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트맨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아니다?!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영화'에서 속편'이 무엇이며 과연 팀 버튼의 << 배트맨 2 >> 가 팀 버튼의 << 배트맨 1 >> 의 속편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장면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스타일 등 영화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 배트맨 1 >> 은 악당이 남자이고, << 배트맨 2 >> 는 캣우먼이 소동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 1 >> 은 조커'가 죽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영화라면, << 배트맨 2 >> 는 배트맨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캣우먼의 삶을 그린 식물적인 영화'다. 한마디로 << 배트맨 1 >> 은 << 배트맨 1 > 이고,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2 >> 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1 >> 과 << 배트맨 2 >> 는 몇몇 설정이 유사하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전편과 속편의 관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글에 대해 동의하,  십니까 ?  사람들은 이 논리'에 대해 " 곰곰생각하는발 님, 개똥에 쌈 싸 드셔 ~ " 라고 말할 것이다. 전편에서는 남자 악당이 등장하고 속편에서는 여자 악당'이 등장한다고 해서 두 작품'이 서로 관련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논리를 개똥에 쌈 싸 먹듯이 의뭉스럽게 뭉갠다면 < 다이 하드 > 시리즈도 각각 다른 영화'다. < 다이하드 > 는 무대가 빌딩 안이고 < 다이하드2 > 는 무대가 국제공항'이니 두 작품은 생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윤지관이 신경숙 표절'을 옹호하면서 쓴 <<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 을 읽다 보면, 그가 내세우는 논리의 허약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윤 지 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최근 중견소설가 신경숙 씨가 동세대 작가의 표절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추문이 언론을 통해서 확산되고 몇몇 평론가들이 문단 권력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애초에 혐의를 부인하던 당자도 “표절이라는 문제 제기가 맞겠다”고 인정하고 출판사는 문제된 작품이 수록된 책의 출고를 중단하였다. 일부에서는 ‘절필’까지 요구했으나 작가는 목숨 같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소회와 함께 칩거에 들어갔다. 문제를 제기한 문인들 중심으로 문단권력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던 추문 사태는 일단락된 듯도 보인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이며 과연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작인가 하는 의문이다. ‘우국’을 모른다는 해명이 무색하게 표절작가로 단죄되는 흐름이 워낙 거센 데다, 출판사가 사과 성명을 내고 작가도 결국 시인한 셈인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읽어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문장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환란에 처한 두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주제 자체야 유사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상반되는 것들뿐이다. ‘우국’은 남자가 주도하고 ‘전설’은 여자가 모든 것의 중심이다. ‘우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군국주의 국가이념을 교육하고 여자 또한 기쁘게 따르나 ‘전설’의 여자는 사회의 요구와는 무관한 그녀만의 세계 속에 마치 ‘사과나무’처럼 서 있다. ‘우국’이 남자가 할복자살하고 여자가 뒤따라 자결하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소설이라면, ‘전설’은 떠난 님을 기다리며 늙어가는 한 여자의 삶을 잔잔하게 그린 식물적인 소설이다. 한마디로 미시마는 미시마고 신경숙은 신경숙인 것이다.

두 남녀의 신혼생활을 다룬 부분에서 신경숙의 소설에는 미시마의 문장을 변용하여 쓴 듯한 대목이 두어 군데 있다. 아무리 작더라도 표절 혐의는 엄연한데,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니 독자로서는 그 말을 믿거나 거짓으로 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후자라면 다른 여지가 없겠지만 믿는 경우에는 습작기의 훈련 과정에서 익힌 표현들이 기억의 창고 속에 머물러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한다 해도 부주의의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경숙이 표절작가가 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인은 훔쳐서 더 낫거나 다른 무엇을 만든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영국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문구다. 표절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 문학에는 어떤 ‘독창적인’ 표현이라도 선대 작가들이 이룩해 놓은 언어의 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엘리엇은 이어서 말한다. “나쁜 시인은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더 낫거나 최소한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좋은 시인은 훔친 것을 원래와는 판이한 자기만의 전체적인 감정 속에 녹여내지만 나쁜 시인은 버성기게 엮어놓는다.”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작품집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까닭이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은 T.S엘리엇의 말을 인용한 후 "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 라고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개똥에 쌈 싸 먹는 논리는 "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 와 같은 소리'이다. 미안한 소리이지만 쿠데타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쿠데타는 쿠데타다 라는 것이 내 판단이올시다. 그러므로 신경숙이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소고기 다시다의 작품을 읽었든, 혹은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든 말든, 쇠고랑으로 발등을 찍든 말든, 작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절절한 심증보다 중요한 것은 명백한 물증이다. 판단의 잣대는 심증이 아니라 물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  남의 글을 훔쳤으나 결과적으로 더 빛났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맞다.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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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1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기 다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시마와 다시다...재미있는 표현이에요 정말~ 호호호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7   좋아요 0 | URL
라임 괜츈하쥬 ? ㅎㅎㅎㅎ

수다맨 2015-07-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 편집위원들(진은영, 백낙청 등)이 대부분 침묵하는 중이라 무슨 묘책이라도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첫번째 해명문의 재탕 버전을 냈군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6   좋아요 0 | URL
옹호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옹호를 위한 논리`죠. 저 논리는 정말 공략당하기 쉬운 논리 아니겠습니까 ? 용기내셔 쓰셨을 터인데.... 논리가 워낙 후지다 보니..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5-07-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경숙의 표절과 관련해서 끝장토론을 했다는데
큰 출판사 대표들은 안 나왔다고 뉴스가 전하더군요.
그들은 왜 안 나왔을까요? 뭐 안 나가기로 결의를 한 모양이긴 한데
아무래도 날씨가 더우니까 안 나왔으려나요?
이쯤되면 <우국>과 <전설>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차라리 애초부터 미시마의 오마주였다고 까고 들어갔으면 욕을 덜 먹었을텐데 싶기도 하고...ㅠ
암튼 읽고 있자니 저의 쓰리고 아픈 기억이 나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8   좋아요 0 | URL
더워서 안 나오셨죠. 뭐, 공개토론 제의도 하시고... 차비까정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치셨던 분들인데 얼마나 나오고 싶으셨겠습니까.
그놈의 날씨 때문에......

yamoo 2015-07-16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윤지관은 보고 좀 배워라~~~ 곰발님의 간결한 논리를!!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7 04:36   좋아요 0 | URL
간결하쥬~

samadhi(眞我) 2015-07-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이랑 친척이거나 친구이거나 한가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감싸는 거 보면. 논리라는 게 없는 사람이네요. 확실히 영문과는 문학과는 무관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주네요. 이런 편견을 늘 갖고 있거든요. 비뚤어졌죠? ^^

2015-07-18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