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빈민들  :  드라큘라 그리고 사도세자

 

  

메트로폴리스로 향했던 사람들은 사막으로 떨어졌다

    - 페페 칼레

 

                                                          저택1과 주택은 사소한 < 한 끗 >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이즈가 다르다. < 주택 > 이냐 < 저택 > 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내 방에 거실이 있는가 / 없는가에 달렸다. 내 방에 거실2이 있다면 그 집은 주택이 아니라 저택이다. 방 안에 거실이 있는 풍경이 괴이하지 않는 것처럼 저택 안에 집이 있다는 표현도 그다지 어색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자면  :  상류층은  방 안에 거실'이 있는 저택에 살고, 중산층은 방이 있는 집에 살고, 빈민층은 방은 있으나 집은 없는 곳에서 산다. 방은 한 그릇의 " 따순 " 밥과 같다.  세 가지 기본 요소에 속하는 의/식/주에서 < 방 > 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住)의 최소 단위'인 셈이다.

옥탑 방이란 말은 자연스럽지만 옥탑 집이란 표현은 어색한 이유이다. 반 지하 방이란 표현도 마찬가지그런데 빈민층 중에서도 극빈층은 최소 주거 환경인 방에서조차 살지 못한다. 그들은 < > 이 아니라 < 쪽방 > 에서 산다. “ 쪽방 은 온전한 방이라 할 수 없다. < 쪽 > 이 " 쪼개진 물건의 한 부분 " 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쪽방은 주(住)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방이 쪼개진 형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방이 아니라 파편'이요, 조각'이다. 이 곳에서 쪽방 벽은 독립, 분리, 분할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단순히 사무실 파티션으로 쓰일 뿐이다. 시선은 차단되지만 소리는 공유된다. 파티션(partition)이란 시야를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쪽방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소리는 소음이 된다.

고시원((考試院)은 이름만 다를 뿐 쪽방을 확장한 형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시원3에서 < - 원 /院 > 의 쓰임'이다. < 院 > 은 언덕((=)과 담장()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다시 말해서 주위에 담을 두른 초원 위의 저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극이다. 그러니까 방의 온전한 형태를 갖지 못한 그들이 사는 곳은 주위에 담을 두른 저택'에 산다는 것은 모순이자 비극인 것이다. 21세기 하꼬방인 고시원(고시텔)이라는 이름은 도시 빈민이 꿈꾸는 희망사항이자 동시에 유토피아에 가까운 지옥'이다. " 고시텔(-tel) " 은 " 고시헬(-hell) " 이다.  그들은 쥐 죽은 듯 살아간다. 살아도 사는 게 ~ , 아닌 것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쪽방 거주자는 한 방에 모여사는 동거인이지만 왕래는 없는, 하지만 소리를 공유하는 이상한 공동체'다.

이 두 공간은 불평등한 자본주의적 세계가 폭주한 결과'이다. 고시원의 탄생은 아파트 난립과 맥을 같이한다. 달동네가 아파트촌으로 바뀌자 저가 주거 형태인 단칸방을 빼앗긴 달동네 빈민 가족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1인 주거 공간으로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쪽은 방 안에 거실이 있고 집 밖에 저택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 > 보다 조금 넓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관 속에서 산다. 드라큘라는 쪽방 거주자. 명색은 백작이지만 사는 곳은 2평 남짓한 관 속이니 말이다. 그는 몰락한 가문의 후손으로, 흡혈 후의 모습은 마치 폐병 환자가 쏟아내는 각혈처럼 보인다. 그는 결핵균을 보유한 빈자'라는 점에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불가촉천민인 것이다. 드라큘라 서사는 이종(異種)에 대한 차별, 그리고 나쁜 피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텍스트'다.

그것은 주류가 비주류(소수자)에게 보내는 폭력의 서사이며 중심이 변방을 바라보는, 혹은 제국이 식민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주류이자, 중심이자, 제국주의자가 보기에 드라큘라는 가까이 하면 위험한 불가촉천민일 뿐이다. 조선 왕조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기록될 사도 세자'는 드라큘라'와 닮은 꼴이다. 뒤주는 드라큘라의 관이요, 쪽방'이다. 아버지 영조는 아들에게 주거지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린다. " 너는 궁원(宮園 집 궁, 동산 원)에서 살 자격이 없는 놈이다. 시궁창에서 살거라 " 그에게 내린 형벌은 뒤주라는 쪽방으로 내쫓는 것이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나는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벌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임신거부증에 걸린 임산부(-夫)에 대한 이야기'다.

 

영조는 임신거부증에 걸린 임부'다. 그가 머무는 거처는 서래마을'이며 그는 베로니크 쿠르조'이다. 그는 못난 자식의 아비란 사실을 거부한 채 아들을 궁 밖으로 쫓아낸다. 이 두 개의 서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식을 안락한 자궁(에덴 동산과 궁원)에서 내쫓는다는 데 있다. 한자 궁(宮)에는 오형(五刑)가운데 하나인 " 생식기를 없애는 형벌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宮 은 시체를 넣는 관'을 닮았다. 실제로 이 한자'에는 시체를 넣는 관이나 궤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 널 >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보다 더 " 몰락의 통증 " 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는 없다. 사도는 따순 피와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진 자궁이 아니라 나무 궤짝으로 만들어진 가짜 자궁 속에서 미숙아로 죽는다. 그는 완생(完生)이 아니라 미생(未生)이다. 

그의 사인은 사산(死産)이다. 쪽방 거주자도 이와 닮았다.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관 속에서 쥐 죽은 듯 살아간다. 달동네를 강제 철거하고 아파트를 세운 국가와 자본은 달동네 원주민을 보이지 않는 곳에 분산시켰다. 도시 빈민은 더 이상 빈민촌이나 판자촌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원룸이라는, 미니텔이라는, 리빙텔이라는, ~ 하우스라는 곳에서 산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슬럼가가 없는 이유이다. 

 




 



 

  1. 저택(邸宅) : 1. 규모가 아주 큰 집 2. 예전에, 왕후나 귀족의 집
  2. " 내 방 거실에 텔레비젼에 생겼어요 ! " , 이다인
  3. 쪽방이 고시원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었다면 고시원은 이후, '원룸텔', '미니텔', '미니 원룸', '리빙텔', '~하우스' 등으로 빈민의 흔적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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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지나가는이 2016-01-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글은 정말 좋아요. 읽다가 소름 돋았어요.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군요. 상상도 못했네요. 아니 어떻게 이런 해석을 내릴 수있죠? 사도에 대한 리뷰 중 가장 참신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 크레이지보이 아니 원더보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2: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드라큘라 생각하다가 문득 다르큘라와 사도세자가 좀 비숫한 구석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도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stella.K 2016-01-1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택이 그런 뜻이었나요?
전 무조건 크고 궁전 같은집인 줄 알았다는...
얼마 전 런던도 치솟는 월세난 때문에 보트 생활자가 늘어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언젠간 저 지경 나겠지 싶어 한숨이 나오더군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2:26   좋아요 0 | URL
대저택이라는 말은 있지만 소저택이라는 말은 없지 않습니까. 후후..
영국 보트 그거 국회의원인가 그 사람이 그렇게 산다고 하죠 ?
근데 보트 가격이 장난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고거 하나 팔면 전세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samadhi(眞我) 2016-01-1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큘라를 빈민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센 곰발님 드라큘라가 들으면 자만심 상해 목덜미를 물려고 덤벼들지도 몰라요. 목도리 하고 댕기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6:59   좋아요 0 | URL
뭐 한국 정부처럼 드라큘라 씨가 나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걸겠습니까... 마늘 잔뜩 먹어놯야 겠ㅅㅂ니다...
 
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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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적이다

 

 

국 가 는 적 이 다

- 마루야마 겐지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로 장르 문학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던 피에르 르메트르가 쓴 장편소설 << 오 르부아르 >> 는 내가 기대했던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분량이 700페이지에 육박(678쪽)하다 보니, 요즘 힘 깨나 쓴다는 진박, 친박, 정박과 비교해도 중량감에서 뒤지지 않을 뿐더러 읽다 보면 지루할 것이란 선입견은 내가 이 책을 하룻밤 만에 읽었다는 사실로 초전에 박살이 났다. 또한 장르 문학 작가가 본격 문학에 대한 욕심 때문에 < > 대신 < 도(道) > 에 집중했으리라는 예상 또한 사실을 빗나갔다. 쉽게 말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꼴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보면 때론 서사가 오래 입은 백양 메리야스 빤스 고무줄처럼 늘어지기 마련(멜빌의 << 백경 >> 을 보라)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쫀득쫀득한 젤리 같다. 박력이 넘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박력이 서사의 논리적 비약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액션 전문 배우에게 메소드 연기를 부탁하는 것은 감독의 과한 욕심에 해당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맙소사, 본격 메소드 연기를 하는 장르 액션 전문 배우라니 !  소설 줄거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살아남은 자들은 혐오했지만, 죽은 자들에 대해서는 맹렬한 추모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 358 쪽

 

전사자 국립 묘지 공공 사업 및 추모 기념비를 둘러싼 사기극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 권력과 결탁한 자본()의 추악한 시체 장사.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죽은 군인의 위대한 희생 정신을 추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파면 장삿속이다.


  

공동묘지를 만든다는 도의적이고도 애국적인 대사업은 돈이 되는 온갖 종류의 일거리들을 낳았다. 예를 들어 수십만 개의 관을 제조해야 했으니,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냥 군복으로만 감싸인 맨몸으로 흙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 179 쪽

 

 

이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관의 제조 단가를 줄이는 방법이다(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다). 또 다른 하나는 전장에서 생매장 될 뻔한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국가 사업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이다. 전후 사회는 전사자에 대해서는 국민 영웅 취급을 하지만 막상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대해서는 벌레 취급을 한다. 보자 보자 하니깐 보자기로 보는군 ! 에두아르는 이 기만과 위선 앞에서 주먹 쥐고 일어선다. 무릎 꿇고 일어설 수는 없으니까. 이제 국가와 사회를 향한 두 남자의 화려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의 사기극 위에 개인의 사기극이 겹치는 꼴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근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들었던 대목은 과연 < 국가 > 란 무엇인가, 이다.

 

 << 오르부아르 >> 라는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이 소설 제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소설 제목의 뜻도 모른 채 읽은 것이다. 원제는 << AU REVOIR LA-HAUT >> . 번역하자면 천국에서 다시 봐요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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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는 길에 휴게소들러 간식도 사 드시고 길 잃지 말고 살펴 오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15   좋아요 0 | URL
네에 알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가면 전 항상 배가 불러도 그 뭐냐... 우동 있잖습니까. 우동에 어묵 하나 있고 고춧가루 얹는... 그 우동이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고거 하나 먹고 올라가겠스비다..

이 소설 함 읽어보세요. 허벌나게 재미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26   좋아요 0 | URL
ㅎ 저는 어묵하고 핫바를 꼭 먹게 됩니다. 요즘은 커피까지 추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먹는 락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추천하시는 겁니까? 꼭 읽어 보겠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31   좋아요 0 | URL
절대 추천작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장르 문학으로도 손색이 없고 본격 문학으로도 수색이 없습니다. 본격 문학 위주로 뽑는 공쿠르가 왜 이 소설을 뽑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0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딴 생각만 하는 저는 딴 길로 새는 거 참 좋아해요^^ 어릴 땐 강제주입식 교육 때문에 국가주의에 사로잡혀서 저도 모르는 반공의식과 애국심(?)에 도취됐었죠.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전두환 문어머리가 나왔었고. 그때는 그런 사람이 대단한 대통령인 줄 알았지요.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박정희식 우리는 국가와 민족중흥의... 이걸 외우는 세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에게도.

이제는 굳이 국가가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느 나라에 속하든 무관할 것 같구요. 행복지수가 높고 그걸 귀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살 만 하겠지만. 시민을 핫바지로 아는 남의 나라 출신(?) 권력자들이랑 한 조직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짜증이 솟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9:17   좋아요 0 | URL
제가 틈만 나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까는 이유는 국가가 백성에서 주입한 강령인 가족주의를 신경숙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오이시드 회원국이라면 모든 것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안전장치가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죠. 물난리 나보십시오. 한국인 길바닥에 주자앉아 대성통곡합니다. 일본과는 대조적이죠. 왜냐,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으니 한순간에 망한 꼴이니 우는 겁니다. 복지 사회일수록 어떤 재난 앞에서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죠. 오히려 추모의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 부를 축적했다면 백성들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하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죠...

기억의집 2016-01-09 10:22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세대인데, 진짜 박정희 죽을 때 울면서 학교 가고 전두환이 위대한 대통령인 줄 알고 자란 세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요. 울 남편은 경상도라 대학 들어와 전두환 욕할 때 저거 빨갱이 새끼들!!! 이랬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나이 들면서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두환이와 정희가 언론 통제는 참 잘했어요. 대단함~

기억의집 2016-0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왜 우리는 유럽과 다른가? 그들은 권력 쥔 자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안정적이고 행복하게 할 수 잇을까 고민을 하는데 왜 아시아는 비정규직만 늘릴 생각을 할까? 왜 유럽인들은 히틀러 시대에 통렬하게 반성하는데, 아시아인들은 일본인이 저지른 만행을 돈 몇푼에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사과 아닌 사과로 끝내려하는가? 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 열등적일까? 하는 생각이요. 잘 못 된 생각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5   좋아요 0 | URL
이게 바로 국=가를 동일한 가치고 여기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책을 보니 서구와 아시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서구 십대들은 부모 세대를 비판하면서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의 문화라고 말이죠. 즉, 대학생이 되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해방되었다.. 이런 서사로 진행이 되는 반면 아시아는 반대로 부모를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이게 결정적 문화 차이라고 하더군요. 한쪽은 아버지 뻑유 먹어.. 이고 한쪽은 아버지 그리워요.. 입니다.

우리는 국가는 상징적 아버지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권력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아버지를 비판하는 거죠. 그렇기에 용서하자고 말힙니다. 아버지를 비판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북깨비 2016-01-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확 질렀습니닷! 집에 안 읽은 책들 무지 많은데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0 12:29   좋아요 0 | URL
쌓아두면 언젠간 읽겠지요. 책이 좋은 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십 년 뒤에 읽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듯합니다.

수다맨 2016-01-13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일품이고, 곰곰발님께서 이렇듯 강추를 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땡스투 누르고 지금 바로 구입했습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1:59   좋아요 1 | URL
극렬 추천작입니다. 몰입도 갑입니다..... 근데 아직도 탱스투가 있습니까 ? 몰랐네.. ㅎㅎ

붉은돼지 2016-01-14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생도 오르부아르 주문했어요. 곰발님께 땡스투 했습니다. ^^
어째 살림살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3:20   좋아요 2 | URL
^---------------------------------------- ^

제 입 보셨죠 ? 찢어지는 중입니다....

살리미 2016-02-1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하룻밤만에 다 읽으셨다구요??
제가 진작 이 리뷰를 못 읽은게 한이 됩니다 ㅋ
한 며칠 모든 뉴스 끊고 지내다 돌아왔더니 역시나 나라 꼴이...... 에효ㅠㅠ
복잡한 마음으로... 저도 땡스투 누르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5 15:14   좋아요 0 | URL
박근혜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같습니다.
그냥 3#$@#%$#^^$#$^ 같습니다.
대한민국 망한 것 같아요..


+

책 재미있씁니다.
 

 

 

 

 











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대, 연립, 그리고 알박기(고립)  


                                                     

http:// 1boon.kakao.com/h21/poverty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

 

 

작년에 이사를 두 번이나 했다. 평균 전세 거래가 집값의 80% 선(부동산 중계업자의 말에 의하면 집값의 90% 선에서 전세가 책정되기도 한단다)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니까 전세 가격이나 그 전세를 내놓은 집 가격이나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미친 전세'라는 과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전에 살던 집 전세금'보다 2배나 많은 돈을 지급했지만 이사한 집 평수는 전에 살던 곳에 비해 절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내 동선이 1/2로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축소된 만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전세 대란'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도보 10분 안에 모두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옆에 백화점이 있고, 백화점 옆에 영화관이 있고, 영화관 옆에 관공서(구청, 보건소, 문화원 따위)가 있어서 편리한 점이 많았다.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내가 사는 동네는 중산층과 서민 사이의 계층이 사는 곳처럼 보였다. 여기서 잠깐, 동네 풍경을 잠시 기술해야 될 것 같다.  동네의 90%를 차지하는 주택 형태는 < 연립주택 > 이었다. 20년 전부터 빌라 건축 붐이 일면서 단독 주택(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지 면적이 100평이 넘는 연립 주택을 건설해서 이 동네는 연립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게 되었다. 이 동네 빌라들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이 되지 않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몇 개월 살다 보니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세 구멍가게가 너무 많은 것이다.

중산층이 사는 동네인가 아닌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반경 100미터 이내에 구멍가게가 몇 개나 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가난한 주거 환경일수록 구멍가게 수가 많다. 내가 내린 기준에 의하면 < 반경 100미터 이내에 구멍가게가 5개 이상1 > 이면 그 지역은 가난한 서민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내가 사는 동네는 중산층 거주 밀집 지역이 아니었다. 소주 가격 인상에 인상을 찌푸리는 서민이 모여 사는, 서민형 달동네였던 것이다. 기존의 달동네와 차이가 있다면 언덕에 군락을 이룬 달동네가 아니라 평지에 군락을 이룬 달동네라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내가 사는 동네가 중산층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착각했을까 ? 

건물 외양 때문이었다. 빌라 한 채는 대지 면적이 백 평'이 넘는 규모였지만 그 빌라 한 채 안에 마련된 십여 채의 주거 환경은 10평 내외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 10개가 들어간 경우'다. 백 평이 넘는 빌라가 우뚝 솟아 있으니 시각적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나는 이 착시 현상 앞에서 무릎 탁, 치고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했다. 머릿속 번개'가 번쩍했다. " 대한민국 집권 세력, 머리 좋구나. 시부랄 새끼들 ! "   한국에는 " 슬럼(도시 빈민화) " 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자 나라 미국에는 뉴욕 할렘이 있고,  프랑스에도 방리유가 있는데 대한민국은 슬럼가'라고 지시할 만한 " 만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화약고 " 가 없다.

슬럼의 초기 형태였던 < 달동네 > 가 서울에서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이다. 달동네 하면 떠오르는 < 봉천동 > 이나 < 사당동 > 이미 아파트 촌이 된 지 오래이다.  달동네 판자촌에 모여 살던 도시 빈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이 생겼다. 빈부 격차가 심할수록 슬럼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슬럼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그 해답은 이웃이 링크'를 건 글 속'에 있었다.  글이 길지만 내용이 알차고 진솔하다는 점에서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 대한민국에는 왜 슬럼가가 없는가 ? > 에 대한 해답처럼 보였다. 대한민국 주택 정책은 뉴욕 할렘이나 프랑스 방리유처럼 빈민들이 한 장소에서 군락을 이루지 못하도록 했다.

왜냐하면 슬럼화는 폭동이나 범죄 따위의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도시 미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기에 집권 세력은 빈민을 한 장소에 < 집결 > 하는 방식보다는 < 분산 > 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나는 이 방식을 < 풍요 속의 빈곤 ㅡ 정책 > 이라고 명명하겠다.  좋은 예'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임대 아파트'다. 건설사는 달동네를 허물고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달동네 세입자를 위한 임대아파트 1동을 지어야 한다. 그러니까 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파트 10동에 영구 임대 아파트 1동이 지어지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단지 내 주민'이지만 속내를 파고 들면 단지 내 입주민의 임대 아파트 거주자에 대한 차별은 노골적이다.

 

그들은 임대 아파트 주민을 투명인간化시키기 위해서 분리 정책을 펼치기 일쑤'다. 정문을 통한 단지 내 출입을 막고, 대신 뒷문을 통해 출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신문 따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임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주민'한테서 직접 들은 말이었다. 그들은 단지 내 21세기 불가촉천민인 셈이다. 차별에 대한 항의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다수이면서 강자이며 자신보다 부자들이니깐 말이다. 이렇듯 단지 내 임대 아파트 주민은 단지 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 주택 정책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정상적인 주거 환경 속에 빈민을 박는다. 일종의 < 알박기 > 인 셈이다. 그들은.......     쥐 죽은 듯이 산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연립주택으로 구성된 동네도 이와 비슷한 " 알박기 - 정책 " 이 펼쳐진다. 아파트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단지'라는 공간은 생활 환경이 비슷한 사람들의 연립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단지 내에 그들과는 다른 빈곤 계층이 살 수 있는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듯이, 연립 주택 안에도 빈곤 계층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반지하와 옥탑'이다. 빈민은 바로 이곳에 산다. 그들은 연립 주택 주민 가운데에서 소수자이다. 그들은 연립주택 주민보다 작은 공간에서 살기에는 지나치게 낮거나 지나치게 높은 곳에 산다. 있는 듯, 없는 듯....... 쥐 죽은 듯. 이러다 보니 빈민은 동네마다 곳곳에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빈민을 철저하게 < 투명인간화 > 시킨다. 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집권 세력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 빈곤 고립 정책, 일명 알박기 > 는 매우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빈민들이 뭉치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생활 환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연립하며 영역 표시를 할 때 사회로부터 소외된 빈민은 더욱 고립되어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향심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지역구 선거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한국 정치가 노린 대목이다. 나쁜 점은 쥐새끼처럼 배우는구나.  대한민국 정치가를 두고 하는 소리다. 국가는 국민에게 애국을 강요한다. 하지만 국민은 법 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멸할 자유가 있다. 대한민국 좆같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빈민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한 치 앞이 어둠이다. 그들을 향한 위로는 없다. 채찍만 있다. 기득권은 그들에게 등을 떠민다. 그들에게 조은 시인의 < 지금은 비가 > 에 나오는 시 한 구절을 보낸다.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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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OKU 2016-01-0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가 지적했듯이 권력은 `우리`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집권 세력은 오늘날의 빈민을 그들의 틈바구니에 고립시키는 방식을 선택한 듯합니다. 서로의 스티그마를 확인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곰곰발님 말마따나 도시 미화 효과에도 이만한 게 없겠죠. 요즘 <레드라이징>이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데 여기 지배 계층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사는지 나오더군요. 참 `시부랄 새끼들`이 따로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6 09:56   좋아요 0 | URL
사실 사전을 찾아보면 옥탑방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냥 옥탑입니다.
왜 사전에 없냐면 옥탑밥은 건축법 위반입니다.
법적으로 불법 주거인 것이죠. 하지만 눈 감는 식.... 빈민들은 대부분 특정 방리유가 아니라
이런 곳으로 분산 처리되는 것이죠. 동네의 소수가 되는 겁니다.


samadhi(眞我) 2016-01-0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볕 들지 않는 반지하방, 칙칙한 냄새 끈적한 방바닥. 다세대주택에 살던 시절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중충한 색깔이죠.
우리동네는 그 구멍가게조차 다 문을 닫아 문 연 곳이 마트랑 미용실 세탁소 딱 세 군데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공항근처라 주민들이 죄다 이사가버려서 밤에 불 꺼진 빈집들이 즐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08   좋아요 0 | URL
사실 미용실이나 구멍가게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꾸릴 수 있는 영업 형태잖아요....
부촌을 가면 그 동네에 미용실 거의 없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 안 하잖아요. 이대 근처를 가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좀 삭막하겠네요. 불꺼진 동네라...
 

 

 

 

 

 

 

 

 

 

 

 

 

 


 

 

 

 

 

 


 

 

 

 

 

 

보수의 전략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잘못됐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 봐야지. 그래서 내가 한국을 뜨게 된 거야.
ㅡ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11쪽 요약 발췌 편집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 집권 " 을 하게 되면 " 장기 집권 " 을 꿈꾸게 된다. < 집권 > 이라는 단어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集權 : 모을 집 + 권력 권)이고 다른 하나는 執權 : 잡을 집 + 권력 권)이다1. 나는  처음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의 한자 조합이 集權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전제주의와는 달리 삼권분립이라는 장치로 권력 독점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 해도 그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표일 뿐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집권 여당, 집권 세력, 장기 집권이라는 표현을 쓸 때 사용하는 집권은 바로 執權 이다. 화장실에서 똥을 누며 사전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서로 힘(권력)을 규합한 형태인 集權과 단순하게 힘(권력)을 잡은 執權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  의문점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나와 책상 앞에 앉아 조사해 보리라. 성급한 마음이 내 항문에 무리한 압력을 가했다. 치질학과 지질학의 공통점은 압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데 있다.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다.  한자 < 執 : 잡을 집 > 은 幸 : 쇠고랑 행'과 丮 : 잡을 극(꿇어 앉아 두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이 결합한 합자(合字)다. 결국 집권이란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여 무릎 꿇린 다음 두 손을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 민주적 한자 조합인 셈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저지르는 패악을 떠올리면 이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행간이 절묘하다는 생각 때문에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시민의 두 손뿐만 아니라 두 발, 나아가 입도 꿰맬 기세'다. 안철수가 화장실에서 이 두 단어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발견했다면 탈당이라는 결심은 포기했을 것이다. 야권은 생래적으로 힘이 약한 集權 세력이다. 힘이 약하다 보니 執權 세력과 싸우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 김근태 의원이 < 야권연대 > 만이 살 길이라고 외친 이유이다. 작은 힘을 모아, 모아, 모아, 모아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러한 연대를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혼자 싸우리라 !  이런 병법은 백전백패'다.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은 < 물방울 > 이 아니라 < 물방울ㅡ들 > 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  권총 든 상대방을 상대로 물총으로 싸우겠다는 판단. 장강명 소설 << 한국이 싫어서 >> 에 나오는 계나의 독백을 빌려서 안철수의 속내를 까발리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

 

" 왜 새민련'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 새민련이 싫어서 .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비록 정당을 만든 창업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잘못됐어? () 난 정말  경쟁력이 없는 민주당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야.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막 그런 걸 따져.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 봐야지. 그래서 내가 새민련을 뜨게 된 거야. "

소설 속 계나와 안철수는 닮은 구석이 있다. 그들은 톰슨가젤과 연대하여 사자와 맞짱을 뜰 전략을 짜기보다는 우리 밖으로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계나의 도주는 애국심 따위는 없다는 태도인 반면 안철수는 애국심 때문에 도망쳤다고 고백한다. 안철수가 내세운 탈당 명분은 거창했다. 새누리의 집권을 막겠단다. 톰슨 가젤 무리가 우르르 몰려다니며 사자의 먹잇감이 되는 꼴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무리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이 백 배는 더 위험한 행동이다. 무리에서 벗어난 톰슨가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생존확률로 보았을 때 단독자보다는 무리 속에서 생활하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 톰슨가젤 한 마리의 죽음은 톰슨가젤 전체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배부른 사자'는 코 앞에 먹잇감이 있어도 사냥을 하지 않으니까.

톰슨가젤 무리가 100마리'라고 했을 때, 자신이 죽을 확률은 1/100'이다. 반면 무리에서 벗어난 톰슨가젤이 사자 무리를 만났을 때 죽을 확률은 ? 톰슨가젤의 최고 속도는 80km/hr이다. 사자도 최고 속도는 80km/hr이다. 그런데 어쩌나 ?  사자는 사냥을 할 때 무리끼리 합동 사냥 전술을 편다. 톰슨 가젤이 1000미터를 존나게 달릴 때 사자 열 마리는 각자 자신이 맡은 100미터만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서로 협력하여 바톤 터치를 하는 것이다. 지치는 것은 사자가 아니라 톰슨가젤이다. 무리에서 벗어난 톰슨가젤이 죽음의 경주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안철수를 보면 자꾸 톰슨가젤이 떠오른다. 연대(集權) 없는 執權은 불가능하다. 김영삼은 3당 합당을 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김대중은 JYP연대로 정권을 잡았으며, 노무현은 정몽준과의 연합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모든 것은 연대의 힘이었다. 진보가 정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보는 장기 집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보수가 집권하게 되면 진보 세력보다 장기 집권 할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 밥그릇 > 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밥그릇 크기를 줄이는 한이 있어도 밥그릇 수를 늘리는 정책을 편다. 그것이 진보의 기본 자세'다. 예를 들면 밥이 모자라면 밥 한 숟가락씩 덜어서 100개의 밥을 만드는 것이다. 보수도 겉으로는 밥그릇 크기를 줄여서 밥그릇 수를 늘리자고 말은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오히려 밥그릇 수를 줄인다.

그렇다면 < 밥그릇 수를 줄이는 게 왜 보수의 장기 집권에 유리 > 할까 ? 사람 수에 비해 밥그릇이 줄어들면 " 경쟁 " 이 발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밥그릇 수를 더 많이 줄이면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된다. 밥그릇 수를 줄일수록 상황은 " 발등에 떨어진 불 " 이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 " 앞가림 " 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주변을 돌볼 여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서로 이편 저편 나뉘어서 싸우게 된다. 보수 집권 세력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의 단단한 연대(集權)보다는 노동자 간 분열(分裂)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분열 정책을 펼친다. 이명박근혜는 밥그릇을 모자랄 정도로만 공급한다. 그러면 젊은 세대들은 모자란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싸우게 된다.

연대의 힘은 그만큼 약해지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으로 시작해서 지역 간 갈등, 심지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골도 깊다. 어디 그뿐인가 ? 로스쿨 학생과 고시생 간에도 감정의 골이 깊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향한 증오(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현상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이데올로기 갈등에서 밥그릇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보수 집권 세력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만들어놓은 세계다. 장기 집권을 꿈꾸는 보수 집권 세력 입장에서는 백성이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1. 전자는 권력을 한군데로 모음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권세나 정권을 잡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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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1-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립심이 의외로 강하잖아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줄부터 긋고, 쫓아내거나 나가라고 그러고.
그러니 이참에 독립하자. 뭐 그래서 떨어져 나와서 교회도 세우고, 회사도 만들고,
무슨 당도 만들고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연대나 연합이 잘 안 되는 민족성을 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통일 반대론도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5 11:14   좋아요 0 | URL
이게 독립심일까요 ? ㅎㅎㅎㅎㅎㅎㅎㅎ
독립심의 발현이라면 환영합니다만.....

그런데 사실 이 나라 정치는 연합을 잘하비다. 3당합당도 그렇고 제와이피연대도 그렇고, 노무현 + 정몽준 연합도 그렇고 말입니다....

5DOKU 2016-01-0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룸 토론을 봤습니다. 알맹이 없는 말만 해대는 안철수 측 패널을 보니 그냥 절망적이더군요. 어찌나 그리도 똑같은 사람들끼리 뭉쳤는지.... 곰곰발님의 비유에 따라 `새민련이 싫어서` 나갔다면 최소한의 비전(살겠다)은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없어요. 구구절절 진부한 말만 읊어대는데 결국은 그냥 `새민련이 싫어서` 나간 겁니다. 계나는 솔직하기라도 했지요. 물론 아직 신당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는 건 무리겠지만 뭐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5 11:15   좋아요 0 | URL
안 봐도 비디오죠... 뭐. 저는 소설 속 계나를 지지합니다. 애국 따위는 개나 줘야 합니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억압한다면 말이죠... 이제는 뒷방 늙은이들이 애국, 애국, 애국하는 거에 질렸습니다.
 

 

 

 

 

 

 

 

 

 

 

 

 

 

 


   

포스터맨은 밸을 두 번 버렸다

 

                                                                      군 입대 전, 잠시 영화사에서 일한 적 있다. 말이 좋아 < 사원 > 이었지, 사실은 사환(使喚), 급사, 웨이터, 보이, 충무로의 심부름꾼 아이 혹은 어이 ! ” 라고 불리던 애송이. 아,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어느 날, 사장이 나를 부르더니 전봇대나 벽에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 쪽 > 팔려서 손사래를 치려고 하는 순간, 사장 입에서 꽤 근사한 하루 품삯이 튀어나왔다. 열흘 정도 고생하면 한 달 월급 정도는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또한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이니 투잡이 되는 셈이다. 사장이 품삯을 제시하는 순간, 나는 파리를 낚는 두꺼비처럼 냅다 하겠다고 소리쳤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포스터맨 라이프 ”.  퇴근하면 도시의 하이에나가 되어서 불야성 같은 번화가 전봇대나 벽에 포스터를 붙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왜 이 일이 단가가 높은지 알 수 있었다. 포스터를 붙일 만한 전봇대나 벽은 이미 다른 연극 포스터나 영화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 뜨고 두리번거리다가 포스터를 붙일 만한 담벼락을 발견하게 되면  가게 담벼락 주인이 나타나 지랄을 한 적도 있고, 학교 안전 거리 내 유해 광고를 붙였다고 경찰서에 끌려간 적도 있으며, 포스터 위에 덧발랐다고 동종 포스터맨에게 삿대질을 당한 적도 있었다. 이럴 때는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열흘 동안의 포스터맨 생활을 하면서 밸(배알)을 두 번 버렸다. 토끼가 심장을 숲에 두고 나왔듯이. 고생 깨나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 내가 절실히 깨달았던 것은 간절히 원하면 보인다는 점이었다.

평상시에는 거리를 걸을 때 담벼락을 의식한 적이 없었는데, 포스터맨 생활을 열흘 정도 하다 보니 거리의 담벼락만 보였다. 영화에서 남자가 첫눈에 사랑에 빠질 때 그 여자만 선명하게 보이고 주변은 온통 화이트 아웃 되는 효과와 비슷했다. 그렇다. 내 눈에 너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경험이다. 배가 고픈 사람 눈에는 빵집만 눈에 들어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내 눈에는 담벼락밖에 안 보였다. 나는 담벼락에게 외쳤다. “ 오갱끼데스까... 와따시와 갱끼데스 ! ” 하물며 몇 십 년을 한 분야에 몰두한 학자라면 오죽 할까. 여성학을 공부한 정희진은 O헨리의 << 크리스마스 선물 >> 이라는 단편에서 남녀의 성차를 읽어낸다.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다시 펼치니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짧은 분량에 이토록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새삼 문학과 철학의 경계가 따로 없구나 싶다. 대단한 장편(掌篇)이다. 스물두 살의 가난한 부부 짐과 델라.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것을 팔아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성탄절 선물을 한다. 델라는 머리카락을, 짐은 시계를 팔지만 그들이 받은 선물은 이제는 소용없는 머리빗 세트와 시곗줄. 나는 두 가지가 걸렸다. 하나는 가난한 남성은 물건을 팔지만, 가난한 여성은 몸의 일부(머리카락)를 파는(팔 수 있는) 현실. 이것이 성매매가 성별 중립적이지 않은 이유다. 선물을 사기 위해 매혈하는 남성은 드물다. 게다가 델라의 머리카락 묘사는 남성들의 판타지가 투사된 듯 사뭇 관능적이다. “지금 델라의 아름다운 머리채는 갈색의 폭포처럼 잔잔하게 흔들리며 몸 주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무릎 아래까지 흘러내려 마치 긴 웃옷같이 되었다.”(335)

한겨레 칼럼, 정희진의 어떤 메모 2015. 12.18

    

 

정희진은 << 크리스마스 선물 >> 에서 인류의 오랜 불평등을 읽어낸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기는 하나, 또 한편으로는 정희진이기에 가능한 신선한 접근이기도 하다. 정희진의 지적대로 남자는 < ()의 부분 > 을 팔아서 머리빗을 사고, 여자는 < ()의 부분 > 을 팔아서 시곗줄을 산다.   재미있는 사실은 머리빗이 미용 도구라는 점에 있다. 여성의 긴 머리는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오브제요, 로망이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숱이 많고, 부드러우며, 윤기가 흐르는 긴 머리카락은 젊음과 건강을 알려주는 지표. 이 말은 곧 좋은 번식 능력을 가진 여성 이라는 증거가 된다. << 라푼젤 >> 이라는 동화에서 왕자가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도 긴 머리키락이 가지고 있는 좋은 유전자에 대한 무의식적 인식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자 인형을 봐도 그렇다. 못난이 인형은 대부분 헤어스타일이 짧고(양배추 인형을 보라), 예쁜 여자 인형은 머리카락이 길다. 모발과 성적 판타지는 김훈의 << 언니의 폐경 >> 에서도 나온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의 속옷에 가끔씩 여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다. 염색기가 없는 통통하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었다 끄트머리까지 힘이 들어 있었다 겨울 속옷의 섬유 올 틈에 파묻힌 머리카락을 손톱으로 떼어내자 더운 방바닥 위에서 머리카락은 탄력을 받고 꿈틀거렸다.

- 언니의 폐경,32

 

김훈은 번식 능력을 상실한 여자(언니의 폐경)와 대조되는 오브제로 염색기가 없는 통통하고 윤이 나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 탄력을 받고 꿈틀거 리는 머리카락을 전면에 내세운다. 무시무시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진화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긴 머리 여성은 상품 교환 가치가 매우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존재다. 인류의 역사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 자원 획득 잠재력 > 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자원 획득 잠재력 이 높다는 것은 < 위너 > 이고, 낮다는 것은 < 루저 > 라는 뜻이다. 싸워서 이기는 놈이 더 많은 먹이를 차지한다. 그리고 위너와 루저가 확립되면 자원 획득 잠재력이 떨어지는 놈은 이래저래 먹이를 상납해야 한다.

자원 획득 잠재력이 높은 놈은 상대방과 싸워서 먹이를 빼앗기도 하지만, 피의 숙청 없이도 루저의 자발적 헌납으로 먹이를 획득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가진 놈은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고 없는 놈은 탈탈 털리게 된다. " 내가 탈수기냐옹! " 여기서 자원은 먹이나 재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밀림의 왕 사자 수컷은 수많은 암컷을 거느린다. 인간 세상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는 가난한 자보다 더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할 수 있다. 남성에게 있어서 재화의 획득은 권력과 미녀를 얻을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강력한 한 방이다. 반면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 무기이다. 자고이래로 여성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재화를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 크리스마스 선물 >> 에서 남자와 여자가 팔 수 있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성매매란 결국 경제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 성매매 문제를 단순히 윤리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성매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성산업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위험한 직업군에 속한다. 성매매란 속을 열고, 염통 꺼내 놓고, 배알도 꺼내 놓아야 하는 일이다. 배알 꼴리는 일이 어디 성매매뿐이랴. 승자 독식 사회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배알이 꼴려도 염통 꺼내 놓고 굽신거려야 할 세상이다. 싸장님의 원 펀치에 쓰리 강냉이(이빨)가 털려도 말이다. 네네, 알겠습니다요. 몽고 간장 공장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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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1-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진자는 사람의 자존을 사고 그이들을 비굴하게 만드는 데 비용을 지불하죠. 그것이 권력이라 착각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29   좋아요 0 | URL
두산 보십시오. 야구 볼 때마다 그놈의 사람이 미래다, 라는 광고가 허벌나게 많이 나와서 도대체 저 그룹은 기업 이미지 광고에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것을까, 라는 생각이 야구 볼 때마다 들었는데 막상 자기네 신입사원 처우는 개판이었나 봅디다.

samadhi(眞我) 2016-01-03 23:24   좋아요 0 | URL
삼성도 선경(sk)도 마찬가지죠. 제가 오뚜기랑 매일 제품을 맛 없다고 구매를 꺼려했는데 이 나라의 몇 안 되는 좋은 기업이라 앞으로 애용하고자 합니다. 입에 맞는 것들은 그 만큼 착취해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제 남편의 말에 일리가 있다 여겨지네요.
우수한 상품 뒤에 노동착취가 자리하고 있으리라는 생각.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4 09:12   좋아요 0 | URL
선경... ㅎㅎㅎㅎㅎㅎㅎ 아, 선경에서 빵 터졌습니다. 마자마자.. 엣날에는 선경이었죠. 아, 이걸 깜빡 잊고 있었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01-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머리에 대한 성적 판타지군요. 여자가 결혼하고 나이가 들면서 여자가 머리를 자르는 것은 성적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는거군요~ 물론 최선을 다해 유지하는 여자들도 있지만요.
남자들의 긴 생머리에 대한 환상은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었을까요 ~ 탐스러운 머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알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31   좋아요 0 | URL
저도 머리를 길러봐서 압니다. 이게 보통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게 아닌니다. 더군다나 겨울에 머리 감고 나가면... (말릴 시간이 업ㅅ잖아요..) 여성들이 결혼하면 왜 머리를 파머하는지 알겠더군요....
종종 그런 생각은 합니다. 긴머리 관리는 남자가 원해서 일까, 아니면 스스로 긴머리가 마음에 들어서일까.. 하고 말이비다.

표맥(漂麥) 2016-01-0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딜 내놔도 손색없는 글... 읽는 순간이 즐겁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32   좋아요 0 | URL
손색없는 글이라는 표현에 함박웃음을 ^---------------- ^

세실 2016-01-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픈 화이트 아웃...
문득 곰발님은 지금까지 몇개의 직업을 가졌을까 궁금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33   좋아요 0 | URL
큰 줄기는 다 한통속이었고 나머지는 그 줄기의 세컨드이니 뭐... 많은 직업은 아닙니다..ㅎㅎ

stella.K 2016-01-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늘은 곰발님의 글이 이해가 가지 않네요.
왜 곰발님 얘기가 나왔다 갑자기 정희진 얘기가 나오는지는 건지...?

전 폐경이란 말도 남자의 언어란 생각이 들어요.
폐경인 여자는 더 이상 여자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처럼.
누가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고 하던데 그게 맞는 말은 아닐까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35   좋아요 0 | URL
아 누가 정희진 논리가 비약이라고 해서, 한곳에 눈을 팔면 그쪽만 보인다는 걸
말하기 위해 쓰다 보니 그리 되었네요...

폐경이 확실히 남성적 시선이죠.

수다맨 2016-01-0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이 여성을 작중에서 형상화하는 전략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또다른 단편인 `화장`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성적 매력이 제거된 모습(말라버린 질, 메마른 음모 등)으로 철저하게 묘사되는 반면에 주인공이 사모하는 여인인 추은주는 수사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되고 있죠. 바로 이 때문에 김훈이 `마초`나 `남근주의자`로 공격받는데ㅡ틀린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ㅡ그보다 남성 작가들 대다수가 이런 이중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저께는 댁에 잘 들어가셨는지요? 덕분에 잘 마셨습니다. 언제 한번 또 뵙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37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의 지적이 맞습니다. 김훈은 마초이고 남근주의자 같습니다. 언제 한번 김훈을 까도록 하죠...ㅎㅎㅎ
수다맨 님에게 귤( 요 귤이 무진장맛있어서 챙겼는데)을 줄려했는데 술 마시다 보니 깜빡했네요....
근데 역시 그날 먹은 닭도리탕은 진짜 맛이 없더군요... 복잡거려도 계림으로 갔어야 하는데.. 제가 워낙 북적거리는 식당을 싫어하는지라....

만병통치약 2016-01-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가 아니라 터맨이었군요^^ / 전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평생비슷한 머리를 하고 다녔는데 딱 한번 조금 길러서 파마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기르기 전까지가 가장 고통스럽더군요. / 성매매는 이쪽말도 맞는것 같고 저쪽말도 맞는것 같고 어렵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21:45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 때 중처럼 삭발한 적 있습니다. 면도기로 박박 밀었죠. 선생이 머리 길다고 잡아당기면서 이발하라고 해서 홧김에 다음날 삭발을... 그 선생에게 죽도록 맞았습니다. 반항하냐고 말이죠....
길다고 지랄, 깎았다고 지랄... 하튼 그땐 제 정체성의 혼돈 시대였습니다. 삭발 후 다시 기르기까지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목은 말장난입니다..ㅎㅎ 포스트맨 - 포스터맨으로, 벨-밸(배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