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을 보기로 결심하니 우리 동네 영화관은 오늘로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결심을 서두를 걸 그랬나 보다.
알라딘 친구님들 영화 후기를 읽다 보니,
그리고 각본집 예약 출판 기다리는 백자평을 읽다 보니,
놓치기 아까워 오늘 조조 영화를 관람했었다.
라라랜드 이후 혼영 조조는 처음인 듯 하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하루종일 서래(탕웨이)의 저 대사가 맴돌았고,
정훈희 가수의 <안개> 노래를 들으면 괜히 눈물이 났다.
해준(박해일)의 사랑은 상대방을 궁금해 하고,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모양새가 답답한 안개와 같고,
서래의 사랑은 단호하고 극단적인 서러운 모양새는 몰아치는 파도와 같다.
‘사랑‘ 앞에서 남자의 사랑법과 여자의 사랑법은
그 표현이 다르고, 해석도 다르며, 품어주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처한 상황과 위치가 달라서일 수도 있을테지만,
내 눈에는 그리 보아진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평등해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슴속에 느끼는 그 사랑의 관념은 상대방에게 가 닿는 방법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 보았지만, 막 감동스런 영화는 딱히 없었던 듯 하다. 감각적인 앵글 구도, 전체적인 배경의 색감, 주제곡, 배우들의 표정 연기만 기억날 뿐이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좀 다르다.
배우들의 대사들이 곱씹어져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긴장할때 꼿꼿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늘 꼿꼿해서 좋았다는 해준의 말....
그리고 곱씹을수록 절절해지는 서래의 대사들.
왜 각본집을 내놓으라고 관객들이 외쳐대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서래가 해준이 자신을 잠복근무 했던 때를 이야기할 때, 그리고 바다 장면에서 코끝이 찡 해졌지만 그리 눈물이 나진 않았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벌떡 일어나 상영관을 나오는데, 등 뒤로 따라 나오는 <안개> 노래가 갑자기 코끝을 시큰하게 하더니 화장실 들어가면서 눈이 빨개져 민망했었다.
집에 와서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보니 정훈희 가수와 송창식 가수가 듀엣으로 엔딩곡을 장식했었다 한다.
좀 진득하게 앉아서 다 듣고 나올껄!!
애들이 방학해서 집에 있다 보니 점심 차려줘야할 것 같아 집으로 달려 왔더니 지네들끼리 벌써 아점으로 다 챙겨 먹었다.
그래서 조금 후회를!!!!
그리고 열심히 고딩딸들에게 <헤어질 결심> 줄거리와 나의 감상을 설명해줬더니 딸들은
˝그래서 나는 사랑같은 건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내가 너무 서래의 입장에 과몰입하여 의견을 얘기했나 보다.😳
참, 김신영이 출연한다고 하여 기대하며 봤는데
아...사투리가 왜 그렇게 어색하게 들리던지?
그래도 반가웠다. 계속 영화 단역을 맡아 왔었던 배우처럼 자연스럽게 극 속에 잘 녹아들었다.
역시 박찬욱 감독의 눈은 다르구나! 또 한 번 느꼈다.
서래는 탕웨이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해준은 박해일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가 아녔었나 싶다.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다.
각본집을 어찌하나?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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