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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몇년 전 사무실에 조퇴까지 하면서 그녀의 강연을 들으러 갔었다. 그때 나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내밀었고 그녀는 '와~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책이 등장했네'라고 하며 '그 꿈 이루시길!'이라 사인을 해 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한비야님의 꿈은 난민촌에서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희망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조금씩 베테랑이 되어가는 긴급구호요원이 되었다.
사인본을 받고 싶은 욕심에 급히 구입한 책을 받고 첫 장을 폈을 때, '우리, 함께 가요!'라는 글을 보며 순간 멈칫, 했다. 내 꿈을 꼭 이루라고, 분명 꿈은 이뤄진다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을 했던 그녀는 이제 내게 손을 내밀며 함께 가자고 한다. 아, 그래. 함께 가야지.
사실, 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국제까리따스의 후원자이다. 그러니까 이미 몇년동안 세계 기아민 돕기 후원을 해 왔다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한달에 얼마간의 금액을 후원하면서 내 할일을 다 했다고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겨우 밥 한끼니의 금액이고, 밥 한끼 굶으면 배고프다, 말 한마디로 잠시동안 힘든척하다 기름진 음식먹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내 밥 한끼니가 이 땅 건너편 누군가에게는 일주일의 생활비가 된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좀 전에 월드비젼 홈피에 가서 후원 신청을 하고 왔다. 해외아동결연..이었던가? 잠시 고민하면서 이미 가입한 후원회의 후원금을 올릴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결연을 맺는다면 그건 또다른 나의 책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직은 너무 가까우면 내가 느껴야 할 부담감과 마음을 옥죄는 듯한 아픔을 못견딜 것 같아 먼곳의 그 누군가와 보이지 않는 인연을 만드는 것이 좋을 듯 해서말이지. 이것이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괜찮다. 바닷물에 양동이 한 바가지를 퍼 넣는 것이된다 하더라도 그 의미는 엄청 클테니까.
아직은 머뭇거리고 있지만 나 역시 그녀가 내미는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처음 책을 받아들고 옆에 있던 누군가가 잠 잘 시간도 없다면서 책도 냈네, 라는 말에 나는 무심코 '돈이 필요했나보지 뭐'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이었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한비야라는 사람에게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정기적인 후원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고도 아직 후원신청서 쓰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그는 오즈의 나라에 가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도로시를 만나 강철 심장을 빼내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심장을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쩌다보니 리뷰가 아니라 어떤 곳이든 얼마를 하든 어느 기간을 하든 다른 누군가를 위해 후원자가 되어달라는 호소문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렇지만 내가 이러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읽고 느낀바를 실천하는 모습이니 전혀 엉뚱한 건 아니겠지?
사족을 붙이자면. 그녀는 엄청난 달변가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비야,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그녀만의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맘 설레이고 슬며시 웃음 짓게 되고 어렴풋이 희망이 맘 한구석에서 커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내가 그녀의 책을 꼭 사서 읽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