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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 당첨되었건만, 자리가 부족하다는 황당한 이야기와 함께 예매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개봉하고 극장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었고, 쓰라렸다.

영화는 두 경찰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흑인 형사 그레이엄(돈 치들)은 말한다.

“LA에서는 아무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 모두 금속과 유리 안에 갇혀 있지. 서로에 대한 느낌이 그리워서, 서로를 느끼기 위해서 그렇게 서로 충돌하게 되는 거야.”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되고 만다.  등장 인물들은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멕시코계, 아랍, 아시아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인종들을 차별하고 스스로도 차별을 받는다.

L.A의 거리에서 지방검사인 백인 릭과 그의 아내는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흑인 청년들을 보고는 두려워 한다.  인종적 편견을 받은 흑인 두청년은 부부의 차를 강탈하는 폭력을 휘두르고, 차별에 몸서리치면서도 그들은 아시안계의 사람이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타이인인지 미얀마인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백인 경찰 라이언(맷 딜런)은 순찰을 돌다가 릭 부부가 강탈당한 차종과 같다는 이유로 흑인 부부 캐머런(테렌스 하워드)과 부인 크리스틴(탠디 뉴튼)을 검문한다. 라이언은 크리스틴을 검문하면서 성적 모욕감을 주지만, 캐머런은 무력하게 저항하지 못한다. 오만한 백인 경찰 앞에서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흑인의 처지가 신랄하게 묘사된다. 

라이언은 요로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일로 상담을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고 상담 책임자인 흑인 여성에게 욕을 뱉었다. 다음날 흑인 상담자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하여 라이언에게 보복을 하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자신의 차를 박은 아시아인과 싸울때 그들을 아시아인이라고 몰아붙이고 험한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란인 파라드(샤운 토웁)는 총기를 사러 갔다가 오사마 빈 라덴이라 불리며 인종차별을 받는다.  총기상인은 그를 아랍인이라 욕하며 총을 안팔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딸이 겨우 무마시켜서 총을 사오지만 덤으로 얹어주는 총알에는 비밀이 있다. 

멕시칸 열쇠수리공 대니얼은 릭의 집의 열쇠를 고치지만 릭의 부인은 그가 껄렁한 옷을 입고 문신을 했다고 해서 당장에 열쇠를 팔아넘길 사기꾼 취급을 한다.  앞서 인종차별을 받은 파라드는 자신의 집 열쇠를 고치러 온 대니얼이 열쇠는 갈았짐나 문을 갈아야 한다고 하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에게 폭언을 퍼붓는다.  결국 돈도 받지 못한 대니얼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뒤 파라드는 자신의 수퍼마켓이 털리고, 그 책임을 대니얼에게 묻는다.  총을 들고 그 집을 찾아가지만, 앞서 딸이 받아온 총알은 공포탄이었고, 그가 쏜 총에 대니얼의 딸이 맞았지만 모두 무사하다.

라이언의 파트너인 신참 경찰 핸슨(라이언 필립)은, 라이언의 인종차별에 욕지기를 느끼며 파트너를 바꾸지만 그 자신이야말로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흑인 청년을 살해하고 만다.

맨처음 시작할 때 형사 그레이엄이 마주친 사고 현장, 그곳에서 피살자로 발견된 사람은 바로 핸슨에게 죽은 자신의 동생이었다.

릭의 차를 훔쳤던 흑인 청년중 하나는 앞을 보지 않고 운전을 하다가 아시아인을 치고 만다.  중국인이 치였다며 병원 앞에 버리고 도망을 갔는데, 그는 한국인 조진구였고, 그가 했던 일은 타이와 미얀마 사람을 인신매매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차별을 받고 또 차별을 쏟아낸다.  그들은 저마다 충돌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외롭고 부족한 사람들이다.

릭의 부인은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를 삐지만 십년지기 친구는 맛사지 받느라 병문안도 와주지 않는다.  자신이 무시했던 스패니쉬 가정부만이 진정한 친구임을 깨닫고, 라이언의 검문으로 사이가 벌어진 흑인 부부는, 다음날 라이언의 헌신적 구조로 아내가 목숨을 구하고, 남편 역시 아내와 화해하게 된다.

파라드는 대니얼을 죽이겠다고 덤비다가 그 딸을 쏘았으나 공포탄 덕으로 아이는 살았고, 그는 아이가 천사라며 마음의 안식을 받는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그들의 충돌은 누군가에게는 구원을, 또 누군가에게는 기적을, 그리고 누군가는 다시 나락으로 빠지게 만든다.

맨처음 그레이엄이 말했던 대사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로를 느끼기 위해서 부딪치는 거라고....

온기와 온기가 만나서, 사람 사는 모습을 갖출 때, 그들 자신도 사람의 얼굴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인 조진구의 인신매매 현장과 사고로 죽을 뻔한 다음에 살아난 뒤 제일 먼저 한일이 인신매매 대금으로 받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고 한 내용 등이 씁쓸했지만 그것이 특별히 한국인을 겨냥하려고 한 내용은 아니며, 다만 주제를 찌르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다.(물론 기분은 나빴다.ㅡㅡ;;;)

아카데미가 왜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닌 이 작품의 손을 들어주었는지 공감이 갔다.  (그리고 솔직히 이쪽이 더 재밌다...;;;;)  위기의 주부들이 현 부시 정부 체제의 미국을 묘사하는 것과 같은 현재 미국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드러내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 모두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더 나은 길을, 혹은 더 못한 길을 걷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사가... 혹은 현실이 영화처럼 로맨틱하지만은 않다.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보다 감상적이고 편한 길을 택했을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것이다.

911테러의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미국, 그것은 아무리 설명해도 변명밖에 될 수 없다.  이라크에 파병된 우리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악을 악으로 갚으면서는 서로의 화해를 꺼낼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충돌'일 뿐이다.  숱한 충돌 속에서 작은 기적 하나 바라기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주를 개척하고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과학에 쏟는 모든 에너지.  그것들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굶주림과 질병에 먼저 투자하고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 사회 안의 불평등과 차별과 편견의 해소를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꿔나가야 할 몫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모두가 함께, 충돌을 기적으로, 사랑으로 바꿔야 한다.

***

 

감상문을, 며칠 지나서, 그것도 하루에 두번 나누어서 썼더니 횡설수설...;;;; 그래도 뭐, 사는 이야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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