요 0 | URL
하긴 가족이 다 벗고 목욕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 무슨 놈의 공동체 정신인지는 모르겠으나.... ㅎㅎㅎㅎㅎ 당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싫다고 하면 싫은 거지.. 왜 자신의 부성애를 딸이 인정해 다오... 흑흑흑...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요 ? 사랑에 대한 표현이 굳이 스킨십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2015-07-21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07-21 15:07   좋아요 0 | URL
자기 내부의 폭력성을 그런 식으로 만만하다 생각되는 자기 식구에게 내보여도 된다고 믿는 거겠죠. 가장을 쉽게 폭로하기 어려우니까요.

samadhi(眞我) 2015-07-21 15:09   좋아요 0 | URL
우웩 토할 것 같아요.

2015-07-22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7-2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해도 싫으면 스탑!! 다 큰 자식이 부모에게 스킨십을 해도 부모가 싫다면 스탑!! 스탑을 스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스탑은 스탑!! 그 자체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03:08   좋아요 0 | URL
무조건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 거기서 끝내야죠. 이걸 가지고 트집 잡으면 골치 아픕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냐.. 이거 좀 어디서 많이 본 서사 아닙니까...

cyrus 2015-07-2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에서도 딸에게 뽀뽀하고,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나온 적이 있어요. 동일 인물은 아닌 것 같고, 도를 넘은 스킨십을 자식을 향한 애정으로 착각하는 아버지가 또 있다는 사실에 충격입니다. 이런 내용을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 불편해요. 가족 성 범죄자들이 이런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할 우려가 있다고 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03:10   좋아요 0 | URL
좆밥들이 지랄인 풍년인 세계에 살다 보니 기고만장해진 것 같습니다.
스킨십 과도한 새끼치고 좋은 놈 못 봤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7-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집착은 닮으면서도 다른 미묘한~ 그것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14:51   좋아요 0 | URL
요즘 사랑하는 사람은 있으신가요 ?

만화애니비평 2015-07-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아스카짜응이죠
 


백주부와 배트맨

                                      난세의 영웅'이라는 말이 있듯이 태평세월에서는 영웅'이 있을 수 없다. 영웅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당의 패악질에 의연히 일어나 그들과 싸우는 존재다. 그러니 악당이 아니었다면 영웅이 나서서 그들과 싸울 이유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영웅이 자주 탄생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영웅이 많은 사회보다  더 안 좋은 사회는 " 영웅을 갈망하는 사회 " 다. 한국 사회'가 그렇다. 세상은 악당들이 장악했는데 맞짱을 뜰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중은 영웅을 열망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열망은 결핍의 결과인 셈이다. 진짜 영웅이 없다 보니 가짜 영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 쩨쩨한 결핍'이라도 메울 수 있으니까. 비록 그것이 " 헛것 " 이라고 하더라도 심리적 포만감은 발생한다. 환자가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믿고 먹으면 진짜 약의 효능이 발생하는 심리적 < 뻥 > 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는데 대중이 진짜 영웅 대신 허수아비'를 내세우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대중은 가짜 영웅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영웅이란, 그래요...... 그런 존재'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내세우는 가짜 영웅은 아빠와 엄마'가 대세'다.  흔한 말 가운데 하나가 아빠는 나의 영웅'이란 표현이 아니었던가 ! 슈퍼맨이 없으니 아빠가 영웅이 되어 바지 입고 그 위에 파란 빤스를 걸친다. 신파와 통속이 대세인 한국 사회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빠는 나의 영웅. 내가 시간 날 때마다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를 까는 이유는 당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는커녕 대중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가짜 영웅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데 있다(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둔 << 7번 방의 기적 >>도 포함된다. 이 영화는 < 엄마를 부탁해 > 의 아빠 버전이다. 이 영화에서 아빠는 바보이지만 영웅으로 등장한다). 결국 신경숙은 책을 팔기 위해 가짜 약을 판매한 것이다.

신경숙은 약장수다. 여기에 문단은 북 치며 화답을 하니 "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는 대중소설이 아니에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어, 어어어어어마어마한 걸작입니다. 자,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 "  얼쑤, 니미.... 지랄이 풍년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악당 때문에 영웅이 탄생하는 것일까 ? 내가 보기에는 악당 때문에 영웅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웅 때문에 악당이 탄생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 일베의 탄생 " 이다. 일베는 좋은 아빠'에게 반기를 든 후레자식들이다. 그들은 386 혹은 486세대로 대표되는 좋은 아빠의 허위'를 보고 자란 세대'다.  자신이 믿었던 영웅의 이중인격을 지켜본 것이다. 정의로운 척하지만 사실은 헛것인 존재. 일베는 진짜 아빠에게서 위선을 본다. 조커가 배트맨에게서 느끼는 혐오와 같다.

팀 버튼의 << 배트맨 >>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 배트맨 >> 시리즈는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다르게 접근한다. 팀 버튼이 연출한 << 배트맨 >> 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배트맨이 등장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 배트맨 (이하 다크 나이트) >> 은 배트맨을 물리치기 위해 악당이 등장한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전자는 악당을 제거하기 위해 영웅이 탄생하게 되지만 후자는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악당이 탄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전자에서 원인이 악당이고 결과가 영웅의 탄생인 반면, 후자에서는 원인이 배트맨이고 그 결과가 악인의 탄생인 셈이다.  그러니까 영화 << 다크 나이트 >> 에서 악인들이 고담을 쑥대밭으로 만든 원인은 " 배트맨 " 때문이다.

배트맨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고담은 평화로운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일베와 조커가 겹치는 대목'이다. 한국은 아비 없는 사회다. 후레자식들은 좋은 아빠인 척하는 진짜 아빠 대신 가짜 아빠'를 내세운다. 진짜 아빠는 영웅이 아니라 후줄근한 아저씨'라는 사실을 간파한 후다. 백선생(백종원)과 차주부(차승원)가 좋은 예'이다. 그들은 아빠로서 자식에게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mbc프로그램 << 마이 리틀 텔레비전 >> 에서 백선생은 네티즌의 온갖 지적에 대해 권위를 내세워서 상대방을 윽박지르지 않는다. 초고추장'에게 사과하라는 네티즌의 황당한 주장에도 이렇게 말한다. " 초고추장 님, 미안해유. 헤헤헤 "  그리고 백선생은 자기가 만든 요리'가 진짜 으뜸 요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 그럴싸하쥬? " 라고 말할 뿐이다. 

바로 이 점'이 2,30대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이 매력적인 가짜 아빠는 자식들에게 완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 그럴싸하면 된 " 다고 말하며 가끔은 " 있어보이려고 " 하는 욕망을 탓하지 않는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열망은 결핍의 증후이다. 한국 대중이 백선생과 차주부에게 열광한다는 사실은 좋은 아빠와 좋은 엄마가 없다는 데 있다. 악식가 황교익은 백선생을 엄마를 대체한 캐릭터라고 지적했지만, 내가 보기에 백선생은 아빠의 대체자'다. 시청자는 진짜 아빠와 가짜 아빠를 교환하고 싶어 한다.  가짜 아빠는 나긋나긋하다. 자식에게 완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 괜찮쥬..... 완벽한 놈이 되기보다는 그냥 그럴싸한 놈이 되는 게 속 편한겨. 그려, 안 그려 ? " 라고 묻는다.

시청자들이 이 방송에서 욕망하는 것은 위장(의 포만)이 아니라 위로'다. ​그럴싸하쥬, 라는 유행어'는 시청자를 위로한다. 스펙을 완벽하게 갖추어야만 취업을 할 수 있고 결혼을 할 수 있는 세대'에게 이 " 그럴싸함 " 은 설탕처럼 달콤하다. 어때유, 이 글 괜찮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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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2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괜찮아유~~~~ㅋ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0 12:18   좋아요 0 | URL
곰구만유(고맙구만유)

stella.K 2015-07-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건 난 잘 모르겠고~~오. 아무튼 난 백종원이 좋긴 헙디다.
지는 <마이 리틀...>을 한번인가 두번뿐이 못 봤고, 집밥 보면 그건 남자들을 위한
요리 프로란 생각이 들긴해요.
소유진이 시집 잘 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1 11:55   좋아요 0 | URL
백종원의 장점은 오리지널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없으면 없는 대로, 실수하면 실수한 것대로 만드는 레시피가 인기입니다.
 

 

 

 

 

옛날 어머니 손맛



                                        동네마다 맛집 하나 정도는 있다. 내가 전에 살던 곳에서는 " 닭내장탕 " 이라는 생소한 음식을 단일 메뉴로 내놓는 식당이 있었는데, 식신원정대(꽤 많은 미디어에서 이 집을 소개하고는 했다)에서 다녀간 후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이 집에서 닭내장탕을 먹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 옛날 맛 >> 과 << 어머니 손맛 >> 을 외치고는 했는데,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는 했다. 치킨의 향미 가운데 팔 할이 기름 맛이라면  ○○ 년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에서 내놓는 대표 음식의 팔 할은 옛날(어머니) 맛'이다. 일단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그래서 감칠 맛이 부족하고 혀끝에서 겉도는 거친 식감을 보이는 음식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

 

< 웰빙 >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감칠 맛이 부족하고 혀끝에서 겉도는 음식을 웰빙 음식으로 생각한다.  입에 좋은 것은 쓰다는 믿음이 작용한 탓이다. 이 믿음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 사랑과 정성 " 으로 만든 집밥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다 보니 맛은 텁텁하고 쌉싸래하며 슴슴하지만 사랑과 정성이 담긴 건강 음식이라 생각하고 참고 삼킨다. 참고 견디면 아침에 황금 똥을 누리라 !  그런데 이런 주장을 보고 들을 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된다. 사는 게 지쳐서 요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주부들은, 혹은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마트 노동자 주부는 조미료를 대체하기 위한 레시피는 그림의 떡'이다. 조미료 사용을 게으른 레시피로 취급하는 태도는 가난한 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백주부의 집밥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와 설탕에 의지할 때 오는 죄책감을  백선생이 덜어주기 때문이다. 차주부(차승원)의 << 삼시세끼 >> 가 인기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미료에 대한 신뢰였다. 그는 마법의 가루를 신뢰했다. 이처럼 백선생과 차주부는 이들에게 구세주다. 이러한 선입견을 심어준 방송이 <<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 이다. 이 방송은 아예 조미료를 사용하는 음식을 쓰레기 음식으로 규정한 후, 조미료를 쓰지 않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나선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를 반영한 히트 상품인 경우다. 이 방송이 유포한 것은 옛날 맛에 대한 판타지'다. 일종의 강박적 순혈주의'인 셈이다. 예를 들면 : 시중에서 파는 밀과 밀가루를 섞는 메밀 국수 요리'를 가짜라서 설정한 후,  100% 메밀로만 만든 국수를 파는 식당을 찾아나선다는 식이다. 그것이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맛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날마나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왜 100% 메밀로 만든 국수를 먹었을까 ? 건강을 생각해서 ?!  답은 간단하다. 옛날에는 밀가루가 귀했다 !  일반 식당에서 메밀과 밀가루를 섞는 이유는 손님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메밀이라는 재료가 끈기'가 없기에 밀가루가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속사정은 생략한 채 100% 메밀로 만든 국수를 찾아나선다. 순혈에 대한 맹신이 혓바닥도 속이는 것이다. 툭,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침이 고이는 경우는 과연 몇 %나 될까 ? 음식에서도 혼혈에 대한 혐오가 반영된다는 사실은 유괘하지 않다. 혈통이나 뼈대부터 따지는, 이 지긋지긋한 순혈주의'가 100% 라는 이상한 맹신을 낳았다. 우리가 찬양했던 옛날 맛은 최고의 레시피가 아니라 부족한 식재료로 맛을 낸 레시피'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허기에 침이 고이면 모든 음식은 맛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옛날 맛과 어머니 손맛은 맛이 있기 때문에 맛이 있다고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옛것은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옛것 가운데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려야 한다. 옛날 맛이라거나 어머니 손맛으로 극찬을 받았던 << 닭내장탕집 >> 은 작년에 문을 닫았다. 개 사료용 닭내장을 사용했으며 닭 내장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카바이드'로 세척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신이 그토록 찬양했던 옛날 맛은 개 사료용 닭내장과 석유 화학 약품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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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7-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그 선전이 없어진 것 같은데 작년까지만 해도
<미원> 선전에 미국에서 한식으로 성공한 어떤 여자가 나와서
이 화학조미료에 대한 인식을 바꿀려고 했었죠.
미원은 사탕수수로 만든 거다. 이곳 미국에선 보편적으로 모든 음식에
미원을 쓰는데 한국은 안 그런 것 같더라. 이렇게 맛이 좋은데 왜 안 쓰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선전을 했었죠. 이젠 먹힐만도 할 텐데 그 선전 오래 가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희집은 이 미원이 초기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먹고 있습니다.
그 선전 아십니까?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미원, 미원, 미원 우리 우리 엄마뽐내는 요리 솜씨도 할머니 미원 미원이죠.
우리들은 건강한 미원 가족!˝
뭐 그런 노래가 뇌리에 박힐 때부터요. 김창숙인가? 영화 배우 문희 한창 젊고 황정순이 시어머니로 나올 때부터
말입니다. 곰발님 아시려나요? 흐흐.
어쨌든 앞으로도 끊을 생각이 없어요. 전 미원 사랑합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0 07:21   좋아요 0 | URL
미원 같은 조미료가 이미 1908년부터 팔렸더군요. 깜놀 ~
그 당시부터 조미료가 맛을 한층 엎그레이드시킨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한 모양입니다.
이거 ... 알고 보니 다 조미료 맛이잖습니까.
일본산 조미료 쓰다가 한국 미원을 쓰기 시작한 해가 1955년인가 6년인가 하죠...
그러니깐 나이 좀 있는 양반들이 어머니 손맛이라고 한 것은 대부분 미원 맛이죠....
미원은 안 넣어야 그 옛날 맛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나저나.... 그 광고는 모르겠습니다. 미원하면 김혜자 아닌가요 ? 아니구나 다시다지...

samadhi(眞我) 2015-07-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국장 맛이 끝내주는 식당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비법을 알려달라고 해도 가르쳐 주지 않던 할머니가 마지막에 며느리에게만 살짝 비법을 유언하시기를, ˝미원 두 숟갈 반˝이다. 라고 했다는 ˝와탕카˝ 만화를 보고 깔깔댔었죠. 저는 정말 맛있는 식당 가면
˝흠, 조미료 배합이 훌륭한 걸˝ 하고 감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0 07:22   좋아요 0 | URL
미원이 56년부터 국산으로 팔렸고, 그 전에는 일본 제품이었다고 하니 이미 미원의 역사는 오래된 것입니다.
5,60년대 맛을 그 옛날 맛이라고 하면... 그때도 미원 맛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5-07-2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친구가 착한 식당이라며 어느 분식집에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고 해서인지 김밥이나 떡볶이 가격을 다른 식당보다 두 배는 더 받더군요. 그래서 비싼 값은 하겠지, 하면서 먹었는데 솔직히 너무 맛이 없더군요. 대체 `착한` 이라는 수식어를 뺀다면 암것도 없는 식당이란 생각만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0 07:23   좋아요 0 | URL
미원 많이 넣으면 그렇지 적당히 넣으면 나쁠 것 뭐가 있겠습니까. 이런 판타지는 개나 줘야 함....
노력 나쁘지 않죠.. 사실.... 저희 집도 미원을 사용 안합니다.
단 한번도 맛있다고 느낀 적 없습니다. 저는....
 

 

 

 



 

 

 


猝 : 갑작스러운


                                                  장기 놀이'에서 가장 많은 장기짝을 가진 것은 卒 과 兵이다. 이 장기짝은 한 칸씩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용보다는 수비용으로 사용된다. 병과 졸은 주로 상대방 장기짝(包,車,象,馬)이 지나가는 길목을 차단해서 상대방 공격을 늦추는 역할을 하기에 싸움의 기술에 능한 놀이꾼은 병졸(兵卒)을 효과적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상대방 공격을 지연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아. 죽음 따위, 쫄지 마 !  그래서 < 卒 > 은 희생양'으로 사용된다. 어차피 장기 놀이는 < 王 > 만 지키면 되니까. 그렇기에 卒의 죽음에 애통해 하는 놀이꾼'은 없다.

 

이 卒'이라는 한자 앞에 : 개 견' 이라는 부수가 붙으면 < 猝 졸 > 이라는 한자가 만들어지는데 " 갑작스럽다 " 는 뜻을 가진다. 개(dog)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 개- > 나 < - > 이 붙는 낱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 犭> 도 하찮다는 의미이고 < 卒 > 도 하찮다는 의미이니, < 猝 > 은 하찮음을 두 번 강조한 형태다. 일종의 " 퍽유 두 번 머겅 ! " 뭐, 이런 뉘앙스'다. 하긴...... 준비 과정 없이 갑작스레 만들어진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벼락부자를 흔히 졸부라고 하는데 여기서 졸이 바로 猝이다. 그러니까 < 졸부 > 는 운이 좋아서 다음날 눈을 떠 보니 부자가 되었으나 혈통과 뼈대가 없어서 성골이나 진골이 될 수는 없는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다. 그런 점에서 졸부는 영화 << 넘버 3 >> 에 나오는 조필(송강호)이다. 

 

졸부는 배, 배배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룸싸롱에서 시, 시시시시바스리갈'을 마시는 날이 온다고 해도 날마다 컵라면에 짱깨 먹고, 산에 가서 개구리에 뱀 잡아 먹던 시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헝그리 정신을 망각한 자에게는 해삩은 비티디 않아 ! 그래서 그들은 과소비와 자린고비를 오락가락한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에 나온 말이다. 1조 1항이라는 으뜸이 주는 가치의 중요성'을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 민주화 > 가 곧 < 민주주의 > 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 민주화 > 는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이 터졌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화 과정에 놓인 국가일 뿐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졸부와 비슷하다.

모범 사례로 뽑히는 민주공화국들은 오랜 시간 근대화를 거치면서 시행 착오'를 거쳐 문명화되었지만, 대한민국은 타자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급조되었거나 아예 근대화 과정이 생략되었다. 심하게 말해서 근대화 과정 없이 현대화된 것이다.  그것은 개( 犭)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졸부(卒)가 느닷없이 로열 패밀리'의 저녁 만찬에 초대된 상황과 유사하다. 물론 졸부가 상류사회의 식사 예절'을 따로 배웠을 리 없다. 나이프와 포크가 놓여 있으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김대중과 노무현은 모래 위에 집을 지었고, 이명박은 그 집을 부쉈고, 박근혜는 궁궐을 지었다. 21세기 시대에 18세기 건축 양식으로 궁궐을 지은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은 단 한 번도 튼튼한 집을 지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사상누각이었으며, 명박산성이거나 구중궁궐이었다. 한국인은 이제 민주, 정의보다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남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 넘버3 >> 에서 조필이 말하는 배, 배배배밴츠 타고 루, 루루루룸쌀롱 가서 시, 시시시시바스 리갈'을 마실 수 있는 여유이고, 여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배, 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루이비통 가방을 메고 시, 시시시시시댁이 빵빵해서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여유이다.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  라는 질문이 한국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채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할 것, 월급은 500만 원 이상 받을 것, 차는 2,000cc급 중대형 차를 소유해야 하며, 통장에는 1억 원 이상 보유해야 하고, 1년에 한 차례 정도는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5가지 예를 들었지만 결국은 하나로 뭉뚱그리지만 < 돈 > 이다.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은 중산층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 ㉠ 외국어 하나 정도는 능통하게 사용할 것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을 것 ㉣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비법이 있을 것 ㉤ 불의에 대항하고 ㉥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프랑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나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미국은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중산층이다. 이처럼 중산층의 기준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 사회는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지만 프랑스(영국,미국)은 애티튜드가 중산층의 기준이다. 이 또한 교양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상류 사회의 티타임에 초대받은 탓이다. 밴츠 타고 시바스 리갈 마시며

개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사람이 공분에 대항하고 약자를 돕자는 고상한 대화에 낄 자리는 없다. 올해는 흉년이라는데 지랄은 풍년이니 오호통재다. 국정원은 맛집과 야동이라는 미끼로  백성의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를 심고 사생활을 감시하고, 배고픈 백성의 사생활은 먹방과 야동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먹방과 야동의 공통점은 猝이다. < 猝 > 은 과정이 생략된 현상이다. 준비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결과만 서둘러 내놓는다. 아프리카 티븨의 히트 상품인 먹방은 요리 과정이 생략된 배달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먹방의 주체는 캠'이라는 유령 앞에서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는 시청자를 위해 대신 제대로 망가진다. " 족발, 저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 그들은 맛있게 먹는다기보다는 그릇을 비우기 위해 먹는다.

테이블 매너는 지나가는 민들레에게 주시라. 빠르게, 빠르게,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 제맛이다. 시청자는 이 맛에 먹방을 본다. 먹방은 오고가는 대화가 생략된 쇼다. 반면, 야동은 보자마자 벗고 삽입한다. 삽입 이전에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생략된다. 슬픈 일이다. 한쪽은 먹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고, 다른 한쪽은 싸기 위해 과정을 생략한다. 입과 항문은 하나다. 새삼 느끼게 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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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좋은 동물인데도 우리말에는 개를 나쁜 쪽으로 표현하는 것이 남아있어요. 술 취한 사람을 `개가 된다`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이 표현이 별로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개 들어가면 다 질 떨어지는 집니다.

개떡 ( 맛 없는 떡 )
개살구 ( 먹지 못하는 살구 )
개철쭉( 먹지 못하는 철쭉 )
개꿈, 개수작, 개죽음, 개망나니, 개잡놉... ㅎㅎㅎ

돌궐 2015-07-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어젯밤에 저도 우리나라 중산층을 물질로만 따지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7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돈이면 장땡인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비평지 하나 정도는 정기 구독을 해야 중산층이라는 기준, 얼마나 멋있습니까..
 

 



​< 배트맨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아니다?!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영화'에서 속편'이 무엇이며 과연 팀 버튼의 << 배트맨 2 >> 가 팀 버튼의 << 배트맨 1 >> 의 속편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장면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스타일 등 영화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 배트맨 1 >> 은 악당이 남자이고, << 배트맨 2 >> 는 캣우먼이 소동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 1 >> 은 조커'가 죽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영화라면, << 배트맨 2 >> 는 배트맨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캣우먼의 삶을 그린 식물적인 영화'다. 한마디로 << 배트맨 1 >> 은 << 배트맨 1 > 이고,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2 >> 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1 >> 과 << 배트맨 2 >> 는 몇몇 설정이 유사하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전편과 속편의 관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글에 대해 동의하,  십니까 ?  사람들은 이 논리'에 대해 " 곰곰생각하는발 님, 개똥에 쌈 싸 드셔 ~ " 라고 말할 것이다. 전편에서는 남자 악당이 등장하고 속편에서는 여자 악당'이 등장한다고 해서 두 작품'이 서로 관련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논리를 개똥에 쌈 싸 먹듯이 의뭉스럽게 뭉갠다면 < 다이 하드 > 시리즈도 각각 다른 영화'다. < 다이하드 > 는 무대가 빌딩 안이고 < 다이하드2 > 는 무대가 국제공항'이니 두 작품은 생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윤지관이 신경숙 표절'을 옹호하면서 쓴 <<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 을 읽다 보면, 그가 내세우는 논리의 허약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윤 지 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최근 중견소설가 신경숙 씨가 동세대 작가의 표절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추문이 언론을 통해서 확산되고 몇몇 평론가들이 문단 권력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애초에 혐의를 부인하던 당자도 “표절이라는 문제 제기가 맞겠다”고 인정하고 출판사는 문제된 작품이 수록된 책의 출고를 중단하였다. 일부에서는 ‘절필’까지 요구했으나 작가는 목숨 같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소회와 함께 칩거에 들어갔다. 문제를 제기한 문인들 중심으로 문단권력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던 추문 사태는 일단락된 듯도 보인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이며 과연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작인가 하는 의문이다. ‘우국’을 모른다는 해명이 무색하게 표절작가로 단죄되는 흐름이 워낙 거센 데다, 출판사가 사과 성명을 내고 작가도 결국 시인한 셈인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읽어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문장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환란에 처한 두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주제 자체야 유사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상반되는 것들뿐이다. ‘우국’은 남자가 주도하고 ‘전설’은 여자가 모든 것의 중심이다. ‘우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군국주의 국가이념을 교육하고 여자 또한 기쁘게 따르나 ‘전설’의 여자는 사회의 요구와는 무관한 그녀만의 세계 속에 마치 ‘사과나무’처럼 서 있다. ‘우국’이 남자가 할복자살하고 여자가 뒤따라 자결하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소설이라면, ‘전설’은 떠난 님을 기다리며 늙어가는 한 여자의 삶을 잔잔하게 그린 식물적인 소설이다. 한마디로 미시마는 미시마고 신경숙은 신경숙인 것이다.

두 남녀의 신혼생활을 다룬 부분에서 신경숙의 소설에는 미시마의 문장을 변용하여 쓴 듯한 대목이 두어 군데 있다. 아무리 작더라도 표절 혐의는 엄연한데,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니 독자로서는 그 말을 믿거나 거짓으로 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후자라면 다른 여지가 없겠지만 믿는 경우에는 습작기의 훈련 과정에서 익힌 표현들이 기억의 창고 속에 머물러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한다 해도 부주의의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경숙이 표절작가가 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인은 훔쳐서 더 낫거나 다른 무엇을 만든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영국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문구다. 표절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 문학에는 어떤 ‘독창적인’ 표현이라도 선대 작가들이 이룩해 놓은 언어의 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엘리엇은 이어서 말한다. “나쁜 시인은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더 낫거나 최소한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좋은 시인은 훔친 것을 원래와는 판이한 자기만의 전체적인 감정 속에 녹여내지만 나쁜 시인은 버성기게 엮어놓는다.”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작품집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까닭이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은 T.S엘리엇의 말을 인용한 후 "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 라고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개똥에 쌈 싸 먹는 논리는 "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 와 같은 소리'이다. 미안한 소리이지만 쿠데타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쿠데타는 쿠데타다 라는 것이 내 판단이올시다. 그러므로 신경숙이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소고기 다시다의 작품을 읽었든, 혹은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든 말든, 쇠고랑으로 발등을 찍든 말든, 작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절절한 심증보다 중요한 것은 명백한 물증이다. 판단의 잣대는 심증이 아니라 물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  남의 글을 훔쳤으나 결과적으로 더 빛났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맞다.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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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1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기 다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시마와 다시다...재미있는 표현이에요 정말~ 호호호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7   좋아요 0 | URL
라임 괜츈하쥬 ? ㅎㅎㅎㅎ

수다맨 2015-07-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 편집위원들(진은영, 백낙청 등)이 대부분 침묵하는 중이라 무슨 묘책이라도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첫번째 해명문의 재탕 버전을 냈군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6   좋아요 0 | URL
옹호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옹호를 위한 논리`죠. 저 논리는 정말 공략당하기 쉬운 논리 아니겠습니까 ? 용기내셔 쓰셨을 터인데.... 논리가 워낙 후지다 보니..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5-07-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경숙의 표절과 관련해서 끝장토론을 했다는데
큰 출판사 대표들은 안 나왔다고 뉴스가 전하더군요.
그들은 왜 안 나왔을까요? 뭐 안 나가기로 결의를 한 모양이긴 한데
아무래도 날씨가 더우니까 안 나왔으려나요?
이쯤되면 <우국>과 <전설>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차라리 애초부터 미시마의 오마주였다고 까고 들어갔으면 욕을 덜 먹었을텐데 싶기도 하고...ㅠ
암튼 읽고 있자니 저의 쓰리고 아픈 기억이 나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8   좋아요 0 | URL
더워서 안 나오셨죠. 뭐, 공개토론 제의도 하시고... 차비까정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치셨던 분들인데 얼마나 나오고 싶으셨겠습니까.
그놈의 날씨 때문에......

yamoo 2015-07-16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윤지관은 보고 좀 배워라~~~ 곰발님의 간결한 논리를!!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7 04:36   좋아요 0 | URL
간결하쥬~

samadhi(眞我) 2015-07-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이랑 친척이거나 친구이거나 한가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감싸는 거 보면. 논리라는 게 없는 사람이네요. 확실히 영문과는 문학과는 무관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주네요. 이런 편견을 늘 갖고 있거든요. 비뚤어졌죠? ^^

2015-07-18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