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재수없는 인간과 마주쳤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와서인지, 한동안 버스가 오지 않아서인지 올라 탄 버스는 거의 좌석이 찼고 저 뒤쪽에 혼자 앉은 사람이 보여 비틀거리며 뒤쪽으로 갔다. 근데 그 빈자리에는 창가쪽에 앉은 여자의 가방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나를 못본척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길래 할 수 없이 '가방 좀 치워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되돌아온 말은. '금방 내릴껀데'. 

그래서 다음 정류장에 도착할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그녀는 내릴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니가 말한 '금방'이 어디냐? 라고 물으려다가 왠지 물음을 던질 가치조차 없어보여 그냥 앞자리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그분 역시 금방 내릴꺼라면서 일부러 일어나서 창가쪽으로 자리를 비켜주셨다. 그 정도의 예의는 기본이라 생각했었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 친절해 보이는지) 앉았다. 그 다음 정거장에서 대놓고 뒤를 쳐다봤는데, 역시 금방 내린다며 꿈쩍안하던 그녀는 내릴 생각이 없는 눈치다. 

평소 내가 내리던 정거장에서 내리는 그녀의 뚱한 표정과 뚱한 모습을 보면서, 누가 세상의 뚱보들이 마음이 넉넉할꺼라고 했냐고 성질내고 싶은 걸 참았다. 그녀의 면전에 대고 '당신, 2인분이어서 버스 좌석 두개를 차지하고 앉은거야?'라고 외쳐보고 싶은 걸 참았다. 참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누가 그랬나. 사무실에 들어와 앉은 지금도 재수없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쁠뿐인데.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재수없는 것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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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8-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무척 화나셨겠어요. 정말 세상에는 그런 사람 많아요. 빨리 흘려버리는 게 제일!

ChinPei 2010-08-0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처음에 "가방 좀 치워주세요"라고 말씀하신 거니까, chika님 용기가 있어요.
일본에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사람은 거의 없다 생각해요.
"금방 내릴껀데" 정도의 말이면 화가 나고 그만이지만 요새 일본은 주먹이 날아오는지 칼이 날아오는지 모르는 세상이라서요.
내가 너무 겁쟁이일까?

pjy 2010-08-0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도 더운데 재수없는 일을 당하셨네요~
저도 뚱녀라 아는데요~ 자라면서 상처받고 많이 삐뚤어져서 절대 마음 넉넉하지 않습니다--;

저도 최근에 지하철에서 이런 뻔돌이를 봤습니다.사람도 많았는데 혼자 다리벌리고 옆자리에 가방을 팽개친....
말해봤자인 분위기였습니다..상황을 보니 벌써 몇정거장을 그런식으로 지나온듯 보이더라구요~
성질있는 뚱녀인지라 조용히 가방을 들어서 다리위에 얹어준뒤 벌린 다리는 밀쳐버리고 말없이 앉았습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감탄의 포스까지는 괜찮았는데~ 몇정거장 뒤 제가 내릴때는 내리는 문까지 길이 막 저절로 갈라지는 ㅡ,.ㅡ
이런, 모세의 기적이 필요한 뚱녀는 아니데요 ( '') 내생각엔^^?
 

나는 내 얘기 하는 걸 그리 꺼리는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에게나 아무말이나 막 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뭐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하게 하고 싶은 얘기는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얘기는 꺼내지 않는 그런 성격인데. 

말하고 싶지 않은걸 자꾸 캐물어대는 사람에게는 짜증이난다. 내가 한마디 하면 그 말을 여기저기 퍼뜨릴 사람인 걸 알고 있기때문에 내가 이번 여름휴가를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얘기해주고 싶지 않아서 대답을 안했건만. 내 태도에서 분명 말하기 싫은걸 알아 챌 수 있을텐데도. 자꾸만 캐묻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자기가 알고 싶은 것만 캐물으면 된다는 그 태도가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다. 내가 그 사람을 무시할꺼였으면 한마디로 '말하기 싫다' 하면 끝이겠지만, 그건 한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에 대한 예의는 아닌것같아 그냥 얘기를 했는데. 나는 또 내가 그렇게 대꾸를 해 줬다는것에 대해 짜증이 나는거야. 아, 정말 짜증나.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정도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바람이 시원해 견딜만 하지만 나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 사무실 근무시간이 되기 5분전쯤에 항상 에어컨을 켜 놓고 사무실을 시원하게 해 두는데 오후에 들어오면서 명령투의 말로 '에어컨 켜세요'한다. 나보고 더우면 켜라고 하는데, 자기가 더워 미칠 것 같은 표정으로 말만 나보고 더우면 에어컨 켜라고 하면 그 말이 곱게 들릴리가. 그냥 '안더워요? 더우니까 에어컨 틀죠?'라는 말로 하면 솔직하지. 자기는 괜찮지만 내가 더울까봐 에어컨 켜라는 듯 말표현만 그렇게 하면서 더운데 에어컨도 안켜놓고 뭐하는 짓이야 라는 표정을 하면. 화나지.
아, 그런데 항상 모든 일에 말표현을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사람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겠다. 음.. 그런건가?

하지만 언제나 자기는 상관없이 나를 배려한다는 듯이 말은 내뱉지만,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더 짜증이 난다. 

 

기본적으로 관심도 없고, 제발 나에게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자기 얘길 꺼내는 것도 귀찮아 죽을지경이다. 그래도 그건 그냥 들어준다. 성격차이라는 걸 이해해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왜 상대방은 내가 내 얘기를 자기에게 하기 싫어하는 걸 이해해주지 못하는거냐고. 아무리 이해력이 좀 부족하다고 해도 말이지. 별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 정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자꾸 그러니까 화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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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꼭 피해를 주지 않아도 그냥....
맘에 안드는 사람이 있는건, 그닥 친하고 싶지 않은건 제가 그릇이 작아서겠죠? 전 아무래도 성인은 아니예요^^;
 

덥기도 하고, 성당 다녀와서 좀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정말 오랜만에(!) 입맛도 없고... 그래서 저녁을 건너뛰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비가 내려 냄새가 더 꼬소하게 화악 퍼지는 이 한밤중에, 

동네의 누군가가 라면을 끓여먹고 냄새를 풍기고 있다. 

에잇, 젠장! 젠장젠장젠장. 

냄새가 무지막지하게 올라오고 있다. 더워도, 일단 후퇴다. 내가 졌다. 

문, 닫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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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드세요. 점심으로 규환이랑 둘이 라면에 치즈넣고, 계란도 하나 깨 넣고 먹었습니다.
맛 괜찮던걸요. (어머 염장?)
전 오후 늦게 옥수수 3자루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 합니다.

ChinPei 2010-07-25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 잘 챙겨 먹어야돼요.
... 그런데, 이 더위, 정말 입맛이 없어지네요.
나도 어젠 입맛이 없어서 そうめん(소으멘=냉소면)만. ^^
 

정말 우연히 누군가의 게시글에서 좋은 블로그 추천이라고 되어 있길래 가 봤는데, 사진들이 이쁘더군요. 

 

일본 웹의 블로그 같은데..일어를 몰라도 사진구경은 할 수 있습니다. ^^ 

http://www.dacafe.cc 

 

 

아이의 울듯말듯진지함이 가득한 표정의 이 사진 밑에는 無理無理無理라 적혀있네요. ㅎ 

 

 하이드님 덧글로 알았는데 바로 이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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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0-07-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지 몰라 일단 클릭을 하고 봤는데.. 책 두 권이 나오는 걸 보니 블로그 사진으로 만든 책도 나왔나봅니다.

ChinPei 2010-07-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무리무리무리.

chika 2010-07-20 16: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무리무리무리 라고 생각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0-07-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위에 개는 친구가 필요한걸까요?

chika 2010-07-20 16:21   좋아요 0 | URL
개랑 인형이랑.. 서로 위로해주는 것 같지 않나요? ㅎ

하이드 2010-07-2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페 일기 우리나라에서도 2권까지 나왔어요.

chika 2010-07-20 16:21   좋아요 0 | URL
앗,, 하이드님. 책 찾았어요
 

 그러니까 말이다, 3박 4일동안 교토에만 있을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쩌란 것이냐,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
게다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지역과 관련된 대강의 역사만 알고 갔었는데, 아니 역사는 커녕 문화에 대해서도 대충 아는척할만큼만 준비하고 갔었는데, 이건 완전히 머리를 쥐어짜내는 것 같다. 덴노와 막부라는 말을 익히기바쁜데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잇는 그 혼잡한 역사까지 뒤섞이고 그것이 또한 우리의 조선시대로 넘어와서 연결지으면, 역시 결론은 내가 왜 이걸? 하고 묻고있다는 것이야.
이 수많은 낯선 것들 속에서 그나마 [리큐에게 물어라] 책을 읽은 덕에 알게 된 센노 리큐는 낯익어 다행이라고 할까? 
책을 읽다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책을 한번 훑어보고 여행가방에도 이 책을 싸들고 가느냐 마느냐. 책이 헐어버리는 것을 싫어하는데 여행지에 이걸 들고 다니면 책은 손때가 타는 걸 넘어 흠집도 생겨날 것이고... 그래도 모셔두기만 하려고 책을 사는 건 아니니까. 음...
이번에 답사정도로 다녀오고 내년쯤 여건이 되면 조카녀석들하고 다시 교토를 여행하고 싶긴한데 그것도 가능할지 모르겠고. 아이구 책 읽다말고 잡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이번 여행에는 또 어떤 책을 들고갈까.. 고민하다가 누군가 '끌림'을 얘기한것이 생각나 그 책을 찾아보다가 '이완 맥그리거'의 여행기,라는 광고가 눈에 화악 들어오는거다. 아니, 이거 진짜 이완 맥그리거가 쓴 책인거야? 읽고 또 읽어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 아이구 어쩌나.. 읽어보고 싶어진다.
요몇달사이 가히 수백만(수십만이 아니라!ㅠ.ㅠ)원의 돈이 나갔는데... 어쩌나 싶다.  


 

 

      


  

 

 


번역 완간이 되면 읽어보려고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걸렸....ㅠ.ㅠ 

열세권의 책을 한꺼번에 구입해볼까, 생각하니 이것도 지출이 거의 피같은 수준이다.
이 책은 조카녀석에게도 사주고 싶은 책이었는데.. 슬램덩크도 몇년째 사줘야하는데 생각만하고 망설이고 있는 중이라 어쩌나, 싶다.

일러스트에 천재적인 재능이 보인다는 조카에게 사주고 싶은 책도 많고.
아이구... 정말 세상은 넓고 돈 쓸 일은 많은데, 정작 돈은 ..없는건가? 


도대체 교토, 천년의 시간여행을 읽다말고 이야기가 어디로 튀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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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참 그런데요~ 번역이 되다가 출판사가 바뀌거나 그러면 울컥하고요~ 완간을 기다리면 나중에 가격에 쩔구요 ㅠ.ㅠ 미루다가 절판되면 좌절이구요 @@;
어차피 쓸 돈! 타이밍이 중요해요^^

chika 2010-07-1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어쩔...
정말 딱 그래요. 출판사가 바뀌면서 번역자마저 바뀌면 확 짜증나고요. 어차피 쓸 돈의 타이밍...
(그래도 요즘은... 절판된 책이 훨씬 더 좋은 번역으로 재출간되기도 한다는 걸 희망삼아..ㅠ.ㅠ)

ChinPei 2010-07-2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ika님, 현지에선 "눈"만으로 본다, 역사따윈 뒷이야기다, 그러니까 일단 무작정 교토 가보고 돌아 와서 천천히 역사를 살핀다, 그런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싶은데요. ^^

chika 2010-07-20 16:23   좋아요 0 | URL
네. 일단 맘편히 책을 읽고, 여행가서는 발길닿는대로 편하게 갈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