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품절


세상은 추억을 만드는 곳,

때론 상처를 주고 또 받지만

어느 누구도 고의적이진 않아.

각자 생김새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

너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렴.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드는 거야.

그게 바로 너란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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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5-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추억해 주겠니?
보이지 않는 것도 눈을 감으면 느낄 수있다는 걸........"

chika 2006-05-1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모두 숲의 기억에서 태어나,
각자의 섬에서 외롭게 살다가
결국 숲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그때,
바람 엘랑스처럼 이렇게 얘기하겠지.

"날 추억해 주겠니?"

사랑은 함께하자는 약속.
마지막 뒷모습까지도 기억해주는
순수하고 완전한 마음이다.

하늘바람 2006-05-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그대로가 좋아요
 



사진은 남양성지의 뜨락이래요. 이 사진을 선물로 보내준 선생의 말로는 저 뜨락의 꽃들이 성지의 기도하는 소리들로 저리 아름다운 거라고 하시더군요. <잿빛달>을 받았답니다. 첫 장을 넘기니 잿빛달은 고작 여덟 쪽밖에 안 되네요. 일행과 헤어진 내가 시가나와 방향의 전차를 타고 졸고 있는 후줄근한 소년 옆자리에 앉습니다. 누군가 소년의 무릎에 물건을 내려놔도 되느냐고 묻는데 졸던 소년은 안 된다고 해요. 올려놓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자신의 짐을 끌어안습니다. 그러다 나는 소년에게 묻지요. 어디까지 가냐고. 소년은 우에노에 간다고 말해요. 나는 대답하지요. 그럼 차를 잘못 탓는걸. 전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거래요. 소년이 창밖을 보려고 몸을 일으키다 중심을 잃고 내쪽으로 쓰러져요. 이 짧은 소설의 백미는 여기에 있군요. 내가 어떻게 했을까요. 치카언니 같음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이건 비밀! 근데 소설의 끝에 소년은 이렇게 말하는군요.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리고 마지막 줄은 이렇게 되네요. "1945년 10월 16일의 일이었다."

제가 요즘 전쟁에 관한 책들을 계속해서 치를 떨며 읽게 되는 것은 사실은 저런 거예요. 자기의 짐은 소중한 것인데,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자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어도 된다는, 실은 방향도 갈 곳도 없어져버린 시대에 개개인의 될대로 되라는 식의 생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1945년이라는 시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결코 "아무래도 상관없어"라고 말하면 안 되겠기에. 잉, 짧게 쓰려고 했는데 또 길어졌네요. 우울함은 우울함에게 줘버리고, 비오는 날은 우산을 쓰자, 알지요!! 고맙습니다. 

<Timothy Grub> - Vashti Bunyan
[Just Another Diamond Day] - (1970, Dicristina St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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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도 곱고^^

chika 2006-05-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뭔가 이상하다...하며 봤는데 내 서재...;;;;;
비오는 날은 우산을 써야 되고...엄.. 내 쪽으로 쓰러진 소년을 어떻게 했을까요?
음...정말 궁금하다. 내가 어찌할런지.... ^^;;;;;;

돌바람 2006-05-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책 또 받았어요. 어제 다녀가신 택배 아저씨랑 사귀겠는걸요. 어찌나 순박하게 웃어주시는지. 이런 책이구나, 아침 나절에 이젠 아예 집기랑 농가 기물까지 뿌시고 있다는 대추리 소식 접하고 이를 어쩐다냐, 속이 푹푹했었는데 속은 여전하지만, 책은 고마워서 어쩐다냐. 언니야, 고맙다웅^,.^
 
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품절


전화가 왔을 때, 다케오가 전화를 받지 못할,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먹고 있던 크림빵(다케오는 빵 중에서 크림빵을 제일 좋아한다고 언젠가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이 있다.)의 기름 때문에 손가락이 미끈거려 통화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그만 끊어졌다든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꺼내려는데, 요즘 약간 살이 쪄서 엉덩이가 꽉 조이는 바람에 전화기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든가, 전화벨이 울리는 찰나, 바로 코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넘어져 그 할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든가, 악랄한 지하 괴물한테 발목이 잡혀 시커먼 동굴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통화 버튼을 누르려 해도 도무지 아무 것도 눈에 뵈는 게 없었다든가.
생각하는 동안에 다시 힘이 쭉 빠진다.
이놈의 휴대폰, 꼴도 보기 싫어!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 따위 물건을 발명한 걸까.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통화 가능한 전화라는 건, 연애하는데 있어서 - 원만히 진행되는 연애든 삐걱거리는 연애든 - 암적인 존재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194-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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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5-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모든 사람에게 워낙 핸폰 잘 안받기로 소문이 난 사람인지라....;;;;
상대방도 그냥 그러려니.....;;;;;;;
 
Cracker 크래커 (CD 1장 포함)
토마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심심치않게 들어봤을법한 주제, 이성친구와의 동거, 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 이라는 말에 뭔가 혹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토마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꽤나 오랫동안 인터넷에 그림을 올렸고 일러스트로 활동한다면 그림에도 뭔가 매력이 있겠지, 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고.
그런데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내가 그리 많은 기대를 가졌었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리다 만 듯한 그림, 그리고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이성 친구와의 동거''에서 일어남직한 이야기들. 잠시 멈칫, 하며 책을 덮었다 다시 펴들었다.

뭔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성 친구와의 동거, 라는 설정 자체는 독특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이런 주제가 항간에 나돌기 시작한지 꽤 됐으니 어떤 면에서는 식상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을 그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의 매력은 잠시 덮어 두었다 펼쳐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허공의 뜬구름 잡는 허황된 이야기들이 아니라 정말 있음직한 일상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은가. 더구나 토마의 그림은 지극히 평면적인 선현경 아줌마의 그림을 보면서 친숙하게 느꼈던 그 느낌을 떠올리게 해버렸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그리다 만 그림 같은'' 느낌에서 크래커를 바삭거리며 드러누워 배 긁적거리고 읽기에 딱 좋은 친근함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따끈한 방바닥에 이불 깔고 누우면 잡념의 뭉게구름 두둥실"하고 떠다니는 것들을 살살 잡아 적어놓은 크래커노트를 읽어보면 그녀의 감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바삭거리는 크래커 맛이 난다. 바삭거리는 재미가 있고, 바삭거리는 느낌이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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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7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 문 뒤의 야콥
페터 헤르틀링 지음, 김의숙 그림, 한경희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파란 문이 빼꼼 열려 있고, 그 문 뒤에서 멈칫 거리고 있는 야콥의 이야기는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이야. 그래서 가만히 야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죄어드는 느낌이 들었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묵묵히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거야. 그래서 나는 야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야콥은 지금 어디있지?'라는 생각이 떠올라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두리번거리며 야콥을 찾아봐야 했지.

야콥,과는 좀 다르지만 어릴적을 떠올리면 도무지 내 주위의 모두가 나를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히 울고 싶어 답답할 때가 있었을거야. 나는... 그런 일이 많았지. 나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어느새 나의 생각과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그게 아니야, 라는 말도 소용없지. 아니, '그게 아니란말야'라는 것조차 밖으로 튀어나오기 힘든 말이었지만 가끔 안간힘을 쓰고 그 말을 밖으로 내보냈다해도 '그게 아니야'라는 외침은 되려 엉뚱하게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변해버리곤 했었어.

그런데 참, 이상해. 상실감이나 외로움같은거... 내 어린시절에 그런 느낌이 있었는지를 떠올릴수는 없는데 왜 야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이 그리 아픈거였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어린시절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로인해 나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그들 맘대로 정해져버리고 말았던 그때의 답답함과 억울함 같은 감정때문에 야콥의 이야기가 슬픈 것이 아니었어. 이해받지 못하던 내 어린시절의 기억이 슬퍼 그런게 아니라는거야.
야콥의 이야기가 정말 슬펐던 것은 지금의 내가 수많은 생각을 담고 있고 수많은 말을 품고 있는 야콥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그래서말야 사실, 야콥의 엄마와 청소년보호청의 레만씨가 야콥이 얘기한 '베노'를 찾아냈을 때 그들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버렸어. 야콥에게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베노'라는 이름만으로 야콥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이해할 수 있는 희망을 찾은 그들의 신뢰가 너무 기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거야.

그렇지만 야콥의 이야기는 여전히 슬퍼. 눈에 보이는 야콥의 행동과 귀에 들리는 야콥의 말을 나는 알아들을 수 없을꺼라 생각하니까 말이야.
그런데말야 조그맣게 열린 파란 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 내게 그런 얘기를 해 주는거야. 내가 야콥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해서 야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내 마음안에 있는 파란 문을 열어놓고 귀를 기울여 이해하려고 하면 야콥이 문을 좀 더 열어서 더 많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꺼라고. 그러면 야콥이 하는 이야기를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을꺼라고.

 

*** 나는 야콥의 안에 담겨 나오지 못한 말들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조차 잊고 살았다. 야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맘이 울적해졌다. 그렇지만 정작 나를 정말 슬프게 했던 것은 며칠 전 말없이 앉아있던 중학생 꼬맹이에게 행동의 결과에 대해 나 혼자 마구 떠들어댔던 기억이었다. 너, 이랬지. 아냐? 그럼, 이것이구나? 뭐야~ 따위의 말로 그녀석이 눈빛으로 하는 이야기를 나는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 너무 슬퍼졌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야콥에게 열린 문 틈으로 희망, 이 보이니 나는 그 희망을 찾아 헤맸을 야콥의 엄마에게 마음이 쏠렸다. 아이들의 마음 안에 담긴 말을 이해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야콥의 엄마처럼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잊고 살았던 만큼 더 절실히 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의 야콥, 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말들속에서 아주 자그마한 진실을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고 싶은 소망을 더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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