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고향

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16년 12월

오래전에 고흐의 작품 속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난 일본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고흐의 작품과 똑같은 실제 풍경 사진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실행하지는 못하고 그와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된 책을 읽게 되었다.

작품의 고향은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말 그대로 한국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품고있는 배경과 그 상징성을 담은 공간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가기도 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가와 작품은 낯익은 것도 있지만 낯선 작품과 작가도 많았고 그래서 사실 이야기를 세세히 읽기 전에 작품 도판을 보는 재미가 더 컸다. 김기찬 사진작가의 작품은 워낙에 유명해서 그의 사진집을 다시 훑어보는 느낌도 들었고 작가의 이름은 잘 알지 못하지만 작품 도판을 보면서 한번쯤 봤던 기억이 있는 작품도 많아서 책을 읽는 것이 조금 더 친숙하기도 해서 좀 더 좋았다. 내게 이 책에 실려있는 작가 중 가장 반가웠던 이는 강요배이다. 고향의 작가이기도 했지만 그가 그려낸 작품을 많이 봤었고 다른 책을 통해서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좀 더 잘 알기도 했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해서 책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찾아보기도 했다. 작품 도판을 훑어본 후 순서대로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강요배 작가편을 먼저 읽고 그 다음은 눈길이 머무는대로 뒤적거리며 책을 읽었는데 – 솔직히 말하자면 책의 편집이 그리 매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심코 읽다보면 저자의 글과 인용된 글이 뒤섞여 보이고 인용글의 출처가 명확히 표현되어 있지 않아 괜히 한번 더 확인해보게 되기도 한다. 각 장의 구성도 일관되지 않아 중간에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도 있는데 뜬금없이 글이 시작되어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별로 뒤적거리며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금세 그 내용에 빠져들게 되고 우리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한다.

석굴암에 얽혀있는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탄광의 일상을 그려내기 위해 광부가 된 황재형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의 작품 모두가 인상적이지만 딱 한작품만 실려있는 판화가 단순함의 미를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더 기억에 남는다. 작품의 고향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역사와 작가의 개인사를 결부시키기도 하고 상징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있어서 우리 민중 미술사의 한 흐름을 볼 수 있기도 해서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