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나는 건강 검진을 받았다.회사 마다 다른데, 1년에 한번 하는데도 있고2년에 한번 하는데도 있다.직원들은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말 그대로 "일반 건강 검진"은 몇십만원 짜리 정밀 검진과 "대단히" 다른 형식적인 검진이다.먼저 간단한 건강 상태 설문지를 작성하고,1번에서 8번까지 순서대로 지시에 따라 이동하면서 검진을 한다.아주 형식적으로 대충대충한다.먼저 키와 몸무게를 재고 혈압을 잰다.혈압을 재는 간호사는 표정 없이 말한다."정상입니다." 그 다음은 시력,청력을 측정한다.이것도 아주 대충대충한다.간호사는 또 무표정하게 말한다."정상입니다."그 다음 엑스레이를 찍고,소변 검사를 하고, 피를 뽑고,치과 검진을 하고(입만 벌리면 30초 안에 끝난다.)마지막으로 의사랑 상담을 한다.이 의사들은 정말 환상의 직업이다."네, 앉으세요. 어디 특별히 아픈데 있으세요?""아니요." "네, 그럼 가셔도 됩니다."이런 의사들을 얼마나 부러워 했는지 모른다.이런 의사들을 볼 때 마다 생각한다.지방대 의대라도 갈껄...그런데...이런 형식적인 일반 건강 검진에서도 벼락 같은 결과가 날아들 때가 있다.혈액 검사 결과 상태가 안좋게 나왔을 때,병원에서는 OO병이 의심된다며 재검을 받으러 오라고 한다.이런 말을 들은 사람은 재검 결과가 나오기 까지 며칠 동안 밤잠을 못자며 불안에 떤다.재검 결과가 나왔을 때,"별 이상 없네요." 하면 기분 좋게 사무실에 들어와 한잔 쏜다.그런데 아닐 경우에는? 몇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한 회사의 K부장이 암일지 모른다는 통보를 받았다.그 부장은 재검 결과가 나오기 까지,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했다.아내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는 걸 떠올리며,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려는 욕심으로 무섭게만 대했다는 후회로,회사일에 바빠 부모님한테 전화 한번 제대로 한적 없다는 후회로...재검 결과 오진이었고, 그 부장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그 부장은 그 며칠 동안의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글을 썼는데,그 글이 이메일로 돌고 돌아서 유명해졌었다.그 부장은 앞으로 매일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다고 했다.이런 경우는 해피엔딩이다.오진으로 마음 고생은 며칠 했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은 경우다.하지만...오진이 아닐 경우에는? 내가 사원 2년차였을 때,신입이었던 후배 하나가 있었다.후배긴 하지만 나이는 나보다 한두살 많았다.술,담배도 안하고, 교회도 누구 보다도 열심히 다니고, 경리팀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천사표였다.송년회 할 때, 그 친구가 "풍선"을 불렀던게 생각난다.내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 1년 후 쯤인가...그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난 믿을 수가 없었다.술,담배도 안하고 심지어 커피 조차 안 마시던 친구였는데...그렇게 건강한 20대가 어떻게 암에 걸릴 수 있지? 그 친구도, 회사 동료들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고 한다.일반 검진 결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씩 웃으면서," 오진이겠지. 귀찮겠지만 병원 한번 더 갔다와." 그랬다고 한다.그런데....그 친구는 정말 암이었다.그 착한 친구는 투병 생활을 시작했고, 수술을 했다.얼마 후, 그 친구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좀 더 쉬면 복직도 할 수 있을거라는 긍정적인 말을 들었다.다른 회사에 있던 나는 가끔 그 친구의 소식을 들으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복직했다는 말도 어렴풋이 들었다.그리고 몇년이 지났다.몇년이 지난 오늘, 입사동기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금요일에 건강검진을 받은 얘기를 했다.치과 검진 때, 의사가 나한테 사랑니가 나고 있다고 해서 그 말을 하려고...건강검진 얘기가 나오자,그 천사표 친구가 생각났다." K는 잘 있니?"친구는 놀란 눈으로 쳐다 보며 말했다." 몰랐어? 작년에 그 친구 장례식에 다녀왔어."" 뭐? 그 천사표가 죽었단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복직했다고 그랬었쟎아." " 복직했었는데....재발했어. 복직하고 얼마 안 있다가 죽었어."믿어지지가 않았다.어떻게 그런 일이? 술,담배도 안하던 범생이었다. 그 친구는...그 친구가 송년회에서 "풍선"을 신나게 부르던 기억이 난다.그 선한 눈망울이.... 그 친구가 편안한 곳에 있길 바란다. 그 친구 얘길 듣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등학교 때, 한문시간에 이런 말을 배운 것 같다.( 한문으로는 모르겠다. 뭐라고 쓰는지...)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이 주신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거라고...부모 보다 먼저 죽는 것 보다,아픈 모습을 보여서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보다 더 큰 불효가 있을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엄마.피곤한 모습 보이지 않고,지친 모습, 짜증난 모습으로 염려 끼치지 않고, 한번이라도 더 웃고, 한번이라도 더 애교도 부리고, 엄마가 걱정 안하게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꼭 먹고 나가고 그래야겠다. 10월의 마지막 주, 수선이의 단상.