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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내 영혼의 지도 - 잉카인이 쓴 페루 여행의 초대
호르헤 루이스 델가도 지음, 이정아 옮김 / 담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아, 서평을 쓰려고 하는 이 순간에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가 흘러나오고 있다.
잉카의 후예가 쓴 내적 여정을 돌아봐야 하는 이 순간에 나는 정신없이 '말달리자'에 빠져들어 오히려 저 멀리 만주벌판을 헤매고 있으니.... 어째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져버린다.
그래, 어쩌면 나는 내게 익숙한 글을 읽었다면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읽고 좀 더 깊이있게 내적 여행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페루에 대해, 잉카의 영적인 유산에 대해 무작정 덤벼들어서 쫓아가려고 하였고 결국은 마음의 눈을 열지 못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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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추아족에게 퓨마는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네. 전사를 뜻하기도 하고 균형 감각과 목적을 나타내기도 하지. 퓨마 루나는 지하 세계와 현세 그리고 천상의 모든 세계와 이들 세계의 실체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영적인 탐색에 들어서면 퓨마의 이런 특징들을 모두 갖추게 되지.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퓨마 루나의 성향이 잠재해 있다네. 잘 알다시피 퓨마는 항상 혼자 다니지. 마찬가지로 우리가 떠나는 영적 여행도 많은 부분 혼자 가야 하네. 우리는 함께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함께 기도할 수 있지. 그러나 반드시 혼자서만 해야 하는 일도 있네. 오로지 자네 자신만이 자네 내면에 잠재돼 있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지(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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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는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않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퓨마가 이런 동물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지만, 사실 퓨마가 페루에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좀 더 잉카에 대해 공부를 했어야 했다. 단순하게 잉카 제국의 흔적을 구경하려고 했으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 않은가. 호르헤가 신성한 잉카의 문 아라무루로 안내를 해 줘도, 그가 자신의 영적 체험으로 만난 잉카의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설명해줘도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페루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그 영향으로 그들 고유의 계율이 교묘하게 기독교 신앙의 금지 계율로 바뀌어버린 거 아닐까 라는 생각들만 떠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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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법은 두려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지. 그러나 잉카의 계율은 우주의 신성한 사랑에서 나왔네. 그 기운 자체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계율을 그대로 따르면 의식 수준이 높아져 손꼬뀌sonccoqui, 즉 우주의 기쁨과 풍요로움 속에서 살게 되는 또 다른 목적까지 이루게 되지. 뭔가를 금지하는 것과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것과는 아주 다르지. 고대 잉카인들은 긍정적이며 고상한 사람들이지(251-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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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잉카의 계율은 무나이-사랑, 얀까이-일이나 봉사, 야차이-지혜 이 세가지이며 이것을 깨닫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우주와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마추픽추는 단지 고대 잉카의 수수께끼를 안고 우리의 눈요기거리가 되는 관광지가 아닌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지금 마추픽추에 가게 된다면, 분명 눈에 보이는대로 그 신비로움의 겉모습에 감탄만 하고 돌아와서 사진이나 뒤적이게 될뿐이겠지. 하지만 안데스, 내 영혼의 지도를 읽은 그 느낌이 남아있어 나 역시 나 스스로 나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내적 에너지를 끌어올려 영적체험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마추픽추에 가 보리라.
그러면... 잉카의 여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아암, 그렇겠지?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무나이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오늘 나는 그렇게 꿈을 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