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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안에는 다 쓰고 싶었지만 어김 없이 또 한 달이 지나갔다. 1년도 더 전의 여행 일지. 그래도 이제 막바지다. 

... 

아침 7시에 기상. 40분 경에 아침을 먹고 9시에 하선했다. 우리 일행은 택시를 타고 룩소르 시내로 들어가 숙소를 잡았다. 퀸스 밸리 호텔. 물론 이름만 호텔이다.ㅎㅎ 



짐을 풀고 로컬 페리를 타고 다시 서안으로 넘어갔다. 강의 동쪽은 인간의 거주지, 서쪽은 죽은 자의 땅이다. 그러니 우리가 구경할 무덤과 신전 등은 모두 서쪽에 있는 셈.

점심에 먹으려고 맥도널드에서 맥모닝 세트 4개를 테이크 아웃했다. 낮동안 여러 곳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택시를 대여하기로 했다. 가격 흥정의 달인이신 시니어 샘이 5시까지 80기니에 합의를 보셨다.    

왕들의 계곡은 발굴된 모든 곳을 한꺼번에 개방하지 않는다. 그때 그때 개방하고 쉬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그야말로 좋은 곳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복불복. 입장권 한 장으로는 세 곳까지 들어가 볼 수가 있다. 입장할 때마다 펀치로 구멍을 뚫어주는데 거기 구멍이 세 개 뚫려 있으면 새 입장권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처음 고른 곳은 투트모시스3세와 세티2세, 람세스1세 

맨 처음 들어간 투트모시스 3세의 무덤은 일단 시작부터 엄청 높고, 입구부터는 엄청 깊고, 안으로 들어가면 90도로 꺾이고, 하여간에 움직임이 큰 곳이었다. 땀을 비오듯이 흘렸는데 이곳은 어케 된 것이 깊이 들어갈수록 더 후끈했다. 깊어질수록 시원해질 줄 알았더니만... 신왕국 초기 시대로 기원전 1450년대에 조성되었다. 조각은 없었고 그림은 윤곽선만 보였는데 마치 졸라맨을 보는 기분이었달까...;;;; 

두번째로 들어간 세티2세의 무덤은 입구 양 옆의 벽의 부조가 기막히게 아름다웠다. 무척 입체적이어서 만지면서 살결처럼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만질 수는 없었지만... 기원전 1200년 경에 조성되었는데 부조에 손톱 발톱까지 보이고 정교함 그 자체였다. 내 기억에는 세티2세 무덤이 가장 아름다웠다.  

세번째 람세스 1세의 무덤은 보다 깊었다. 입구 경사만 50도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특이한 관이 인상적이었는데 관 아래에 아내가 조각되어 있어서 아래쪽도 볼 수 있게 바닥에 거울이 깔려 있고 관은 그 위로 띄워 놓았다. 천장에는 누트 여신이 내려다 본다.  

그밖에 람세스 4/5세의 무덤은 입구에 펀치 관리인이 없어서 기회는 이때다 하며 관이 놓여있는 곳 직전까지 들어가봤다. 하지만 통로 끄뜨머리에서 들켜버림.ㅎㅎ 슬쩍 올랐던 척하고 돌아나왔다. 전경이 끝내줘서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불가능했다. 옆벽과 천장의 그림이 입구에서부터 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첫번째 무덤 대신 이 무덤을 선택했을 것을... 

 

 

 

 

 

 



 

무덤 세 개 다녀오고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워낙 크고 넓고 깊고, 게다가 덥고!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는 그늘에서 맥모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당연히 돈 내고..;;;) 티켓을 다시 끊어서 세 곳을 더 보았다.  

19대 Tausert 와 20대 Setnakht

아주 깊고 컸는데 중간 통로에는 볼 게 없었다. 카노푸스 4단지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훼손된 것인지 원래 무덤에 별 게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섯 번째는 Siptah 

아누비스가 미이라 만드는 과정이 벽에 남아 있었다. 석관이 너무 높아서 뚜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입장할 때 표를 안 찍을 뻔 해서 우린 좋다 말았다. 사실 딱 거기까지만 좋았던 곳인지라..ㅎㅎㅎ 

마지막으로 람세스 3세. 

이때 갑자기 몰려든 떼관광객으로 깔리는 줄 알았다. 영국 학교에서 온 어린이 한 무리의 행렬도 어마어마. 관까지는 가지 못하게 막아놨다. 이것도 훼손인지 미발굴인지 모르겠다. 벽화가 예뻤고 누비아인 손톱과 발톱에 색깔이 달랐고, 샌들 끈이 흰색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시니어 선생님 한 분이 관리자의 실수로 펀치 하나 덜 뚫려서 우리가 그늘에서 쉬는 동안 한 군데를 더 보고 오셨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그곳이 어떠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별로 설명 못하심...ㅎㅎㅎ 

다음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하쳇숩트 장제전으로 이동했다. 먼 전경에서 보았을 때는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풍경과 함께 무척 웅장했는데 내부가 많이 파괴되어서 오히려 덜 멋있었던 경우였다. 

 

저 버스를 우리가 탔던가? 안 타고 걸어갔던 것 같다. 대단히 멀어보였지만 모퉁이 도니 장제전이 보여서 생각보다 가까워 안 타길 잘했다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작렬하는 태양... 그냥 탈 걸 그랬다.  

하쳇숩트는 투트모시스2세의 첫째 왕비였다. 왕이 죽고 후궁이 낳은 열 살 나이의 아들 투트모시스 3세의 섭정을 하다가 스스로 파라오가 되어 15년 동안 이집트를 다스렸다. 여왕의 등장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여왕이 죽고 투트모시스 3세가 뒤를 이었는데 그는 의붓 어미의 흔적을 파괴하는 데에 무척 애를 썼다. 그래서 저 웅장한 규모에 반해서 다가가 보면 내부 디테일의 망가진 모습에 무척 속이 상하게 된다.

 

비교적 모습이 온전한 부분만 옮겨봤다. 관광객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되도록 사람 안 찍힌 사진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건지 우리 일행 말고도 심심찮게 한국어가 들린다. 사진이라도 찍어주고 싶었다.^^ 

 

친구는 하토르 여신을 좋아해서 그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잘 나온 사진이 없어서 책 속 사진을 하나 옮겨본다. 

 

그렇지만 사진을 잘 못 찍었네....;;;; 암소 귀가 달린 게 특징인데 귀 부분이 약간 파손되었다.  

하쳇숩트 장제전에 이어 도착한 곳은 람세움. 람세스 2세의 장제전이다. 이 무렵에 알라딘에서 전화가 왔다가 끊어졌다. 고객센터 답변이 2주 만에 올라왔나보다..ㅎㅎ 국제전화라는 걸 알고는 메일로 답변을 돌렸을 테지. 

 

람세움은 거의 폐허에 가까웠지만 이상하게 난 이런 황폐한 곳에서 더 감동을 느낀다. 

 

목 잘린 조각들과 쓰러져 누운 람세스 어깨의 카루투시가 눈길을 끈다.  

 

천장 기둥의 아랫면까지 모두 채색되어 있고, 유독 그 부분의 색들이 참 곱다.  

 

가장 전율했던 부분이다. 정복 군주답게 그의 말발굽 아래 깔린 적군과 노예 등을 짐더미처럼 쌓아놓았다. 잔인한 장면이건만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를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전차를 끄는 모습은 자주 발견했는데 저렇게 사람을 쌓아놓은 모습은 흔치 않아서 더 놀라웠다. 

 

죽어서까지 오래오래 남겨놓은 권력의 상징들... 

 

사람이 다소 보여야 크기가 짐작이 된다. 어마어마한 높이. 천장 기둥의 파피루스가 보인다.  

 

예뻐서 줌으로 한 컷 더 찍었다.  

람세움을 더 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머니 돌아설 수밖에. 택시 기사 오마르는 자꾸만 알라비스타 공장을 데려가고 싶어 했다. 친구가 하거나 어떤 커미션 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린 룩소르 신전이 목표.  

로컬 페리를 타고 동안으로 다시 건너갔다.  

(사진 펑!) 

낮의 뜨거움과 대조적으로 해가 지기 시작하자 무척 쌀쌀해졌다. 더 늦어지면 우리 카메라로는 사진이 안 찍히므로 힘들어도 빡세게 돌기로 했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에는 이슬람 사원이 있다. 위의 사진은 앞에서 찍은 것과 뒤에서 찍은 것을 붙인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룩소르 신전의 원형을 제대로 복원하고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이 공간 안에서 가장 멀쩡한 건물이다. 

 

람세스 2세가 증축한 룩소르 신전의 정문 앞에는 오벨리스크와 람세스 석상들이 있다. 오벨리스크는 원래 2개였는데 다른 하나는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다.  높이 25미터에 무게가 무려 250톤이나 된다. 아래 사진은 길 양옆으로 쭈욱 늘어선 스핑크스들이다. 사람을 피하다 보니 한쪽만 보인다. 양쪽 다 나온 사진엔 내가 있어서 패쓰! 

 

대형 동상이 나란히 두 개 있는데 그나마 얼굴이 좀 남아있는 왼쪽의 동상을 찍었다. 람세스 2세의 발이 측면에는 왕비 네페르타리가 새겨져 있다.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받침돌에는 전쟁에서 패한 적들의 결박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역시나 목이 뎅강뎅강...;;;; 

 

룩소르 신전까지 모두 보고서 숙소에 돌아오니 방에서 걸레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카운터에 얘기해서 옆방으로 옮겼다. 숙소 정산을 먼저 하고 나와서 룩소르에서 한국말 참 잘하는 만도를 만나 슬리핑 트레인 값을 먼저 지불했다. 60달러. 만도의 얼굴은 TV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말라 있었다. 일을 너무 많이 했나??? 만도가 해주는 닭도리탕을 일년 전에 먹어본 친구의 말이 무척 매웠다 한다. 맵다니, 패쓰! 

친구의 직장 동기(코이카)를 만나서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김가네 한식당으로 갔다. 모처럼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나 보다. 하지만 경비가 너무 빠듯했기 때문에 제일 저렴한 계란 볶음밥(26기니)을 시켰다. 한국 음식에 갈급했던 내 친구는 김치 찌개(55기니)를 시켰다. 

 

후식으로 오렌지와 커피가 나왔고, 한국인 사장님이 서비스로 불고기를 더 주셨다. 여기서도 코이카 얘기만 계속 하니 나는 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그 사이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일정을 정리했다.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려고 그랬는지 좋아하는 쾌도 홍길동 노래가 나온다. 지금도 태연이 부른 '만약에'는 내 mp3 안에 있는데...^^  

기니가 얼마 남지 않아서 내일 입장권을 끊고 나면 기념품 살 돈이 전혀 없었다. 남은 달러를 모두 환전해야 되겠다. 러시아 경유 15시간 동안 쓸 돈은 거의 남지 않을 예정으로 보이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고...;;;; 

다시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기선 문을 닫지 않고 버스가 달리는 터라 추워서 혼이 났다. 숙소에 들어가기 직전에 환전소에서 70불을 바꿨다. 381.5기니가 내 손에 들어왔다. 밥값으로 50기니를 내고(여기선 방문자가 정착자를 대접한다.ㅎㅎㅎ) 샤워를 하고 나니 딱 떡실신 수준. 그래도 삘 받아서 쾌도 홍길동을 조금 더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발이 너무 아파서 발맛사지를 받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아니 오고, 변비약 먹어서 배는 또 살살 아파 오고, 그럼에도 소식은 없고... 그 와중에 20분 간격으로 문자가 오고, 새벽 4시부터는 계속 설사를 하고 말았다. 평소보다 30분 이르게 아잔이 시작되어서 그야말로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몹시 아리송송 피곤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꿈만 무성하게 꾼 채 6시 20분에 기상했다. 자칭 호텔의 아침은 지나치게 형편 없었다. 그래도 다음 일정을 포기할 수는 없지. 이제 이곳에서의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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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마노아님. 잊을만하면 올리시는겁니까! 서재브리핑 제목보고 으응? 만화책 페이펀가? 이러면서 들어왔다가 이집트 나와서 놀랐어요. 하하하하하

마노아 2011-03-25 15:01   좋아요 0 | URL
그게... 다시 올리면 민망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좀 찝찝하고... 그런 중복된 감정의 결과물이지요.
잊을만 하면 올리는 게 컨셉이 되어버렸어요.(>_<)

순오기 2011-03-2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혀두었다 이집트 여행기를 올리는 마노아님은 나보다 나아요.^^ 덕분에 잘 보고 있으니 고맙지요.
나는 일본여행기 올리다 중단하고 올 여름이면 만 3년이 된다는...ㅠㅠ

마노아 2011-03-28 01:37   좋아요 0 | URL
그 기분을 잘 알아요. 저는 연재하던 소설이 중단된지 6년이 되었답니다.
그것도 완결을 코앞에 두고요. 어떻게 완결할지 이젠 막막해요.ㅜ.ㅜ
 

6시 기상. 어제 먹은 변비약이 뱃속에서 요동쳤다. 그래도 다행히 토사곽란 수준은 아니었음...;;; 

7시에 배가 정박한 곳은 에드푸 신전. 왕복 20기니에 마차를 잡아탔는데 한 여학생이 다가와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중국인은 아니지만 동행하는 것엔 불만 없다.  

 

앞의 마차에 탄 시니어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 주셨는데 내 얼굴 가린 것 보시라. 이분들이 찍어준 사진은 항상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든가, 딴 데를 보고 있다든가, 촛점이 안맞던가 그렇다.ㅎㅎㅎ 

상해에서 혼자 여행왔다는 이 처자의 중국 이름은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따라 할 수가 없었다. 끊어서 몇 음절에 발음을 해봤는데 이어서는 성공 못했다. 암튼 그녀의 영어 이름은 니콜! 

울 오빠 상해에 산다고, 나도 거기 1년 전에 가봤다고... 얘기 못했다. 가서 하고 온 게 없어서 그 이상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Vincent Chiao가 나의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고 말해줬는데 역시 내 발음은 몹시 후져서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한자로 적어줬다. 焦恩俊이라고. 그러자 핸썸가이라고 바로 응수해 준다. 음하하하핫!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지!

 

입장료 25기니를 내고 에드푸 신전에 입장했다. 여기도 의도적인 파괴가 많아서 건물을 가까이서 보면 몹시 징그러웠다. 담장의 구멍마다 까마귀(?)가 둥지를 틀었는데 사진이 어둡게 나와서 패쓰.   

 

에드푸 신전은 카르나크 대신전 다음으로 큰 신전이다. 하지만 신전 주변 부속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어마어마했을 규모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 건물은 유명한 임호테프가 지었다.

 

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해 보았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몽둥이 든 부족이 떠오른다. 

 

이곳 에드푸 신전은 호루스에게 바쳐진 신전인지라 매의 모습을 한 커다란 동상이 있다. 호루스는 오시리스 신의 아들이다.  

 

부엌으로 사용한 건물은 천장의 그을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중간에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잠가 놓은 문이 있어서 아쉬워했더니 니콜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나가서 이집션 관리인을 데리고 왔는데 아마도 박시시를 줄 테니 열어달라고 한 것 같다. 그가 흔쾌히 열어줄 모양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서양 관광객이 우르르 들어오는 바람에 문 안 열어주고 그냥 가버렸다. 보는 눈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선 이렇게 으시시하게 사진이 나온다. 그나마 흔들리지 않아서 건진 몇 개 안 되는 사진이다. 제물을 바치는 모습으로 보인다. 쟁반 위에 사자도 있네...

  

채색된 천장의 모습. 나중에 룩소르에 가서는 더 기막힌 기둥과 천장을 많이 보았는데 이때는 이것만 해도 무척 신기했다.

다시 마차로 돌아와 보니 니콜도 우리와 같은 크루즈를 탔다는 것을 알았다.
니콜을 찍어준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영어가 되는 내 친구가...ㅎㅎㅎ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내려왔다가 식당에서 니콜과 다시 마주쳤다.
아하핫, 잠시 어색한 시선 처리. 혼자를 즐기는 듯 동석은 하지 않았다.  

이날의 아침 메뉴는 밥과 수프가 없는 메뉴였지만 이제껏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평이한 메뉴였기 때문이다. 아, 도전 정신이 부족해...;;; 다양한 빵과 시리얼, 과일 화채가 맛있었다. 요플레에 꿀을 타서 먹었고 에그 스크램블도 맛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정산을 했다. 이곳 돈은 걸레보다 더러워서 돈 만지고 나면 손을 꼭꼭 씻어야 한다. 손 씻은 김에 어제 입고 잔 면티도 빨고, 양치하면서 손이 또 젖었으니 모자도 빨았다. 어제 빤 것은 모두 말라 있어 뿌듯. 운동화도 빨고 싶었지만 비누가 부족했다.  

룸을 정리한다고 방을 비우라고 해서 갑판 위로 올라와 썬베드에 기대 앉아 노래를 들었다. 친구가 들려준 음악은 퀸의 노래. 아, 좋다! 책을 가져오지 못한 게 슬프다. 책은 카이로에 두고 왔다. 남부 이집트 갈 때는 짐을 줄이느라 pmp에 담겨진 문서와 노래, 영상이 전부! 

일광욕까지는 좋은데 배 위에 올라와 있자니 춥다. 결국 콧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방 청소가 덜 끝나 밖에서 서성이다가 들어가 보니 이불 위에 이런 것이... 

 

수건 가지고 만들어 놓은 연꽃과 백조다. 하핫, 재밌다. 풀어서 다시 재현해 봤는데 실패. 한 번에 되면 그것도 수상하지...^^ 

낙타 탈 때 망가진 엉덩이가 아프고 허벅지 안쪽으로 근육통이 생겼다. 크루즈에 수영장이 딸려 있다고 해서 수영복도 가져갔는데 정작 내 친구는 수영복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나더러는 올 때 꼭 챙겨오라고 해놓고는...;;;; 하긴, 추워서 수영 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백인들은 추워도 반팔, 뜨거워도 반팔이고 날이 쌀쌀해도 수영도 기꺼이 한다. 안 춥나?? 

한 시간 동안 오수를 즐기고 다시 갑판 위로 올라갔더니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폭이 좁아서 배를 양옆으로 줄을 대어 밀착시킨 뒤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게다가 이곳은 수위가 차이가 심해서 독으로 물높이를 조절한다. 배가 들어서니 문을 닫아 수위를 낮추고 지나간다.

 

 

왼쪽 사진보다 오른쪽 사진이 훨씬 수위가 낮아졌다. 저렇게 해서 높이를 낮춘 다음 배가 지나갔다.  

점심 때가 되어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식당에 가보니 창문으로 강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인다.   

 

식사는 평범한 편.  

점심을 먹고 방으로 올라와서 소화도 시킬 겸 또 빨래를 했다. 아침에 마차 탄 게 찝찝해서 청바지도 빨았다. 오늘 중으로 다 마를 것이다. 카운터에서 비누 세 개 더 얻어왔기 때문에 걱정 없이 빨았다나 뭐라나.ㅎㅎ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래도 불렀다. 만화영화 주제곡 메들리. 20년 어치의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간식 타임이다. 4시에 딱 맞춰서 갑판 위로 올라갔다. 어제처럼 놓칠 수는 없지! 

 

역시 평범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여행 예산을 생각할 때 럭셔리 숙소였으므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자가 우리의 각오! 

(사진 펑!)  

(사진 펑!)  

(사진 펑!)  

선글라스는 친구 거다. 친구가 이집트로 출국하던 날 공항 면세점에서 산 앙드레 김 브랜드란다. 친구는 안경을 쓰고 렌즈를 잘 못 끼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쓸 수가 없었다. 덕분에 눈 좋은 내가 내내 쓰고 다녔다. 라섹 수술의 효과를 여기서 보는구나! 

(사진 펑!)   

(사진 펑!)  

방에 비치된 잔을 가지고 설정샷!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흉내만 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아쉽다.

5시 경에는 배가 멈췄다. 룩소르 근처 어디였는데 여기서 잠시 내릴 수가 있었다. 현지인들은 그 길로 아예 하선하던데 우리는 하룻밤 더 묶여 있으므로 돌아와야 했다.  

 

시니어 선생님들과 함께 넷이서 조금 걸었다. 차를 타고 아예 룩소르 시내까지 나갈까도 했는데 번거로워서 그만두었다. 어차피 다음 날 룩소르를 줄기차게 다녀야 하니까.  

기념품 가게도 들렀는데 예쁜 물건이 많아서 몹시 탐이 났다. 관광객이 지나가는 길목인지라 무척 비쌌고, 그래서 하나도 사지는 못했다. 전통무늬 탬버린이 30기니였고,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만든 체스가 250기니. 웁스... 허탈하게 돌아나온다. 

돌아와서는 양말을 빨고 내일의 플랜을 짜고 7시 30분에는 저녁을 먹었다. 

처음으로 완전 이집트 스타일의 디너였는데 난감했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기름지거나 3종 세트!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자랑 토마토, 오렌지 뿐이었다. 마지막에 먹은 귤은 쓰기도 하거니와 씨가 너무 커서 뱉어야 했다.  

다음날 체크 아웃해야 하므로 숙소에 올라와서 빨래를 점검했다. 차마 더 이상 하지는 못하고 샤워만 한 뒤 홀로 나갔다. 9시 30분에 쇼타임이 잡혀 있었다.  

홀 안에 담배 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음료수는 거의 5배를 붙여 놓아서 우리는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밸리 댄스부터 시작했다. 전문 댄서라고 하기엔 허리에 살이 많이 붙은 풍만한 여인이 춤을 춘다. 나중에는 테이블마다 돌면서 가슴을 몹시 흔들어 주는데 눈둘 바를 몰라 했다. 아, 난감해... 

이어서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나와서 수피 댄스를 추었다. 아까 들어설 때 입구에서 잔뜩 굳은 얼굴로 있던 아이였다. 심부름하는 아이인가 싶었는데 오늘 쇼타임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빙빙 돌면서 춤을 춘다. 하나였던 북이 네 개로 늘어나고, 허리춤에서 뽑은 스카프가 돌아간다. 허릿단을 풀러 위 아래로 분리된 스커트가 돌아간다. 아, 예술이로구나. TV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근사하다. 수피 춤은 남자만 출 수 있다고 들었다. 신과의 접선을 나타내는 춤이라던가... 이 아이도 테이블을 돌며 손을 번쩍 들고 치마를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운데로 돌아와 멋지게 마무리.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밸리는 댄스 축에도 못 낄 순간이었다.  

쇼가 끝나고 나갈 때 보니 15세 전후로 보인다. 같이 사진이라도 한 방 찍고 싶었지만 수줍어서... 팁이라도 쥐어주고 싶었지만 역시 부끄러워서... (사실 우리는 지갑도 안 들고 올라가긴 했다...;;;) 2박 3일의 크루즈 여행 동안에 가장 좋았던 순간은 수피 댄스였다.  

 

내가 찍은 수준의 사진이란....ㅜ.ㅜ 

안타까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업어왔다. 내가 본 춤이 훠얼씬 더 근사했다고 장담한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는 룩소르를 빡세게 돌 거기 때문에 정보를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이 책을 이집트 편만 분권해서 가져갔는데 다음 날 크루즈에다가 두고서 떠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내가 보다가 잠들었는데 나올 때 미처 챙기질 못한 것이다. 아마 이불 속에 끼어 있었던 것 같다. 

방이 엄청 건조하고 더워서 이불을 덮지 않았더니 책도 안 보였던 게지... 

새벽에 문자가 와서 깨고, 더워서 깨고의 반복이었다. 침대가 편해도 편히 잠자기는 역시 힘들었다. 아무튼, 이제 드디어 룩소르다. 고대 이집트 신왕국의 수도 테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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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1-0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네요~ 나일강 크루즈하는 배가 저렇게 크군요.

마노아 2011-01-04 13:41   좋아요 0 | URL
정박해 있는 배들 중에는 우리 배보다 더 커보였던 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외관도 더 멋지고요. 어쩌면 더 비싼 배였을지도 몰라요. 밤에 잠들면서 생각해 보니 저 배를 타느라 전체 여행 경비의 9% 정도를 썼더라구요. 비행기 값을 빼버리면 24%. 아, 말도 안 되는 선택이었어요.^^ㅎㅎ

oren 2011-01-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여행기를 읽어보니 제가 갔던 방향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이동하시는군요. 저희는 룩소르에서 거대한 신전들을 보느라 꼬박 이틀을 머물렀는데, 특히 관광을 마친 저녁 시간에 마차를 빌려 타고 시내를 실컷 돌아다니면서 이집트인들의 일상생활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참 좋았더랬습니다.

이집트를 여행하는 주된 목적이 '인간이 이룩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고대문명의 유적들'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은데(가령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파라오의 무덤, 아부심벨 신전과 무려 1,500년 동안 지었다는 카르낙 대신전 등을 보고 나서 흥분과 감동을 느끼지 않을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까요), 이토록 거대한 피라미드와 신전들에 대해 너무나도 통렬한 비판을 가한 사람의 언급도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싶어 여기에 덧붙여 봅니다.

* * *

여러 민족들은 그들이 다듬어서 남긴 석재의 양으로 자신들에 대한 추억을 영구화하려는 광적인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차라리 그만한 노력을 자신의 품행을 가다듬는 데 바쳤다면 어땠을까? 한 조각의 양식良識은 달까지 솟아오른 기념비보다 더 기릴 만한 것이 아닐까?

제발, 돌들은 제자리에 그냥 놓아두라. 테베의 장관은 천박한 장관일 뿐이다. 인생의 참다운 목적에서 멀어져버린 100개의 대문을 가진 테베의 신전보다는 어느 정직한 사람의 밭을 둘러싸고 있는 자그마한 돌담이 더 의미가 있다. 야만스럽고 이교도적인 종교와 문명은 화려한 신전들을 짓는다. 그러나 기독교, 참다운 기독교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한 민족이 다듬는 돌은 대부분 그들의 무덤으로 간다. 그야말로 그들은 스스로를 생매장하는 것이다.

피라미드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떤 야심한만한 멍청이의 무덤을 만드느라고 자신들의 전 인생을 허비하도록 강요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차라리 그 작자를 나일 강물에 처박아 죽인 후, 그 시체를 개들에게 주어 뜯어 먹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당당했으리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中에서

마노아 2011-01-04 14: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는 카이로를 먼저 찍고 남부로 내려와서 다시 훑어 올라가는 여정이었어요. 룩소르에서 이틀을 있었는데 다음 날 몸이 탈나서 룩소르 일정이 많이 힘들었어요. 막판에 카르탁 대신전을 볼 때는 그 어마어마함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을 만큼 지쳐 있었답니다. 이집트에 가보니 인간의 힘이 놀라웠고, 거기 서 보니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어요.
소로우의 월든은 읽었는데 저부분이 기억이 안 나네요.^^;;;
피라미드는 노예 노동으로 지은 건축이 아니라고 해서 꽤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든 대단한 건축물들에 당대인의 피와 땀이 섞이지 않은 것들은 없을 거예요. 그것들이 후손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사실도요. 댓글 보면서 칭기즈칸이 생각났어요. 그 대단했던 정복자가 땅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아이러니에 대해서요. 무덤조차 발견되지 않은, 지금까지의 역사적 인물의 패턴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요. 진시황이든, 파라오든, 칭기즈칸이든... 그들의 행적은 매번 권력의 힘과 허무함을 동시에 깨우치죠. 인간의 유한함과 함께요.

다락방 2011-01-0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 위의 사진, 마노아님 얼굴 완전 제대로 가려진거 보고 한참을 뿜었어요. 어쩜 저런 사진을. 하하하하하하하. 게다가 마노아님이 좋아하는 핸섬한 중국배우 사진을 보고 또 웃었어요. 하하하하.
나무와 함께 찍힌 저 초저녁 풍경 사진이요, 근사해요! 산책할 맛 나겠어요.

마노아 2011-01-04 13:47   좋아요 0 | URL
저런 사진이 곧잘 나오더라구요. 아까우니 삭제하진 못했지만 이래저래 망쳐진 사진들이 좀 있어요. 그것도 추억이 되어버렸어요.^^
지금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 듣고 있어요.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듣고 있는데 문득 귀를 기울에게 한 곡이 있어서 제목을 확인해 보니 sometimes인 겁니다. 하핫, 다시 한 번 웃었어요.
저는 스피어스 노래가 보다 격렬하고 신날 거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잔잔한 멋이 있어요. 노래가 아주 좋아요. 덕분에 잘 듣고 있어요. 고마워요.^^

무스탕 2011-01-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첫 사진은 마노아님이 찍은건줄 알았는데 뒤에 가려졌다니요. 아, 웃어야 하나... ^^;;;;
계속 올려주시는 사진을 보면서 정말 한숨이 쉬어지네요. 감탄의 한숨이요.
도대체 저런걸 어떻게 사람이 만들었을까요? 규모로만 압도하는게 아니고 그 섬세함과 다양함은 정말 직접 보고싶게 만드네요.
침대위의 연꽃이랑 백조도 깜찍해요 ^^

마노아 2011-01-04 14:19   좋아요 0 | URL
정말 제가 찍은 사진인 척해도 믿겠어요. 도통 제가 보이질 않으니 말이에요.^^;;
고대인의 스케일과 미적 감각에 놀랐어요. 한정된 재화와 도구로 어떻게 이런 것들을 만들어냈을까요.
우리 나라에서도 고대인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유산들이 종종 발견되는데 정말 기이하고 놀라워요. 이러니 외계인의 존재를 안 믿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1-0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과 신과 자연의 힘겨루기~~~~~~쯤으로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겠죠?
첫번째 사진은 마노아님 모자만 보여요.ㅋㅋ
어째든 여행은 다녀와서 추억을 더듬는 게 더 좋을지도...그런 의미에서 1년 후에 올리는 후기는 제격이에요.^^

마노아 2011-01-04 17:05   좋아요 0 | URL
어휴, 신과 겨루면... 백전 백패. 그러나 도전하는 인간은 참으로 대단해요.^^ㅎㅎㅎ
오랜만에 추억을 더듬어 보니 참 좋아요. 꿈같기도 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마녀고양이 2011-01-0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미치게 부럽네요... ㅠㅠ
어때요 갈만한가요? 저두 꼭 이집트 여행 가보고 싶은데, 혹자는 위험하다 하고, 혹자는 고생한다 하여... ㅠ

마노아 2011-01-04 21:24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주로 가는 여행 코스는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가끔 사고가 나는 곳들은 이미 관광 제한이 되고 있고요. 낯선 곳이니까 고생은 따라오는데 감수해도 좋을 정도의 고생 같아요. 저처럼 잠자리랑 먹거리를 가리면 고생해요..ㅜ.ㅜ

같은하늘 2011-01-0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중단되었던 이집트 여행기가 다시 연재되었군요.ㅎㅎ 이 재미난 글과 멋진 사진들을 이제사 보게 되다니...
아웅~~ 넘넘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1-01-07 01:27   좋아요 0 | URL
살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부러움을 산 사건이 이집트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헤헷, 이건 저의 복이었네요.^^
 

새벽 3시에 호텔 앞에서 아부심벨로 출발하는 미니 버스를 타야 하는데, 밤새 경적 소리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우리가 눈을 떴을 때는 3시 10분. 뜨악 놀라며 양치만 하고 급하게 체크 아웃을 했다. 그 와중에 양치까지 했다고 친구한테 욕 좀 먹고..;;;; 

그런데 옆방의 한국 대학생들은 우리가 나올 때 막 일어나서 시간을 물어보고 있다. 우리랑 같은 버스 탈 친구들인데...;;; 

다행히 버스는 놓치지 않았고, 아부심벨까지 3시간 반 여정을 출발했다. 숙소에서 자지 못한 잠을 여기서 채워놓은 셈.  

아래 지도는 옆의 책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에서 찍었다. 이 책은 여행 다녀온 뒤에 읽었다.

 

카이로에서 비행기 타고 내려와 아스완에서 멈췄고, 거기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 아부심벨을 향하는 중이다. 아스완의 위치는 북회귀선이 지나는 즈음인데 대만 즈음 위도인 것 같다.  아부심벨 아래로 수단이 보이는데 그곳이 옛 누비아 지역이다. 뮤지컬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다'에 나오는 누비아 공주님이 바로 이 지명에 해당된다.

  

창가 쪽으로 앉았는데 멀리서 해가 뜨는 게 보인다. 순식간에 동그랑 땡 해가 쏙 올라오는데 무척 근사했었다. 끄트머리에 조금 보이던 해머리가 3분 만에 지상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30분이 채 못 되어서 7시에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또 다시 학생 할인 거부 당했다. 안 된다고 강력히 말해서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다른 한국인들 만나 보니 거기는 할인 받았다 한다. 우린 또 속았다.ㅜ.ㅜ 

차에서 내리기 전 차량 가이드가 45분 내에 돌아오라고 해서 우리는 화들짝! 이런 곳을 어떻게 45분 내에 다 돌라는 말인가.  그것은 유적지에 대한 모욕이다!

 

아스완 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버린 나세르 호. 우리도 오후에 크루즈를 탈 예정인데 여기도 크루즈가 정박해 있었다. 이쪽이 좀 더 고급 코스라고 한다.  

 

멀리서 잡은 아부심벨 전경이다.  

 

정면에서 찍은 모습. 하늘이 얼마나 파랗던지, 사막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가을 하늘을 더 이상 자랑하기 힘들어졌다. 건조기후 나라의 푸른 하늘은 달력 사진 이상이라는 것... 4개의 거상 중 두번째는 상당히 훼손되어 있다. 커다란 거상 사이사이에 여자들이 있는데 이는 람세스2세의 엄마, 왕비, 딸들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을 줄여놔서 잘 안 보이는 게 흠이다. 거상 위쪽으로도 작은 조각들이 즐비해 있는데 원숭이 모양이었다.

 

아부심벨은 람세스 2세가 세운 신전이다. 제19왕조의 파라오인 람세스 2세는 30세에 파라오가 되어 상,하이집트를 67년이나 통치하고 96세로 사망한 이집트의 정복 군주다. (여기서 상이집트는 나일강이 시작되는 남쪽이고, 하이집트는 나일강이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 삼각주 부근이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기원전 13세기. 어휴, 우리 사이의 간극은 가볍게 몇 천년이다. 

 

내부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서 책에서 사진을 한컷 빌려왔다.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이다. 읽은 지 한참 되어서 다시 또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ㅠ.ㅠ 

자세한 설명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부심벨은 내가 이집트에서 보고 온 여러 유적지 중에서 가장 장관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느끼게 한달까. 보지 못했지만 진시황릉을 보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내부는 가운데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과 위쪽으로 여러 개의 복도와 작은 방으로 뻗어 있다. 

 

기둥마다, 벽마다, 천장마다... 그 어느 곳이든 그림이 비켜가질 않는다. 꽉 채워진 그림 속에는 람세스 2세의 정복 전쟁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마차를 끌고 가는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여러 끈은 굴복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목을 꿰고 있다. 전쟁으로 대입시켜서 생각해 보면 무서운 장면인데도, 그저 유적으로 바라보면 그 벽화들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웅혼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권력이었을지 짐작하게 되는... 

볼 게 너무 많았다. 방도 많았고, 눈에 담아두고 싶은 것도 많았다. 이 많은 걸 어떻게 45분 내에 보냐고 막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우리가 시간을 잘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옆의 소신전에 가기 전에 같은 버스 타고 온 백인 남성 둘에게 시간을 다시 물어보라고 시켰다. 그 둘은 진정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컬렌 같은 미모를 뽐내고 있었는데 지켜보니 아무래도 연인 같았다. 항상 손 꼭 잡고 다니고 팔짱도 끼고, 버스 안에서도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며 무릎 베고 자고... 아, 어딜 가든 멋진 남자들은 꼭 품절남! 

암튼, 확인 결과 1시간 45분이라고 한다. 앗싸! 한 시간 벌었다.  

 

아부심벨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역시 헉!소리 나게 멋진 소신전이다. 람세스2세가 그의 아내 네페르타리('완벽한 아름다움'이란 뜻)를 위해 만든 신전이다. 아부심벨의 그 장엄함에 비해 소박하고 우아한 멋이 느껴지는 신전이었다. 두 신전 모두 아스완 댐 건설로 역시 수몰 위기에 처했으나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범세계적인 모금 운동을 거쳐 높은 지대로 옮겨 세워졌다. 신전의 조각과 장식을 모두 2,000개의 조각으로 잘라내어 옮기는데, 운송 작업만 2년이 걸렸다. 해체된 돌은 하나 당 무게가 10~40톤에 이르렀다. 복원작업은 계획에서 완성까지 모두 5년이 걸렸고 4천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새 신전은 물길이 닿지 않는 약 200미터 위에서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이렇게 놀라운 유적을 그냥 물에 잠기게 두겠다고 버틴 이집트 정부의 진심은 뭘까? 배짱 튕기면 전세계가 알아서 도와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것일까? 하여간 인류의 큰 선물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소신전을 구경하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대신전에 들어가서 눈이 황홀하도록 보고 또 봤다. 이때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온 내 친구. 이미 1년 전에 한 번 관람했던 내 친구는 미련을 버리고 일단 화장실로 직행했다. 친구를 보내고 다시 천천히 감상해 본다. 한쪽 벽에서 반대편 끝까지 바라보는 기둥 사이사이의 그림들이 지나칠 만큼 아름다웠다. 아쉬워서 소신전도 다시 한 번 눈도장! 

 

저 문의 손잡이 문양이 '앙크'다. 신일숙의 파라오의 연인에서 주인공이 귀걸이로 자주 하고 나오던 그 무늬.  

 

백인 여성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관리인이 박시시(팁)를 받고 허락해 준다. 그나마 바깥 쪽이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박시시면 뭐든 되는 곳인지라 아예 손잡이를 빼내어 손에 쥐어주기까지 한다. 난 그걸 뒤에서 사진으로 한 장 남겼다. 뽑으면 제법 길어진다.ㅎㅎㅎ 

나도 1기니를 내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다시 버스를 3시간 반을 타야 하니까. 화장실 앞에서 돈 받으면서 휴지 몇 칸씩 떼어주는 장면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게다가 남자 사람이 서 있으면 더욱...;;; 

버스에 탔는데 누군가 지각하는 바람에 20분이나 오버되었다. 이런 제길슨! 그 시간 동안 아부심벨을 더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돌아 오는 길은 올 때보다 더 피곤했다. 좁은 버스에서 다리를 펼 수 없고, 공기가 많이 나빠서 문도 열 수 없는데 숨이 턱턱 막히도록 덥다. 그래도 그 피곤함 덕분에 졸며 졸며 그 시간을 견딘다. 아침에 우리보다 늦잠 잤던 대학생 2명이 뒷좌석에서 얼마나 웃기던지 웃다 졸다 웃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참, 만수한테 항의했다. 전날 계약한 것과 전혀 다른 동선으로 움직인 것과 펠루카는 타지도 못했던 것. 누비안 마을도 속였던 것 등등. 발도 못 디딘 펠루카는 전액 환불 받았고, 누비안 마을은 일단 가짜 비스무리하게라도 다녀왔기 때문에 절반만 환불 받았다. 크루즈부터 합류하게 되는 시니어 선생님들은 누비안 마을이 참 좋았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더 섭섭했다. 그분들은 거기가 제일 재밌어서 하루 자고 오고 싶다고까지 하셨으니..ㅜ.ㅜ 우린 비행기 일정 늦어서 엘리펀트 섬도 못 갔고 누비안 박물관도 못 가서 꽤 억울했다. 일이 꼬이면 그렇게 된다. 흑....ㅜ.ㅜ 

숙소에 도착해서 맡겨둔 짐을 찾아 택시로 선착장까지 이동했다. 크루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운 물 콸콸 나오고, 맘껏 세탁을 할 수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불은 생각보다 조금 지저분했지만 더워서 덮고 자기도 힘이 드니 큰 문제 없다. 창을 열면 나일강이 출렁인다. 내부가 워낙 더워서 빨아놓은 옷들이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다 말라버린다. 

체크 인 하고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뷔페 형식인데 웨이터가 좌석 지정에서 우리를 차별한다. 뻔히 남아 있는 빈자리인데 못 앉게 하는 게 아닌가. 코이카 시니어 샘 두 분과 동석해서 식사를 했는데 이번에도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ㅜ.ㅜ 옆쪽으로는 호주에서 온 노부부가 앉았다. 세계 여행 중이란다. 우와아! 그러고 보니 이 배 안에서 우리 둘은 꽤 젊은 층에 속한다. 대체로 중년 이상의 지긋하신 분들이 손님이다. 하긴, 느릿하게 움직이는 크루즈 여행은 젊은이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나도 우리의 2박 3일 크루즈 일정은 길다고 느꼈으니까. 하지만 외국인은 무조건 2박3일 이상을 계약해야만 하는 규정이 있었다. 현지인은 하루만에도 내리더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비싼 숙박비가 안타까웠지만 어쩌랴... 

 

배는 2시에 출발했다. 한차례 빨래하고 샤워를 했는데 친구가 빨래하던 도중 세면대 호수가 망가져 물 난리가 났다. 사람 불러서 급수습! 

이제까지는 먼지와 땀에 찌든 나날이었는데 모처럼 럭셔리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 럭셔리 시간 대부분을 빨래에 바치긴 했지만...^^ 

햇볕이 무척 뜨거웠다. 갖고 갔던 반팔 티를 처음으로 입을 수 있었다. 4시부터는 갑판에서 차와 케이크가 제공되는데 빨래 하느라 4시 40분에 올라가보니 케이크가 이미 쫑났다. 아뿔싸...!  

몹시 편한 나의 꽃바지를 친구가 외출할 때는 절대 못 입게 해서 배 안에서만 입을 수 있었다. 아줌마 패션이라고...ㅎㅎㅎ 저 바지도 칠부 바지. 어째 다 칠부로만 가져갔는지...

선베드에 편하게 누웠다. 내 입에는 몹시 싱거운 커피를 마시며 들고 간 pmp로 쾌도 홍길동을 10분 간 보았다.(길동이 멋쪄부러!) 보고 나니 다시 전조가 그리워져서 전자문서로 소설을 조금 읽었고 음악도 들었다. 강 건너편 갈대 숲 어디에 모세를 발견해 낸 바로의 딸이 있을 것만 같아 엄마한테 문자를 넣었는데, 엄마는 내가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그 문자를 확인하지 못하셨다. 한통에 300원짜리 문자였는데...ㅜ.ㅜ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하루 동안에 해가 뜨는 모습과 해가 지는 모습을 모두 구경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미 정박해 있는 다른 배들. 모두 5성 크루즈다. 우리 배도 저 배들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저녁 6시에 도착한 곳은 콤옴보 신전. 호루스와 악어에 봉헌된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신전이다. 이곳 역시 의도적인 파괴의 흔적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깊은 우물을 찍은 거였는데 아래 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였다. 영화 300이 떠올랐다. 빠질까 봐 무서웠다. 내려가볼 수도 있게 되었지만 내려가 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옆에 외국인 관광객은 영어 가이드를 아예 데리고 왔는데 대화 중에 '클레오파트라'가 나왔다. 그래서 상형문자로 적힌 이것들 중에 클레오파트라 이름이 있겠거니 찍어봤다. 근데 알파벳과 대조해 보니 맞지를 않는다. 잘못 찍어왔나 보다. 책을 뒤져보니 역시 안 맞다. 이럴 수가..ㅡ.ㅡ;;; 

 

여기서는 사정상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내 카메라는 사막에서 이미 망가졌고, 친구 카메라는 플래쉬가 고장인지라 날이 어두우면 사진이 잘 안 나온다. 찍기는 찍었는데 대부분 심령사진처럼 나와버렸다. 오호 통재라!! 

 

악어에 봉헌된 신전 답게 곳곳에 악어 부조가 있다. 

 

그나마 (아주 드물게!) 조금 잘 나온 사진. 

 

한 시간 가량 관람을 했고,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7시 반부터 저녁 뷔페를 가졌다. 이번엔 중앙의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두분 시니어 선생님의 무대뽀 정신으로 이후 같이 하는 일정에선 그런 득을 좀 많이 봤다.^^ 

옆 테이블에는 이집트 남성이 부르카 입은 여자와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눈 빼고 모두 가린 옷차림이어서 대체 어떻게 밥을 먹는지 궁금했다. 흘깃 몰래 쳐다보니 코밑으로 가린 천을 스윽 들어 음식을 입에 넣고 얼른 다시 천을 내려버리는 방식으로 식사를 한다. 흠, 그럼 그렇지. 굶고 살수는 없지.  

밥 먹고 돌아와서는 다시 빨래를 했다. 빨래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미친 듯이!  

친구는 11시가 되기 전에 곯아 떨어졌고, 늦게 머리를 감은 나는 보던 글과 영상을 조금 더 보다가 잠들었다. (길동이 멋져부러!!) 

밤이 되어 조용해지니 과도한 엔진 소리와 배의 진동이 온몸에 전달되었다. 우리에겐 럭셔리 방이었지만 이 배 안에서는 가장 싼 방이었다. vip룸은 하루에 200달러라고 하는데 우리 방은 성수기여서 하루에 65불이었다. 스위치가 너무 많아서 몇 개를 꺼도 몇 개는 꼭 불이 켜져 있었다. 그거 다 찾아내느라 방을 빙글빙글 돌았다. 겨우 잠이 들었다가도 더워서 깨기를 반복. 이불이 무겁고 더워서 도저히 덮을 수 없다. 잠들기까지 내가 이렇게 예민한 인간이라는 걸 몰랐었다. 여행 다니면서 잠자리랑 음식이 까탈스럽구나 깨달았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암튼, 그렇게 2월 1일도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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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1-0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심벨이 귀에 많이 익다 했더니,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에서 읽었군요. 이 기억력이란..ㅋㅋ
동그랑 때 해의 일출 사진도 정말 잘 찍으셨고요, 사진으로 봐도 아름다운 하늘 색깔, 사진으로 봐도 오싹하는 저 우물. 어떻게 사진까지 찍으셨는지.
저 상형문자는 어디에 새겨져 있던가요? 무슨 뜻인지 저도 막 궁금해져서 조금만 더 궁금해지면 막 여기 저기 찾아볼 기세입니다 ㅋㅋ

마노아 2011-01-02 21:02   좋아요 0 | URL
여행 다녀와서 람세스를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당시 공사하느라 내내 짐더미에 깔려 있다가 못 읽고 반납했어요. 읽고 다녀왔다면 아마 더 흠뻑 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상형문자는 신전 건물 벽에 새겨 있었어요. 우린 가이드 없이 돌아다녀서 주변에서 뭐라 하면 줏어듣는 정도였지요. 귀기울이는 척이라도 하면 곧장 박시시 달라고 덤비거든요.
다음에 상형문자 책갈피를 사진으로 올려볼게요. 저 사진 속 글자가 뭔지 저도 참 궁금해요.^^

Kitty 2011-01-0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마노아님 다시 여행기 올려주시기 시작하셨군요!!!!!!! 저 아래 계속 보러 갑니다!!!!!!!!!!!!
일단 여기부터 추천 꾹 누르고...꽃바지 매우 바람직합니다요 ㅎㅎㅎ
우헝헝 너무 부러워요 제 어렸을적 꿈 이집또 ㅠㅠㅠㅠㅠㅠ 언젠간 저도 꼭 가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마노아 2011-01-02 23:49   좋아요 0 | URL
바람직한 꽃바지로 구박 엄청 받았어요.ㅎㅎㅎ
사실 이게 눈치볼 사람 없는 곳에서나 과감히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긴 했습니다. 으하하핫^^
대륙마다 다 찍어보신 키티 님이 저를 부러워하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키티 님의 이집트 여행을 기대해요. 유후~!!

oren 2011-01-0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께서도 이집트를 다녀오셨군요. 언제쯤 다녀오신 건가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약 3년 전에 다녀왔는데(2008.2.22∼3.1), 마노아님의 글을 보니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여행가기 전에 정규영 교수님의 『이집트로 가는 길』을 사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도 새로운데 마노아님의 페이퍼에서도 그 책을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막 출간되었던 크리스티앙 자크의 『오시리스의 신비』(전4권)을 사서 아내가 푹 빠져 읽던 생각도 나네요.

제가 이집트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건『역사』라는 책을 쓴 헤로도토스라는 인물이었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우리 팀의 가이드를 맡았던 한국인 아주머니(이집트인과 결혼한지 10년도 넘었던 듯싶었어요)가 '피라미드의 건축 비밀'이나 '미라 제작의 비밀' 등등이 모두 헤로도토스 덕분에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주더군요. 저도 2006년 무렵에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꼼꼼하게 읽었던 터라 가이드의 설명이 너무 생생하고 재미있었답니다. 헤로도토스는 약 2,500년 전 인물이지만 그토록 까마득한 옛날에도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데가 없다는 데도 엄청 놀랐답니다. 마노아님도 가보셨던 아부심벨 대신전이 있는 아스완은 물론 누비아와 수단 지역까지도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마노아님 덕분에 '이집트'에 대한 멋진 추억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집트에 가서 찍었던 허접한 사진들도 있으니 구경해 보세요~ http://blog.naver.com/ojcojj/40070928473)




마노아 2011-01-02 23:51   좋아요 0 | URL
오렌 님, 반가워요! 저는 작년 1월과 2월에 걸쳐서 보름 동안 다녀왔어요. 가족 동반으로 다녀오셨군요.
포스팅 보고 왔어요. 제가 움직인 동선과 방향은 다른데 코스는 거의 겹쳐요. 저도 바흐레아 사막 다녀왔어요. 와, 더더 반가워요.^^
오시리스의 신비까지, 읽어보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나네요. 람세스를 어릴 때 읽다가 관뒀는데 그때 끝까지 못 읽은 게 참 후회되어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최근에 구입했는데 읽을 때 도 반가워지겠어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니까요. 저는 너무 준비 없이 가서 후회가 많이 되었어요.
사진들도 훌륭해요. 아, 기억이 새록새록이에요.^^

... 2011-01-0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를 보름동안이나! 부러움 콸콸.

저는 예전에 크루즈 1박 해보고, 역시 땅을 디디는 게 최고야, 라는 걸 강렬히 깨달았어요. 그 후에는 크루즈여행을 꿈꾼다는 사람들 만날때마다 그 꿈이 여지없이 깨지는 멘트를 쏟아놓곤 해요 ^^

마노아 2011-01-03 01:08   좋아요 0 | URL
크루즈는 경험 삼아 한 번이면 족했어요. 노쇠해져서 두 다리로 무리한 행군을 하기 힘들다면 적극 추천할 코스이긴 해요. 아직은 정말 매력 없더라구요.^^ㅎㅎㅎ

무스탕 2011-01-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관광객을 그렇게 속인대요?! 라고 말하고 싶어도 우리나라도 그런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터라 말을 못하겠어요. 화나고 부끄러운 이야기네요.. -_-
신전을 구경할때 그 조각상들 손으로 쓸어보셨어요? 만지지 못하게 할테죠? 눈으로 봐도 호강이지만 손으로 느껴보고 싶어요. 만들어진 때와 지금과는 몇 천년의 시간의 차가 있지만 같은 시간을 소유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네요 ^^

마노아 2011-01-03 13:4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리는 입장료로 차별하지는 않는데 말이지요.^^ㅎㅎㅎ
유럽에서 온 관광객은 유로가 가치가 아주 셀 때여서 정말 쿨하게 돈 내더라구요. 우리는 막 항의하고...ㅎㅎㅎ
박물관은 만질 수 없지만 신전 구경할 때는 벽 만져도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의식을 해서 그런가 애써 만지지는 않고 주로 눈으로 감상했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아쉽네요. 자연스레 쓰다듬어 보고 올 것을...^^;;;;

마녀고양이 2011-01-0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방금 다녀오셨다는 줄 알고,
부러움에 배 아파 드러누울 뻔 했습니다만.... 애거서 크리스티가 갑자기 생각난다눈~

마노아 2011-01-03 13:5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마녀고양이 님을 위해서 제가 작년에 다녀왔나봐요.^^ㅎㅎㅎ

순오기 2011-01-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일출과 일몰을 지켜본 여행이라니 넘 멋지고 부러워요!
다리심 풀려서 크루즈 여행을 해도 좋을 거 같은데요.ㅋㅋ
날짜도 선명하게 박힌 2010년 2월 1일 이집트 여행기~~~~ 추억 여행도 괜찮아요!^^

마노아 2011-01-03 17:01   좋아요 0 | URL
헤헷, 오히려 한국에선 해뜨고 지는 것을 잘 못보는 것 같아요.
추억 여행, 멋져요. 추억 여행기는 계속 됩니다.^^

2011-01-03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1-01-0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이집트 여행이 벌써 1년전 일이네요.
그래도 이렇게 생생하게 적어 나가시는 마노아님 대단해용~~~ㅎㅎ

마노아 2011-01-07 01:28   좋아요 0 | URL
간략하게나마 적어오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1년 지나서 못 썼을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았는데도 이렇게 금세 까먹는 게 놀라워요.ㅠ.ㅠ
 

새벽 2시 반에 택시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편도 50기니. 새벽이라 무척 추웠고, 공항도 공항답지 않게 엄청 추웠는데 도착해서 일이 많이 생겼다.  

가는 곳마다 뭔가 맞지 않아서 넓은 청사 안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토사곽란 중인 나는 화장실 드나들기 바빴고, 영어가 되는 친구는 이리저리 돌면서 뭐가 어떻게 문제가 된 건지 알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꾸 안 가고 기다리려고 해서 등 떠밀어 물어보라고 보냈는데 보내길 잘했다. 정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비행기는 원래 5시 출발이었는데 받아온 보딩패스는 7시 35분 출발이다. 도착해서 일출을 볼 생각에 그 시간을 맞춘 거였는데 시간만 날려버렸다. 알아보니 친구가 미리 표를 살 때 대리점 직원이 실수를 했던 거다. 애초에 우리 목적지인 아스완은 5시 비행기가 없고 4시 45분만 있었다. 너희 실수니 그 표라도 달라고 했는데 만석이란다. 7시 출발 비행기는 룩소르를 들리기 때문에 도착 시간엔 차이가 없다. 결국 우리는 7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9시가 되어야 아스완에 도착했다. 친구 말로는 예약 당시에도 31일 예약을 30일로 잡아놔서 한 번 고쳤던 표란다. 게다가 내 이름은 Hong을 Homg으로 적어놨다. 대단한 직원이다...;;; 

 

추웠고, 탈나서 기진맥진했던 우리는 따뜻한 남부에 도착하니 기운이 좀 돌았다. 이집트의 상징 호루스(매)가 건너편 비행기 머리에 보인다.  

우리를 마중 나온 이는 '만수' 이집트인인데 어쩌다 한국 이름 만수로 더 통한다. 원래 우리는 숙소에 짐 풀고 옷 갈아입고 펠레 신전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한참 늦어졌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펠레 신전을 먼저 가야 했다. 문제는 이곳 아스완이 엄청 덥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날씨랄까. 차 안에서 부랴부랴 썬크림을 바르고 하차했다. 다들 단체 관람인데 우리만 개인 관람. 입장료가 할인이 되질 않아서 너무 비씼다. 펠레 신전은 학생 할인이 되질 않아 50기니 입장료를 다 내야 했다. 나중에 만수 통해서 알아보니 할인되는 게 맞는데 매표소 직원이 속인 거란다. 이런 종류로 몇 차례 더 속는다.ㅜ.ㅜ 

모터 보트는 1인당 편도 40기니를 불렀다. 고작 30분에. 보통 5기니 수준인데 8배나 부른 것이다. 결국 흥정에 들어가서 2인 왕복 1시간 코스로 40기니로 맞췄다. 바가지 요금이 속상했지만, 도착해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푸른 나일강이 넘실넘실~ 

(사진 펑!)  

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 펠레 신전은 아스완 댐 건설로 물에 잠길 뻔한 걸 유네스코와 국제 모금으로 조금 더 고지대로 옮겨 다시 세운 신전이었다.  

 

저기 수평선 끝에 보이는 것이 바로 아스완 댐. 

(사진 펑!)  

진정 이집트스러운 곳에 도착했건만, 너무 덥다는 게 문제였다. 내 상의는 칠부였고, 바지도 칠부였는데, 추웠던 카이로에서 두꺼운 레깅스를 속에 입고 있었다. 그나마 나는 아래쪽이 미치도록 더웠을 뿐인고, 내 친구는 모자티 안에 폴라 티까지 껴입고 바지 속엔 내복도 입고 있었다. 우리의 붉게 익어가는 얼굴이 볼만했다. 주변에 반팔 차림 백인들의 피부는 화상 수준으로 이글거렸고, 대머리 아저씨 하나는 당장 병원에 가야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타오르고 있었다. 저 신전 기둥 뒤에서 속의 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꿈틀댔지만, 모두 개방된 곳이라 그저 꿈으로 끝났다. 더워도 버텨야지 어쩌겠나.

(사진 펑!)  

   

다행히 습기가 없기 때문에 그늘 안에 들어서면 엄청 시원하다. 파리 떼가 자꾸 입안으로 침입하려고 애썼지만 꿋꿋이 버텼다.

 

 

신전 기둥마다, 돌조각마다 그림이 모두 새겨 있다.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훼손의 흔적이 많다. 기독교인들 짓이다. 저 십자가 표시라니...ㅜ.ㅜ   

 

기둥 장식에 연꽃과 파피루스가 보인다.   

50분의 관람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대기 중인 보트가 다 똑같이 생겼고, 사공도 모두 똑같아 보여 난감했다. 다행히 우리 사공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일강을 다시 건너가서 만수를 기다렸다. 만수가 데려다 준 호텔은 딱 여인숙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친절해서 다행이었다.  

 

빨리 옷갈아 입을 생각에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당황스러웠다!


내 친구가 서 있는 딱 저 어깨 폭이 엘리베이터의 깊이다. 들어가서 두명이 서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들어설 공간이 없다. 4층에 도착했는데 문은 열리지 않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알고 보니 자동문이 아니라 우리가 문 열고 나가야 하는 건데 몰랐던 우리는 아래층까지 재차 왕복한 것이다.  

점심은 나일강이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버거 세트를 먹었다. 가장 안전한 식사였달까. 모험이 필요없었다.^^ 

만수를 통해서 투어 계약을 했다. 공항 픽업과 다음날 새벽에 떠날 아부심벨 픽업, 숙소와 낙타 대여, 그리고 펠루카 대여와 누비안 마을 방문과 다음 날 크루즈 여행까지 일체를 맡겼는데 나중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뭐, 어쨌든 그건 나중 일이고 이때까지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강을 건너 낙타를 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멋드러진 하얀 돛단배 펠루카를 타고 강을 건너기로 되어 있는데 바람이 안 불어서 못 띄운다며 로컬 페리를 타라고 한다. 로컬 페리는 우리 식으로 마을 버스 같은 개념? 현지인보다 4배 비싼 1기니에 건너갔다. 그래도 돌아올 때는 펠루카를 탈 줄 알면서... 

낙타 가이드를 맡으신 분은 누비아인이다. 우리 형부와 많이 닮아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가 탈 낙타 이름은 피카소. 

원래 우리는 해를 등지고 사막을 건너기로 계약되어 있었다. 이집트에서 가이드 17년을 했던 친구 교회 집사님이 소개해준 코스였다. 그렇게 진행하면 건너편으로 넘어가면서 지는 해를 맘껏 감상할 수 있고 해를 등져서 더위를 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약속이 틀리다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하여간 그래서 우리는 또 출발. 

 

낙타는 손잡이가 앞에 뭉툭한 것 하나 밖에 없어서 쥐기가 아주 힘들었다. 양쪽으로 잡을 수 있는 모양새면 좋겠지만 그냥 말뚝 하나를 꽂아둔 형태라서 낙타가 갑자기 일어설 때 정말 무서웠다. 갑작스레 몸이 하늘로 솟구치는데 떨어지는 줄 알았다.  

 

친구가 탄 낙타는 내가 탄 낙타 피카소의 엄마다. 두 가이드가 부자 관계인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은 대체로 한쪽으로 쏠려 있었는데 이 사진은 그나마 중앙을 지키고 있다. 카이로에선 칠부 바지 덕분에 발목이 시렸는데, 이날은 칠부 바지 때문에 발목 주위가 다 익었다. 이집트 날씨에선 무조건 긴팔이 정답이었다. 추울 때도 더울 때도. 

 

다섯 살 피카소는 은근 성깔 있었다. 요동치는 낙타 등 위에서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나중에 숙소에서 확인해 보니 엉덩이가 다 까져버렸다..;;;) 엉덩이 아프고 무서우니 뛰지 말아달라고 해도 가이드는 자꾸 낙타를 자극시켜 뛰게 만든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게 재밌나 보다.ㅜ.ㅜ 

사막을 넘어 오래 전에 폐허가 된 시몬스 수도원에 도착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폐허가 된 유적지에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끼곤 했다. 만복사지에서 두 팔을 벌리고 눈감은 채 그곳 공기를 한껏 들이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곳에서도 그런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말할 수 없이 덥지 않았다면 좀 더 명상을 했을 것이다.  

 

건너편에도 한 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보인다. 저들은 우리가 원했던 반대 코스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다. 왜 우리는 저 코스로 안 데려갔는데...ㅜ.ㅜ 

 

친구의 아이디어로 그림자 놀이 사진을 찍었다. 딱 봐도 보다 면적 넓은 왼쪽이 내 사진이다. 카메라는 내가 들고 있었구나. 

 

떼로 몰려 쉬고 있는 낙타 무리들. 돌아가기 위해서 탑승할 때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또다시 크게 놀랐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도 익숙해지기 힘든 공포다. 여기도 내 그림자가 보이는구나. 

낙타 투어가 끝난 다음에 박시시로 달러를 내밀었는데 거부당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액수의 박시시를 요구한다. 여태까지 좋았던 인상이 마구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투어 방향이 바뀐 것에 대한 해명도 못 들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예정에 없던 유적지를 하나 더 가기로 했다. 노블스 툼. 이곳에 올라가니 나일강 정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원래 시간이 지나 입장이 안 되는 곳이었는데 박시시를 주면 문을 열어준다나...;;; 결국 박시시 주고서 우리 둘만 입장했다. 

내부 벽화는 성에 안 찼다. 펠레 신전에서 충분히 감탄을 하고 나온 뒤라서 그보다 조잡해 보여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어둑한 시간에 미이라까지 있는 무덤 안에 들어가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오묘한 기분은 공포로 바뀌어 갔다. 빨리 나가야지!

 

문 열어줄 때 받아간 박시시를 또 요구해서 화딱지가 났지만, 갖고 있던 볼펜으로 땜빵했다. 우리네 볼펜이 무척 인기가 좋았다. 더 갖고 왔어야 했는데... 

숙소로 돌아갈 때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펠루카를 안 태워준다. 이런 버럭! 게다가 약속되어 있던 누비안 마을 투어가 이상하다. 아주 가까운 근처 마을을 그냥 한 바퀴 스윽 돌고 설탕 듬뿍 담긴 뜨거운(이 더위에!) 샤이 한 잔 주는 게 다지 뭔가. 콜라 있냐고 물으니 있지만 뜨겁다고 한다.ㅜ.ㅜ 구경거리라며 보여준 것은 전갈 같은 독충... 지금 장난하나. 이런 수준의 투어면 우리가 알아서 다니고 말지, 뭐하러 중간 소개자까지 내세웠을까. 우리 사기 당한 것 같다.  돌아가서 만수에게 제대로 따지리!(물론 내 친구가...;;;)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친구의 코이카 동료 단원들이 그 지역 사람들과 약속이 잡혀 있어서 우리도 그 자리에 끼었다. 씨푸드 식당이었는데 해물을 먹지 않는 나로서는 난감한 메뉴. 어쨌든 시장했으니 맛있게 먹었다. 좀 짜긴 했지만... 

친구는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 즐겁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고, 바가지 쓴 것도 화가 나고 여러모로 힘들었다. 그래서 먼저 일어나서 가게에서 물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길치인 내가 숙소로 돌아간 게 신기. 이날은 아프리카컵 축구 시합이 있던 날인데 이집트가 최종 우승한 날이다. 거리는 광란의 도가니. 이 사람들은 무슬림이라 술도 안 마시는데 술까지 마시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처럼 격하게 축하한다. 시합에서 지기라도 하면 폭력성까지 보여서 영사관에서 한국인들에게 단체로 메시지를 보낸다. 바깥 출입 자제하라고. 다행히 이집트가 우승해서 시민들은 모두 기쁜 얼굴. 하지만 밤새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고 해서 잠자기는 다 글렀다.  

숙소로 돌아오고 친구도 곧 돌아와서 우리는 기분전환 겸 시장에 놀러갔다. 이곳은 면T의 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조카랑 언니에게 줄 티셔츠랑 엄마에게 선물할 스카프를 샀다.(비록 울 엄니가 한 번도 사용하진 않았지만....;;;) 누비아인들이 입는 시원한 옷을 사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의 습한 여름에는 먹힐 수 없는 옷이라 포기했다.  

밤 12시에 귀가한 우리. 새벽 3시에 아부심벨로 출발이기 때문에 일찍 자야 했지만 너무 시끄럽고, 또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잠을 자기 힘들었다. 그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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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0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새해에 올라온 이집트 여행기~~~~~~~ 덕분에 잘 봤어요.
나는 2008년 일본여행기 쓰다 말았지만, 마노아님은 끝까지 써주세요~ ^^
낙타를 타고 여행하는 건 공포를 동반하는군요~~~~ㅋㅋ
펠레 신전은 정말 대단 대단~~~~

마노아 2011-01-02 01:48   좋아요 0 | URL
글 다 쓰고 오류가 나서 날린 줄 알고 식겁했는데 다행히 글은 남았어요. 근데 태그 때문에 수정하면 글이 두 개가 올라가고, 그럼에도 태그는 수정 반영이 안 되고 여러 차례 땀 흘리게 하네요.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졌나봐요. 신년 벽두부터 알라딘이 오류가 많네요.^^;;;
2008년이라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어요. 그나마 일년 묵은 이집트 여행이니 꼭 다 써야겠어요.^^

hnine 2011-01-0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집트가 크긴 큰 나라군요. 위 아래 온도 차가 그렇게 난다니. 춥다 덥다, 뱃속이 탈 날만도 하네요. 먹는것에 관심 많은 저는 이집트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해져요.
호텔 건물도 예쁘고, 낙타 타실 때에는 정말 무서우셨을 것 같은데, 저도 언젠가 낙타를 타 볼 기회가 생길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말이지요.
읽다 보니 저의 역사, 지리 수준이 막 드러납니다. 신전 이름하며, 누비아인?? 그래도 마지막 줄의 '아부심벨'은 눈에 익은 지명이네요.
파란 나일강을 배경으로 한 화장기 없는 마노아님 얼굴이 아름답습니다~

마노아 2011-01-02 10:20   좋아요 0 | URL
그런 더위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서 아주 난감했어요. 이글이글...불판 위의 고기가 된 기분이었답니다.^^;;;
여기까지는 코샤리 외에 그닥 이집트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어요. 거의 한식 먹었죠. 뒤에 크루즈 여행 때는 이집트 음식 얘기가 잠깐 나올 거예요. 아주 죽을 맛이었어요.ㅎㅎㅎ
저도 가보기 전에는 모두 낯설고 생소한 이름들이었는데 뭔가 더 설명을 붙이고 싶었지만 일년 지나서 책 읽은 것도 홀랑 다 까먹어서 할 말이 별로 없는 거 있죠. 아, 민망해요.^^
클레오파트라 얼굴처럼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해보고 싶어요. 할 줄만 안다면 말이에요. 헤헤헷^^

세실 2011-01-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펠레신전 벽화보니 제 가슴이 뜁니다. 책에서만 보던 그 그림들.....
님은 이집트에 가서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네요. 좌충우돌 여행기 님은 힘드셨겠지만 재밌어요. ㅎㅎ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기셨을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멋진 한 해 되시길 빕니다^*^

마노아 2011-01-02 10:21   좋아요 0 | URL
어제 오랜만에 사진을 들여다봤는데 좋더라구요. 역시 다녀오길 참 잘했어요. 다시 없을 멋진 기회였어요.^^
오늘도 부지런을 떨어서 그 다음 일정을 써야겠습니다.
가봤던 유적지 중에서는 아부심벨이 가장 멋졌거든요.
세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내내 건강하시고, 지금의 아름다움을 또 유지해 주세요. ^0^

잉크냄새 2011-01-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스완과 시와 사막을 저울질하다 그냥 시와 사막에서 더 머물러 버리는 바람에 아스완을 다녀오지는 못했네요.
여행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와 사막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시와에서 카이로로 오는 길에 알렉산드리아도 한번 방문해보시면 좋으실겁니다.

마노아 2011-01-02 14:58   좋아요 0 | URL
저는 일정상 알렉산드리아는 가지 못했어요. 다합에서의 스노클링도 포기해야 했고요.
시와 사막은 너무 멀어서 바흐리야 사막으로 대신했어요. 둘 다 다녀온 제 친구가 시와 사막이 훨씬 아름답다고 말해 주었어요. 아스완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도 거기서 너무 재밌어서 여행 경비의 반을 쏟아부으며 일주일 이상을 더 연기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고운 곳인가봐요.
다시 한 번 이집트를 갈 날이 올지 과연 모르겠어요.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가보고 싶네요.

꿈꾸는섬 2011-01-0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여행기가 다시 올라왔군요.^^ 여행가고 싶어요.^^

마노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마노아 2011-01-02 14:59   좋아요 0 | URL
저는 요새 일본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요. 온천 여행, 이런 거요~
꿈꾸는섬 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내 평안하셔요.
우리 2011년도 열심히 살아요~

폭설 2011-01-0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라니! 글만으로도 사진만으로도 환상적이예요. 부러워요.^^
저는 언제 그러한 곳을 가본다죠?
간접 경험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감솨~~


마노아 2011-01-02 21:05   좋아요 0 | URL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 덕분에 제가 호강했어요.
친구더러 한 차례 더 다녀오라고 막 등 떠밀고 싶어요.^^ㅎㅎㅎ

조선인 2011-01-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1월 31일? 의아해했더니 작년 여행 후기구나. 난 또 갔는 줄 알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11-01-03 10:58   좋아요 0 | URL
1년 지난 늦깍이 후기에요. 두번 갈 만큼 전생에 복을 못 쌓았어요.^^;;;
조선인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무스탕 2011-01-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죄 많은(?) 발목, 지금은 괜찮죠? ㅋㅋㅋ
착오가 많은 여행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나쁜건 다 잊고 좋았던 기억만 남지 않나요?
같은 사진이라도 그저 책에서, 티비에서 보는 사진하고 이렇게 마노아님이 찍어준 사진을 보는 느낌이 굉장히 달라요.
같이 여행 다니는 느낌이랄까요.
하여간 즐겁게 읽고 감사하고 있어요 ^^

마노아 2011-01-03 11:01   좋아요 0 | URL
고생 많이 한 발목, 지금은 아주 튼튼히 잘 살고 있어요.^^
시행착오가 많아서 또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그러나봐요.
저도 어제 책에 있는 사진 몇 컷 찍으면서 역시 직접 찍은 사진이 더 느낌이 좋구나 했어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0^

섬사이 2011-01-0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를 열자마자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해주시네요.^^
덕분에 눈이 즐거웠어요.

마노아 2011-01-04 00:35   좋아요 0 | URL
새해 각오 중 하나가 밀린 여행기 꼭 쓰자였어요. 열심히 지켜나가고 있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1-01-07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사진은 어디를 봐도 멋지군요.
덕분에 좋은 구경했어요.^^
그나저나 저 분홍색 건물은 우리나라의 ㅇㅇ호텔같아요.ㅋㅋ

마노아 2011-01-07 01:3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의 어떤 호텔일까요? 모모 모텔 아니고요? ^^ㅎㅎㅎ
 

불현듯 갑자기 여행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거의 1년이 지나서 이젠 잘 생각도 안 난다. 그러니 사진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정리는 해둬야 마음이 편해지지... 

1월 30일 토요일. 친구가 시험 때문에 학교에 출근하는 날이다. 때마침 피라미드에 같이 갔던 김 선생님도 오프였기 때문에 둘이서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원래 나가야 하는 출구가 공사 중이다. 그래서 방향을 물어야 하는데 지하철 안에 있는 경찰이 'museum'이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출구 안내 표시에서 박물관을 가리키며 어느 출구냐고 물어서 밖으로 나갔다.   

(사진 펑!) 

저기 보이는 주황빛 건물이다.  

상이집트의 상징은 연꽃이고 하이집트의 상징은 파피루스다.   그 둘을 함께 재현해 놓은 정문 앞 연못 가에서 한 장.

(사진 펑!) 

카메라는 갖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외부 사진만 찍은 뒤 맡기고 입장. 입장료는 국제 학생증과 교사증을 동원해서 30 기니.   

고고학 박물관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안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도 엄청나다. 하지만 그 대단한 유물들을 그렇게 엉성하게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책장처럼 층층이 포개놓은 관도 여러 차례 눈에 띠었다. 그 정도 유물을 다 소화시키기엔 건물이 너무 작았다. 기자 지구로 옮길 예정이라는데 옮긴 뒤에는 정리가 체계적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부 사진을 전혀 찍을 수가 없었으니 그 안의 풍경을 설명하기가 힘이 든다.(무엇보다도 일년이 지났더니 기억이...;;;)  

직접 찍은 사진은 없지만 책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문명의 안식처, 이집트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책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 기억에는 채색된 관을 상형문자로 장식한 5천년 된 유물이 제일 멋있었다. 아, 5천년이라는 숫자가 여기선 얼마나 가볍던지... 우리에게 반만 년 역사는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느낌인데, 이곳의 5천년 역사는 눈으로 선명하게 잡힌다. 건조한 기후가 훌륭한 방부제 역할을 해줘서 보존 상태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아크나톤 왕의 조각상은 수염을 달고 있는데 가슴이 나오고 허리가 잘록해서 남장을 하고 있던 하쳇수트 여왕인가 착각했다. 그래서 안내 표시가 잘못 됐나 골똘히 생각할 즈음 외국 관광객 몇 십명이 갑자기 몰려드는 바람에 김샘과 어긋나고 말았다. 내가 김선생님 전화번호를 몰라서 학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번호를 확인해서 다시 걸려던 찰나 2층에서 선생님을 찾았다. 너무 넓고 사람도 많고 유물은 더 많은 공간에서 연락처마저 엉켜있던 우리는 헤어지기 딱 좋은 사람들이었다. 걱정이 컸던 나와 달리 선생님은 안에서 못 만나면 밖에서 마주치겠거니...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제 이집트 일주일 차인 나와는 비교되는 여유!  

2층의 투탕카멘 미이라실은 따로 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해서 패쓰! 무덤에서 같이 발견된 여러 보석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1층의 투박한 전시물보다도 눈길을 끌지 못했다. 내 취향이 그렇다기보다 1층에서 다리품을 너무 팔아 2층에선 지쳐 있었던 거다. ^^ 

(사진 펑!)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세우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역대 인물들의 흉상이다. 그 앞에서도 한 장 찍었다. 선인장 나무 앞에서도 찍었는데 전신 사진은 부담스러워서 차마 못 올리겠다.

박물관을 나온 다음에는 이곳에서 유명한 서민 음식을 먹기로 했다. 바로 코샤리. 면 종류인데 마카로니 비슷하고 밥이랑도 조금 닮은... 토마토 소스를 섞어 버무려 먹는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양이 많아서 배가 불렀다. 김샘이 중간에 소스를 추가해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비용을 따로 받아서 서로 후회했다. 다 못 먹고 남겼으니...ㅜ.ㅜ 코샤리 5기니, 코카 콜라 3기니, 소스 추가해서 1기니. 그렇게 한끼 식사를 9기니에 마쳤다. 우리 돈으로 약 1,910원.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마르기르기스 역에서 하차해서 성 조지 교회, 예수 피난 교회, 산타 바바라 교회 등을 다녀왔다.   

 

콥틱 교회의 상징인 삼각뿔(?) 십자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뜻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오래 되어서 지금은 자신이 없다.

 

 

  내부 촬영이 허락된 교회였다. 금지된 곳도 많았다. 오래된 곳일수록 사진 찍기는 힘들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위 사진은 천장을 찍은 것이다. 엄청 어두운 사진이어서 잘 보이지 않아서 밝음 효과와 선명 효과를 주었다.

 

(사진 펑!)  

좁은 거리에 기념품 가게가 많아서 사진 찍으면 싫어한다. 후다닥 찍고 이동했다.

 

김 선생님이 집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해서 선생님 집으로 택시 타고 이동. 내 친구 집도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큰 집이었는데 이 집은 더 컸다. 마찬가지로 화장실 문이 안 닫혔고 실내였지만 엄청나게 추웠다. 이 집이나 그 집이나 똑같다.ㅠ.ㅠ 발이 시려서 실내화는 필수!  

사진 상으로는 집이 너무 커서 다 나오질 않았다. 그나마도 흔들림..;;; 왼쪽 끝으로 주방이, 오른쪽 끝으로 방 두 개와 욕실 두개가 더 나온다. 복도 끝에서 찍었는데 어떻게 찍어도 전체 샷은 나오질 않더라. 이 집도 내 친구 집처럼 주문해 놓은 생수 병이 가득했다. 물이 귀한 나라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 한국 같았으면 식당으로 착각할 수준이었다.

한편, 오기로 되어 있던 내 친구는 채점 때문에 바쁘다고 나더러 혼자 택시 타고 돌아오란다. 오 마이 갓!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밥은 먹고 걱정하자.  

오렌지로 목 축이고 저녁 메뉴는 떡볶이와 카레! 그레이트! 정말 맛있었다. 나한텐 꽤 매운 편이었지만 아주 달콤했다. 쌀떡볶이는 배불러서 많이 못 먹은 게 아쉬웠다. 여기선 쌀이 아주 싸다고 한다. 초코바 하나에 3기니인데, 쌀 500g도 3기니.  

배불리 먹고 오랜만에 믹스 커피(ㅋㅋ)도 마시고 이젠 돌아가야 할 때. 택시 잡을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는데 친구가 선생님 집으로 짠!하고 나타났다. 앗싸!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빨래 모드. 과연 새벽까지 마르려는지... 친구 옷이 오히려 더 적어서 드라이어로 한참 말렸다. 

새벽에 남부 이집트로 이동해야 하는 우리는 잠을 자기가 애매했다. 게다가 이집트 온 이후로는 자력으로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한 나는 또 다시 변비약에 의지했는데 아침에 먹는 게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에 하나 더 먹었는데 3시간 뒤에 토사곽란을 또 일으켰다. 아흐... 친구는 몇 시간이나마 눈을 붙였는데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내가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름 다행이랄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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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1-0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됐네요. 반가워라.. ^^
잘 부탁합니다아~~

마노아 2011-01-02 00:10   좋아요 0 | URL
헤헷,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아~ ^^

카스피 2011-01-0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노아님의 이집트 여행 넘 부럽습니당^^ 마노아님 신묘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용^^

마노아 2011-01-02 01:46   좋아요 0 | URL
작년에 제가 호강을 했어요.^^
카스피 님도 신묘년 멋지게 열어가셔요~

순오기 2011-01-02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여행기~~~~~~ 마무리를 위한 불타는 사명감에 박수~ 짝짝짝!!
언제 이집트를 가보겠어요~ 마노아님 여행기로 만족해야지요.^^
다들 넓은 집에 산다니,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럴까...

마노아 2011-01-02 01:47   좋아요 0 | URL
새해 첫날이 되니 갑자기 마무리를 위해 의지를 불태웠어요.^^
코이카의 경우 각자 독립해서 사는 게 원칙이어서 혼자사는데 집들이 대체로 큰가 봐요.
두 사람 모두 혼자 살기엔 너무 커서 청소하기 힘들어 보였어요.^^

BRINY 2011-01-0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고 귀한 이집트 여행기~ 잘 보겠습니다.
(이집트는 그냥 패키지로 가야겠다는 생각...근데 언제?? ㅠ.ㅠ)

마노아 2011-01-03 17:04   좋아요 0 | URL
아하핫, 패키지든 자유 여행이든 꼭 다녀오셔요.^^ㅎㅎㅎ
저는 보름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한국분들이 추천하는 일정은 3주 코스였어요.
저도 3주였다면 좋았을 텐데 비행기 표가 없어서리..ㅜ.ㅜ

같은하늘 2011-01-0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인줄 알았더니 하나 더 있네요.ㅎㅎ

마노아 2011-01-07 01:39   좋아요 0 | URL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같은하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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