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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샌들 한 짝 ㅣ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평화 이야기 1
카렌 린 윌리암스 글, 둑 체이카 그림, 이현정 옮김 / 맑은가람 / 2007년 10월
평점 :
리나는 난민촌에 살고 있는 소녀다. 구호 센터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오면 사람들은 서로 좋은 옷을 차지하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는다. 리나 역시 그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잡히는 대로 움켜 쥐고 일단 당기고 봐야 한다. 그런데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새 샌들 한짝을 찾고 말았다. 리나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다. 신은 열살 리나의 발에 꼭 맞았다. 파란 꽃이 달린 노란 샌들은 고왔다. 무려 2년 만에 신어보는 신발이다. 지금껏 맨발로 살아왔을 리나의 고단한 난민 생활이 눈에 그려진다.
다른 한짝도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리던 리나는, 자기처럼 신발 한짝을 신고 서 있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리나보다 더 마르고 얼굴이 까만 아이였다. 발은 리나가 처음 난민촌에 왔을 때처럼 갈라지고 부어 있었다. 리나보다 더 신발이 필요한 아이로 보였다. 그런데 인사를 건네는 리나를 보자마자 아이는 휙 돌아서 사라져 버렸다. 신발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두 아이가 다시 만난 것은 냇가에서였다. 리나가 빨래를 하고 있을 때 어제 사라졌던 그 아이가 샌들 한짝을 들고 찾아왔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한 짝만 신는 건 바보 같대."
아마도 아이는 샌들을 들고 오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디의 지혜를 닮은 아이의 할머니의 충고를 들었을 것이다. 망설였을 마음과, 기꺼이 들고 온 그 마음이 모두 아련하고 예쁘다.
아이는 샌들을 두고서 다시 휙 돌아서 가려고 했다. 아이를 붙잡은 건 리나였다.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아이의 이름도 들었다. 소녀의 이름은 페로자. 둘은 하루씩 번갈아 가며 샌들을 신기로 했다. 둘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슬기로운 해법이다. 그렇게 두 소녀는 친구가 되었다.
이후 두 소녀는 물 길으러 갈 때도, 동생들을 돌볼 때도 사이 좋게 샌들을 나눠 신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고 있는 두 소녀는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 남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 수밖에 없는 두 소녀들.
배우고 싶은 욕망은 크지만 학교가 작아서 여학생까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럴 땐 학교 밖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에 이름을 썼다가 어른 지우곤 했다. 혹시라도 잘못 쓴 거라면 창피할 까봐서.
이 사진이 떠올랐다.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일수록 배움에 더 목마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리나와 페로자처럼 말이다.
난민촌에서 언제까지 살 수는 없는 노릇. 두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먼저 허락을 받게 된 것은 리나네 가족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동무와 헤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맨발로 갈 수 없다며 신발을 안겨주는 착한 페로자. 엄마가 삯바느질로 마련해준 구두가 있으니 페로자에게 신을 양보하는 리나. 그러나 페로자는 신을 받을 수가 없다. 두 친구의 소중한 추억와 우정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렇게 둘은 다시금 신발을 한짝씩 나눠 가졌다.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나가 될 그 신발을 품은 채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 책은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중 평화이야기다. 비록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머나 먼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우리나라도 전쟁을 경험한 나라이고 아직도 분단국가이다. 늘 한쪽에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에는 박수를 보내주면서 말이다. 더불어, 얼마든지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제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배움의 축복이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