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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쿼바디스(김재환, 2014)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진지 한참이나 된 대한민국의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고 다리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출연 배우들이 얼마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지...

영화 속에서 부끄러운 성직자들로 등장하는 그들에게, 이런 영화도 기꺼이 출연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사랑의 교회 새 성전이 아주 거대하다는 건 알았는데 영화에서 풀샷을 처음 봤다. 헉 소리 나올 정도였다.

그걸 지난 주에 버스 타고 지나가다가 실물을 봤다. 입이 쩍 벌어지더라.

낮은 곳에 임하소서.... 가 절로 튀어나온다.










★☆



2. 민우씨 오는 날(강제규, 2014)


쿼바디스 보러 간 극장에서 같이 상영하고 있던 30분짜리 단편영화였다. 고수 주연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고, 고작 30분만 투자하면 되는 거여서 같이 보았다. 


문채원이 연기하는 역할이 이미 손숙의 나이가 된 여인이, 민우씨가 떠났던 그 시간에 머물러 있음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여전히 소원하고 멀기만 한 통일의 문제가, 이산가족의 현실을 짧은 분량 안에 애잔하게 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외교통일위원장에 임명된 사람 기사를 보고 있자니 흐음... 


강제규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 보면 감독이 통일과 민족, 애국.. 뭐 이런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앞서 촌스러울 때가 많긴 하지만... 아무렴 곽경택만큼 촌스러울라고... ㅎㅎ









★☆



3.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올리비에 아사야스, 2014)


연상의 상사인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몰고 가는 젊고 매력적인 캐릭터 ‘시그리드’ 역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마리아 엔더스(줄리엣 비노쉬). 그로부터 20년 후 마리아는 자신을 톱 배우로 만들어 준 연극의 리메이크에 출연 제안을 받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주인공이 아닌 나이 든 상사 ‘헬레나’다. 리허설을 위해 알프스의 외딴 지역인 실스마리아를 찾은 마리아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시그리드’로 남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시그리드’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헬레나’가 더 매력적이라 주장하는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과 끊임없이 충돌하는데... 
 급기야 ‘시그리드’ 역을 맡게 된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 조앤(클로이 모레츠)의 젊음을 동반한 아름다움마저 질투하기 시작한 마리아. 과연 그녀의 무대는 무사히 막을 올릴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 긁어온 줄거리이다. 시그리드 역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이제 20년의 세월이 흘러 헬레나 역할을 맡게 된 배우가 겪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세월과 노화, 그리고 젊은 배우를 향한 질투를 줄리엣 비노쉬가 아주 노련하게 연기했다. 무대 위에서 뿐아니라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의 비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충돌하게 되는 부분에서도 이미 그녀는 헬레나가 되어 있었다. 시큰둥한 얼굴로 전문 배우가 아닌 비서의 포지션으로 연기하는 스튜어트도 적당히 좋았고, 톡톡 튀는 매력과 싸가지 없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줄리엣 비노쉬의 관록은 따라올 수 없었지만... 


보고 난 직후에는 대체 뭔 소리래?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되지만, 찬찬히 되짚어 보면 잔잔한 은유들이 보이는 영화였다. 굿!












4. 테이큰3(올리비에 메가턴, 2015)


병원 진료 때문에 수영장을 갈 수 없던 날, 붕 떠버린 시간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여서 보게 되었다. 원래 시리즈는 끝까지보는 편이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시리즈라고 꼭 끝까지 보려고 애쓰지 말라는 교훈을 남기고 극장을 나왔다. 리암 아저씨, 이제 액션은 좀 무리이지 싶어요. 보는 제가 다 숨이 찼어요.ㅜ.ㅜ 그리고 이 시리즈 각본도 별로예요...;;;;









★☆


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김성호, 2014)


역시 병원 진료를 마치고 붕 떠버린 시간에 보게 된 영화다. 무척 착한 영화였고 메시지도 분명한 영화였지만 그렇다고 꼭 좋지도 않았다. 저 형편에 사립 초등학교를 고수한다는 게 아무리 아빠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설정이었다. 김혜자가 개를 훔쳐서 이사갈 집을 마련하려고 했던 아이가 이실직고 했을 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지만, 그의 선의로 500만원 짜리 집을 얻는 건 역시 판타지 같아서 좀 씁쓸했다. 대만힌국에서 멀쩡한 집을 구하는 일이란...ㅜ.ㅜ


영화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같은 귀여운 설정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김혜자와 최민수의 연기도 빛났다. 강혜정은... 생각 외로 별로... 











6. 마미(자비에 돌란, 2014)


정사각형 크기의 화면 비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중증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스티브는 시설에서도 사고를 쳐서 결국 엄마가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말썽 많은 아들 덕분에 직장마저 잃어야 했고, 아들의 돌출행동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마음의 상처로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이웃집 여인 카일라와 친해진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갔고, 엄마도 일을 찾고, 카일라도 좀 더 자연스러운 언어구사가 가능해질 만큼 모든 게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바로 그 상태를 화면비율로 이야기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스티브가 화면을 향해 손을 내밀더니 양 옆으로 밀어내듯이 창을 연다. 그러자 갑자기 일반 영화 비율로 넓어지는 화면. 그 순간의 음악과 어우러져서 특수효과 없이도 판타지스런 연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 현실의 문제가 닥쳐오면서 바로 화면은 다시 1:1 비율로 돌아간다. 


이후 딱 한 번 더 넓은 화면 비율이 나오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고 소망이었다. 현실은 더 치열하고 처절하며 서러웠다. 영화 말미에 엄마가 내려야 했던 결단은 부추길 수도, 말릴 수도 없는 그런 선택이었다. 비난은 쉽지만 책임은 쉽게 질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가장 마음이 찢어질 때 엄마는 울지 않았다. 솟구쳐 오르는 서러움을 억지로 삼키며,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씹으며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서 관객은 더 아프게 울어야 했다. 이 배우, 보통 연기 잘하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영화의 엔딩. 닫힌 문을 열고 뛰쳐나오는 소년. 하지만 화면은 넓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현실 그 자체니까.


아주 인상 깊은 영화였다.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다.



자비에 돌란. 이름도 예술가처럼 보이는 이 잘생긴 감독이 무려 1989년생이란다. 헐! 이십 대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단 말이야? 천재감독이라 불리는 게 전혀 과하지 않다. 이 무슨 유전자 몰빵이란 말인가...;;;;











7. 아메리칸 스나이퍼(클린트 이스트우드, 2014)


믿고 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였다. 실화를 옮긴 것을 모르고 보다가 마지막에 자막 보고서 조금 얼떨떨했다.

워낙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였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더 짙어졌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전우애로 똘똘 뭉친 주인공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클린트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 좀 혼란스러웠다. 미국의 전략을 옹호한다고 보기도, 비판한다고 보기도 무척 애매한 어정쩡함이 있었다. 꼭 그 둘 중의 하나를 고르란 법은 없으니 그 중간 어디쯤일 수도 물론 있겠지만... 뭐랄까. 이 비극적인 결말 이후의 뭔가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을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전작들에 비해 만족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클린트 감독에 대한 애정을 거둘 정도는 아니었다. 










★☆


8. 아메리칸 셰프


즐거운 영화였다. 눈과 귀와 심지어 혀까지 만족시키는 영화였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프라이드가 높았던 게 근사했고, 공짜로 샌드위치를 먹게 된 노동자들에게 타버린 요리를 줘버리려고 하는 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렛 요한슨의 우정 출연도 반가웠다. 


그렇지만 너무 지나치게 해피엔딩이라서 부자연스러웠다. 평론가의 제안도,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도 모두모두 말이다.


행복한 결말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비약적이라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유쾌하고 즐거운 관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식욕도 마구 돋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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