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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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적이다

 

 

국 가 는 적 이 다

- 마루야마 겐지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로 장르 문학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던 피에르 르메트르가 쓴 장편소설 << 오 르부아르 >> 는 내가 기대했던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분량이 700페이지에 육박(678쪽)하다 보니, 요즘 힘 깨나 쓴다는 진박, 친박, 정박과 비교해도 중량감에서 뒤지지 않을 뿐더러 읽다 보면 지루할 것이란 선입견은 내가 이 책을 하룻밤 만에 읽었다는 사실로 초전에 박살이 났다. 또한 장르 문학 작가가 본격 문학에 대한 욕심 때문에 < > 대신 < 도(道) > 에 집중했으리라는 예상 또한 사실을 빗나갔다. 쉽게 말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꼴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보면 때론 서사가 오래 입은 백양 메리야스 빤스 고무줄처럼 늘어지기 마련(멜빌의 << 백경 >> 을 보라)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쫀득쫀득한 젤리 같다. 박력이 넘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박력이 서사의 논리적 비약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액션 전문 배우에게 메소드 연기를 부탁하는 것은 감독의 과한 욕심에 해당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맙소사, 본격 메소드 연기를 하는 장르 액션 전문 배우라니 !  소설 줄거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살아남은 자들은 혐오했지만, 죽은 자들에 대해서는 맹렬한 추모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 358 쪽

 

전사자 국립 묘지 공공 사업 및 추모 기념비를 둘러싼 사기극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 권력과 결탁한 자본()의 추악한 시체 장사.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죽은 군인의 위대한 희생 정신을 추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파면 장삿속이다.


  

공동묘지를 만든다는 도의적이고도 애국적인 대사업은 돈이 되는 온갖 종류의 일거리들을 낳았다. 예를 들어 수십만 개의 관을 제조해야 했으니,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냥 군복으로만 감싸인 맨몸으로 흙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 179 쪽

 

 

이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관의 제조 단가를 줄이는 방법이다(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다). 또 다른 하나는 전장에서 생매장 될 뻔한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국가 사업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이다. 전후 사회는 전사자에 대해서는 국민 영웅 취급을 하지만 막상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대해서는 벌레 취급을 한다. 보자 보자 하니깐 보자기로 보는군 ! 에두아르는 이 기만과 위선 앞에서 주먹 쥐고 일어선다. 무릎 꿇고 일어설 수는 없으니까. 이제 국가와 사회를 향한 두 남자의 화려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의 사기극 위에 개인의 사기극이 겹치는 꼴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근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들었던 대목은 과연 < 국가 > 란 무엇인가, 이다.

 

 << 오르부아르 >> 라는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이 소설 제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소설 제목의 뜻도 모른 채 읽은 것이다. 원제는 << AU REVOIR LA-HAUT >> . 번역하자면 천국에서 다시 봐요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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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는 길에 휴게소들러 간식도 사 드시고 길 잃지 말고 살펴 오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15   좋아요 0 | URL
네에 알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가면 전 항상 배가 불러도 그 뭐냐... 우동 있잖습니까. 우동에 어묵 하나 있고 고춧가루 얹는... 그 우동이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고거 하나 먹고 올라가겠스비다..

이 소설 함 읽어보세요. 허벌나게 재미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26   좋아요 0 | URL
ㅎ 저는 어묵하고 핫바를 꼭 먹게 됩니다. 요즘은 커피까지 추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먹는 락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추천하시는 겁니까? 꼭 읽어 보겠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31   좋아요 0 | URL
절대 추천작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장르 문학으로도 손색이 없고 본격 문학으로도 수색이 없습니다. 본격 문학 위주로 뽑는 공쿠르가 왜 이 소설을 뽑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0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딴 생각만 하는 저는 딴 길로 새는 거 참 좋아해요^^ 어릴 땐 강제주입식 교육 때문에 국가주의에 사로잡혀서 저도 모르는 반공의식과 애국심(?)에 도취됐었죠.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전두환 문어머리가 나왔었고. 그때는 그런 사람이 대단한 대통령인 줄 알았지요.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박정희식 우리는 국가와 민족중흥의... 이걸 외우는 세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에게도.

이제는 굳이 국가가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느 나라에 속하든 무관할 것 같구요. 행복지수가 높고 그걸 귀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살 만 하겠지만. 시민을 핫바지로 아는 남의 나라 출신(?) 권력자들이랑 한 조직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짜증이 솟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9:17   좋아요 0 | URL
제가 틈만 나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까는 이유는 국가가 백성에서 주입한 강령인 가족주의를 신경숙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오이시드 회원국이라면 모든 것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안전장치가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죠. 물난리 나보십시오. 한국인 길바닥에 주자앉아 대성통곡합니다. 일본과는 대조적이죠. 왜냐,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으니 한순간에 망한 꼴이니 우는 겁니다. 복지 사회일수록 어떤 재난 앞에서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죠. 오히려 추모의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 부를 축적했다면 백성들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하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죠...

기억의집 2016-01-09 10:22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세대인데, 진짜 박정희 죽을 때 울면서 학교 가고 전두환이 위대한 대통령인 줄 알고 자란 세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요. 울 남편은 경상도라 대학 들어와 전두환 욕할 때 저거 빨갱이 새끼들!!! 이랬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나이 들면서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두환이와 정희가 언론 통제는 참 잘했어요. 대단함~

기억의집 2016-0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왜 우리는 유럽과 다른가? 그들은 권력 쥔 자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안정적이고 행복하게 할 수 잇을까 고민을 하는데 왜 아시아는 비정규직만 늘릴 생각을 할까? 왜 유럽인들은 히틀러 시대에 통렬하게 반성하는데, 아시아인들은 일본인이 저지른 만행을 돈 몇푼에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사과 아닌 사과로 끝내려하는가? 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 열등적일까? 하는 생각이요. 잘 못 된 생각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5   좋아요 0 | URL
이게 바로 국=가를 동일한 가치고 여기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책을 보니 서구와 아시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서구 십대들은 부모 세대를 비판하면서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의 문화라고 말이죠. 즉, 대학생이 되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해방되었다.. 이런 서사로 진행이 되는 반면 아시아는 반대로 부모를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이게 결정적 문화 차이라고 하더군요. 한쪽은 아버지 뻑유 먹어.. 이고 한쪽은 아버지 그리워요.. 입니다.

우리는 국가는 상징적 아버지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권력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아버지를 비판하는 거죠. 그렇기에 용서하자고 말힙니다. 아버지를 비판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북깨비 2016-01-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확 질렀습니닷! 집에 안 읽은 책들 무지 많은데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0 12:29   좋아요 0 | URL
쌓아두면 언젠간 읽겠지요. 책이 좋은 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십 년 뒤에 읽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듯합니다.

수다맨 2016-01-13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일품이고, 곰곰발님께서 이렇듯 강추를 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땡스투 누르고 지금 바로 구입했습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1:59   좋아요 1 | URL
극렬 추천작입니다. 몰입도 갑입니다..... 근데 아직도 탱스투가 있습니까 ? 몰랐네.. ㅎㅎ

붉은돼지 2016-01-14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생도 오르부아르 주문했어요. 곰발님께 땡스투 했습니다. ^^
어째 살림살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3:20   좋아요 2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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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 보셨죠 ? 찢어지는 중입니다....

살리미 2016-02-1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하룻밤만에 다 읽으셨다구요??
제가 진작 이 리뷰를 못 읽은게 한이 됩니다 ㅋ
한 며칠 모든 뉴스 끊고 지내다 돌아왔더니 역시나 나라 꼴이...... 에효ㅠㅠ
복잡한 마음으로... 저도 땡스투 누르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5 15:14   좋아요 0 | URL
박근혜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같습니다.
그냥 3#$@#%$#^^$#$^ 같습니다.
대한민국 망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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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미있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