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단첼로트 대부의 걸작이었다. 그런데 이런 값어치 없는 책들과 나란히 꽂혀 있다니! 나는 한동안 그 책을 내 손에 쥔 채 살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내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렇다. 나는 부끄러워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왜냐하면 나도 역시 단첼로트 대부의 책을 업신여겼던 다른 우둔한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바로노 마렐리의 '구름대패'라는 책이 아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이런 책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읽힐 기회를 준 적이 있던가? 어쩌면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이유들 때문에 이런 책들을 수백번도 더 무시했는지도 모른다.-313쪽
그 책들을 읽는 일은 내게 재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점차 나를 감동하게 했고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종래 읽었던 책들에는 없는 힘을 그 책들에서 느꼈으며 독서할 때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나는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반드시 그 에너지를 더 많이 느껴야만 했다.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 그래서 나는 곧 다른 책을 손에 붙들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긴장을 참고 겪었으며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하는 공포, 사랑의 슬픔, 이별의 고통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도 겪었다. 절대적인 행복과 승리에 찬 기쁨의 순간들도 있었고, 낭만적인 희열과 히스테릭한 감격의 순간들도 있었다....... 먹는 일? 그런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몸을 씻는 일? 그런것은 시간낭비였다. 오로지 독서, 독서, 독서만이 중요했다.-3717.3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