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2784 호/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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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아빠, 아빠는 왜 젖꼭지가 있어? 아빠도 아기한테 젖 먹일 수 있어?” 어린 아이들은 아빠 젖꼭지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펴기 일쑤다. 대체 남자는 왜 젖꼭지를 갖고 있을까? 어린 아이들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디지털로프트 사에 의하면 한 달에 2만 2천 여 명이 구글에 검색하는 질문이란다. 수유를 하는 여성의 유방과 달리 남성에겐 특별한 기능이 없지만 유두가 있다. 남자의 젖꼭지는 우리 모두가 엄마의 자궁에 있었던 최초의 순간이 남긴 흔적이다. 배아 때 인간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 약 6주까지는. 남성의 성염색체가 활동하며 남성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그 흔적으로 남은 유두요, 특별한 기능이 없지만 문제를 일으킬 존재감은 충분하다. 함몰 유두, 여성형 유방증 등은 현대 남성의 고민거리. 유방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질환인 유방암 역시 피할 수 없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함 환자의 0.5~1%에 불과하지만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376명이던 남성 유방암 환자가 지난해에는 505명에 이르러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진단 환자가 한해 2천명이 넘고 이 중 440명이 사망에 이른다. 남성의 경우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워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우선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문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BRCA(BRest CAncea susceptility)가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으며 널리 알려진 BRCA유전자에는 BRCA1과 BRCA2 유전자가 있다. BRCA1은 17번 염색체에, BRCA2는 13번 염색체에서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의 최고 100배에 이른다. 남성 유방암 환자의 약 20%는 직계 가족 중 여성 유방암 환자가 있다. 

호르몬 불균형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는 유전병에 걸리거나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발생할 위험이 크다. 남성 유전병의 하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을 가진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고 50배 높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X염색체를 2개 이상 더 보유하게 되는 경우 생기는데, 작은 고환과 여성형 유방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탈모나 전립선암을 치료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경우도 여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져 남성 유방암을 증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적인 간 질환이나 간 기능 저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간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 유방암의 증가 추세를 비만에서 찾는 시도도 있다. 미국 리즈 대학 스페어 교수 팀은 지방세포가 남성호르몬을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질량 지수(BMI)가 25를 넘는 남성은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유방암 세포를 자극해 자라게 한다는 추정이다. 

남성 유방암은 대개 유두 주변에서 통증이 없는 단단한 혹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양쪽 유방 모두 만져지는 혹은 여성형 유방인 경우가 많지만, 한쪽에서만 만져지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나이가 60대 이상인 경우는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유두에서 피나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방의 크기나 모양이 변하고, 간지럽거나 분비물이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법은 여성 유방암과 다르지 않다. 수술로 다른 부위로의 전이를 막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치료다. 남성의 경우 유방 조직이 적기 때문에 유방보존술보다는 유방전절제술을 주로 사용한다. 유방조직이 적어 암이 진행된 뒤에는 암세포가 흉근이나 피부로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근육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수술 뒤에는 추가로 방사선 치료와 보조 항암 및 항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유방암 환자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주인공 이화신이다. 하지만 이미 1백 년 전 남성 유방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1923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러들러 교수가 보고한 사례로 사진도 남아 있다. 드라마는 유방암 검사의 고통을 격렬한 영상으로 소개했다. 토마토가 으깨지고 호두의 껍질이 쪼개지는 영상과 주인공의 연기는 유방암 검사를 해본 여성들에겐 공감을, 남성들에겐 대리 경험으로 충분했다. 

암을 조기에, 보다 간편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혈액이나 머리카락 등을 통한 진단법이 나온다는 연구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눈물도 유방암 진단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연구팀은 눈물 속에 지표가 되는 단백질의 함유 여부로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눈물은 혈액의 여과물로, 혈액의 성분을 상당 부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최근 미국과 뉴질랜드의 생명공학 회사와 연구진들이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 시사회를 열어 임상 실험용 눈물 수집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다. 

토마토를 쥐어짜는 고통 없이도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때쯤 지금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며 가벼운 추억에 잠기게 되겠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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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6-12-19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들렀어요~
질투의 화신은 안봐서 모르지만 유방암은 걱정되네요.ㅠ
서울행 서울행 서울행~ 올해는 어렵겠고 1월로 넘겨야 할 듯...^^

마노아 2016-12-22 18:25   좋아요 0 | URL
저두 못본 드라마인데 과학향기 보고서 검색해 봤어요. 주변에서 재밌었다고 얘기는 하더라구요.^^
금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우린 새해에 얼굴 볼 수 있겠어요.
이상, 내일은 절대 야근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4일째 야근 중인 마노아였습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서니데이 2016-12-2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마노아 2016-12-31 20:5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서재의 달인이 된 걸 알았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오늘이 2016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으아.... 몇 시간 뒤면 한 살 더 먹어요!
슬프지만, 힘차게 꿋꿋하게 내년을 맞이하겠습니다.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FUN 과학

제 2779 호/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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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외부활동이 부족해 근시가 생긴다?!

태연,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안경원 앞에 섰다. 얼굴 가득 행복감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반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 얼굴은 못마땅하기만 하다. 

“좋냐? 안경 쓸 생각하니 날아오르겠어?” 

“그럼요! 떴는지 안 떴는지 잘 구분되지 않는 저의 눈에 강렬한 포인트를 줄 수 있게 됐잖아요. 눈이 나빠져서 정~~말 좋아요. 개그맨 유재석 아저씨도 안경 하나로 메뚜기에서 훈남으로 급변신 하잖아요. 저도 거듭남의 기적을 맛보겠어요!” 

“안경 쓰고 싶어서 보여도 안 보인 척하는 거면 아빠한테 아주 혼날 줄 알아. 뭐, 아빠가 안경을 쓰니 너도 근시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근시도 유전인거죠?” 

“유전의 영향이 있지. 물론 자라면서 받는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지만.” 

“우리 반에 안경 쓴 애가 벌써 열 명도 넘거든요. 그래서 애들마다 근시는 유전이다 아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근시가 된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눈이 나쁘다, 근시도 예방할 수 있다 아니다, 엄청 말이 많아요. 대체 뭐가 맞는 거예요?” 

“일단, 근시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상(像)이 망막 앞쪽에 맺히는 걸 근시라고 한단다. 그래서 먼 곳은 잘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하지만 근시의 문제는 단지 앞이 잘 안 보이는 것만이 아니야. 여러 안과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거든. 눈이 지나치게 부시거나, 눈앞에 이물질이 날아다니는 것 같이 보이는 망막이상, 또 물체가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도 근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근시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어. 그런데도 근시로 안경을 쓰고 싶냐?” 

“흠, 좀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안경은 꼭 쓰고 싶어요.” 

“아이고 못살아. 암튼, 아까 질문이 또 뭐였지? 그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근시가 되냐고 물었지? 아빠 생각엔 확실히 그런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단다.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스마트폰이나 PC가 많이 보급된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근시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많다는 거야. 또 앞으로도 이런 첨단기기가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안경을 쓸 거라는 주장이지. 현재는 28.3%인데 말이야. 반면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는 20년간 4,500명이나 되는 어린이를 추적조사 했는데도 PC 화면을 보는 것과 근시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단다.” 

“어쩐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믿고 싶어져요. 그래야 눈 나빠지니까 컴퓨터 좀 그만하라는 어른들 잔소리를 덜 들을 테니까요. 그럼,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눈이 나쁘다는 얘기는 맞아요?” 

“그건 맞아. 동양인의 70~90% 정도가 근시 유병률을 보이는 반면, 유럽과 미국은 30~40%, 아프리카는 10~20% 정도의 유병률만 보이거든.차이가 엄청나게 크지. 그래서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사람들이 안경을 많이 쓰는 거야.” 

“와, 그 말이 진짜였구나. 그럼, 근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는요? 이건 거짓말일 거 같아요.” 

“아니, 예방은 확실히 가능하단다. 방법도 아주 간단해. 나가 놀면 되거든.” 

“예에?! 그건 제 특기잖아요!” 

“그래서 아빠는 네가 눈이 나빠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어요. 2011년 미국 안과학회는 일주일에 외부활동을 한 시간씩 더 할 때마다 아이들이 근시에 걸릴 위험이 2%씩 감소한다고 발표했고, 2013년 대만에서는 외부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2배 이상 근시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단다. 이유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 때문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야. 도파민은 햇빛이 많은 낮에 다량 분비되고 밤에는 적게 분비되는데, 낮에 자주 나가노는 아이들은 도파민의 분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안구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거야. 반면에, 낮에도 실내에만 있는 아이들은 도파민 분비리듬에 교란되면서 안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근시가 된다는 거지.” 

“햇빛이 근시를 막아준다니 진짜 신기해요.” 

전문가들은 근시 예방을 위해 아이들이 매일 3시간 정도 1만 럭스(lux) 이상의 빛을 쬐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단다. 1만 럭스는 맑은 여름날 그늘에 있을 때와 비슷한 밝기니까, 계절에 상관없이 볕이 좋은 날 3시간 이상 나가놀면 좋다는 얘기지. 그나저나, 넌 오늘부터 아빠랑 붕어빵이라는 얘기를 훨씬 더 많이 듣겠구나. 안 그래도 닮았는데 안경까지 쓰면 정말 똑같아질 테니 말이야.” 

“예에?! 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얘기세요? 전 단지 콤플렉스인 단춧구멍 눈을 가리고 싶었을 뿐인데, 아빠랑 더 똑같아 진다고요?” 

“당연하지! 아빠처럼 멋져지고 싶어서 안경 쓰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아빠, 실은 저…, 너무 나가 놀았더니 앞이 정말 잘 보여요. 1km 밖에 있는 개미똥구멍까지 보인다니까요. 어떨 땐 제가 몽골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시력이 5.0일 지도 몰라요. 다신 안경 쓰고 싶다는 말 안 꺼낼게요, 흑!”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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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37 호/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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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다. 하지만 칼로리가 낮지는 않다. 100g당 91kcal로 높은 편이지만 비타민이나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너무 많이 먹지만 않으면 다이어트로 훌륭한 식품이다. 

바나나는 변비 예방에도 좋은 식품인데, 주의해야 할 점은 잘 익은 바나나만 변비 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잘 익은 바나나에는 펙틴이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 펙틴은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잘 익은 바나나를 물과 함께 먹으면 변비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바나나의 단맛은 행복호르몬을 증가시켜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바나나에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는데, 트립토판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또 이 세로토닌은 숙면이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바나나의 유일한 단점은 쉽게 짓무른다는 것이다. 껍질이 까맣게 변하고 짓무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냉장 보관보다는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옷걸이와 같은 고리를 이용해 바나나를 걸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껍질을 벗겨 냉장보관을 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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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과학

제 2735 호/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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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의 비밀, 과학이 밝혀낼까

캄보디아의 씨엠립 국제공항을 운항하는 비행기들은 이용하는 항공객 수에 비해 크기들이 모두 작은 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를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와 캄보디아가 비행기 크기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 유적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 중 하나다. 산림지역을 포함해 400km 이상 퍼져 있는 이곳에는 앙코르와트 외에도 수많은 유적들이 있다. 그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유적은 바이욘 사원이 있는 앙코르 톰과,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이 됐던 타프롬, 그리고 반티아이 스레이라는 힌두교 사원 등이다. 

빽빽한 밀림 속에 묻혀 있던 앙코르와트를 최초로 발견해 외부로 알린 이는 1850년 프랑스의 뷰오 신부다. 그는 베르사유궁전보다 더 큰 사원이 있다는 사실을 본국에 알렸으나 프랑스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후진국의 밀림 속에 그처럼 아름답고 큰 사원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뷰오 신부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이는 1860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 무오였다. 그는 현지인들과 함께 밀림을 탐험하다 우연히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솔로몬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뛰어난 조각가가 새긴 것 같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이 세운 것보다도 더 장엄하다.” 

7톤짜리 기둥 1800개와 돌로 만든 방이 260여 개에 달하는 이 사원은 컴퓨터로 설계하는 데만 해도 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앙코르와트는 12세기의 기술로 불과 37년 만에 지어졌다. 그럼에도 천년이 지나도록 물이 새지 않을 만큼 완벽한 건축 기법이 사용됐다. 접착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에 네 군데 정도 홈을 파서 돌끼리 서로 끼우는 방식과 아치형으로 돌과 돌이 서로 의지하도록 결합시킨 것이다. 또한 지붕도 돌을 이용해 홈을 파서 물이 바깥으로 빠지도록 만들었다. 

외벽 길이만 5.5km에 달하는 앙코르와트는 좌우대칭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지녀 현대 건축가들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앙코르와트는 대부분 사암과 라테라이트로 지어졌는데 주변은 돌이 없는 밀림과 평지뿐이다. 그 엄청난 양의 돌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으며, 당시 100만 명에 가까운 규모의 인구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수수께끼를 풀어줄 중요한 단서 하나가 발견됐다. 호주의 고고학자 대미언 에번스 박사팀이 앙코르로부터 29km 떨어진 산 속에 위치한 프놈쿨렌 국립공원의 땅 밑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중세도시를 발견한 것. 에번스 박사팀이 이 중세도시를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엔 도시의 일부만 발견했으나, 이번엔 도시의 전체 규모와 20여 곳의 숨겨진 사원들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중세도시는 크메르 왕국의 최초 수도인 ‘마헨드라파르바타’다. 앙코르 유적지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으며, 그 토대를 세운 인물은 자야바르만 2세다. 기록에 의하면 자야바르만 2세가 수도를 산악지대에 건설했다고 돼 있는데, 지금까지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에번스 박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최첨단 ‘라이다’ 탐사기법 덕분이다. 연구진은 헬리콥터에 이 탐사장비를 탑재한 뒤 1901km의 면적을 조사해 도로와 수로 등 도시 흔적들을 발견하고, 인구가 밀집했던 이 도시가 12세기에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마헨드라파르바타가 현재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필적할 만한 규모를 지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레이저 광선을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되돌아오는 빛을 감지해 목표물과의 거리, 방향, 속도, 온도, 물질 분포 및 농도 특성, 3D 영상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다. 라이다의 측정 원리는 전파를 발사해 배나 비행기의 위치 및 크기 등을 측정하는 레이더와 똑같다. 레이더에서 사용하는 전파 대신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므로 레이저를 사용한 레이더라는 의미에서 ‘레이저 레이더’라 불리기도 한다. 

이동 중인 물체를 측정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레이더는 파장이 수~수십cm다. 태풍이나 장마전선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상 레이더의 경우 파장이 수cm인 전파를 쏘아 구름 안의 물방울과 부딪쳐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그러나 레이더는 구름 속 물방울의 크기가 작으면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고도 10km 이상에서는 반응을 잘 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닌다. 이에 비해 라이다는 파장이 250nm(나노미터)~10㎛(마이크로미터)의 매우 짧은 빛을 쏘므로 미세한 물방울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뿐더러 고도 80km까지 관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다는 광활한 지역에서 수증기, 오존, 먼지 등의 종류 및 농도, 이동 모습을 알아내는 데 사용되며 특히 황사 관측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가 됐다. 

또한 특정 지역의 지형 및 식생 종류 분포를 알아내는 데도 이용되며, 나무들의 키와 굵기 분포 등을 측정해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하는 기술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구과학 및 우주탐사용,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도킹 시스템용, 지구 지형 관측, 환경 관측, 도시 모델링, 해안선 관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 라이다는 자율 주행차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3D 이미지로 만들 수 있어 어두울 때도 낮처럼 자율 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차 용도로 개발된 최첨단 라이다 센서의 경우 cm 수준의 정확도로 최대 200m 범위까지 초당 30만~220만 개 지점의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다. 반사되는 레이저 빛을 다중배열 수신소자를 통해 수집함으로써 3차원 영상 구현이 가능한데, 에번스 박사팀이 땅 밑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중세도시를 발견하는 데도 이 기술이 사용됐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지난 150여 년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남아 있는 앙코르 유적지의 비밀을 과연 풀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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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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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30 호/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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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目)으로 로그인, 홍채인식 기술

안구의 홍채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 바로 ‘홍채인식(iris recognition)’이다. 홍채라는 부위가 워낙 생소하고 독특해서인지, 이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은 예전부터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안구를 이식받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요원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비밀 아지트의 홍채인식 시스템 앞에서 주인공이 홍채를 스캔 받는 ‘미션 임파서블’ 등은 모두 홍채인식과 관련된 대표적 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홍채인식 기술이 어느덧 현실이 돼 우리 앞에 성큼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 노트7에 이 기능을 탑재시키면서 홍채인식 기술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닌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이 제품의 홍채인식 기능을 점검해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기술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지문인식이야 사람마다 다 다른 지문을 가지고 식별하지만, 홍채는 어떻게 구별하는 것일까? 

지문처럼 홍채도 사람마다 모양이 다 다를까? 아니면 눈을 깜빡일 때마다 홍채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일까? 홍채인식 기능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에 이 기술의 원리에 대해서 먼저 알아봐야겠다. 

■ 일란성 쌍둥이라도 완전히 다른 홍채 

홍채는 눈의 수정체와 각막 사이에 있는 조직이다.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동공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홍채가 사실은 저마다의 고유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홍채는 생후 18개월 이후 완성된 뒤,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형태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홍채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림. 홍채의 구조(출처: 서울대병원)


더군다나 홍채의 구조는 유전적인 영향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홍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일란성 쌍둥이라도 완전히 다른 홍채 형태를 갖게 되며, 동일인의 왼쪽과 오른쪽 눈의 홍채 형태 역시 완전히 다르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홍채가 사람을 식별하는 일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의 안과의사인 프랭크 버치(Frank Burch)다. 그는 홍채 형태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지문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1936년에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지문 외에 또 다른 수단을 활용해 사람을 식별할 필요성이 거의 없던 시대였으므로, 논문은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모두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던 홍채를 활용한 인식기술은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1980년대 접어들며 다른 안과 의사들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미국의 레오나드 플롬(Leonard Flom)과 아란 사피르(Aran Safir)라는 인물들로, 이들은 1987년에 ‘홍채 형태의 고유성을 활용한 인식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특허를 등록했다. 

이후 7년이 지난 1994년에 영국 캠브리지대의 존 더그먼(John Daugman) 교수가 이들 두 사람에게 홍채 형태를 코드화 할 수 있는 영상신호처리 알고리즘을 제안했고,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미국 뉴저지주에 아이리스스캔(Iris Scan)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홍채인식 시스템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 홍채인식이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 가장 정확 

현재 상용화돼 있는 홍채인식 시스템들은 더그먼 교수가 제안했던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나 우수하게 설계됐기에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알고리즘은 홍채의 형태를 코드화해 이를 영상신호로 바꾸는 과정을 제어하도록 설계돼 있다. 먼저 일정한 거리에서 홍채인식기 중앙에 있는 거울에 사용자의 눈이 맞춰지면 적외선을 이용한 카메라가 줌렌즈를 통해 초점을 조절한다. 

사진. 홍채인식 기능(출처: 삼성전자)


이어서 홍채 촬영 카메라가 사람의 홍채를 사진으로 이미지화하면 홍채인식 알고리즘이 홍채의 명암 패턴을 영역별로 분석해 개인 고유의 홍채 코드를 생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채 코드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는 것과 동시에 비교 검색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같은 원리를 통해 작동하는 홍채인식 기술은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도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도 가장 보편화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지문인식 기술과 비교해 볼 때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문인식의 식별에 걸리는 시간과 오차율은 각각 1초와 0.5%에 불과하다. 홍채인식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문인식의 경우 상처를 입거나 외부 자극을 받아 지문의 형태가 변하게 되면 오차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홍채인식과는 달리 지문인식은 직접 갖다 대는 접촉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사망했더라도 지문이 인증될 수 있고, 지문이 복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에 도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에 홍채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며, 살아있는 사람만 인증이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7.5cm~20c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인식하는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홍채인식은 지문인식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홍채인식 기술이 이렇게 잘나가다 보니 그 인기를 시기해서인지 최근 들어 황당한 내용의 소문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음모론에 심취한 사람들 중 일부가 SF 영화의 내용처럼 안구를 적출하면 홍채인식을 해킹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 

하지만 생체인식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홍채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몸에서 떠나면 4초 이내에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안구를 적출해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홍채인식을 두고 떠도는 이 같은 기괴한 소문,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자.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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