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맡은 프로젝트가 망했다. 허울은 갖춰졌으나 인수테스트 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쏟아져나왔고, 준공은 예정대로 했으나 1월 말까지 하자조치에 개발자 넷이 여전히 매달려 있는 중이다. 변명할 거리는 많지만 나와 개발 pl 둘의 자만이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사항에도 불구하고 우리 셋은 까짓 거 1주일 밤새면 되지, 1달만 주말에도 출근하면 되지 하며 안이하게 낙관했다. 그러나 막상 야근과 월화수목금금금이 이어지자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실수가 잇달았다. 그 와중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털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비공식적인 평가회의를 하며 올해는 잘난 척 말자고, 아둥바둥 기를 쓰지 말자고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나의 올해 목표는 ‘천천히 살자‘가 되었고, 그 일환으로 이 책을 골랐다.

스님의 신변잡기 글은 내 목표에 맞춤했다. 찔리는 대목도 많았고.

-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헨리 데이비스의 ‘여유‘라는 시를 책상에 붙여야겠다)

- 덜 먹으면 고칠 수 있다.
1. 음식을 가릴 것
2. 제때에 먹을 것
3. 의약을 사용할 것
4. 화를 내지 말 것
5. 간병인에게 순종할 것

- 금생에 내가 져야 할 짐을 기꺼이 지고, 해야할 일을 당당하게 감내하라 (000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글이지만 꾹 참는 것도 내가 감내할 일)

- 좋은 여행을 위해 짐을 덜어내라

- 100리를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여긴다

-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와 여력을 남겨두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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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지구로 만든다는 건 지구의 과학기술에 기반하되 새로운 철학과 문명이 필요한 일이다. AI의 확산에 맞춰 철학, 국문학, 문학창작과 직원의 수가 개발자의 수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할 고민과 유사하다.
변화란, 미지란, 예측불허란, 인류를 성장시키고 단련시켜욌지만, 대개의 인간은 막연히 불안하기만 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배명호 작가의 긍정 에너지가 참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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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4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술적 책 말고 좀더 쉽게 테라포밍을 이해할 수 있는 만화책이 있는데 테라포마스란 만하책이 있습니다.화성을 개조하기 위해 지구에서 보낸 바퀴벌레들이 몇배년 사이에 진화와 진화를 거급해 인간과 싸운대는 내용이지요.

조선인 2026-01-04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어. 제가 제일 싫어하는 벌레네요. 볼 자신이 없어요. @.@
 

내란 1주년 맞이로 읽은 책.
대담으로 구성된 얇은 책자로 순식간에 읽었으나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와 빛의 혁명으로 꽃핀 과정을 쉽게 풀어썼다.
전우용 교수의 말밥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토록 친절하게 풀어써진 걸 보면 최지은 앵커의 역할이 매우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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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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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어떻게 호혜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증여과 교환을 비교하며 손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가 어찌나 술술 풀어내시는지, 중간에 비트겐슈타인과 토마스 쿤의 철학이 슬쩍 끼어들었는데도 어려움을 느낄 새가 없다. 이토록 다정한 대중 철학서라니 절로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사실 유발 하바리부터 시작했는데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 했다.


상식이야말로 세계형이고, 패러다임이고, 언어놀이의 수렴적 사고이고, 멘델레예프의 '현상 속의 고유한 영원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발산적 사고를 할 때 우리는 진정 변화와 변칙에 예민해질 수 있다. 그러니 더 많은 빈틈을 상상하고 실현해 나가자. 그것이 증여의 논리다.


'인간을 키우려면 부족이 필요했고, 따라서 진화에서 선호된 것은 강한 사회적 결속을 이룰 능력이 있는 존재였다'라는 말은 '작은 책방' 속 단편 '고마운 농부'를 닮았다. 아이에게 끝내 온 마을의 지붕과 난롯가를 남겨준 처든은 트레버의 닮은 꼴이다.


그렇다면 트레버와 처든은 미완성의 신인가? 인과의 역행이 다다르는 종착지에는 그 무엇의 결과도 아닌, 외부에서 어떤 영향도 받은 적이 없는, 즉 원인이 전혀 없는 동시에 삼라만상을 일으킬 수 있는 궁극적 원인이 존재해야 하고, 그가 바로 부동의 원동자, 신이라는 아퀴나스의 믿음을 곱씹어보자. 세상의 근본에 원인이 있기를 바라는 기독교 신학자의 욕망과 달리, 난 이 모든 건이 결국 우연을 필연으로 이끌어온 인간의 의지라고 여긴다.


생각해 볼 대목 1.

증여의 수취 거부는 관계의 거부이다. 젊은 날 거절해왔던 선물과 친절을 생각해보면 내가 철벽을 치고 살아온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정말 증여였을까? 난 지금도 그들이 교환을 원했다고 생각하고 신뢰하지 못했다. 썸타는 사이라면 더치페이가 기본인 거고, 신뢰가 싹 터야 관계도 성립된다. 


2.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는 '도와줘'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은 교환 중심의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는 증여는 자본주의를 반하지 않고, 그 빈 틈만을 노린다. 그게 정말 최선일까? 바닥으로 떨어지려 하는 공을 붙잡고 원래 위치로 돌려놓으려 하는 외력, 내 식으로 말하자면 이 세상의 법, 제도, 사회구조는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력이 바탕이 되야 하는 것일까? 이름 없는 영웅, 가령 청소부가 주인 되는 세상을 주장하는 건 불가능한가?


3.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사회란 자신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사회이다. 관계에 대한 나의 결벽증은 조직사업에 부적합하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한다. 나를 갈아넣을 순 있어도, 남에게 나와 같이 하기를 권하는 건 참 조심스럽다. 결국 난 나만 책임지겠다는 건 지도 모르겠다. 


4. 부모 자식 관계의 강한 증여성이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과한 감이 있다. 아이 없는 독신남, 혹은 부모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자라 교수까지 된 일본 남자는 이중 구속에 시달리며 살았구나 싶다. 아마도 그의 부모는 산타클로스 뒤에 숨지 않았던 게 아닐까.


5. 쓸 데 없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즉 그 말에 더 많은 자원을 들일수록 '더 많은 경의'를 담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본다. 즉문즉답, 미사여구와 공치사가 없는 건조한 대화를 선호하는 나라는 사람은 인간은 믿어도 개인에게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겉치레 예의를 혐오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한 혐오를 닮았고, 자기혐오와 불신은 자만심의 비뚤어진 반사라는 걸 잊지 말자. 이제 예의차린 말도 좀 배워보자. 타인의 언어놀이에 참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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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릴 때 장자를 읽습니다 - 나를 단단하게 하는 2500년 고전의 힘
김훈종 지음 / 도도서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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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사장님의 기획력이 좋은 책. 필사를 유도하는 것도 좋았고, 장자를 일상사의 관점에서 접근해 쉽게 읽게 하려는 의도도 좋았다.


다만.


장자 책으로서 평가한다면 많이 아쉽다. 저자의 내공이 딸리다 보니, 라디오 PD의 에세이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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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자의 경우 도교 서적이지만 우언과 우화위주의 글들이 많아서 다른 책들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외로 깊은 철학적 사유가 있는 책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한 기획력만으로는 그 깊이를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다만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기 쉽게 만든 의도였다면 기획 성공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