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초대 알라트리스테 시리즈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이름이 왜 자꾸 엉키는건가. '알리... 아니, 알라.. 뭐였지?' 하며 다시 책을 쳐다봐야만 정확해진다.
알라트리스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이 '루시퍼의 초대'라는 것이 확연히 와 닿지 않는다. 처음 책을 펴들면서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으니 이게 연작소설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어느 곳인지조차 감이 안왔었다. 도대체가 이런 무지함으로 선뜻 손이 안가는 책을 읽는다는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겠는가. '루시퍼의 초대'라는 제목은 여전히 쌩뚱맞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 책은 재미있다. 아무런 느낌없이 느릿느릿 책을 펴들었지만 결국 이 책은 잠이 안오는 어느 여름밤의 긴 시간을 짧게 줄여놓았고 그 다음권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허구와 사실을 적당히 버무려놓은 책을 읽으면 나는 그 작가의 무한한 역사적 상상력에 푹 빠져든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지. 쓸데없는 말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삼총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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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7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7-0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역시 새벽별님이예요!!
그런데 저도 삼총사, 레미제라블,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으로 읽고 싶어요. 쩝~
 
루시퍼의 초대 알라트리스테 시리즈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04년 12월
절판


나 이제 침묵하지 않으리.
손가락을 펴 입술을 문지르고 이마를 문지르며,
침묵을 깨뜨리고 두려움을 떨치네.
용감한 영혼이 있지 않겠는가?
말한 대로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느낀대로 말하는 것이 어찌 안된다는 말인가?-69쪽

고난을 겪어야 할 이유가 타당하건 그렇지 못하건,
나는 그 역경 앞에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서 있도다.
그 누구도 내 얼굴에서 비굴한 기색을 찾지 못할지니,
자긍심이 넘쳐 흐르도다.
제 아무리 싸우는 일이 힘들다 한들
항복이라 말하는 것보다 힘들소냐.-154쪽

"자네에겐 용기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가?"
"어찌보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특히 요즘 같은 시절, 하느님의 깃발과 이름마저도 사고파는 이런 시절에는 더욱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172쪽

나는 그 며칠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냥 삶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보다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동시에 얼마나 오감을 동원해야 하는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다.-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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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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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특히 지식인이란 '환경의 작품'으로서 피조물이고 수동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일단 의식만 트이면 시대와 역사에 대한 소명감에서 오는 충정과 이상을 안고 현실과의 엇갈림으로 인한 갈등과 고민, 번뇌를 겪게 되면서 지성으로 성장하는 것이오.-78쪽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유용하는 것이 바로 동물과 다른 인간의 슬기인 것이오. 인간의 욕망, 특히 물질에 대한 욕망은 일단 이성을 잃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지는 법이오. 부질없는 욕망에 대한 절제가 동물과 다른 인간의 또 하나의 슬기인 것이오.-393쪽

똘스또이는 대작 '안나 까레니나'를 완성하고는 죽음의 공포라든가, 인생의 무상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타락한 세속에 대해 이러한 절규를 보내오.
"아아, 돈! 돈! 이 돈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픔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그는 또 이렇게 날카로운 비유를 하고 있소.
"재산은 똥과 오줌과 같다. 그것이 쌓였을 때는 악취가 풍기지만, 뿌려졌을 때는 흙을 기름지게 한다"-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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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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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이다. 한여름밤의 꿈은 무더운 여름 밤, 더위를 잊으며 읽는 책이 아니던가!

유리가면에서 마야가 맡은 역이 요정 바크였었지. 그래서 더 대사에 관심이 간다. 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뤼산드로스의 말. "데메트리오스, 자네가 아버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니 헤르미아의 사랑은 내가 가지겠네. 자네는 아버님과 혼인하게". 유리가면을 읽을 때엔 유리가면 작가의 유머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번역된 책에 그 대사가 있으니 신기하다. 역시 셰익스피어께서는 탁월한 유머감각이 있으셨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희곡을 산문체로 옮겨 놓은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대사를 보면서 다시 확신을 갖는다. 이건 정말로 희극인거야!!

사실 신화니 뭐니 해서 번역을 하였지만, 나는 여전히 신화와는 상관없이 한여름 밤의 꿈을 읽는다. 한바탕 꿈을 꾼 듯, 결국은 '모두가 행복해' 라고 끝을 맺는 이야기가 부담없이 가벼워 좋다.

무더운 여름철, 이런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내가 어제 꾼 꿈은 어이없게도 내가 아는 신부님이 내 머릴 쥐어박으며 '너, 왜 일어공부 안했냐?'라는 거였다. 그러니 더 한여름 밤의 꿈에 솔깃할 수밖에.

오늘은 정말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더라도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는 꿈을 꿨음 좋겠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어공부'에 대한 타박이 아니라.

뱀발. 별점이 세개인 이유.... 인간적으로 이 책값이 만원이라는 것은 너무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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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 NOTE 나라 노트
나라 요시토모 지음, 신희경 옮김 / 시지락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런 이상 없다며 AS를 맡긴 컴이 돌아왔듯이, 리뷰를 거즘 다 썼는데 멈춰버리는 컴의 기능 역시 돌아와버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두번째의 리뷰를 쓰려고 - 잠시 열을 식히느라 컴을 켜고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알라딘으로 들어와 - 준비중이다.

하지만, 어쩌지? 도저히 쓸 기분이 아니네.

나라 노트!
나라 요시모토가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컴이 안되고 TV도 별로 재미없는 날, 방구석에 앉아 심심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덤덤히 적힌 그의 일기가 맘에 들어버렸다. 작업과정에서 느낀 것들, 침체되는 자신을 독려하는 것도 그렇고 하루 일과의 나열도 그렇고. 세상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일기를 적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나는 잘 읽었다는 것이다.

참, 더 공감이 갔던 것은 책을 읽기 전에 www.happyhour.jp에 있는 나라의 방을 둘러봤던 것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되었던 듯 하다. 일어를 모르니 그저 작품 사진과 제작과정 사진만 휘휘 둘러보고 나왔는데, 그것이 나라의 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군.

문학을 읽으려 하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말 그대로 '나라 요시모토'의 글과 그림을 접하려는 분들에게만 권함. 전시회 표와 무선 노트가 딸려 있어 참았지, 달랑 저 노트만 만 오천원에 구입한다면 나는 화가 났을지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해내겠다면 과감히 지르시기를!

이것도 리뷰라고 쓰냐고? 세련되게 쓰진 않았지만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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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7-0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말 다 하셨구...대체 세련되지는 않다고 누가 그래요? ^^

chika 2005-07-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