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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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 그림책의 대미는 권정생 선생님의 시로 마무리 되었다. 15권 시리즈 중 대략 10권 정도를 읽었는데 모두 정겹고 따뜻한, 우리말의 사랑스러움이 돋보이는 책들이었다. 오랜만에 이 시리즈를 접해 보니 그 사이 내가 못 본 책이 다섯 권 정도 눈에 띄어서 보고 싶은 책 목록으로 잡아두었다. 시와 그림이 함께 만나 멋진 상승 효과를 주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책을 살펴보자.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놀다고 부르는 이는 강아지. 염소가 훌쩍 뒤를 돌아본다.

깡충깡충 다가와 염소에게 달려드는 강아지.

하지만 염소는 강아지가 귀찮다.


강아진 이에 굴하지 않고 염소의 귀를 덥썩! 물며 놀자고 덤빈다.

어이쿠, 이러다가 염소 뿔에 받칠라!


아핫, 그러나 받아치기에는 뿔이 너무 작네. 새끼 염소라 그런가 부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열이 뻗친 염소는 골이 난 얼굴로 이빨을 보인다.

풀쩍 뛰어올라 콱! 떠받으려고 했지만, 

약삭빠른 강아지는 훌쩍 피해버린다. 

어이쿠!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염소 새낀 자꾸자꾸 골이 나서 떠받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꾸라지 같은 강아지.

어이구 약올라라!



용용죽겠지, 용용죽겠지~

약올리는 강아지를 냉큼! 잡아야 하는데 묶인 줄이 당겻 닿지를 않는다.

강아지는 좋아라고 계속 놀리고, 염소 새낀 골이 나서 엠엠 내젓고~

그러다가 훌쩍! 묶어놓은 말뚝이 빠져버렸네. 이 놈 잡히기만 해봐라!!!!



누가 이기이나?

누가 이기이나?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언덕 위를 질주하는 강아지와 새끼 염소.

이건 흡사 화났음을 가장한 채 "나 잡아봐라~"놀이를 하고 있는 연인을 떠올리는 모양새!


그런데 바로 이때! 하늘을 가르며 무서운 굉음을 내고 지나가는 제트기!

어마무시하게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서로 엉켜 숨어버리는 염소와 강아지.

골대가리 났던 것 몽땅 잊어버렸다.

아, 이건 마치 폭풍우 치는 밤에의 염소와 늑대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모양새인 걸~



해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신간, 골대가리 난 것 몽땅 잊어버린 두 친구~

서로를 바라보며 정겹게 웃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화면 중앙에 보이는 주홍색 지붕 집은 바로 권정생 선생님 살아계실 적 살던 작은 집. 

저 문 안쪽에 아직도 선생님이 살아계실 것만 같아...



밤 깊어 달 뜨고, 마당에 앉은 세식구 오손도손 정겹기만 하다. 


참으로 솔직담백하고 재미진 시다.

이 시를 권정생 선생님이 열다섯 나이에 지으셨단다. 

주변의 가까운 사물 혹은 친구들을 따스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우리 입말에 실어 그 뜻을 담아내셨다.

예쁘고 예쁘다. 곱고 또 곱다.


염소와 강아지의 모습에서 짓궂은 장난으로 투닥거리다가도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가까워지는 어린이들이 떠오른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내 자식만 너무 귀하고 중해 해서 다른 사람 눈 찌푸리게 하는 그런 풍경 말고, 자연스럽게 쌈박질도 하고 저희들끼리 하하호호 화해하고 그러면서 한뼘씩 성장해가는 어린이가 이 안에서 비친다. 


여백을 한껏 살리고 많은 색을 쓰지 않은 담백한 그림도 시와 어우러져 참 마음에 든다. 

다시 봐도 또 보고 싶은, 예쁜 그림책이다. 멋진 시 한편이다. 우리시 그림책, 계속해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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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0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
권정생 선생님도 그립고....

마노아 2014-11-10 08:44   좋아요 0 | URL
시와 그림이 잘 어우러졌어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요. 권정생 선생님, 참으로 그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