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에릭 라인하르트 지음, 이혜정 옮김 / 아고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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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왜 신데렐라인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생각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짐작가지 않는 신데렐라를 펼쳐들고 며칠간 전투적으로 읽었습니다.
읽기 쉽지 않은 책을, 때론 한 줄 한 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누구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이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연결인물은 또 누구이고, 아무 관련도 없는 다양한 상황들이 그물처럼 얽혀있는 걸 파헤치며 그 모든걸 아우르며 연결할 수 있는 구멍을 발견해보리라는 결의를 다지며 읽었지만 맥락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저 이야기의 흐름을 좇아갈 수 있었을뿐입니다. 왠지 신데렐라를 읽은 나 자신이 먼지를 뒤집어 쓴 재투성이가 되어 세상에 묻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페이지를 읽은 후에야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이 다원적이고 반향적이며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의 형식은 우리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탐험과 애도는 우리의자화상을 그리는 걸로 이어집니다"(저자서문)
사실 '많은 페이지를 읽은 후에야 글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이라는 말밖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뒷말 역시 책을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처음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이 현재 시점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지껄이기(첫느낌은 말 그대로 지껄임으로 느껴졌을뿐입니다) 시작했을 때는 당혹스러웠지만 많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차츰 그들의 특성과 관계성, 상징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책을 덮은 지금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이 있긴 하지만 아주 조금은 구분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대뜸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도 균형을 잡게 해'준다는 말에 동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본제 사회에서 더 첨예하게 드러나고 유지되는 계급성, 개인의 욕망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음란성, 왜곡된 자화상, 좌파 지식인들의 실체, 폭력과 계층차별 등등 현실의 적나라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며 그 현실의 어디쯤에 내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불편했던 느낌들은 단지 줄바꿈도 없이, 높낮이 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빡빡함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의미는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네 명의 남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관음증이 포함된 성적인 욕망과 관계로만 그려지는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책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 모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은 노동착취와 기아와 빈곤에도 있지만,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그 모든 욕망과 폭력과 위선과 사회적 모순에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보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훑어보고 있는데 문득, 처음의 그 불편함은 사라지고 이젠 오히려 몇몇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있습니다. 순수함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그를 볼 때, 헛된 욕망을 좇아 무리하게 애쓰고 있는 그를 볼 때, 자신의 참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허황되고 왜곡된 자화상의 거울만을 바라보는 그를 볼 때....
물론 마리 메르시에를 향한 로랑 달의 연정이 배가 사르르 아플때의 복통의 기운이, 그녀의 집에서 실제 복통을 느끼고 실수를 해버린 모습을 볼 때는 내가 더 참담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신데렐라는 왜 신데렐라인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저자 라인하르트 자신이면서 또한 허구적인 인물인 네명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떠한 욕망을 갖고 있으며 그들에게 내재된 모순과 폭력성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나의 생각에 대한 궁금증과 답은 누구처럼 이 책을 읽을 당신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철학적이거나 기계적인 내 시스템은 하나의 시선을 포함해. 가상의 시선, 이론적인 시선, 견고한 관점 말이야. 관찰자의 눈의 위치가 중요한 초상화처럼. 경우에 따라 이 관점은 팔레루아얄에 있는 느무르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있는 관찰자의 시선이 되기도 하지. ..... 그걸 신데렐라 시스템이라고 해. 이 시스템의 결과로 꽤 많은 수의 불안한 정신적 자화상이 형성되는 거지. ..... 이 시스템은 나의 축소판이기도 해. 이 시스템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571-572)
신데렐라 이야기의 수많은 비유와 이 소설의 대칭점에 대한 설명이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책을 읽는 당신 스스로 찾아보라고 남겨둡니다. 이건 어쩌면 아직 나 스스로 라인하르트가 이야기하는 신데렐라 시스템과 그의 자화상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걸 감추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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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0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가 아주 옛날에 계정을 만들고...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아는 분이 초대메일을 보내셨습니다. 

.. 그래서 로그인을 하려는데, 안됩니다. ㅠ.ㅠ 

비번잊어버린 경우, 로그인 메일로 전송되는 시스템 같은데, 

웃긴게... 초대메일이나 친구를 초대하라는 메일은 제 한메일계정으로 왔으면서 그 이메일 주소를 넣으니 잘못된 이메일이라고만 떠요.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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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10-04-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쓰는데요. 혹시 그 한메일 계정 말고 다른 이메일 계정 없으세요? 다른 이메일로 시도해 보세요. 그럴 수도 있거든요. 제 생각에 말이죠. 그러니까 로그인 메일은 A로 해놓고, 개인 정보에는 B로 해놓으면 B로 facebook 관련메일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뭐 제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시도는 해보세요.

chika 2010-04-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하루님, 그래서 저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제가 요즘 자주 쓰는 메일계정을 넣어봤는데 그것도 안되더라구요. 아이고... 비번도 주로 쓰는거 세개뿐인데 다 안맞고..ㅠ.ㅠ
나중에 다시 잘 생각해봐서 로그인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마그 2010-04-0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위터 계정 2번 만들고 _ _ ; 비밀번호 못찾아서 결국 새로 만들었었다죠. 해외 사이트는 쉽지가 않아요.ㅜ ㅜ

하루(春) 2010-04-09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 계정을 닫고 기억 못하시는 건 아닌가요? ^^ 그냥 속 편하게 마그님처럼 계정을 새로 만드시는 게 어떨지...
 

아침부터 재수없는 기사를 봤다. 제목이 참 선정적이어서 '뭘까'하며 클릭했는데... 뭐였지? 기억도 안난다. 

4대강 반대 성명을 낸 정평위와 사제들에 대해 진위성을 따지다니. 게다가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고 믿는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사업을 치산치수라고 믿는 그들은 4대강 사업이 어떤 것인지나 알고 하는 말일까?  

제주 해군기지 건립이 어떤 목적을 갖고 건설하려고 하는지, 해군기지가 들어섬으로 인해 제주가 얼마나 파괴되고 도민의 생활이 피폐하게 되는지 알고나 하는 말인지. 아, 아침부터 자꾸 욕이 나올라고 한다. 

지난번 주교회의 후, 주교단에서 성명을 낸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려면 최소한 그것이 어떻게 나오게 된 일인지 알기나 하고 얘길 했으면 좋겠다. 하긴 그걸 알아보려고나 한 사람들이라면 그딴말은 나오지도 않았겠지.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성명 자체는 기사화 하지도 않으면서 일부 몰지각한 신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진짜 신앙인인 것처럼 부풀리면서 기사화시키는 그딴놈의 신문도. 다 형편없는 것들이다. 

이번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관해 반대하는 교수님의 설명도 듣고 정부측의 설명도 다 듣고나서 내린 결론이었다고 들었다. 주교회의에 와서 설명을 해 줬으면 한다는 요청에 청와대측에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 요청에 불응하는 것은 그 사업자체의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얘기에 주교회의 마지막 날, 서둘러 무슨 차관인지 뭔지가 애들 데리고 와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 설명이라는 것 자체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진행정도로만 얘기하는 성의없음을 보였다던가? 

아무튼 주교님들은 양측의 설명을 듣고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창조에 반하는 환경파괴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리셨다.
라는 얘기는 주교회의에 다녀오신 주교님과 식사를 하다가 들은 신부님께 들은 얘기다. 흠흠.. 

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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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0-03-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장님이 오셔서 급 마무리... ㅡㅡ;;

오늘이 바로 안중근 토마의 서거 백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 옛날 감옥에 있을 때, 고해성사를 원했던 그에게 성사집행을 거부했던 주교도 있었지만. 성사집행 정지까지 당하면서도 안중근 토마에게 성사를 집행해줬던 신부도 있다. 모든 죄의 참회와 용서에 대한 판단은 인간인 성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신의 대리자라 하더라도) 그들이 믿는(아, 내가 믿는,이라 해야할까) 하느님께 있는 것이다.
근데 분명 안중근 토마에 대한 기록을 찾아 헤매인 신부님의 책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오늘의 목표는 서평 두개를 쓰는 거였다. 초저녁에 너무 졸려서 잠깐 잠이 들었고, 일어났더니 너무 추워서 이불속에 박혀있다가 늦게 일어나 서평을 쓰기 시작했더니 이제야 겨우 하나를 다 써서 올렸고, 두번째 쓰려고 하니 또 앉아있기가 너무 추워서 내일 저녁으로 미뤄야겠다. 글이 좀 더 고여지기를 기다리면서. 

일주일전에 두번은 읽지 않게 될 것 같은 책을 열권정도 사무실로 들고 갔다. 주위에 뿌리거나 헌책방에 팔거나 아무튼 처분할 생각으로. 그리고 그 책들이 빠진 공간에 재빨리 새책들을 - 내게 읽히는 날을 기다리는 새 책들을 집어넣었다. 집 정리를 하고 책꽂이를 맞춘 후 지금까지는 그렇게 평균 수량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오호통재라. 새로 들어온 책이 갑절로 늘어나버렸다. 책을 다 읽고 서평까지 쓴 책은 보관할 책과 방출할 책으로 나눠 꽂아두곤 했는데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래서 지금 컴책상에도 머리맡 책상에도 책탑이 쌓여있다. 물론 사무실에서 들고오지 못한 책탑도 있다. 이젠 책이 책으로 안보이고 짐짝으로 보이기 시작해버렸다. 이건 중증. 

생각같아서는 정말 집 옥상에 조립식 건물이라도 창고처럼 하나 올려놓고 그곳에 책을 쌓아두고 싶다. - 일드 수박에서처럼 책을 마구 쌓아두면 천장이 무너질까, 좀 걱정스럽긴하지만. 

책방출도 은근히 최신간은 신경쓰인다. 마구 뿌려대기엔 좀 찜찜한. 그래서 묵혀두면 또...그건 그것대로 너무 묵혀서 어색해져버리고. 한꺼번에 칠십여권의 책을 방출한 까페 회원을 봤는데.... 난 책 열권을 방출하는 것도 힘든 작업이었는데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 책 포장에 우체국까지 들고 가는 것도 엄청나고... 배송비도 꽤나. 

그나저나 일년전부터, 아니 그 전부터였을까?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다. 아무튼 오래전부터 책방출 얘기만 흘렸는데, 꽤 괜찮은 책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강매를 해버려서 책이 별로 없다. 그래서 또 고민이다. 이 책들을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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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2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치카님^*^
음 근처 작은도서관에 기증하시면 어떨까요. 설망대 도서관 같은곳.
바람이 매서운 봄날. 감기 조심 하세요!

울보 2010-03-2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이렇게 라도 종종 뵈어서 좋아요,,
잘지내고 계시지요,
오늘 아침 많이 춥다고 하던데 지금은 너무 따스해요 배란다에서는,,
ㅎㅎ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이라 그런지.

 

십분이상 '마이크 시험중'이라며 안되잖아, 아까꺼 어쩌구 하는 저 마이크 시험하고 있는 저 사람, 30W의 화들짝 놀라는 감전사고를 일으켜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받았는데, 버려도 괜찮은 띠지가 아니라 일러스트로 겉장을 겸한 띠지가 구겨짐을 넘어 찢어져온 걸 보니 기분이 언짢아지고 내 운수는 왜 이러냐...라는 쓸쓸한 생각에 더해 1,2권으로 나온 책이 한 권은 새하얗고 다른 한 권은 누렇게 되어 있는 걸 보니 왠지.....

 

거기에다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현장은 역사다'.... 암울해지고 있어.
 

알라딘도서평가단 신청은 절대로 안한다,였다가 혹시나 하는 맘에 신청해봤다. 여러번 연임하는 사람과 처음 해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동안 내가 올린 리뷰의 양과 (질이 문제라고 하지만 아주 형편없지는 않지 않은가,라는) 소심한 자만으로 한번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된다.
선정기준이 뭘까,가 아주 궁금해지는데 설마 지역은 아니겠지 라는 피해의식이 나를 잡는다. 겨우 이런 것 하나에도 지역차별화에 화가 났었는데 오랜 세월 ....... 그 감정을 지니고 살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변방에서 산다는 것, 변방으로 밀려나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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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0-03-2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도서평가단과 관련하여 주저주저하다가 위로의 말을 남깁니다. 제가 너무 독식을 하였을까요?

chika 2010-03-2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마립간님! 설마요....

알라딘에서 신간도서평가단이란걸 처음 시행할 때, '제주지역 제외'라는 것이 내내 맘에 남아있어서 그런거에요. 그것때문에 안뽑는다면 기분나쁜일이고, 그게 아니라 그저 나의 리뷰나 활동으로 기준삼아서 안뽑는다면 그것 역시 어떤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걸까.. 궁금해지는 일이고요.
도서평가단 활동을 잘 하시는분들의 연임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