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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쿼바디스(김재환, 2014)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진지 한참이나 된 대한민국의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고 다리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출연 배우들이 얼마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지...

영화 속에서 부끄러운 성직자들로 등장하는 그들에게, 이런 영화도 기꺼이 출연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사랑의 교회 새 성전이 아주 거대하다는 건 알았는데 영화에서 풀샷을 처음 봤다. 헉 소리 나올 정도였다.

그걸 지난 주에 버스 타고 지나가다가 실물을 봤다. 입이 쩍 벌어지더라.

낮은 곳에 임하소서.... 가 절로 튀어나온다.










★☆



2. 민우씨 오는 날(강제규, 2014)


쿼바디스 보러 간 극장에서 같이 상영하고 있던 30분짜리 단편영화였다. 고수 주연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고, 고작 30분만 투자하면 되는 거여서 같이 보았다. 


문채원이 연기하는 역할이 이미 손숙의 나이가 된 여인이, 민우씨가 떠났던 그 시간에 머물러 있음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여전히 소원하고 멀기만 한 통일의 문제가, 이산가족의 현실을 짧은 분량 안에 애잔하게 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외교통일위원장에 임명된 사람 기사를 보고 있자니 흐음... 


강제규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 보면 감독이 통일과 민족, 애국.. 뭐 이런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앞서 촌스러울 때가 많긴 하지만... 아무렴 곽경택만큼 촌스러울라고... ㅎㅎ









★☆



3.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올리비에 아사야스, 2014)


연상의 상사인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몰고 가는 젊고 매력적인 캐릭터 ‘시그리드’ 역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마리아 엔더스(줄리엣 비노쉬). 그로부터 20년 후 마리아는 자신을 톱 배우로 만들어 준 연극의 리메이크에 출연 제안을 받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주인공이 아닌 나이 든 상사 ‘헬레나’다. 리허설을 위해 알프스의 외딴 지역인 실스마리아를 찾은 마리아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시그리드’로 남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시그리드’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헬레나’가 더 매력적이라 주장하는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과 끊임없이 충돌하는데... 
 급기야 ‘시그리드’ 역을 맡게 된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 조앤(클로이 모레츠)의 젊음을 동반한 아름다움마저 질투하기 시작한 마리아. 과연 그녀의 무대는 무사히 막을 올릴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 긁어온 줄거리이다. 시그리드 역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이제 20년의 세월이 흘러 헬레나 역할을 맡게 된 배우가 겪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세월과 노화, 그리고 젊은 배우를 향한 질투를 줄리엣 비노쉬가 아주 노련하게 연기했다. 무대 위에서 뿐아니라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의 비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충돌하게 되는 부분에서도 이미 그녀는 헬레나가 되어 있었다. 시큰둥한 얼굴로 전문 배우가 아닌 비서의 포지션으로 연기하는 스튜어트도 적당히 좋았고, 톡톡 튀는 매력과 싸가지 없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줄리엣 비노쉬의 관록은 따라올 수 없었지만... 


보고 난 직후에는 대체 뭔 소리래?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되지만, 찬찬히 되짚어 보면 잔잔한 은유들이 보이는 영화였다. 굿!












4. 테이큰3(올리비에 메가턴, 2015)


병원 진료 때문에 수영장을 갈 수 없던 날, 붕 떠버린 시간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여서 보게 되었다. 원래 시리즈는 끝까지보는 편이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시리즈라고 꼭 끝까지 보려고 애쓰지 말라는 교훈을 남기고 극장을 나왔다. 리암 아저씨, 이제 액션은 좀 무리이지 싶어요. 보는 제가 다 숨이 찼어요.ㅜ.ㅜ 그리고 이 시리즈 각본도 별로예요...;;;;









★☆


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김성호, 2014)


역시 병원 진료를 마치고 붕 떠버린 시간에 보게 된 영화다. 무척 착한 영화였고 메시지도 분명한 영화였지만 그렇다고 꼭 좋지도 않았다. 저 형편에 사립 초등학교를 고수한다는 게 아무리 아빠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설정이었다. 김혜자가 개를 훔쳐서 이사갈 집을 마련하려고 했던 아이가 이실직고 했을 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지만, 그의 선의로 500만원 짜리 집을 얻는 건 역시 판타지 같아서 좀 씁쓸했다. 대만힌국에서 멀쩡한 집을 구하는 일이란...ㅜ.ㅜ


영화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같은 귀여운 설정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김혜자와 최민수의 연기도 빛났다. 강혜정은... 생각 외로 별로... 











6. 마미(자비에 돌란, 2014)


정사각형 크기의 화면 비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중증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스티브는 시설에서도 사고를 쳐서 결국 엄마가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말썽 많은 아들 덕분에 직장마저 잃어야 했고, 아들의 돌출행동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마음의 상처로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이웃집 여인 카일라와 친해진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갔고, 엄마도 일을 찾고, 카일라도 좀 더 자연스러운 언어구사가 가능해질 만큼 모든 게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바로 그 상태를 화면비율로 이야기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스티브가 화면을 향해 손을 내밀더니 양 옆으로 밀어내듯이 창을 연다. 그러자 갑자기 일반 영화 비율로 넓어지는 화면. 그 순간의 음악과 어우러져서 특수효과 없이도 판타지스런 연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 현실의 문제가 닥쳐오면서 바로 화면은 다시 1:1 비율로 돌아간다. 


이후 딱 한 번 더 넓은 화면 비율이 나오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고 소망이었다. 현실은 더 치열하고 처절하며 서러웠다. 영화 말미에 엄마가 내려야 했던 결단은 부추길 수도, 말릴 수도 없는 그런 선택이었다. 비난은 쉽지만 책임은 쉽게 질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가장 마음이 찢어질 때 엄마는 울지 않았다. 솟구쳐 오르는 서러움을 억지로 삼키며,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씹으며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서 관객은 더 아프게 울어야 했다. 이 배우, 보통 연기 잘하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영화의 엔딩. 닫힌 문을 열고 뛰쳐나오는 소년. 하지만 화면은 넓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현실 그 자체니까.


아주 인상 깊은 영화였다.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다.



자비에 돌란. 이름도 예술가처럼 보이는 이 잘생긴 감독이 무려 1989년생이란다. 헐! 이십 대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단 말이야? 천재감독이라 불리는 게 전혀 과하지 않다. 이 무슨 유전자 몰빵이란 말인가...;;;;











7. 아메리칸 스나이퍼(클린트 이스트우드, 2014)


믿고 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였다. 실화를 옮긴 것을 모르고 보다가 마지막에 자막 보고서 조금 얼떨떨했다.

워낙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였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더 짙어졌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전우애로 똘똘 뭉친 주인공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클린트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 좀 혼란스러웠다. 미국의 전략을 옹호한다고 보기도, 비판한다고 보기도 무척 애매한 어정쩡함이 있었다. 꼭 그 둘 중의 하나를 고르란 법은 없으니 그 중간 어디쯤일 수도 물론 있겠지만... 뭐랄까. 이 비극적인 결말 이후의 뭔가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을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전작들에 비해 만족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클린트 감독에 대한 애정을 거둘 정도는 아니었다. 










★☆


8. 아메리칸 셰프


즐거운 영화였다. 눈과 귀와 심지어 혀까지 만족시키는 영화였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프라이드가 높았던 게 근사했고, 공짜로 샌드위치를 먹게 된 노동자들에게 타버린 요리를 줘버리려고 하는 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렛 요한슨의 우정 출연도 반가웠다. 


그렇지만 너무 지나치게 해피엔딩이라서 부자연스러웠다. 평론가의 제안도,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도 모두모두 말이다.


행복한 결말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비약적이라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유쾌하고 즐거운 관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식욕도 마구 돋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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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되어 첫번째 수영 강습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몇 달 간 수영 빠졌던 분들이 대거 돌아오셨고, 신규회원도 어마어마해서 낮은 풀장에서 발장구치는 분들도 많았다. 그제야 새해가 밝았다는 게 실감이 났다. 모두들 새해 첫 결심으로 운동을 꼽지 않았을까.


금요일은 스타트를 시키느라 다이빙 대에 오르는 일이 많은데, 옆 레일에서 40대로 추정되는 남자분 하나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거다. 응? 다이빙 하다가 바닥에 머리 박았나? 모두들 웅성거릴 때 사정을 들어 보니 어지러워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그 바람에 머리를 박고 119 기다리는 중이라고. 


어이쿠, 새해 초부터 크게 액땜 하시는구나. 부디 큰 문제 없으셔야 할 텐데...

다행히 의식도 있고, 피도 바깥으로 나서 크게 안 다쳤을 거라고 짐작만 해본다. 

만약 다이빙 하다가 다친 거면 우리 선생님이 굉장히 난처해졌을 것 같다. 가뜩이나 알바 중이신데 과하게 책임 생길라.ㅜ.ㅜ


건강해지려고 하는 운동인데, 그것 때문에 탈타면 안 되지. 모두들 조심조심... 얼마 전에 수영장 화장실에서 실신한 사람으로서 뜨끔했었다. 


자, 새해는 밝았으니 이제 지나간 해를 정리해 보자. 해마다 하는 것, 올해도 빠질 수 없지~


2014년에는 130권의 책을 읽었다. 아마 통계를 내본 이래로 가장 저조한 숫자일 것이다. 


이중 그림책이 47권, 만화책이 32권, 소설책이 23권, 그밖의 책이 28권이다. 예년에 비해서 소설의 비중이 높았구나...란 생각이 든다. 나름!


좋았던 책들을 분야별로 꼽아보면 이렇다. 리뷰 쓰면서 별 다섯을 기꺼이 준 책들이다.









피터 콜링턴의 '똑똑한 고양이'도 무척 좋았는데 책 검색이 안 된다. 절판이어도 검색은 되던데 이상하군.









2014년 올해의 그림 첼로 노래하는 나무 (이세 히데코, 숲을 나무를 노래하다)

2014년 올해의 기획 너구리 판사 퐁퐁이 (법, 가까이 느낄 수 있어요. 퐁퐁이 판사와 함께)

2014년 올해의 상상력 이봐요 까망 씨! (까망 씨의 관심을 끌어당긴 건 외계인!)

2014년 올해의 서정미 강아지와 염소 새끼 (악동 강아지와 골난 염소 새끼)

2014년 올해의 아픔 그 꿈들 (그곳에 꿈들이 있었습니다)

2014년 올해의 메시지 우리 엄마는 청소 노동자예요 (연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원)

2014년 올해의 감동 노란 샌들 한짝 (노란 샌들 한짝이 보여준 우정)









뒤늦게 완간 사실을 알게 된 이키가미와 완간되고 역시 한템포 늦게 읽게 된 미생이 있다. 미생은 아직 9권을 읽지 못했다. 2015년의 첫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올해의 상큼 주말엔 숲으로(곁에 두고 오래 읽고 싶은 상큼한 책)

2014년 올해의 가상 세계 이키가미10(마지막으로 배달된 사망예고장)

2014년 올해의 열정 신부이야기6 (초원에서 살아남는 것, 초원에서 성장한다는 것...)

2014년 올해의 19금 인 디즈 워즈2 (몇 번의 반전 어느 게 진짜일까?)

2014년 올해의 유머 마조 앤 새디 3 (만화 같은 삶을 사는 부부)

2014년 올해의 기억 일본군 위안부 만화  (시선)

2014년 올해의 완결 미생 (모두에겐 저마다의 바둑이 있다)

2014년 올해의 먹먹 우리집 (삶의 진심이 느껴지는 우리집)









2014년 올해의 재판 솔로몬의 위증 (제 그림자를 밟고 우뚝 선 사람들)

2014년 올해의 문장 생의 이면 (이승우를 만나다)

2014년 올해의 실화 높고 푸른 사다리 (위로와 치유, 그리고 성장의 사다리를 보았다)

2014년 올해의 반전 속죄 (당신의 속죄로도 보상할 수 없는 시간이 있어요)

2014년 올해의 장르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 (나를 들여다본다는 일이 이렇게 무서운 일일 거라고, 감히 생각지 못했어요.)










2014년 올해의 사진 다른 길 (티벳에서 인디아까지, 지도에도 없는 마을 속으로 떠난 여행)

2014년 올해의 학교 찔레꽃 (가난한 삶에서 피어낸 어머니들의 노래)

2014년 올해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2014년 올해의 눈물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예슬이의 꿈, 304개 그 이상의 꿈)

2014년 올해의 역사 오늘 역사가 말하다 

2014년 올해의 기생충 서민의 기생충 열전 (기생충, 해치지 않아요)

2014년 올해의 생명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결국은 생명의 문제)


2014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모두 합해서 86편이다. 2013년이 94편이었으니까 다소 줄었지만 비슷하게 본 듯하다. DVD로 본 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90여 편 될 것 같다. 아무튼 여전히 극장에서 더 많이 보고 있다. 극장에서 못 본 영화는 앞으로도 못 보고 지나갈 가능성이 아주 짙다. 









86편의 영화 중 별점 5개를 기꺼이 매긴 영화는 모두 15편이다.  이중 dvd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은밀한 가족'이 있다.









자유의 언덕과 초콜렛 도넛, 나를 찾아줘와 보이후드도 아직 출시 전이다. 최근 작품이라서 그런가 보다.









2014년 올해의 까메오 수상한 그녀-김수현

2014년 올해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레리꼬~는 지겨워졌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올해의 기대 이상 피 끓는 청춘 (기대치를 내려놓으면 평점이 올라간다!)

2014년 올해의 관절 로보캅(4dx로는 액션 영화 보는 것 아니다. 관절 나간다!)

2014년 올해의 분장 아메리칸 허슬(크리스찬 베일 지못미..ㅜ.ㅜ)










2014년 올해의 가슴 300-제국의 부활(에바 그린 짱!)

2014년 올해의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연기 잘해 노래도 잘해. 주르륵!)

2014년 올해의 청소년 도희야/ 거인(이 안타까운 아이들을 어찌 할까...)

2014년 올해의 미장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올해의 블랙 유머 상도!)

2014년 올해의 신들림 만신/도희야-김새론(이 아이의 앞날이 기대된다!)

2014년 올해의 몹쓸 가족 은밀한 가족/어거스트-가족의 초상

2014년 올해의 살기 방황하는 칼날









2014년 올해의 허망 엔딩 그랜드 피아노(정말 끝난겨?)

2014년 올해의 여운 한공주(이 아픈 영화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지 않아서 고마워요, 감독님!)

2014년 올해의 노익장 논스톱(테이큰3가 나왔으니 기록을 갱신하겠지?)

2014년 올해의 등빨 역린(이 짧은 한컷을 놓치지 마시라)

2014년 올해의 슈퍼 히어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엑스멘이어야 하지 않나?)

2014년 올해의 한방 끝까지 간다(잠이 안 오더라구. 마지막 한 컷 때문에!)

2014년 올해의 낭비 트랜스 포머-사라진 시대(돈 낭비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근데 다음 편 또 나오겠지? 난 또 보겠지?)

2014년 올해의 컴퓨터 그녀(이토록 섹시한 OS라니!)









2014년 올해의 SF 엣지 오브 투모로우(믿고 보는 미스터 탐!)

2014년 올해의 광대 말레피센트(광대 밖에 생각이 안 나네)

2014년 올해의 제목 신의 한 수(제목이 다 였음!)

2014년 올해의 원작 이상 에너미(역시 드니 빌뇌브!)








2014년 올해의 위엄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인간이 아닌 유인원에게서 본 위엄!)

2014년 올해의 용두사미 군도(강동원의 미모만 남은!)

2014년 올해의 오버 명량(1700만이 든 것도, 필요 이상으로 까이는 것도 모두 오버!)

2014년 올해의 식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위 아 그루트!)

2014년 올해의 유머 해적(다 잊고 실컷 웃을 수 있었다!)

2014년 올해의 연출 자유의 언덕(감독은 천재!)

2014년 올해의 응원 60만 번의 트라이(이 아이들이야말로 민족을 등에 업고 뛰는구나)

2014년 올해의 반전 나를 찾아줘(제목은 NG!)

2014년 올해의 다큐 다이빙 벨(기레기들에게 바친다)

2014년 올해의 연기 나의 독재자(설경구의 재발견)

2014년 올해의 시간 보이후드(무려 12년 동안 찍었다!)









2014년 올해의 워스트 패션왕(올해의 테러이기도!)

2014년 올해의 베스트 초콜렛 도넛(인종차별과 성소수자, 장애인 이야기가 모두 겹친 실화...)

2014년 올해의 고문 액트 오브 킬링(런닝 타임을 견디는 것도 힘들었다)

2014년 올해의 한숨 국제시장(그때 그분들은 지금...)

2014년 올해의 의상 상의원(눈이 호강하기는 했지)

2014년 올해의 아쉬움 호빗-다섯 군대 전투(피터 잭슨임에도...)

2014년 올해의 존재감 두근두근 내 인생-김갑수(진정한 씬 스틸러!)

2014년 올해의 장엄 인터스텔라(우주가 내게 다가왔다!)

2014년 올해의 현실 카트(현실은 이보다 가혹하지)

2014년 올해의 중년 퓨리(작년에 이어 올해도 브래드 피트!)


2014년에는 콘서트 뮤지컬 전시회 강연회 등등... 여러 문화행사에 71회 참여했다. 

이중 뮤지컬은 모두 19회였다. 많은 부분 알라딘 B님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꾸벅~


2014년 올해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3월달에 이미 결정되었다!)

2014년 올해의 사진전 박노해-다른 길 (박노해 사진 에세이)

2014년 올해의  강연회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2014년 올해의 연극 미스 프랑스(관객을 한순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린 그녀의 미모!)

2014년 올해의 카페 빨간 책방(최상의 인테리어, 커피맛만 업그레이드 시키면 그야말로 최강!)

2014년 올해의 행사 이디야 뮤직 페스타(이디야가 더 좋아졌어요~)

2014년 올해의 클럽 공연 WET(영혼까지 젖어버린 느낌이야!)

2014년 올해의 팟캐스트 빨간책방(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어서 고마워요.)

2014년 올해의 여행 탁피디의 여행수다(심각한 팟캐스트 홍수 속에서 가볍고 신나게~)

2014년 올해의 길 북한산 둘레길(그 길, 다시 걸어봅시다. 배낭도 샀어요!)

2014년 올해의 엔딩곡 Hey Jude(전주 듣고 행복한 비명을!)

2014년 올해의 드라마 미생


2014년의 끄트머리에서 들은 최고의 한 해 정리 멘트는 이것이었다. 


바뀐애 2년이 18년 같다. 아니, 28년 같다.


하아, 내 맘이 내 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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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년 결산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12-31 22:03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써야 책을 다 읽은 것 같았고, 영화나 공연 및 전시회를 보고 나면 후기를 작성해야 감상을 다 마친 것 같았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기록을 남기곤 했는데 올해는 그것들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마 3월 초엔가 1월 영화 목록 작성한 게 다였다고 기억하는데, 들춰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다. 작년에 기록에 소홀했던 것은 연초에 겪었던 어느 개새끼로 인해 알라딘 생활에 동력을 잃었기 때문인데, 올해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바빠서 소홀했다.
  2. 2015년 결산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12-31 23:34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써야 책을 다 읽은 것 같았고, 영화나 공연 및 전시회를 보고 나면 후기를 작성해야 감상을 다 마친 것 같았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기록을 남기곤 했는데 올해는 그것들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마 3월 초엔가 1월 영화 목록 작성한 게 다였다고 기억하는데, 들춰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다. 작년에 기록에 소홀했던 것은 연초에 겪었던 어느 개새끼로 인해 알라딘 생활에 동력을 잃었기 때문인데, 올해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바빠서 소홀했다.
 
 
바람돌이 2015-01-0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해가 정말 정리되는듯하네요. 리스트 작업 장난 아닐텐데.... ㅎㅎ

마노아 2015-01-03 00:49   좋아요 0 | URL
링크 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이제 정말 2014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지나가는 기분이에요.^^;;

서니데이 2015-01-0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해 정리라서 그런지 무척 많네요. 쓰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해 생각도 많이 하셨을 페이퍼네요. 정리된 것만 보아도 한해동안 참 많이 보셨다 싶어요. 그리고 정리까지. 정말 부지런하세요.^^

마노아 2015-01-03 02:03   좋아요 0 | URL
시간은 오래 걸렸는데 정리하면서 꼽아보는 재미도 컸어요.^^
2015년은 영상보다 책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2월에 본 영화와 뮤지컬, 전시회, 그리고 콘서트 +  강연회까지 정리해 본다.

마무리는 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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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액트 오브 킬링(조슈아 오펜하이머, 신혜수, 2013)


충격적인 영화였다. 네이버 영화 소개 내용을 옮겨 본다.


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 군은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추대 받으며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의 ‘위대한’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인간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충격의 다큐멘터리!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였다는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설령 자각한다 할지라도 내가 승리자인데 무슨 상관이람? 이런 표정을 짓고 있고, 그런 그들의 재연 장면에 동원된 피해자들이 오히려 당신들로 하여금 가족을 잃었던 옛일을 소재거리로 내놓으면서 그렇다고 내가 지금 당신들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구태여 변명을 해야 하는 이 구차한 삶을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고문 중의 고문이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학살자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4.3과 5.18을 겹쳐볼 수밖에 없는, 무려 서북청년단의 재건이라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암담한 이 땅을 자꾸 상기시키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에 안와르 콩고는 자신들이 죽여버린 사람들을 천국으로 이끈 사람의 모습을 뮤지컬 형식으로 재연해 낸다. 그리고 날 죽여줘서, 날 이곳 천국으로 이끌어줘서 고맙다-라며 메달을 수여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세상에...



영화 끄트머리, 안와르 콩고는 자신이 만들어낸 영화에서 무언가를 깨닫기라도 했다는 듯 구역질을 해대며 눈물을 보인다. 아, 이것은 진정한 참회의 눈물인가, 아니면 악어의 눈물인가?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걸 보면 악어의 눈물일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지만, 설령 진정한 회개의 눈물이라 한들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는가? 이제 와서 피해자들에게 뭘로 보상하고 어떻게 사과할 것인데? 이건 조상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일본측의 입장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은 가해 당사자이니까. 


아주 아주 보기 힘든 영화였다. 런닝 타임도 꽤 길었다. 상영하는 곳도 많지 않아서 찾아보기까지 애먹었다. 힘들 걸 알았지만 그래도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포스터만 봐서는 절대 고르지 않을 영화였지만, 이 영화의 배경을 알고 나니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걸 만들어내는 감독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이건 비포 시리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와는 또 결이 다르다. 그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들 자신이 보여주도록 판을 짜놓은 것이다. 어휴, 괴물 감독이다. 


비단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렇고, 파시즘 하에서도 그랬듯이, 대체 '공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일까. 마르크스가 지하에서 울겠네...;;;;










82.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204)


입소문이 워낙 쟁쟁했지만 그렇게 끌린 영화는 아니었다. 약속이 이리저리 꼬이면서 우연히 급하게 보기로 결정한 영화였다. 보고 난 느낌은 '워낭소리'와 비슷했다. 다들 왜 그렇게 열광하지???




노부부가 함께 한 시간이 무려 76년이었다. 부부는 다정했고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며 살펴주고 위해주는 아름다운 반려자다. 할아버지 나이가 무려 98세였는데도 할머니와 서로 존댓말 쓰는 게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그 긴 시간 동안 할아버지는 무얼 해서 가족의 경제를 책임졌을까? 자식들도 꽤 많았는데 말이다. 할머니 생신에 모여서 큰오빠에게 여태 부모님께 해준 게 뭐가 있냐고 울음을 터트리는 딸을 보고 있자니 착잡했다. 영화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서로를 위해주는지만 익살스럽게 묘사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혹시 큰아들만 공부 시키느라 딸내미는 학교도 못 다니고 일찌감치 돈벌러 나간 것일까? 이러저러한 상상이 마구 뻗칠 수밖에 없었다. 두 부부는 서로 화목하고 서로 행복하지만, 자식들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워낭소리에서 할아버지 혼자 소에 대한 마음이 지극했지, 같이 사는 할머니는 고생스러웠고 수십 년 동안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소는 대체 뭔 죄? 내게는 할아버지의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에서도 받았다. 대단하긴 한데 그렇다고 그게 감동적이지도 않고 뭔가 찝찝한 이 기분... 


98세에 돌아가신 거면 정말 호상인 건데도, 할머니는 할아버지 불쌍하다며 통곡을 하셨다.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잠시 마음이 아릿했다. 











83. 국제시장(윤제균, 2014)


마음이 복잡해지는 영화다. 먼저 보고 오신 엄니께서 해피엔딩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갔는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서 줄거리도 다 알고 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남부두에서의 철수는 공지영 작가의 '높고 푸른 사다리'를 바로 연상시켰다. 그 눈물의 피난길, 기적같던 사흘의 이야기. 그리고 전쟁으로 발생한 천만명의 이산가족. 


오빠랑 조카를 두고 애셋만 데리고 온 올케를 보고서 타박 놓던 시누는 그래도 제일 먼저 죽그릇부터 내민다. 충분히 어린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장남으로서의 삶의 무게를 알아야만 했던 덕수. 그는 공부 잘하는 동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파독 광부로, 또 고모의 유산을 지켜 혹시라도 찾아올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베트남 파병에 자원하기까지 한다. 그의 삶에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흡사 포레스트 검프를 보듯이 역사의 굽이굽이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그의 삶의 여정이 되어버렸다.


그가 아내에게 쓴 편지에는 그 힘든 일, 그 고통스럽던 일을 자식들이 아닌 우리 세대가 겪어서 다행이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나는 몹시 갑갑함을 느꼈다. 당신들의 그 고백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이루어 낸 이 나라의 성장을, 이 나라의 기적을 당신들은 누구에게 돌리는가? 그리고 당신들이 그렇게 희생해서 지켜주고픈 자녀 세대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김윤진은 미모가 폭발했다.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인데, 그 얼굴에서 늙지 않는다. 여전히 우아하고 성숙한 느낌의 미모다. 특히 독일에서의 인물은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다만 할머니 역할을 연기할 때는 목소리가 늙지 않아서 아쉬웠다. 반면 젊을 때부터 할머니까지 연기를 다 해낸 장영남은 할머니 연기도 일품이었다. 굳굳!!


시작 부분에서 황정민과 김윤진의 노년 분장이 나오는데 얼굴만 공들여 분장하고 손에는 주름 하나 없이 매끈했던 게 옥의 티!


황정민의 복근에 오! 했고, 오달수의 머리는 왜 이리 큰 거야? 했는데 둘 다 CG의 힘이었다. 차별을 둔 과장의 힘이랄까.ㅎㅎ


윤제균 감독은 전반적으로 뻔한, 그럼에도 눈물이 나오게 만드는 연출을 곧잘 한다. 세간의 평가처럼 독재자 시대의 명암을 미화했다는 평가보다는, 그 시절 정말 고생 많이 하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분들의 보수화, 아니 극우화에 서러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와 스텝 모두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썼다고 하던데, 이제껏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고,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 부디 이 분위기가 영화계 종사자 모두에게 퍼지기를! 노동자에게 합당한 대가를! 그게 같이 성장하는 길임!!










★☆


84.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김상만, 2014)


시사회에 당첨됐다. 직장 동료와 함께 다녀왔는데, 음악영화란 본시 조금만 잘 만들면 감동을 주기에 좋은 조건을 가졌으므로 기대치가 있었다. 결과는 아주 크게 배신 당했지만...;;;;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는 듯, 힘 있는 목소리를 함께 지닌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 ‘리리코 스핀토’!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목소리라 주목 받으며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로 떠오른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은 유럽 오페라 스타이다. 그의 목소리에 반한 일본 오페라 기획자 코지 사와다는 그에게 일본에서의 공연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이해의 공감으로 가까운 친구가 된다
 새 오페라 무대를 준비하던 배재철은 갑상선 암으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 과정에서 성대 신경이 끊기면서 노래는커녕 말하기도 버거운 상황에 이른다. 목소리를 잃은 재철을 더 안타깝게 지켜보는 아내 윤희와 친구 사와다는 그의 성대가 회복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실화다. 난 실화인 줄 모르고 봤는데 알고 봤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다. 나중에 관련 다큐를 찾아봤는데 7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 짧은 영상이 영화보다 훨 나았음...


영화는 배재철 씨 개인의 신앙에 대한 간증을 담기 어려우므로 그 부분을 패쓰했는데, 그렇다면 그걸 대체할 만한 무엇이 있어야 했다. 어렵게 무대에 오를 결심을 했는데 폐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재철이 방황을 하다가 돌아오는데, 무슨 심정의 변화로 잘 나가던 그때보다 지금의 자신이 더 낫다라는 건지 관객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는 시나리오가 형편 없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오페라를 듣는 재미는 꽤 컸다. 알고 있는 오페라가 얼마 없는데 게 중 아는 것들만 나와서 어찌나 기쁘던지...


실제로 유지태는 일년 간 매일 성악 연습을 하면서 배재철의 라이브 곡에 맞추어 배역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그래서 립싱크가 잘 맞았구나! 그래도 립싱크 연기는 파파로티의 이제훈이 더 나았음.ㅎㅎㅎ 차예련은 연기가 다소 아쉬웠음...









★☆


85. 상의원(이원석, 2014) 


옷을 소재로 한 사극이란다. 게다가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고수와 박신혜 주인공! 아, 정말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그런데 관객 평점이 박해서 기대치를 꺾고 봐야 했다. 그 덕분일까.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행일세~


퓨전 의상은 그동안 사극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실 옷의 디자인으로 훅 반하지는 않았다. 고수의 연기가 좋았고, 배역과 웃을 때 생기는 주름이 잘 어울린 게 마음에 들었고, 한참 물오른 신혜양을 보는 것도 이모의 마음으로 흐뭇했다. 이유비는 김태희의 초기 연기를 보는 느낌인데 눈만 희번덕 크게 뜨고 아직 성숙한 연기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건 피노키오에서도 마찬가지. 신소율도 기생 역에 비쥬얼은 되는데 연기가 안 따라와 줘서 안습.




후반부의 내용 전개는 다소 아쉬웠다. 공진과 왕비의 마음, 또 사랑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증오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느낌.


또 시작과 끝의 현대와의 조우도 좀 사족처럼 보였다. 부분부분으로 보면 매우 재밌고 눈도 즐거웠는데 큰 흐름으로 보면 아쉬움이 조금씩은 남는다. 그래도 보길 잘했음!









★☆


86. 호빗 : 다섯 군대 전투(피터 잭슨, 2014)


2014년에 본 마지막 영화는 호빗 3D로 낙점! 정시 퇴근이라고 했는데 예상 밖에 세시간 일찍 보내주는 바람에 볼 수 있게 된 영화다.ㅎㅎㅎ


반지의 제왕 3부작에 이어 호빗 3부작도 완성을 보아야 했다. 난 시리즈물은 시작했으면 꼭 끝을 보는 타입!


영화에 대한 평들이 그닥이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해 본 내 감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 소설이 한권인데 그걸 3부작으로 늘려버렸으니, 아무리 피터 잭슨이어도 과부하가 걸린 듯 싶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훨씬 옛날 작품이건만, 기술면에서 더 진일보 했을 테지만 그게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고, 늙지 않는 요정들이 사실은 나이 들어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특히 짝사랑하는 레골라스는 원치 않아.ㅜ.ㅜ 나이 들었어도 여전히 눈부신 여신 미모의 케이트 블란쳇 보는 재미는 컸음!


황금의 유혹에 사로잡혀 앞뒤 분간 못하던 소린이 한순간에, 그것도 알아서 반성하고 자각하고 용맹한 전사로 돌아오는 건... 뭐 리리코 스핀토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각본이 좀 아쉽기는 했다. 


전반적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 오감의 만족이 부족했다. 두 작품의 연결고리는 제대로 잡아 놓았지만 그게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음. 어마어마한 물량을 들여서 엄청난 배우들을 데려다가 거대한 작품을 만들긴 했는데, 그 완성품이 의외로 그저 그런 수준. 투입 대비 효과가 너무 약한 걸. 그래도 피터 잭슨이 다음 작품 들고 나오면 물론 또 볼 것이긴 함. 반지의 제왕 아우라가 있잖아~


다만, 다음엔 제발 런닝 타임 좀 줄여주기를... 영화가 너무 길어.... 피곤해. 힘들어.... 나 사실 졸았단 말야...;;;;;


가장 좋았던 장면은 바드 역의 루크 에반스가 용을 물리칠 때였다. 아들의 어깨를 빌려 활을 쏘는데, 아들의 등을 돌려놓은 점, 엄청난 임무를 수행할 때 아들의 힘을 보태게 한 것 등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 아들이 자라서 아빠처럼 훌륭하게 될 거라고 의심치 않음! 좋은 아버지다. 강하고 책임감 있고, 배려심도 깊다. 멋진 어른이다.









★☆


크리스마스 2부엔 나의 야곱과 함께 와인 잔을 기울였다. 야곱의 사무실에서 분식과 김밥으로 저녁을 먹고(야곱은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 조촐한 안주를 곁들여서 와인을 홀짝~


 

두루마리 휴지 어째...ㅎㅎ


바로 그 야곱이 생일선물과 함께 준 티켓이 두장 있었다.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전시회는 내년(사실은 올해)까지 이어지지만 초대권인지라 12월 31일까지 가야 했다.

다이어리를 펴 보니 갈 수 있는 날은 12월 25일, 성탄절 뿐이었다.

그래서 연인들이 득시글거리는 예술의 전당으로 나혼자 용감히! 다녀왔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먼저 한가람 미술관 3층에서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를 보았다. 노르망디를 사랑한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네, 부댕, 쿠르베, 코로, 터너, 라울 뒤피 등등...


작품들은 좋았지만, 확실히 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보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전시하니 몰입도가 많이 떨어진다. 모두 인상파이며 노르망디에서 활동한 인물들임에도 그랬다. 오히려 전시관 끄트머리에 위치한 오래된 사진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 서양 사진사 32장면이란 책을 봤는데 내가 기대한 것과 달리 사진의 역사에 해당하는 길고 긴,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결국 읽다 말았다!). 바로 그 책을 연상시키는 사진들이 인상파 거장들의 그림보다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더 익숙한 지명 노르망디.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이 파괴된 이곳을 재현해 보고 싶은 사진가의 바람이 투영된 작품이다. 그림보다 더 마음에 들어~♡


좋았던 사진들 제목을 적어왔는데 인터넷에서 구할 수가 없다. 7장 더 있는에 아쉽아쉽....


노르망디 전 보기 직전에는 사물함이 꽉 차서 무거운 가방 때문에 힘들었는데, 1층으로 다시 내려가 보니 마침 가방 찾아 나가는 학생 발견! 잽싸게 사물함을 차지했다. 이번엔 몸도 마음도 가볍게 1층 전시관으로 고고씽!



라울 뒤피의 그림이다. 장 자끄 상뻬가 떠올라서 정겨웠다.



에드가 드가의 '스트레칭하는 무용수들'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서 놀랐다. 130.2*97.8이다. 그림만 볼 때는 작을 거라고 여겼는데 실물은 컸구나.



에두아르 마네의 '스페인 발레'

마리오네뜨를 연상시키는 그림이다. 색채가 강렬해서 한참 바라보았다.



고흐의 오베르의 집도 좋았고, 까마귀 나는 밀밭과 오베르의 교회 사진도 좋았다. 가보고 싶구나~



독학으로 주말에만 그림을 그려 일요화가라 불린 앙리 루소의 '노트르담'이다. 간결한 그림이 인상 깊다.



리처드 푸세다르트의 '토템 신앙의 초월성'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강렬하다!



클로드 모네의 '베퇴이유로 가는 길'은 연작 시리즈였다. 

빛은 곧 색채다!라고 말했던 그의 말이 이해가 가는 느낌적 느낌~



텅빈 눈동자의 모딜리아니 작품. 난 그의 그림보다 모딜리아니 자신이 더 그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양반 잘 생겼음..ㅎㅎㅎ


굳이 비교하자면 노르망디보다 필립스 컬렉션 전이 더 좋았다. 그래도 두 전시 모두 기존에 좋았던 전시회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칸딘스키 전은 내가 원래 1월에 보려고 예매해둔 거였는데 표가 생겨서 예매 취소했다. 아무튼 야곱 덕분에 성탄절에 문화생활 잘 했다~









야곱이 준 선물은 이것~


개똥이네 놀이터는 9월호 10월호, 12월 호를 받았는데 상품 검색이 안 된다.

돌아오는 길 산타 선물 기다리는 다현 양 때문에 분주했는데, 다음날 오빠의 산타 선물은 뭐냐는 질문에 개똥이네 놀이터는 산타 선물로 급 변신했다! 다현양은 언제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될까? 머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됨.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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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다음 날엔 출장이 잡혀 있었다. 한참 바쁜 시즌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안 가려고 해서 연구부에서 대표로 다녀왔다. 연수가 하나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두개. 결국 퇴근 시간 한 시간 넘겨서 끝났다.ㅜ.ㅜ 



두번째 연수는 이미 여러 번 들은 내용이어서 재미도 없었고, 퇴근 시간 넘겨서 좀이 쑤셔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첫번째는 간송미술관 학예사 분이 나오셔서 진경산수화에 대해서 아주 맛깔스럽게 얘기해 주셔서 초집중! 조만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다녀와야겠구나!










12월 27일은 점심 때 결혼식이 하나 있었고 저녁에는 뮤지컬을 한편 예매해두었다.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원스였는데, 마침 50% 할인 기회가 생겨서 겟!



사실 영화는 아주 재밌게 보았지만 당시 중간에 좀 졸았다. 이건 영화가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내 몸이 피곤해서인데,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함...;;;; 


뮤지컬 원스는 출연 배우들이 모두 직접 연주를 한다는 게 큰 특징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이런 게 또 매력이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노래도 훌륭했다. 그래도 영화만큼 좋지는 않았다. 윤도현 전미도 주연으로 보고 싶었는데 이들은 낮 공연이었고, 결혼식 때문에 우린 이창희, 박지연 캐스팅으로 보았다. 두 사람 모두 잘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는 낮공연 쪽이어서 살짝 아쉬움!


일요일인 12월 28일에는 낮에 돌잔치가 있었다. 헥헥...ㅜ.ㅜ 결혼식까진 괜찮은데 돌잔치는 솔직히 안 반가움.ㅜ.ㅜ 그러나 이번달 말일에도 또 돌잔치와 결혼식이 겹쳐 있음!! (ㅡ.ㅜ)


돌잔치를 보고 후다닥 뛰쳐나와 잠실 실내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승환의 연말 공연 '진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같이 가는 사람도 있었고 발걸음 가비얍게 출발~



공연이 얼마나 좋았는지는 설명하면 입 아프지... 학교의 한 부장님이 토요일 공연을 다녀오셨는데 홀딱 반하고 오셔서 다음 공연 언제냐고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내 대답은 이러했다. 이승환 공연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ㅎㅎㅎ 뭐, 100% 장담은 못하지만 대략 그러하다. 십대 팬들이 써 갖고 온 피켓이 재밌었다. "아저씨가 죠아 쥭음"이라고 썼다. 엑소 좋아할 나이의 너희들이 반백 환옹의 매력에 훌렁 빠졌구나! 그거 늪이란다. ㅎㅎ



게스트 없이 3시간 반 공연. 홀로 34곡을 완창했다. 2년 전에는 5시간 반 공연도 했고, 십여 년 전에는 네시간 공연이 기본이었다. 홀로 40곡 넘게 부르는 일도 다반사. 그러나 3시간 반도 다른 공연에 비하면 엄청 긴 거다. 3시간만 해줘도 나는 감지덕지. 공연은 자본의 미학이라던 그의 말처럼 공연 수익금을 모조리 쏟아붇는 어마어마한 물량공세. 눈과 귀가 함께 즐겁다. 개인적으로는 쇼를 자제한 노래만 보여주는 '꿈꾸는 음악회'가 더 환상적으로 보이지만, 연말공연은 연말공연답게!









그의 11집 後 편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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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고등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사진으로 보여준 청화백자를 보고 크게 놀랐다. 내가 짐작하기에 고려청자가 훨씬 화려할 것 같았는데 하얀 바탕 위에 푸른색을 입힌 청화백자가 훨씬, 훨씬 더 화려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사스럽게 보일 정도로. 지금 생각해 보면 고려청자는 화려한 것보다 우아한 멋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당시 사진으로만 접했던 내 머리 속에서는 화려함의 비중이 그러했다. 


이번에 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를 재밌게 보고 왔다. 전시 공간이 좁은 편이 아님에도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진열해서 좀 지치는 감이 있었다. 좀 걸러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사진 찍을 수 있게 해준 건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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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자가 성에 안 찼던 건 아닌데, 솔직히 현대작가의 작품들이 내게는 더 탐이 났다. 이쪽은 사진도 찍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당장 사용이 가능한 실용성과 디자인에서 오는 탁월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무척 갖고 싶었지만 아마도 굉장히 비쌌으리라. 가격 모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았던 게 아닐까?


관람 마치고 나올 때 도자기 색칠놀이를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게 재밌었다. 하얀 백자 위에 본인이 원하는 무늬나 글씨를 적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열심히 표현하고 돌아왔다. 스캔해서 벽에 띄워주기까지 하는데 혼자 막 뿌듯해하고 그랬음..ㅎㅎㅎ



작은 그림 아랫줄 두번째가 나의 그림이다. 잘 안 보이긴 한데 내 님의 이름과 로고가 그려져 있다. ㅎㅎㅎ









한글이 들려주는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을 간 김에 한달 여 전에 오픈한 국립 한글 박물관도 같이 다녀왔다. 

광화문의 세종이야기가 워낙 내 취향에 잘 맞아서 이쪽은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나름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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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커다란 스크린이다. 감히 밟을 수가 없었던 우리 문자였다.



우리 말의 어원을 알려주는 글들이 화면에 계속 나왔다. 우와!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구나!



한글의 발자취가 보인다.



한글의 자모음을 모아서 만든 탑이 경이롭다.



뭐든, 일단 인구 1억은 되어야 뭐가 되도 되겠구나... 싶었다. 국가 경쟁력이나 내수의 흐름이나 등등등...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문자라니, 지극히 경이롭고 또 경이롭다.



의자의 등받침이 님의 침묵으로 되어 있다. 시에 기대어 앉는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의자란 말인가!



영상체험관에 글자가 후두둑 떨어지는데, 나 혼자 감상했기 때문에 더 벅찬 기분이었다.



발자국 표시에 서서 잠시만 기다려 보자.



잠시만 더 기다려 보자.



잠시 후 내 실루엣에 맞춰서 움직이는 그림자가 나온다. 손을 흔들어 보고 고개를 갸웃해 보고 만세도 불러본다.

내가, 나를 따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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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보던 날에는 엄니와 함께 국립 고궁 박물관에 다녀왔다.

교황 방한 기념으로 전시를 연장한 "천국의 문"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껏 고궁 박물관은 늘 무료로 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입장료 12,000원...ㅡ.ㅡ;;;;

그나마 엄니가 우대 나이이기 때문에 50% 할인 받아 다행~


내가 천주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전시회에서 크게 감흥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냥 개신교에서 부르는 이름과 천주교에서 부르는 이름은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고 신기해 하는 정도?

천국의 문도 떼어올 수가 없으니 복제품이 온 것이다. 복제품이라 해도 번쩍번쩍 황금으로 공을 들인 티는 충분히 났다.

문에 새겨진 성경의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한 몫!

그렇지만 입장료 대비 만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리 아프다고 아우성이신 엄니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해서 전시회를 한편 더 봤다.


미리 예매해 둔 "세바스치앙 살가두 전"이다.

일단 전시관 찾느라 주변을 몇 바퀴 돌았던 이야기는 속상하니까 패쓰하자..;;;


사진이 엄청 많았다. 정말, 토나올 정도로 많았다. 사진이 워낙 크고 모두 흑백이라 강렬해서 좀 멀리서 보고 싶은데 공간이 너무 좁아서 시야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안 일인데, 난 동물 사진이나 정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고등학교 때 과학 영역 네가지 중 지구과학과 화학을 좋아하고 물리와 생물을 싫어했는데, 물리는 어려워서 싫었고, 생물은 징그러운 사진이 많이 나와서 싫어했다. 


최근에 내가 혹시 '환공포증'이 있나?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것도 살가두 사진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대단한 사진인 건 분명한데, 뭐랄까... 나는 좀 많이 징그럽고 무섭고 그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토나올 것 같은 울렁증이 도졌다. 그러니까 나는 인물사진이나 건물사진... 이런 건 좋은데 동물이나 원시림 같은 자연사진은... 취향에 맞지 않아...


아마존의 눈물은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거기서도 등장하는데 입술에 접시를 넣어서 턱을 늘려놓는 그런 풍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너무 아찔한 것이다. 이게 또 영상과 멈춰있는 사진의 느낌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정지되어 있는 사진으로 보고 있자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 문화의 한단면이 너무 고통스럽게 보인 것이다. 문화적 차이라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심리적으로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법 비싼 표였는데 역시 실패! 나는 퓰리처 사진전이나 라이프 사진전이나 매그넘 쪽이 더 맞다. 내 취향을 확인하고 돌아온 전시회였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보고 온 이야기를 했던가?

한 것 같기도 한데 왜 했지? 아니, 한 게 맞나???



레베카와 엘리자벳을 만든 팀의 작품이었고, 출연배우도 옥주현 윤형렬로 마음에 들었고, 소재도 관심이 가서 무척 기대가 됐는데 작품은 아주 꽝이었다. 아, 일일드라마 막장 컨셉이 나온다.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초연 공연은 이래서 복불복이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 조기 예매를 하지만, 그래서 입소문을 못 들어서 잘못 고른 작품들이 나오기도 한다. 뭐, 그래도 카르멘 보다는 나았다고 할까...;;;;













친구까지 동원해서 응모했던 이승환 미샤 콘서트에는 똑! 떨어졌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간 것은 덕수궁. 엄니와 함께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난잎으로 칼을 얻다"에 다녀왔다. 우당 이회영 선생님의 전시회다. 


어마무시한 전재산을 정리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생은 가난하게 살았다. 그럴 때마다 난을 쳐서 받은 돈을 다시 독립운동에 쏟아냈다. 그리하여 나온 이름이 '난잎으로 칼을 얻다'이다. 


을사늑약이 강요된 자리 덕수궁 중명전에서 선생의 전시회를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하나 남은 사진이 너무 작아서, 벽에 붙어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가 되돌아와서 다시 보았다. 가슴 속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이 전시회는 3월 1일까지 한다. 더 많은 분들이 다녀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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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과 저 자그마한 사진이 보이는가. 가로 4.5에 세로 6.8cm다.



역사에 이들 육형제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하지만, 정작 당신 자신의 흔적은 이리도 작게만 남겨놓으셨다. 

그 희생에 절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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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 카드에서는 프로모션으로 공연을 할인해 주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11월에는 무려 '지킬 앤 하이드'가 있었다. 

80%까지 할인해 주는 공연도 있건만 이 초초초 인기작은 20%를 할인해 주는 것에서 그쳤다. 그렇지만 몇번을 재관람해도 할인을 안 해 주는 이 공연에서 20%가 어디인가. 




예매 당일 나의 후진 컴은 뻗어버렸고, 친구가 예매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공연 당일에 조카 돌잔치가 겹치는 바람에 못 가게 되어서 그 표로 직장 동료와 함께 다녀왔다. 아주아주 궂은 날이었는데 그래도 공연을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음.




드디어 조승우 버전의 지킬과 하이드를 만났다. 연기는 역시 발군. 그렇지만 노래는 아직도 류정한에게 더 마음이 간다. 음역대라든가 발성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 듯.

조승우 말고 다른 배우들도 매력적이었다. 소냐보다 나은 루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린아가 제법 괜찮았고, 엠마도 프랑켄슈타인 때보다 괜찮았다. 근데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이지혜였던가? 찾아보니 이지혜 맞다. ㅎㅎ


이번에 박은태도 새로운 지킬로 합류했는데 그의 공연도 보고 싶다. 그렇지만... 너무 비싸. 인간적으로 뮤지컬 너무 비싸... 제일 싼 좌석이 6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 이건 정말 폭력이라고..ㅡ.ㅡ;;;;;


어떤 공연은 한 번 보고 그걸로 충분할 때가 있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중 넘버 1은 항상 지킬 앤 하이드였다.

그건 부인할 수 없음. 그러니까, 자꾸 보고 싶으니까 할인 좀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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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01-2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킬 앤 하이드 2월 공연은 재관람 할인이 있더라구요. 딱 10%~ ㅎㅎㅎㅎ
구정 연휴는 20% 할인이래요.

이번에 런던에서 뮤지컬 보고 한국 뮤지컬 극장에 대해 불만 폭발했어요.
2층 맨 앞좌석 가운데줄이었는데, 무대가 과장 하나 안보태고 바로 코 앞이었어요.
배우들 얼굴 하나하나 잘 보였구요.
동행이 이제 우리나라에서 돈 아까와서 뮤지컬 못보겠다고 하네요.
어떻게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는 곳들조차 1층 6~7열에 앉아도 무대 위 배우들 얼굴 표정이 잘 안보이냐구요.
가격도 우리나라가 훨씬 비싸면서.
물론 런던 극장들은 세계를 소비시장으로 하고 있지만서두요...

마노아 2015-01-28 00:50   좋아요 0 | URL
티몬에서 40% 할인하는 티켓 잡아서 목요일에 류정한 걸로 한 번 더 가요.
진주에서 나의 파트너가 올라오거든요. 박은태 것도 보고 싶다능...ㅜ.ㅜ

아, 40%가 아니라 3만원 할인이네요. 그럴 리가 없지. ㅋㅋㅋ
 

 

 

권오철 천체 사진전. 전시 마감을 하루 앞두고 소식을 들어 마지막 날에 보러 갔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이라길래, 아무 의심 없이 세종문화 회관을 갔는데 여기가 아니란다. 그래서 뒷편인가 하고 돌아가 봤는데 거기도 없다. 그래서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전경에게 물었더니 반대편을 알려준다. 응? 그래? 그렇게 뱅글뱅글 돌다가 겨우 찾아간 곳은 광화문역 지하도였다. 헐, 맨처음 지나간 곳인데 오른편에 있는 걸 못 보고 스윽 지나간 것이었다. 하아, 굽도 높았는데...ㅠ.ㅠ

 

킬리만자로에 올라 별을 찍는 소원을 십년 동안 꿈꾸다가,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못 이루던 것을 회사 그만두고서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비용은 퇴직금으로 충당~

 

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이 지나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 위도에 따라서 별이 수평으로 뜨는지 수직으로 뜨는지 또는 45도 각도로 뜨는지, 그 차이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들이었다.

 

와, 무려 킬리만자로다. 정말 침묵만이 bgm이 될 것 같아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도 빼버렸다. 온전히 별만 보고 싶어서...

 

전시장 안에 로이킴의 영원한 건 없지만-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권오철 작가의 사진 위에 이 노래를 입힌 것이다. 서로의 작품에 잘 어우러지는, 동반 상승 효과가 있는 만남이었다. 독도에서 백령도, 마라도에서 휴전선, 북극에서 남극, 이끝과 저끝을 잇는 공간들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운 별들을, 오로라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로이킴의 목소리하고도 잘 어울려서, 연속으로 두번 돌아갈 동안 내내 앉아 있었다(발이 아프기도 했고..;;;).

 

이렇게 가득한 별을 보니 강경옥 작가의 별빛속에가 떠오른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도 함께...

 

 

 

 

 

 

 

 

지난 10월 19금 콘서트 때 '차카게 살자' 공연 소식을 알리자 환성을 지르면서 내 머릿속은 날짜 계산하기 바빴다.

아뿔싸, 연구수업 직전 토요일이네. 당시 엉겁결에 떠안다시피 맡은 지구별 연구수업을 나는 10월 8일에 하고 싶었다. 9일이 한글날이고 그 다음날이 재량휴일이어서 연속 4일을 쉬게 되어 있었다. 후다닥 해치워버리고 푹 쉬고 싶었다. 그러나 시험 끝난 직후 수요일인인 이 날은 7교시 수업이어서 연구수업 불가 통보를 받았고, 덕분에 일주일 가까이 밀려 14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11일에 공연이야...ㅡ.ㅜ

 

맘 편히 놀고 싶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고, 그렇다고 공연을 포기할 마음은 네버 없었고, 그래서 미리미리 조금씩 수업 준비하고 공연 다녀왔다. 수변무대는 야외여서 실내와는 다른 감동이 있다. 또 본격 기부 공연이기 때문에 취지도 좋았고~

 

 백혈병 어린이 재단을 15년째 후원하고 있는 이 공연에서 기부금 전달을 위한 세 남자가 출연했다.

 

1번 강풀

2번 류승완

3번 김제동

 

공장장의 주문은 자신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를 3분 동안 어필하라는 것이었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이 당첨!

 

1번 강풀은 원고를 써왔다. 본인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형님들 결혼하고 싶은 마음 들고 싶게 깨소금 맛을 흘리고 다니는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형님을 클럽가지 못하게 츄리닝 입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형님들을 건전한 유흥의 길로 인도하는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뭐 이런 식의 멘트~

 

2번 주자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원래 초대받았던 주진우 기자가 오지 못하게 되어 대타로 섭외되었지만 섭섭해하지 않는 나는, 정말 착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은 전통적으로 2번을 지지해온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블라블라블라~~~ 결국 1번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3번 주자 김제동 등장

여러분, 1번과 2번 찍어서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3번을 지지해 주십십오~

하고 등장하는데 이미 게임 끝났다. 말빨로 먹고 사는 사람을 무슨 수로 이겨..ㅎㅎㅎ

 

정말 즐겁고 예쁜 공연이었다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 사진은 집에 가서 더 추가해야겠다. ㅎㅎㅎ



공연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안내서~



저 남자의 뒷통수가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북서울 시립 미술관이 있다. 지하1층은 유치원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었는데 아기자기 예쁜 것들이 많았지만 중학생 취향은 아니었고, 1층과 2층은 재개발과 관련된 도시 건축 디자인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쪽은 또 중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무리. 학사일정에 따라 방문한 거라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한테는 좋은 관람, 애들에게는 다소 비추였다.

 

 

컨테이너 박스를 보는 순간 용산 참사가 생각나서 순간 섬뜩해졌다.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이 폐허의 섬들...

 

 

달동네의 정겨움과 순박함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졌지...

 

 

고향 바닷가를 달동네로 끌어올리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달과 가까운 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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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2-16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카게 살자~ 공연은 주욱 계속되는 군요.
착한사람들과 함께 하는 멋진 공연~!!

마노아 2014-12-16 07:07   좋아요 0 | URL
10년만 하고 관둘 생각이었다는데 15년 이상 이어지고 있네요. 이십년도 찍고 30년도 찍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