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품절


생명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우리를 다른 삶과 연결시키며, 그 속에서 성장하고 소멸하고 씨를 뿌리고 다시 시작한다. 때로 우리의 삶은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다른 곳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친 수많은 가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삶에서 만나야 했던 어려운 문제들과 겪어야 했던 고통들은 결국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된다.

-246쪽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때문이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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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1-2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돌아볼 여유가 없을땐? 흑흑

chika 2005-11-2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유를 만들고 난 다음 뒤돌아보면 돼요. 그 다음은? 죽게 뛰어야죠.
가끔은... 죽게 뛰는 대신 천천히 더 많은 여유를 만드는 방법도 택할 수 있고요.
왠지,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어졌어요...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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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지배자와 거짓 선교사를 쫓아내는 것이 곧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정말 힘든 교훈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프리카의 다양성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 독립과 자유를 통합하는 것이 여자와 남자에게 아주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 아마 아타 아이두-158쪽

우리는 서로를 배부르게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먹을 것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너무 조금 너무 늦게 내놓는 것을 양철 그릇에 받으려고 '끝도 없이 길게 줄서서 지나가는 바'싹 야윈 인간들의 모습을 매일 본다. 우리는 언제나 배우게 될까. 이 지구상의인간들은 언제쯤이나 일어나 외치게 될까, 이제 충분하다고.
...... 인간이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한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배우게 될까, 그리고 인간을 그보다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며, 이런 모독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언제나 배우게 될까?
다른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스스로 인간성을 잃어버린다. 억압은 억압받는 사람보다 더 많지는 않더라도 그와 똑같이, 억압하는 사람의 인간성도 없애고 만다. 양쪽이 다 정말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 남아프리카 성공회 데스먼드 음필로 토토 주교.-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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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1-0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샀는데 서방이 먼저 본다고 가져가서는 안갖다줘요. 빨리 안볼거면 먼저 보게 갖다주기나 할것이지...

chika 2005-11-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먼저 읽겠다고 하세요오~ ;;;

싸이런스 2005-11-07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눔...의 가치.. 넘 어려워요.

chika 2005-11-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서... 더 힘껏 노력해야 하는거 같아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구판절판


내가 산투리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21쪽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그래요. 내가 성상 그리는 화가였다면 눈도 코도 귀도 없는 성모를 그리겠소. 너무 불쌍해서 말이오.-312쪽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도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349쪽

"......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년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 낸게 무엇이오?"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리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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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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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빛이 쏟아진다.
줄줄이 걷고 있는 친구들. 먼지 자욱한 길. 가까워져 오는 시내의 소음.
그러나 그때,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똑같은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 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이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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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그는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꿨다. 옛이름은 과거의 인생과 함께 불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자신을 '길잡이'라는의미의 '인디카비아'라 칭했다.
사람들이 이 이름의 뜻을 물어오면 그는 습관처럼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길잡이 노릇을 하는 이정표는 비바람에 부서지고 썩기까지 해서,그 자체론 아무 가치도 없는나무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 설사그 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 자체론 아무가치도 없는 나무 한 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설사 그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그리고 자신이 안내하는 그 목적지에는 결코 가볼 수도 없다. 하긴 자신이 세워져 있는 그곳에 머무르는게 그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바로 그 목적지만 빼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으며, 그곳이 어디든 그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목적지야말로 이정표가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의미도없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인디카비아 자신은 지금 자신이 안내하려는 그 목적지에 있는게 아니므로, 그 길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말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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