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무엇인가 - 최민식, 사진을 말한다
최민식 지음 / 현실문화 / 2005년 6월
품절


보릿고개 시절의 비참한 가난과 아픔을 찍어낸 나의 사진들 앞에 따뜻한 촛불이 일렁인다. 나는 세상에서 잊힌 사람들을 찍는다. 볼품없이 일그러지고 불쌍한 자들, 가까이 가고 싶지조차 않은 자들의 외로운 외침을 듣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해 싸우고 있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다. 사진 속의 슬픔을 간직한 그들이 내게 걸어와 눈물 흘린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서러운 인생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비록 단 한장의 사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Russell Lee의 작품.
이 사진 한 장에는 사랑과 따뜻함이 넘쳐난다. 그리고 너무 밝다.
어쩌면 공황에 따른 극심한 빈곤과 인종차별 같은 삶의 고단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엄마에게 배움을 받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설레임만 있을 것 같은 평온함과 미소가 있다.

전쟁고아. 1949
제 발보다 큰 어른의 신발을 신고 기뻐하는 어린이. 고아원 뜰에서 보모의 바이올린 소리에 맞추어 행진하는 전쟁고아의 모습이다. 고아원 수녀들의 보살핌을 받은 어린이의 천진한 표정이 숭고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어린아이의 조용한 걸음걸이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이 사진은 더욱 감동스럽다.(p193)

내가 어렸을때도 풍족한 생활은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받으면 가만히 하루 종일이라도 그걸 바라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받은것은 무조건 최고로 좋은 것이었으니.

두분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스러운 것 아닌가?
고단한 삶을 살았겠지만 지나 온 모든 것을 추억하면 '행복'을 떠올릴 것 같은 미소를 띄고 있다.

엊그제 나는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작품 전시회에 갔었다. 조금은 평면적인 듯 하고 느낌이 없는 사진들이 많았다. 이들은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그 중에 맘에 든 사진 한 장.
수도복을 입은 수녀님들과 수사님들이 커다랗게 웃으며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치렁치렁한 수도복은 지금까지 내게 침묵과 근엄, 권위의식, 구별.. 같은 안좋은 인상만을 남겼었나보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는 순간 환한 그들의 모습에서 수도복은 그순간 그들의 행복을 나타내 보이는 듯 했다. 여기 이 아이들의 웃음과 비슷한.

그렇게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전히 세상은 불의로 가득차 있고 많은 고통이 있다. 이 노동자들의 사진에도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흙더미 이상의 삶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겠지.
이 사진 한 장은 그렇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 '넌 함께 하고 있니?'

나는, 저 평온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이 넘쳐나는 모습을 위해 함께 하고 있을까. 누군가의 사진 한 장은 그렇게 내게 삶의 물음을 던진다. 사진의 의미는 그런것일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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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고르신 사진하고 두 장 겹치네요. ^^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chika 2005-09-2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