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재수없는 인간과 마주쳤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와서인지, 한동안 버스가 오지 않아서인지 올라 탄 버스는 거의 좌석이 찼고 저 뒤쪽에 혼자 앉은 사람이 보여 비틀거리며 뒤쪽으로 갔다. 근데 그 빈자리에는 창가쪽에 앉은 여자의 가방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나를 못본척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길래 할 수 없이 '가방 좀 치워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되돌아온 말은. '금방 내릴껀데'.
그래서 다음 정류장에 도착할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그녀는 내릴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니가 말한 '금방'이 어디냐? 라고 물으려다가 왠지 물음을 던질 가치조차 없어보여 그냥 앞자리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그분 역시 금방 내릴꺼라면서 일부러 일어나서 창가쪽으로 자리를 비켜주셨다. 그 정도의 예의는 기본이라 생각했었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 친절해 보이는지) 앉았다. 그 다음 정거장에서 대놓고 뒤를 쳐다봤는데, 역시 금방 내린다며 꿈쩍안하던 그녀는 내릴 생각이 없는 눈치다.
평소 내가 내리던 정거장에서 내리는 그녀의 뚱한 표정과 뚱한 모습을 보면서, 누가 세상의 뚱보들이 마음이 넉넉할꺼라고 했냐고 성질내고 싶은 걸 참았다. 그녀의 면전에 대고 '당신, 2인분이어서 버스 좌석 두개를 차지하고 앉은거야?'라고 외쳐보고 싶은 걸 참았다. 참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누가 그랬나. 사무실에 들어와 앉은 지금도 재수없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쁠뿐인데.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재수없는 것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