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김부선이 ‘대마초를 허(許)하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멋진 여자다.
대마초 폈다 걸렸다고 머리 푹 숙이고 두손으로 얼굴 가리고 카메라를 피할 필요는 없다.

연예인이 대마초 피다 걸리면,
기사거리가 없어서 쫄쫄 굶던 기자들에게 횡재거리가 되고
이리 씹히고 저리 씹히고,
어떻게 해도 사람 하나 한 순간에 망가지기는 마찬가지다.
고개 숙이고 구차하게 변명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거 없다.
차라리 당당하게, 자기가 할 말이 있으며 해야지.

김부선은 말한다.

대마초가 몸에도 사회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
과잉 규제돼 자신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약한데 대마초만 규제하는 건 차별이라고...

대마초를 코카인,필로폰 같은 무서운 마약이랑 똑 같은 "마약관리법"으로 단속하고, 연예인 하나 걸려 들면 실컷 씹은 다음에 감옥까지 보내는건 사실 좀 너무하다.

김부선 기사를 읽으면서 전인권이 생각났다.
몇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 전인권 콘서트에 갔었다.
전인권은 자신의 새해 목표를 얘기했다.
일본에 자기 앨범을 많이 수출해서 정부에서 문화공로상(?, 상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을 타고 싶다고 했다.
난 들으면서 참 안 어울리는 새해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압권이었다.

"왠지 아세요? 그 상 타면 대마초 하다 걸려도 구속되는거 한번 봐줘요. 상 탔다고 한번 봐주는거지.... 그 상 타서 마음 놓고 실컷 피우고 싶어요."

농담인지 정말인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참 어이없기도 했고,
전인권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고,
막 박수를 치면서 꼭 상타라고 열광하기도 했다.

오늘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전인권은 이민을 안가는거지?
네덜란드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이다.
대마초는 "Light Drug"으로 분류되서,
사고 팔고 피우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오히려 국가 수익을 올리는 존중 받는 사업이다.

암스테레담에 가면 널리고 널린게 "coffee shop"이다.
이 동네의 "coffee shop"은
서울 처럼 헤이즐넛,카푸치노, 카페오레 이런거 팔면서
한잔에 8천원씩 받는 그런 coffee shop이 아니고,
"마리화나"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메뉴에는 각종 마리화나의 이름과 용량, 가격이 써 있다.
어떻게 아냐고? 가봤으니까....
그냥 말 그대로 cafe에서 마리화나를 팔고,
손님은 편안하게 쇼파에 기대어 앉아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마리화나를 피는 거다.

왜 전인권은 이런 지상천국으로 이민을 가지 않을까?
툭하면 구속되서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한겨레 신문 11월 2일자를 보면,
전인권이 마약범죄학 박사 전경수 교수랑 김형중 식품의약안전청 과장이랑 한 토론을 볼 수 있다.

전인권은 말했다.

"우리는 자연인입니다. 산의 열매, 쑥, 시금치처럼 땅에서 나는 거 먹어요. 대마초도 그 가운데 하나로 먹는 거예요. 대마초 피웠다는 이유로 언론이 굉장히 좋아하는 검찰한테 인간 이하 취급 당하는 데 인간이 그런 취급 당하는 것보다 대마초가 더 문제인가요? 저는 대마초로 4번 구속기소 됐는데 잡혀 들어가면 이 자식아 반말부터 해요. 저도 그래도 똑같이 이 자식아라고 덤볐어요. 제가 검찰에 덤빈 놈으로 유명해요. 발에도 수갑을 채웠어요. 제가 왜 그런 취급을 당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반항하면 마약에 취해서 난동 부린 거라고 해요. 언론이 만들어낸 대마초에 대한 편견도 있어요. 박정희 정권 땐 대마초 피우는 사람들 거지가 되서 콧물 나고 그렇게 그렸지만 그런 사람 하나도 없어요. 대마초 하는 사람들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요. 산에 올라가서 조그만 집 짓고 산이 된 사람도 있어요. 구걸이나 남에게 해를 주고 누굴 때리거나 그런 행동 안 해요. 미국에서 유엔에서 그런다고 무조건 쫓아가는 건 맞지 않아요."

기가 찬다.
발에도 수갑을 채우다니...
이 기사 읽다가 울뻔 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전인권은 이민을 가지 않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대마초 피다가 걸린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헌법 소원까지 내냐고....

김부선이 승소할 확률은 1%도 안되겠지만,
그래도 잘했다.
대마초를 핀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유린당해서는 안되기에...
처절하게 언론에 씹히고 너덜너덜해져서 단역으로 복귀하거나,
아예 잊혀지는 연예인이 얼마나 많은가?

대마초를 피다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마녀 재판"을 해서는 안된다.
다른 죄들도 마찬 가지다.
죄명이 뭐건 일단 구속 시키고, 신체적 자유를 빼앗고,
인간을 마구잡이로 모멸하는
그런 구시대적인 악습은 송두리째 없어져야 한다.
아주 뿌리를 뽑아야 한다.

대마초 보다 더 위험하고, 더 해로운게
인권을 유린하고 인간을 모멸하는 행위다.
김부선이나 전인권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김부선의 헌법 소원을,
전인권의 항변을
그냥 흘려듣지 말자.

우리들의 애마부인,
만약 구속되더라도 당당하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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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4-11-06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