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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감독 영화가 갈수록 편해지고 쉬워지는 느낌이다. 재밌기로 치면 '하하하'가 더 신났지만 이번 작품도 꽤 좋았다. 꿈의 꿈의 꿈이 반복되고 그 사이사이 진짜 현실 이야기가 겹치는데, 해원이가 꿈을 꾸는 건지, 꿈이 해원이를 꾸는 건지(응?) 아리송송하게 연출한 것도 재밌었다.

 

아마도 홍상수 감독 작품 출연자 중 가장 미모의 배우였을 정은채.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엄마와는 오랜만에 만났고, 그래서 모녀 사이인데도 어색함이 흐른다. 촬영 당일에 쪽대본을 주고 사전에 대본을 주지 않는 홍상수 감독이니 자연스러울래야 자연스러울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오래 못 봤고, 앞으로도 오래 못 볼 엄마와 헤어진 해원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해원은 외로웠고, 그래서 곁에 누군가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불러낸 교수님은 해원의 불륜 상대. 둘은 술 한잔 하려다가 같은 과 학생들과 마주친다. 둘 사이가 들켰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교수 이선균과 그런 이선균 때문에 더 외롭고 힘든 해원이. 해원은 마음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어떤 바람을 가질 때마다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유명 감독의 사인도 받고, 갈팡질팡 어쩔줄 몰라하는 선균 대신 처음 보았는데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며 함께 결혼할 여자를 찾는 또 다른 교수가 나온다. 이선균이 그래줬으면 하고 바랐던 마음이 그렇게 투영되었을 것이다.

 

홍감독은 촬영 직전에 전화해서 참여할 수 있는 배우들을 불러 쓴다고 했다. 장소 선택도 그랬을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찍기로 한 날 예상하지 못했던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고, 그 안개 덕분에 마지막 부분은 해원의 꿈속 풍경이 더 그럴 듯하게 묘사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추가 효과다.

 

유준상과 예지원의 조합은 여전히 재밌었다. 두 사람이 하하하에서도 커플이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캐릭터였는지는 시간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튼 이쪽도 불륜 커플인데 이선균과 은채 커플과 달리 수년에 걸친 노하우(?) 혹은 연륜으로 불안불안하지는 않다. 혹시 조금은 불행할 수 있어도. 깃발이 흔들려서 바람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말한 예지원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이 순간 감독은 시인으로 보였다. 또 사직동의 오래되고 작은 책방에서 내고 싶은 만큼의 돈을 내고 책을 가져가라고 했을 때 "그러면 내가 너무 드러나잖아요." 라고 말을 하는 해원의 대사도 좋았다. 매 순간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모아보면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총체가 될 것이다. 내가 한 선택의 총합이 나이듯이...

 

이 영화 볼 때 재밌는 일이 있었다. 대학로cgv 무비 꼴라쥬에서 보았는데 시작 전에 비비안 광고가 나왔다. 모델은 소지섭이었고 그가 "거기 D에 14번!"하고 부르는데 마침 내가 거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던진 광고 문구지만 꼭 나한테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왈랑왈랑~

 

누구의 딸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해원은 아름다웠다. 그녀는 솔직했고, 자신의 감정에 진실했다. 도망가고 핑계대고 변명하는 남자보다 더 당당한 해원. 이름도 참 예쁘다.

 

 

 

 

 

 

 

 

 

 

 

 

★★★★

 

18. 링컨

 

 

아, 이 영화는 정말... 슬프다. 무려 150분에 달하는 영화를 본 이날, 난 시간이 그때 밖에 없었고 사실 무척 피곤했다. 그렇지만 영화가 너무 길어서 이날 밖에는 볼 수 있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피곤해도 보자~하고 극장에 입장했는데.... 입장만 하고 영화는 거의 보지 못했다. 150분 중 앞에 10분과 뒤에 20분을 빼고는 나머지 두시간을 내리 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말은 알지만 영화를 봤다고 하기는 무척 무리가 있는....;;;;

 

 

이 작품으로 또 다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은 키가 몹시 컸다고 해서 어떤 배우가 연기를 할지 궁금했었다. 연기할 때 혹시 위로 올라가서 했을까? 뭐 이런 상상을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배우 자체가 워낙 키가 크다. 187이던가. 사진만 봐도 그의 훤칠한 키가 확 드러난다. 수염 기른 마른 얼굴도 진짜 링컨을 연상케 한다. 캐스팅 잘 한 듯.

 

영화 마지막에 최종 투표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줄다리기를 무척 긴장감 있게 보여주었다. (내가 본 부분에서...;;;;) 토미 리 존스는 링컨의 반대편에 서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는데 투표를 위해서 연설하는 장면이 제법 인상 깊었고(너 같은 놈도 말할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의 소중함... 뭐 이런 느낌의 이야기), 또 마지막에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는 장면은 반전처럼 느껴졌다. 확실히 연기 잘하는 관록의 배우들이다.

 

어쨌든, 난 이 영화를 봤지만 봤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평점은 생략하겠다. 뭐 전체 영화의 20% 정도밖에 보질 못했으니 할 말도 없다. 너무 길어서 다시 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또 졸지 않으란 보장도 없다.^^;;;

 

 

 

 

 

 

 

 

 

 

 

 

 

19. 웜바디스

 

좀비 영화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지만, 꽃미남 좀비가 나온다면 다시 생각해볼 의향이 있다.^^

 

니콜라스 홀트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나왔다고 해서 찾아보니까 비스트 역이라고 한다. 발가락이 손가락으로 되어 있던 그 친구 말하는 건가? 배역을 알려줘도 기억이 가물가물. 그때는 별로 인상에 깊게 남지 않았나 보다.

 

웜바디스는 너그러움이 필요한 영화다.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지나치게 말이 안 되어서 마치 순정만화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그냥 그 자체로 즐기면 된다. 이런 느낌으로 예전에 아주 재밌게 보았던 영화로 '어거스트 러쉬'가 있다.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지나치게 겹치는, 판타지 같은 영화였지만 보는 내내 행복했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그 영화가 훨씬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말은 안 되지만 풋!하고 웃음이 나오고 장면장면 꽤 좋은 컷들도 있으니 말이다. 다시 심장이 뛰고, 다시 사랑을 알게 되는 좀비라면, 다시 인간이 될 자격쯤 있는 것 아닐까. 비록 그 상대 여자가 자신의 남자 친구 뇌를 먹은 좀비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영화는 무척 아날로그적 감성을 건드린다. 엘피 판을 틀어주면서 음악을 즐기는 좀비라니, 이거 완전 여심 자극용 아닌가. 제일 근사했던 장면은 도망치던 둘이 쫓기다가 수영장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둘이 같이 손잡고 동시에 뛰어내린 게 아니라 남자가 여자를 안고 뒤로 떨어진 것이다. 물이 얼마나 깊을 지도 알 수 없고, 떨어지면서 어떤 위험이 또 있을지 알 수 없는 순간, 남자는 여자를 꼭 끌어안고 최대한 보호하면서 뛰었던 것이다. 그 부분에서 정말 심장이 쿵쿵!!

 

 

창백한 얼굴에 혈색이 돌고, 혈관 자국도 지운 R은 근사한 미소년으로 돌아왔다.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 자체로 그를 사랑해주는 그녀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름으로 R 괜찮지 않은가. 내 발음으로는 잘 안 굴러가지만...

 

앗, 지금 검색해 보니 여주인공 아빠로 나온 장군이 존 말코비치였다. 정말 몰라봤네. 세월에 장사 없다. 끙!

 

 

 

 

 

 

 

 

 

 

 

 

 

★★★

 

20. 파파로티

 

이야기의 진행과 결말까지도 무척 뻔할 거라 여겼고, 실제로도 정말 뻔한 내용이었지만,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음악 영화는 대체로 중간 이상은 늘 먹고 들어간다. 음악 자체가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제훈은 군대 가기 전에 영화를 몇 편이나 찍은 것일까. 그가 군대 갔다는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건달로 나올 때의 모습과 학생으로 나올 때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84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서른 채웠는데 여전히 교복이 잘 어울리는 앳된 얼굴이다.

 

 

그나저나 건달들은 왜 꼭 실크 소재 셔츠를 입을까나? 뭔가 이유가 있으려나??? 

 

한석규의 연기는 베를린보다 이쪽이 더 좋았다. 국정원 요원보다 시골 예고의 꼬장꼬장 선생님이 더 어울린다.

 

 

 

조진웅은 큰 비중이 아니었는데도 참 좋았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분노의 윤리학'에서도 같이 나왔구나. ㅎㅎㅎ

강소라 연기는 좀 많이 부족했고, 오달수 연기는 늘 똑같지만 여전히 잘 어울린다.

 

작품에서 부른 '네순도르마'보다 '행복을 주는 사람'이 더 좋았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여러 알람 중 하나가 이 노래다. 마지막에 부르는 버전은 강요셉 혼자 부른 것이었는데, 한석규와 같이 부른 버전보다 역시 프로가 솔로로 부른 게 더 좋았다. 이제훈은 립싱크 하느라 고생 많이 했을 것 같다. 목에 핏대 세워가며 불렀으니 말이다.

 

 

 

유튜브에서 강요셉 버전을 못 찾았는데 네이버 어느 블로그에 노래 올려진 것을 보았다. 퍼오기가 안 되어서 주소만 남긴다.

 

http://cafe.naver.com/bokmchurch/9644

 

몇 주 전에는 불후의 명곡 2 '해바라기' 편에서 알렉스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세련되게 편곡 그 노래도 꽤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강요셉 버전이 갑!

 

이 영화를 시작으로 4월에도 연이어 음악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역시 음악은 늘 감동을 주는 아이콘이다.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악기 연주하는 사람도 부럽지만 언제나 최고로 부러운 것은 역시 노래 잘하는 사람. 아, 어제 못 본 불후의 명곡 2 다시보기로 봐야겠다. kbs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

 

21. 장고-분노의 추적자

 

 

장고~ 장고~ 장고 장고 장고!

 

라고 시작하는,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 영화가 생각난다. '곰 같은 힘이여 솟아라!' 뭐 이런 구호를 외치는 주인공 장고가 주인공이었다. ㅎㅎㅎㅎ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의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였다. 피 콸콸 장면에서 미학적 흥분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타란티노 감독은.

 

남북전쟁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신한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과 그에게 도움이 되면서 파트너가 된 장고(제이미 폭스)가 장고의 아내를 되찾아오기 위한 활약이 전체 내용이다.

 

 

전작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나쁜 독일인으로 나왔던 크리스토프 왈츠는 이 작품에서 좋은 독일인으로 나오는 게 재밌는 역설이다. 연기도 훌륭했다. 왈츠가 나오는 작품 중에서 별로였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뭔가 뚝심있는 배우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악역으로 나온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진정한 악역은 옆에 있는 사무엘 루이 잭슨에게 넘겨줘야 했다. 이래서 때리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미운가 보다. 영화에서 제대로 분노 지수 올려주었다.

 

 

악역 오브 악역의 자리는 빼앗겼지만 여전히 근사한 배우 레오! 다음 달에는 위대한 개츠비로 날 만나러 와줄 것이다. 그 전에 소설부터 봐야 하는데....(사두고 못 읽은 무수한 책 중의 하나...;;;;)

 

 

이름이 뭐냐고 묻자 장고라며 스펠링 하나하나 불러주던 장면이다. 몰랐는데, 여기서 오른쪽에 나온 배우가 왕년의 장고였다고. 의도적인 연출인가 보다. 하하핫!

 

내 친구 중에 저기 장고 역의 제이미 폭스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있는데 영화 보는 내내 너무 닮아서 계속 깜딱깜딱 놀랐다.

 

이 영화처럼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였지만, 거부감은커녕 시각적으로도 아주 아름답게 보였던 영화로 '렛미인'이 있었다. 리메이크작 말고 스웨덴 작 렛미인 말이다. 아마도 추구하는 성향이 다른 거겠지만, 타란티노의 피 철철 미학은 내게 어떤 짜릿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의 작품에는 연기 잘하는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므로 티켓이 아까울 일은 없다.

 

 

 

 

 

 

 

 

 

 

 

 

★★★☆

 

22. 연애의 온도

 

헤어지고서 다시 시작한 연애를 여자 감독이 찍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때마침 드림팩토리 회원 중 한분이 CGV 근무해서 시사회에 초대해 주셨다. 덕분에 언니와 함께 가서 재밌게 보고 옴. ㅎㅎㅎ

 

 

'굿바이 솔로' 때부터 연기 잘한다고 느꼈던 김민희는 '화차'에서 정점을 찍었고 이 영화에서도 무척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민기를 좋아하지만 연기만 보면 김민희 승!

 

영화는 시종일관 빵빵 터진다. 현실성은 무척 떨어지지만(아무리 정규직이어도 직장에서 저렇게 물의를 일으켰는데 저렇게 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그 은행이 차티스트~ 은행이라면 더 설득력이 떨어짐!!)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수시로 부딪혔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연인이 생길 기미가 보이자 안달복달 한다. 결국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지만 처음에 헤어졌던 이유로 또 헤어지고 만다. 내가 여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보기엔 이 영화에서는 남자가 좀 심했다. 본인이 상대방에게 미안할 짓을 했는데도 자신도 힘들다며 뻔뻔하게 화를 내고 있지 않은가. 충분히 화낼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다시 관계가 틀어질까 봐 꾹꾹 눌러 참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너만 참고 있다고 생각하지?" 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 쫘식이! 하고 꿀밤 한대 박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싸우고 헤어지고 또 싸우고 헤어지지만 결국엔 끌리고 마는 건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악연이라고 해야 할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복수를 하고 또 그러면서도 집착하고, 알콩달콩 예쁘게 연애하는 장면들 모두가 좀 부러웠다. 그게 진심인 거다. 흑....

 

라미란 커플도 엄청 재밌었는데 말은 안 되지만 하여간 실컷 웃기는 했다.

 

 

 

 

 

 

 

 

 

 

 

 

 

★★★

 

23.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제주어로 '감자'를 지슬이라고 한다. 땅의 열매란 의미로 '지실'이 지슬로 굳어진 것.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며 화제를 모았고, 제주에서 먼저 개봉해서 서울로 올라온 영화다. 우리 역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통하는 '제주4.3'을 다루고 있다. 보기도 전에 뭔가 심호흡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는데, 영화는 뜻밖에도 밝은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 말로 연기를 하지만 화면에는 자막이 깔려 있다. 제주 방언을 이해하지 못할 관객들을 위한 고려다. 무척이나 독특한 경험이었다. 제주가 육지 것들에게 갖고 있을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8.15 해방 이후에도 우리 역사에 진정한 해방은 찾아오지 않았다. 제주는 더 그랬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제주 주민들이 어느날 갑자기 폭도로 몰려버렸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들은 도주를 해야 했고 숨어 지내야 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 주민들을 죽여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총을 들어야 했고, 아무 죄없는 사람도 쏴 죽일 수 있는 강심장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섬 전체 인구의 약 10% 가량에 해당하는 3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제주 4.3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흘린 피보다 더 가혹한 것은 아직도 그들의 복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대통령이 직접 이 사건에 대해서 사과했지만, 그후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4월 3일은 국가 차원의 추모제가 열리고 위령제가 열려야 하는 그런 날이 되어야 마땅한데 대통령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참석하지 않았다. 뭐, 기대는 못 미쳤지만 예상은 했던 결과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이름의 오멸 감독. 영화를 하나의 위령제, 혹은 굿판처럼 구성했다. 독특한 시도였다. 연기 한번 해보지 못한 제주 주민들을 출연진으로 삼은 것도 인상 깊다. 진짜 제주의 속살을 보여준 기분. 따뜻한 남쪽 나라라고 말하곤 하지만 영화 촬영 당시 정말 추웠다고 한다. 화면 밖에서 느끼기에도 스산하고 서럽게 추워 보였다. 다행히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영되고 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나의 영화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를 재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끝나지 않은 세월'이라는 제목이 이제는 끝나야 할 때이므로.

 

 

 

 

 

 

 

 

 

 

 

 

 

★★★★★

 

24. 지.아이.조2

 

지.아이.조 1편을 재밌게 보았다. 뵨사마가 출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봤겠지만, 그가 나와서 더 보고 싶었던 영화다. 1편에서 지아이조 요원들이 입고 달리던 슈퍼 수트가 이번 편에선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 장면이 제일 멋있었는데...

 

1편의 주인공이 2편에서 너무 금방 죽어버려서 당황했다. 혹시 3편에서 알고 보니 살아있더라~ 하며 돌아오려나?

 

 

영화는 무척 단순한 구조다. 개인적으로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나 본 시리즈가 더 재미 있지만 이 영화처럼 와이어 액션을 화려하게 선보이면서 닌자 칼싸움도 보여주고 제대로 부수는 영화도 나름 액션의 묘미가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단체로 핵무기를 폐기하는 장면이 긴장감을 주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한반도의 정세가 참으로 심난했으니까. 영화 속에서도 가장 늦게 핵무기를 폐기하는 나라가 북한으로 묘사되었다. 영화처럼 모두가 동시에 핵을 포기해 주면 참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영화에서도 악당은 더 큰 무기를 혼자가 갖고 있을 생각에 런던을 완전 초토화시키면서 각국 정상들을 협박한다. 물론 그래픽 효과지만 땅이 뒤집어지고 건물들이 무너지며 그 위에 세워진 도시 문명이 순식간에 재가 되는 장면은 무척이나 살벌하고 아찔했다. 전쟁이라는 게 다시 터진다면 저런 화면은 영화가 아닌 우리의 눈앞에서 재생되리라.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프고 화가 난다.

 

브루스 윌리스는 이제 계속 대머리 아저씨로 나갈 생각인가? 머리카락 한올 없이도 충분히 멋있는 아저씨이긴 하지만. 영화의 진행상 3편은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다. 꼭 제일 중요한 악당은 마지막에 도망친다. 일부러 놔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

 


3월 2일에는 이승환의 돌발 콘서트 '왕년'에 다녀왔다. 

 

 

흔히 팬들이 보내는 선물을 '조공'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 조공을 거부해 오던 이승환이 이번에는 협찬을 받았다. 본인 것이 아닌 같이 공연 보는 팬들을 위한 협찬들. 많은 팬들이 먹거리를 제공해 왔는데, 이날 먹은 찹쌀떡은 정말 최고 중의 최고! 껍데기의 상호도 기억해 두었는데 두달 가까이 지나고 나니 홀랑 까먹었다. 전화해서 다녀오고 싶을 만큼 맛있었는데 아쉽아쉽....

 

난 돌콘을 갈 때면 노래 목록을 외어오곤 했다. 정기 공연은 곡수가 40곡 전후로 부르기 때문에 다 외워오기 힘들지만, 보통 돌발콘서트에 해당하는 돌콘은 20곡 안팎이기 때문에 외워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부른 노래는 이렇다.

 

오프닝 : 에릭 남(2곡)

 

1. 동지

2. 완벽한 추억

3.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인사. 가장 슬프다고 생각하는 노래 두곡

4. 남편

5. 마지막 인사(신혜양 앳된 얼굴)

6. 루머

7. warning

8. 개미혁명

9. 롹스타되기

10. 꽃

11. pray for me

12. 나는

13. 구식사랑

14. 참 쓰다

15. sorry(박시후 사건으로 노래 부를 때 몰입이 안 되었다고...;;;;)

16. 물어본다(준비해온 것들 사용하라고~휴폭 날림)

17. rewind

18. 소통의 오류

19. 그냥 그런 이야기

20. 퀴즈쇼

21. no pain, no gain

22. 붉은낙타

앵콜

23.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4. 단독전쟁

 

AR : 만추

 

오랜만에 제대로 달렸더니 삭신이 쑤셨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완화된 느낌이었다. 돌아올 때에 무척 추웠지만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건강한 하루를 보낸 느낌. 이 공연의 '앵콜' 공연이 4월에 있었지만 그것은 4월의 문화 생활에서 정리하도록 하자.

 

다시 일주일 뒤는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던 3월 9일이었다. 이날 큰 조카는 아빠와 함께 인라인을 타러 갔고, 둘째 조카랑 언니는 나와 함께 낙산 벽화마을에 갔다. 날이 어찌나 덥던지 반팔을 입어야 할 날씨여서 입고 갔던 트렌치 코트는 내내 들고 다녔고, 입고 있던 모직 치마와 스타킹도 버거웠다.

 

 

올라가는 입구에서 마주친 구조물.

 

 

쭉 뻗은 다리 위에 신사와 강아지가 서 있다. 요 구도가 참 마음에 든다. 나도 저기 끝에 올라가 보고 싶다.

 

 

예전에 갔던 벽화마을 들에 비해서는 감동이 덜했다. 아마 비슷비슷한 그림들에 익숙해진 까닭이고 날이 덥고 목이 타서 흥이 덜했는지도 모르겠다. 근처 카페에 사둔 소셜 쿠폰이 있어서 음료수를 먹었는데, 양이 너무 작아서 추가로 좀 더 시켜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날로 있을 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미리 저녁도 먹어두었다. 모처러 햇볕을 잔뜩 쬐고 걷기도 많이 걸은 날이었다. 그리고 저런 날씨는 아직까지 다시 오지 않았다. 이제 내일 모레면 4월도 끝인데 정말 너무한다. 봄은 홀랑 건너 뛰고 바로 여름 직행일 것만 같다. 계절을 도둑맞은 기분이다.ㅜ.ㅜ

 

이튿날인 일요일에는 '기막힌 스캔들'이란 연극이 당첨됐다. 작년 연말에 결혼을 한 친구와 같이 보고 왔는데, 이렇게 재밌는 작품일 줄 미처 몰랐다. 서로 다른 상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부부의 요절복통 하룻밤을 소재로 했는데 여기에 어쩌다가 끼어들게 된 '요리사' 배역이 정말정말 웃겼다. 좀처럼 재밌다 소리도 하지 않고, 작품 보고 나서 박수도 치지 않는 내 친구가 무려 재미있다고 박수를 치는 게 아닌가. 이 친구를 아홉살 적부터 알고 지냈으니 수십 년 동안 처음 보는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그만큼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얘기다.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그런 연극이었다. 제목은 좀 흔하지만, 작품은 굿굿! 이 영화의 한 부분이 '로마 위드 러브'와 몹시 겹친다. 아주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걸 잘 소화해낸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의 명연기에 브라보~!

 

마지막 주 목요일에는 인문카페 창비에서 '어깨동무 북토크' 행사를 다녀왔다. 혼자라도 다녀오길 잘했던 소중한 시간!

 

당시 다녀와서 쓴 후기다.

 

http://blog.aladin.co.kr/manoa/6302484

 

 

 

 

 

 

 

 

 

 

 

 

3월의 문화생활 정리를 빨리 하고 싶었는데 4월의 끄트머리에 와서야 페이퍼를 쓰게 되었다. 정신 없이 보낸 4월이다. 그 4월도 이제 굿바이를 하려고 한다. 아, 2013년이 벌써 1/3이나 지나가고 있다. 초조해지는 기분이다. 정신 차리자. 아직 2/3가 남았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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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4-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소지섭이...D라고 외쳤군요..D라........음....아하핫...

2. 다니엘 데이 루이스...데이 윌비 블러드..에서 한계를 보여줬다 생각했는데..그게 끝이 아니였군요..허허..

3. 뱀파이어+멜로, 좀비+멜로....자 이제 늑대인간+멜로(사실 이 소재는 옛날에 나왔음)이나 강시+멜로가 나올 기세...

4. 조폭들이 실크 소재의 옷을 즐겨 입는 이유는 쉽게 말해 칼 맞았을 때 찢기 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랍니다. (아 물론 뻥!)

5. 전 장고를 보면서 정체되어가는 타란티노를 느꼈어요. 뭐랄까 그냥 제자리 맴맴 도는 느낌. 프랑코 네로랑 농담 따먹기 저 장면은 아주...뒤집어졌다는...(사실 장고라는 영화가 웨스턴 쪽에서는 제법 임팩트가 강한지라..)

6. 김민희씨는 나름 차곡차곡 발전을 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GQ와의 인터뷰 내용은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네요)



마노아 2013-04-29 10:26   좋아요 0 | URL
호곡, 소지섭 군의 D는 혹시 열이 아니라 '컵'이었을까요? ('' )( '')
라스트 모히칸을 제대로 봐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저는 오디오로만 들었거든요. 정은임 프로에서요~
늑대인간은 별로 구미를 안 당기네요. 그냥 헐크가 나아요.(응?)
오, 실크 소재는 무척 설득력이 있어요!
바스터즈보다 장고가 좀 떨어지긴 했어요. 자기 색깔은 있지만 타란티노가 제 취향이 아닌 건 분명해요.
김민희의 인터뷰는 못 봤는데 별안간 궁금해지네요.^^ 아, 지난 주는 김민희 열애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긴 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지섭의 호명이 심장이 뛰었군요 !!!!!!!!!!!!!!!!!!!!!!!!!!!!!!!!!!!!!!

마노아 2013-04-29 17:54   좋아요 0 | URL
지슬도 같은 자리에서 보았는데 또 호명됐어요. 역시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ㅎㅎㅎ

2016-11-04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9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09 22:14   좋아요 0 | URL
송지나, 노희경 작가님은 제 Role model 이셨습니다ㅋㅋ
저는 스산한 느낌의 11월이 제일 좋습니다. 선선하고 아직 남은 무언가가 있고, 하늘도 이쁘고,,,
광장에 뛰쳐들때 꼭 외투챙기길 바랍니다. 안 추워야 오래 버티죠ㅋㅋ

마노아 2016-11-11 23:25   좋아요 1 | URL
멋진 두 작가님이시죠.
여기에 인정옥 작가님 추가해 봅니다. 요새는 통 작품이 없어서 아쉽네요.
내일이네요! 투쟁마저도 축제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 보아요~

마르케스 찾기 2016-11-11 23:48   좋아요 0 | URL
우와~~ 글쵸!!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맞죠? 그분,,,
네 멋대로 해라에서 환자 취급하는 여자말고 자신을 남자로 봐주는 여자에게로 가는,,,
비슷한 사랑의 느낌, 아일랜드,,,

독일의 수상은 친구에게 적은(우리 입장에서는 쥐꼬리 만큼) 돈을 빌리고도 사임했는 데,,,,
하야가 안되면 탄핵으로 가야 하건 만,,, 탄핵을 적극나서는 정치인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마노아 2016-11-13 13:52   좋아요 1 | URL
백번도 더 탄핵될 만한 죄를 저질렀으니 탄핵되어야 마땅하건만....
국회에서는 탄핵 추진하고 국민들은 퇴진하라 외치고, 양방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담주에 수능 끝나면 학생들도 더 뛰쳐나올 것 같네요.
지치지 않게 체력관리 해야겠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너무 잘 생겨서 강제 출국 당했다는 훈남 사진이 화제다.

아니 잘 생겼다고 쫓아내는 건 뭐고, 또 잘 생기면 얼마나 잘 생겼겠냐며 사진 클릭했는데, 잠시 후 기왕 출국 시킬 거 우리나라로 보내주지... 생각했다. 진정 조각 같소.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2241389&cpage=6&mbsW=&select=&opt=&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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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사진에 제일 마음에 든다!

 

 

 

 

 

 

 

 

 

 

 

 

 

 

 

 

 

애 아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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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보니 원래 직업이 모델 겸 배우구나. 하여튼 훈남 인증!

 

http://www.flickr.com/photos/75814888@N06/

 

같이 쫓겨났다는 세사람이 이들인가?

http://www.flickr.com/photos/75814888@N06/6981532863/in/photost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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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4-2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이 털을 길러도 누군 "산적" 누군 "훈남"

마노아 2013-04-22 1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요!

다락방 2013-04-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가슴털을 좋아하는걸까요? 하아-

마노아 2013-04-22 11:48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보며 다락방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ㅎㅎㅎ

무스탕 2013-04-22 20:38   좋아요 0 | URL
미두 투랑께요~~ ㅋㅋㅋ

마노아 2013-04-22 23:2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여기도!!!

hnine 2013-04-2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운 대문 사진, 김혜수 인가요? 제가 본 김혜수 사진 중 최고네요. (이런 딴소리...ㅋㅋ)

마노아 2013-04-22 13:10   좋아요 0 | URL
미스 김 때문에 월요일이 즐거워요. 사진 보다가 저 사진 보고서 헉 소리가 나왔어요. 어쩜 저렇게 알흠다울까요! 무려 이승환을 몰아내고 저 자리를 차지했어요.^^ㅎㅎㅎ

이진 2013-04-22 22:23   좋아요 0 | URL
와아, 동감동감이에요. 어쩜 빨간 드레스를 저렇게 우아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요

마노아 2013-04-22 23:25   좋아요 0 | URL
안구정화는 김혜수가 해주고 있어요. ㅎㅎㅎ
방금 직장의 신 보고 왔는데 여전히 알흠다워요~

무스탕 2013-04-2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후~~~ 혜수온니는 증말이지... >_<
저 훈남은 자연산일까요, 인공의 미가 가미됐을까요? +_+

마노아 2013-04-22 23:26   좋아요 0 | URL
혜수온니 증말 최고지요?
저 훈남은 뭐 자연산이겠죠. 아니어도 할 수 없고용. ㅎㅎㅎㅎ

이진 2013-04-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자는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잘생겨지겠더군요...
아우 잘생겼어 눈이 정말 깊네요.

마노아 2013-04-22 23:26   좋아요 0 | URL
눈매가 정말 분위기 있지요? 아랍 남자들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생긴 줄 미처 몰랐어요.ㅎㅎㅎ

순오기 2013-04-2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잘 생겼네요.
안구정화~ ^^

마노아 2013-04-23 10:22   좋아요 0 | URL
저 남자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까 하다가 혜수 언니 걸로 깔았어요. 레드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어휴, 훈남훈녀예요.^^
 

영화에 이어 2월에 다녀온 전시회나 공연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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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번째 토요일에는 몬스터즈 락쇼를 다녀왔다. 출연진은 슈퍼키드, MYK, 이승환, 옐로우 몬스터즈다. 나야 당연히 공장장님 보러 간 것! 슈퍼키드에 이어 MYK까지 나오고 무대 교체 준비중일 때였다. 조명이 앞에서 뒤를 비추고 있었고 난 맨 뒤에 서 있는 터여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도 없는데 한무리의 여자들이 뒤늦게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느라 두발 붙이고 단단히 서 있었는데 이 친구가 "어머 쌤!"하고 반갑게 덤벼드는 게 아닌가. 오 갓! 무려 첫번째 해에 가르쳤던 제자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어이쿠! 난 조명 때문에 여전히 이 친구 얼굴이 안 보이는데 그쪽에서는 내가 넘넘 잘 보이는 상황. "쌤 아직도 이승환 좋아해요?"라고 묻는다. 당근이지....;;;;;

세월이 하도 빨라 청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어느덧 스물일곱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뭐라뭐라 한참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이승환이 나왔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앞으로 뚫고 나가며 이승환을 외치며 나보다 더 열심히 '환장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아.... 혹시 내가 이 녀석을 저리 만들었나? ('' )( '')

 

나한테 옐로우 몬스터즈 음악은 좀 많이 센 감이 있고, 역시 최적의 공연은 이승환이지...

 

 

 

 

 

 

 

그 다음주 토요일은 형부의 생일이었다. 성신여대 입구에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올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아해들이 그곳에 가서 각자 케이크를 만들어왔다. 둘이 가면 무조건 하나씩 해야지 둘이 하나...이런 건 불가능하다는 게 언니의 육아 결론이다.

 

왼쪽이 세현군 작품, 오른쪽이 다현양 작품이다. 세현이는 혼자 했다고 들었는데 다현양은 아마 언니가 많이 도와줬을 것 같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 케이크보다 빵이 신선하고 생크림도 부담스럽지 않다. 생각 외로 많이 맛있어서 좀 놀랐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등에 연인들이 와서 많이 만들어간다고 들었다. 오늘도 사람이 엄청 많겠구나...;;;;;

 

이튿날은 설날이었다. 아해들을 데리고 경복궁을 갔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도착했을 즈음에 수문장 교대식이 있었다.

 

명절답게 추웠음에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여름에 한참 더울 때랑 겨울에 한참 추울 때랑, 저들은 언제가 더 힘들까나...

 

 

민속 박물관 입구에서 타악기 공연이 있었다. 엄청 추운 날씨였는데 여자 연주자들은 무려 망사 옷을 입고 있었더랬다. 남자들은 구두였는데 여자들은 거의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어서 거기에 또 깜놀. 구경꾼들은 춥다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박수도 잘 못 쳤는데 저분들은 저 날씨에 열정적으로 맨손으로 북을 쳤다. 대단대단...!!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이 날은 '아시아의 혼례'를 보러 간 것이었는데 철사로 전시해 놓은 한복이 눈길을 끌었다.

 

 

안쪽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되기 때문에 눈으로만 감상을 했는데, 중국, 한국, 일본, 네발, 베트남의 혼례에 관한 전시였다.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베트남의 예복과 머리 장식이었다. 전통은 아닌 것 같고 약간 현대식으로 개량한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사진으로나마 담아올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전시회는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구성이 좀 산만했다. 종류별로 나라를 다 담아놨으니 정신이 없었는데, 차라리 나라별로 따로 부스를 만들었으면 좋을 뻔했다.

 

세현군은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는 몰래 핸드폰으로 게임하다가 들켜서 경을 한번 쳤고...;;; 실내에도 볼거리가 더 있는데 아해들은 추운 바깥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재밌는 쓰레기통이다.

 

 

노랑색은 어린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임이 분명하다. 그림들도 정겹다.

 

 

전시관과 교육관의 이름도 예쁘다. 다현양은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너무 추워서 풍선도 사달라는 걸 말렸다.

 

 

악기 체험관에서 이것 저것 만져보고 싶었는데 우린 비교적 늦게 도착한 편이라 철수하는 분위기였다. 아쉽네...

 

 

구름 없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서 더 높아보인다. 무슨 제사단 같다.

 

아이들이 졸라서 만들게 된 연이다. 우리가 거의 끝이어서 만들다가 부스가 철수되어 나머지는 집에 와서 만들어야 했다. 손이 시려도 너무 시려웠던 기억이...ㅜ.ㅜ 근데 내가 만들어준 다현양 가오리 연을 다음 날 형부가 바로 망가뜨렸다. 흑...ㅜ.ㅜ

 

전통 등불 같은 가로등도 예쁘고, 나무에 쌓인 눈도 예쁘다. 서울에서 만나는 돌솟대도 한컷!

 

(사진 펑!)

 

포스터 깃발 앞에서 한컷!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잡고서 찍어야 했다.

 

(사진 펑!)

 

어린이는 아니지만 노란 버스 앞에서 한컷. 자꾸 사진 찍어달라 한다고 언니가 싫어했다. ㅎㅎㅎ

 

이날 최고의 보온 대상은 다현양이었다. 손이 엄청 따뜻해서 장갑 끼고 있는 것보다 다현양 손잡고 있는 게 더 따뜻했다. 인간난로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자꾸 내 손을 잡아준다. 뜨끈뜨끈 우리 다현이 손~

 

 

 

 

 

 

 

 

꼬박 한 달 전인 2월 14일. 당시 봄방학을 땡겨서 연휴를 끼고 쉬기로 한 날이었는데, 교사들이 쉬는 걸 아주 배아파하는 교장샘이 갑자기 심통을 부려서 모두 다 근무하라고 일정이 변경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변덕을 부려서 일직만 서라고 했는데, 무슨 일직을 6명씩이나 세운담...;;; 하여간 그래서 일정이 마구 뒤엉켜서 야곱을 만나기로 했다가, 다시 못 만나게 되었다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발렌타인 데이 날에.

 

원래 계획은 사무실로 와인을 들고 가서 같이 홀짝홀짝 비우려고 했는데 '아르센 루팡'이 프리뷰라면서 40% 할인을 하는 게 아닌가. 블루스퀘어에 김다현 주인공이어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 홈즈보다 루팡이 더 매력적인 법!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고 짐작하고서 출발했다. 그.러.나...

 

아아,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프리뷰라지만 배우들의 합이 어찌나 안 맞던지, 연습 한참 더 하고 와야될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연출이 엉성하고, 연기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블루스퀘어쯤 되면 라이브 연주로 반주를 할 줄 알았는데 MR 틀어놓은 것도 좀 별로였고.... 설마 프리뷰여서 라이브 연주를 안 한 건가????

 

암튼, 공짜로 봐도 욕하고 나올 작품을 돈주고 보고 왔으니, 게다가 나때문에 같이 보게 된 야곱한테도 무지무지 미안해서 속상했다. 발렌타인 데이날 로맨틱하게 뮤지컬을 보는가 했는데, 우린 모두 씩씩대면서 나왔다. 흑....ㅜ.ㅜ 김다현 빵꾸똥꾸! 어울리지도 않는 개그가 왠 말이냐!!!

 

 

여배우들도 건질 게 하나도 없었고, 서범석마저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아르센 루팡 대실망... 요새 끊임없이 할인 티켓이 나오드만....;;;

 

(사진 펑!)

 

아, 그런데 이날 알았는데 김다현이 무사 백동수에서 김홍도로 나왔던 그 배우였다. 그때는 잘 생긴 것 몰랐는데 뮤지컬계에선 꽃다현으로 통한다지. 역시 뮤지컬 미남과 TV미남은 좀 차이가 있구나....

 

이 무렵 T월드에서 vip회원은 레베카 R석을 5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했다. 루팡으로 버린 눈과 귀를 다시 한번 레베카로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헐벗은 지갑을 고려해서 꾸욱 참았다. 그런데 어제 레베카 ost 나온다는 기쁜 소식이!!! 할렐루야~

 

 

 

 

 

 

 

 

 

 

 

주연 배우가 셋이어서 배우별로 시디 3장에 담았나보다. 어젠 곡목 정보에 가수 이름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와 있네. 내가 좋아하는 류배우는 두번째 시디에!!

 

2월의 세번째 토요일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유리, 3000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무료 전시회가 있었다. 홈페이지에 초등학생용 브로셔도 다운되게 되어 있었는데 울 조카들은 아무도 안 함...;;;

 

지하철 역에서 제법 많이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직행 통로가 만들어져서 추위에 떨지 않고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태극기의 네 모서리에 해당하는 '건곤감리'의 문양을 따서 만든 천정 조명과 바닥, 그리고 의자의 무늬가 옛스러우면서도 세련됐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전시회는 3천년에 걸친 유리의 역사에 대해서 담았다.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를 모아서 3천년!

 

초기 작품들은 불투명해서 '유리'의 느낌이 약했지만 영롱하니 충분히 예뻤다.

 

 

작은 유리를 확대경으로 볼 수 있었다. 빨간 유리가 강렬해 보인다.

 

 

대롱불기 기법으로 유리를 만드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저렇게 긴 대롱에 유리 재료를 묻혀서 입으로 불면 호리병 모양의 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커서 무척 놀랐다. 해당 재료들도 모두 전시되어 있었는데 색색이 긴 대롱들도 무지개 느낌으로 찬란하니 예뻤다.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기왕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왔으니 이제 역사 배우게 되는 세현군에게 선사관부터 보고 오라고 했다. 언니가 아해들을 데리고 선사관과 고대관을 둘러볼 때에 나는 옆 전시관에서 '미국 미술 300년' 전시회를 보았다. 미리 사둔 티켓이 있었는데 1장 뿐인지라...^^

 

 

1월에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심드렁하게 봤던지라 크게 기대한 바 없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밌었고 그림들도 좋았다. 근대 파트를 뺀 나머지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저작권 때문인가?

 

오른쪽처럼 황금빛 들어간 그림들을 좋아한다. 뭔가 찬란해 보여!

 

가구들도 꽤 전시되어 있었는데 블루와 레드가 모두 마음에 든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성된 걸작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담아놓아도 역시 예술이 된다. 위태로우면서도 안정적인 구도가 마음에 든다.

 

 

'사막의 노동자'란 제목의 작품이다. 더운 날씨에 고된 노동일 터인데, 나는 황금빛이라 또 무척 마음에 들 뿐이고....

 

 

'마투라 강변 계단을 따라'란 작품이다. 위의 사막의 노동자와 함께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그림이다. 역시 황금빛의 마력일까???

 

(사진 펑!)

 

전시회 보고 나서 홀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휴식을 갖고 귀가했다. 마침 위메프에서 사둔 티지아이 프라이데이 쿠폰을 써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치른 삽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시 생각해도 슬퍼...ㅜ.ㅜ

 

 

 

 

 

 

 

 

  

 

2월의 마지막 날에는 '스왈로브스키전'을 보러 대림 미술관으로 향했다. 티켓을 얻으려고 잡지도 샀었는데, 이번주는 무료 개방하고 있다. 17일까지 진행 중이니 보고 싶은 분들은 다녀오세요~ 3호선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가까워요~

 

 

로고가 제일 빛난다. 이것은 보석이 아닌 전기의 힘!

 

굉장히 어두운 방에 붉은 조명 아래에 황홀한 구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번째 구두는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가 마지막에 1등 먹은 그 핑크 구두랑 디자인이 꽤 비슷하다.

 

 

이쪽 사진은 어째 스왈로브스키보다 '유리' 쪽 사진처럼 느껴진다. ^^

 

왕관도 많았고, 악세사리도 많았고.... 미스코리아 왕관보다 클레오파트라 가발이 더 쓰고 싶다. 근데 엄청 무거울 테지?

 

 

멋진 드레스가 많았는데 사진 잘 나온 게 없네. 그나마 세장 붙여놓으니 작아서 디테일이 잘 안 보이는 게 아쉽다.

 

패션쇼 무대 같은 느낌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패션쇼는 가본 적이 없는데 여기 다녀와서는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그런데는 어떻게 가는 거지? 티켓 사야 하나???

 

 

사실 제일 눈부시게 빛났던 것은 천장의 샹데리아다. 정말 눈부셨는데 사진으로는 잘 전달이 안 되어서 역시 아쉽다.

 

 

 

 

 

 

 

 

 

 

 

2월은 날짜도 짧았는데 영화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많이 다녔다. 여러모로 마음이 들볶여서 가만히 집에 있기 싫었던 날들이었다. 큰 시스터는 12월 말에 사무실을 옮겨놓고는 두달 만에 다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그 과정 중에 집으로 사무실을 옮기겠다며 나더러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겠냐고 해서 무척 시험에 들었고, 결과적으로 2층으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언니가 다시 이사를 하고 여러모로 짐을 옮기다가 지금 다시 무릎이 무척 아픈 상황에 돌입했다. 이 무릎은 작년 여름 이사할 때 망가지고는 고질병처럼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아파버려서 큰 문제다. 아쿠아 강습을 받고 싶었는데, 도무지 자리가 나질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다. 걷는 운동을 제일 하고 싶지만 무릎이 아파서 그건 좀 힘들고... 아쉬운 대로 다시 수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역시, 책 쌓아두지 말자. 무릎이 나갈 수 있다. 이미 나간 무릎 더 망가뜨려선 안 돼지...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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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홍대에서 친구와 만났고, 친구는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고, 저녁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나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연 장소가 상상마당이었는데 그 바람에 상상마당에서 하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에서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는데 역시나 같은 감독 작품이었다.

 

어려서부터 고양이가 늘 따라오는 삶을 살았던 묘생 사요코 선생! 본업은 따로 있지만 부업으로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고 고양이와 부대끼며 사는 삶 속엔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정말로 외로운 건 사요코 자신이다. 올해는 반드시 기필코 어찌 됐든 결혼하는 게 꿈인 그녀의 연애 사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런지...

 

영화는 반복과 고조의 기법을 쓰면서 진행해 가는데 나름의 율동성이 있고, 적절한 개그와 적절한 감동을 잘 섞어 주었다.  

 

 

사요코의 집이 참 마음에 든다. 작아 보이지만 알차게 다 있는 작은 숲속 궁전 같다. 자연이 고스란히 집으로 들어온 느낌에 무엇보다도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제법 엽기적인 성격의 사요코하고도 아주 잘 어울린다. 저 알찬 공간을 홀로 다 차지하고 있어서 부러운가보다.  

 

 

고양이 빌려준다고 스피커로 외치고 다니는 장면이다.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놀라운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근데 저게 어울린다. 대단해!!!

 

영화 말미에 나오는 애니메이션까지 꼭 다 봐야 한다. 하일라이트는 거기에 있다. 마지막까지 깔깔깔 웃고 나오게 만드는 유쾌 상쾌 통쾌 영화다.  

 

 

 

 

 

 

 

 

  

 

★★★★

 

8. 베를린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을 천만 관객 동원할 수 있는 포부를 갖고 만들었을까? 주변에서 그렇게 띄워주긴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7번 방의 선물이 천만 등극 영화가 되긴 했지만...

 

영화는 볼만했다. 워낙 액션이 훌륭한 감독이고, 배우들도 빼어나니까. 그래도 좀 약했던 것 같기는 하다. 첩보 영화에서 한 획을 그은 영화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한석규의 캐릭터는 좀 겉돌았다. '빨갱이'라는 단어에 경기 일으키는 정보 요원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잘 설명되지 않았고, 그런 인물이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 같아서 또 설득력이 약했다. 하정우가 가장 멋있었던 것은 호텔 욕실에서 벌어진 총격씬이었는데, 아내 전지현을 온몸으로 감싸며 머리도 손으로 누르며 보호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역할이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근데 이 좁은 욕실에서 전지현 같은 가느다란 체격이 아니면 같이 총맞아 죽는겨? 그 심각한 상황에 난 그런 생각이나 할 뿐이고....;;; 

 

 

가장 의외의 성공은 전지현이었다. 연기가 좋았다. 천만 관객 동원한 '도둑들'에서의 연기는 많이 아쉬웠는데, 톤을 많이 다운시킨 이 영화에서는 분위기도 있었고 연기도 차분하니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대사가 적으니 오히려 연기에 더 몰입이 되었달까. 그녀의 트렌치 코트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인데, 역시 전지현이 입어서 이쁜 게 아닐까???

 

초반에 대사도 잘 안 들리고 좀 성의없이 이야기를 쳐내는 것 같아서 몰입이 안 되었다. 내용의 전개도 흐름상 때려맞추는 거지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이 정도로 '대충' 얘기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을 거란 성의없는 느낌?

 

감독 류승완의 부인이 제작사의 대표인데 성이 강씨란다. 그래서 제작사의 이름이 '외유내강'이라고... 이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감독의 동생 류승범의 연기는 좋아 보였다. 얄짤 없는 악역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이 개성 넘치는 얼굴 덕분에 뭘 맡겨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었다. 배우 안 했으면 뭐가 됐을까 궁금한 배우이기도 하다.

 

★★★☆

 

9.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이 '남쪽으로 튀어'였다. 원작이 워낙 재밌고 출연 배우들도 훌륭해서 이 영화가 크게 히트를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았다. 주변에 재밌다고 많이 말했지만 그 말 듣고 보러 가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왜 그렇게 안 끌렸을까나??

  

 

바다 사진이 멋져서 하나 올려본다. 김윤석은 이 작품의 아빠 역할에 무척 잘 어울린다. 국가의 강제적 체제와 강요하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심지어 문명마저도 코웃음 치며 거절할 수 있는 배포를 가진 인물로 분했다. 원작에서는 사춘기 소년 아들이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빠 중심으로 흘러간다. 적절히 심각하고 적당히 웃기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신나게 본 영화지만 끝맛이 씁쓸한 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국정원 직원이 민간인 사찰에 대해 사과하며 내부 고발을 하는 기자회견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던가. 하아, 남쪽으로 튀고 싶은 심정이다.

 

김윤석의 딸을 사모하는 선생님 역으로 나온 배우는 '착한 남자'에서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드라마 볼 때도 김태우와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둘이 형제다. 김태우가 형이고, 김태훈은 동생... 형은 좀 느끼해 보이는데 동생 쪽이 난 더 마음에 든다. 호호호...ㅎㅎㅎ 

 

 

 

 

 

 

 

 

 

 

 

★★★★

 

 

10. 문라이즈 킹덤

 

이 날도 약속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시간 대가 맞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우연히 이 작품과 마주쳤다. 사전 정보도 없었고 기대하는 바도 없었지만 영화는 순수하게 재밌고 유쾌했다.

 

12살 소년과 소녀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스카웃 대원이었던 소년은 완벽하게 야영 준비를 한 채 떠나서 소녀와의 밀월(?) 여행이 가능해 보였다. 소녀의 집에서도 소녀를 찾고, 스카웃 야영지에서도 소년을 찾느라 뉴 펜잔스 섬이 발칵 뒤집힌다.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소녀와 소년은 무척 심각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반응을 주변 사람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해서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들이 동원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커지고 사건도 커다랗게 번지고 만다.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미쟝센'에 있다. 네모나고 네모난 공간 속의 또 공간. 망원경을 동원해서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가까이 당기는 기법도 자주 사용한다. 몹시 '연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낯설지만 묘하게 잘 어울려서 그냥 다 수긍하며 이해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영화다. 유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평소 맡던 배역들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여서 이 또한 신선했다. 다들 개런티는 제대로 받고 출연한 것일까???

 

 

 

남자 주인공인데 국카스텐의 하현우를 떠올리게 해서 재밌었다. 하현우의 개구진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 ^^

 

하나하나 의미를 뜯어보면서 비판하며 보기엔 피곤하고, 그저 즐기면서 마음 편히 보면 스스로가 순수해질 것만 같은 예쁜 영화다. 지금 우리 집에는 심지어 포스터도 붙어 있다.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포스터의 아이들 표정도 아주 심각하다. 그래, 그 나이엔 어른들 보기에 별 거 아니어도 본인들은 늘 심각하지... ^^

 

 

 

 

 

 

 

 

★★★★

 

11. 서칭 포 슈가맨

 

이 영화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보고 싶어서 찾아간 필름포럼. 아주 작은 극장인데 독립영화 많이 해주고 티켓도 저렴한 편(1관은 주말 구분 없이 8천원, 2관은 6천원)이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나는 왜 한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갔을까?

 

 

아메리카 원주민 핏줄이어서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보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나?

 

● 본고장 미국: 음반 판매 6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운의 가수! 

● 반대편 남아공: 밀리언셀러 히트가수, ‘엘비스’보다 유명한 슈퍼스타!

 

70년대 초, 우연히 남아공으로 흘러 들어온 ‘슈가맨’의 앨범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다. 하지만 ‘슈가맨’은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신비의 가수!  전설의 ‘슈가맨’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두 명의 열성 팬이 진실을 밝히고자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서라고는 오직 그의 노래 가사뿐! 기발한 추적 끝에 ‘슈가맨’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줄거리다.)

 

비운의 가수 슈가맨은 라이브 무대에서 분신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하여간에 몹시 불우하게 살다가 죽었다는 게 남아공에서 그의 음악을 추앙하는 팬들이 알고 있는 공통 정보였다. 그러나 진실은 정 반대에 있었으니...

 

나오는 노래도 좋고, 천재 뮤지션이 이렇게 빛도 못보고 갔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못할 때에 반전처럼 찾아온 후반부 이야기에 관객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이쿠, 이런 이야기가! 슈가맨의 숨은 이야기도 즐겁고, 그가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흡사 삼미슈퍼스타즈의 정신이 떠올랐달까. 그러니까 박민규 작품 말하는 거다.

 

 

 

 

음악영화는 영혼의 구원 같다. 뮤직 네버 스탑을 보았을 때처럼 감동의 환희가 찾아왔다. 이 영화는 다큐 자체가 픽션보다 더 극적이었고, 결말은 해피엔딩보다도 더 완벽했다. 이런 영화, 참 좋다. 정말 좋다.

 

 

 

 

 

 

 

 

 

 

 

 

 

★★★★★

 

12. 더 헌트

 

이 영화를 몹시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안 맞아서 계속 못 보다가 설 연휴 때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칭 포 슈가맨을 보았던 필름 포럼에서 보았는데, 완벽한 영화와 극장에 옥의 티가 있다면, 바로 2관 위층의 레스토랑이다. 조용히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윗층 의자 끄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수시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도 어려운 독립영화 전용관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무척 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이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서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이 어린 꼬마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얘길 했는데, 누가 그 이야기를 아이의 거짓말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의 오빠와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나눈 대화를 듣고, 그네들이 장난으로 보여준 사진을 실제처럼 재구성한 일일 거라고,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었을까. 아이 역시 자신이 홧김에 내뱉은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졌고, 작은 공동체로 이루어진 마을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어 대부분의 사람을 감염시켰다. 그 희생자는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로얄 어페어에서 관심을 갖게 된 메즈 미켈슨은 이 영화에서도 제대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크리스마스 2부 예배당에서 보여준 이 남자의 텅빈 얼굴과 눈물이라니...

 

아이는 너무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데, 만약 내가 아이의 엄마라고 해도 당연히 지목된 남자를 의심했을 것이다. 허투루 넘길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제3자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심히 유감이었다. 특히나 마트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사람들... 소문은 소문을 낳고 억측을 생산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 광기 어린 투석형의 자리에서 자유롭기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래 그 사람 전부터 좀 수상했었어.... 라며 뒤늦은 의심에 명분과 면죄부를 주려 하지 않을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겁고도 진지하다. 우리가 있는 이 자리 어디에서든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사냥꾼은 당신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바로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

 

 

★★★★★

 

13. 분노의 윤리학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제훈, 조진웅, 곽도원, 문소리, 그리고 김태훈까지... 출연진들이 참 마음에 든다.

 

 

한 여자가 죽었다. 그녀를 직접 죽인 놈도 있고, 그녀를 내내 도청한 사람도 있고, 그녀를 착취하던 놈도 있고, 그녀와 바람에 빠진 놈도 있고, 네 명의 남자가 하나같이 그녀에게는 나쁜 사람들인데 서로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고 있다.

 

 

다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인데 특히 조진웅이 가장 좋았다. 캐릭터가 일단 재밌고, 제일 나쁜 놈이면서 제일 웃긴 놈 역을 적절히 소화해냈다.

 

조진웅의 입을 빌려서 나오는 '분노의 신'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몹시 그럴 싸하게 들리기도 했고.

영화는 시간을 겹치면서 교차 편집이 많이 됐는데 그때마다 울리던 음악도 귀를 잡아끌었다. 초반에는 반복의 간격이 길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면서 리듬감마저 느끼게 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나 보다. 난 꽤 재밌게 보았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훈은 파파로티도 있고, 군대 가기 전에 영화를 많이 찍었네... 부지런도 하지....

 

★★★★

 

 

14. 비러브드

 

친구와 함께 본 영화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보았는데 좀 독특한 영화였다 뮤지컬 영화도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꽤 많이 나왔다. 이를테면 인도영화스러운 느낌이랄까?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진정 사랑의 나라 프랑스이고, 사랑의 도시 파리던가. 엄마가 창녀로 일하다가 자신을 낳았다고 담담히 말을 하는 딸이 있고, 그 딸을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에게 창녀 시절 일을 알고 있다고 말을 하고, 그걸 들으면서도 거리낄 게 전혀 없는 엄마라니, 대한민국에선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여자가 꽂힌 남자는 하필 동성애자이고, 그 동성애자는 애인이 따로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에게 빠진 여자와 잘 수도 있는.... 참 난해하고도 알 수 없는 관계들이다. 게다가 영화는 왜 이리 긴지... 자다 깨도 자다 깨도 도무지 끝은 보이지 않고... 분명 여자가 비행기 탄 것 까지는 보았는데, 자다 깨보디 여자의 무덤이 보이네. 헐.....

 

까뜨린느 드뇌브는 무척 유명한 배우로 알고 있다.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출연작은 알고 있는 게 없다. 그러니 나는 그녀의 젊었을 적 모습은 알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몸도 어느 정도 불어 있는 모습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게 왠지 좀 서글펐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긴 한데 시간의 적나라함이 너무 역력해서 말이다. 아마 내가 그녀의 가장 젊고 예뻤을 적 모습도 알았더라면 그 간격은 더 컸을 테지? 아무튼... 영화는 난해하고 힘들었다. 노래는 듣기 좋았지만...

 

딸 베라 역의 배우는 얼굴에 엄청 큰 사마귀와 점이 있는데 영화 보는 내내 그게 무척 신경 쓰였다. 신기하게도, 외국 배우들은 얼굴에 좀 심하다 싶은 사마귀나 점이 있다 하더라도 딱히 그걸 제거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말이다. 우리나라라면 코끝의 섹시해 보이는 점 등이 아니라면 가차 없이 없앨 것 같은데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일까? 미적 기준이 너무 정형화된 까닭에 놀라워하는 것일까. 아무튼 신기신기....

 

★★☆

 

15. 신세계

 

신세계의 줄거리를 보고는 대뜸 무간도가 떠올랐다.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와 함께. 무간도가 워낙 큰 성공을 보았기 때문에 삼탕을 하나 보다 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거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리고 그 자신만만함은 근거가 있음을, 영화를 보고 알아차렸다. 이 작품, 재밌다!

 

 

이정재는 사실 늘 멋있는 배우였다. 연기도 부족하지 않았고. 그래도 베스트라 꼽을 작품이 좀 아쉬웠다. 이십 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모래시계 보디가드를 추억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이 작품은 아주 잘 맞는 슈트처럼 그의 연기를 빛나게 해주었다. 이중첩자의 불안감과 고뇌도 잘 표현했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도 공감하게 만들었다.

 

 

황정민과 연변 거지들이 촌스럽게 나오면 나올수록 이정재의 수트빨은 더더더 빛나고 말았다. 소지섭 같은 탄탄 근육이 아닌 꽤 마른 듯한 몸에서 떨어지는 양복선이 어딘가 좀 애처롭게도 만들고...

 

무간도와 비슷한 설정이지만 거기서 한발자국 나간 연출로 느껴졌다. 다만 NG라면 송지효인데, 이렇게 연기를 못해도 늘 주연인 게 신기하단 말이지... 국어책 읽는 그 목소리는 어째 답이 없다. 캐릭터도 목숨 걸고 지킬 무언가가 보이지 않아서 역시 설득력도 부족하고....

 

최민식의 연기도 자주 보던 분위기여서 특별할 게 없지만 황정민은 압권이었다. 이정재가 비쥬얼에서 압권이었다면 황정민은 역시 연기로 갑이다. 어이쿠, 욕도 입에 쩍쩍 붙고 브라더~하고 외치면 괜히 마음 한쪽이 찡하더란 말이지....

 

영화가 첫 씬부터 무척 하드한 피범벅이어서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다. 다 제거했다고 여겼는데 마지막에 하나 남은 숨은 패를 찾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는 것도 여운을 준다.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는 법(이라고 믿고 싶은...)

 

 

 

 

 

 

 

 

 

 

 

 

★★★★★

 

16. 스토커 

 

2월은 날도 부족한데 기어이 10편의 영화를 찍고 말았다. 연휴가 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마음 속에 바람 잘 날이 없어서 영화라도 보면서 좀 눌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감정이 아주 치닫던 날에 본 영화 스토커다.

 

분노의 윤리학에 등장하는 그 '스토커'를 상상했는데, 이 작품에서의 스토커는 주인공 이름의 '성'에 해당한다.

 

 

엄마 역의 니콜 키드먼. 워낙 장신에다가 굽도 있을 테니 더더 크게 나오겠지만, 박감독님 뒤의 배우까지 해서 다들 너무 커주시네...

 

 

삼촌 찰리 역의 배우다. 팔이 긴 것인가 피아노가 작은 것인가!! 배우들이 있고 있는 옷의 색깔마저도 각각의 상징을 담고 있는,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조카 인디아를 시선으로 따라가는 삼촌 역을 무서울 정도로 잘 표현해 냈다.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연상시킬 만큼.

 

 

고혹적인 니콜 키드먼! 스토커 가에 흐르는 핏줄을 엄마는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다. 그러니 외롭고 점점 더 겉돌 수밖에 없다.

 

 

숲으로 둘러싸인 스토커 저택. 온 집을 빙 둘러싸며 뚫려 있는 수많은 창문이 오히려 이 집을 더 폐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관음증적 시선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창밖을 돌면서 집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을 자주 잡아주었는데 그 불편한 시선은 엄청난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호주 출신의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무척 신선한 얼굴이었다. 인형같이 예쁜 건 아닌데 좀 신비로운 분위기도 있고, 차가운 얼굴 안에 뜨거운 기운을 숨긴 캐릭터를 섬뜩할 정도로 잘 잡아냈다. 원래 금발인데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감독은 엄마의 머리카락이 아닌 삼촌의 머리카락 색으로 가발을 쓰게 했다고 한다. 삼촌이 금발 머리가 어울리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고...ㅎㅎㅎ

 

프로필을 보니 '레스트리스'의 여주인공이었다. 전작을 내가 본 게 있구나. 그때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독특한 매력의 소녀 역을 맡았는데, 역시 이 배우는 어딘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매력을 품고 있는 듯하다. 어쩐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클론 역을 맡았던 배두나도 떠오른다.

 

영화에서 가장 절정으로 치달았던 것은 인디아가 삼촌 찰리의 접근 목적을 알아차리는 장면이었는데, 이 중요한 순간에서 나는 전화가 왔고 받질 못했다. 기다리던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내가 찾던 전화였으면 어쩌지? 나가서 받을까? 마구마구 고민하고 있는데 집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찾던 전화가 맞나 봐! 못 받아서 집으로 했나봐. 이 전화를 받아야 해! 이렇게 생각이 널을 뛰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일단 몸을 숙이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게 출구가 아니라 창고였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는 심지어 전화기 안테나도 안 잡힌다. 아, 무서운 공간으로 내 발로 들어왔어...ㅜ.ㅜ 다시 문을 열고 나가서 반대편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해보니, 엄마가 집에 없냐고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반응... 그러니까, 앞서 내가 못 받은 전화는 내가 기다리던 전화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뭘 물어보는 전화였을 뿐... 하아, 이 전화 소동 때문에 나는 영화를 십분이나 잘라먹었고, 가장 중요한 대목도 놓쳐버렸다. 어쩔껴....... 다시 보고 싶다. 흑...ㅜ.ㅜ

 

 

 

마음에 드는 포스터다. 영화에서 시각과 청각이 유난히 발달한 스토커 가문의 음산한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위쪽 포스터는 잘렸는데 아래쪽에 비친 사진에서 위의 사진들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찰리의 피흘리는 모습이 무척 섬뜩하다.

 

 

 

이 포스터도 음산하고 섬뜩하고, 그야말로 영화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감각적이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무척 선명하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모르다가도 나중에 되짚어 보며 상기해 보고는 무릎을 탁탁 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쥐가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아예 외국 배우들만으로 찍었는데, 해외에서는 어떤 반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

 

 

공연이랑 전시회 다녀온 이야기도 쓸 생각이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맺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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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1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남쪽으로 튀어~~~ 만 봤어요.
신세계는 보고 싶은데 시간을 못 냈어요.ㅜ

마노아 2013-03-12 09:56   좋아요 0 | URL
유혈이 낭자하긴 한데 그래도 꽤 괜찮은 영화였어요.
순오기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군요...

아무개 2013-03-12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어때요? @..@

마노아 2013-03-12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담백하고 깔끔했어요.^^

프레이야 2013-03-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바쁘시구나 ㅎㅎ 포스터만 올리신 걸 보니까요,라고 쓰고 보니
접힌 게 있네요.ㅎㅎㅎ 역시!
읽다가 '스토커'에서 그만 빵 터졌어요.ㅋㅋ 십분간의 대소동.
어제 스토커,봤는데 오히려 엔딩이 밝고 희망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8개!! 겹쳐요.
저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가 올해 첫 영화였어요.
훈훈하고 좋았어요. 그죠^^
신세계,는 의외로 참 좋더군요. 그래도 '더 헌트'가 최고!

마노아 2013-03-12 13:08   좋아요 0 | URL
으히힛, 포스터의 40%를 못 쓰긴 했어요.^^
스토커 사건은 그야말로 저의 또 삽질이지요. 하아, 하루도 그냥 넘어가질 않아요.ㅜ.ㅜ
저도 엔딩 보면서 묘하게 흥분되더라구요. 첫 부분 떠오르면서 박찬욱의 새로운 비상으로도 느껴지구요.
우왕, 8개면 많이 겹쳐요.^^
더 헌트는 정말 최고였어요. 더 이상 경쟁작이 없다면 올해의 영화로 손색이 없어요.^^

꿈꾸는섬 2013-03-1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를린과 남쪽으로 튀어만 봤네요.
스토커랑 신세계 보고 싶었는데, 얼른 시간을 내야겠어요.

마노아 2013-03-14 08:48   좋아요 0 | URL
신세계는 좀 더 오래 상영할 것 같은데 스토커는 예매율이 좀 저조하네요.
스토커 먼저 보세요. 이쪽이 더 단명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3-03-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 말미에 애니 나왔나요? 으악~ 저는 고양이를~ 딸애랑 같이 봐서 봤는데, 하도 지루하다고 난리를 쳐서, 하긴요. 12살짜리가 이 영화의 느린 묘미를 알 턱이 없죠!, 앤딩크레딧 올라올 때 황급히 나왔는데...^^
헌트는 지금 하나요? 프레님하고 마노님 댓글 이야기 들으니 귀가 솔깃,눈이 총총해지네요^^

마노아 2013-03-14 19:21   좋아요 0 | URL
아주 귀여운 애니가 나왔어요.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들을 그려놨는데 정말 똑같구요. 특히 옆집 할망구 역할 아저씨가 엄청 웃겼어요. ㅋㅋㅋ
더 헌트는 필름포럼에서 지금도 하고 있네요. 내리기 전에 다녀오셔요. 좋은 영화예요.^^
 
호랑이와 함께 한 태평양 위 2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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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르

 

2013년의 첫번째 영화는 오락성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영화를 고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첫 영화는 '아무르'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쳤다. 아내 안느가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수술위험이 높지 않다고 했는데 안느는 오른쪽 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남편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보지만 본인도 노쇠해 기운이 달리는 입장에서 종일 아내를 돌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내 역시 이부자리에 실례를 하는 자기 자신을 용납하기 어려웠고, 자신 때문에 남편이 지쳐가는 것도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스스로 죽는 것도 쉽지 않은 일. 남편은 아내와 자신의 입장이 뒤바뀌었어도 마찬가지 아니였겠냐고 묻지만, 마음과 현실이 늘 일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들 부부의 선택을 이미 보여주고 시작했다. 그러니 관객은 이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보는 게 임무다. 초반에 음악회 씬을 빼고는 모든 장면이 이들의 아파트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주인공들이 모두 팔순을 훌쩍 넘은 노인분들이기 때문에 움직임도 아주 느리다. 영화도 전체적으로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몹시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떠올랐다. 이쪽은 지극히 한국적 정서를 건드렸고, 아무르는 지극히 차갑고 사실적인 현실을 담았다. 선호하는 쪽은 있을 수 있어도 우열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세기라는 긴긴 시간을 함께 한 노부부에게 찾아온 삶과 죽음의 경계. 서로 극진히 사랑하고 아끼고 얼마든지 헌신할 마음도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던 인생의 씁쓸함과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더 할 말을 잇지 못하게 하는 묵직함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존엄사 문제도 떠올라서 영화 청원도 함께 생각났다. 같이 보면 두루두루 좋겠다. 느낌은 아주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이자벨 위페르의 비중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빈 집에서 가만히 대사 없이 앉아 있는 장면으로도 화면을 채우는 느낌은 충분했다.

 

 

 

 

 

 

 

 

 

 

 

★★★★☆

 

2. 로얄 어페어

 

포스터는 좀 별로다. '혁명가를 사랑한 왕비', '세상을 뒤흔든 치명적인 왕실비화'라는 광고 문구도 좀 별로다. 마치 '스캔들' 정도로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이 영화는 그 이상을 얘기한다. 아주 치열하게.

 

절대왕정이 무르익던 18세기 덴마크에 영국 공주가 시집을 왔다. 정략혼으로 시집 간 임금 크리스티안 7세는 편집증을 앓고 있고 지적이고 교양 넘치는 공주와 달리 무례하고 유치하고 경박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왕자를 낳음으로 자신의 도리는 다 했다고 여긴 왕비는 마음의 문을 닫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왕실에 임금의 주치의로 독일인 의사 요한 스트루엔시가 들어온다. 계몽사상가이기도 했던 요한은 상처가 많은 임금을 어루만져주고, 그의 눈높이에 필요한 정서적 교감을 나눠준다. 나아가 개혁법안으로 기득권만 유지하려고 하는 귀족들을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임금도 자신감을 얻고 덴마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다. 영국에서 이미 이런 개혁적 사고를 하고 있었던 왕비 역시 요한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태어난 곳과 다른 곳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 외로운 혁명가들은 서로에게 깊이 탐닉했다. 위험할 만큼. 그리고 그런 이들의 행보는 개혁을 엎어버리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덴마크에서 쫓겨남과 동시에 자식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던 왕비는 죽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긴 편지를 남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편지 내용을 재연해내는 과정이 되겠다. 왕자의 생모인 전 왕비는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방인 개혁가는 가차 없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혁명을 통해 덴마크 국민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싶었던 요한의 진심은 외면되고 그들 민중은 어서 목을 치라고 소리를 높인다. 단두대로 끌려가는 이 남자의 심장은 배신감과 서러움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혁명과 개혁은 한순간에 엎어져 중세로 돌아가버린 덴마크.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요한이 이루고자 했던 새 세상은 곧 다시 찾아왔고, 역사는 그 희생과 진심을 인정해 주었다.

 

혁명을 노래한 레미제라블이 아주 인기를 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깊은 감동을 끌어냈다. 요한의 진심은 덴마크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거기에는 돈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잡음 없이 끌어내려니 다시금 독재 스타일이 나오는 삐걱거림. 원칙을 고수하면서 개혁을 완수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혹이 도사리는가. 또 아무리 거창한 대의라 할지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서두르면 실패하기 쉽고 동지 없는 개혁은 더 힘들다. 지난 연말 대선 결과가 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던 찰나에 이 영화는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혁명은 원래 피를 부르는 법이고, 언제나 희생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목표가 올바르다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결국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또 한편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 우리와의 차이점이었다. 진주 농민 봉기 당시 민란의 규모는 거의 전국적이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수령을 직접 단죄한 일이 없다. 망신을 주는 정도에서 끝났던 것이다. 나라에서 보낸 나랏님 대신이라는 그 감투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억압받고,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스로 절대 권력을 끌어내리지 못했던 역사적 경험들은 좀 우울하다. 이게 다 공자 때문일까?

 

여주인공이 88년생인데, 남주인공 매즈 미켈슨은 65년생이다. 처음 요한이 등장했을 때 나이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되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왕비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몹시 매력적인 인물이다. 더 헌트도 얼른 보고 싶은데 자꾸 시간대가 안 맞아서 뒤로뒤로 밀리고 있다. 언능 보고 와야지...

 

 

 

 

 

 

 

 

 

 

 

 

★★★★★

 

3. 클라우드 아틀라스

 

매트릭스는 진정 혁명 같은 영화였다. 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어버린... 그런 영화들이 몇몇 있었다. 아바타도 그랬고 인셉션도 내게는 그랬다.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의 톰 티크베어가 함께 연출을 맡고, 매력적인 배우 배두나도 주연으로 참여한다니, 여러모로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은 영화였다. 세시간에 이르는 긴 영화라는 게 전날 잠을 잘 못 자고 간 내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내리기 전에 봤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비록 졸음을 못 이겨 중간에 좀 날리긴 했지만 그건 영화가 재미 없어서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나는 한번 더 보고 싶다.

 

이 영화에는 여섯 개의 시간대가 동시에 흐른다. 1849년 태평양을 항해중인 상선 위. 누군가 남자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1931년. 살아서는 허락되지 않는 지독한 사랑이 뜨겁게 타올랐다. 아름다운 심포니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가 탄생하기까지의 강렬한 욕망과 로맨스! 그리고 1973년.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리와 진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여기자가 있다. 그녀를 뒤쫓는 숨막히는 추격이 긴장감을 늦출 새 없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2012년, 감옥 같은 요양원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는 티모시의 자유를 향한 갈망! 이 영화에서 '개그'를 담당하는 시간 되겠다. 그리고 2144년. 나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언어와 문화가 뒤섞인 미래 세계 '네오 서울', 클론 손미가 여기서 나온다. 손미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배두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시간이 2321년의 미래. 식인종 '코나족'에게 가족을 잃고, 악마 올드 조지의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자크리와 다른 행성에서 온 '프레션트족 메로'가 만났다. 톰 행크스와 할 베리가 이 파트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아주 재밌게도, 이 다섯 개의 시간대에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중복해서 출연한다. 자신들이 주인공인 파트가 있고, 또 아닌 곳에서는 재미난 분장을 하고서 조연으로 출연한다. 각 배우당 1인 5,6역을 거뜬히 소화해내는데, 영화의 말미에는 이들이 어떤 역으로 나왔는지를 '깜짝선물'로 보여준다. 몇몇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는데, 어떤 분장은 너무 놀라워서 정답을 보고서야 알아차리기도 했다.

 

 

휴 그랜트, 짐 스터게스, 휴교 위빙(여자 간호사 역), 톰 행크스다.

 

 

위아래 모두 여자는 배두나다. 아래쪽 역할은 정말 못 알아봤다. 뒤에 한글 적힌 상자도 보인다. ㅎㅎㅎ

 

 

주인공 파트너는 주연으로 나올 때나 조연으로 나올 때나 상대 배역은 같다. 그러니까 다른 시간대에서도 결국은 파트너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남자가 저 위 인조인간스런 얼굴의 남자라고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2144년의 시간대에서 손미는 클론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가졌고, 진짜 인간인 혜주는 아주 부자연스럽고 무서울만큼 기계적인 얼굴로 나온다. 그 극적인 대조와, 그럼에도 이들이 뜨겁게 사랑하게 되는 숙명적인 인연이 무척 벅차게 다가왔다.

 

 

'서울'이란 지명이 'soul'과 닮아서 미래세계의 배경으로 골랐다는 워쇼스키 남매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과연 이 도시는 진정 영혼을 갖고 있는지 좀 생각하게 되지만...

 

 

밴 위쇼는 캐릭터가 참 좋다. 이 배우는 과학자로 나와도 어울리고(007 스카이 폴) 이 작품처럼 예술가로 나와도 잘 어울리고, 향수 때처럼 광기 어린 모습도 아주아주 잘 어울린다. 게다가 이 뒷태를 보시라.

 

 

난 여자 뒷모습인 줄 알았다. 어휴, 이 남자의 저 실루엣을 보시라. 코피 터질 뻔했다. ;;;;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의 문신은 여주인공에게서 계속 나왔다. 배두나도 나왔고 할 베리도 있었다. 그러니까 저 시대에서는 그 역할을 벤 위쇼가 한 것이다. 이 커플들은 생을 거듭해서 다시 태어나고 또 사랑했지만, 그 커플을 연기한 배우가 꼭 같지는 않다. 지금은 이 게이 커플이 미래 사회에선 배두나가 연기한 손미와 혜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무려 500년에 걸친 이야기를 여섯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설명하기 때문에 무척 방대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관되게 노래하는 사랑과 갈망, 모험과 도전, 음모와 희생이 저릿저릿하기만 하다. 장점이 많은 영화지만 최고 공로상은 각각의 캐릭터를 구별시키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과 제작팀의 분장 능력에 있지 싶다. 대작이다.

 

 

배우들의 얼굴을 어지럽게 박은 포스터보다 이쪽이 더 많은 것을 함축한 것처럼 보인다. 마음에 드는 포스터다.

 

 

 

 

 

 

 

 

 

 

 

 

 

 

 

 

 

 

 

 

 

 

 

★★★★★

 

4. 잭 리처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주인공이 탐 크루즈가 되었을 때 말이 많았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사전지식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봤다.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과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라 생각하지만 탐 크루즈는 여전히 원톱으로도 액션 영화를 소화해내는 저력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탐 아저씨 근육은 멋있어 보이지 않지만 '진짜'라는 느낌은 주는 배우임에 틀림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6발의 총성과 함께 5명의 시민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되었다. 현장의 모든 증거들이 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만을 남긴다. 그러나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의 잭 리처가 도착했을 때 용의자는 이송 과정에서의 구타로 혼수상태가 되어 있었다. 지문도 없고 흔적도 없고 신분도 남기지 않는 잭 리처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고 숨겨져 있던 더 큰 음모가 마침내 드러난다. 연기자들은 모두 강렬한 포스를 남기며 열연을 보이지만, 그래도 싱거웠던 것은 배후의 배후로 나오는 인물의 범행 동기에 대한 개연성 부족이다. 반전은 보여줬지만, 그 반전의 설득력은 좀 떨어졌다. 또 첫번째 용의자의 변심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좋았던 점은 잭 리처라는 인물의 캐릭터다.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심판을 내리는 그는, 그 바람에 자신의 자유와 안전을 포기했고 대신 '정의'라는 가치를 지켜냈다. 이런 단호한 인물이 주는 영웅적 고뇌와, 또 특별한 능력으로 펼쳐내는 수사과정들은 무척 재밌었다. 근데 이거 2편도 나오려나? 책은 시리즈가 무척 길던데... 앗, 지금 검색해 보니 변호사 역으로 나온 여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는 무척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79년 생이다. 오, 이게 제일 큰 반전인가!

 



 

 


 

 

 

 

★★★☆

 

5. 라이프 오브 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수년 동안 묵혀 두었던 원작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부커상의 위용을 확인했다. 아, 원작 소설 정말 좋았다. 감탄에 또 감탄!!!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는 매력이 덜했다. 아주 화려한 CG를 선보였지만 이 화려한 볼거리들 속에서는 원작 소설의 명문을 고스란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런 영상들은 확실히 압권이었다. 아이맥스 3D로 보길 잘했다.

 

 

수영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그래도 그 수영장이 꽤 컸겠지? 물도 엄청 쏟아부었을 것이고... 영화 기술은 정말 빠르게, 아주 가파르게 발전하는구나.

 

고백하자면, 나 이 영화 보면서도 살짝 졸았다. 아이맥스 시간대를 맞추려고 좀 일찍 일어났더니 살짝쿵 피곤해서리...;;;;

 

태평양 위에서 호랑이와 함께 227일을 버텼던 인도 소년의 고달픈 생존기. 소년이 마주해야 했던 폭우와, 굶주림과, 식인섬의 공포까지... 모두 어마어마한 모험이며 절박한 투쟁이었다. 진짜 싸움은 소년의 내부에 있었기에 더 가혹했다.

 

 

영화 말미에 육지에 다다른 주인공의 초췌한 모습이다. 저 굶주리고 지친 얼굴의 효과는 뭘까나? 정말 굶었나, 아니면 CG인가??? 이 순간 그게 무척 궁금했다. 휴 잭맨은 레미제라블의 첫 씬을 위해서 36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 갈증난 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이 얼굴도 그런 준비를 했던 게 아닐까 문득 궁금해졌다.

 

영화가 원작보다 좋았던 것은 '힌두교'의 상징과 메시지들을 영상으로 잘 표현해냈던 점이다. 또 미어캣 섬의 전체 형상까지도 무척 절묘했다는 것!

 

 

리처드 파커가 가장 크게 잡힌 왼쪽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색감도 좋고. 오른쪽 미어캣들은 귀엽게 생겼지만 좀 섬뜩하게 느껴진다. 섬의 비밀 때문일 것이다.

 

나야 소설을 먼저 보았으니 영화가 덜 재밌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보아도 아주 맛날 것 같은 영화이긴 했다. 소설을 두번 읽는 경우는 무척 드물지만, 이 책 '파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더 읽고 싶다. 영화도 기회된다면 다시 봐도 좋을 듯! 그리고 읽고 싶은 부커상 수상작도 몇 개 보관함에 담아놨다. 후후훗!!!

 

 

 

 

 

 

 

 

 

 

 

 

 

★★★★☆

 

6. 7번 방의 선물

 

좀처럼 영화 재밌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울 언니가 꼭 보라고 극찬을 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어느 정도 뻔할 거라고 예상했고, 분명히 눈물을 짜낼 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의 진행은 많이 식상했고,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 하는 이들이지만 비슷한 역을 많이 맡아왔기 때문에 역시 좀 식상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울라고 울라고 너무 강요를 해서, 정말 눈물이 나긴 했지만 그게 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냥, 저런 억울한 죽음과 억압이 많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힘들어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뿐...

 

 

어린 예승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내던질 수 있는 아빠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또 그랬기 때문에 이런 딸을 두고 어찌 떠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아팠다. 류승룡은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섯 살 지능을 연기하느라 목소리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났다는 것.  

 

아주 어릴 때부터 지켜봐오던 신혜 양은 이제 완전히 숙녀가 되었다. 아름답게 자랐다. 괜히 내가 다 흐뭇했다. 이 장면에서 속눈썹이 어찌나 예쁘던지......

 

★★★☆

 

1월에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다녀왔다. 전시회 자체는 크게 기억에 남질 않았다. 그래도 다녀왔으니 사진만 몇 컷!

 

전시회보다 기념품 매장에서 산 애들이 더 좋았다고 한다면 쪼오끔 미안하긴 하다.

 

 

앗, 근데 저 머리끈을 어디다가 두었지? 사놓고 한 번도 안 썼는데....;;;;

 

 

 

 

 

 

 

 

 

 

 

 

셋째 주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언니와 함께 북촌 한옥 마을을 다녀왔다. 날이 비교적 따뜻했던 주말이었는데,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이 아주 많았고, 외국인도 제법 많았더랬다.

 

 

동네 주민들은 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음 때문에 꽤 몸살을 앓을 것 같다. 조심하긴 했는데 그래도 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엄청 받을 듯...

 

치과 간판이 재밌다. ㅎㅎㅎ 아기자기 벽화들도 눈길을 끈다.

 

간판들이 예뻐서 찍어봤다. 정감 어린 글씨들이다. 에그 간판은 이승환 7집 앨범이 떠올라서 기분 좋아 찍었다. ㅎㅎㅎ

 

 

스마트폰 용 장갑을 세켤레 사고, 다현양 장갑도 한켤레 샀다. 다현양 머리핀과 내 머리끈도 샀는데, 저 머리끈은 한번 쓰고 망가져서 꿰매야 했다...;;;;

 

 

 

 

 

 

 

 

 

 

 

 

 

 

 

 

 

 

 

한 주 뒤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덕혜옹주 특별전을 역시 조카들과 함께 보고 왔다.

 

 

로비에 있던 화분이 예뻐서 한컷 찍었다. 오른쪽이 전시장 입구인데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밖에서 한 장 찍었다. 저 동그라미 안에 덕혜 옹주가 앉아 있는 것처럼 연출을 해놨는데 입구에 사람이 많아서 좀처럼 찍기 어려웠다. 아쉬운대로 저렇게만 분위기를 전해 본다.

 

 

 

 

 

 

 

 

 

 

 

 

 

지난 한달 간 조카들 데리고 이곳저곳을 많이 갔는데 덕혜옹주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국립고궁박물관도 볼 거리가 많았고, 무엇보다 실내여서 가장 고생을 덜했다. 그밖의 곳들은 추위와의 싸움에 무참히 패배하곤 했기 때문이다.(어제가 최악!)

 

1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뮤지컬 '레베카'를 보고 왔다. 내게는 멀리 진주에서 뮤지컬 보러 때마다 서울 오는 친한 언니가 있는데 우리 둘 다 류정한과 임태경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같이 볼 때가 많은데 이번엔 류정한 주연의 레베카다.

작품은, 아.... 정말 좋았다! 영화 레베카는 무려 70년도 더 전의 작품인지라 많이 촌스러웠다. 그런데 그 고전을 옮긴 뮤지컬은 장점만 가져오고, 단점은 강점으로 덮어버린 아주 훌륭한 무대였다. 영화를 보면 덴버스 부인이 주인공인 게 확 티가 났는데, 뮤지컬은 아무래도 남주인공에 힘을 좀 실어주었고, 막심 드 윈터 부인은 영화보다 더 강단 있는 인물로 변화시켜서 역시 좋았다. 내가 본 작품에선 류정한, 신영숙, 김보경 주연이었는데, 캐스팅을 아주 잘 선택한 것 같아서 만족도가 높았다. 류정한은 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두말하면 잔소리고, 미스 사이공 때 기대를 갖게 했던 김보경의 목소리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옥주현을 걸러내고 고른 신영숙이 대박이었다. 아, 무대를 압도하는 이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장악력! 신영숙 무대를 보아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껏 보았던 중 가장 비중도 높았고, 솜씨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서 역시 즐거웠다.

 

 

작품의 제목은 '레베카'이지만, 막심의 전처 레베카는 사실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막심의 새 부인은 그저 '나'라고 표현될 뿐 이름이 없다. 이 절묘한 조화가 이 음산한 작품의 각별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워낙 옛날 작품인지라 배경처리가 아주 미숙했는데,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을 장막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영상 기법으로 3차원적 공간감을 잘 표현해냈다. 무대장치의 진화가 아주 가파르다. 옥주현 버전으로 보고 온 관객들도 만족도가 높던데, 나는 기존에 옥주현 주인공의 작품들에서 그녀만 아쉬웠던 적(아이다, 엘리자벳)이 있었기에 신영숙을 고집했다. 한 번 더 본다면 옥주현 버전도 고려해볼 생각이지만.

 

(사진 펑!)

 

주연 배우들 사진이 기둥에 박혀 있다. 선호하는 배우 앞에서 사진 찍는 건 당연한 일!

 

 

애석하게도 음반이 발매되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나지 않았나? 당연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쉽다.ㅜ.ㅜ

국내 초연이어서 작품이 어떨지 조금 고민이 되었는데 대박 작품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좋은 좌석에서 볼 것을....

하여간 올해의 첫 뮤지컬로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레베카, 롱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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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2-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설 보내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랑은 7번방의 선물 하나 겹쳐요. 영화 초반부터 끝날때까지 엄청 울었네요. 어린 예승인 어쩜 그리 예쁘고, 연기도 잘하던지......

마노아 2013-02-12 00:00   좋아요 0 | URL
설 연휴는 칼로리와 함께~ 통 소화시킬 짬이 없이 먹고 있네요. 어휴, 이래놓고 잔뜩 후회하지요.^^;;;
7번 방의 선물은 울어주는 게 예의예요. 안 울 수 없는 영화였어요.ㅜ.ㅜ 예승 양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BRINY 2013-02-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베카' 보러가고 싶네요. 원작 소설 번역판은 품절이던데...

마노아 2013-02-12 00:32   좋아요 0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701073

소설 여기 있네요. 레베카 노래도 참 좋아서 다시 듣고 싶은데 음반이 없으니 다시 들으려면 저도 공연을 또 봐야 하네요. 하핫^^;;;

Mephistopheles 2013-02-1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즈 미겔슨이란 배우의 전 작품들은 눈여겨볼만해요..젊었을 때 찍었던 킹아더나 플레임 엔 시트런, 발할라 라이징(이건 정말 지루한 영화인데 엄청 강렬하게 나옵니다.), 더 도어...정도.

마노아 2013-02-12 23:35   좋아요 0 | URL
킹 아더가 관심이 가네요. 이 배우 정말 강렬한 포스가 있어요.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3-02-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설연휴 즐겁게 보내셨지요. ^^
신혜양은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처음 보고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어린 예승이도 어찌나 귀엽던지ᆢ
로얄 어페어를 놓쳤는데 보고싶어지네요.
벤 위쇼의 뒷태가 저렇다니 헉!ㅎㅎ

마노아 2013-02-12 23: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신혜양은 미남이시네요에서 가장 빛났지만, 이승환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엄청 잘 춰서 또 기억에 남아요.
초딩시절부터 보아왔는데 벌써 숙녀가 되었어요.^^
어린 예승이는 오디션 본 친구 중에서 가장 점수가 낮았었다고 감독님이 얘기하네요.
근데 결국 주인공 맡았어요.
로얄 어페어 하는 데 있음 꼭 보고 오셔요. 배 위쇼 뒷태는 사진 저장해 두고 자주 봐야겠어요.ㅎㅎㅎ

다락방 2013-02-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뜬금없이 신혜의 저 사진을 보고 으음, 머리를 길려서 웨이브를 넣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아침까지 단발로 쳐버리겠다고 결심했었거든요. 하하핫;;

마노아 2013-02-12 23:36   좋아요 0 | URL
머리 스타일에 대한 변심 주기가 자꾸 빨라지는 것 같아요.ㅎㅎㅎㅎ
어느 쪽이든 변신 환영이에요.^^

순오기 2013-02-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마노아님, 설은 잘 보냈지요?
영화는 잭 리처만 겹치고 다른 영화는 못 봤어요.
광주에서 옥주현 임태경 뮤지컬 한다고 광고 나오던데...한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마노아 2013-02-13 11: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설 잘 지내셨지요?
옥주현 임태경 주연의 뮤지컬이라면 황태자 루돌프인가요? 음, 저는 임태경 최유하 버전의 루돌프를 보긴 했는데, 팬이지만 재미는 없었어요. 하하핫^^ㅎㅎㅎ

라로 2013-02-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저와 본 영화가 다 겹쳐요!!! 로얄 어페어는 제목이 좀 어페어에만 한정되는 느낌이 들어 좀 그래요. 저는 더 헌터도 봤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있을 수 있는 무서운 얘기에요,,,제겐 뮤지컬이 쥐약이라 거의 안 보려고 하는데 임태경의 뮤지컬은 함 보고싶네요,,ㅎㅎㅎ

마노아 2013-02-16 00:15   좋아요 0 | URL
우왕, 찌찌뽕!!! 반가워요. 이렇게 다 겹치긴 참 힘들지요.^^
제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비님 얘기 듣고 보니 제목이 좀 한정적인 느낌이 드네요.
지난 설 연휴 때에 저도 더 헌트 보고 왔어요.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어휴휴휴휴....
어제도 뮤지컬 한편 보고 왔는데 넘흐넘흐 졸작이어서 발렌타인데이를 완전 망쳤어요.
아르센 루팡 빵꾸똥꾸예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