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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학원 수업시간에 우연찮게 대화를 나누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추천할만한 책이 있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 책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떠올렸다.
사실 뭐라고 길게 설명할 수 없어서 이야기는 간단히 끝나기는 했지만, 이 책은 소설이지만 역사를 기초로 하여 씌여진 책이라고 말했더니 강사는 대뜸 '흑백분리'에 관한 내용이냐고 물어본 것은 기억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80년대 역사,라고 얘기하면 대뜸 '5.18 광주민주항쟁'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단순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케이프타운'을 떠올리고, 아프리카, 사파리... 그러다가 나중에야 인종차별정책을 떠올린다. 그만큼 머리속으로 어렴풋이 그들의 역사를 알고는 있지만 뼈저리게 느껴지는 역사가 아닌것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 역시 조금 마음아픈 얘기지만 읽을만한 괜찮은 책, 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작고 얄팍하게 느껴지는 책을 받았을 때 가볍게, 정말 생각없이 가볍게 읽어야지, 했던 그 마음의 기억이 지금 나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고 가볍지만 그 깊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인종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침략해 들어갔는지, 사람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침략자 백인종에 대해 사람의 권리를 찾기 위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노력은 어떠했는지... 때로는 목숨을 내 건 그들의 투쟁이 어떠했는지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한걸음씩 보여주는 베벌리 나이두의 이야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가 피로 얼룩진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가는 그 기나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자꾸만 그 과정은 쉽게 지나쳐버리고 결과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곤한다. 그러한 역사의 결과가 아마 피로 얼룩진 전쟁이 아닐까.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에도 수많은 희생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명예도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이들이 있고, 수없는 눈물을 흘린 이들이 있다.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사라져간 이들이 헛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역사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임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뭔가... 자꾸 뭉뚱그려 쓰려하니 자꾸만 말이 헛나오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를 토대로 씌여진 단편들은 서서히 나를 감동시켰다는 것이 내 느낌의 전부이다. 특히 '타자기'에서 한치의 흔들림없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클루 할머니와 '누군가는 시작해야 돼'를 되내이며 학교에 간 로사와 로사의 엄마가 기억에 남는다. 아니, 모든 희망적인 이야기가 다 좋았다. 어른들이 갈라놓은 인종차별의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벅찬 희망이 솟아나는 것이 좋았다.
차별이 없고, 적대감과 보복이 없고, 전쟁이 없는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로한과 솔라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의 장벽을 넘어선 것처럼 고난의 길이 있겠지만 그 길은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오늘만큼은 그 길에서 이 세상의 자유, 평등, 평화를 꿈꾸는 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