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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놀이 101가지
이상호 지음, 박향미 그림 / 사계절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모 업체 부장과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이 책 얘기가 나왔다. 사실 난 그 부장을 안 좋아하는 편이고, 회사 대 회사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편이라 불편한 자리였는데, 이 책 이야기 덕분에 딱딱하고 지루할 뻔 했던 식사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딸아이랑 정말 재미나게 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거의 대부분이 야외에서 하는 놀이고, 더 큰 문제는 집단 놀이라는 거에요.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건 주말 뿐인데, 오다가다 마주친 아이들 붙잡고 우리아이랑 놀자고 할 수 없잖아요. 정말 좋은 책인데, 활용할 수 있는 건 명절에 친척 아이들 죄다 모였을 때 뿐이에요. 요새 애들은 형제가 있는 애도 한둘 뿐이니까 전래놀이를 어려서부터 즐기게 하는 건 대개 꿈일 뿐인 거죠."
모 부장 역시 이 책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초등학생 애들끼리 놀라고 이 책을 사줬거든. 그런데 2명이서 할 게 없으니까 꼭 나랑 마누라도 괴롭혀요. 모처럼 주말인데 쉬지도 못 하고 애들 성화에 같이 놀다보면 운동량이 장난 아냐. 대부분의 놀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거니까 겨울에도 전신이 땀범벅이 되거든. 왜 이 책을 사줬나 무지하게 후회한다니깐? 마누라야 이 정도도 안 움직이면 더 비만 된다고 은근히 애들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허허"
그의 불만이나 나의 안타까움이나 결국 같은 맥락. 요즘 아이들은 마음 놓고 밖에서 뛰어놀 시간도, 장소도, 형제도, 친구도 부족하다. 하기에 이 좋은 책이 활용되지 못하고 기록서로만 남을까봐 걱정이 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들만이라도 이 책을 응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