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세상에 머물다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생활을 누리긴 힘들 것이다. 다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어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한비야 구호 활동가도 냄새에 민감하다고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워낙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재해로 인해 사상자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시체 냄새에 예민해져서 평소에도 그런 냄새가 나는 듯 하다고 하였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그 냄새가 꼭 시체 썩는 냄새를 상기시켜 트라우마가 작동되는 듯 하여 남편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담당은 무조건 자신이 한다고 했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
늘 밝게 웃으며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한비야님도 어쩌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하물며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말로 해서 무엇하랴!
빨간색만 보아도 양팔에 반점이 돋고, 물집이 생겨 버리는 알러지 반응은 충분히 납득되면서도 안타깝다.
전쟁은 왜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인데,
누구를 위하여 수많은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걸까?

"나는 기차에서 곧장 최전선으로 가겠다고 요청했어・・・・・・ 곧바로 가겠다고……… 때마침 이동중인 부대가 있어서 즉시 거기로 합류했지. 생각해보니까, 후방에서 집에 가는 것보다 최전선에서 가는 게 하루라도더 빠를 것 같더라고. 집에 엄마 혼자 계셨거든 내 친구들은 지금도 내가 위생중대를 떠나고 싶어했다며 당시를 떠올리곤 해. 맞는 말이야 나는 위생중대에 가면 얼른 씻기만 하고 속옷을 챙겨서 다시 내 참호로돌아갔으니까. 최전선의 진지로, 나는 몸을 사리는 법이 없었어. 기어다니고 뛰어다니고..…..… 하지만 피냄새는 피냄새만큼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전쟁이 끝나고 산부인과 병동에서 조산원으로 일했어. 하지만 얼마못하고 그만뒀지. 아주 잠깐 일했어...... 아주 잠깐...... 나는 피냄새에 - P532

알레르기가 있거든. 내 몸이 피를 거부해 피라면 전쟁터에서 몸서리가쳐지게 겪었으니까. 더이상 몸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산부인과를 나와 ‘구급센터‘로 옮겼어. 역시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고 숨을 쉴 수가 없었지.
언젠가 빨간색 천으로 블라우스를 만들어 입었는데, 다음날 양팔에반점 같은 게 돋았더라고. 물집도 생기고, 내 몸은 빨간 사라사는 물론,
장미나 패랭이꽃 같은 빨간 꽃에도 거부 반응을 보여 빨간색이나 피 색깔은 어느 것도 견디질 못하지...… 그래서 우리집엔 빨간색이 하나도없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거야. 사람의 피는 아주 선명하지. 자연 풍경에서도 화가들 그림에서도 나는 피처럼 선명한 색은 아직 본 적이 없어. 석류즙이 조금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야. 아주 잘 익은 석류즙도.……"
마리야 야코블레브나 예조바, 근위대 중위, 위생소대 지휘관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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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7-25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간색에 알러지 반응 읽는데 정말 숨이 컥컥 막히더라구요.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여린데... 이렇게 상처받기 쉬운데. 상처 받은 후에는 회복이 어려운데... 왜 전쟁은 끊이지 않을까, 전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책나무님! 우리 모두 다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책읽는나무 2022-07-25 22:43   좋아요 1 | URL
저도 저 대목에서 헉!! 했어요.
빨간색 트라우마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예를 든다면 몸이 경직된다든가, 숨이 가빠진다든가, 기분이 나빠진다든가... 근데 바로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고, 물집까지 생겨버리는 급성 알러지는 정말 심각한 지경인 것인데...어떻게 삶을 살아냈을까? 싶더군요.ㅜㅜ
몸이 불구가 된 사람들은 또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아냈을까요?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은 나라인데, 전쟁 후유증을 겪으시는 분들도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또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될테고...ㅜㅜ
어휴~~이 책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계속 뭅니다.
책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참담한 심정이지 싶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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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행위 자체가 힘겨운데, 그에 앞서 그들 앞에서 직접 듣고, 기록했을 작가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숭고해진다. 또한 그에 앞서 전쟁을 직접 겪은 여성들을 생각하면 그저 할말을 잃게 만든다.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곡함과 이름을 다르게 써 달라며 숨기고 싶은 난처함. 오래 기억해야 할 참혹한 전쟁, 여성 피해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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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5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나무 님도 다 읽으셨네요.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7-25 16:55   좋아요 2 | URL
날짜가 임박하지 않았다면, 이 달의 책이 아녔더라면....
어쩌면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읽고 나니 전쟁의 경각심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어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 말씀처럼 애써 외면하여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25 18:52   좋아요 3 | URL
책나무 님, 제가 딱 그랬어요. 함께읽기 책 아니었다면 저 포기했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7-25 20:47   좋아요 2 | URL
매번 느끼지만, 함께 읽기의 힘은 이렇게나 강하네요!!
토닥토닥~^^

거리의화가 2022-07-25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완독 정말 고생하셨어요! 특히나 힘겨운 책이었을 것 같아요. 증언은 때론 외면하고 싶은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작가의 기록 정신과 그 앞에서 인터뷰했을 많은 피해자분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07-25 17:00   좋아요 2 | URL
기록하는 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 작가가 책 한 권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충이 컸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잊고 지내고 있는 여성 참여자들은 지난 날 전쟁의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리며 겪었을 시간들이....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닌 거겠죠?
에혀~~~ 전쟁이란 것은!!!ㅜㅜ
화가님도 읽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에혀...ㅜㅜ

청아 2022-07-25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역시 함께했기에 또 읽어냈죠^^*
치유의 말하기, 치유를 위한 공감하기를 경험한것 같아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등 세계 곳곳에서 아직 진행중인 일들이라는데 그 무게감을 느낀 책이었네요.

책읽는나무 2022-07-25 20:54   좋아요 3 | URL
미미니이랑 화가님은 늘 부지런하셔서 일찍 읽으시고, 꼴찌인 저를 잘했다 칭찬해 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읽고 나면 늘 생각합니다.
와~~다들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대??? 하구요^^
치유의 말하기!!! 맞네요?
그녀들은 그동안 묻어 왔던 기억들을 말하면서 어쩌면 조금은 치유의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게 아녔을까? 걱정이 좀 됐었거든요. 그래도 작가가 공감하면서 들어줬었기에 많이 치유되었을 수도 있겠어요.
읽으면서 계속 그쪽 전쟁이 떠올라 양가감정이 들어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네요. 그래도 완독 후 느낀 점은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mini74 2022-07-26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완독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북플님들 읽으시는거보고 다시 읽어볼까하다가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ㅠㅠ 어찌 인간이란 존재가 저럴 수 있나 싶기도 했던 기억도 납니다. 더운 여름 고생많으셨어요 나무님 !!!

책읽는나무 2022-07-26 14:41   좋아요 0 | URL
미니님은 일찍 읽으셨더군요?
역시 다독가의 안목!!!^^
이 책은 재독하기엔 너무 힘겹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고 싶긴한데...여름 지나고 읽으려구요^^
전쟁은 정말 잔인하고, 무섭습니다ㅜㅜ
암튼 읽으셨기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그 기분이나 분위기를 같이 느낄 수 있어 좋네요. 감사합니다^^
 

전쟁의 기억, 전쟁의 소리, 전쟁의 환영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고, 어느 다른 소녀였다.라는 읊조림은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독일군은 여자병사들은 포로로 잡지 않았어・・・・・… 바로 총살해버렸지 아니면 자기 병사들 앞에 끌고 나와 ‘자, 여기 이것들은 여자가 아니다. 추악한 괴물이다‘라고 하거나.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한 총알을 따로 가지고 다녔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두 발씩.
우리 간호병 하나가 독일군에게 붙잡혔어. 하루가 지나 우리가그 마을을 공격해 들어갔는데 사방에 죽은 말이며 오토바이며 장갑수송차 등이 나뒹굴고 있더라고. 독일군에게 잡혀간 우리 간호병을 찾아냈지. 세상에, 눈알이 도려내지고 가슴이 잘려나가서는…………… 놈들이 말뚝에 박아놓았더라고. 몸은 살을 에는 추위에 꽁꽁 얼어 새하얗고 머리는 완전히 백발이 되어 있었어.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어. 우리는 그 아이 배낭에서 가족이 보낸 편지들과 고무로 된 작은 파랑새를발견했어.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고무새를・・・ - P243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는 게 를 또다른 끔찍함이었어. 전쟁터에서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절대 믿지 않아. 항상 소매를 팔꿈치까지 말아올리고 다니는독일군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 분이나 십 분쯤 지나면 공격이 시작됐어.
그러면 온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하지. 오한도 나고, 하지만 그건 처음· 막상 전투가 시작되고………… 지휘관총을 한발 쏘기 전까지만 그래의 명령이 떨어지면, 어느새 그런 기억은 모두 사라져버려. 다른 전우들과 함께 정신없이 앞으로 돌진하는 거야. 무서운 거고 뭐고 느낄 새도없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벌써 잠이 안 와 또 무서워져서. 전부 다 기억이 나는 거야. 하나하나 전부 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미치면 이제 무서워서 미칠 것 같지. 전투가 끝나면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어. 다들 평소에 보는 보통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으니까 완전히 딴 얼굴이 되어 있었으니까. 서로 눈을 피하는 거야. 나무도 똑바로 못 쳐다보고 서로, 가까이 가려고 하면 그러지. 저리가 저리 가라고! 아・・・・・・ 그게 무엇이었는지, 표현할 방법이 없어. 조금씩 정신이 나갔다고들 해야 할까. 짐승 같은 뭔가가 번뜩였다고 할까.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어. 나는 아직도 내가 살아남았다는 게 안 믿어져. 살아 있다는 게……… 부상도 당하고 상처도 입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눈을 감으면 그 모든 게 다시 눈앞에 나타나.... - P262

기억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끝도 없이 ・・・・… 그런데 가장 중요한게 뭔지 알아?
나는 전쟁의 소리를 기억해. 사방에서 으르렁, 쾅쾅, 쨍쨍 불을 뿜어대던 그 소리들‥…………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영혼마저 늙어버리지. 전쟁이 끝나고 나는 다시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지. 내 생각엔 그래
--결혼은 하셨나요?
ㅡ했지. 아들 다섯을 낳아 길렀어. 아들만 다섯. 딸은 하늘이 주시지않더라고, 나 스스로도 가장 놀라운 일은 그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겪고도 예쁜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야. 게다가 좋은 엄마에 좋은할머니까지 되었다는 사실이지.
이제 와서 모든 걸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어느 다른 소녀였지..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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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을 보기로 결심하니 우리 동네 영화관은 오늘로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결심을 서두를 걸 그랬나 보다.
알라딘 친구님들 영화 후기를 읽다 보니,
그리고 각본집 예약 출판 기다리는 백자평을 읽다 보니,
놓치기 아까워 오늘 조조 영화를 관람했었다.
라라랜드 이후 혼영 조조는 처음인 듯 하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하루종일 서래(탕웨이)의 저 대사가 맴돌았고,
정훈희 가수의 <안개> 노래를 들으면 괜히 눈물이 났다.
해준(박해일)의 사랑은 상대방을 궁금해 하고,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모양새가 답답한 안개와 같고,
서래의 사랑은 단호하고 극단적인 서러운 모양새는 몰아치는 파도와 같다.
‘사랑‘ 앞에서 남자의 사랑법과 여자의 사랑법은
그 표현이 다르고, 해석도 다르며, 품어주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처한 상황과 위치가 달라서일 수도 있을테지만,
내 눈에는 그리 보아진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평등해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슴속에 느끼는 그 사랑의 관념은 상대방에게 가 닿는 방법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 보았지만, 막 감동스런 영화는 딱히 없었던 듯 하다. 감각적인 앵글 구도, 전체적인 배경의 색감, 주제곡, 배우들의 표정 연기만 기억날 뿐이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좀 다르다.
배우들의 대사들이 곱씹어져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긴장할때 꼿꼿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늘 꼿꼿해서 좋았다는 해준의 말....
그리고 곱씹을수록 절절해지는 서래의 대사들.
왜 각본집을 내놓으라고 관객들이 외쳐대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서래가 해준이 자신을 잠복근무 했던 때를 이야기할 때, 그리고 바다 장면에서 코끝이 찡 해졌지만 그리 눈물이 나진 않았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벌떡 일어나 상영관을 나오는데, 등 뒤로 따라 나오는 <안개> 노래가 갑자기 코끝을 시큰하게 하더니 화장실 들어가면서 눈이 빨개져 민망했었다.
집에 와서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보니 정훈희 가수와 송창식 가수가 듀엣으로 엔딩곡을 장식했었다 한다.
좀 진득하게 앉아서 다 듣고 나올껄!!
애들이 방학해서 집에 있다 보니 점심 차려줘야할 것 같아 집으로 달려 왔더니 지네들끼리 벌써 아점으로 다 챙겨 먹었다.
그래서 조금 후회를!!!!
그리고 열심히 고딩딸들에게 <헤어질 결심> 줄거리와 나의 감상을 설명해줬더니 딸들은
˝그래서 나는 사랑같은 건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내가 너무 서래의 입장에 과몰입하여 의견을 얘기했나 보다.😳

참, 김신영이 출연한다고 하여 기대하며 봤는데
아...사투리가 왜 그렇게 어색하게 들리던지?
그래도 반가웠다. 계속 영화 단역을 맡아 왔었던 배우처럼 자연스럽게 극 속에 잘 녹아들었다.
역시 박찬욱 감독의 눈은 다르구나! 또 한 번 느꼈다.
서래는 탕웨이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해준은 박해일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가 아녔었나 싶다.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다.

각본집을 어찌하나?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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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7-21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딸애가 너무 재밌다고 해서 보러는 가야지 했는데 극장표값이 너무 사악해서 나중에 넷플릭스에 나오면 보려고요. ㅎㅎ 전 봉준호보다 박찬욱이 더 잘 맞는데.. 특히나 금자씨~ 열혈팬이예요!!! 도서관 신청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전 예전에 가네시로 가즈키의 대본집 샀다가 낭패본 기억이 나서… 대본집은 구매 안 하는데, 도서관에 신청 후 맘에 들면 구매하심이~

책읽는나무 2022-07-21 23:12   좋아요 4 | URL
따님이 보고 왔군요?^^
중년의 사랑 얘기인 듯한데 젊은층들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품성을 알아보는 거겠죠?^^
봉준호 감독님과 박찬욱 감독님등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기억에 더 많이 남는 작품들은 아무래도 깐느박 감독님 영화가 가장 많네요. 전 ‘아가씨‘ 영화가 충격적이면서도 아련하니 좋았었어요. 근데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니 이 영화가 1위가 되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집에서 정훈희 ‘안개‘ 노래 들으면서 계속 눈물이 🥺 서래가 불쌍해서요ㅜㅜ
각본집 구비하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저도 대본집 읽는 게 영~ 힘들어서 잘 안 읽는데 예전에 도서관에서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프렌즈‘를 읽고 생각이 좀 많이 바뀌었어요. 글을 읽는데 배우들 목소리가 바로 귀에 들리는 환청이 일던데요?ㅋㅋㅋ
그래서 이번엔 대사를 좀 외우고 싶기도 해서 살까?말까? 고민 중입니다. 하~~이번 달 정말 많이 샀는데 말이죠^^
다음 달 구매로 넘겨볼까? 싶기도 하구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도 안되고~(장기연체자로 등록되었거든요ㅜㅜ)

바람돌이 2022-07-21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가 영화 하나로 이토록 들썩이는건 처음 보는듯요. 늘 책으로 들썩였는데 말입니다. ㅎㅎ
어쨌든 영화가 넘 좋았고 탕웨이의 매력이 너무 컸어요. 그 포저유하나 대사 하나가 다 마음을 때리더라는....

책읽는나무 2022-07-21 23:17   좋아요 4 | URL
저도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떻길래???
궁금해 미치겠더라구요.
탕웨이 배우도 좋아해서 안보고 넘어가는 건 넘 아까워서 막 내리기 직전에 보고 왔네요^^
탕웨이의 눈빛과 한 음,한 음 내뱉던 대사가 가슴 속에 계속 남네요.
저는 박해일 배우가 그리 멋있는 배우인 줄 잘 몰랐었는데..와~ 좀 멋있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연기도 진짜 박해일 성격이 저럴 것 같겠다는 착각이 일정도였어요.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 했던 것 같아요. 배경들도 다 멋졌구요.
벽지 색깔마저두요!!
딱 박찬욱 감독의 색깔이었어요~^^

청아 2022-07-21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개>노래 저도 빠져들었어요!!
각본집은 책정보에서 보니 영화랑 완전 똑같지는 않은가봐요.
탕웨이 앞으로도 영화 많이 찍어줬음 좋겠어요. 아이스크림을 어쩜 그렇게 먹는지...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2 07:52   좋아요 2 | URL
각본집이랑 영화랑 좀 다른가요?
어차피 영화 보고 하루 지나니 장면 장면들이 몇 개만 기억나고 화면 이미지 몇 개만 기억나서 읽기 편할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탕웨이 넘 이뻐서...입을 헤~ 벌렸네요^^
도도한 듯, 아련한 듯...눈빛이 좋아요.
저도 어젯밤 베라 아이스크림 사와서 마구 퍼먹었어요. 탕웨이처럼 먹었어야 했는데 그만 품격 없이...ㅜㅜ
영화 배경들이 넘 아름다워서 영화에 쑤욱 빠져 들었다가 지하에 장 보러 왔다, 갔다 하는데 좀 현실 감각이 없어서 혼 났습니다^^

잠자냥 2022-07-22 0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각본집 장바구니에 깊이 깊이 묻어둬요….

책읽는나무 2022-07-22 07:55   좋아요 2 | URL
제 곁엔 그 초록 양동이가 없네요??ㅜㅜ

난티나무 2022-07-22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하다궁금하다… 극장이멀다극장이멀다… 그러는 사이 오늘 영화 내린 것 같아요…. 클클클

책읽는나무 2022-07-22 07:59   좋아요 1 | URL
그곳에서도 헤어질 결심을 볼 수 있었나요??? 와...좋군요^^
영화가 이곳에서도 한 달여 잠깐 개봉한 듯 합니다. 아차~ 하고 놓친 사람들 많았을 것 같아요. 아쉽네요.
왜 N차 관람한 줄 알 것 같은...^^
온라인 앱으로 뜨면 또 보려구요.
난티님도 그땐 꼭 보세요^^

희선 2022-07-22 0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혼자 영화 보셨군요 대사가 괜찮아 보네요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라니 그런 영화가 있는 거 좋을 듯합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2-07-22 08:02   좋아요 2 | URL
좋은 대사들이 많았어요.
백자평이 온통 영화 대사 패러디를 한 거였더군요. 영화 보기 전엔 백자평이 재밌다, 센스 넘친다로 읽혔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웃음을 넘어 절절하게 읽히는 묘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영화가 가슴 아프고 좋았어요.
나중에 기회 되시면 희선님도 한 번 꼭 보세요^^

단발머리 2022-07-22 0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책나무님 올려주신 사진 중에서 밑에서 두 번째 송광사에서 알콜달콩 장면보다 마지막 사진, 바닷가에서 소리치면서 두 사람 싸울 때, 그 때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감정을 사랑하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해일 배우 감정이 전해져서 울고 싶기도 했구요. 너무 좋아요, 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2 23:35   좋아요 2 | URL
격정적인 단발머리님!!!ㅋㅋㅋ
역시 로맨스 소설을 읽어 온 내공이 있으시군요.ㅋㅋㅋ
바닷가 장면들 정말 인상 깊었어요.
특히나 마지막 장면!!!
아...전 고소 공포증, 물 공포증, 폐쇄 공포증이 있어서요. 탕웨이의 죽음이 넘나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포증을 끌어 안고...ㅜㅜ
상상만으로도 전 숨이 가빠져서...아...서래를 구하러 달려가고 싶었어요.
혹시 박해일이 밟고 있던 그 자리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네요.
박해일 배우의 진면목도 다시 보게 되었고, 박감독님의 독특한 취향들이 이젠 모두가 다 잘 어우러지게 융합된 영화가 아닌가? 싶더군요. 그동안은 좀 기묘하다? 그런 느낌으로 보아왔었거든요. 이번 영화는 오롯이 꼿꼿한 자세로 확 몰입하여 봤네요.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덕분에 관람 잘하고 왔어요^^

거리의화가 2022-07-22 0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조로 보신다더니~ 보고 오셨군요^^
대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마도 각본집 사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영화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인가봐요~ 많은 분들의 마음에 자리한 영화가 되는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22 23:27   좋아요 3 | URL
네...조조로 보고 왔어요^^
각본집 사고 싶네요.
대사를 외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님도 참 대단합니다.
전 <나의 아저씨>랑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랑 노희경 작가의 극본 대사들도 참 좋아하는데, 영화의 대사가 모두 좋게 들리는 건 처음인 듯 합니다^^
마음에 자리한 영화, 오랜만인 듯 합니다^^

mini74 2022-07-22 0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벌써 극장에서 내리나요? 저도 넷플릭스로 봐야 하는지 ㅠㅠ다들 좋다 좋다하시니 마음만 급하네요. 나무님 따님들 ㅎㅎ 귀엽습니다. 사랑이라 ㅎㅎ 저희 아이한테 매번 대학가면 여친 생긴다했는데ㅠㅠ 아이가 엄마 뻥쟁이라고 !!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2 23:23   좋아요 2 | URL
생각보다 관객 수가 많지 않았나 봐요. 손익분기점은 넘었다곤 하던데...지금 다른 영화들 몇 개가 동시에 쏟아져 나와 다들 그쪽으로 몰리나 보더군요.
안타까운 영화에요!!
넷플에 뜨면 한 번 꼭 보세요^^
아...아드님의 사랑!!!
코로나 대학생들은 동성친구 사귀기기도 쉽지 않다던데..이성친구는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겠죠??ㅋㅋㅋ
애들이 안됐단 생각도 해봅니다.
부모님의 말만 철썩믿고 대학 갔는데...ㅋㅋㅋ

stella.K 2022-07-22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안개> 듣고 있는데
정훈희는 그렇다쳐도 송창식 완전 독특한데요?ㅎㅎㅎ
박찬욱이 감동 보단 독특함에 무게가 있는 감독이죠.
그래도 여기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나 보군요.
엊그제 김신영 유퀴즈에 나왔던데 박찬욱이 천재라고
극찬을 하던데 사투리가 어색한가 보군요.
장르를 서스펜스 로맨스라고 하던데 저도 영화 채널이나
올레 티븨에서 하면 볼까 생각중입니다.
탕웨이는 <만추>인데 말입니다. 만추가 좋은가요? 이 영화가 좋은가요?
양조위와 함께 나왔던 영화도 좋긴한데 그건 음란 마귀가 좀 있죠.ㅋ

책읽는나무 2022-07-22 23:17   좋아요 4 | URL
박찬욱 감독은 정말 독특함을 찾아내는 특기가 있는 감독입니다. 그 독특함이 절대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묘함도 분명 있는 것 같구요. 김신영은 분명 튈 것 같은데, 본인이 영화에 누를 끼칠까봐 애써 조심한 것도 있지만, 정말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데 또 개성은 살리는 능력자였어요. 그걸 박찬욱 감독이 캐스팅하고, 끌어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김신영 개그맨은 고향이 어딘지? 아리쏭하게 경남인지? 경북인지? 사투리가 섞여서 제 귀에는 이상하게 들리더라구요. 전 김신영이 평소 사투리 구사를 잘해서 당연하게 잘 할거라고 생각했었네요.
그래도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만추>를 다시 한 번 더 봤어요. 비교해 보려구요. 만추의 탕웨이의 쓸쓸함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더 좋네요. 더 쓸쓸하고, 안타까워요ㅜㅜ
탕웨이의 진짜 매력은 <색계> 였던 것 같기도 해요. 그 야한 부분이 없었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역할이었다고 생각되어지는 배우인 것 같아요.
늘 당차고 야무진 표정의 배우인데 실제로는 엄청 털털하고, 즉흥적이고, 또 100평짜리 텃밭을 가꾸는 농부 탕웨이더군요ㅋㅋㅋ

유니와책친구들 2022-07-22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좋았어요.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예요. 탕웨이 매력에 빠지면 정말 출구가 없네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7-24 15:47   좋아요 1 | URL
출구가 없다는 말씀 인정합니다.^^
만추도 다시 보니, 트렌치 코트도 잘 어울리는 여자였더군요.
극장에서 막을 내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상영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저도 또 보고 싶었는데 남편이 재미없을 것 같다고 탑건 보자고 해서....어제 탑건을 봤네요..ㅜㅜ
탐 크루즈는 여전히 멋있고, 중후하게 늙어 있긴 했습니다만..흠흠~

프레이야 2022-07-23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송창식 윤형주 버전도 좋아요. 엔딩에서 그 파도소리 빠지면 그 노래의 울림이 덜할거에요. 다 앉아서 듣고 나왔어야 ㅎㅎ 헤결은 얘기해도 해도 계속 나올듯요. 김신영 사투리는 그렇게 의도한 것이더군요. 유퀴즈에 나와 하는 말을 들었는데 경북사람이 서울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해 사투리와 서울말이 어색하게 섞인 것으로요. 영리한 배우에요. 만추에서도 현빈과 잘 어울린다 싶었던 탕웨이는 몸선이 기품있는데 특히 목선이 아름다워요. 영화에선 꼿꼿하다고 표현하죠. 정서경과 박 감독도 그렇게 생각했던가 봐요. ㅎㅎ 전 각본집 예약구매했어요. 정서경의 각본을 글로 좀 보고 싶어서요. 영화에 나오지 않은 대목도 있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24 15:57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왜 혼자서 벌떡 일어나서 뛰쳐 나왔었는지???ㅜㅜ
어쩐지 다들 안나오고 앉아 있더군요...엔딩 장면에 뭐가 있었구나? 뒤늦게 깨달았습니다ㅜㅜ
유퀴즈를 못봤었는데 김신영씨가 부러 사투리를 그렇게 흉내냈었군요? 분명히 사투리를 오리지널로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저렇게 말을 하지? 내내 이상했었어요.ㅋㅋㅋ
와....딱 프로 배우의 자세군요. 캐릭터 공부를 깊게 했군요.^^
역시 개그맨들이나 개그우먼들이 똑똑하다더니...
탕웨이!!! 아~~ 탕웨이!!!!
저는 탕웨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서래역에 탕웨이를 캐스팅한 박 감독님이 감사할 지경입니다^^
박해일 배우는 그냥 저냥 연기는 좀 하는 배우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아~~박해일 배우에게도 뿅~ 눈 멀었습니다^^
그리고 정서경 작가도 이번에 다시 봤어요.
아...어쩜 그런 대사들을!!!
각본집 구매하려구요. <나의 아저씨>보다는 좀 저렴하더라구요.
8월 1일 되자마자 바로 구매하려구요^^

scott 2022-07-25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용사 친구가
요즘 손님들이
탕웨이 스타일 파마 해달라고 ㅎㅎㅎㅎ

박감독 캐스팅 절묘하죠
그러나
상 못받는 거 알고
탕배우
먼저 가버림 ^^

책읽는나무 2022-07-25 00:08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시장에서 부부끼리 마주치는 장면 있던데 거기에서 탕웨이 헤어 스타일 이쁘다!! 생각하고 봤어요^^
실제로도 탕웨이 스타일이 유행이라니...^^

탕웨이 100평 텃밭 밭농사 짓다가 영화 찍는다고 풀이 많이 자랐다고 그러더니 밭에 일하러 간다고 칸에서 일찍 떠났나??ㅋㅋㅋ
안그래도 아까 유튭에서 김신영씨 유퀴즈에 나온 거 잠깐 짤을 봤는데, 박감독님이 김신영씨 칭찬 하던데~ 영화 시사회때 모두 다 참석한 배우는 김신영씨가 유일했다고 칭찬하시더군요.
연기를 알아서 잘해서 사랑스럽다고^^
영화를 보는 동안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표정, 색감등이 계속 떠올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인 박찬욱 감독에 대해 다시 생각되어 지더군요.
그래서 감독상을 받았나 봅니다^^
 

전쟁에 참여했었던 남자들은 훈장을 보여주며, 승리자와 영웅으로 떠받들어 주는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여자들은 평범한 여자의 생활이라도 누리고 살아가려면 전쟁에 참여했었던 과거를 침묵하고, 훈장을 숨겨야만 했다.

수부츠를 시장에 내다팔고 구두를 샀지. 처음으로 원피스를 입었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거울 앞에 서서도 내가 나를 못 알아보겠는 거야.
4년 동안 바지를 벗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부상당한 몸이라고 누구한테 털어놓겠어? 말했다가, 나중에 직장도 못 구하면 어떡하라고결혼은?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전선에 나가 싸웠다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지. 하지만 우리끼리는 계속 연락하며 지냈어.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람들은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기시작했지. 30년이 지나서야.
모임에 초대도 하고 ・・・・・・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분하고 억울했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전선에서는 남자들이 우리를 존중했고 항상 보호해줬는데. 그런데 이 평온한 세상에서는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는 거야. 퇴각하다가 땅바닥에 누워 쉴 때면 우리에게 자기들 외투를 벗어주고 본인들은 얇디얇은 군복만 입고 버티던 남자들이었는데, ‘우리 소녀병사들 우리 소녀병사들부터 덮어줘야지.… 그러면서. 어디선가 솜이나 붕대 조각 같은 것을 구해와서 가만히 ‘자, 받아, 필요할 거야..….‘라며 건네주기도 했어. 수하리 하나라도 있으면 같이 나눠 먹었지. 전선에서 남자들은 따뜻하고 선량했어.
다른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그런 건 아예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차라리 아무 말 않겠어.
아무 말도·· 무엇이 우리의 추억을 훼방 놓는 줄 알아? 그 추억들을 견딜 수가 없다는 점이야... - P221

지금은 전쟁박물관에서 자주 초청을 받아 ・・・・・・ 답사여행을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해오지. 그래, 지금은 그래. 40년이나 지난 지금은 장장 40년만에! 얼마 전에 젊은 이탈리아인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했어. 꼬치꼬치 한참을 묻더군. ‘어떤 의사한테 치료를 받았나요?‘ ‘어떻게 아팠나요?‘
이상하게도 그들은 내가 정신과 의사한테 상담은 받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해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도 ‘전쟁에 대한 꿈을꾸시나요?‘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서 싸운 러시아 여인이 그들에겐 수수께끼인 게지. 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전장에서 부상자들을 구해내고 상처를 돌보는 것도 모자라 직접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렸을까.. 남자들을 서슴없이 죽이고………… 또 ‘결혼은 했느냐‘고 묻더라고. 내가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였어. 혼자일 거라고 웃었지. ‘다들 전쟁에서 트로피를 가져왔지만 나는 남편을 데려왔죠. 딸도 있어요. 지금은 손자들이 자라고 있지요. 당신한테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 지금은 못하겠어, 마음이 그래. 다음에 할게………… 당연히 사랑도 있었지! 암, 있었고말고!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남을 사람이? 우리 대대장이 나한테 반해서는……… 전쟁 내내 나를 보호하고 다른 사람은 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지. 제대하고는 병원에서 나를 찾았어. 그때 고백을 하더군・・・ 뭐, 사랑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또 와, 꼭 다시 와 내 둘째 딸 하자고 나는 당연히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어. 아이들을 좋아하거든. 하지만 딸 하나밖에 못 얻었어...딸 하나...건강도 안 좋았고 그럴 여력도 안 됐으니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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