猝 : 갑작스러운


                                                  장기 놀이'에서 가장 많은 장기짝을 가진 것은 卒 과 兵이다. 이 장기짝은 한 칸씩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용보다는 수비용으로 사용된다. 병과 졸은 주로 상대방 장기짝(包,車,象,馬)이 지나가는 길목을 차단해서 상대방 공격을 늦추는 역할을 하기에 싸움의 기술에 능한 놀이꾼은 병졸(兵卒)을 효과적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상대방 공격을 지연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아. 죽음 따위, 쫄지 마 !  그래서 < 卒 > 은 희생양'으로 사용된다. 어차피 장기 놀이는 < 王 > 만 지키면 되니까. 그렇기에 卒의 죽음에 애통해 하는 놀이꾼'은 없다.

 

이 卒'이라는 한자 앞에 : 개 견' 이라는 부수가 붙으면 < 猝 졸 > 이라는 한자가 만들어지는데 " 갑작스럽다 " 는 뜻을 가진다. 개(dog)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 개- > 나 < - > 이 붙는 낱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 犭> 도 하찮다는 의미이고 < 卒 > 도 하찮다는 의미이니, < 猝 > 은 하찮음을 두 번 강조한 형태다. 일종의 " 퍽유 두 번 머겅 ! " 뭐, 이런 뉘앙스'다. 하긴...... 준비 과정 없이 갑작스레 만들어진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벼락부자를 흔히 졸부라고 하는데 여기서 졸이 바로 猝이다. 그러니까 < 졸부 > 는 운이 좋아서 다음날 눈을 떠 보니 부자가 되었으나 혈통과 뼈대가 없어서 성골이나 진골이 될 수는 없는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다. 그런 점에서 졸부는 영화 << 넘버 3 >> 에 나오는 조필(송강호)이다. 

 

졸부는 배, 배배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룸싸롱에서 시, 시시시시바스리갈'을 마시는 날이 온다고 해도 날마다 컵라면에 짱깨 먹고, 산에 가서 개구리에 뱀 잡아 먹던 시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헝그리 정신을 망각한 자에게는 해삩은 비티디 않아 ! 그래서 그들은 과소비와 자린고비를 오락가락한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에 나온 말이다. 1조 1항이라는 으뜸이 주는 가치의 중요성'을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 민주화 > 가 곧 < 민주주의 > 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 민주화 > 는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이 터졌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화 과정에 놓인 국가일 뿐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졸부와 비슷하다.

모범 사례로 뽑히는 민주공화국들은 오랜 시간 근대화를 거치면서 시행 착오'를 거쳐 문명화되었지만, 대한민국은 타자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급조되었거나 아예 근대화 과정이 생략되었다. 심하게 말해서 근대화 과정 없이 현대화된 것이다.  그것은 개( 犭)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졸부(卒)가 느닷없이 로열 패밀리'의 저녁 만찬에 초대된 상황과 유사하다. 물론 졸부가 상류사회의 식사 예절'을 따로 배웠을 리 없다. 나이프와 포크가 놓여 있으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김대중과 노무현은 모래 위에 집을 지었고, 이명박은 그 집을 부쉈고, 박근혜는 궁궐을 지었다. 21세기 시대에 18세기 건축 양식으로 궁궐을 지은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은 단 한 번도 튼튼한 집을 지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사상누각이었으며, 명박산성이거나 구중궁궐이었다. 한국인은 이제 민주, 정의보다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남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 넘버3 >> 에서 조필이 말하는 배, 배배배밴츠 타고 루, 루루루룸쌀롱 가서 시, 시시시시바스 리갈'을 마실 수 있는 여유이고, 여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배, 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루이비통 가방을 메고 시, 시시시시시댁이 빵빵해서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여유이다.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  라는 질문이 한국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채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할 것, 월급은 500만 원 이상 받을 것, 차는 2,000cc급 중대형 차를 소유해야 하며, 통장에는 1억 원 이상 보유해야 하고, 1년에 한 차례 정도는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5가지 예를 들었지만 결국은 하나로 뭉뚱그리지만 < 돈 > 이다.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은 중산층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 ㉠ 외국어 하나 정도는 능통하게 사용할 것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을 것 ㉣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비법이 있을 것 ㉤ 불의에 대항하고 ㉥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프랑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나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미국은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중산층이다. 이처럼 중산층의 기준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 사회는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지만 프랑스(영국,미국)은 애티튜드가 중산층의 기준이다. 이 또한 교양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상류 사회의 티타임에 초대받은 탓이다. 밴츠 타고 시바스 리갈 마시며

개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사람이 공분에 대항하고 약자를 돕자는 고상한 대화에 낄 자리는 없다. 올해는 흉년이라는데 지랄은 풍년이니 오호통재다. 국정원은 맛집과 야동이라는 미끼로  백성의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를 심고 사생활을 감시하고, 배고픈 백성의 사생활은 먹방과 야동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먹방과 야동의 공통점은 猝이다. < 猝 > 은 과정이 생략된 현상이다. 준비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결과만 서둘러 내놓는다. 아프리카 티븨의 히트 상품인 먹방은 요리 과정이 생략된 배달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먹방의 주체는 캠'이라는 유령 앞에서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는 시청자를 위해 대신 제대로 망가진다. " 족발, 저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 그들은 맛있게 먹는다기보다는 그릇을 비우기 위해 먹는다.

테이블 매너는 지나가는 민들레에게 주시라. 빠르게, 빠르게,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 제맛이다. 시청자는 이 맛에 먹방을 본다. 먹방은 오고가는 대화가 생략된 쇼다. 반면, 야동은 보자마자 벗고 삽입한다. 삽입 이전에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생략된다. 슬픈 일이다. 한쪽은 먹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고, 다른 한쪽은 싸기 위해 과정을 생략한다. 입과 항문은 하나다. 새삼 느끼게 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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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좋은 동물인데도 우리말에는 개를 나쁜 쪽으로 표현하는 것이 남아있어요. 술 취한 사람을 `개가 된다`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이 표현이 별로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개 들어가면 다 질 떨어지는 집니다.

개떡 ( 맛 없는 떡 )
개살구 ( 먹지 못하는 살구 )
개철쭉( 먹지 못하는 철쭉 )
개꿈, 개수작, 개죽음, 개망나니, 개잡놉... ㅎㅎㅎ

돌궐 2015-07-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어젯밤에 저도 우리나라 중산층을 물질로만 따지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7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돈이면 장땡인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비평지 하나 정도는 정기 구독을 해야 중산층이라는 기준, 얼마나 멋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