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천체 사진전. 전시 마감을 하루 앞두고 소식을 들어 마지막 날에 보러 갔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이라길래, 아무 의심 없이 세종문화 회관을 갔는데 여기가 아니란다. 그래서 뒷편인가 하고 돌아가 봤는데 거기도 없다. 그래서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전경에게 물었더니 반대편을 알려준다. 응? 그래? 그렇게 뱅글뱅글 돌다가 겨우 찾아간 곳은 광화문역 지하도였다. 헐, 맨처음 지나간 곳인데 오른편에 있는 걸 못 보고 스윽 지나간 것이었다. 하아, 굽도 높았는데...ㅠ.ㅠ

 

킬리만자로에 올라 별을 찍는 소원을 십년 동안 꿈꾸다가,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못 이루던 것을 회사 그만두고서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비용은 퇴직금으로 충당~

 

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이 지나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 위도에 따라서 별이 수평으로 뜨는지 수직으로 뜨는지 또는 45도 각도로 뜨는지, 그 차이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들이었다.

 

와, 무려 킬리만자로다. 정말 침묵만이 bgm이 될 것 같아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도 빼버렸다. 온전히 별만 보고 싶어서...

 

전시장 안에 로이킴의 영원한 건 없지만-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권오철 작가의 사진 위에 이 노래를 입힌 것이다. 서로의 작품에 잘 어우러지는, 동반 상승 효과가 있는 만남이었다. 독도에서 백령도, 마라도에서 휴전선, 북극에서 남극, 이끝과 저끝을 잇는 공간들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운 별들을, 오로라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로이킴의 목소리하고도 잘 어울려서, 연속으로 두번 돌아갈 동안 내내 앉아 있었다(발이 아프기도 했고..;;;).

 

이렇게 가득한 별을 보니 강경옥 작가의 별빛속에가 떠오른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도 함께...

 

 

 

 

 

 

 

 

지난 10월 19금 콘서트 때 '차카게 살자' 공연 소식을 알리자 환성을 지르면서 내 머릿속은 날짜 계산하기 바빴다.

아뿔싸, 연구수업 직전 토요일이네. 당시 엉겁결에 떠안다시피 맡은 지구별 연구수업을 나는 10월 8일에 하고 싶었다. 9일이 한글날이고 그 다음날이 재량휴일이어서 연속 4일을 쉬게 되어 있었다. 후다닥 해치워버리고 푹 쉬고 싶었다. 그러나 시험 끝난 직후 수요일인인 이 날은 7교시 수업이어서 연구수업 불가 통보를 받았고, 덕분에 일주일 가까이 밀려 14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11일에 공연이야...ㅡ.ㅜ

 

맘 편히 놀고 싶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고, 그렇다고 공연을 포기할 마음은 네버 없었고, 그래서 미리미리 조금씩 수업 준비하고 공연 다녀왔다. 수변무대는 야외여서 실내와는 다른 감동이 있다. 또 본격 기부 공연이기 때문에 취지도 좋았고~

 

 백혈병 어린이 재단을 15년째 후원하고 있는 이 공연에서 기부금 전달을 위한 세 남자가 출연했다.

 

1번 강풀

2번 류승완

3번 김제동

 

공장장의 주문은 자신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를 3분 동안 어필하라는 것이었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이 당첨!

 

1번 강풀은 원고를 써왔다. 본인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형님들 결혼하고 싶은 마음 들고 싶게 깨소금 맛을 흘리고 다니는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형님을 클럽가지 못하게 츄리닝 입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형님들을 건전한 유흥의 길로 인도하는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뭐 이런 식의 멘트~

 

2번 주자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원래 초대받았던 주진우 기자가 오지 못하게 되어 대타로 섭외되었지만 섭섭해하지 않는 나는, 정말 착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은 전통적으로 2번을 지지해온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블라블라블라~~~ 결국 1번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3번 주자 김제동 등장

여러분, 1번과 2번 찍어서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3번을 지지해 주십십오~

하고 등장하는데 이미 게임 끝났다. 말빨로 먹고 사는 사람을 무슨 수로 이겨..ㅎㅎㅎ

 

정말 즐겁고 예쁜 공연이었다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 사진은 집에 가서 더 추가해야겠다. ㅎㅎㅎ



공연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안내서~



저 남자의 뒷통수가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북서울 시립 미술관이 있다. 지하1층은 유치원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었는데 아기자기 예쁜 것들이 많았지만 중학생 취향은 아니었고, 1층과 2층은 재개발과 관련된 도시 건축 디자인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쪽은 또 중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무리. 학사일정에 따라 방문한 거라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한테는 좋은 관람, 애들에게는 다소 비추였다.

 

 

컨테이너 박스를 보는 순간 용산 참사가 생각나서 순간 섬뜩해졌다.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이 폐허의 섬들...

 

 

달동네의 정겨움과 순박함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졌지...

 

 

고향 바닷가를 달동네로 끌어올리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달과 가까운 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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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2-16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카게 살자~ 공연은 주욱 계속되는 군요.
착한사람들과 함께 하는 멋진 공연~!!

마노아 2014-12-16 07:07   좋아요 0 | URL
10년만 하고 관둘 생각이었다는데 15년 이상 이어지고 있네요. 이십년도 찍고 30년도 찍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