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로 수술 날짜를 예정해놓은 뒤, 출근은 8월 1일까지 할 작정이었다.
늦어도 6월까지는 뽑아주겠다는 신입이 7월 18일에서야 출근하기 시작한 터라 교육도 해야 하고,
휴가가기 전에 해치워야 할 일은 계속 밀려드는 데다가(신규 계약 2건 및 정부기관 프로젝트 중간보고),
가장 큰 숙원 과제 중 하나가 지난주 말미에야 기안이 통과되어 ** 회합이 8월 1일에야 잡혔기 때문.
그리하여 8월 2~4일은 하기 휴가로, 5일은 놀토로, 8월 7일부터 출산휴가를 쓸 계획이었는데...
어제 아침 출근준비를 하다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달려가 보니!
살짝 옷에 묻은 정도이긴 하지만 하혈이 있었다.
전날의 무리로 인한 하혈이든, 전치태반으로 인한 하혈이든, 이슬이든, 죄다 안 좋은 시나리오.
팀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산부인과 직행.
다행히 워낙 소량의 하혈이었고 추가적인 하혈도 없었고,
최종 검사결과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거로 확인 되었지만,
의사는 절대 안정을 강조했고, 추가 징조가 있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수술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주 몫으로 남겨둔 일거리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큼직한 일은 이미 지난주에 해치운지라,
고민 끝에 전격적으로 휴가원을 제출하기로 결심하고, 뒤늦게 회사에 출근했다.
하루 푹 쉬시지 왜 출근했냐는 팀장의 걱정에 아예 휴가원을 내러 출근했다고 하니 좀 당황스러워했지만,
팀장님도 이사님도 동의해줬고, 걱정했던 인사팀에서도 순순히 서류를 받아줬다.
마지막 일처리를 위해 거짓말 조금 보태 100통쯤 메일 쓰고,
신입 직원 붙잡고 3일치 교육을 한꺼번에 쏟아붓고,
메일 쓴 결과 확인하기 위해 또 거짓말 조금 보태 100통쯤 전화를 돌려대고,
결국 끝까지 확인사살하지 못한 일거리에 대해 팀원들에게 당부 메일 한 번 더 쏘고 나니,
아뿔사,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만 것이다.
부랴부랴 여기 저기 작별 인사 나누러 돌아다녀봤지만,
사장님도 안 계시고, 상무님도 안 계시고, 다른 담당 이사님들도 안 계시고,
친하게 지내던 다른 팀 동료들도 어제따라 칼퇴근한 사람이 많았고,
인포데스크의 **씨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퇴근한지 오래.
할 수 없이 자리에 돌아와 부랴부랴 책상정리하고 짐싸는 동안
우리 팀 사람들만 퇴근 못 하고 나 배웅 해준다고 기다리는 것이다.
4월에 새로 급조된 팀인지라 서로 친해질 새도 없었고,
업무 성격상 그동안 개인플레이 위주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 든 동료들의 "순산하세요" 인사를 받으며,
한손에는 노트북, 한손에는 개인 짐을 들고 회사문을 나서는 순간은 조금 가슴 찡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쌓여있는 일거리에 한숨.
정말로 내일 수술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다시 배내옷 삶고, 젖병 소독 해두고, 입원용 짐 싸두고.
미처 대청소하지 못한 구석의 먼지(마로방 방충창, 렌지후드의 기름때 등)도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이러구러 해든이 맞이할 준비는 한 듯 싶어 다른 걱정할 새 없이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화장실에 쫓아가 확인해보았지만 다행히 하혈기 전혀 없고,
뱃 속에선 난 좀 더 놀다 나갈꺼야 라는 듯 해람이가 열심히 놀고 있다.
감사해라. 부디 수술일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