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집에서 고친다 - 20만 환자를 구한 경이로운 7가지 재활 체조
아라이 모토히로 지음, 이해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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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만 봤다면 이 책을 펴 볼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내 경험이 없었다면 '20만 환자를 구한 경이로운 7가지 재활 체조'라는 말에도 피식 웃어대면서 별다른 관심을 안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 책에 실려 있는 재활체조 중 하나를 보고 갑자기 관심이 동했다. 사실 나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고생하고 한번은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는데 그때 신경외과에서 받은 처방 중 하나와 이 책의 재활체조가 유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침에 일어나려하는데 천장이 뱅글뱅글 돌더니 일어나기만 하면 구토증상이 있고, 누워있으면 괜찮다가도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만 해도 어지럽고 구토를 하게 되어 병원에도 못 갈 지경이었다. 연휴기간에 그래서 3일 내내 누워만 지내다가 겨우 동네 병원에 갔는데 다시 신경과로 가보라고 해서 힘들게 종합병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미 나아가는 단계라 약처방만 받고 집으로 왔었는데 1년쯤 후 다시 그 증상이 나타났다. 어머니 병간호 하느라 병원에 있을 때였는데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가 다시 검사를 했는데, 검사하느라 자꾸 몸을 일으켜 세워서 끊임없이 토했던 기억도 있고.  그때 병원에 며칠 입원을 했었고 퇴원할 때 의사선생님이 몇가지 동작을 하게 하고, 그 동작이 인쇄된 종이 한 장 주면서 집에서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책에도 나와있지만 눈을 감고 양손을 올리고 제자리 걸음을 50보 해보는데, 처음 했을 때 눈을 떠보니 제자리 걸음도 하지 못했고 방향조차 90도 이상 돌아가 있었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그 운동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해 보면서 몸이 돌아가는 각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니 평형을 좀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첫머리에 저자가 어지럼증을 고칠 수 있다며 체조선수의 연습을 예로 들었는데 그 말이 아니더라도 내 경험이 있기에 신뢰하지 않을수가 없다.

 

작년에는 나와는 달리 어머니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지셨었고, 또 그것과는 다른 -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뚜렷한 증상과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해서 그저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어지럼증이 있다.

이 책에는 메니에르나 기립성 저혈압, 노인성 평형기능장애, 뇌졸중 후유증 등 우리가 주위에서 조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어지럼증과 양성자세현훈, 전정신경염, 돌발성난청...등 여러 증상의 어지럼증에 대한 설명과 간단하기는 하지만 자가진단 테스트가 실려있다. 사실 10명 중 한명은 어지럼증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노인성 평형장애나 뇌졸중은 어느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는 것이어서 예방차원에서도 이 책의 재활체조를 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지럼증에 대한 설명과 원인,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과 어지럼증 치료 효과를 높이는 재활 체조뿐만 아니라 어지럼증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식생활에 대한 조언과 Q&A도 있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 어지럼증 증상은 메니에르와 비슷하고, 작년에 어머니가 처음 쓰러지신 것은 기립성저혈압 때문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이 책으로 다시 어지럼증 치료 효과를 높이는 재활 체조를 시작해야겠다. 도구없이 간단히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체조들이니 큰 부담없이 할 수 있으니 앉아서 하는 간단한 눈 운동은 어머니에게도 해보시라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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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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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갈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정점으로 치닫는다고 생각한 순간 소설의 제목이 스포일러가 되었네,라는 씁쓸함을 느끼며 남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때만 해도 그냥 쉽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솔직히 제목이 스포일러야,라는 생각을 할때까지만 해도 내 생각은 이야기의 전개에만 빠져있었다. 예상되는 결말을 미리 앞질러가면서 정말 내 생각대로 이야기가 끝이 나버린다면 나는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깨닫게 될까... 그 불편한 진실 앞에서 나는 무엇을 받아들여야할까....

책을 다 읽고 더 많은 시간을 두고 다시 이 이야기를 곱씹어봐야겠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이야기란 느낌이 들어 서둘러 이 느낌을 정리해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도대체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미래의 이야기는 현재의 현실을 바탕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이기에 다윈 영이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이야기로 읽는다해도 별 괴리감이 들지는 않는다. 다윈 영이 살아가는 세상은 계급으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계급별로 살고 있는 구역까지 나뉘어 철저한 신분사회제가 되어 있는 세상이며, 신분중에서도 최고 계급이 살아가는 제1지구이다. 그곳에서도 특히 엘리트들만 입학할 수 있는 프라임스쿨에 다니고 있는 다윈 영은 아쉬울 것도, 부러울 것도 없는 또한 자신이 얼마나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조차 깨달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다윈이라는 이름에 별 생각이 없다가 조금씩 떠오르는 진화론과 자연선택이라는 이론이 툭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체 이야기의 그림이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실 이야기의 줄거리를 미리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지리 작가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너무나 잘 짜맞춰진 퍼즐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체 그림을 보면서 맞춰가는 재미보다는 이 작은 조각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 더 흥미로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 조각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앞에서 슬쩍 넘겨버린 조각 하나와 교묘하게 맞물리는 새로운 조각을 발견하게 되는 그 느낌은 경험해본 사람은 어떤 것일지 알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인간의 실체는 그 누구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듯 하지만,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 안에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이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악을 행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다윈 영의 입장이 아니라 레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법의 집행에 있어서 모든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다윈의 생각과 달리 '인간이 인간에게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는 없다'는 레오의 생각에 자꾸만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 훌륭한 이야기를 두고 왜 작가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까.

물론 그래서 더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가만히 내 느낌을 정리해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저 멍하니 책의 표지에 그려진 후디의 모습을 바라만 보게 된다. 후디는 순결한 무결점의 제이를 살해하였고 후디는 프라임스쿨의 명예를 저버린 레오를 살해하였다. 겉모습은 그렇지만 제이와 레오의 본질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해 인물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다보니 문득, 작가는 그저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뿐이었을까 싶어진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스멀거리며 반발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밤이 없었다면 죄도 없었을까. 죄가 없었다면 아기 예수가 태어난 오늘 밤도 없었을까. 성탄절 밤이 없었다면 죄의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많은 다른 밤들도 없었을까. 그랬다면 인간은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773)

 

좀 멀리 돌게 되는 이야기겠지만 자꾸만 '죄와 벌'에 대한 상념이 떠오른다. 어쩌면 나 역시 제이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한 해를 지내고 난 후 죄의 무게를 쟀을 때 3g이 아니라 도저히 읽을 수 조차 없는 숫자가 나오는 죄인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렇다고 '척결'을 외쳐대는 이에게 속수무책으로 형벌을 받을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래 인간은 무서운 존재지. 전부 파악되지도 않고 완전히 제어되지도 않는......"

 "그럼 인간은 뭘 믿으며 살 수 있는 거죠? 자기 자신조차도 파악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다면?"

 

"사랑..... 사랑은 믿어도 된단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주신 사랑, 엄마가 너에게 주고 간 사랑, 다윈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사랑. 거기엔 어떤 의심과 불안도 없지. 아마 너도 나중에 부모가 되면 네 자식에게 그런 사랑을 주게 될 거야. 

그러고보면 재미있구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길을 품고 사는 무서운 인간도 결국엔 사랑으로 진화한 것이라니."(72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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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비 야마다 지음, 매 베솜 그림, 피플번역 옮김 / 주니어예벗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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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니.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펼쳐들기 전에 한참을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정말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생각이 내게 다가왔을 때 얘가 어떻게 이곳으로 왔을까 궁금해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은 나와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지요. 그런데 생각은 계속 나를 따라왔어요.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니까요. 그런데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냥 혼자 간직하면서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생각이 나타나기 전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내 생각인데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마법과 같은 힘을 가진 생각은 내 곁에 머물면서 내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어요. 항상 함께 하며 관심을 받기를 원했지요. 그렇게 생각과 함께 지내면서 생각은 점점 자라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내 생각을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네 생각은 별로야' '네 생각은 이상해'...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자꾸만 내 생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대로 내 생각을 바꾸려고도 했지요. 그러다가 문득 "'내 생각'에 대해 나만큼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남들과 다르고, 이상해도, 조금은 말이 안될지 몰라도 뭐 어때?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이전보다 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 생각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어요. 생각은 쑥쑥 자랐고 나의 사랑도 커져만 갔지요. 생각은 내게 자신감을 갖게 해 주고 용기를 주었지요. 그리고 생각은 내게 비밀 한 가지를 알려 주었어요. 그 비밀은 ...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어린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춰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어떤 것일지 구체화시켜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흑백톤으로 시작된 그림은 생각이 자라면서 조금씩 세상에 색을 입히며 점차 밝고 환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생각이 이 세상을 놀라운 곳으로 변하게 해주는 것처럼요.

생각이 알려 준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힌트는 '물구나무'입니다. 잠시 생각해보고도 그 비밀을 알 수 없다면 물구나무를 서 보세요. 그러면 생각이 어떤 능력을 주는지 깨닫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깨달음은 바로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게 해주겠지요.

책을 펼쳐들고 생각없이 첫 장을 무심코 넘겨버렸었는데 다시 펼쳐보니 정말 큰 깨달음을 얻게 되네요.

"하나의 생각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단다"

자, 이제 그 '모든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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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은 발견 -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
공혜진 지음 / 인디고(글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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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이라고 되어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일상에서의 자잘한 발견들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평소에는 그저 스쳐지나가다가도 갑자기 큰 깨달음이 올때도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누군가 타인의 깨달음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우연찮게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저자의 인스타그램에 먼저 들어가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내 예상과는 달리 뭔가 거창하게 늘어놓는 것들이 아니라 세심하게 애정을 갖고 오래도록 바라보다 발견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별 감흥이 없던 이 책에 대해 관심이 생겨버렸다.

 

이 책을 받아들고, 날짜별로 짧게 기록되어 있는 글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잠들기전 잠깐 독서를 하듯 펼쳐 읽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하나 하나 사진을 보고 글을 읽고 이 작고 사소한 보잘것없는 사물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과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잠드는 것도 잊어버리고 새벽까지 책을 펼쳐들고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물에 대한 그녀의 무한애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말 오래 바라보고 있다보면 그런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사소한 것들에서 어느 순간 얻게 된 깨달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래 바라보고 그리고 만들고 기록한' '사소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들을 관찰하거나 자연을 그리며 깨닫게 된 일상의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어느 한순간에 툭 던져진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고물수집가처럼 물건을 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동네 꼬마가 잃어버리고 찾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른척 주운 레고망치를 들고 가버리는 아이같은 마음의 고백도, 친구들이 먼곳에서 주워다 준 돌멩이 하나 조개껍데가 하나에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담겨있을거라며 좋아하는 마음도, 이제는 누군가가 주운 물건을 받기도 하게 되었다는 것과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았을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주운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다 좋기만 하다. 그 마음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이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에게 먼저 발견되면 쓰레기가 되어버리지만 자신이 먼저 발견하게 되면 또 다른 의미를 담은 보물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며 그래서 더 그녀의 이야기가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잠시 산책을 나가는 동안 자꾸만 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주워담아보려는 마음이 앞섰지만 결국 그냥 동네 한바퀴를 돌기만 하고 들어왔다. 흉내내기로 나만의 보물을 찾을수는 없으리라는 걸 모르진 않았을텐데.

나도 이제는 가만히 오래도록 바라보고 내게로 와서 특별한 의미가 되는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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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날 용기 - 29개국 67개 도시 340일간의 세계여행
이준호 지음 / 알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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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 둘이서 배낭여행을 간다고 했다.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의 소도시와 프랑스를 간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도 솔깃하여 함께 가자고 청했었다. 그런데 계획한 여행일자가 가까워오는데도 도무지 계획을 세울 생각도 없고 심지어 항공권 예매조차 할수가 없었다. 여행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중에 쉽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가 그렇게 또 쉽게 여행을 포기했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무작정 떠날 용기'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저자가 이야기하는 '무작정'이라는 것은 그런 대책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여행이라는 것은 내가 계획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준비가 좀 덜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여행을 떠나도 될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도 일단은 한 걸음을 내딛어봐야 하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들었는데 29개의 나라, 67개의 도시, 340일간의 세계여행에 대해 시시콜콜이 드러내지 않아도 한 걸음 한 걸음 떠난 여행이 그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장면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떤 공간, 냄새, 소리에 설레이는지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할 때야 비로소 내가 찾고 있던 아름다움과 좋음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성장시킨다.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 더욱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다."(197)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오히려 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결하게 자신이 겪은 체험과 느낌, 깨달음을 적어내려가고 있는데 군더더기 없는 글들이 오히려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저자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의 시선에서 사람에 대한, 사물에 대한, 스쳐가는 수많은 풍경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그리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모를 호기심을 발견하게 되고 그 너머에 있는 신나는 웃음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여행이란 그런것이겠지.

나도 조금은 무작정 떠날 용기를 얻어볼까, 하고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지만 차마 그 용기 한조각을 얻지는 못하고 그저 그가 흘려놓은 사진들만 바라보다 세계일주를 끝내버렸다. 하지만 뭐, 언젠가는 그 사진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까지 끝내버린 것은 아니다.

 

"커다란 흰색캔버스가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싶은 대상은 명확하다. 어떻게 그려야겠다는 아이디어도 물론 차고 넘친다. 하지만 붓을 손에 들고 한참을 서서 어떻게 그려나갈지 고민만 하다간 결국 그림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다행히 붓에 물감이라도 묻혔다면 상황은 한결 나아질지 모른다. 물감이 채 굳어버리기 전에 캔버스에 점 하나라도 찍어야 할 테니까. 그렇게 그림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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