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고등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사진으로 보여준 청화백자를 보고 크게 놀랐다. 내가 짐작하기에 고려청자가 훨씬 화려할 것 같았는데 하얀 바탕 위에 푸른색을 입힌 청화백자가 훨씬, 훨씬 더 화려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사스럽게 보일 정도로. 지금 생각해 보면 고려청자는 화려한 것보다 우아한 멋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당시 사진으로만 접했던 내 머리 속에서는 화려함의 비중이 그러했다. 


이번에 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를 재밌게 보고 왔다. 전시 공간이 좁은 편이 아님에도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진열해서 좀 지치는 감이 있었다. 좀 걸러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사진 찍을 수 있게 해준 건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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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자가 성에 안 찼던 건 아닌데, 솔직히 현대작가의 작품들이 내게는 더 탐이 났다. 이쪽은 사진도 찍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당장 사용이 가능한 실용성과 디자인에서 오는 탁월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무척 갖고 싶었지만 아마도 굉장히 비쌌으리라. 가격 모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았던 게 아닐까?


관람 마치고 나올 때 도자기 색칠놀이를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게 재밌었다. 하얀 백자 위에 본인이 원하는 무늬나 글씨를 적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열심히 표현하고 돌아왔다. 스캔해서 벽에 띄워주기까지 하는데 혼자 막 뿌듯해하고 그랬음..ㅎㅎㅎ



작은 그림 아랫줄 두번째가 나의 그림이다. 잘 안 보이긴 한데 내 님의 이름과 로고가 그려져 있다. ㅎㅎㅎ









한글이 들려주는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을 간 김에 한달 여 전에 오픈한 국립 한글 박물관도 같이 다녀왔다. 

광화문의 세종이야기가 워낙 내 취향에 잘 맞아서 이쪽은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나름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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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커다란 스크린이다. 감히 밟을 수가 없었던 우리 문자였다.



우리 말의 어원을 알려주는 글들이 화면에 계속 나왔다. 우와!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구나!



한글의 발자취가 보인다.



한글의 자모음을 모아서 만든 탑이 경이롭다.



뭐든, 일단 인구 1억은 되어야 뭐가 되도 되겠구나... 싶었다. 국가 경쟁력이나 내수의 흐름이나 등등등...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문자라니, 지극히 경이롭고 또 경이롭다.



의자의 등받침이 님의 침묵으로 되어 있다. 시에 기대어 앉는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의자란 말인가!



영상체험관에 글자가 후두둑 떨어지는데, 나 혼자 감상했기 때문에 더 벅찬 기분이었다.



발자국 표시에 서서 잠시만 기다려 보자.



잠시만 더 기다려 보자.



잠시 후 내 실루엣에 맞춰서 움직이는 그림자가 나온다. 손을 흔들어 보고 고개를 갸웃해 보고 만세도 불러본다.

내가, 나를 따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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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보던 날에는 엄니와 함께 국립 고궁 박물관에 다녀왔다.

교황 방한 기념으로 전시를 연장한 "천국의 문"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껏 고궁 박물관은 늘 무료로 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입장료 12,000원...ㅡ.ㅡ;;;;

그나마 엄니가 우대 나이이기 때문에 50% 할인 받아 다행~


내가 천주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전시회에서 크게 감흥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냥 개신교에서 부르는 이름과 천주교에서 부르는 이름은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고 신기해 하는 정도?

천국의 문도 떼어올 수가 없으니 복제품이 온 것이다. 복제품이라 해도 번쩍번쩍 황금으로 공을 들인 티는 충분히 났다.

문에 새겨진 성경의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한 몫!

그렇지만 입장료 대비 만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리 아프다고 아우성이신 엄니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해서 전시회를 한편 더 봤다.


미리 예매해 둔 "세바스치앙 살가두 전"이다.

일단 전시관 찾느라 주변을 몇 바퀴 돌았던 이야기는 속상하니까 패쓰하자..;;;


사진이 엄청 많았다. 정말, 토나올 정도로 많았다. 사진이 워낙 크고 모두 흑백이라 강렬해서 좀 멀리서 보고 싶은데 공간이 너무 좁아서 시야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안 일인데, 난 동물 사진이나 정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고등학교 때 과학 영역 네가지 중 지구과학과 화학을 좋아하고 물리와 생물을 싫어했는데, 물리는 어려워서 싫었고, 생물은 징그러운 사진이 많이 나와서 싫어했다. 


최근에 내가 혹시 '환공포증'이 있나?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것도 살가두 사진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대단한 사진인 건 분명한데, 뭐랄까... 나는 좀 많이 징그럽고 무섭고 그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토나올 것 같은 울렁증이 도졌다. 그러니까 나는 인물사진이나 건물사진... 이런 건 좋은데 동물이나 원시림 같은 자연사진은... 취향에 맞지 않아...


아마존의 눈물은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거기서도 등장하는데 입술에 접시를 넣어서 턱을 늘려놓는 그런 풍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너무 아찔한 것이다. 이게 또 영상과 멈춰있는 사진의 느낌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정지되어 있는 사진으로 보고 있자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 문화의 한단면이 너무 고통스럽게 보인 것이다. 문화적 차이라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심리적으로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법 비싼 표였는데 역시 실패! 나는 퓰리처 사진전이나 라이프 사진전이나 매그넘 쪽이 더 맞다. 내 취향을 확인하고 돌아온 전시회였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보고 온 이야기를 했던가?

한 것 같기도 한데 왜 했지? 아니, 한 게 맞나???



레베카와 엘리자벳을 만든 팀의 작품이었고, 출연배우도 옥주현 윤형렬로 마음에 들었고, 소재도 관심이 가서 무척 기대가 됐는데 작품은 아주 꽝이었다. 아, 일일드라마 막장 컨셉이 나온다.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초연 공연은 이래서 복불복이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 조기 예매를 하지만, 그래서 입소문을 못 들어서 잘못 고른 작품들이 나오기도 한다. 뭐, 그래도 카르멘 보다는 나았다고 할까...;;;;













친구까지 동원해서 응모했던 이승환 미샤 콘서트에는 똑! 떨어졌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간 것은 덕수궁. 엄니와 함께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난잎으로 칼을 얻다"에 다녀왔다. 우당 이회영 선생님의 전시회다. 


어마무시한 전재산을 정리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생은 가난하게 살았다. 그럴 때마다 난을 쳐서 받은 돈을 다시 독립운동에 쏟아냈다. 그리하여 나온 이름이 '난잎으로 칼을 얻다'이다. 


을사늑약이 강요된 자리 덕수궁 중명전에서 선생의 전시회를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하나 남은 사진이 너무 작아서, 벽에 붙어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가 되돌아와서 다시 보았다. 가슴 속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이 전시회는 3월 1일까지 한다. 더 많은 분들이 다녀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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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과 저 자그마한 사진이 보이는가. 가로 4.5에 세로 6.8cm다.



역사에 이들 육형제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하지만, 정작 당신 자신의 흔적은 이리도 작게만 남겨놓으셨다. 

그 희생에 절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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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 카드에서는 프로모션으로 공연을 할인해 주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11월에는 무려 '지킬 앤 하이드'가 있었다. 

80%까지 할인해 주는 공연도 있건만 이 초초초 인기작은 20%를 할인해 주는 것에서 그쳤다. 그렇지만 몇번을 재관람해도 할인을 안 해 주는 이 공연에서 20%가 어디인가. 




예매 당일 나의 후진 컴은 뻗어버렸고, 친구가 예매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공연 당일에 조카 돌잔치가 겹치는 바람에 못 가게 되어서 그 표로 직장 동료와 함께 다녀왔다. 아주아주 궂은 날이었는데 그래도 공연을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음.




드디어 조승우 버전의 지킬과 하이드를 만났다. 연기는 역시 발군. 그렇지만 노래는 아직도 류정한에게 더 마음이 간다. 음역대라든가 발성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 듯.

조승우 말고 다른 배우들도 매력적이었다. 소냐보다 나은 루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린아가 제법 괜찮았고, 엠마도 프랑켄슈타인 때보다 괜찮았다. 근데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이지혜였던가? 찾아보니 이지혜 맞다. ㅎㅎ


이번에 박은태도 새로운 지킬로 합류했는데 그의 공연도 보고 싶다. 그렇지만... 너무 비싸. 인간적으로 뮤지컬 너무 비싸... 제일 싼 좌석이 6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 이건 정말 폭력이라고..ㅡ.ㅡ;;;;;


어떤 공연은 한 번 보고 그걸로 충분할 때가 있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중 넘버 1은 항상 지킬 앤 하이드였다.

그건 부인할 수 없음. 그러니까, 자꾸 보고 싶으니까 할인 좀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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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01-2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킬 앤 하이드 2월 공연은 재관람 할인이 있더라구요. 딱 10%~ ㅎㅎㅎㅎ
구정 연휴는 20% 할인이래요.

이번에 런던에서 뮤지컬 보고 한국 뮤지컬 극장에 대해 불만 폭발했어요.
2층 맨 앞좌석 가운데줄이었는데, 무대가 과장 하나 안보태고 바로 코 앞이었어요.
배우들 얼굴 하나하나 잘 보였구요.
동행이 이제 우리나라에서 돈 아까와서 뮤지컬 못보겠다고 하네요.
어떻게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는 곳들조차 1층 6~7열에 앉아도 무대 위 배우들 얼굴 표정이 잘 안보이냐구요.
가격도 우리나라가 훨씬 비싸면서.
물론 런던 극장들은 세계를 소비시장으로 하고 있지만서두요...

마노아 2015-01-28 00:50   좋아요 0 | URL
티몬에서 40% 할인하는 티켓 잡아서 목요일에 류정한 걸로 한 번 더 가요.
진주에서 나의 파트너가 올라오거든요. 박은태 것도 보고 싶다능...ㅜ.ㅜ

아, 40%가 아니라 3만원 할인이네요. 그럴 리가 없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