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
헬스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근육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운동하는 게 좋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무아지경에 빠져,
온갖 인상을 다 쓰며 기계를 끌어 당기고 있을 때
트레이너인 루씨가 물었다.

루씨 : <까만 안경> 들어 보셨어요?
수선 : 네? 뭐라구요?
루씨 : <까만 안경> 들어 보셨냐구요?
수선 : 네? 까만 안경을 봤냐구요?

루씨가 세번째 말했을 때,
<까만 안경>이 노래 제목이란 걸 알았다.

루씨는 말했다.
"그 노래....정말 좋아요."

<까만 안경>이 어떤 노래인지 궁금했던 난
자기 전에 노트북을 켜고 maxmp3 검색창에
"까만 안경"을 쳤다.

그랬더니 글쎄...."차트 투데이"에서 1위였다.
이런.... 요즘 1위하는 노래 제목도 모르고 있었네!

며칠 전 엘레베이터를 같이 탄 20대 초반의 어린 여자애들이
"우리 과장님은 너무 고리타분해!" 하며
입을 모아 합창을 하던 생각이 났다.

요즘 나처럼 1위하는 노래도 모르고 넋 놓고 살다가는
부지불식중에 "고리타분한 과장님"이 될 것 같아 아찔했다.

심호흡을 해서 아찔한 마음을 달래고
도대체 어떤 노랜지 들어봤다.

까만 안경을 써요
아주 까만 밤인데 말이죠
앞이 보이질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울고 싶을 뿐이죠
한 여자가 떠나요
너무나 사랑했었죠
그래요 내 여자에요
내 가슴 속에서 울고 있는 여자
사랑해요 나도 울고 있어요 오 난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만 싶어요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나지만
이별까지도 사랑할거에요 행복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제발요


아....정말....진정한....신파다!!!!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만 싶어요~"
이루('이루'라는 가수도 처음 알았고, 그가 태진아의 아들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가
절규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연애란 건....사랑이란 건....
58년 개띠가 하건, 73년 소띠가 하건,
이제 수능이 한달도 남지 않은 88년생 용띠가 하건
다.....다....똑 같구나!!!

어떻게 이렇게 유행가 가사는 항상 똑 같을까?
연애 감정이란 게...누가 해도 다... 똑 같으니까...

83년생 이루가 절규하고,
79년생 근육맨 루씨가 들으며 상념에 빠지는 까.만.안.경.

문득 추석연휴 끝나고 루씨를 처음 봤을 때,
"여친은 잘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안부 인사를 던졌을 때,
"잘 있겠죠 뭐...."
대답하던 루씨가 떠올랐다.

아...만약 헤어졌다면,
그럴 때 <까만 안경>을 듣는 그 심정이란...
그럴 때...유행가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다 절절하게 와닿는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맘이랑 똑 같지? 이거 내 노래야...

난 아직도 가끔...
술 기운을 빌려 노래방에서 <화장을 고치고>를 부를 때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쩍 팔리게~

누구에게나 그런 노래가 하나씩 있다.
울~컥 해지는 노래가...
어쩌면 루씨에게는 <까만 안경>이 그런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 루씨는 스피닝 대회에 나간다.
직접 가서 응원해 주지는 못하지만,
마음 가득 응원을.... 멋진 루씨,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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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한글날 맞이 교내백일장 주제가 '가을'로 나갔더니, 애들이 신파조 유행가 가사로 어울림직한 시에 소나기의 아류 소설 몇편이나 써내던데요?

2006-10-2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10-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몰랐어요.

kleinsusun 2006-10-2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Briny님도 심사위원이었나요? 애들 글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중딩, 고딩들도 "신파"에 익숙하군요. 역시... 연애감정이란 나이에 관계 없는 건가봐요.ㅋㅋ

아프님, 저만 모르는 게 아니었군요.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